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 각종 위원회가 궁금하고 어려운 당신을 위한 친절한 설명서
단군 이래 최대 스펙을 갖춘 청년들이 처한 사회적 위험은 청년 세대에만 분절되어 나타나는 과도기적 문제가 아니다. 가정과 학교에서 일과 사회로의 진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이행의 부재는 사회 밖 청년을 계속 양산하는 것은 물론이고, 계층 간의 이동 사다리가 붕괴된 사회에서 빈곤의 함정이라는 악순환 구조를 고착시킨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듯 최근 핫 이슈가 된 수저 계급론은 부모의 경제력이 자녀의 계급이 되는 암울한 사회상을 반영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처럼 청년의 삶 자체가 균질하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연령이나 세대 담론으로 청년을 규정하는 것은 매우 편협하고 위험하다.
더 큰 문제는
‘대상화되어 소비되는 청년, 그 속에 청년 당사자는 없다’는 것이다.
88만 원 세대, N포 세대, 이케아 세대
캥거루족, 자라족, 빨대족
헬조선과 수저계급론…
‘카더라’식의 황색 언론에 의해 청년은 자극적인 언어로 표현되어 ‘OO세대’ 내지 ‘OO족’으로 대상화되고, 그 과정에서 생성된 세대 담론 안에서 청년은 사회, 정치, 경제,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소비되기 쉬운 가십거리로 다뤄진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청년 누구도 그렇게 불리길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청년이 사회에서 노동(일)을 통해 자기 규명을 하기도 전에 타자화된다는 것은 사회가 건강하지 못하다는 방증으로 매우 불행한 일이며, 청년 당사자에게는 매우 불쾌한 일이다. 왜냐하면 인구, 교육, 일자리, 창업, 취업, 재벌, 임금, 주거, 금융절벽으로 이어지는 ‘죽임의 사회’(절벽사회(2003), 고재학, 21세기북스) 속에서 청년에게 노동이란 삶과 맞닿아 있는 본질이 아닌 단순 생계유지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부당하고 불편한 현실이라도 적당한 타협 선에서 일명 ‘쭈글이’가 되어 자신을 굴복시켜 가며 납득해야만 하는 유쾌하지 못한 상황에 계속 노출되기 때문이다.
결국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넌 대답만 하면 돼)’식의 한정된 선택지 안에서 청년들은 자신의 삶을 꾸역꾸역 구겨 넣게 된다. 여기서 문제는 그 결과에 대한 선택의 책임이 개인에 전가된다는 것이다. 마치 일자리 미스 매치의 문제가 눈 높은 청년 개인의 탓으로 귀결되는 것과 같다. 이러한 시각은 사용주(공급자)의 관점에서만 고용 불일치의 원인을 진단하고 해법을 찾는 정책 미스 매치로 이어진다. 이처럼 사회에서도, 정책에서도 당사자인 청년은 있어도 없는, 실재적 존재의 부재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신의를 기반으로 닫힌 정의를 깨고 열린 정책으로
중앙정부는 청년의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 매년 2조 원에 달하는 예산을 쓰지만 체감도와 실효성은 매우 낮다. 정부 스스로 입을 열지 않았지만, 이미 감사원 자료에서는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실패한 것으로 나와 있다. 그런데도 계속해서 잘못된 프레임으로 일자리 문제를 바라보고, 같은 구조로 해법을 찾는다는 것은 해결 의지마저도 의심케 만든다. 일례로 통계청에서 고용동향으로 발표하는 실업률과 고용률은 실제 고용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끊임없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일말의 개선의 여지조차 보이지 않는다. 이로 인해 지표에도 잡히지 않는 배제된 청년들은 또다시 일과 사회로 진입하지 못한 채 주변부를 배회하는 삶을 살아가게 된다. 이런 양상이 계속 반복되어 나타나는 이유는 정책에서도 청년의 실재적 존재 부재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무역의존도가 인구 대비 높은 우리나라에서 대기업 위주의 기형적 경제구조가 고착되어 발생하는 노동시장의 이중 구조로 인한 양극화의 폐해를 집약적으로 IMF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바 있는 청년들에게 더욱이 저성장 시대로 접어든 오늘날, 솔직히 까놓고 이야기하면 고용창출이라는 단어는 허상에 가깝다. 기업의 투자와 수출부진이 계속되고, 가계부채는 1000조 원을 이미 넘어선 상태에서 국가채무의 규모는 계속 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고 있는 청년들에게 미래의 희망이 아닌 과거의 유물을 보여 주며 ‘추억팔이’를 하는 건 도의상 맞지 않는다. 성장 일변도의 상향주의 정책을 펼치는 것이 ‘쌍팔년’도까지는 먹혔을지 몰라도 이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무역의존도를 높여 계속 경제의 불안정성을 확대할 것이 아니라, 국민의 소득 기반을 건실하게 하여 내수 기반을 다지는 정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듯 청년정책 역시도 한층 더 긴 호흡으로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정책의 프레임부터 바꾸어야 한다.
청년문제 해결을 위해 오로지 일자리 숫자를 늘리는 데 혈안이 되거나, 창업시장에 ‘묻지 마’식으로 내모는 기존의 무책임한 방식에서 벗어나 균질하지 않은 청년의 삶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비진학 고졸자, NEET족, 고학년 장기실업자 등 사회 밖 청년을 위한 훨씬 더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근로 빈곤, 주거 빈곤 등 청년을 포함한 취약 계층이 겪는 빈곤의 악순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또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대타협을 어떻게 끌어낼지에 대해 중앙 차원에서 더욱 더 적극적인 대안을 강구하고 제시할 때만이 도의성과 가능성을 가진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청년의 자치, 자립, 자생의 환경을 만드는 첫걸음, 지역과 청년의 다양성 보장
그러나 지금 매우 우려스러운 것은 청년(활동) 수당이나 청년 배당과 같이 지방정부 차원에서 그 여건과 현실에 맞춰 새로운 시도를 하려는 것을 사회보장위원회와 사전협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통제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는 마치 지방과 청년의 입에 재갈을 물린 채, 그 목소리를 반영하여 수요자 맞춤형 정책을 펼치겠다는 것과 같다. 매우 모순적인 행태로 자치권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과연 이런 자치권의 훼손이 중앙과 지방 사이에서만 일어날까?’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중앙정부와 똑같은 실수를 청년에게 혹은 시민에게 범하지 않았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공무원은 몇이나 될까?’
청년이 서포터스가 아닌, 행정이 서포터가 되어야
특별하게 주민 발의로 청년 기본 조례를 제정했다는 이유로 지방자치단체 공무원께서 전화하시거나 찾아오시는 경우가 종종 있다. 대부분 조직과 예산에 대해 집중적으로 문의하신다. 물론, 공무원으로서 조직, 인사, 예산이 매우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서툴더라도 청년 문제의 당사자인 청년의 언어를 이해하고 이를 행정의 언어로 번역하여 정책화할 수 있도록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꾸 지역에 ‘시흥시 청년 기본 조례’ 주민 발의 서명운동에 앞장섰던 시흥청년아티스트 친구들처럼 시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청년이 없다고 부러워하거나 탓만 할 일이 아니다. 지역에 청년이 없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청년이 참여할 기회의 장이 단 한 번도 마련된 적이 없으므로 청년이 배제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청년의 생활패턴에 대한 고려 없이 회의 일정을 주중 퇴근 시간 전에 잡으면 백수가 아닌 이상 학업과 생업을 포기하고 참여할 청년이 몇 명이나 될까?’
이런 기본적인 고려가 없기 때문에 정책은 있어도 청년은 없는 현상이 계속 발생하는 것이다. 전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다소 충격적인 것은 ‘지역을 떠날 청년에게 왜 그렇게까지 애쓰는지, 성과로 도출되지 않는 정책적 부담을 안고 굳이 왜 청년정책을 마련해야 하는지’를 묻는다는 것이다. 이는 적어도 청년을 신뢰한다면 혹은 청년문제를 우리 사회의 문제이자 삶의 문제로 받아들였다면 결단코 물을 수 없는 질문이라고 본다. 청년이 지역을 떠나지 않고 정착하고 살 수 있도록 삶의 터전을 만드는 일은 청년을 대상으로 한 부분적 사업이 아니라 지역에서 시민의 삶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는 길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러한 기본적인 고려사항 외에도 청년정책을 펼치는 데 있어서 적어도 공적 영역에서만큼은 열정 페이 현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정책 설계에서부터 세심한 고려가 필요하다. 청년이 계속 자기 증명을 위해 소비되는 구조가 한 번 만들어지면 이 틀을 깨고 청년들이 스스로 주체로 나서기는 쉽지 않다. 느리더라도 정책을 디자인하는 사람으로서 반드시 정책을 설계하는 단계에서부터 청년이 함께 가는 구조를 마련해 줄 것을 당부한다.
글 : 조은주 | 시흥시청 정책기획단 사무국장
노동당서울시당 주간소식
153호(2015.09.17)
[위원장칼럼] 가마솥 속의 개구리와 움츠린 개구리
개구리를 죽이는 법에 대한 고전적인 유머가 많습니다. 특히 대표적인 것이 가마솥에 차가운 물을 넣고 서서히 끊이면 물이 펄펄 끓어도 개구리들이 나가지 않고 죽는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온도가 급격하게 바뀌면 앗 뜨거 하고 나가지만 물의 온도가 천천히 오르고 있는 상태에선 견디고 견디다 목숨을 잃게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이 이야기가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소위 노사정 합의에도 적용된다고 생각합니다. 97년 IMF 구제금융시기에 구조조정법과 비정규직법이 제정되었습니다. 노동유연성을 높여야 IMF가 제시한 기준을 충족해서 모범생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그래서 몇 년 동안 거리엔 실업자와 해고자가 줄을 이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정부는 우리나라가 IMF 모범생이 되어 구제금융을 졸업했다고 자랑했습니다. 삼보그룹에서 대우그룹까지 기업오너들의 부패는 고스란히 노동자들에게 전가되었습니다.
그리고 2006년부터 한미FTA가 추진되었습니다. 이제 국제 통상기준에 맞춰야 한다며, 우물 안의 개구리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소리가 연일 쏟아져 나왔습니다. 한미FTA가 체결되면 경제적 부가 수조원에 달하고 고용 역시 수십만명에 달한다고 소리쳤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으나 결국은 통과되었습니다. 당시 협상을 이끌던 김종훈이라는 자가, 끝내 한국국적을 포기하고 미국국적을 취득하기로 했다는 후일담은 씁쓸함을 더 키웠습니다.
그 때부터 5년 사이 각종 부자감세로 100조의 돈이 증발했습니다. 대기업 위주의 투자세액공제는 2000년 초 수백억 규모에서 1,000억원 규모로 커지더니 급기야 2,000억원에 달했습니다. 그렇게 기업들은 장사를 잘해서가 아니라 세금을 깎아서 재산을 모았습니다. 그 사이 서민들의 부채는 1,000조를 넘어섰습니다. 서울에 집을 한 채 사려면 평생 쓰지 말고 돈을 모아야 한다는 우스개소리가 흘러나왔습니다. 청년의 둘 중 한명이 사실상 실업상태라는 통계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노동자의 임금이 너무 높아 청년을 고용할 수 없다는 해괴한 논리가 나왔습니다. 쌍용차의 문제와 같이 회사가 심각한 경영상의 위기를 회계조작을 통해 조작해도 대량해고를 하던 것에서 나아가, 아예 저성과자라는 자의적 기준으로 쉬운 해고를 하도록 했습니다. 또 단체협약을 거치지 않고도 사측이 일방적으로 취업규칙을 바꿀 수 있도록 했습니다. 정부와 기업은 그래야 청년일자리도 생기고 비정규직도 줄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것이 지난 9월 15일 합의된 노사정 회의의 결과입니다.
저는 1997년에서 시작된 신자유주의적인 구조조정이 이제 마무리 단계에 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은 끓는 점 근처에 도달했습니다. 서서히 온도를 높여온 탓에 정말 죽을지 실감을 못할 뿐 우리는 분명 한계 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그래서 하반기 입법과정부터 2017년 대선까지 이어지는 정치흐름은 가마솥 안에서 죽는가 아니면 뛰어 올라 가마솥에서 나올 것인가를 결정하는 시기입니다.
지금 노동당은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울지 않는 개구리였습니다. 하지만 현재 진행하고 있는 당직선거는 노동당이라는 개구리를 풀쩍 뛰어오르게 만들 수 있는 출발점입니다. 더 이상 좌고 우면할 것이 아니라 조만간 끓어 오를 가마솥을 걷어차버릴 준비를 해야 합니다. 저는 감히 노동당의 당직선거가 지난 20년 동안 진행된 신자유주의의 구조조정에 맞서 노동당의 비전을 무기로 하는 싸움에 나설 것인지 아닌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로라고 생각합니다. 노동당은 어떤 조건에서도 노동 의제를 포기하지 않는 정책역량이 있어왔습니다.
이번 당직선거를 확실하게 끝내고, 노동당명에 맞게 우리의 싸움을 준비합시다. 당의 미래와 함께 우리 사회의 미래가 달려 있다는 비상한 긴장감을 가집시다. [끝]
[선거] 대표단선거 및 당직보궐선거 내일 종료
o 7기 당대표단 선거 및 서울시당 당직보궐선거 한창입니다. 아직 마음을 못 정하신 당원들께서도 이제 슬슬 투표를 하실 때입니다. 당대표단 선거공보물과 서울시당 전국위원, 대의원, 당협임원 후보프로필을 지금 바로 확인하세요. 투표는 내일인 9월 18일 금요일까지입니다.
O 지금 투표하기: http://nvote.laborparty.kr/
[교육] 서울시당 9월 월례의무교육 - 장애인평등교육
o 여러가지 사정으로 두 달간 건너뛰었던 월례의무교육이 다시 왔습니다. 이번 달 교육은 장애인평등교육입니다. 재건은 기본으로부터, 아시죠? 기본을 잘 지키는 노동당이 됩시다. (자세히보기)
[당협소식]
o 마포당협에서 당원모임을 합니다. 매주 마포당협 상가임차인권리상담소가 열리고 있는 '참숯만난닭갈비'에서 합니다. 조만간 계약기간이 끝나고 권리금을 가로채려는 건물주와 싸움을 앞두고 있다고 하는데요. 전운이 감도는 가게에서 당원들과 함께 먹는, 숯불에 굽는 '진짜 닭갈비'는 어떤 맛일까요. 궁금하신 분들은 9월 24일 목요일 저녁 7시에 시간을 비워두세요.
[논평/보도자료]
o [논평] 상인대표가 상인들을 쫓아내는 부조리극, 서울시가 개입해야 한다 (링크)
o [논평] 노점상인 김정모 지회장의 보석결정을 환영한다 (링크)
[간추린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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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일정
9/18(금)
13:30 [종로중구] 상가임차인권리상담소 @삼청동 아랑졸띠 앞
18:00 당대표단선거 및 당직선거 종료
9/19(토)
9/20(일)
9/21(월)
9/22(화)
9/23(수)
9/24(목)
19:00 [마포] 당원모임 @참숯만난닭갈비
19:30 9월 서울시당 월례의무교육 - 장애인평등교육
민선6기 목민관클럽 제20차 정기포럼이 ‘지방·자치분권,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연다!’는 주제로, 2017년 5월 25~26일 이틀간 전북 정읍시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이번 포럼은, 지난 20여 년의 지방자치 한계점을 짚어보고 새롭게 출범한 문재인 정부에 대안을 제시하기 위한 자리로 마련되었습니다. 현장의 생생한 후기를 공유합니다.
역사의 증인, 말목장터 감나무
“1894년 1월, 고부 농민봉기로부터 시작되어 전국을 휩쓸었던 ‘갑오동학농민혁명’은 수십만의 희생자를 낸 채 좌절되었지만, 한국의 근현대사를 결정지은 역사적 사건이다. 봉건적 사회질서를 타파하고 외세의 침략을 물리치기 위해 반봉건, 반외세의 기치를 높이 세운 우리 역사상 최대 규모의 민중항쟁이었다.”
–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포럼에 앞서 참가자들은 근현대사의 운명을 가른 갑오동학농민혁명의 흔적을 찾아 나섰다. 정읍은 동학농민혁명군을 이끌던 전봉준 장군이 성장한 곳이자, 고부 관아 조병갑의 횡포에 맞서 동학농민혁명군이 집결하여 첫 승리를 거둔 곳이다. 동학농민군은 고부관아를 점령하고 나아가 전주성을 점령한 뒤 정부로부터 폐정개혁의 시행을 약속받는 전주화약을 맺는다. 그러나 정부가 폐정개혁을 미루자 농민군은 직접 각 고을에 집강소를 설치하는데, 집강소는 민중의 억울한 일을 해소하는 형태에서 각 지방의 치안과 행정을 담당하는 기능으로 강화된다. 당시, 전남지역은 53개 모든 고을에 집강소가 설치되었는데, 집강소를 운영하면서 농민군의 자치의식도 높아졌다. 오늘날 지방자치의 싹이 자라고 있었던 것이다.
동학농민혁명기념관에 들어서니, 커다란 감나무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123년 전 농민군이 집결하고 전봉준 장군이 봉기의 필요성을 역설하였던 곳에 서 있던 나무라 한다. 역사의 증인인 셈이다. 2003년 태풍 ‘매미’에 쓰러져 비록 고사목이 되었지만, 꼿꼿한 모습을 바라보니 당시 농민군의 드높았던 외침과 얼마 전 광화문을 휩쓸었던 1,700만 촛불시민의 함성이 겹쳐진다. ‘잊혀진 역사는 반복 된다’고 했던가. 동학농민혁명기념관을 둘러보면서, 실패한 혁명을 완수하고 지난 역사를 제대로 기억하는 일은 오늘 우리가 준비한 ‘지방·자치분권’을 제대로 이루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새 정부에 지방분권과 자치분권을 촉구한다
87년 민주항쟁 이후 부활한 지방자치, 20여 년이 흘렀지만 단체장과 의원을 주민의 손으로 직접 뽑는 것을 제외하면 관선시대나 민선시대나 행정 시스템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국세와 지방세 비율은 8대 2로 고정되어 있고, 지방정부의 입법, 행정, 인사, 조직권 등이 중앙정부의 강력한 통제 속에 머물고 있어 근본적인 구조와 기능개편이 필요하다.
이에, 목민관클럽 20차 정기포럼에서는 촛불시민혁명으로 새롭게 출범한 새 정부에게 더욱 근본적인 지방분권, 자치분권을 촉구하기 위한 자리를 마련하였다.
먼저,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 시절 중앙선대위 공동선대위원장 겸 자치분권균형발전위원장을 맡았던 김두관 의원을 초청하여 새 정부의 지방분권, 자치분권공약과 계획을 들어보았다.
[초청발제] 지방분권·자치분권으로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열자 / 김두관 국회의원
“문재인 대통령께서 시도지사를 포함하는 제2국무회의 신설을 약속하셨다. 저는 이게 주목할 만한 것으로 생각하는데,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으로 이양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의지가 중요하다. 에피소드를 하나 말씀드리면, 제가 행자부 장관으로 주민투표제를 도입할 당시 고건 총리나 차관, 기조실장은 반대했다. 하지만 당시 노무현 대통령께서 추진 의지를 보이면서 한 달 후 결국 주민투표제를 도입할 수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께서도 경선 당시 지방분권의 중요성에 대해서 말씀하셨고, 지방분권강화를 위한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정책협약에 서명하셨다. 최근 발표한 대통령 비서실 개편안에도 정무수석 아래 자치분권 비서관을 두는 것으로 되어 있다. 중앙정부의 권한과 사무, 재정을 지방으로 과감하게 이양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의지와 함께 국회의 역할, 당사자들의 적극적인 의지가 필요하다. 여기 계신 지방자치단체장들께서도 국정기획자문위원회와 국회의원들에게 지방분권, 자치분권의 필요성을 적극 역설하고 요구해 주셔야 한다.”
[기본발제1] 지방정부의 과세자주권을 보장하라 / 문석진 서울 서대문구청장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문석진 청장은 지방분권과 자치분권의 핵심은 재정분권이라고 생각한다며, 문재인 정부에서 재정분권을 위한 로드맵을 작성하고 적극적으로 추진해줄 것을 주문하였다.
“지방자치제도가 부활한 1992년 지방정부 재정자립도가 69.6%였는데, 2015년은 45.1%로 지속해서 하락하고 있다. 시군구별로 차이가 있겠지만 평균적으로 봤을 때, 재정자립도는 계속 떨어진다. 재정 상황으로는 지방자치가 후퇴하고 있다.
국세와 지방세 비율은 8대 2 구조지만, 중앙과 지방의 재정지출액은 4대 6구조이다. 그만큼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의 재정을 통제한다는 의미이며, 세입과 세출의 불균형은 재정자주권을 훼손하고 지방자치의 실효성을 약화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지방소비세 증액, 부동산분 양도소득세의 지방세 이양, 법인세의 공동세화 등으로 국세와 지방세 구조를 최소 6대 4구조로 바꾸어야 한다. 두 번째, 지방교부세 비율도 현행 내국세의 19.24%에서 22%로 확대하여 지방의 자주재원을 적정수준으로 확보해야 한다. 세 번째, 최근 지방재정 부담을 가중하고 있는 복지사업의 전면적인 개편이 필요하다. 특히, 지방정부의 재정여건과 관계없이 제공돼야 하는 국민 최소수준 복지사업인 생계급여, 의료급여, 기초연금, 영유아 무상보육 등 4대 기초복지사업은 전액 국비지원사업으로 전환하여야 한다.“
[기본발제2] “전략적으로 ‘자치권 근본주의’시각을 갖자” / 민형배 광주 광산구청장
이어 민형배 청장은 개별적인 개선사항보다 근본적인 시각의 변화, ‘전략적으로 자치권 근본주의 시각을 갖자’라는 제안을 내놓았다.
“논의에 앞서, 중앙을 전제로 하는 지방이라는 용어를 폐기해야 한다. 또한 단체자치가 아닌 주민자치 확대에 궁극적 목표를 두어야 한다. 자치권 근본주의 시각에서 중앙정부와 국회, 지역정부가 함께하는 지방자치가 필요하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지역정부 단위를 재조정해야 한다. 현재 기초와 광역으로 이중화되어 있는 ‘지방자치’의 제도권역을 일원화하여, ‘지역정부’로 가능하게 만들고, 그 지역정부 아래 동네 단위의 주민자치를 두어야 한다.”
[기본발제3] 지방분권 개헌, 시민참여가 절실 / 김윤식 시흥시장
“지방분권형 개헌방안은 오랫동안 학계, 시민사회에서 논의되었고, 그 내용이 문재인 대통령 공약에 담겨 있다. 현재, 대한민국 법률이 6,595개라고 하는데, 이 가운데 지방자치와 관련된 조항이 3,200여 개라고 한다. 개별 법률을 통해 자치분권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3,200여 개의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불가능하다. 결국, 현행 우리 헌법이 담고 있는 중앙집권적 권력 구조를 바꿔야 한다.
지방분권형 개헌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국민의 거부감이다. 시대정신이 요구하면 헌법을 그것에 맞게 바꿔야 한다. 하지만 기득권을 가진 정치권이 심어놓은 헌법 개정에 대한 거부감이 많은 국민에게 퍼져 있다. 국회에서 개헌특위가 6월까지 활동할 계획인데, 중앙권력 중심의 현재 구조로는 지방분권 논리가 들어갈 틈이 없다. 목민관클럽 등 지방자치 세력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새 정부의 국민참여 개헌논의기구에도 적극 참여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현행 헌법과 법률에는 국민발의권이 없는데, 진정한 자치를 위해서는 국민발안, 발의권이 먼저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지정토론] 지방분권은 전쟁이다 / 김성호 국회 개헌특위 지방분권분과 간사
“지방분권, 자치분권을 당연히 지향해야 할 것으로 생각하실지 모른다. 하지만 재정과 권한을 나눠야 하는 중앙부처와 국회의원의 생각은 다르다. 제가 국회 개헌특위 지방분권 분과 간사를 맡고 있는데, 자료집에 첨부된 내용을 제시하니 국회의원 다수가 반대했다.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중앙부처도 마찬가지이다. 장관이나 총리가 버티면, 대통령이 아무리 하고 싶어도 추진하기 어렵다. 대통령 재가를 얻어도 부처에서 제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실현하기 힘들다. 절실함이 필요하다. 국회의원들이 ‘지방분권 하지 않으면 총선에서 낙선하겠구나’라는 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메시지를 정확하게 전달해야 한다. 지난 촛불 민심과 같은 일이 각 지역에서 일어나지 않으면 지방분권 개헌은 낙관적이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
모든 참가자는, 지방분권과 자치분권이 다양성을 확보하고 국가 경쟁력을 키우며 민주주의 발전에 필요한 방향이라는 것에 동의했다. 다만,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커졌다. 중앙관료와 국회라는 벽을 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분권이 국민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는 구체적인 증거와 믿음이 필요하다. 123년 전 세상을 개혁하고자 했던 동학농민혁명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절실함으로 국민을 설득하고 작은 변화를 만들 필요가 있어 보였다. 목민관클럽이 더욱 열심히 달려야 하는 이유다.
– 글 : 송정복 | 목민관클럽팀 연구위원 · [email protected]
– 사진 : 정읍시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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