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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분권 시리즈 칼럼2] 재정분권과 지방분권형 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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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분권 시리즈 칼럼2] 재정분권과 지방분권형 개헌

익명 (미확인) | 화, 2017/10/24- 08:40

재정분권과 지방분권형 개헌

– 대규모 개발사업의 환상과 왜곡된 조세구조가 낳은 지방재정 위기 –

김송원 인천 경실련 사무처장

잦은 시장 교체 후 재정위기의 긴 터널 탈출

민선7기 전국동시지방선거가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인천지역 여야 정치권은 인천시장의 ‘재정위기 탈출’ 선언을 두고 진실 공방을 벌이며, 벌써부터 선거전에 돌입할 태세다. 그도 그럴 것이 민선4기에 시작된 인천시 재정위기 논란으로 민선5기 선거에서 시장이 바뀌었고 똑같은 쟁점으로 민선6기 선거에서도 시장이 바뀌었으니, 내년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여야 정치권에게 재정위기 화두는 여전히 유효하다. 특히 현 시장이 재정위기 극복의 상징으로 부각되는 건 다른 경쟁 후보 진영에겐 달갑지 않은 뉴스일 뿐이다.

지금 인천시 재정상황은 어떨까. 시는 지난 7월 4일 재정위기 ‘주의단체’ 탈출을 선언했다. 6월 기준 시 본청의 예산 대비 채무비율이 24.1%로, 재정 정상단체 기준인 25%이하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올 연말엔 22.4%까지 떨어진다고 전망했다. 돌이켜 보면 시 채무비율은 2015년 3월, 39.9%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여 그해 8월 행정자치부로부터 재정위기 ‘주의’ 등급을 받았다. 참고로 40%이상이면 ‘위기단체’로 지정돼 중앙정부의 직접적 통제를 받는다. 한편 시는 올 연말까지 본청과 산하 공사·공단의 총 부채를 9조원대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반면 집권 외 정당(야당)과 일부 시민단체들은 ‘힘 있는 시장’의 성과라기보다는 자연적인 지방세 증가와 재산매각의 영향일 뿐이라고 폄하한다. 민선6기 시장 취임과 동시에 시행된 강도 높은 세출구조조정으로 갈등을 빚은 사회복지 계는 시민들의 희생으로 이룬 성과라고 평가한다. 서로 다른 평가들이 엄존하지만 민선4기부터 불거진 재정위기 논란을 마무리 질 때가 왔다. 재정위기를 겪게 된 내외부적인 원인 분석과 지역사회의 힘겨웠던 극복 과정을 정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도시개발에 대한 환상이 재정위기를 낳았다는 걸 기록하자.

위기의 서막, 지방공기업들이 대규모 개발 사업에 동원되다.

민선3기 인천시장은 입성(2002년 7월 1일)한지 1년도 채 안 돼 도시개발공사를 전격 출범시킨다. 낙하산인사, 민간경제 침범과 중복투자 등의 지적에도 서민 주거안정을 앞세워 공사 설립을 강행했다. 이어 2005년에 근대개항장, 연안도서 등의 관광 진흥을 명분으로 관광공사까지 설립한다. 당시만 하더라도 인천시민사회는 이들 지방공기업이 시 재정위기의 기반이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무리한 지방공기업 설립이 위기의 서막이었던 것이다.

우선 인천시는 지방공기업을, 개발재원 마련을 위한 창구로 활용했다. 당시 다양한 시의 현물출자를 통해 공사 자산을 늘려 대규모 공사채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개발재원을 조달했다. 설립된 공사가 많을수록 개발재원도 늘어난다. 게다가 이들 공사를 설립목적에 걸맞지도 않는 사업에 동원했다. 도시개발공사의 경우 주거개발에서 도시개발로 중심이동을 시켰고, 이들 개발사업 SPC(특수목적법인)에 연관성도 없는 교통공사와 지하철공사, 관광공사 등이 출자하도록 강제했다. 151층 인천타워 건설, 송도 글로벌 대학캠퍼스 조성, 인천타이거항공 설립 등에 참여시킨 것이다.

인천시의 재정위기 성격은 무리하게 설립한 지방공기업을 대규모 도시개발 사업에 동원한데서 비롯됐다. 특히 지방채 발행의 한계를 알고 무리한 공사채 발행을 감행하다가 위기에 봉착한 것이다. 경중의 차이가 있지만 여느 지방자치단체도 비일비재하다. 이런 데는 왜곡된 현행 조세구조가 한몫했다. 자치단체의 주요 자주재원이 부동산 거래세다 보니 세수 증대 방안으로 너나없이 도시개발에 목메 왔다. 만약에 지역 산업 및 기업 활성화 관련 지방세 비중이 컸다면 자연스레 그리로 접근했을 것이다.


재정분권 중심의 ‘지방분권형 개헌’ 이슈화해야

1991년 지방의회 선거, 1995년 전국동시지방선거이후 중앙사무의 지방이양은 꾸준히 증가했다. 하지만 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는 갈수록 열악해졌고 의존재원은 늘어갔다. 반쪽자리 지방자치라는 푸념은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지역의 대표를 지역주민이 뽑는데 그들에게 과세권은 차치하고 주민 행정서비스 사무에 걸 맞는 자주재원도 제대로 주지 않았다. 국세 대비 지방세 비율의 불균형 문제다. 재정분권 차원에서 조속히 현행 8 : 2 비율을 7 : 3으로 조정하는 등 불균형을 해소에 나서야 한다. 게다가 어떤 조세를 이양하느냐 또한 중요하다. 지역산업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지속가능한 지방세 확대가 관건이다.

한편 ‘대표 없이 조세 없다'(No taxation without representation)는 말이 있다. 국민들이 자신의 대표자를 뽑아 의회에 보내지 않으면 세금을 부과 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18세기 중반 영국 의회가 투표권이 없던 북미식민지 정착 영국인에게 세금을 부과하자 이들이 항거하며 내건 슬로건이다. 미국 독립은 영국본토의 부당한 과세권에 대한 저항에서 시작됐고 이는 조세법률주의 원칙으로 발전됐다. 주지의 사실은 시민 복리를 위한 제반 사무가 자치단체에서 이뤄지고, 제반 재원도 그리 쓰이는데 정작 모든 과세권은 중앙정부가 틀어쥐고 있다. 제대로 된 재정분권을 하려면 ‘지방세 법률주의’도 헌법에 명문화해야 한다.

우리사회는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태로 제왕적 대통령제와 중앙집권적 관료주의를 청산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는 분권과 협치가 가능한 권력구조 개편, 경제·사회적 여건 변화에 맞춘 기본권 보장 강화 그리고 실질적인 지방분권 구현 등을 담은 헌법 개정 움직임으로 발전하고 있다. 정치권은 내년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시민사회에게 올 하반기는 매우 중요한다. 재정분권을 실현할 거대 담론을 형성함은 물론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사례도 발굴해 공론화해야 한다. 여전히 중앙집권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중앙정치권을 개헌 정국으로 몰고 가야한다.

지방분권형 개헌 위한 지역과제 발굴 통해 시민적 공감대 형성해야

하지만 1년도 남지 않은 지방선거에 이번 개헌이 자당에 이익이 되는지를 두고 호불호가 갈리고 있다. 조기 장미대선을 앞두고 국민에게 약속한 개헌 공약도 언약으로 밀릴 판이다. 개헌 정국 만들기가 만만찮다는 것이다. 항상 그랬듯이 정치권에게 밑바닥 민심을 보여주는 방법밖에 없다. 제안컨대 일반시민도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지방분권형 개헌 과제를 발굴해서 여론화하는 것이다. 전국적으로 공통적인 과제도 있을 것이고 그 지역의 특수성을 반영한 과제도 엄존한다.

일례로 항만도시 주민들은 지방행정과 중앙정부가 관할하는 항만행정이 따로 노는 걸 늘 목격한다. 이미 노무현 정부가 특별지방행정기관의 지방 이양을 계획했지만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추진하지 않은 지방분권 과제였다. 지방 해양항만청과 중소기업청, 고용노동청 등의 중앙사무가 지방행정기관의 경제사무로 이관된다면 뒤따르는 정부재정도 지역실정에 맞춰서 제대로 집행될 것이다. 현장 주민들에게 필요한 복지, 교육, 교통 등의 분야로 확대 적용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우리는 지방분권형 개헌의 필요성을 설명한 도구를 갖고 있고 재정분권 등 지방분권을 가속화할 지역 차원의 기재도 얼마든지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중앙과 지방간의 사무 배분이 보충성의 원칙에서 추진되면 지금의 불균형한 조세구조도 어떤 방향으로 개혁해야 할지 해법을 찾을 수 있다.

불균형한 조세구조 개혁 등 재정분권을 통해 도시 경쟁력 키워야

한편 국제사회는 국가 간 경쟁체제에서 도시 간 경쟁체제로 전환된 지 이미 오래다. 이를 뒷받침하는 지방자치와 지방분권의 역사도 깊다. 이에 선진 도시들은 과세권과 자주재원을 앞세워 시민의 복리 증진은 물론 국제적 경쟁에서도 앞서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도시는 아직도 중앙집권적 조세구조와 제도에 얽매어 도시 경쟁력을 잃고 있다. 지방분권의 진전이 도시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것이다. 특히 재정분권이 반영된 조세구조는 도시 간 경쟁력에 있어서 실탄과도 같다. 그 도시의 특성을 반영한 경쟁력을 키우려면 기본적인 자주재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사회는 국가적 담론으로 삼고 있는 균형발전이 지방분권 논의와 충돌해왔던 게 사실이다. 특히 지역 패권적 정치구조(일명 구도 정치)와 특정지역 쏠림현상이 큰 왜곡된 전국정당 구조로 재정분권 논의는 진전되지 못했다. 국세 비율이 높아야 특정지역에 기반 한 정당이 권력을 잡았을 때 그 지역을 지원하는 예산도 클 거라는 의식이 숨어 있어서다. 이를 너무나 잘 아는 중앙정치권은 수도권 대 비수도권 등의 갈등 논리를 내세워 조세구조 조정 등 재정분권을 위한 담론을 견제해 왔다. 하지만 우리는 재정적 측면에서 이미 낙후된 지역과 열악한 도시를 지원할 제도적 장치를 갖고 있다. 재정조정제도다.

결국 우리사회는 국제적 경쟁 환경의 변화로 재정분권 등 지방분권을 통한 도시 경쟁력 확보가 절실하다. 한편 도시와 지역의 균형발전도 놓칠 수 없는 우리의 숙제다. 이에 우리 정치권과 시민사회는 재정분권을 적극 추진하면서 재정조정제도도 적극 보완하는, ‘두 마리 토끼 잡기’ 전략을 세워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야 내야한다.

진정한 균형발전을 이루려면 헌법 제11조 차별금지 사유에 ‘지역’ 포함해야

드디어 중앙정부와 정치권이 도시 간 경쟁체제로 전환된 국제환경의 변화를 공감한다면 중앙정부 주도로 특정지역에 특혜를 주려다 차별받는 지역이 발생하는 기존의 성장전략은 즉각 폐기해야 한다. 특정지역에 기반 한 정권이 들어서면 그 지역을 겨냥한 정책과 예산이 수립되는 왜곡된 역사가 반복됐기 때문이다. 결국 정책 실패와 혈세 낭비로 이어졌다. 이에 현행 헌법 제11조의 평등원칙 중 차별금지 사유에 ‘지역’을 포함하는 개헌이 이뤄져야 한다.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뿐만 아니라 ‘지역’도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받지 아니”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독일, 프랑스 등 선진외국의 헌법은 ‘고향과 출신’에서도 “불이익을 받거나 우대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함으로서 평등권을 보장했다. 도시 경쟁력이 지방분권 실현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에 중앙당의 눈치만 보는, 정체성 없는 지역대표 출현을 근본적으로 막으려면 지방분권형 개헌이 불가피하다. 그리고 지방분권형 개헌을 공론화하려면 우선 내년 지방선거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

따라서 경실련은 정치권보다 한발 앞서 내년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를 준비할 때만이 재정분권은 실현가능하다. 서로의 분발을 촉구한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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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는 20대 총선 후보들에게 ‘지속가능한 지방자치 실현을 위한 지방분권 7대 과제’를 제안하고 그 실천을 약속받는 매니페스토 실천운동을 전개하였는데, 3월14일부터 4월7일까지 118명의 후보가 서명하였다.
지방분권 7대 과제는 ①『중앙-지방 협력회의』 설치, ②자치입법권 강화, ③기관위임사무 폐지, 사무배분 사전검토제 도입, ④자치기구, 정원 운영의 자율권 강화, ⑤국세대비 지방세 비율을 8:2에서 6:4로 확충, ⑥국회 내 상설 ‘지방분권특별위원회’ 설치, ⑦『지방분권형 헌법』 개정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월, 2016/04/11-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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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떤 책 읽으세요? 희망제작소 연구원들이 여러분과 같이 읽고, 같이 이야기 나누고 싶은 책을 소개합니다. 그 책은 오래된 책일 수도 있고, 흥미로운 세상살이가 담겨 있을 수도 있고, 절판되어 도서관에서나 볼 수 있는 책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괜찮으시다면, 같이 볼까요?


스물여덟 번째 책
<동네 안의 시민정치>
서울대생들이 참여 관찰한 서울시 자치구의 시민정치 사례

431 hope book

고백하자면, 나는 우리 동네를 잘 모른다.

앞집에 사는 아기가 네 살이라는 건 이사 온 지 10개월쯤 지나서야 알게 됐고, 동네 아이들은 어느 학교에 다니는지, 또 운동을 하려면 어디서 가능한지, 작은도서관은 어디에 있는지도 잘 모른다. 생각해보니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이 무슨 일을 어떻게 하고 다니는지는 알지만, 내가 사는 구의 구의원이나 구청장이 요즘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른다.

내가 아는 동네 정보를 끌어 모아보니 기껏해야 마트와 편의점, 커피가게 위치 정도이다. 얼마 전에는 프랜차이즈가 아닌 빵집이 동네에 새로 생긴 걸 발견하고 뿌듯함을 느끼기도 했다. 그렇지만 돌이켜보니 내가 아는 것들은 다 그저 먹고살기 위해서 돈을 쓰는 소비의 장소들일 뿐이다. 누군가 우리 동네에 어떤 모임이 있고, 어떤 재미있는 일이 있는지 물어본다면 나는 아무런 답도 못 해줄 것 같다. 어릴 적엔 이웃집에 아무렇지도 않게 놀러가기도 하고 동네 사람들과도 모두 인사하고 지냈던 것 같은데, 이제는 이웃들과 인사조차 나누기 어려워하는 어른이 되어버렸다는 사실이 종종 서글프기도 하다.

우리 사회가 지금보다 사람 살기 좋은 세상이 되려면 무엇보다 내가 사는 마을, 이웃, 공동체에 관심을 갖고 참여해야 한다고 배웠다. 그게 맞다고 생각하고 또 사람들에게도 이야기하면서 정작 나 자신은 내가 살고 있는 우리 동네에 대해 잘 모른다고 이야기하자니 조금 부끄럽기도 하다. 희망제작소의 연구원으로 일하면서 마을과 지역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주민참여활동에 관심을 갖고 있고, 전국 곳곳의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많이 듣고 있지만, 정작 나는 아직 우리 동네의 ‘주민’이 되지는 못했다. 한편으로는, 서울같이 큰 도시에 사는 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이렇게 살아가지 않느냐고 변명도 하고 싶다. 그러면서도 또 다른 한편으로는, 일이 조금 더 여유가 생기거나 이 동네에 조금 더 오래 살게 된다면, 그때는 나도 ‘진짜 동네 사람’이 돼서 이웃들과 재미있게 작은 일이라도 해볼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상상해보기도 한다.

내 이웃들도 이런 생각을 종종 하지는 않을까? 한 번쯤은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해본 사람들에게 <동네 안의 시민정치>를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동네 안의 시민정치>는 서울의 10개 자치구에서 주민들이 자기 동네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노력한 다양한 사례를 꼼꼼하게 정리해 담고 있다. 분량이 꽤 두꺼운 편이기 때문에 다 읽기 어렵다면,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이나 관심 가는 사례부터 찾아봐도 괜찮을 것 같다. 워낙 다양한 활동이 소개되어 있기 때문에, 그중에서 하나쯤은 나도 해볼 수 있을 것 같은 일을 발견하게 될 수도 있으니까.

이미 많은 사례를 알고 있는 현장의 활동가나 사업 담당자들도 이 책을 읽어봤으면 한다. 성북구의 마을민민주주의 사업이나 성동구의 수제화협동회 등 이미 언론이나 지자체의 홍보를 통해 잘 알려진 사례도 담겨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는 어떤 사업의 우수사례집이나 짧은 기사에는 담겨 있지 않은 다양한 주체들의 목소리가 비교적 생생하게 실려 있기 때문이다. 한 사례에 대한 주민, 시민단체 활동가, 중간지원조직 또는 공무원 등 여러 주체의 입장을 담고 있고, 각자의 위치에서 겪고 있는 어려움이나 문제점도 솔직하게 전달하고 있어 더 나은 실천의 방향을 고민할 수 있게 해준다는 장점이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서울대 시민정치론 강의를 수강한 35명의 학생들이다. 책의 기획 등은 담당교수와 대학원생들이 함께 했지만 주민참여예산제를 비롯해서 작은도서관, 마을만들기 사업, 사회적경제 등 다양한 사례를 찾아내고, 시민정치의 관점에서 정리한 건 모두 학생들이다. 학생들이 시민정치의 현장을 찾아 공부하고 정리하는 과정을 담아낸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이 책의 매력은 더 커진다. 서울의 다른 자치구 사례를 다룬 2권도 발간될 예정이라고 하는데, 서울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지역주민 또는 학생들이 중심이 돼서 새로운 시민정치의 현장 목소리를 전해주는 기획이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글 : 황현숙 | 사회의제팀 연구원 · [email protected]

화, 2016/07/1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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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이라는 책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나 역시 김지영 씨와 마찬가지로 1980년대에 태어났다. 다른 게 있다면 그녀는 대도시, 나는 농어촌 소도시에서 유년기를 보냈다는 점이다. 믿기 힘든 이야기지만, 내 고향에는 그 흔한 슈퍼 하나 없었다. 대신 이장님이 가정집 한 편에 생필품을 대량으로 사두고 마을 사람들에게 되팔곤 했다. 버스는 하루에 5번 정해진 시각에만 오갔다. 혹여라도 늦잠자서 첫차를 놓치는 날에는 1시간을 걸어 등교해야 했다.

2018년 3월, 희망제작소는 평창동 시대를 마무리하고 성산동으로 보금자리를 옮깁니다. 새 터전에서 희망제작소는 ‘모든 시민이 연구자인 시대’를 실현하려 합니다. 생활 현장을 실험실로 만들고, 그 현장에서 뿌리내리고 있는 시민이 연구자가 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2006년부터 2017년까지 수송동과 평창동에서 희망제작소는 여러 실험을 했고, 이를 통해 많은 시민을 만났습니다. 희망제작소는 우리 사회의 어떤 요구에서 탄생했을까요? 시대적 흐름 속에서 시민과 함께 어떤 변화를 만들었을까요? 밀레니얼 세대(millenials)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글은 총 다섯 번에 걸쳐 연재됩니다.

* 밀레니얼세대(millenials) :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출생한 세대. 모바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정보기술(IT)에 능통하며 대학 진학률이 높다는 특징을 가진다. 2007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사회에 진출해 고용 감소, 일자리 질 저하 등을 겪어 평균 소득이 낮으며 대학 학자금 부담도 안고 있다. 이 때문에 결혼을 미루고 내 집 마련에 적극적이지 않다. (출처 : 박문각 시사상식사전)

[기획연재] 밀레니얼세대 다이어리 : ① 내 고향은 ‘식민지’다?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책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나 역시 김지영 씨와 마찬가지로 1980년대에 태어났다. 다른 게 있다면 그녀는 대도시, 나는 농어촌 소도시에서 유년기를 보냈다는 점이다.
믿기 힘든 이야기지만, 내 고향에는 그 흔한 슈퍼 하나 없었다. 대신 이장님이 가정집 한 편에 생필품을 대량으로 사두고 마을 사람들에게 되팔곤 했다. 버스는 하루에 5번 정해진 시각에만 오갔다. 혹여라도 늦잠자서 첫차를 놓치는 날에는 1시간을 걸어 등교해야 했다.
차를 타고 50여 분 달려야 당도할 수 있는 ‘시내’라고 불리는 곳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래도 그곳에는 작은 규모나마 병원과 슈퍼, 음식점 등이 자리하고 있었다. 어머니를 따라 장이라도 보러 가는 날에는 신세계를 경험한 것처럼 길거리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미지는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실제 내용과 무관합니다)

▲ 나는 농어촌 소도시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 이미지는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실제 내용과 무관합니다

불편은 당연한 것?

고등학교 입학 후 얼마 되지 않았을 즈음 아버지가 암으로 쓰러지셨다. 아버지는 한 달에 한 번씩 항암 치료를 위해 서울에 있는 병원을 찾았다. 치료가 끝난 후에도 추적 관찰을 위해 정기적으로 병원에 가야 했다. 병원에 가는 날에 아버지는 다른 일정을 일절 잡지 않았다. 이동에만 왕복 다섯 시간, 대기와 진료시간까지 합치면 일곱 시간이 넘게 걸리다 보니 하루를 꼬박 반납해야 했기 때문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보호자 역할로 아버지 따라 병원에 가는 날에는 다른 약속을 잡을 수 없었다. 평생을 시골에서만 자라 처음으로 서울 땅을 밟게 됐지만, 그곳이 어떤 세계인지 살필 겨를 없이 병원만 찍고 집에 돌아가기 바빴다. 우리 부녀의 하루는 돌아볼 여유 없이 그 어느 때보다 잽싸게 지나갔다.
대학에 진학하면서 대도시로 ‘유학’을 가게 됐다. 고향에는 4년제는 물론 2, 3년제 대학도 없으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처음으로 부모님 곁을 떠나 자취라는 것을 하게 됐다. 대도시에서 나고 자란 친구들보다 생활비가 배로 들었다. 부모님 부담을 덜어드리겠다는 생각에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했다. 고달픈 생활이 이어졌지만 ‘유학’ 온 입장이니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부모님 부담을 덜어드려야겠다는 생각에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했다(이미지는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실제 내용과 무관합니다)

▲ 부모님 부담을 덜어드려야겠다는 생각에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했다 / 이미지는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실제 내용과 무관합니다

아니, 당연하지 않았다

그 ‘어쩔 수 없다’는 생각에 의심을 품게 된 것은 친구가 아프면서부터다.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의 병원에서 이상 징후 소견을 들은 친구는 그다음 날 대학병원에서 검사를 했고 한 주 뒤부터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수업이 끝나면 친구는 병원으로 향했다. 진료 후에는 영화 한 편을 보고 애인과 데이트도 했다. 밤늦은 시간에는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며 책을 읽는다고도 했다.
친구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하루를 꼬박 반납하면서 아버지와 서울 병원을 오갔을 때가 떠올랐다. 미묘한 이질감과 박탈감이 몰려왔다. 돌이켜보니 병원뿐만이 아니었다. 수능시험을 본 후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을 보겠다고 서울에 갔던 때를 떠올렸다. 공연 관람비는 2만 원이었지만 왕복 교통비는 4만 원에 달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셈. 하지만 서울에서는 왕복 2천 원이면 공연장과 집을 오갈 수 있다 했다. 내 고향에는 대학이 하나도 없다. 하지만 서울에는 4년제만 해도 60여 개에 달한다.
아! 이상해도 너무 이상하다.
그렇다. 내가 당연하다고 여기던 것들은 당연한 게 아니었고, 어쩔 수 없다고 여기던 것들은 그냥 받아들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교육, 의료, 문화, 일자리 등 내 삶의 궤적과 직결된 모든 것이 대도시, 특히 서울에 집중돼 있었다. 그렇다보니 지역에서 나고 자란 내 생활은 철저히 대도시에 종속될 수밖에 없었다. ‘지방은 식민지다, ’서울공화국‘이라는 말은 괜히 나온 게 아니었다.

▲ 서울러(서울사람)과 지방러(지방사람)의 차이 / 트위터 갈무리

▲ 서울러(서울사람)과 지방러(지방사람)의 차이 / 트위터 갈무리

식민지의 삶은 ‘여전히’ 유효

지금 내 일터는 서울에 있다. 생활터전 역시 서울이다. 부모님은 대도시에서 일하는 자식을 자랑스러워 하시지만, 화려한 싱글은 영화에서나 가능할 뿐 1인 가구의 삶이 녹록할 리 없다. 언제라도 고향에 내려가 부모님과 함께 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가서도 일자리를 찾는 게 쉽지 않아 망설이고 있다.
이제는 병원에 가기 위해 하루를 꼬박 쓰지 않는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왕복 3천 원의 교통비로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을 보러 갈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끝일까? 지금 이 순간에도 어떤 이는 내가 과거에 경험했던 것들을 그대로 겪고 있을 것이다. 주체와 대상만 바뀔 뿐 현상은 그대로다. 근본적인 것이 바뀌지 않는 이상 식민지의 삶은 유효하다.
그간 지역 격차를 줄이기 위한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 문제는 역대 정권의 빠지지 않는 공약과 과제였다. 하지만 성과는 늘 미약했다. 문재인 정부 역시 지방분권을 핵심 국정과제로 제시했다. 헌법 개정안에 이를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도시에서 나고 자란 대부분의 친구는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여전히 이 사안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지방자치가 시행된 지 몇 년이 되었고, 국세와 지방세 비율이 8대 2라서 뜯어고쳐야 한다는 말은 나에게도 어려운 내용이다. 하지만 지방분권, 즉 분산이 필요하다는 것은 저런 설명 없이도 잘 알 것 같다. 어린 시절부터 겪어 온 지역 간 격차가 체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신년사에서 '지방분권과 자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청와대 홈페이지 갈무리)

▲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신년사에서 ‘지방분권과 자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 청와대 홈페이지 갈무리

‘서울’이 아니라 ‘지역’에 집중

민선 5기 이후, 많은 지방자치단체에서 분권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지역의 사정을 가장 잘 아는 곳이 지방정부이다보니, 현안에 따라 기민한 대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 성과도 있었다. 포켓몬고 게임이 속초, 고성, 양양 등지에서만 가능하던 때에, 속초시는 이를 마케팅에 적극 활용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꾀했고 해외에 ‘속초’라는 지역을 널리 알렸다. 전주시는 ‘한옥마을’이라는 자산을 근처 남부시장과 엮어 전통시장 살리기에 성공했다. 모두 ‘서울’이 아니라 ‘지역’에 집중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당장 많은 것을 바꾸거나 격차를 한순간에 줄일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서울과 중앙에 몰려있는 것들을 분산하려 계속 노력하다 보면 조금씩 나아지지 않을까. 그 출발이 지방분권이 되길 바란다. 이번에는 부디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기를. 내 고향이 더는 식민지라는 단어와 엮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덧붙임.
오해의 소지가 있는데, 나는 농어촌에서 나고 자란 것을 누구보다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그곳에서 얻은 소중한 추억은 내 삶을 지탱하는 큰 힘이 되고 있다.

지역 간 격차는 한국 사회의 고질적 문제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1960년대에 한국에서 미국 외교관으로 활동한 그레고리 헨더슨은 “파리가 곧 프랑스이듯이, 서울이 곧 한국이다”라며 모든 것이 중앙에 집중된 한국의 현실을 꼬집기도 했지요.

희망제작소는 2006년 창립 이래, 지역 문제에 꾸준히 천착해 왔습니다. 지역은 우리 삶의 자양분이고 국가의 중심이며, 지역이 살아야 모두가 행복해진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이에 지역과 중앙의 균등한 발전을 도모하고 지방자치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한 활동을 꾸준히 진행했습니다.

* 대표 활동
– 목민관클럽 : 지방자치 혁신을 고민하는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연구모임입니다. 정기포럼과 소식지 발간 등으로 서로의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으며, 희망제작소가 사무국을 맡고 있습니다. (자세히 보기)
– 협치 아카데미 : 지역의 정책을 기획하고 만드는 데 주민과 행정이 함께할 수 있도록 다양한 협치 아카데미와 프로그램을 운영했습니다. 이를 통해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도모했습니다. (사례 보기)
– 지방분권 매니페스토 운동 :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지방분권을 위한 7대 과제 실천서약(매니페스토) 운동을 펼쳤습니다. 약 120여 명의 여야 후보가 서명하였습니다. (자세히 보기)
– 주민참여예산교육 : 2011년 지방재정법 개정으로 주민참여예산제도가 의무화되었습니다. 희망제작소는 주민이 더욱 쉽게 제도를 이해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매해 각 지역 특성에 맞춘 주민참여예산학교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사례 보기)
– 지역리더교육 : 통·반장, 자치위원 등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이를 통해 지역의 문제를 스스로 고민하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주민을 지원했습니다.
– 목민관학교 : 지역을 새롭게 변화시키려는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 교육감과 교육의원 출마 희망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아카데미입니다. 2008년부터 총 7기에 걸쳐 프로그램을 운영하였고, 약 170여 명의 역량 있는 지역사회리더를 발굴, 양성하였습니다. (사례 보기)

* 이 글에 등장하는 인물, 설정 등은 실제와 무관하며, 현실에 기초하여 창조되었음을 밝힙니다.

– 글 : 최은영 | 커뮤니케이션센터 선임연구원 · [email protected]

월, 2018/01/15-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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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이라는 책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나 역시 김지영 씨와 마찬가지로 1980년대에 태어났다. 다른 게 있다면 그녀는 대도시, 나는 농어촌 소도시에서 유년기를 보냈다는 점이다. 믿기 힘든 이야기지만, 내 고향에는 그 흔한 슈퍼 하나 없었다. 대신 이장님이 가정집 한 편에 생필품을 대량으로 사두고 마을 사람들에게 되팔곤 했다. 버스는 하루에 5번 정해진 시각에만 오갔다. 혹여라도 늦잠자서 첫차를 놓치는 날에는 1시간을 걸어 등교해야 했다.

2018년 3월, 희망제작소는 평창동 시대를 마무리하고 성산동으로 보금자리를 옮깁니다. 새 터전에서 희망제작소는 ‘모든 시민이 연구자인 시대’를 실현하려 합니다. 생활 현장을 실험실로 만들고, 그 현장에서 뿌리내리고 있는 시민이 연구자가 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2006년부터 2017년까지 수송동과 평창동에서 희망제작소는 여러 실험을 했고, 이를 통해 많은 시민을 만났습니다. 희망제작소는 우리 사회의 어떤 요구에서 탄생했을까요? 시대적 흐름 속에서 시민과 함께 어떤 변화를 만들었을까요? 밀레니얼 세대(millenials)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글은 총 다섯 번에 걸쳐 연재됩니다.

* 밀레니얼세대(millenials) :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출생한 세대. 모바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정보기술(IT)에 능통하며 대학 진학률이 높다는 특징을 가진다. 2007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사회에 진출해 고용 감소, 일자리 질 저하 등을 겪어 평균 소득이 낮으며 대학 학자금 부담도 안고 있다. 이 때문에 결혼을 미루고 내 집 마련에 적극적이지 않다. (출처 : 박문각 시사상식사전)

[기획연재] 마이 밀레니얼 다이어리 : ① 내 고향은 ‘식민지’?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책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나 역시 김지영 씨와 마찬가지로 1980년대에 태어났다. 다른 게 있다면 그녀는 대도시, 나는 농어촌 소도시에서 유년기를 보냈다는 점이다.
믿기 힘든 이야기지만, 내 고향에는 그 흔한 슈퍼 하나 없었다. 대신 이장님이 가정집 한 편에 생필품을 대량으로 사두고 마을 사람들에게 되팔곤 했다. 버스는 하루에 5번 정해진 시각에만 오갔다. 혹여라도 늦잠자서 첫차를 놓치는 날에는 1시간을 걸어 등교해야 했다.
차를 타고 50여 분 달려야 당도할 수 있는 ‘시내’라고 불리는 곳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래도 그곳에는 작은 규모나마 병원과 슈퍼, 음식점 등이 자리하고 있었다. 어머니를 따라 장이라도 보러 가는 날에는 신세계를 경험한 것처럼 길거리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미지는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실제 내용과 무관합니다)

▲ 나는 농어촌 소도시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 이미지는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실제 내용과 무관합니다

불편은 당연한 것?

고등학교 입학 후 얼마 되지 않았을 즈음 아버지가 암으로 쓰러지셨다. 아버지는 한 달에 한 번씩 항암 치료를 위해 서울에 있는 병원을 찾았다. 치료가 끝난 후에도 추적 관찰을 위해 정기적으로 병원에 가야 했다. 병원에 가는 날에 아버지는 다른 일정을 일절 잡지 않았다. 이동에만 왕복 다섯 시간, 대기와 진료시간까지 합치면 일곱 시간이 넘게 걸리다 보니 하루를 꼬박 반납해야 했기 때문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보호자 역할로 아버지 따라 병원에 가는 날에는 다른 약속을 잡을 수 없었다. 평생을 시골에서만 자라 처음으로 서울 땅을 밟게 됐지만, 그곳이 어떤 세계인지 살필 겨를 없이 병원만 찍고 집에 돌아가기 바빴다. 우리 부녀의 하루는 돌아볼 여유 없이 그 어느 때보다 잽싸게 지나갔다.
대학에 진학하면서 대도시로 ‘유학’을 가게 됐다. 고향에는 4년제는 물론 2, 3년제 대학도 없으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처음으로 부모님 곁을 떠나 자취라는 것을 하게 됐다. 대도시에서 나고 자란 친구들보다 생활비가 배로 들었다. 부모님 부담을 덜어드리겠다는 생각에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했다. 고달픈 생활이 이어졌지만 ‘유학’ 온 입장이니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부모님 부담을 덜어드려야겠다는 생각에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했다(이미지는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실제 내용과 무관합니다)

▲ 부모님 부담을 덜어드려야겠다는 생각에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했다 / 이미지는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실제 내용과 무관합니다

아니, 당연하지 않았다

그 ‘어쩔 수 없다’는 생각에 의심을 품게 된 것은 친구가 아프면서부터다.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의 병원에서 이상 징후 소견을 들은 친구는 그다음 날 대학병원에서 검사를 했고 한 주 뒤부터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수업이 끝나면 친구는 병원으로 향했다. 진료 후에는 영화 한 편을 보고 애인과 데이트도 했다. 밤늦은 시간에는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며 책을 읽는다고도 했다.
친구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하루를 꼬박 반납하면서 아버지와 서울 병원을 오갔을 때가 떠올랐다. 미묘한 이질감과 박탈감이 몰려왔다. 돌이켜보니 병원뿐만이 아니었다. 수능시험을 본 후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을 보겠다고 서울에 갔던 때를 떠올렸다. 공연 관람비는 2만 원이었지만 왕복 교통비는 4만 원에 달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셈. 하지만 서울에서는 왕복 2천 원이면 공연장과 집을 오갈 수 있다 했다. 내 고향에는 대학이 하나도 없다. 하지만 서울에는 4년제만 해도 60여 개에 달한다.
아! 이상해도 너무 이상하다.
그렇다. 내가 당연하다고 여기던 것들은 당연한 게 아니었고, 어쩔 수 없다고 여기던 것들은 그냥 받아들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교육, 의료, 문화, 일자리 등 내 삶의 궤적과 직결된 모든 것이 대도시, 특히 서울에 집중돼 있었다. 그렇다보니 지역에서 나고 자란 내 생활은 철저히 대도시에 종속될 수밖에 없었다. ‘지방은 식민지다, ’서울공화국‘이라는 말은 괜히 나온 게 아니었다.

▲ 서울러(서울사람)과 지방러(지방사람)의 차이 / 트위터 갈무리

▲ 서울러(서울사람)과 지방러(지방사람)의 차이 / 트위터 갈무리

식민지의 삶은 ‘여전히’ 유효

지금 내 일터는 서울에 있다. 생활터전 역시 서울이다. 부모님은 대도시에서 일하는 자식을 자랑스러워 하시지만, 화려한 싱글은 영화에서나 가능할 뿐 1인 가구의 삶이 녹록할 리 없다. 언제라도 고향에 내려가 부모님과 함께 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가서도 일자리를 찾는 게 쉽지 않아 망설이고 있다.
이제는 병원에 가기 위해 하루를 꼬박 쓰지 않는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왕복 3천 원의 교통비로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을 보러 갈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끝일까? 지금 이 순간에도 어떤 이는 내가 과거에 경험했던 것들을 그대로 겪고 있을 것이다. 주체와 대상만 바뀔 뿐 현상은 그대로다. 근본적인 것이 바뀌지 않는 이상 식민지의 삶은 유효하다.
그간 지역 격차를 줄이기 위한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 문제는 역대 정권의 빠지지 않는 공약과 과제였다. 하지만 성과는 늘 미약했다. 문재인 정부 역시 지방분권을 핵심 국정과제로 제시했다. 헌법 개정안에 이를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도시에서 나고 자란 대부분의 친구는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여전히 이 사안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지방자치가 시행된 지 몇 년이 되었고, 국세와 지방세 비율이 8대 2라서 뜯어고쳐야 한다는 말은 나에게도 어려운 내용이다. 하지만 지방분권, 즉 분산이 필요하다는 것은 저런 설명 없이도 잘 알 것 같다. 어린 시절부터 겪어 온 지역 간 격차가 체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신년사에서 '지방분권과 자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청와대 홈페이지 갈무리)

▲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신년사에서 ‘지방분권과 자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 청와대 홈페이지 갈무리

‘서울’이 아니라 ‘지역’에 집중

민선 5기 이후, 많은 지방자치단체에서 분권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지역의 사정을 가장 잘 아는 곳이 지방정부이다보니, 현안에 따라 기민한 대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 성과도 있었다. 포켓몬고 게임이 속초, 고성, 양양 등지에서만 가능하던 때에, 속초시는 이를 마케팅에 적극 활용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꾀했고 해외에 ‘속초’라는 지역을 널리 알렸다. 전주시는 ‘한옥마을’이라는 자산을 근처 남부시장과 엮어 전통시장 살리기에 성공했다. 모두 ‘서울’이 아니라 ‘지역’에 집중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당장 많은 것을 바꾸거나 격차를 한순간에 줄일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서울과 중앙에 몰려있는 것들을 분산하려 계속 노력하다 보면 조금씩 나아지지 않을까. 그 출발이 지방분권이 되길 바란다. 이번에는 부디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기를. 내 고향이 더는 식민지라는 단어와 엮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덧붙임.
오해의 소지가 있는데, 나는 농어촌에서 나고 자란 것을 누구보다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그곳에서 얻은 소중한 추억은 내 삶을 지탱하는 큰 힘이 되고 있다.

지역 간 격차는 한국 사회의 고질적 문제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1960년대에 한국에서 미국 외교관으로 활동한 그레고리 헨더슨은 “파리가 곧 프랑스이듯이, 서울이 곧 한국이다”라며 모든 것이 중앙에 집중된 한국의 현실을 꼬집기도 했지요.

희망제작소는 2006년 창립 이래, 지역 문제에 꾸준히 천착해 왔습니다. 지역은 우리 삶의 자양분이고 국가의 중심이며, 지역이 살아야 모두가 행복해진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이에 지역과 중앙의 균등한 발전을 도모하고 지방자치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한 활동을 꾸준히 진행했습니다.

* 대표 활동
– 목민관클럽 : 지방자치 혁신을 고민하는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연구모임입니다. 정기포럼과 소식지 발간 등으로 서로의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으며, 희망제작소가 사무국을 맡고 있습니다. (자세히 보기)
– 협치 아카데미 : 지역의 정책을 기획하고 만드는 데 주민과 행정이 함께할 수 있도록 다양한 협치 아카데미와 프로그램을 운영했습니다. 이를 통해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도모했습니다. (사례 보기)
– 지방분권 매니페스토 운동 :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지방분권을 위한 7대 과제 실천서약(매니페스토) 운동을 펼쳤습니다. 약 120여 명의 여야 후보가 서명하였습니다. (자세히 보기)
– 주민참여예산교육 : 2011년 지방재정법 개정으로 주민참여예산제도가 의무화되었습니다. 희망제작소는 주민이 더욱 쉽게 제도를 이해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매해 각 지역 특성에 맞춘 주민참여예산학교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사례 보기)
– 지역리더교육 : 통·반장, 자치위원 등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이를 통해 지역의 문제를 스스로 고민하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주민을 지원했습니다.
– 목민관학교 : 지역을 새롭게 변화시키려는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 교육감과 교육의원 출마 희망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아카데미입니다. 2008년부터 총 7기에 걸쳐 프로그램을 운영하였고, 약 170여 명의 역량 있는 지역사회리더를 발굴, 양성하였습니다. (사례 보기)

* 이 글에 등장하는 인물, 설정 등은 실제와 무관하며, 현실에 기초하여 창조되었음을 밝힙니다.

– 글 : 최은영 | 커뮤니케이션센터 선임연구원 · [email protected]

월, 2018/01/15-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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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총선 정책과제에 대한 후보자 답변 현황


20대 총선을 맞이하여 마창진 참여자치시민연대는 "우리는 희망에 투표한다"라는 주제로 20대 총선 정책 캠페인을 진행하였다. 


20대 총선에 출마한 후보자들이 연일 공약과 정책을 발표하고 있지만, 대개의 정책과 공약이 입법기관의 대표로서의 정책과 공약인지 유권자가 판단하기 어렵고, 더욱이 입법기관의 대표로서의 공약을 찾기가 어려운 현실이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리인으로서 각각 입법기관의 대표이기 때문에 국회의원은 기본적으로 입법활동을 통해 국민을 대리한다.


이에 마창진 참여연대는 20대 총선 정책 캠페인, 첫 번째로 국회에서 제·개정된 수많은 법률 중에서 정치(선거법, 정당법 등), 지방자치, 민생, 인권 분야를 중심으로 개정되거나 제정되어야 할 주요 정책과제를 선정하고, 선정된 정책과제에 대한 후보자 의견조사를 진행하였다. 



20대 총선 정책과제에 대한 도내 후보자 답변 현황

비 고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노동당

공화당

무소속

전체(명)

53

16

13

6

1

1

1

15

답변(명)

32

8

12

4

1

1

0

6

비율(%)

60.3

50.0

92.3

66.6

100

100

0

40.0

무응답

(불참)

후보

21

강기윤 윤한홍

박대출 김재경

이군현 김한표

윤영석 이장권

남명우

홍순경

윤석준

-

-

한경수

강주열 차상돈

최성근 이형우

이구녕 조해진

김종혁 우민지

황윤영

- 새누리당의 답변율이 50%로 낮았고, 특히 현직 의원(19대 국회의원)들의 답변율이 낮았다. 따라서 현직 의원들에 대한 의정활동을 제대로 평가해 유권자들에게 공개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겠다.





○ 정책과제와 후보자 답변현황 등 구체적인 자료는 첨부자료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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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2016/04/11-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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