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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취미가 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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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취미가 뭐예요?

익명 (미확인) | 목, 2017/08/24- 00:00
입사 후, 동료들에게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관심사’에 관한 것이다. “휴일에 뭐해요?”, “취미는?”, “재밌는 일 없어요?” 등 표현은 다르지만, 일 이외 또 다른 활동과 관심이 하나쯤 있다는 걸 전제한 물음에 얼마간 적절한 답을 찾지 못해 애를 먹었음을 고백한다. 대답을 주저한 건 무언가에 집중하는 내 모습이 선뜻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고, 질문의 취지가 ‘단순한 취미’와 ‘열정 쏟는 대상’ 그 중간 어디쯤 있는 것인지 정확히 알 길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상대는 답이 어떠하든 상관없는 가벼운 마음이었겠지만, 그와 무관하게 내 마음속엔 몇 초 동안 작은 소용돌이가 일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희망다반사’는 희망제작소 연구원이 전하는 에세이입니다. 한 사회를 살아가는 시민의 시선이 담긴 글을 나누고, 일상에서 우리 시대 희망을 찾아봅니다. 뉴스레터, 김제선의 희망편지와 번갈아서 발송되며, 한 달에 한 번 정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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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선생님’의 줄임말)은 관심사가 뭐예요?”

입사 후, 동료들에게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관심사’에 관한 것이다. “휴일에 뭐해요?”, “취미는?”, “재밌는 일 없어요?” 등 표현은 다르지만, 일 이외 또 다른 활동과 관심이 하나쯤 있다는 걸 전제한 물음에 얼마간 적절한 답을 찾지 못해 애를 먹었음을 고백한다.

대답을 주저한 건 무언가에 집중하는 내 모습이 선뜻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고, 질문의 취지가 ‘단순한 취미’와 ‘열정 쏟는 대상’ 그 중간 어디쯤 있는 것인지 정확히 알 길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상대는 답이 어떠하든 상관없는 가벼운 마음이었겠지만, 그와 무관하게 내 마음속엔 몇 초 동안 작은 소용돌이가 일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색다른 답이 나올지 모른다는) 기대감 반, (물었으니 듣기는 해야 한다는) 의무감 반으로 귀를 기울이는 상대에게 내놓는 답은 다름 아닌 ‘커피’. “요즘 커피 안 마시는 사람 어디 있냐”고 되물을 법하다. 하지만 같은 원두도 누가 어떤 방식으로 볶고, 몇 도에서 내리느냐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이듯 섭씨 95도의 물을 붓고 커피를 추출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작은 드라마다.

취미나 관심사 ‘따위’?

커피를 내리기 시작한 건 1년 전이다. 8년째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 지 몇 개월쯤 지났을 때, 이른바 ‘백수’로 경제적 궁핍에 직면하던 즈음, 나를 위한 취미를 하나 갖고 싶다고 생각했다. 얼굴을 마주한 이와 허겁지겁 밥을 먹고 마치 의식을 치르듯 카페로 들어서던 이전 점심 풍경이 심히 마뜩잖았기에, 퇴사 후 다종다양한 원두를 직접 고르고 그보다 더 다양한 맛과 향을 음미하는 하루 30여 분은 온전히 내 것이었다. (경제적) 빈곤 속 (마음의) 풍요를 찾게 된 역설이랄까. 물론 ‘한 잔=천원’이란 원가 계산이 있었기에 감행한 일이기는 했다.

구구절절 늘어놓았지만, 조금만 시간을 거스르면 취미라고 할 만한 게 없었던 시절이 꽤 길다. 그것은 이전 직장을 다닌 시기와 엇비슷하다. 중고교 시절 수업 중 몰래 듣고 줄줄 꿰던 영화음악, 대학생 때 자주 찾던 연극 무대, 홈런을 때린 뒤 의기양양하게 베이스를 돌던 야구시합의 추억까지 그 모든 것이 일에 밀려나 자취를 감추는 데 1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나의 일상을 기꺼이 일에 투여해도 좋다’는 스스로의 결정이 아니었다면 없었을 모습들. 휴일 가족들과 식사 도중 회사 선배의 전화에 업무용 노트북을 켜거나, 연인과 데이트 중 회사의 갑작스러운 호출에 뒤도 안 돌아보고 현장으로 향했을 정도니, 취미나 관심사 ‘따위’가 일상에 비집고 들어설 자린 애초 없었던 거다. 그리고 몇 년 뒤, 일상을 삼켜도 좋을 만큼 좇던 그 일의 종착점에 선 내 모습이 또렷하게 그려지기 시작한 순간, 직장을 그만두었다.

그래서 지금 내 마음은,

헛헛하게 비워진 자리에 언제 그랬냐는 듯 소소한 일상이 들어찼다. 커피를 온전히 만난 것도 그즈음. ‘원두는 전동 분쇄기로 6.5초 동안 갈 것’, ‘가루는 깔때기 모양 드리퍼의 3/4 지점까지 채울 것’, ‘끓는 물은 주전자(드립포트)에 옮긴 뒤 10초 후 부을 것’, ‘거품이 부풀어 오르는 추출은 두 번만 할 것’ 등 일련의 규칙들은 지금도 매주 휴일 아침이면 어김없이 지켜지고 있다.

예외는 있겠지만, 일상이라 부르는 작은 이야기들이 삶에서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음을 느낀다. 그것이 혼자만의 상념이라면 차라리 좋을지 모르겠다. 각자의 삶을 구성하는 수많은 가능성과 사건, 그 속의 가치를 우린 어느새 하나둘 외면하고 있는 건 아닐까. 누군가는 ‘일과 삶의 균형을 찾자’, 어떤 이는 ‘주체적인 인생을 살라’고 말하지만, 난 그저 이렇게 조그맣게 되뇔 뿐이다.

“그래서 내 마음, 지금 편한가?”

이번 주말엔 산미(酸味)가 적당한 수프레모를 내릴 생각이다.

– 글 : 김현수 | 시민상상센터 선임연구원 · [email protected]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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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2019년 세 번째 희망편지를 드립니다.

지난달 <희망편지>에서는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하는 정치, ‘비토크라시’(Vetocracy)에 관해 말씀드렸습니다. 사회적 갈등을 반영하지 않는 정치체제를 바꾸지 않고선 변화하기 어려운 현실을 되짚었습니다.

지금 우리의 현실은 어떤 모습일까요. 청년 대다수는 정규직을 얻기 위해서 치열한 경쟁을 감수하고 있습니다. 모두 경쟁자인 시대, 청년들의 고독과 고립감은 커지고 있습니다. 혹 경쟁에 뒤처지면 자신에게 탓으로 돌리며 마음의 병에 걸리는 경우도 생깁니다. 무엇보다 공정한 경쟁을 바라지만, 연이은 실패로 인해 자신의 노력을 배신하지 않는 것만이 공정함이라고 여기는 등 타인을 배제하려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우리의 노동 현실은 어떨까요. 프랑스의 노란 조끼를 입은 프레카리아트(이탈리아어 불안정한·precarious와 프롤레타리아트·proletariat를 합성한 조어) 모습이 낯설지 않습니다. 일자리가 있어도 사내복지 혜택은 물론 공공 복지혜택을 제한적으로 받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기업의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강요하고, 강자만이 누리는 기회를 넓히는 신자유주의가 지배한 결과입니다. 돌봄과 밥벌이라는 이중노동에 시달리는 여성의 얼굴, 시시때때로 부서나 근무지를 옮기며 직장불안을 겪는 회사원의 얼굴, 그리고 불안정한 노동을 해야하는 퇴직한 노년의 얼굴은 모두 비슷합니다. 바로 ‘불안함’입니다.

새로운 길을 만들어야 합니다. 사회 구조 탓이 크지만, 사회의 전환을 만들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합니다. 정권교체에도 바뀌지 않는 우리의 일상에 변화를 불어넣기 위해선 ‘새로운 촛불’이 필요합니다. 광장에 집결하는 방식이 늘 가능하지도, 늘 효과적이진 않습니다. 오히려 큰 파도는 작은 파도의 물결이 일렁일 때 생깁니다. 우리의 일상을 바꾸는 작은 도전, 아래로부터의 작은 실천이 반복될 때 ‘새로운 촛불항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우리가 부딪히는 문제들은 기존 방식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입니다. 새로운 방식이 필요합니다. 국가 중심의 민주주의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의 시민 중심의 민주주의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촛불항쟁에서 우리는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습니다. 시민이 국가를 구성하는 구성원에 머물지 않고, 직접 국가공동체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기 때문입니다. 정해진 절차에 따라 소극적으로 참여하는 게 아니라, 일상에서 결정권을 행사하는 내가 스스로 결정하는 민주주의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시민 스스로 사회문제의 대안을 찾는 일이 더 많아져야 합니다. 공무원과 정치인에게 해결을 촉구하는 방식에서 시민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도전이 필요합니다. 시민과 시민이 만나 문제를 파악하고, 대안을 찾아보는 모임을 여는 등 함께 해답을 찾아가는 노력의 축적이 필요합니다. 시민끼리 답을 찾기 어렵다면 지역사회전문가, 지방의원과 함께 대안을 탐색하는 일을 시작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시민사회와 괴리가 발생하는 ‘비토크라시’를 넘어서는 등 시민과 시민의 연결이 탄생할 수 있습니다.

오는 3월 27일은 희망제작소가 창립된 지 13주년이 됩니다. 민간독립연구소로 역할을 감당하도록 함께해주신 분들과 특히 후원자들께 감사드립니다. 올해 희망제작소는 기존 단체만이 아니라 흩어진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연결과 작은 실천이 대안을 만들어가는 도전을 응원하고, 지원하는 데 노력하겠습니다.

희망제작소는 이러한 역할을 해내기 위해 시민이 주인되는 사회, 함께 희망을 실현하는 ‘시민주권센터’, 한국사회 주요 의제·정책 대안을 연구·조사하는 ‘대안연구센터’, 시민 누구나 삶의 대안을 탐구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이음센터’, 사회혁신 의제를 발굴하고 목민관클럽 운영을 통해 풀뿌리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정책기획실’, 희망제작소의 살림살이와 사업 및 운영을 지원하는 ‘경영기획실’로 조직을 재구성했습니다.

희망제작소는 여러분들과 함께 ‘모든 시민이 연구자인 시대’, ‘시민이 대안인 시대’를 함께 열어가겠습니다.
늘 고맙습니다.

희망제작소 소장
김제선 드림

희망제작소는 활동소식을 담은 ‘뉴스레터'(월 1회), 우리 시대 희망의 길을 찾는 ‘김제선의 희망편지'(월 1회)를 이메일로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구독을 원하시는 분은 ‘이곳’을 클릭해주세요!
목, 2019/03/2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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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공공그라운드에선 공공기관들이 사회적 가치 실현과 확산을 위해 서로 힘을 모으기로 하는 협약식이 열렸다. 이 날 행사에는 한국가스공사, 한국수자원공사, 한국철도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를 비롯해 한국지방행정연구원, 희망제작소, 전국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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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2019/03/06-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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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희망제작소입니다.
희망제작소 연구원 채용 서류전형 합격자를 다음과 같이 공지합니다.

이번 채용에 많은 분들이 지원해주셨습니다.
관심을 갖고 지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언제나 좋은 일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 서류전형 합격자 명단

※ 합격자 분들께는 메일을 통해 세부일정을 보내드렸습니다.
개별적으로 관련 내용을 확인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문의 : 경영기획실 권성하 연구원(02-6395-1414)

목, 2019/04/04-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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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광역 경제권 완성 및 하동 골든게이트 구축 (KTX-이음 하동역 정차, 제2남도대교 건설, 서부경남 경제자유구역청 유치)
문화·관광·체육 특구 조성 (명품 웰니스 하동, 미래 교육 인프라, K-메디컬 리조트, 스포츠 허브, 청년 일자리 창출)
AI·생명공학 기반 농림·축·수산업 고부가가치화 (1억 연봉 농가 1,000호 육성, K-푸드 수출 전지기지, 로컬 벤처 100개 조성)
100% 군민 체감형 생활복지 '의료·교통 풀케어' (365일 AI버스, 100원 택시, 통합돌봄 확립, 요양시설 확충)
군민 문제 해결 중심의 '하동군민지원청' 구현 (원스톱 서비스, AI 기반 스마트 행정, 대외협력 네트워크 강화, 투명한 공직 문화)

이 글은 AI 가 수집 요약한 글 입니다..
토, 2026/06/13-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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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 연구단지의 주차 공간 확충을 위한 행정 지원을 제공하여 연구 환경을 개선합니다.
토, 2026/06/20-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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