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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금전문가학교] 무엇으로도 살 수 없는 가치와 변화를 만드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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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금전문가학교] 무엇으로도 살 수 없는 가치와 변화를 만드는 일

익명 (미확인) | 목, 2017/08/17- 16:40

“20대를 거치며 균형, 가족, 이웃, 국제, 질문, 대화라는 인생의 키워드를 세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상생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분들을 모금으로 지원하고 싶은 마음을 갖게 됐습니다. 모금이 무엇인지, 모금분야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구체적으로 알고 싶습니다. 이 교육과정을 통해 모금에 관한 이해를 높이고 앞으로의 방향을 세우고 싶습니다.”

모금전문가학교 첫 수업시간, 자기소개하며 전했던 이야기입니다. 돌아보니 새삼스럽지만, 한편으로는 간절한 마음으로 적었던 메시지가 현실로 연결되어 정말 감사하네요.

저는 삶 전체에서 절반, 어쩌면 그 이상을 차지하는 직업을 통해 가치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런 일을 찾기 위해 대학 시절에는 많은 것을 경험하려 노력했고, 도전의 연속이었습니다. 연극배우에 도전하여 다양한 소통이 가능한 문화예술을 꿈꾸고, 국제구호활동에 참여하며 더불어 사는 세계를 꿈꿨습니다. 세계시민교육 관련 기관에서 일하며 교육을 통한 상생의 사회를 꿈꿨고, 아프리카와 비영리기관에서 근무하며 어떻게 하면 소외된 이들의 필요를 채워줄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막연했던 모금전문가의 모습을 그리다

서른이 되어 보니, 20대에 제가 경험하고 고민했던 일은 올바른 모금활동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것들이었습니다. 이에 모금가가 되어 새로운 삶을 살고 싶어졌습니다. 이전에도 주변 지인과 NGO후원자분들을 통해 모금활동을 펼친 적 있지만, 더 전문적인 모금가로 성장하고 싶었습니다.

직장 퇴사 후 모금에 관해 체계적으로 배울 방법을 모색하던 중, 우연히 희망제작소 모금전문가학교를 알게 되었습니다. 비영리단체와 학교, 병원, 재단 등에서 근무하는 현직자분들과 함께 기부와 모금에 관한 다양한 강의를 들으며, 막연하게만 알고 있던 모금전문가의 모습을 그려나갔습니다. 조원들과 모금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행하며, 강의를 통해 접한 내용을 피부로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강의를 들을 때는 쉬워 보이던 기획, 전략수립, 실행이 얼마나 치밀해야 하는지 알 수 있었고, 기부자를 비롯해 다양한 관계자의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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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금은 기획과 실행의 종합예술

저는 다른 분들보다 모금분야의 경험이 적어 궁금한 것이 있으면 즉각 질문했습니다. 직장을 다니지 않아서 모금실습에도 좀 더 자유롭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모습이 좋게 보였던 것인지 부족하지만 최우수수료생 장학금을 받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수료 후 얼마 되지 않아 한국뉴욕주립대학교 후원관리 담당자로 채용되어 모금전문가의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관계에 대한 애정, 가치에 관한 고민, 그리고 이 마음을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것으로 연결하는 기획과 실행의 종합예술인 모금! 이 분야의 길을 걸을 제 삶이 기대됩니다. 그 첫걸음을 가능케 해 준 희망제작소에 정말 고맙습니다.

투자나 구매와 달리, 기부는 언뜻 보기에 돈과 시간, 에너지를 주고 아무것도 돌려받지 못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부는 그 무엇으로도 쉽게 살 수 없는 가치와 변화를 만들어냅니다. 모금전문가는 이를 가능케 하지요. 좀 더 많은 분이 모금의 숨겨진 매력을 발견했으면 좋겠습니다. 좀 더 많은 분이 모금전문가의 꿈을 꾸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희망제작소 모금전문가학교로 그 꿈을 아름답게 이루시기를 처음과 같은 간절한 태도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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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오경준 모금전문가학교 16기 수료생

* 2009년에 설립된 한국 최초, 유일의 모금전문가학교이자 지난 8년간 펀드레이저 양성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해온 희망제작소 모금전문가학교가 17기 수강생을 모집합니다.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시면 (이곳을 클릭)해 주세요!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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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는 평창동에서 성산동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다양한 시민과 마포구 지역주민과의 접점을 넓히기 위해 지난 7월부터 연속세미나를 열고 있습니다. 그간 시민참여, 고향사랑기부제, 일상에서 변화를 일구는 활동가와의 대담 등을 진행는데요. 지난 10월 19일에는 사회혁신센터 주최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소셜리빙랩, 살아있는 뒷이야기’라는 주제로 집담회를 열었습니다. 현장 이야기를 전합니다.

 

어느덧 희망제작소가 평창동에서 마포구 성산동으로 이사한 지 다섯 달이 지났습니다. 희망제작소의 새 보금자리 ‘희망모울’은 누구나 언제든지 자유롭게 찾을 수 있는 공간으로 꾸려지고 있는데요. 이는 ‘모든 시민이 연구자인 시대’를 위한 희망제작소의 실천이기도 합니다. 이번 세미나를 준비한 사회혁신센터에서는 ‘국민해결2018’ (자세히보기)을 주요 사업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주요 방법론인 ‘소셜리빙랩’도 앞서 언급한 희망제작소의 기치와 같은 맥락에 있습니다. 연구자만이 아닌, 문제를 가진 당사자가 해결에 직접 참여하는 실험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각 지역에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개인과 공동체의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소셜리빙랩’을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소셜리빙랩’이라는 단어는 누군가에게는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세미나에 참석한 시민들은 “더 나은 사회를 꿈꾸는 사람들이 협력하는 공론장 겸 안전한 실험실”, “주체적인 시민이 누릴 수 있는 공동체”, “사회 속 개인이 공동체 의식을 느끼며 사회문제를 해결해 가려는 노력과 결과물이 모이는 공간” 등 자신만의 방식으로 소셜리빙랩을 정의 내렸습니다. 이제는 마을공동체의 대명사가 된 성미산 마을, 그리고 대구에서 청년과 도시와 농업을 엮어내는 시도를 벌이는 희망토농장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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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시도, 성미산 마을과 희망토농장

성미산 마을이 처음 형성된 계기는 공동육아였다는 이야기는 이제 많이들 알 것 같습니다. 공병각 마포마을공동체네트워크 대표는 지난 1994년 마을 사람들이 함께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힘을 모아서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국내 최초로 만들었고, 2001년 성미산을 깎아 정화시설을 만들겠다는 어디의 계획에 맞선 학부모 간 사례를 취재한 기자가 성미산 마을을 작명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성미산 마을에서는 공동육아 외에도 여러 시도를 벌였습니다. 유기농 음식을 만들던 엄마들이 ‘작은나무 카페’를 만들었고, 한발 더 나아가 조합원과 생산자와의 협동으로 안전한 생활재를 공급하는 ‘두레생협’을 마을에 들여오고, 공동체 카센터 ‘차병원’을 차리기도 했습니다. 작은 시도에는 성패가 있기 마련이죠. 생각보다 장사가 잘 안되었던 ‘차병원’은 2009년 문을 닫았습니다. ‘작은나무 카페’는 건물주가 바뀌면서 쫓겨났다가 어렵사리 서울시 지원으로 마련한 마을회관 1층에 1년 만에 다시금 문을 열었습니다.

공 대표는 이 경험으로 성미산 마을은 시민 자산화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공모 형식으로 이뤄지고 있는 마을공동체 사업으로는 한계를 느끼기 때문입니다. 이외에도 마을의 생애주기가 바뀌면서 주거, 청년, 그리고 옆 동네와의 관계 맺기 등 새로운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성미산 마을의 다양한 시도와 그 과정에서 겪었던 시행착오를 생생하게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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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도시의 청년들과 농업을 콘텐츠로 소통하는 희망토농장의 이야기였습니다. 유쾌한 에너지를 지닌 강영수 희망토농장 이장은 스스로 ‘이장’이라는 직함을 달았다고 본인을 소개했습니다. 농업 종사자로서의 정체성을 드러내기 위해서인데요. 청년을 ‘이장’이라고 부르니, 호칭만으로도 농업이 한결 친숙하게 느껴집니다.

청년 일손이 부족한 농촌 지역에서 청년을 불러들이려는 시도는 많지만, 그리고 도시 생활에 지친 청년들이 귀촌, 귀농을 꿈꾸지만, 청년들이 농업을 일자리로써 그리고 생활로써 구체적인 매력을 느낄 기회가 너무 없다는 게 희망토농장이 가진 문제의식입니다.

그래서 희망토농장에서는 직접 농사를 지으며 생활하는 모습을 여러 채널로 공유하며 스스로 가능성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청년에게 익숙한 플랫폼을 활용하거나 모임을 열면서 농업을 이해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B급 농업 예능을 꿈꾸는 세 명의 청년농부들의 이야기를 다룬 유투브 방송 ‘농사직방’(자세히보기)과 농부의 일상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 ‘청년 농부의 낭만’을 통해 농업에 관심 있는 청년과의 접점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이름은 낯설지만 어쩐지 우리에게 익숙한, 소셜리빙랩

성미산 마을과 희망토농장의 사례를 통해 소셜리빙랩의 개념을 이해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윤찬영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현장연구센터장은 “리빙랩 사례발표나 강의를 하다 보면, 지역활동가들이 ‘저거 우리가 해봤던 건데.’라는 말씀을 많이들 한다”며 소셜리빙랩이 ‘새로운 무언가’라기보다 이미 우리 지역 곳곳에서 변화를 일구는 작은 활동들이 소셜리빙랩과 연결돼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윤 센터장은 리빙랩을 접했을 때, 마이크로크레딧을 처음 시도한 그라민은행이 떠올랐다고 합니다. 그라민은행은 무함마드 유누스가 1983년 가난한 이들을 위해 설립한 소액대출은행으로, 가난한 사람들에게 소액대출을 통해 빈곤에 벗어나게끔 한 업적으로 2006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곳곳에서 축적된 선행 사례들이 사회혁신이나 소셜리빙랩의 개념으로 체계화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당시 사회혁신이나 소셜리빙랩이라는 이름을 붙이진 않았지만, 사회문제를 가진 당사자가 스스로 대안을 만들어낸 사례들이 우리 주변에도 구석구석 숨어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윤 센터장은 리빙랩의 핵심은 ‘참여’라고 강조했습니다. 시민의 자발적 참여,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참여, 그리고 현장성이 바탕이 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회혁신이 경영혁신, 기술혁신 등과 다른 지점은 개인의 이익보다는 사회적 가치가 크다는 점을 짚어주었는데요. 이러한 맥락에서 기존 ‘리빙랩’이라는 개념 앞에 ‘소셜’이라는 용어를 붙인 희망제작소의 취지를 다시금 짚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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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공병각 마포마을공동체네트워크 대표. 강영수 희망토농장 이장, 윤찬영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현장연구센터장이 한자리에 모여 시민과 함께 의견을 나누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성미산 마을의 공동체 내 의사결정 구조 및 성미산 마을 2세대 청년의 고민에 대한 질문부터 지역에서 청년이 주도하는 희망토농장 실험에서 어떻게 자원 발굴이 이루어지고, 지역에서의 실험에서 어려운 점은 무엇인지 등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시도를 실제로 해봤던 주체에게만 물을 수 있는 질문이 나왔습니다.

희망제작소는 절실한 필요를 가진 시민이라면 누구나 쉽게 대안을 만들 수 있는 방법론 중 하나로 소셜리빙랩을 제시하고 있는데요. 희망제작소의 역할은 소셜리빙랩이라는 장을 통해 시민연구자들을 연결하는 데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성미산 마을과 희망토농장 사례 둘 다 실험이라는 형태를 처음부터 가지고 시작한 사례는 아니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새로운 시도를 계획하고 있는 (예비) 시민연구자들이 문제 해결 과정을 짐작해볼 수 있는 데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 글 : 유진 | 사회혁신센터 연구원 · [email protected]
– 사진: 사회혁신센터

화, 2018/10/30-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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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는 ‘모든 시민이 연구자인 시대’를 맞이하여, 모두를 위한 워크숍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기법을 함께 배우고 나누기 위해 <희망드로잉26+ 아카데미>를 개설했습니다. 희망제작소가 워크숍 기법을 엮어 만든 ‘희망드로잉26+ 워크숍 활용서’를 교재로 하는 교육과정인데요. 지난여름의 1기 교육에 이어, 11월 23일부터 12월 14일까지 2기 교육이 진행되었습니다. 교육에 참여했던 서승범 수료생이 후기를 보내주셨습니다. 서 수료생은 이번 후기를 좀 더 재미있게 써보고 싶었다며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의 등장인물 관점에서 작성해주셨는데요. 대한제국의 마지막 군사훈련을 받았던 사관생도가 은사인 유진 초이에게 쓰는 안부 편지의 형식입니다.


<희망드로잉26+아카데미> 2기 교육이 끝나고 며칠 후, 한 통의 편지가 호프와트(희망제작소) 앞으로 배달되었다. 발신자는 교육 수료생인데, 수신자 이름을 보니 주소 착오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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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Eugene Choi(유진 초이)에게

언제라도 다시 뵙고 싶은 Eugene. 잘 지내고 계신가요? 너무 오랜만에 안부를 여쭈어보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곳 날씨는 어떤 모습입니까? 이곳은 가을을 지나 온전한 겨울 한가운데에 와 있습니다. 추운 겨울 이야기를 전하기에는 마음이 시린 듯하여, 완연한 진홍의 단풍이 고개를 들던 마름달(11월)의 셋째 주 이야기를 들려드리는 것으로 제 안부를 갈음할까 합니다.

▲ 서승범 수료생

▲ 서승범 수료생

제가 다니는 호프와트의 희망드로잉26+아카데미가 지난 마름달 스무사흗날(11월 23일) 겨울 학기를 시작했습니다. 일전에 말씀드렸는지 모르겠습니다만, 호프와트는 희망 시에 위치한 최고의 워크숍 교육 기관입니다. 담임 교수는 희망제작소 뿌리센터 박정호 선생(재차 연배를 물었지만 아재개그만 연발할 뿐이어서 도저히 연령을 알 수 없었습니다만, 교관님의 연배와 비슷한 느낌이 듭니다.)이 맡아 주었고 인은숙 센터장을 비롯해 다회의 워크숍 경력을 가진 교수진이 참여했던 교육이었습니다.

첫날의 모습은 우리가 스승과 제자로 만나던 그날, 제 동창들과 첫 면식을 트던 상황과 다름없었습니다. 수강생들은 새 인연을 밝히느라 웅성거렸고 그 웅성거림이 잦아들 때쯤 박정호 선생이 소리울리미(마이크)를 손에 움키고 강단에 섰습니다. 그는 연배를 알 수 없는 말투로 호프와트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더불어 짧은 입학 축하를 전하고는 깜짝 놀랄만한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한 회당 세 시간으로 알고 있었던 수업이 이전 학기의 수강생 선배들의 요청으로 회당 네 시간으로 늘어났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저를 제외한 대부분의 수강생은 알고 있었던 일인 듯했습니다만, 저는 무척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긴 시간 강의가 지루하지는 않을까, 혹여 제가 지치지는 않을까,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까 하는 물음이 저를 꽉 채웠습니다. 또, 처음 배우는 워크숍 기법을 잘 새겨 제 것으로 만들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들었습니다.

Eugene, 저의 그 걱정과 물음이 기우였음을 알게 되는 데까지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수업은 주도적이었으며 경험은 주체적이었습니다. 공동연수(워크숍)를 기획하는 자의 마음가짐을 배웠고, 기획의 구조적 어려움을 배우기도 했습니다. 우리 대부분이 공동연수에 대한 경험이 없는 자들임에서 오는 어려움을 이해하고, 대상이 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지 아니하고도 헤아릴 수 있을 듯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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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연고 없던 수강생들이 초상화 그리기라는 활동으로 상호의 면면을 들여다 보며 함께 그려내는 동안에 어색함이라는 장벽이 눈 녹듯 줄어들었고, 교관님이 일전에 알려주셨던 빙고라는 것을 접목한 신상 빙고로 과거를 묻고 근황을 답했습니다. 우리에게 문제가 되는 세 가지 단어를 스스로 적어내고 이야기 나누는 동안에는 동지애가 싹트기 시작했고, 그렇게 나누었던 문제를 ‘Mandal-Art’로 확장했습니다. 그렇게 문제 해결 방법을 배워나갔고, 네 번째 만남이 있었던 매듭달 열나흘 (12월 14일) ‘Why?-Why? Chain’을 비롯한 여러 기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방향을 정하고 추진 계획을 세우는 방법까지 배운 저에게, 호프와트에서는 졸업장을 수여했습니다.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오는 지난 한 달 동안 저는 우리 모두의 민주적 의사결정이나 목표설정을 돕고 해결방법까지 스스로 찾아낼 수 있도록 돕는 그런 공동연수의 기획자가 되었습니다. 제 한 몸 건사하기 힘든 작금에도 더 나은 우리나라의 앞을 위해, 일하는 자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모두를 위하는 일을 하는 자들이 더욱더 많아지는 세상을 꿈꾸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어엿한 호프와트의 졸업생이 되었습니다. 이제 제가 배운 것으로 누구를 어떻게 이롭게 할지 고민해 볼 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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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gene, 말씀드린 지난 한 달 동안 저는 조금 더 자랐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를 이롭게 하는 방법보다 다른 이를 이롭게 하는 법을 배웠으니까요. 아직 전하지 못한 것들이 많습니다. 조만간 다른 서신으로 안부를 전하겠습니다. 항상 기도합니다. 건강하십시오.

무술년, 매듭달 열여드레(2018년 12월 18일)
당신의 제자 Seo(서)

– 글 : 서승범(희망드로잉26+아카데미 2기 수료생)
– 사진 : 뿌리센터

금, 2018/12/21-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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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는 지난 9일 오후 서울 마포구 희망제작소에서 2018 민주인권평화네트워크포럼 ‘사회혁신이란 무엇인가’를 열었습니다. 이번 포럼은 시민주권시대를 위한 민주주의, 사회혁신, 인권 등 각 분야의 활동가들과 함께 사회혁신의 현주소를 짚어보기 위해 마련된 자리입니다.

 

어디선가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사회혁신’은 우리 사회에서 다양한 얼굴과 표정으로 함께 해왔습니다. 희망제작소는 이번 포럼에서 ‘사회혁신과 공동체’, ‘사회혁신과 독립활동’, ‘사회혁신과 디지털민주주의’, ‘사회혁신과 오픈거점공간’ 등의 주제로 돌아보고, 집담회를 통해 향후 사회혁신의 새로운 얼굴, 그리고 희망제작소의 역할은 무엇인지 되짚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이 중 ‘사회혁신과 독립활동’ 워크숍 현장 이야기를 전합니다.

박아영 씨닷 대표는 ‘사회혁신과 독립활동’이라는 주제로 워크숍의 문을 열었습니다. 씨닷은 지난 2014년 사회혁신 관련 국제교류 활동 단체로 첫발을 뗀 단체입니다. 씨닷은 사회혁신가, 사회혁신기관을 연결하되 형식적 네트워크를 넘어 실제 혁신가와 혁신기관, 혁신기관과 혁신기관이 직접 만나 시너지를 만들 수 있도록 대화와 협력의 장(場)을 여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예컨대 글로벌 사회혁신 관련 국제회의 기획 및 운영을 비롯해 국내외 혁신 스터디 투어, 국제 교류 자문 등 다방면으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사회혁신 분야의 활동가와 기관들이 조직의 비전과 가치를 누구와 함께, 어떤 방식으로, 무엇을 기여할 지에 관해 함께 고민하며 자문하는 등 ‘연결자’로서의 역할을 하는 만큼 독립활동을 이어가는 데 핵심이 무엇인 지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박아영 대표는 “씨닷의 활동과 독립활동은 딱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았다”라면서도 “씨닷이나 독립활동이나 협력은 필수이다. 활동할 때 항상 파트너(개인/기관)가 있을 수밖에 없고, 만나는 파트너에 따라 협력의 방식과 형태도 매번 달라질 수밖에 없다”라며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토론자로 참석한 조은호 OO은대학연구소 대표도 협력과 연결의 방식에 대해 “전통 NGO의 경우 스스로 지역주민이 되는 방식을 택했다면, 현재 진행 중인 도시재생의 경우 사업의 특성상 경우 전통적인 방식이 유효하지 않다고 여겨 고민 중”이라고 문제의식에 공감을 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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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부채문제를 해결하는 생태계를 만드는 내지갑연구소의 한영섭 대표는 “독립활동은 오로지 혼자 활동하는 게 아니라 1인활동가든 1인 기업이든 주체적으로 활동하되 파트너와 연대 및 협동을 통해 독립이 가능한 토대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공론장을 만드는 시민사회단체 바꿈의 홍명근 활동가는 다양한 사회적 이슈에 관해 시민과 시민을 연결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정책배틀, 정책경연과 같은 공론장을 열어 시민의 의견을 모으고, 이후 의제 확산하면서 성숙한 숙의 문화를 만드는 등 시민과 시민을 잇는 조력자로서의 역할에 힘쓰고 있었습니다.

이처럼 분야는 다르지만, 사회혁신 분야에서 주체적으로 독립활동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개방성, 유연성 등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내지갑연구소의 프로젝트는 좋은 사례입니다. 내지갑연구소는 지난 3월부터 이달까지 약 8개월 동안 ‘빚쟁이유니온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대출로 피해를 본 청년을 대상으로 무료 상담을 받고, 동시에 피해자 구제와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프로젝트입니다.

한영섭 대표는 “활동가들이 자원봉사로 뭉친 단기성 프로젝트였는데, 사회문제와 그에 따른 동기 위주로 모였기에 단단함은 있지만, 책임을 져야 하는 주체에 대한 고민, 진행 과정을 공유하고, 소통하는 문화를 만드는 게 필요했다”고 말했습니다. 해당 프로젝트는 자발적으로 ‘청년 부채’에 대한 문제의식을 지닌 활동가들이 유연하게 결합해 시작됐지만, 이를 이끌고 나가고, 구성원 간 연결하는 역할이 필요했다는 것입니다.

박아영 대표는 일하는 방식을 설계할 때 독립활동의 유연성과 개방성이 중요한 만큼, 일하는 주체로서의 관점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우리는 연결자로서 역할이지, 주인공이 아니다”라며 “실제 주인공은 (사회혁신 분야의 사업 당사자이자) 협력하는 사람들, 만나는 사람들이기에 이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이해관계를 조정하면서 새로운 협력 과정을 경험하는 게 필요하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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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각 분야에서 독립활동의 가치와 비전에 따라 사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실제 독립활동의 생태계를 만드는 데 현실적 제약도 존재합니다. 사회혁신 분야의 크고 작은 사업을 벌일 때 경제적 지속가능성은 늘 풀기 어려운 숙제인 셈입니다. 한영섭 대표는 “기업의 펀딩, 정부 및 지방정부의 보조금을 받는 게 쉽지 않지만, 적극적으로 받아야 한다고 보는데, 실제 사업을 할수록 사업이 죽어버리는 상황을 마주할 때마다 공론장이 필요하다고 본다”라며 “우리가 하는 일의 사회적 효과를 세련되게 설명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이들과 펀딩을 줄 수 있는 이들을 매칭하는 작업이 중요하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참관자로 나선 김정현 카이스트 시민참여연구소 연구원은 독립활동 생태계가 안착하기 위해서는 사회적가치 측정 평가의 도입을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사회혁신이라는 말 자체는 익숙해졌지만, 실제로는 사회혁신의 정의와 의미 자체가 모호하고, 공유된 정의가 없기에 독립활동의 목표가 사회적가치 창출이라면 안정적인 기반(평가지표) 바탕으로 운영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일례로 해외 사회적경제조직의 경우 3천개 가까운 평가지표를 통해 유형별·단계별로 비용 대비 사회적가치 창출을 평가해 비영리조직 투자 활성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글: 방연주 | 이음센터 연구원·[email protected]
속기: 황현숙 | 사회혁신센터 연구원·[email protected]
사진: 오승화 | 경영기획실 연구원·[email protected]

화, 2018/11/13-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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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상상프로젝트’는 아름다운재단의 청소년진로탐색지원사업으로 희망제작소가 지난 2016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입니다. 희망제작소는 지난 10월 23일 3년간 각각 참여한 청소년을 스피커로 초대하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고승언 님(2016년 참여), 진가영 님(2017년 참여), 유선영 님(2018년 참여)의 ‘내-일상상프로젝트’를 통한 경험, 그리고 진로교육을 비롯해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며 스스로 고민하며 자신만의 길을 찾으며 겪은 진솔한 이야기를 세 편에 걸쳐 전합니다.

① 나도 모르게 나를 변화시킨 ‘삼인행’

고승언(순창 순창제일고등학교 2학년)님은 지난 2016년 ‘내-일상상프로젝트’ 참여했을 때 중학교 3학년으로 마술사가 꿈이었는데요. 당시 ‘내-일상상프로젝트’ 중 재능탐색워크숍 과정의 일환으로 청소년들이 함께 만나서 인터뷰하는 진로기행 ‘삼일행’ 활동을 했습니다. 2018년 현재 고등학교 2학년이 된 승언 님은 주짓수에 빠져있다고 하는데요. 승언 님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평범한 진로활동 vs. 평범하지 않은 진로활동

학교를 싫어해요. 공부도 좋아하지 않고, 애들 공부할 때 놀았는데, 고등학교 오니까 너무 달라진 거예요. 친구들도 고등학교 와서 대학 가려고 공부하고. 학교도 대학을 보내기 위해 수업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1학년 때 진로활동에 참여했을 때 평소 만나기 어려운 신기한 분을 만나겠지 하고 기대했는데 직업을 소개하고, 그 직업을 갖는 데 필요한 학과나 내신 등급 위주로 이야기하더라고요.

▲ '내-일상상프로젝트' 참가자였던 고승언 님.

▲ ‘내-일상상프로젝트’ 참가자였던 고승언 님.

 

고등학교 와서 문과나 이과도 모르고 지내는데 직업 위주의 진로활동을 참여하니 왜 하나 싶었죠. 질답할 때 친구들의 질문도 ‘그 학과에 가려면 내신은 어느 정도인가요’, ‘연봉은 얼마나 되나요?’, ‘그 직업을 가려면 대학에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하나요?’ 등의 이야기 위주로 나누게 되더라고요. 저는 무슨 질문을 해야 할지 몰라서 아이 같은 질문을 했어요. ‘그 직업을 갖고 일하시면서 재밌거나 행복하냐’고요. 진로활동을 해주던 그분은 “돈 버는데 힘들어도 해야죠”라고 답했는데, 왜 당연한 걸 묻고 있냐는 느낌을 받았어요.

‘내-일상상프로젝트’를 하면서 만난 사람책은 대학이나 수능 위주보다 어떤 직업을 갖고, 어떤 재미와 즐거움을 느끼면서 일하고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대학 입시만이 아닌 새로운 꿈에 대해 나눌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변화의 시작 ‘삼인행’ 활동을 시작하면서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중학교 3학년 때까지 ‘마술사’를 꿈꿨어요. 순창이라는 시골에서 마술사를 이야기하면 독특하게 여기긴 했죠. 평소 마술을 좋아했고, 학교(공부)와 거리가 멀기도 했고요. 그냥 학교에서 도망쳐 나와서 마술하고 그랬어요. 2016년 중학교 3학년 때 어느 날 자주 놀러 간 청소년 문화의 집에서 근무하는 선생님이 ‘내-일상상프로젝트’를 소개해주시더라고요.

그때부터 삼인행 활동을 시작하며 다양한 활동을 했어요. 제 꿈은 마술사였으니 마냥 마술사를 만나고 싶었지만, 멘토를 선정하고 섭외하는 게 어렵더라고요. 다행히 선생님들이 도와주셔서 마술사를 소개받았는데요. 그분에게 저를 알리는 게 어려웠어요. 마술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어떻게 마술을 배우고 있는지 등을 간략하게 쓴 자기소개서를 보냈어요. 약속을 잡고 인터뷰 질문지를 준비하고, 실제 만나서 인터뷰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어요.

삼인행 활동은 저를 포함해 4명의 구성원이 함께 제가 인터뷰한 문태현 마술사를 비롯해 최성수 순창 봄 레스토랑 대표, 안정진 한국스피치연구소 대표, 유대수 전주 문화연구소 창 대표님 등을 만났거든요. 처음엔 ‘당장 내 꿈과 직업과 상관없는 분야의 분들까지 만나는 게 나에게 무슨 도움이 될까’라며 살짝 귀찮게 느껴졌는데, 막상 만나고 보니 생각지 못한 직업을 가진 분들인 거에요.

이분들과의 인터뷰를 마무리하고 돌아보니 처음 제 생각이 잘못된 것 같았어요. 직업 자체를 배운다기보다 오히려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그 과정을 어떤 방식으로 풀어왔는지 삶에 대한 노하우를 들을 수 있었거든요. 개인적으로 제가 게으르고, 잠도 많은데 ‘삼인행 활동’하면서 약속시간을 잘 지키게 됐고, 팀 안에서 제 역할을 찾아 제가 해야 할 일을 할 수 있었어요. ‘내-일상상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저도 모르게 저를 발전시킨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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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경험을 통해 나 자신을 찾아가다

저는 공부보다 다양한 경험을 택했어요. 엄마도 공부 안 할 거면 자격증부터 따라고 하셨는데 말 그대로 여러 가지를 도전했어요. 마술, 요리, 바리스타에 이어 여행도 다녔고요. 경험은 다양했지만, 매번 그 경험들이 전문성을 갖기도 전에 어중간하게 끝났어요. 부모님은 직업 삼을 것도 아닌데 돈이 아깝다고 하시기도 했고요.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고 아르바이트하던 카페 근처에 주짓수 도장이 생겼는데 매트 위에서 운동하는 게 너무 멋져 보이는 거예요. 엄마에게 주짓수를 하고 싶다고 하니까 바로 화내셨죠. “이번이 마지막이다. 5개월 이상 못하면 지원 안 해준다.”

아르바이트로 첫 달 입관비를 벌고 주짓수를 시작하게 됐는데 저랑 관장님이 비슷한 게 많았어요. 관장님은 호텔 요리사로 일한 적도 있었고, 부모님 몰래 요리를 그만두고 청계천에서 이것저것 팔아보기도 하고요, 관장님이 운동하기 전에 뭘 했냐고 물어서 이야기했는데 오히려 저를 칭찬해주셨어요. 어린 나이에 많은 경험을 하고, 도움 되는 일을 했구나 하셨어요. 하루도 빠지지 않고 5개월간 주짓수를 했더니 관장님이 제게 대뜸 실장이라는 자리를 주셨어요. 할 건지 말 건지도 묻지 않고 “너 실장해” 이러시더라고요. 그래서 전 당연히 좋다고 했죠.

실장 업무를 맡다 보니 생각보다 힘든 일이 많았어요. 친구들은 놀러가자, PC방에 가자고 하는데 저는 매주 토요일마다 세미나를 가야 했거든요. 운동뿐 아니라 일하다 보면 슬럼프가 오기 마련인데 그런 순간이 올 때마다 관장님께서는 “승언아. 내가 지금까지 한 경험들 모두 슬럼프가 와서 그만뒀을까. 아니다. 나는 너를 믿고 믿었기에 실장이라는 자리를 준 것이고, 네 경험을 바탕으로 슬럼프를 풀면 성장하는 거야”라고 다독여주셨어요.

그래도 일을 그만두려고 했는데 지금까지 꾸준히 운동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누군가 제 경험을 무시하지 않고 믿어주기 때문에 참고 그 일을 계속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물론 미래의 직업에 대해 여전히 고민이 남아있지만 제게 주어진 시간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많은 사람을 만나보고 싶어요.

– 글 : 김수영 | 일상센터 연구원 · [email protected]
– 글 : 조현진 | 일상센터 연구원 · [email protected]
– 사진 : 일상센터

수, 2018/11/14-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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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는 지난해부터 영등포구와 함께 ‘2040 영등포종합발전계획’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는 정책의 당사자인 영등포구민이 ‘구민의제발굴단’으로 참여해 실생활의 문제를 나누고 토론을 통해 더 좋은 영등포를 만들기 위한 의견을 모으고 있습니다. 작년 12월에 진행된 구민의제발굴단 2차 회의에 이어, 2020년 1월 13일부터 20일까지 영등포 주민들은 3차 회의를 위해 다시 모였습니다.(2차 회의 현장 보기)

구민의제발굴단 3차 회의에서는 △도시재생·개발 △교통·안전 △환경·녹지 △소통·행정 △경제·일자리 총 5개 분야에 관해 학습하고 토론하여 의제를 발굴했는데요, 다소 어려운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영등포구 주민들은 함께 고민을 나누고 지역에 필요한 의제를 발굴했습니다.


▲영등포권역 3차 회의 현장

 

도시재생·개발분야-지역 간 격차를 줄이려면

도시재생 사업이 확대되면서 이로 인한 지역 간 격차가 커지고, 주민 간 갈등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영등포구도 같은 고민을 안고 있는데요. 구민의제발굴단에서는 주차시설을 기존 거주민과 공유하거나, 주민편의시설을 소외지역에 설치하는 등 주민 간 상생 방안을 제안해주셨습니다.

또 획일적인 재정비가 아닌, 특색을 살린 차별화가 중요하다는 점도 짚어주셨는데요. 영등포구 내 국회의사당, 한강, 문래창작촌 등 지역 명소를 특화하고, 주민이 직접 해설사로 활동하는 등 주민 참여 방안도 함께 고민했습니다.

교통·안전분야-안전한 마을을 만들기 위한 고민

날이 갈수록 안전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에게나 중요한 사안입니다. 구민의제발굴단에서는 먼저 어린이 보행 안전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습니다. 예컨대 학교 주변의 무단횡단 방지를 위한 울타리 설치, 안전속도 규제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습니다.

한편, 치안 강화도 중요한 주제였는데요. CCTV 설치 요구가 늘어나고 있는 현재, 설치 지점을 정확히 파악해 사각지대를 찾는 등 단순한 CCTV 설치보다 효율적인 설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밖에 어두운 곳에 가로등을 설치하되, 친환경에너지를 활용해 에너지를 절감하는 아이디어로 제시했습니다.

교통 부문도 논했습니다. 영등포구에서 편리한 교통체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영등포로터리와 같은 복잡한 도로를 개편하고, 마을버스 노선을 확충하는 등 대중교통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비 오는 날 잘 보이지 않는 도로의 표시선을 우천형 페인트로 바꿔 안전을 강화해야 한다는 구체적 아이디어도 제시해주셨습니다.

소통·행정분야-보다 높은 수준의 소통과 참여 강화

영등포구 주민은 소통과 참여에 대한 공감이 매우 높았습니다. 갈등을 줄이고, 더 나은 방안을 만들기 위해서는 행정과 주민이 그리고 주민 간에 협력과 토론이 필요하다는 점을 한목소리로 강조해주셨는데요. 이러한 점에서 현재 운영 중인 소통창구 <영등포 1번가>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많았습니다. 이를 앞으로도 꾸준히 운영하고, 타운홀미팅과 같은 공론장을 열어 토론을 확산시키자는 제안도 해주셨습니다.

행정은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전달하고 있지만, 주민 입장에서는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 많습니다. 특히 인터넷으로 소통이 확대되고 있는 현재 이를 잘 다루지 못하는 주민을 위해 교육을 제공하거나 정보 접근성이 떨어지는 주민에게는 통장이 가가호호 방문하는 방식 등의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짚었습니다. 또 주민들이 영등포구에서 운영 중인 다양한 위원회에 참여해 활동할 수 있도록 개방하는 등 적극적인 방안도 제안했습니다.


▲대림권역 3차 회의 현장

 

환경·녹지분야-깨끗하고 맑은 마을 만들기

영등포구 내 1인당 녹지면적이 작다는 점에서 녹지를 늘려야 한다는 데 의견이 많앗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주차장을 지하화하고, 지상에 녹지를 조성하거나, 자투리 공간과 옥상 활용 등의 의견을 제시해주셨습니다. 또 재개발 시 녹지공간을 만든다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적극적인 녹지 확보방안도 필요함을 강조해주셨습니다.

쓰레기 문제는 풀기 어려운 과제 중 하나입니다. 영등포구 주민들도 쓰레기 무단투기, 음식물쓰레기, 일회용품, 담배꽁초 등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요. 재활용정거장 등 거점지역에 주민이 관리자로 활동해 깨끗하게 유지하고 일거리 창출도 하는 방안, 주변에 화단을 조성하여 인식을 개선하는 등의 아이디어를 내주셨습니다.

경제·일자리분야-함께 성장하는 포용적 경제모델 필요

장기화된 경기침체로 모든 세대가 일자리 문제에 직면해있습니다. 영등포구도 예외가 아니기에 일자리 진입 자체가 어려운 청년을 대상으로 창업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토론했습니다. 구민의제발굴단에서는 지역의 핫플레이스로 자리매김한 문래창작촌 모델을 확산해 창업을 희망하는 청년에게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거나, 청년이 관심 있는 IT분야에서 창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경력단절여성의 일자리도 주요 관심사였습니다. 경력단절여성 대상 교육은 많지만, 실제 필요로 하는 교육과 다소 차이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당사자의 수요에 따라 맞춤형 교육을 설계해 제공되면 좋겠다는 의견을 주셨고, 중년여성은 사회적경제 영역의 일자리를 제공해 지역사회 활동을 함께 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해주셨습니다. 또 은퇴한 노년층의 전문능력을 활용하고, 아이돌봄 등 수요가 많은 서비스를 노인일자리와 연계하는 방을 함께 고민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상권과 상권 사이를 연결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해주셨는데요. 영등포구에는 타임스퀘어, 문래창작촌, 영등포시장 등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지역명소가 있지만, 상권 간 단절이 있어 오래 머무르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해주셨습니다. 이에 상권의 중간을 연결할 수 있는 디딤돌이 필요함을 제안해주셨습니다.


▲신길권역 3차 회의 현장에서 주민들이 제안한 의견들.

 

구민과 함께 영등포 미래의 밑바탕을 그리는 과정

그동안 지역의 종합발전계획은 공무원과 전문가 중심으로 수립되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그래서 정책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 주민의 필요와 다소 동떨어진 계획이 만들어지곤 했는데요. 2040 영등포종합발전계획은 연구 과정에 주민과 함께 고민하고 토론하며 의제를 발굴해간다는 점에서 실생활과 밀접한 계획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영등포 구민의제발굴단은 세 차례에 걸쳐 분야별로 다양한 의견을 제시해주셨습니다. 희망제작소는 현재 위 의견을 반영해 2040년 영등포 종합발전계획을 세우는 과정에 있으며, 결과는 오는 4월에 진행될 4차 회의에서 공유할 예정입니다. 영등포 구민 의견을 반영한 2040 영등포종합발전계획, 함께 기대해주세요.

– 글: 이다현 대안연구센터 연구원·[email protected]
– 사진: 대안연구센터

금, 2020/01/31-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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