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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개정증보판] 민주노총 여성위원회의 마녀사냥과 책임 회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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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개정증보판] 민주노총 여성위원회의 마녀사냥과 책임 회피

익명 (미확인) | 화, 2017/08/29- 14:37

노동자연대는 오랜 세월 여성차별을 반대해 왔을 뿐 아니라 민주노총 투쟁을 지지해 온 좌파 노동단체로, 현 민주노총 집행부를 배출한 선본의 일원이었다. 또한 지난해 10월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의 초동발의 단체이자, 그 운동을 위한 연합체의 공동상황실장 · 집회기획팀장을 맡아 헌신한 단체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렇게 오랜 활동 속에서 검증된 단체와의 연대를 파기(비록 한 부문위원회 차원이라 해도)할 정도라면 강령과 사회적 기반이 민주노총과 화해 불가능하게 다른 것으로 드러나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화해 불가능성에 대해 노동운동 내에서 충분히 공론화되는 과정이 있었어야 했을 것이다.

그래서 노동자연대는 김수* 여성국장(이하 김 국장)과 여성위가 하고 있는 ‘노동자연대와의 연대 중단’ 캠페인의 근거와 동기가 왜 부당한지 밝히고, 상황을 바로잡고자 한다.

그 전에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다. 5월 24일 민주노총 중집 회의에 제출된 여성위회의 보고와 6월 5일 가맹 산하조직들에 공지된 여성위회의 보고는 분명 5월 16일에 열린 같은 회의에 대한 보고인데도 내용이 다르다. 중집 회의 보고에는 “연대사업 중단 결정”이라는 말이 없고, 그 대신 이렇게 돼 있다. “노동자연대와의 연대사업을 고려해야 한다고 여겨짐. 이에 절차를 거쳐 본 책자에 대한 진의를 파악하는 과정을 거쳐 대응하고자 함.”

이 과정의 진상이 규명돼야 한다. 그것은 마치 중집이 여성위의 ‘연대 사업 중단’ 결정을 승인한 듯한 착각을 가맹 산하조직들이 하도록 만든 것이므로 그 경위와 의도가 반드시 규명돼야 할 것이다.(김 국장이 해명하지 않음으로써 이 점은 여전히 규명되지 않고 있다. 8월 10일 중집에서야 여성위 연대 중단 결정 보고가 접수됐다. 즉, 여성위의 최초 연대 중단 결정이 있은 지 3개월이 지나 중집 보고를 거쳐 여성위 입장이 민주노총 웹사이트에 공개된 것이다.)

여성위의 연대 중단 결정은 무슨 근거로?

여성위가 내세운 연대 파기의 근거는 과연 합당한가? 여성위가 심지어 ‘연대 중단’까지 결정한 근거는 기껏해야 노동자연대가 펴낸 소책자 《‘피해자 중심주의’와 ‘성폭력 2차가해’ 논쟁, 어떻게 볼 것인가?》의 일부분에 대한 정치적 이견이었다. 심지어 김 국장은 단지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로 ‘소책자 전량 회수 · 폐기’와 ‘공개 사과문 게시’를 노동자연대에 요구하겠다는 계획까지 상임집행위원회에 제출했었다고 한다.(그러나 책 전량 폐기 요구가 너무 터무니없는 요구라는 제기를 받아서인지 8월 16일 공개된 입장문에서는 빠졌다.)

만약 허위사실이 있다면 마땅히 수정돼야 한다. 그러나 확인 결과, 이 소책자에 허위사실은 없었다.(이에 대해선 뒤에서 다시 다룰 것이다.) 백번 양보해 설사 허위사실이 있다손 쳐도 같은 노동단체인 노동자연대와 논쟁을 하면 되는 일이다. 노동조합 민주주의를 존중하는 노조 간부라면 이렇게 권위주의적으로 행동해서는 안 된다.

여성위는 소책자의 두 부분을 연대 파기의 근거로 삼았다. 그중 핵심은 강아무 전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장의 강간혐의 사건(2015년)에 대한 서술이었다.[1] 이 소책자의 필자(최미진 〈노동자 연대〉 신문 기자)는 피해호소인의 주장과 요구만 가지고 면밀한 진상조사를 대체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 논지를 전개하는 맥락에서 강아무 전 울산지역본부장 사건을 사례로 들었다. 특히 김 국장의 관여로 사과문이 작성되는 과정에서, 강아무가 강간만큼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음에도 일방적으로 피해호소인의 요구에 따라 강간 인정이 포함된 사과문이 게시된 사례를 들었다. 그리고 결국 이 사과문의 강간 ‘인정’ 부분이 강아무의 양심에 반한 것이라는 많은 증거가 재판에 제출됐음을 지적했다.(논의의 왜곡을 미리 막기 위해 덧붙이자면, 노동자연대는 강아무와 아무런 친분이 없으므로 우리의 주장은 그를 감싸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럴 만한 이해관계가 노동자연대에겐 없다.)

이에 대해 여성위는 이렇게 주장한다. “성폭력 사건이 재판정에서 피해자에게 유리하게 진행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임에도 [노동자연대는] 이러한 상황을 간과하고 사법부의 무죄 판결만으로 가피해를 가르는 오류를 드러[냈다.]” 그리고 “민주노총 진상조사위원회가 가피해 당사자의 동의와 구체적인 진술을 바탕으로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자연대가] 자신들의 논리를 정당화하기 위해 조사과정 전체를 무력화 시키는 태도[를 드러냈다.]” 이는 “민주노총 진상조사위의 활동과 중집의 결정을 무력화시키는 태도[로],” “명백한 ‘2차가해’[다.]” 따라서 노동자연대와의 연대를 중단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민주노총의 조사과정을 무력화시킬” 어떤 의도도 없다. 그저 “피해자 중심주의”나 “2차가해” 같은 도그마적이고 분열주의적인 노선 때문에 노동자 계급이 불필요하게 분열되는 일이 중단돼야 한다는 미래 지향적 관점에서 시시비비를 따진 것뿐이다.

그리고 우리는 아무 합당한 근거도 없는, 또한 불필요한 주장을 한 것이 아니다. 강아무 전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장 사건의 의미와 파장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 사건은 ‘민주노총의 오른팔’이라 불리는 금속벨트의 핵심 도시 울산의 지역본부장이 연루된 강간혐의 사건이라는 점에서 결코 사소하게 취급될 수 없는 문제다. 그 일로 민주노총 공식 사과문이 발표됐고 당시 울산지역본부장 · 수석부본부장 · 사무처장이 총사퇴 했다. 위선적이게도 〈조선일보〉 등 우파 언론들은 “도마에 오른 노동계 도덕성” 운운하며 민주노총을 흠집내는 데 그 사건을 이용했다. 이처럼 그 사건의 의미와 파장이 매우 컸으므로, 노동자연대는 그 사건의 처리와 관련해 어떤 의문점이 남는다면 자유롭게 토론해야 한다고 봤다.

이 사건의 피해 호소 여성(이하 H로 지칭)은 강아무 본부장과 사귀는 동안 “성폭력”과 “언어폭력”을 당했다고 SNS에 호소했다. 이 사실을 인지한 김 국장 등 민주노총 중앙기구의 개입으로 H의 요구에 따른 사과문이 작성되고 징계도 결정됐다. 앞서 언급됐듯이, 사과문의 내용과 징계의 근거에는 단지 “언어폭력”뿐 아니라, “[H의] 의사에 반하여 성관계를 한 것”(즉, 강간)도 포함돼 있었다.

그런데 이런 민주노총 내부 진상조사 결과와 판단이 법원의 무죄 판결로 뒤집히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1심 재판부: 울산지방법원 제11형사부 판사 신민수 · 정우철 · 목명균). 최근 2심에서도 1심과 다른 판결이 나오지 않아 원심이 확정됐다(2심 재판부: 부산고등법원 제2형사부 판사 호제훈 · 추경준 · 이성).

이 사건이 “공동체” 내부 해결에서 그치지 않고 법정으로 가게 된 과정이 해당 사건에 대한 법원 ‘증거목록’을 통해 일부 드러났다.

법원 ‘증거목록’을 보면 “수사 착수 경위 – 피해자의 제보로 수사 착수 함”이라고 적혀 있다. 수사기관이 “피해자”의 제보를 바탕으로 이를 인지해 사건 수사를 진행하였다는 것이다.(수사기관이 이 사건을 인지하고 기소하게 된 구체적 과정에 대해서는 풀리지 않는 의문점들이 있다.) 한편, 이때 강아무가 고용된 현대차 사측도 강간 혐의를 빌미로 그를 해고하려 했다. 사측은 여성차별에 눈곱만큼도 관심 없으면서 이 사건을 노동운동을 흠집내 약화시킬 기회로 이용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여성위는 노동자연대가 민주노총 내부 규정에 따른 판단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이를 근거로 연대 중단을 결정했다. 그런데 “공동체가 함께 극복해야 할 사안”을 수사기관으로 가져간 것은 H 자신이라는 얘기다. 그러자 강간혐의로 해고 위협까지 받게 된 강아무가 법정에서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려 했던 것이다.

즉, 노동자연대는 H 자신이 사건을 수사기관으로 가져간 뒤에 진행된 일을 사후적으로 살펴보며 반성폭력운동에 주는 교훈을 이끌어내고자 했을 뿐이다. 따라서 여성위가 이 사실을 누락한 채, 노동자연대에게 ‘내부 규정에 따라 일단락된 사안을 사법부 판결을 들어 부정하려 하느냐’고 비난하는 것은 사안의 본질을 비트는 부당한 비판이다.

재판에서 강아무는 자신의 애초 주장, 즉 성관계는 합의에 따른 것이었고 연인관계였던 H가 결별 후 배신감에 말을 바꾼 것이라는 점을 수많은 증거를 들어 입증했다.

특히, 민주노총이 게시한 강아무의 사과문에 포함된 강간 인정이 압박에 의한 것이었다는 점이 무죄 판결의 중요한 근거가 됐다.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로 김 국장과 강아무 사이에 오간 문자메시지들이 법정에 제출됐고, 김 국장과 무엇보다 정영* 전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 여성위원장이 직접 법정에서 증언을 해야 했다.

물론 민주노총의 판단 기준은 사법부의 판단 기준과 다르다는 주장이 있음을 우리는 안다. 또한 성폭력 재판이 피해호소 여성에게 불리하게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익히 잘 알고 있다.

여성국장이 진술을 강요했다는 의혹

그러나 진술 강요 의혹은 다른 문제이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강아무의 ‘자술’이 심리적 강압에 의한 것이었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수사기관에 의한 협박과 강요로 양심의 자유가 난도질 당하는 비민주적 행태에 반감을 가진 한국 노동자 계급에게 양심에 반하는 진술 강요 문제는 매우 심각한 사안이다.

진술 강요를 의심케 하는 증거들이 재판에서 나왔다(인용문 가운데 굵은 글씨 부분은 우리의 강조).

재판부는 강아무가 “사과문 작성 과정에서 줄곧 이 사건 범행[강간]을 인정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판단”했다. 판단의 근거는 김 국장 자신의 진술이었다. “[여성국장] 김수*은 이 법정에서 ‘피고인은 사과문 작성 과정에서 저에게 피해자를 강간한 것이 아니라고 계속 주장하였다’라고 진술하였다.”(판결문)

강아무가 강간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음은 민주노총의 사건 처리 보고서(《공동체내 성폭력 바로 보기 – 민주노총내 데이트 폭력 사건 처리 과정과 결과에 관한 보고서》)에도 나와 있다. 그는 김경* 당시 민주노총 여성담당부위원장 및 김 국장과의 면담에서 “강제로 성관계를 한 점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았[다.]” (물론 강아무는 “불평등한 관계에 의한 성폭력이었음을 인지”하게 됐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이때 강아무가 말하는 “성폭력”은 강간이나 성추행을 뜻하는 게 아니라, 여성을 상처주거나 불쾌하게 하는 언행 일체를 가리키는 확장된 개념이었다.)

강제성을 결코 인정하지 않았는데도 왜 강아무는 “[H의] 의사에 반하게 성관계를 한 것”이라는 사과문 게시에 동의했을까?

이 사건은 원래 H가 민주노총 여성위원회에 제소한 건이 아니다(민주노총 사건 처리 보고서). 김 국장이 SNS에서 H의 주장을 인지 조사하면서 시작된 사건이다.

처음에 H는 제소를 통한 정식 절차와 진상조사위 구성을 원치 않았다.(그래서 민주노총 사건 처리 보고서에는 “진상조사위”가 아니라 “민주노총 대책회의”가 등장한다.) H는 강아무가 진실된 사과를 하면 그의 행동을 너그럽게 보아넘기고, 그러지 않으면 엄격한 진상 조사를 받게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강아무가 강간을 인정하지 않자, 나중에야 자신이 원하는 내용의 사과문을 작성하지 않으면 정식 절차를 밟겠다고 압박한다. 이 과정은 민주노총 사건 처리 보고서와 판결문에 고스란히 나와 있다.

“[H는] 자신이 원하는 내용의 사과가 진행되지 않을 시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을 통한 사건 조사를 요구”하겠다고 했다(민주노총 사건 처리 보고서).

“민주노총 홈페이지에 게시된 위 사과문 작성과정에 직접 관여한 민주노총 여성국장 김수*은 이 법정에서 ‘피해자[H]는 피고인이 자신의 요구를 받아들여서 진심으로 사과하면 더 이상 이 문제를 거론하지 않고 덮어버리겠다고 하였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였다.”(판결문)

여기에 결정적으로 민주노총 김 국장이 압박에 가세한다. 김 국장이 강아무와 사과문 내용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주고받은 문자메시지가 진술 압박의 증거로 제출됐다. 강아무의 변호인이 법정에서 김 국장을 신문했다. “피고인[강아무]이 피해자[H]의 요구 중 일부[강간 혐의]를 거부하자 증인[김 국장]이 피해자[H]의 요구를 받아들이라는 취지의 문자를 보내[지 않았느냐].” 그러자 김 국장은 강아무가 H의 강간 인정 요구를 “거부”했지만, 자신이 “피해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사과를 해라” 하고 요구했음을 인정했다.

이 사실을 정영* 당시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 여성위원장도 법정에서 증언했다. 정영* 당시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 여성위원장은 민주노총 산하 조직의 여성위원장으로서, 이런 종류의 사건을 다루는 기구의 책임자였다. 그는 또한 1998~2000년 현대자동차 식당 여성 노동자 투쟁(이른바 ‘밥꽃양’ 투쟁)의 주역이었고, 2016년 민주노총 3 · 8 세계여성의날 집회에서 “성평등 모범 조합원상”을 받았다. “[현대차]지부 여성실장을 역임하며 피해자 입장에서 성희롱, 성폭력 사건에 적극 대응하고 조합원 성평등 교육사업을 실시한 공로로” 상을 받았다(〈금속노동자〉 기사). 정영*의 증언 내용을 재판부는 이렇게 요약하고 있다.

“정영*은 이 법정에서 ‘민주노총 여성위원회에서 피해자가 원하는 대로 빨리 사과문이 나가야 이 사건이 빨리 정리가 된다고 하였기 때문에 당시 피해자가 원하는 대로 사과문이 게시되었다’, ‘피고인은 사과문 중 인정하지 않는 부분이 있었지만, 본부장이라는 공인의 직책에 있는 자로서 빨리 사건을 마무리해야 하였기 때문에 민주노총의 요구에 따라서 인정하지 않는 부분이 사과문에 그대로 적시되었다’라는 취지로 피고인[강아무]의 위 주장[자신이 인정하지 않는 부분이 있었지만 H의 요구대로 사과문을 작성함]에 부합하는 진술을 하였다.”(판결문)

이에 더해 강아무 전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장은 법정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장의 직위에 있던 자신이 20대 여성인 피해자와 불륜관계를 맺었다는 사실이 밝혀져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그 직위에서 물러나는 상황에서 조속히 피해자와의 문제를 수습하기 위하여 위 사과문 내용 중 자신이 인정하지 않는 부분이 있었지만, 피해자가 요구하는 대로 위와 같은 사과문을 작성한 것이다.”(판결문)

재판부는 위와 같은 증거들을 종합해, 이 사실들이 양심에 반한 진술 강요의 근거가 된다고 판단했다. 강아무가 불이익을 우려해 동의하지 않는 사과문을 게시하게 됐고, 따라서 그가 작성한 사과문의 내용이 곧 강간의 증거가 될 수는 없다고 판결한 것이다.

결국 강아무는 민주노총 조사 과정에서 강간 혐의를 계속 부인했는데도 결국 H와 김 국장의 요구에 따라 사과문을 쓰게 된 것이고, 이 점을 법원이 인정한 것이다.

토론과 논쟁으로 처리할 일에 행정 권한을 개입시키지 말라

민주노총 대책회의의 강아무 사건 조사 과정은 “피해자 중심주의”에 따라 피해호소인의 주장과 요구대로 진행됐다. 이는 가해지목인 측의 충분한 소명이나 증거 제출 자체를 어렵게 (그리고 불필요하게) 만드는 조건이었다.

따라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피해자 중심주의”와 그 방호벽 구실을 해 온 성폭력 “2차가해” 개념에 대해서도 돌아본다면 앞으로의 교훈을 도출하는 데 더 효과적일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우리는 이런 건설적 · 생산적 · 미래 지향적 토론을 원했을 뿐인데, 여성국장이 방어적으로, 불필요한 행정 공세를 하려 하고 있는 게 안타깝다.

노동단체들끼리라면 얼마든지 열어 놓고 토론해 볼 수 있어야 한다. 이는 건강한 양식을 가진 민주노총 조합원이라면 마땅히 동의할 수 있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견해의 일반적인 일치를 연대의 조건으로 내세운다면 연대를 약화시키고 분열주의를 강화한다는 커다란 문제점을 낳을 수밖에 없다. 여성 노동권, 성폭력 · 성추행 · 성희롱 등에 맞서 함께 싸우면서도 정치적 이견에 대해서는 토론하고 논쟁할 수 있어야 한다. 공동의 적에 맞서 다른 노동단체들과 함께 싸우면서, 이견에 대해 얼마든지 우호적으로 토론할 수 있어야 운동이 성장 · 발전할 것이다.

하지만 마땅히 기대되는 바와 정반대로, 김 국장과 여성위는 민주노총 중집의 권위를 등에 업고 이견을 입막음하고 토론을 억누르는 잘못된 길을 선택하고 있다. 노동자연대의 주장이 “[강아무 사건에 대한] 민주노총 진상조사위의 활동과 중집의 결정을 무력화시키는 태도”라는 권위주의적 성격 규정이 이 점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또한 진술 강요에 대한 합리적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도 이런 제기 자체를 ‘성폭력 2차가해’라고 매도하고 있다.

김 국장은 중집 뒤에 숨으려 해선 안 된다. 중집에 사건 처리 결과를 보고한 담당자는 김 국장 자신이었을 것이다. 따라서 김 국장은 중집의 권위를 빌어 이견을 찍어누르려 하지 말고 강아무 사건에서 과연 진술 강요가 있었는지 밝히고, 만약 없었다면 재판에서 제출된 증거보다 더 확실한 증거를 제출하면 될 일이다.

설사 중집의 결정사항이라 해도 절대 도전받아선 안 되는 성역은 아닐 것이다. 물론 노동운동의 대의와 조합원들의 이해관계에 충실한 결정이라면 마땅히 지켜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례처럼 부당한 조사 과정에 의한 오판 가능성에 대해 합리적 의문이 제기된 경우에는 오히려 재평가 토론이 보장돼야 한다. 이는 노동조합 민주주의의 매우 작은 한 부분이다.

위 논의를 종합해 보면, 결국 노동자연대에 대한 여성위의 연대 파기의 본질은 강아무 사건 처리에 대한 김 국장 등 책임자들의 오류가 드러나는 것을 막으려는 것이자, 진실을 요구하는 노동자연대를 마녀사냥해 엉뚱하게 책임전가 하려는 것이라고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 본질을 흐리려고 여러 지엽적 쟁점을 끌어들이거나, 명백한 증거와 사실조차 외면하거나, 조합원들이 정확한 내막을 잘 모른다는 점을 이용해 기만하려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노동자연대를 연대체에서 추방하려다 실패한 김 국장의 황당한 시도

김 국장은 이 문제와 아무런 관련성이 없는 연대체인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3시 스탑 공동행동’에서 노동자연대를 추방하려고 했다.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해 모인 연대체에서, 그간 이 목적에 헌신해 온 노동자연대를 자신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추방하려 했던 것이다. 이 억지스러운 시도는 양식 있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빈축을 샀다. 많은 노동자들이 이 황당한 시도에 반대하는 서명에 동참했다.(관련 기사: ‘폭우 속에 민주노총 조합원 5백여 명이 서명하다’) 노동자연대 추방 여부 결정 투표는 소속 단체들이 전혀 참여하지 않아 최종 무산됐다.(관련 기사: ‘3시 스탑 공동행동 ― 투표가 무산됐으므로 노동자연대 추방 안건은 폐기돼야 한다’) 그런데 추방 시도가 좌절되자, 김 국장은 아예 연대체를 해소하자고 한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 과제에서 성별임금격차 해소는 거론조차 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연대체의 본 목적과 취지에 맞게 제대로 운영해 나가는 게 필요한 시점에 자신의 이해관계를 우선하며 연대체를 해소하려는 것은 매우 무책임한 태도이다.(관련 기사: ‘‘3시 스탑 공동행동’ 해소 제안에 대한 노동자연대의 입장’)

민주노총 여성위의 8.16 입장문에 새롭게 추가된 왜곡

8월 16일에 공개된 여성위 입장문에는 명분 없는 결정을 정당화하려고 새로운 왜곡이 추가됐다. 가령, 여성위가 지난 2년간 3.8여성노동자대회와 관련해 연대 조직 구성을 못한 것이 노동자연대 때문인 양 서술했다. 민주노총(여성위)이 노동자연대 때문에 연대 조직을 만들지 못했다는 게 말이나 될 법한가. 어처구니없는 책임 전가다. 그리고 노동자연대와는 아무 관계가 없는 한 대학 동아리 엠티에서 벌어진 6년 전 사건을 갑자기 끄집어 내, 노동자연대에 대한 편견을 부추기고자 했다. 지난 6년 동안 민주노총 여성위가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던 일이 왜 전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장 사건 처리에 이견을 제시하자 연대 파기 결정의 한 이유가 된단 말인가?

노동자연대가 “가[해자]피해자 모두에게 2차 가해를 했다”는 궤변도 서슴지 않는다. “가해자”에 대한 “2차가해”라니, 억지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더욱이 민주노총 규정에 따르더라도, “2차가해”는 “피해자에게 부당한 피해를 주는 모든 행위”다. “가해자”를 느닷없이 “피해자”로 둔갑시키는 것은 강아무 전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장에 진술 강요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처지에서 할 말은 아닌 듯하다. 김 국장은 이 의혹에 대해 침묵하지 말고 진실을 말해야 할 것이다.

민주노총 간부는 조합원 의식을 공개적으로 폄하해선 안 된다

김 국장이 민주노총 노동자들의 성 의식을 업신여기는 편견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는 점도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5월 15일 김 국장은 한국여성민우회가 주최한 ‘2017 공동체 내 성폭력을 직면하고 다시 사는 법 — ‘2차가해’와 ‘피해자중심주의’’에 토론자로 참가해 발제했는데, 무려 3백 명이 넘는 젊은 청중이 모인 이 자리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성 의식에 대한 편견을 드러내는 주장을 했다. 여성국장은 반(反)성폭력 운동진영과 민주노총의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고 주장했다.(“반성폭력 운동진영” 대신 “연구자들” 또는 “여성주의자들”이라고 표현한 구절도 있다.)[2] 민주노총에선 아직 “2차가해”의 문제점을 논할 수준이 안 되고 오히려 그런 개념이라도 있어야 성폭력에 대한 감수성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노총 노동자들을 반성폭력 운동의 외부에 있다거나, 여성운동의 논의를 이해하고 토론할 능력이 없는 존재처럼 여기는 것은 잘못이다. 사실 민주노총 노동자들은 비교적 진보적인(불균등하지만 평균적으로 보면) 의식을 갖고 있는 집단이다. 민주노총 노동자들은 이미 1990년대 말에 부르주아 야당에 의존해선 안 된다는 자각(노동운동의 정치세력화)을 하고 진보정당을 만든 주역이다. 무엇보다 투쟁 경험과 투쟁 능력 면에서 다른 어느 사회집단보다 두드러진다. 우리가 지금 누리는 민주적 권리는 1987년 6~9월 노동자 대투쟁 이후 성장한 노동자 조직들에 결정적으로 빚진 것이다. 민주노총 노동자들은 또한 박근혜 정부에 맞서 완강한 저항을 한 사회세력이었고, 박근혜 퇴진 운동의 초기 국면에서 견인차 구실을 했다. 퇴진 운동 직전부터 시작된 철도노조를 비롯한 공공운수 노동자들의 파업이 한 구실, 그리고 퇴진운동의 규모가 급성장하는 결정적 발판이 된 것이 전국노동자대회와 11 · 30 하루파업이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성차별 문제에서는 어떤가? 여성 노동자들의 저임금, 비정규직 차별, 직장 내 성희롱 문제, 취약한 ‘모성보호’ 등 차별적 조건에 맞서 조직하고 가장 완강하게 저항해 온 사회집단이 바로 민주노총 노동자들이다. 이런 투쟁들은 대부분 한 성별만의 투쟁이기보다는 여성과 남성 노동자들 간의 연대로 나타난다. 특히, 여성 노동자들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여성 노동자들의 쟁점을 다루는 것이 노동조합 활동에서도 점점 더 중요한 부분이 되고 있다. 이렇게 함께 조직하고 투쟁하는 과정에서 여성에 대한 보수적 편견이 도전받을 기회도 많아진다. 실제로 민주노총 노동자들의 성 인식은 사회의 평균적 인식에 비해 높은 편이다. 적어도 민주노총의 전통 있는 주요 노조 내에서는 여성 차별이 자연스럽고 정당하다는 식의 노골적인 성차별 관념이나 성폭력 · 성추행 · 성희롱 등을 정당화하는 정치문화는 찾아보기 어렵다. 물론 조합원들의 의식이 불균등하고 가사노동 분담 등의 문제에서는 미흡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특별히 민주노총의 “시간”만이 지체되고 있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

조직노동자들에게 반감을 가진 일부 사람들은 2008년 민주노총 김** 성폭력 사건 등을 예로 들며 이것이 민주노총 노동자 일반의 성 인지도 결여를 보여 주는 것처럼 과잉 일반화를 한다. 그러나 민주노총 조합원 대부분은 성폭력을 저지르지 않을 뿐 아니라, 김** 사건 당시에도 성폭력을 저지른 가해자를 옹호하거나 사건을 축소하려고 한 일부 간부들의 태도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었다. 따라서 김** 사건을 두고 “민주노총 성폭력 사건”이라고 완전히 부정확하게 부르면서 그 일이 민주노총의 집단적 특성을 보여 주는 양 주장하는 것은 괜한 편견 부추기기일 뿐이다. 사실, 김 국장이 자신의 이중 잣대를 정당화하며 든 유일한 사례는 ‘코리아연대’의 사례였다. 그러나 재판에서까지 성폭력 유죄 판결을 받은 이 사건의 가해자들과 가해자를 옹호하는 코리아연대 지도부를 민주노총 조직들은 옹호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도 왜 민주노총 노동자들이 후진적인 집단으로 매도되는 것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오히려 노동조건 개선이나 사회 변화를 위한 집단적인 투쟁에서 노동자들의 불필요한 분열을 초래할 수 있는 말과 개념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민주노총의 상근자로서 소속 조합원들에 대한 부당한 편견을 바로잡아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민주노총 조합원 의식에 대한 편견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발제를 한 김 국장은 민주노총 조합원들에게 사과해야 한다.

맺으며 ― 노동자 계급 투쟁의 전진을 위해

노동자연대는 우리 단체만을 위해 이런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노동자연대가 진정 우려하는 것은 김 국장과 여성위의 마녀사냥이 노동자 운동에 끼칠 해악이다. 정치적 견해 차이를 이유로 특정 단체를 속죄양 삼고 배척하는 일이 저지되지 않고 무사통과된다면 노동운동 내에서 민주적이고 건강한 토론 문화는 사라지고 쓰디쓴 반목과 분열만 낳을 것이다. 게다가 김 국장과 여성위의 마녀사냥 시도는 김 국장의 진술 강요 의혹이 진실인 것으로 드러날까 봐 자신의 과오를 덮기 위한 책임 전가의 성격이 있으므로 더더욱 묵과돼선 안 될 것이다.

만에 하나, 명백한 반박 증거들이 제기됐음에도 진술 강요 의혹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그냥 넘어간다면, 앞으로도 그런 비인권적 관행이 되풀이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애먼 활동가들이 억울한 누명을 쓸 수도 있다. 누명은 한 사람(과 그 가족)의 인생을 파괴하는 일일 수 있다. 진술 강요 의혹 조사는 무엇보다 우리 사회의 민주화를 위해 투쟁해 온 민주노총의 공신력과 명예를 위해서 필요한 일이다.

진정한 성 해방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진술 강요 의혹은 조사돼야 한다. 혼외연애에 대한 일부 조합원들과 일부 대중의 보수적 편견이 강아무가 부당한 강요를 받아들이게 된 데 영향을 미친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성과 남성들이 혼외연애를 했다는 이유로 ‘비윤리적’(‘불륜’)이라고 매도돼선 안 된다. 이것은 노동자들을 분열시키고, 보수 우파의 가정가치관을 강화해 오히려 성차별적 인식을 부추길 뿐이다. 심지어 극도로 보수적인 헌재도 ‘간통법’을 폐지했다.

토론 사항:

  • 여성위원회의 ‘노동자연대와의 연대 중단’ 결정
  • 6차 여성위 회의 결정사항의 보고 과정 진상
  • 강아무 전 울산지역본부장에 대한 자술 강요 의혹
  • 여성국장의 민주노총 조합원 성의식 폄하 발언

[1] 나머지 하나는 올해 3월 민주노총 여성위 주최의 토론회 발제를 사실과 다르게 인용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지엽말단적 쟁점이긴 하나 그럼에도 오해를 막기 위해 사실을 밝히고자 한다. 소책자에 서술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최근 민주노총 내에서도 “성폭력이라는 언어가 주는 위협[으로] … 낙인 효과가 크다는 점” 때문에 “성폭력” 행위를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여기서 따옴표 친 부분은 《민주노총 성평등 조직문화 확대를 위한 대토론회 자료집》(2017년 3월 3일)에 수록된 김 국장의 발제문 중 ‘우리에게 더 많은 언어가 필요하다’는 항목에 나온 내용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인용한 것이다. 글의 맥락도 왜곡하지 않았다. 이 사실은 민주노총 웹사이트 자료실에 공개돼 있는 위 자료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날 토론회에 최종진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을 비롯해 70여 명이 참가했으므로 필자의 인용이 왜곡인지 아닌지는 참가자들에게도 확인해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2] ‘2017 공동체 내 성폭력을 직면하고 다시 사는 법 — ‘2차가해’와 ‘피해자중심주의’’ 토론회 자료집 79쪽.

  • 이 논란의 계기가 된 노동자연대 소책자 《‘피해자 중심주의’와 ‘성폭력 2차가해’ 논쟁, 어떻게 볼 것인가?》(노동자연대)는 개정·증보해 단행본 《성폭력 2차가해와 피해자 중심주의 논쟁》(최미진 지음, 책갈피, 120쪽, 5,500원)으로 새롭게 나왔습니다.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 《성폭력 2차가해와 피해자 중심주의 논쟁》(최미진 지음, 책갈피, 120쪽, 5,500원)의 전문은 온라인으로도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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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위][성명] 청소년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 침해 행위를

강력하게 규탄한다.

 

 

  1.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드러낸 현실에 학생들이 거리로 나왔다

“입시경쟁”과 “학생다움”을 강요하는 사회 속에서 청소년들은 더 나은 사회를 꿈꾸며 참아왔다. 하지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드러난 특혜와 부정, 왜곡된 민주주의에 청소년들은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거리로 나와 시위에 참가했고, 거리에서의 청소년들은 수많은 어른들보다 빛났다. 폴리스라인을 향해 돌진하는 어른들을 막아서고 “평화”를 외치는 등 성숙한 시민으로서 본분을 지켰다.

뿐만 아니다. 우리의 청소년들은 대한민국의 비정상적 상황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사태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전국 곳곳에의 청소년들은 ‘수많은 학생의 힘으로 이뤄낸 민주주의를 학생들이 지켜내겠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국선언에 동참했고, 대자보를 작성하여 게시하는 등 다양한 정치적 표현을 선보였다.

어른들이 망쳐놓은 대한민국을 바로잡기 위해, 그 피해자라 할 수 있는 청소년들이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그 어른들과 비교할 수 없는 대한민국의 진정한 주권자이다.

  1. 그러나 어른들은 또 청소년들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 당국과 경찰은 늘 그랬듯이 오히려 이러한 청소년들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려고 나섰다. 대전지방경찰청은 11월 1일 이례적으로 대전시교육청에 전화를 걸어 현장에 나갈 것을 요구하였고, 이에 부응하여 대전시교육청 소속 장학사들이 직접 현장에 나가 학생들의 학교를 일일이 파악하거나, 인근 학교에 전화를 걸어 교사들로 하여금 집회 참가 인원을 확인하게 하고 부모님의 동의를 받은 학생들만 집회에 참가하게 만드는 등 사실상 ‘사찰’을 자행하였다.

11월 4일 일산에서는 고등학생들이 모여 시국선언을 하였는데 이 과정에서 경찰은 집시법 위반 사실을 학교에 통보하였고, 소속 학교 교사는 학생들에게 교칙 위반으로 징계를 받을 수 있다는 발언을 하여 구설수에 올랐다. 대구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학생회에서 시국선언대자보를 게시를 만장일치로 의결하여 게시하려고 했으나, 학교장이 ‘3학년 수능과 1·2학년 기말고사가 곧 있으므로 대자보가 면학 분위기를 해치므로 게시할 수 없다. 아직 미성숙한 가치관을 지닌 미성년자의 글이므로 게시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게시를 불허하였다.

이에 화답하듯이 김진태 국회의원은 11월 8일 국회 법사위 발언에서 법무부장관에게 박근혜 정권을 규탄하는 시위에 참석한 청소년 모임인 ‘중고생연대’의 이적단체성을 조사하라는 주문을 했다. 모임에서 사용한 ‘세워내자’라는 표현이 북한식 표현이고, ‘중고생연대’의 대표가 통합진보당에서 활동한 내역이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공교롭게도 그날은 그가 SNS에서 민변을 모욕하는 표현을 일삼은 것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의 항소심에서 다시 한 번 패소판결을 받은 날이었다.

  1. 청소년은 어른들과 마찬가지로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갖는다.

청소년들이 집회, 결사 등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권리는 「헌법」 제21조 제1항에 의해 명시적으로 보장된 기본권일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이 체결·비준한「세계인권선언」제19조 및 제20조,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 19조, 제21조 및 제22조, 「유엔아동권리협약」(이하 ‘협약’이라 한다.) 제12조, 제13조 등 각종 국제인권규범에서 두텁게 보호하고 있는 인권이다.

더불어, 협약 제3조 제1항은 “공공 또는 민간 사회복지기관, 법원, 행정당국, 또는 입법기관 등에 의하여 실시되는 아동에 관한 모든 활동에 있어서 아동의 최상의 이익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라고, 「초·중등교육법」제18조의 4에서는 “학교의 설립자·경영자와 학교의 장은 「헌법」과 국제인권조약에 명시된 학생의 인권을 보장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내의 모든 공공기관은 청소년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보호·보장해야 할 의무를 지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어떠한가.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한국 정부에 3차례의 권고를 통해 청소년들이 의사결정 과정 및 교내외 정치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집회와 표현의 자유를 완전히 누릴 수 있도록 법률과 각종 관련 규칙을 수정할 것을 요구하였으나 그동안 개선된 것은 거의 없었다.

  1. ‘청소년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라는 이유를 들지 말라.

우리 위원회는 위와 같은 인권 규정과 세계의 우려 담긴 평가에도 불구하고 교육 당국과 경찰, 김진태 국회의원이 청소년들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억누르는 행위를 강하게 규탄한다.

경찰과 교육 당국이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하는 데 인용한 교육기본법 제17조의5는 ‘학생 및 교직원의 안전을 보장하고 사고를 예방할 수 있도록 필요한 시책을 수립·실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을 들어 집회에 참가하는 학생들의 신원을 파악하려 했다는 것은 이들이 청소년들이 집회에 참석하는 행위를 위험, 사고와 직결된 것으로 전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청소년들이 평화롭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행위가 도대체 무슨 위험과 사고를 일으킨다는 것인가. 애초에 교육 현장에서의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시책을 수립하라는 취지의 규정을 청소년들을 감시하는 수단으로 사용하는 발상에 허탈함마저 느껴진다.

김진태 국회의원의 발언은 국회법 제146조에 규정된 ‘본회의 또는 위원회에서 다른 사람을 모욕하거나 다른 사람의 사생활에 대한 발언을 하지 말아야 할 의무’를 명백하게 위반한 것으로서 매우 중대한 위법 행위에 해당한다. 사소한 표현을 트집잡아 청소년들에게 근거없이 종북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중고생연대 대표의 과거 전력을 들어 이에 참여한 청소년들을 이적단체로 평가하는 그의 발언은 경악스러울 따름이다. 우리 위원회는 그의 이러한 발언이 헌법 제45조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의 내재적 한계를 한참 벗어난 것으로, 추후 민형사상의 법적 책임이 따를 수 있음을 엄중하게 경고한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내세우는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식의 변명은 이제 그만두길 바란다. 청소년들은 본인 스스로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고 그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 성숙한 시민이며, 어른들은 그들의 견해를 경청하고 존중해줘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전례가 없는 사회 혼란을 겪고 있는 청소년들이 그동안 교과서로만 배운 민주주의를 직접 행동으로 실천하고자 하는데, 이를 방해하는 자들의 머릿속에 있는 민주주의란 대체 무엇인가. 어른들의 민주주의가 청소년들의 민주주의와 다르다면 그것은 과연 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는가. 이들의 본분은 ‘공부’ 가 아니라 ‘온전한 삶’ 그 자체다.

  1. 청소년들을 진정으로 생각한다면, 동참하라.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에서 ‘가만히 있으라’ 는 방송을 듣고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가 사망한 청소년 희생자들의 모습은 우리 모두에게 커다란 상처로 남았다. 청소년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생각하고 움직일 줄 알아야 진정으로 안전하다는 단순한 진리를 우리 사회는 그렇게 아프게 배웠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청소년들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명령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은 정말로 서글픈 일이다. 분명하게 말한다. 지금 이 곳에서 가만히 있어야 할 것은 바로 당신들과 같은 어른들이다.

우리 위원회는 이들과 같이 청소년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일련의 움직임에 단호히 반대한다. 그리고 국회와 교육 당국에게 청소년들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충분히 누릴 수 있도록 시대착오적인 집시법 등을 개정하며, 청소년의 인권을 억압하는 교칙들을 조사해 개선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다. 또한 청소년들의 정치적 표현이 단순히 구호에 그치지 않도록 투표권과 피선거권의 행사 연령을 낮출 것을 주문한다. 정말 청소년들을 위한다면, 이러한 시대적 과제에 동참하고 청소년들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적극 보장하라.

 

 

2016년 11월 11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아동인권위원회 위원장 김 수 정

 

[민변아동위][성명] 청소년 정치적표현의자유침해 규탄 161111

금, 2016/11/11-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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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명]
서울대병원의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취업규칙 개정은 불법이다.
고용노동부는 서울대병원장을 엄중 처벌하라!

서울대병원은 2015. 10. 20.부터 10. 27.까지 임금피크제 도입 등을 내용으로 하는 취업규칙 개정을 위해 소속 노동자들의 찬반투표를 실시했다. 그 결과 찬성률이 28.59%에 그쳤고 취업규칙 개정은 부결되었다. 그런데도 서울대병원은 10. 29. 이사회를 개최하여 부결된 취업규칙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취업규칙을 불이익하게 변경할 경우에는 근로자들의 동의를 받게 되어 있는 근로기준법을 명백히 위반한 행위이다.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에 따르면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시 과반수 노동조합 또는 노동자 과반수의 동의(판례에 따르면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를 거쳐야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개정 취업규칙은 무효가 되고 사용자는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다. 이 조항은 노동조건의 노사대등결정의 원칙을 입법화한 것으로서 규범적으로나 상식적으로 지극히 정당한 취지를 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서울대병원은 이러한 법상 절차를 철저히 무시하였다. 이미 법으로 60세 정년이 확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임금피크제는 정년연장과 대가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정년 연장을 이유로 한 임금피크제의 실시는 불이익변경에 해당함이 명백하다. 서울대병원도 임금피크제 도입이 불이익변경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찬반투표를 실시한 것이다. 그래 놓고서는 그 결과가 부결로 나오자 이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개정을 강행한 것이다.

서울대병원은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면 근로자들에게 불이익한 변경이라도 과반수 동의 없이도 효력을 인정할 수 있다는 판례를 내세운다. 그러나 이 판례는 우리 근로기준법 상의 위와 같은 규정이 없는 일본의 판례를 무분별하게 차용한 것에 불과하다. 즉, 이 판례 자체가 올바르지 못한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다수의 노동법 학자들이 그런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최근 대법원도 위 판례가 근로기준법의 명문의 규정에 반하는 해석이므로 엄격한 요건 하에서 제한적으로만 허용되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이러한 사정과 함께 이번 서울대병원의 임금피크제가 임금을 상당 수준 삭감하는 내용이어서 불이익 정도가 매우 크다는 점, 가장 중요한 노동조건인 임금에 관한 사항이라는 점, 정년연장 대상자뿐만 아니라 전체 노동자들의 임금인상률까지도 제한하는 방식이라는 점, 임금삭감에 대한 대상조치가 미미하다는 점, 노동조합은 물론 소속 노동자들의 반대의견이 70% 이상이라는 점 등을 종합하면, 서울대병원의 ‘사회통념상 합리성’ 주장은 억지에 가깝다.

우리는 서울대병원의 위와 같은 행태가 정부의 강압에 의한 것이라고 판단한다. 교육부는 각 국립대병원에 임금피크제 도입을 강요하고 있고, 고용노동부는 임금피크제 도입이 불이익변경이 아닐 수도 있다거나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일반적인 법리라며 사용자의 일방적인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식의 가이드라인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방침은 위법한 것임이 명백하다.

서울대병원을 필두로 다수의 국립대병원과 공공기관이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 없는 일방적인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을 강행하고 있다. 그로 인해 노동자들의 고용상황과 근로조건이 악화될 것임이 명약관화하다. 이러한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취업규칙을 불법적으로 개정한 서울대병원장 등 책임자들이 처벌되어야 한다. 정부가 이를 회피하거나 방해한다면 이는 정부가 앞장서서 ‘노동 개악’을 자행하고 있음을 실토하는 것이다. 우리는 정부의 노동개악을 저지하기 위해 서울대병원장 등 책임자 처벌에 진력해 나갈 것임을 명백히 밝혀둔다.

 

2015. 11. 4.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위원장 강 문 대

수, 2015/11/04-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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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SK텔레콤 등 기업의 질병정보 악용 사례, 철저히 조사하여 처벌하고 재발 방지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개인정보범죄 정부합동수사단은 지난 7월 23일 환자 개인정보 및 질병정보를 병원과 약국으로부터 불법 수집해 판매한 ‘SK텔레콤’, ‘지누스’, ‘약학정보원’, ‘IMS헬스코리아’ 네 곳의 관계자 24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 발표에 따르면, 이들 네 곳은 약 4,400만 명, 약 47억 건에 달하는 환자 개인정보 및 질병정보를 병원과 약국으로부터 불법으로 수집해 판매함으로써 122억 3천만원의 이익을 챙겼다고 한다.

 

우리는 이미 지난 3월, 이와 관련하여 검찰의 기소 조치와 엄정한 조사 및 처벌을 요구한 바 있다. 국민의 질병 정보 등 건강 정보는 개인 정보 중 가장 민감한 정보에 해당하는 것으로, 그것의 유출과 불법적 상업적 사용이 개인과 사회에 미칠 영향은 매우 크다. 검찰은 기소된 네 업체의 불법 행위에 대해 명명백백히 밝혀 적절한 처벌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또한 정부는 국민들의 피해내용에 대해서도 밝혀야 한다. 지금과 같은 상태라면 누가 어떤 피해를 보았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내 개인 의료 정보가 유출되었는지를 알 수 있도록 그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 피해내용을 개인이 알 수 있도록 한 다른 정보 유출사건과 비교해보면 이번 사건은 피해자에 대한 피해내용 통보가 없다. 가해자는 기소하면서 피해자는 무슨 피해를 보았는지 당사자도 알 수 없는 이상한 상황이다. 이처럼 기소는 했지만 검찰이 봐주기식 수사 혹은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다면 검찰은 또다시 국민의 인권 보호에는 한없이 무능한 검찰이라는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의료 정보, 질병 정보 등 건강 정보는 그 중요성에 비해 현재 한국의 정보 보호 및 규제 수준이 낮다. 기술은 빠르게 변하고 있고 관련 시스템과 환경은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데, 건강 정보 보호 수준과 관련 규제는 이러한 기술 발전 속도와 환경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정부와 IT기업 등 일부 세력들은 ‘건강 정보 보호’를 앞에 내세우지만 오히려 ‘건강 정보 활용’이 목적인 제도 변화를 꾀하고 있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이번 사건도 정부의 정책 방향이 국민 개개인의 건강 정보의 ‘보호’보다 ‘활용’에 맞추어져 있었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다. 원격진료, 유헬스, 건강 정보 빅데이터 사업, 웰니스 사업 등 건강 정보의 상업적 이용에 적극적인 정부 정책 방향 속에서 어떤 기업이 개인의 건강 정보 보호에 신경을 쓰겠는가?

전자처방전 사업을 주도했던 SK텔레콤은 이 사업이 정부가 주도했던 사업인데 자신들에게 불똥이 떨어졌다며 볼멘 소리를 내고 있다. 기업뿐 아니라 정부가 문제였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드러내주는 상황이다. 그러므로 정부는 이번 사태의 근본적 원인이 건강 정보의 상업적 이용에 중점을 둔 정부의 정책 방향이었음을 인정하고, 관련된 정책 추진을 전면 중단하여야 한다. 건강 정보 인권 강화 측면에서 제로 베이스에서 발본적 정책 방향 재검토가 필요하다.

 

한국은 정보통신기술 발전 속도가 매우 빠른데 비해 정보 인권, 개인의 프라이버시 관련 인식은 취약한 편이어서, 건강 정보의 상업적 이용과 정보 인권 보호 문제가 더욱 중요하다. 차제에 현재의 건강 정보 인권 수준에 대한 포괄적, 통합적 평가와 더불어 개선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2015년 7월 27일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월, 2015/07/27-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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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7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의약품 안전공급 지원 특별법’을 입법예고 하였다. 식약처는 의약품의 공급 중단이 우려될 시 환자들에게 원활히 의약품을 공급하고,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이나 현존하는 치료법이 없는 경우 환자에게 치료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혁신의약품’을 허가해 주는 내용을 법안에 담았다. 그러나 혁신의약품 특례 허가 제도는 기존의 의약품 허가 절차를 무력화시키고 국민들에게 검증되지 않은 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법안에서는 ‘혁신의약품’으로 지정 가능한 대상을 정의하며 연구개발 중에 있거나 허가 신청 중인 의약품 중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의 치료제 혹은 적절한 치료방법․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질환의 치료제가 모두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정의하였다. 연구개발이 끝나지도 않거나 제대로 허가도 받지 않은 의약품이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지만, 이 정의에 따르면 현재 개발되고 있는 줄기세포 치료제, 항암제, 항생제, 항바이러스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등 수많은 신약들이 혁신의약품이 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이러한 혁신의약품들이 제대로 된 검증과정을 거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존 약사법에 따르면 제약사가 신약을 허가 받기 위해서는 해당 의약품에 큰 부작용이 없는지(안전성), 제대로 된 치료효과를 나타내는지(유효성) 검증하는 자료를 식약처에 제출하고 식약처는 이를 꼼꼼히 심사하고 허가를 내주게 되어 있다. 그러나 혁신의약품으로 지정받은 의약품은 잠정적인 효능․효과를 나타낸다고 판단되는 경우 의약품 안정공급 심의회의 심의만으로 안전성과 유효성 심사를 최대 10년간 면제받는다. 약인지 아닌지도 모를 것이 혁신의약품이라는 이름을 달고 환자들에게 버젓이 판매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혁신의약품을 심의할 의약품 안정공급 협의회의 구성도 황당할 따름이다. 협의회에는 한국제약협회,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등 직접적 이해관계자들이 추천하는 사람이 위원으로 들어가게 되어 있다. 제약사가 신청한 의약품을 제약사가 추천한 사람이 심의하게 되는 것이다. 심의 과정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전혀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법안 마지막에는 건강보험 급여 적용에 관한 내용까지 들어 있다. 안전성과 유효성도 확인할 수 없고, 심의 과정의 공정성도 기대할 수 없는 혁신의약품임에도 건강보험 급여를 신속하게 심의하라는 것이다. 건강보험 심사평가원과 건강보험공단의 고유 권한인 약제 급여 평가 업무에도 압력을 행사하겠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런 비판에도 불구하고 식약처와 제약사들은 희귀 난치질환 환자들에게 치료 기회를 주어야 하기 때문에 혁신의약품 특례 조항이 필요하다고 주장할 것이다. 그러나 의약품으로 인정받지 못한 약물들은 어디까지나 안전하게 설계된 임상시험을 통해서만 환자들이 접근하도록 해야 한다. 효과와 안전성도 불분명한 이런 약물들을 환자들에게 돈 받고 팔수 있도록 하는 것은 희귀난치질환 환자들의 의약품 접근권과 분명히 다른 문제이다. 오히려 글리벡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효과 있는 신약의 경우 환자들이 시판 이후 높은 약가로 인해 고통 받는 경우가 더 많다.

결국 식약처가 예고한 의약품 안정공급 특별법은 효과도 안전성도 불분명한 약을 합법적으로 돈 받고 판매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법안이다. 기업들이 국민들의 의료비를 갈취하는 의료 영리화와 규제완화의 검은 손길이 병의원 문턱을 넘어 어느새 국민들이 먹는 의약품에까지 뻗치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즉시 의약품 안정공급 특별법을 철회하고 제약기업들을 위한 규제완화를 중단하라!

 

2015. 7. 27

의료민영화저지와 무상의료실현을 위한 운동본부

가난한이들의 건강권확보를 위한 연대회의,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건강세상네트워크, 기독청년의료인회, 광주전남보건의료단체협의회, 대전시립병원 설립운동본부, 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건강보험하나로시민회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전국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 전국농민회총연맹,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국여성연대, 빈민해방실천연대(민노련, 전철연), 전국빈민연합(전노련, 빈철련), 노점노동연대, 참여연대, 서울YMCA 시민중계실, 천주교빈민사목위원회,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평등교육 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사회진보연대, 노동자연대, 장애인배움터 너른마당, 일산병원노동조합,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 약사의미래를준비하는모임

월, 2015/07/27-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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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엽 전 분당서울대병원장 복지부장관 내정에 대한 논평

 경험과 지식이 검증되지 않은 ‘의료산업화’ 추진자에 대한 복지부장관 내정 철회해야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경질되었다. 메르스 사태가 ‘사실상 종식’되었기에 책임인사를 단행한 것이라고 한다. 영리병원추진부터 메르스 사태에 이르기까지 뭐 하나 제대로 한 것이 없는 무능한 문형표 장관의 경질은 당연하다.

그러나 우리는 지난달 28일 황교안 국무총리의 메르스 종식 선언에 부쳐 메르스 사태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회피하는 면피용 정치선언이라고 규정한바 있다. 마찬가지로 보건복지부 장관 경질 역시 실질적으로 책임져야 할 박근혜 대통령이 스스로에게 준 면죄부에 불과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메르스가 이토록 확산된 이유와 원인에 대해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으며 의료민영화 추진자인 문형표 장관을 경질하면서 그 후임자로 의료수출과 원격의료에 앞장서온 인물을 내정함으로 의료민영화와 의료수출론은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다시한번 천명했다.

정진엽 전 분당서울대병원장의 복지부 장관 내정은 메르스 사태로 드러난 부족한 공공의료를 강화하기는커녕, 오히려 병원정보시스템을 활용한 의료수출론을 키워 SK텔레콤등이 벌인 개인의료정보의 거래 등을 통해 돈을 벌어들이는 의료산업화에 가속화를 꾀할 인사 정책이다.

우리는 최근 4,400 만명, 국민의 90%에 가까운 개인질병정보가 미국기업에게 판매돼 검찰 기소사태까지 이른 개인질병정보의 민영화까지 추진하려는 것이 박근혜 정부의 ‘신 의료민영화’ 정책이 아닌지 우려하며 이번 복지부장관 돌출인사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밝힌다.

 

첫째, 의료민영화 추진자인 문형표 복지부 장관 경질과 함께 정부가 응당히 할 일은 메르스 사태에 대한 진상규명과 사과 및 종합대책을 내놓은 일이다. 메르스 사태로 온 국민이 공포에 떨고 그 피해자들과 사망자들의 억울함과 슬픔이 아직도 채 가시지 않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이러한 재난이 왜 국가에 의해 관리되지 못하고 오히려 증폭 확대 되었는가에 대한 진실규명이다. 그리고 그 규명과정 속에서 보건복지부의 수장의 책임이 무엇이었으며, 앞으로 어떤 개혁과제를 수행해야 하는가를 논하는 것이 정부의 기능이다. 그러나 황교안 총리의 메르스 종식 선언이나 오늘의 문형표 장관 경질을 보면 정부의 기능을 제대로 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책임면피를 위한 관료행정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둘째, 이번 복지부 장관으로 내정된 정진엽 전 분당서울대병원장은 복지부 장관으로서 자격이 없다. 청와대는 “공공의료를 강화하고 국민 건강에 안정을 이룰 적임자”라고 정진엽 내정자를 소개하였지만 그는 공공의료 강화에 아무런 관련도 발언도 공헌도 한 바 없다. 오히려 그는 2008년~2013년까지 분당서울대병원장으로 재직하면서 병원정보시스템 구축을 추진하고 이를 기반으로 중동지역 의료수출을 추진한 인물이다. 또한 의료기기 업체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상생포럼 총괄 운영위원장을 역임했다. 그가 의사라는 점을 제외하면 국민의 보건복지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인물인 것이다.

 

셋째, 정진엽 전 분당서울대병원장은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진료부원장 시절 노동감시와 통제 정책으로 악명높은 ‘6시그마’ 경영기법을 도입한 장본인이다. 6시그마 정책은 제조업 공정에서 불량품생산량을 줄이기 위해 도입된 노동통제기술로 노동자들의 노동시간 감시와 통제를 통해 “마른 수건을 쥐어짤 수 있을 때 까지 쥐어짜는’ 경영기법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병원을 제조업 공장이나 기업으로 생각하는 마인드가 있는 사람이 아니면 병원내 도입하기 어려운 정책을 도입한 장본인인 것이다.

정진엽 전 병원장은 상품 생산이 아니라 환자를 돌보는 서비스 수행에서 6시그마 경영 정책을 도입하기 위해 IT기업들의 도움을 빌어 환자를 돌보는 치료를 ‘표준화’ 시키는 일을 수행해 왔고, 이를 기반으로 현재 ‘병원정보시스템’ 구축이라는 의료정보화 사업을 추진하는 바탕을 만들어 왔다. 이는 SK텔레콤과 서울대병원의 합작회사인 헬스커넥트(주)를 설립하는 근간이 됐다고 볼 수 있다. 헬스커넥트(주) 사장을 분당서울대병원장이 역임해 왔고, 분당서울대병원을 통해 환자들에게 헬스온 등의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이유도 분당서울대병원이 의료정보 민영화 추진에 선두주자이기 때문이다.

또한 분당서울대병원장 임명권은 서울대병원장에게 있다. 서울대병원의 의료영리화가 가속화되었던 성상철 전 서울대병원장(현 건강보험공단 이사장) 재직시절 정진엽 분당서울대병원장 임명이 이루어진 점을 볼 때 본원에서는 노동조합 반대로 강력하게 추진되지 못했던 의료정보 상업화가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서울대병원이 45.34% 지분을 가진 이지케어텍(주) 등과 추진된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보건복지에 아무런 경험과 지식이 없는 정진엽 내정자에 대한 돌출인사를 보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메르스 사태로 잠시 주춤했던 ‘중동 의료수출론’ 을 다시 꺼내들고, 개인질병정보를 활용한 원격의료와 건강관리서비스 민영화 등의 정책을 재가동하려한다고 판단한다. 보건복지 행정에 대한 문외한임에도 불구하고 의료정보시스템을 해외 수출하는 일을 추진해 온 정진엽 내정자는 이런 대통령 정책을 수행하는데 ‘맞춤형’ 일 것이다. 또한 함께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에 내정된 김현숙 새누리당의원도 복지수석에 걸맞지 않는 반복지 정책이론가로 알려져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남은 임기동안 기업들과 약속한 돈벌이를 위해 보건복지부를 아예 ‘복지는 없는 의료상업화 부처’ 로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우리는 전 국민을 참담하게 하고 한국의료의 민낯을 보여준 메르스 사태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반성도 없이 한국의료의 상업화를 부추길 이번 인사를 보며, 박근혜 대통령이 누구를 위해 무엇을 추진하고자 하는가가 분명해졌다고 판단한다. 정진엽 내정자 임명은 메르스 사태로 드러난 한국의료를 더욱 벼랑끝으로 내몰겠다는 대통령 자신의 의지이며 다시한번 국민의 복지와 싸우겠다는 선전포고다. 메르스 사태때도 국민과 싸우느라 메르스를 확산시킨 대통령이 이번 인선에서도 마찬가지의 태도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진정 대통령 측근에는 국민 건강과 생명 그리고 복지를 책임질 인사는 없다는 말인가 (끝)

 

2015. 8. 5(수)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수, 2015/08/05-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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