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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찍어보고 싶습니다] ⑤ 촛불을 든 청소년, 해야 하니까 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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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찍어보고 싶습니다] ⑤ 촛불을 든 청소년, 해야 하니까 했을 뿐

익명 (미확인) | 목, 2017/08/10- 14:09

지난 19대 대선, 많은 이슈 속에서 ‘청소년 참정권’이 하나의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국회에서도 18세에 선거권을 부여하자는 논의가 진행됐지만 실현되지 못했는데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중 19세 이상을 선거연령으로 정한 나라는 한국밖에 없습니다. 희망제작소는 ‘일단 찍어보고 싶습니다’ 캠페인으로 청소년의 목소리를 전합니다. 이를 통해 청소년의 정치적 기본권을 어떻게 보장할 수 있을지 찾아보려 합니다.

* 인터뷰 전문
– 인터뷰이 : 전주공업고등학교 ‘전희원’님

Q. 자기소개
– 전주공업고등학교 YMCA 동아리 회장 전희원입니다.

Q. 촛불집회에 참여한 계기는?
– 어떤 계기가 있어서 참여한 건 아니고요. 집회 소식을 들었을 때 꼭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정유라 사건은 저한테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아요. 하지만 내가 아니더라도 ‘누군가’가 부당한 일을 당하는 건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내’일이 아니라고 해서 무시하면 안 된다는 마음에 나갔던 거죠.

Q. 집회 참여 후 희원 님에게 생긴 변화는?
– 학교에서 탄핵 선고 과정을 TV 생중계로 지켜봤어요. 보면서 저도 탄핵에 조금이나마 기여한 것 같아서 좋았어요. 촛불집회 참여 전에는 ‘정치’가 저한테 먼 나라 이야기 같았거든요. 하지만 집회를 통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제가 직접 나서서 생각하고 행동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사회적 활동을 통해서도 공부만큼 배울 수 있는 게 많으니까요. 경험을 쌓으면서 생각도 넓힐 수 있고요.

Q. 집회에 참여했을 때 주변 어른들의 반응은?
– ‘어린데 벌써 이런 활동에 참여하냐’라는 말을 들으면 ‘해야 하니까요’ 말고는 별다른 이유가 없어요. ‘청소년이 미래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우리는 이미 청소년으로 살아가고 있는데, 미래를 생각하면서 이 시기를 보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고요.

Q. ‘청소년’이라서 활동하는 데에 어려움은 없는지?
– 어른들이 많이 반대하시죠. ‘학생답게 공부나 해라’, ‘나중에 데모꾼 되려고 그러냐’라는 말도 들어요. 하지만 우리는 4·19 혁명을 4·19 학생운동이라고도 부르잖아요. 5·18 민주화 항쟁 때도 그렇고, 한국의 민주주의 현장에는 늘 학생들이 있었어요. 작년 촛불집회에도 학생들이 많이 나와서 눈길을 끌었잖아요.

Q. 청소년의 의견이 반영 안 된 것 같다고 느낀 적 있나요?
– 학교 기숙사에서 저희 의견은 듣지 않고, 부모님이 항의하니까 그제야 조치를 해준 적이 있었어요. 학교 규칙도 학생들의 의견을 좀 더 반영해서 만들었으면 좋겠고요.

청소년도 시민이다

Q. 청소년이 사회참여를 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 정책을 결정하거나 만들 때 청소년이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런 걸 제도화시켜야 하고요.

Q. 투표연령이 낮아지지 않는 이유는 뭘까요?
– 어른들이 청소년을 주체성을 가진 존재로 보지 않는 것 같아요. 보호받아야 할 존재로만 여기니까요. 청소년을 ‘미래’보다 현재의 ‘시민’으로 보는 게 우리를 더 성장하게 만들 수 있다고 봅니다.

참정권이 있다면

Q. 청소년에게 투표권이 있으면 무엇이 달라질까요?
– 저희에게 투표권이 생긴다면 정치인들이 청소년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을까요? 저희를 위한 공약도 생길 거고요. 저희도 어떤 후보의 정책이 좋은지 이야기나 토론을 하며, 더 나은 방향을 생각할 수도 있고요. 이러면서 사회는 좀 더 좋아질 거고요.

Q. 투표연령은 몇 세여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 만 18세면 운전면허증을 발급 받을 수 있고 결혼도 할 수 있는데 투표만 못 해요. 이건 옳지 않다고 생각해요. 다 할 수 있는데 ‘투표’만 못하는 거니까요. 따라서 만 18세가 되었을 때, 다른 것처럼 투표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일단 찍어보고 싶습니다’ 인터뷰 시리즈 영상 목록

① 우리도 ‘현재’를 사는 국민이다 (영상 보기)
② 글쓰는 청소년_ 학생다운 게 무엇인가요? (영상 보기)
③ 일상을 고민하는 청소년_ 모든 것이 공부다 (영상보기)
④ 사회를 고민하는 청소년_ 애와 어른의 기준 (영상보기)
⑤ 촛불을 든 청소년_ 해야 하니까 했을 뿐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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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 피해 30조 원이라는 가짜뉴스

글 | 허광준(오픈넷 정책실장)

 

사회 현상에 대한 연구는 지적 작업으로서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지만, 현실을 진단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초석이 된다는 점이 더욱 중요하다. 잘못된 진찰에서 올바른 처방이 나올 수 없듯이, 사회 현상을 부정확하게 판단하면 제대로 된 대책이나 정책이 나올 수 없다.

가짜뉴스 현상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우려의 목소리가 높지만, 이 문제가 실제로 얼마나 심각하고 구체적으로 얼마나 큰 손해를 끼치는지는 알기 어렵다. 따라서 이러한 손해를 측정해 보려는 노력은 꼭 필요한 일일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3월 17일 발표한 연구 ‘가짜 뉴스의 경제적 비용 추정과 시사점’은 이렇게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작업을 수행했다는 점에서 뜻있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연구의 내용은 사회 현상을 진단하고 예측하는 작업으로서는 허점투성이여서, 여론과 정책을 이끄는 지침으로 삼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현대경제연구원 가짜뉴스

그럼에도 가짜뉴스의 피해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가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 슬로우뉴스가 우려했듯이 이러한 주먹구구 진단이 마치 정설인 것처럼 단정되어 회자하고 심지어 입법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실정이다. 말하자면 사회 현상에 대한 오진이 미디어를 통해 확산되며 잘못된 처방으로 이어지는 대표적인 사례가 되고 있는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 보고서 검토  

여기에서 해당 연구를 다시 한번 검토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흔히 연구자들이 남이 한 연구를 검토할 때 가장 눈여겨 보는 것은 방법론이다. 어떤 과정을 통해 가설을 검증하고 연구 질문에 대답하였는지를 밝히는 부분이다. 일단 여기서 문제가 없어야 해당 연구의 근본적 타당성이 성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의 가짜뉴스 비용 추정 작업은 다음과 같은 방법론을 통하여 이루어졌다.

  1. 가짜뉴스 건수는 실제로 유통되는 기사의 1%라고 가정한다. (가짜 뉴스의 실제 건수를 알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2. 가짜뉴스의 대상은 연예인/운동선수, 기업, 정치인, 일반인으로 간주한다. (따라서 이들이 등장하는 문화, 스포츠, 정치, 산업, 사회 기사만을 대상으로 한다.)
  3. 가짜뉴스의 경제적 비용은 당사자(개인이나 기업)가 입는 피해와 사회적 피해로 구분된다.
  4. 개인에 대한 가짜뉴스 피해는 1달 동안 지속된다고 가정하고, 그 개인의 월 소득을 피해 금액으로 추정한다.
  5. 기업에 대한 가짜뉴스 피해는 하루 동안 지속된다고 가정하고 그 기업의 하루 매출액을 피해 금액으로 추정한다.
  6. 사회적 피해는 정보통신망법상의 벌칙 조항(제70조)에 따라 판결된 실제 건수를 고려하여 가짜뉴스 1건당 사회적 피해액을 추정하고 이를 합산한다.

이러한 방법을 통해 나온 결론은 다음과 같다.

현대경제연구원

이러한 과정을 들여다보면, 이 연구의 가정과 추정에 많은 문제가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하나하나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가짜뉴스는 1%? 

전체 유통 기사의 1% 분량을 가짜뉴스로 정한 것은 아무런 근거도 없다. 왜 2%, 5%, 0.5%, 0.1% 분량이 아니고 1%여야 하는지 설명할 수 없다. 0.5%로 잡았다면 충격적인 피해액은 절반으로, 0.1%로 잡았다면 10분의 1로 줄어들었을 것이다.

1% 분량으로 잡았더니 1년간 유통되는 가짜뉴스는 13만 건이었다. 매일 356건의 가짜뉴스가 생산되어 나돈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가짜뉴스란 개인이 대충 만들어 서너 명 돌려보고 끝나는 것들이 아니라, 매체 기사 수준으로 만들어져 뉴스와 같은 파급력을 가지며 개인과 기업에 피해를 주고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는 가짜뉴스를 말한다. 이런 게 매일 수백 건씩 생산된다면 한국의 매체와 여론 시장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의 상황일 것이다. 이는 실제보다 엄청나게 부풀려진 것으로서, 상식을 가진 사람이면 누구도 동의하기 어려운 수치다.

2. 개인 피해액

가짜뉴스의 개인 피해액을 한 달 월 소득으로 잡은 타당한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 연구에서는 가짜뉴스의 대상이 된 운동선수, 연예인, 정치인, 일반인이 한 달 동안 아무 일을 못하며 소득도 올리지 못한다고 가정되어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런 사람은 거의 없었다. 설령 뜬소문, 헛소문, 유언비어의 대상이 되어 곤욕을 치른다 하더라도, 그 때문에 식음을 전폐하고 경제활동을 접어 한 달 동안 밥을 굶은 연예인이나 정치인은 그리 많지 않다. 하루하루 치열하게 먹고살아야 하는 일반인은 말할 것도 없다.

돈 계산기

3. 기업 피해액

가짜뉴스로 인한 기업 피해액을 하루 매출액으로 잡은 타당한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 연구는 기업에 대한 가짜뉴스의 유포 기간을 하루로 가정했다. 가짜뉴스가 하루 유포되고 말다니,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 그럼에도 그렇게 잡은 것은, 기업 매출액을 피해액으로 잡을 경우 날짜가 늘어나면 피해액이 터무니없이 커지기 때문일 것이다.

만일 기업의 하루 매출액이 10% 정도 줄어들고 그 기간이 한달 동안 지속된다거나 했으면 좀 더 상식적이었을 것이다. 물론 그랬더라도 억지인 것은 여전하지만 말이다.

한편 기업과 관련한 가짜뉴스가 바로 해당 기업 제품의 매출 중지로 이어진다는 것도 과도한 단정이 아닐 수 없다.

4. 사회적 피해액

사회적 피해액은 정보통신망법상 거짓, 혹은 사실 유포를 통한 명예훼손 판결을 근거로 했다. 예컨대 벌금의 경우 사실 명예훼손은 최고액이 2천만 원, 거짓 명예훼손은 5천만 원인데, 연구는 이를 퉁쳐서 대충 4천만 원으로 잡았다. 그렇게 한 이유는 “피해 금액을 추정하기 어려우므로”다.

실제 피해액을 산정하기 위해 법의 적용을 원용하려면, 당연히 실제 판결 내용을 고려했어야 할 것이다. 법정 최고액으로 판결이 나오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실제 판결을 고려하지 않고 최고액으로 따지면 엄청나게 부풀린 금액이 나올 수밖에 없다. 법정 최고액이 실제로 발생한 사회적 비용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돈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해당 연구가 계산해 낸 가짜뉴스 피해액은 비상식적인 가정과 주먹구구 추산에 바탕하여 어이없이 부풀린 억지임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가짜뉴스의 경제적 비용은 30조 원!’ 같은 자극적인 결론은 기정사실화하여 널리 유포되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이것이야말로 가짜뉴스라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가짜뉴스와 선거 

슬로우뉴스의 관련 기사에는 해당 연구를 진행한 현대경제연구원 담당자 인터뷰가 실려 있다. 이 내용을 보면 담당자는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가 당선된 것은 가짜뉴스 때문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 “가짜뉴스로 인한 피해액 추산이 명확한 근거도 없이 주먹구구로 엄청나게 부풀려져 있”다는 오픈넷 비판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미국 사례를 봐도, 지난 미국 대선에서 가짜 뉴스가 판세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때문에. 그러니까 가짜뉴스로 인해 대통령이 바뀌었다면, 그 비용을 계산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해서…

– [팩트체크] 가짜 뉴스 피해액 연간 30조 원? 중에서

비록 “바뀌었다면”이라는 가정법을 쓰긴 했지만, 그 앞의 언급 내용, 또 뒤에서 똑같은 표현을 다시 한번 쓴 점 등을 고려하면 그는 실제로 가짜뉴스 때문에 미국 대통령이 바뀌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만이 아니다. 가짜뉴스의 위험을 과장하며 극단적인 처벌법을 제정하려고 시도하는 정치인들도 비슷한 인식이고, 또 가짜뉴스에 대한 수다스러운 보도들을 본 일반인 상당수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은 도시 전설이거나 환상일지도 모른다. 적어도 그러한 사실이 입증된 적은 없다. 가짜뉴스가 널리 퍼졌다는 것, 그걸 본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 그런 상황이 매스컴을 통해 자주 보도되었다는 것 등과 실제로 가짜뉴스가 선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전혀 다른 명제다.

선거 투표

미국 선거를 잠깐 복기해 보자. 어느 모로 보나 민주 국가의 지도자로서 부적격자인 듯한 도널드 트럼프가 승리한 것은 놀라운 일이긴 하지만, 그 이면에는 가짜뉴스 현상이 다 설명하지 못하는 분명한 정치·사회적 배경이 있다. 힐러리 클린턴이 대표하는 부유한 진보적 계층에 반감을 가지는 백인 노동자층의 지지가 그것이다. 클린턴의 선거 운동이 전략적으로 실패했다는 지적도 있다. 이러한 평가는 선거 직후에 무수히 쏟아져 나왔다.

트럼프 승리를 가짜뉴스의 탓으로 보려는 시각은 이러한 엄정한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고 패배를 인정할 수 없어서 다른 핑계를 찾으려는 의도를 반영하고 있다. 정치적 인지부조화를 해결하기 위해서 어떤 핑계가 필요한 것이다.

페이스북 CEO인 마크 주커버그는 트럼프가 승리한 뒤, 가짜 뉴스가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은 ‘미친 생각’이라고 말한 바 있다. 또 내가 만난 미국 소셜 미디어의 고위 관계자는 가짜뉴스를 트럼프 당선의 주요인으로 간주하는 주장이 힐러리 클린턴 캠프의 선거 전략 실패를 감추려는 노력에서 나온 것일 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가짜뉴스를 퇴치하는 활동을 하는 미국 시민단체 ‘퍼스트 드래프트(First Draft)’의 전문가조차 가짜뉴스가 트럼프를 당선시켰는지에 대해 “잘 모르겠다”라고 대답했다.

퍼스트 드래프트 https://firstdraftnews.com/2016-year-fake-news-stepped-looking-glass/ 가짜뉴스를 퇴치하기 위해 활동하는 ‘퍼스트 드래프트’

그런데도 일부 한국인은 가짜뉴스라는 낯설고도 엄청난 사태 때문에 미국 대통령이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한국에서도 피해가 막대하기 때문에 뭔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나 주장한다. 이들은 지난 5월 한국의 대선 국면에서도 가짜뉴스가 판을 치고 선거 국면을 뒤흔들었다고 기억한다.

이들에게 묻고 싶다. 문재인이 가짜뉴스 때문에 당선되었는가? 가짜뉴스가 없었다면 홍준표가 당선되었을 것인가? 오로지 가짜뉴스 때문에 새로 문재인을 새로 지지하게 되었거나, 혹은 반대로 그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 것인가?

 

‘진정한 노출'(true exposure) 

이러한 의문들에 대한 (부정적인) 대답은 이제 현대경제연구원 식의 주먹구구 추산이 아니라 좀 더 실증적이고 과학적인 방식으로 나오고 있다. 통념이나 오해와는 달리 ‘미국 대선에서 가짜뉴스의 영향은 실제보다 훨씬 과장되었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대표적인 것은 뉴욕 대학과 스탠포드 대학 연구진이 함께 수행한 연구다.1 이 연구는 2016년 미국 대선에서 페이스북을 통해 전파된 가짜뉴스가 정말 결정적인 역할을 했는지를 검증해보았다. 이들은 당시 실제로 유통된 가짜뉴스 156개를 선정하고, 이들 뉴스가 유통된 기간을 조사하였으며, 선거가 끝난 뒤 한 달이 되지 않은 시점에서 유권자 1,208명을 대상으로 하여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연구 결과, 가짜뉴스가 ‘트럼프에 유리한 것이 많았고 또 폭넓게 전파되었다’라는 점은 분명했으나, 이러한 뉴스들이 ‘진정한 노출(true exposure)에는 이르지 못했음이 드러났다. 즉, 사람들은 이러한 가짜뉴스를 보긴 했으나 이를 진실로 믿거나 기억하지는 않았다. 생산과 전파가 바로 선거에의 영향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진실 기억 사실 퍼즐가짜뉴스는 여기에 노출된 대다수 독자(유권자)에게 “진정한 노출”(true exposure), 즉 진실로 인정받지는 못했다.

또 한 가지 증거는 미국인에게 있어 SNS는 여전히 부차적인 뉴스원이라는 점이다. 해당 연구가 설문 대상자 1천여 명에게 작년 대선에서 가장 중요하게 사용한 뉴스원이 무엇이냐고 물은 데 대해 SNS는 14%에 지나지 않았다. 반면 텔레비전은 58%에 이르렀다. 가짜뉴스 하나하나가 실제로 선거에 영향을 미칠 정도가 되려면 텔레비전으로 방영되는 선거 광고 36개에 맞먹는 영향력을 가져야 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이것은 비현실적인 일이다.

연구자들은 사람들이 왈가왈부하는 데에만 주목하면 대선에서 SNS가 엄청난 역할을 한 것처럼 오해하게 되지만, 실제 연구 결과는 그와는 크게 다르다고 말한다. 게다가 가짜뉴스의 실제 영향력이 보잘 것 없다는 결론을 이끌어 낸 자신들의 연구도 여전히 가짜뉴스의 역할을 과장했을 가능성이 있음을 지적했다. 이를테면 트럼프에게 유리한 가짜뉴스는 어차피 트럼프를 지지하고 그에게 표를 줄 결심을 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회자하였는데, 이런 점을 고려하면 가짜뉴스가 선거에 영향을 미친 정도는 흔히 논의되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수치로 밝혀낸 자신들의 연구 결과보다 더 미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명의 연구자들은 연구 말미에서 가짜뉴스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한다. 그들의 해답은 두 가지다. 첫째, 뉴스 왜곡을 가져오는 정보 시장의 실패에 대처하는 것, 다시 말해 올바른 정보가 더 확산하도록 노력하는 것. 둘째, 페이스북이나 구글 같은 소셜 미디어 회사들이 자율적으로 가짜뉴스 억제에 나서야 한다는 것. 정부가 가짜뉴스를 규제해야 한다거나 법을 만들어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 따위는 아마 생각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엉터리 자료에 근거한 가짜 뉴스 마케팅 

가짜뉴스와 관련한 해외 컨퍼런스나 회의에서 나는 한국 정치인들이 가짜뉴스를 규제한답시고 각종 법을 만들려는 시도를 소개한다. 이런 말을 꺼내면 회의장은 단박에 흥미로운 눈초리로 가득 찬다. 법으로 국민 입을 막는다는 우악스러운 시도가 나름 선진국에서 벌어진다는 게 외국인들 눈에는 신기하기 때문이다.

한국으로 돌아오면 내 메일함에는 외국 참석자들이 개인적으로 보낸 이메일들이 들어와 있다. 한국의 입법 시도 사례를 좀 더 자세히 알려주는 자료를 달라는 것이다. 불행히도 이들에게 보낼 영문 자료는 별로 없다. 한국에서는 가짜뉴스로 대통령이 바뀐다는 것이 상식인 것처럼 되어 있고, 그래서 관련자를 잡아 족치는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에 별다른 논란이 안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잘못된 인식을 부채질하는 것은 엉터리 연구, 그리고 그런 부정확한 자료나 선입관에 근거해 국민의 자유를 제한하는 일을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정치인들의 가짜뉴스 마케팅이다. 민주 국가의 정치인으로서 뭣이 중한지 모르는 이들은 이제 세계의 웃음거리가 될 판이다.

1. Hunt Allcott, Matthew Gentzkow, ‘Social Media and Fake News in the 2016 Election’, JOURNAL OF ECONOMIC PERSPECTIVES, VOL. 31, NO. 2, SPRING 2017, (pp. 211-36).

 

* 위 글은 슬로우뉴스에 동시게재하고 있습니다. (2017.08.07.)

수, 2017/08/09-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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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허핑턴포스트코리아 공동기획
시대정신을 묻는다⑩ 주성하 동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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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습 사회라는 점에서 북이나 남이나 공통점이 많다.”, “자유의 측면에서 보면 북한이 더 자유로운 부분도 적지 않다.”

대한민국은 이런 말을 공공연히 했다가는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는 나라다. 테러를 당하는 경우도 있다. 보다 흔하게는 “그렇게 북한이 좋으면 북한 가서 살라!”는 말을 듣게 된다.

주성하 동아일보 기자는 그런 데 대해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에게는 속된 말로 ‘까임방지권'(욕먹지 않을 권리라는 뜻으로 현역 군필 연예인들에게 주로 쓰임)이라 불리는 자격이 있다. “북한 정권의 3대 세습이 싫어 남한으로 왔고 평생 김정은 체제에 맞서 살겠다”고 당당히 밝혀왔기 때문이다.

“기술이 더 발달하면 공산주의, 자유민주주의가 의미 없어진다.”, “창조적 파괴가 주도하는 시대가 되면 후진국이 어느 순간 치고 올라와 한국보다 더 잘 살 수도 있다. 북한이라고 그러지 말라는 법 없다.”

이런 말도 거침없이 했다. 한국 사회에서 당연스레 금지돼 온 것, 알아서 입 닫고 덮어둔 것들이 실제로 얼마나 위험한 것이었나 돌아보게 하는 말이었다.

‘금수저’ 사회는 결국 ‘세습 사회’

희망제작소가 창립 10주년을 맞아 허핑턴포스트코리아와 공동으로 기획한 ‘시대정신을 묻는다’ 열 번째 인터뷰로 주 기자를 만난 것은 그가 가진 독특한 관점을 공유하려는 것이었다. 김일성종합대학을 나온 북한 사회의 엘리트였다가 14년 전 탈북해 남한으로 온 뒤 공채 시험을 거쳐 동아일보 기자로 일하고 있는 그는 남북한 사회 양쪽에 대해 ‘내부자’와 ‘외부자’의 입장을 가진 흔치 않은 사람이다. 국제부 기자로 일하며 한반도의 외교 및 지정학적 구도, 통일 문제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오고 있다는 점에서도 이야기를 들어볼 이유가 충분했다.

인터뷰는 이원재 희망제작소장의 진행으로 지난 3월23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스페이스노아에서 이뤄졌다. 주 기자는 첫 번째 질문인 “현재 한국 사회를 진단해 달라”는 데 대해 “강고한 기득권이 통로마다 꽉 막고 있는 사회”라고 답했다. “지금은 한국 사회에서 역사적인 기점”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기득권의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 부정적인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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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6‧25 전쟁 이후 산업화 시대를 모범적으로 헤쳐 왔습니다. 문제는 그 성공 신화가 아직까지도 남아 앞을 가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은 새로운 도약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기인데 모든 분야, 길목마다 기득권이 사회발전을 꽉 막고 있어요. 자연히 극복되기에는 한국 사회의 유연성이 너무 떨어져 있고, 여러 가지 역량이 한계치에 이른 것으로 보입니다.”

기득권이 막고 있다는 ‘모든 분야’에는 정치‧행정‧경제‧교육 등이 망라되지만, 특히 젊은이들이 선망하는 직업들마다 기득권, 즉 ‘금수저 아버지’가 놓여 있다고 주 기자는 지적했다. 재벌만이 아니라 의사, 법조인, 언론인 등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여유가 보장되는 직업들마다 그렇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열심히 노력한 개인들의 좌절감이 더 크다고 그는 진단했다.

다시 말하면 한국은 상당 부분 ‘세습 사회’라는 것이다. 그의 ‘세습’ 언급은 남다른 느낌을 준다. 앞서 설명한 대로 자기 삶의 터전을 바꿨을 만큼 ‘북한 정권의 3대 세습’에 비판적이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여기 살면서 깨달은 것은 “북한은 권력자 혼자서 다 가지고 세습하는 사회라면 남한은 한 100명쯤이 나눠서 세습하는 사회”라는 것이었다.

“직장 스트레스는 남한이 열 배 크다”

남한에 와서 크게 깨달은, 북한이 더 나은 측면은 또 있다. 일하는 환경에서의 자유에 대한 부분이다.

“남한에 온 탈북민 대부분은 공통적으로 ‘자유를 찾아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저는 탈북자들 중에 정말 자유롭게 사는 사람을 거의 못 봤습니다. 과거 사회주의 노선을 걸을 때 북한에는 분명 이동의 자유가 없었고, 경제활동의 자유도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오히려 남한보다 자유가 큰 부분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일하는 환경 안에서의 자유예요. 직장 생활에 스트레스라는 게 거의 없거든요.”

북한은 100% 고용제 사회이고, 직장 내에서 사장이나 상사의 권한이 절대적이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면 그냥 다른 직장으로 옮기면 된다고. 한국에서와 같이 ‘윗사람에게 잘못 보이면 해고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은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상당히 평등한 직장문화가 자리 잡혀 있다고 주 기자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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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국가 권력자를 욕하면 ‘그길로 잡혀가서 죽는’ 사회인 것도 분명하다. 그게 더 심각한 자유의 억압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주 기자는 “기독교 모태신앙인 사람이 하나님 욕 못 해서 고통스럽지 않듯이, 북한 사람들은 태어나면서부터 권력자 욕을 안 하는 것으로 배우기 때문에 그 점을 심각하게 고통스러워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고 했다. “지금 우리가 대통령 욕 마음껏 한다고 행복한 것도 아니잖습니까?”라면서.

한국 직장에 잘 적응 못 하는 탈북민들이 많은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라고 했다. 못마땅한 점이 있을 때 억누르지 못 하고 표출하기 때문에 한 직장에 오래 못 다닌다는 것이다.

“살면서 받는 스트레스 대부분은 사실 주변 관계에서 오는 것이잖아요? 한국은 일터에서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 ‘밥줄’과 직결된다는 위기감이 있어 자유롭지 못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점에서 직장 내 스트레스로 인한 불만은 한국이 북한보다 열 배 이상 큰 것 같아요. 여기도 천국은 아닌 거죠.”

꼭 기득권 때문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올 수 있다. 개인의 능력을 인정하는 사회라면 경쟁에서 도태되는 사람도 나오고, 그로 인한 스트레스가 발생하는 것도 어느 정도 당연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 기자는 “정말 능력에 따른 결과라면 모르지만 실제로는 왜곡이 심하다”고 했다.

“북한 김정은에게 무슨 능력이 있는지 모르지만, 주위에서 ‘뛰어난 인물’로 만들어 주니까 그 사회에서 그렇게 통하지 않습니까? 마찬가지로 사장 자리 물려받은 사람은 가만히만 있어도 아랫사람들이 알아서 탁월한 능력이 있는 경영자로 포장해 줍니다. 반면에 가난하게 태어난 사람은 제 능력만큼 인정받을 기회도 없죠. 그런 왜곡이 점점 고착화되기 때문에 ‘금수저’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한 것 아니겠습니까?”

빠른 기술발전은 후진국에 오히려 기회다

한국 사회에서 ‘흙수저‧금수저’ 논의는 최근 들어 대두됐다. 주 기자가 한국에 온 14년 전만 해도 불평등에 대한 인식은 크지 않은 편이었다. 그렇지만 그는 처음 한국에 와서부터 이런 점들을 느꼈다고 했다.

“제가 어쩌면 너무 기대가 컸는지, 유달리 예민한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그저 배고파서 탈북한 사람들은 여기 와서도 그런 점들이 안 보일지 모르겠는데, 저는 그 사회의 불평등, 불공평함, 퇴행적인 것들이 싫고 신물 나서 온 것이기 때문에 더 잘 보이는 것 같아요.”

이쯤 되면 아무리 ‘까임방지권’이 있어도 “도로 북한 가라”거나 “다른 나라 가서 살라”는 비난 댓글이 예상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그는 대수롭지 않은 투로 말했다. “어차피 이상적인 나라는 없습니다. 현실의 문제를 인정하고 긍정적 방향으로 변화시켜 가는 게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노력하면서 살아가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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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되지 않을 경우, 이대로 가면 한국 사회는 어떻게 될까? ‘시대정신을 묻는다’ 인터뷰의 두 번째 질문에 그는 “기득권 장벽이 더 공고해지고 변화해야 할 시기를 놓치면 결국 세계적 경쟁에서 심각하게 뒤처지는 후진국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 고비를 넘지 못하면 후손들에게 ‘선조들은 왜 저렇게 한심했을까?’하고 평가받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다소 독특한 시각이 보였는데, 주 기자는 “나는 과학기술 신봉자”라면서 과학기술 발전에 따른 미래 사회의 변화에 대한 예측을 상당히 넓은 스펙트럼으로 말했다. 그런데 그 예측의 범주가 대한민국만이 아니라 한반도 전체, 혹은 북방 지역과 중국까지 연결된다는 점이 달랐다.

예를 들면, “인공지능, 로봇 등의 영향으로 어차피 지금 있는 직업 대부분이 사라진다”는, 요즘 자주 제기되는 주장은 “미국 알래스카 주, 북유럽처럼 기본소득이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연결되는데,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국가 단위로 자원을 공평하게 나눠주면 결국 공산주의 체제와 비슷해지는 것이므로 이념이니 남북이니 하는 논의가 의미 없게 된다”는 전망으로 이어진다. 그것도 “반세기 안에 그런 시대가 온다”는 주장이다.

또 “후진국이 갑자기 치고 올라와 우리보다 더 잘 사는 나라가 될 수 있다”고도 했다. 과학기술이 비약적 발전되면 단계적 산업 기반이 필요 없어지기 때문이다.

“1980년대 한국에서 비디오테이프로 영화 볼 때 중국은 ‘비디오’라는 말을 몰랐습니다. 1990년대 CD가 나왔을 때는 중국에서도 사용했죠. 아프리카 대부분 지역에서는 비디오도 CD도 몰랐지만 지금은 USB에 담긴 영화를 컴퓨터로 봅니다. 선진국이 기득권의 장벽을 넘지 못해 머뭇거린다면 후진국이 언제든지 뛰어넘을 수 있게 된 겁니다.”

이는 “오히려 기득권으로 얽힌 복잡한 구조가 없는 사회가 미래 사회에 맞는 인프라를 구축하기 쉬울 수 있다”는 예측으로 이어졌다. 주 기자는 “3D프린터로 집을 짓고 도로를 놓으면 건설비용이 현재의 20%밖에 안 든다고 한다”면서 “그런 기술은 이미 상용화 돼 있고, 중국이 크게 앞서가고 있다”고 했다. 또 우리가 기존 금융산업의 반대로 ‘엑티브 엑스’도 없애지 못하는 동안 중국에서는 ‘핀테크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고도 했다.

“북한‧아프리카처럼 인프라가 없는 나라들에는 그 의미가 엄청나게 큽니다. 이런 나라들이 어느 날 작심하고 외자유치를 해서 무인자동차용 도로를 깔고, 진공고속열차 선로를 깔고, 신산업의 기반을 건설하기 시작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또, 최첨단 핀테크가 가능한 웹 인프라를 갖추면 어떻게 될까요? 어느 나라에선가 이런 기적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지요.”

이 말 끝에 주 기자는 “북한의 경우 김정은 체제가 무너지면”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북한도 지금은 김정은 정권이라는 기득권에 가로막혀 있다는 것이다. 다만 그 형태가 한국보다 단순하다는 점, 토지가 모두 국가 소유인 점 등을 감안할 때 체제 변화만 이뤄지면 비약적 발전이 가능하리라는 의견이었다.

교육‧정치부터 바뀌어야 가능성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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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기자가 북한을 다시 언급한 것은 한국 사회의 통일에 대한 고정관념을 꼬집기 위한 것이었다. 그는 현재 한국에는 통일에 대한 생각으로 통일이 되면 북한에 부족한 인프라를 까는 과정이나 북한 주민의 저렴한 노동력 등으로 한국 경제가 기회를 얻을 것’이라는 식의 ‘통일대박’론, 반대로 통일이 되면 북한 사람들이 전부 남한으로 쏟아져 내려와 사회혼란이 야기되리라는 우려가 동시에 존재한다고 짚었다. 그리고 그 두 가지 모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먼저 ‘통일대박’론에 대해서는 “10년 안에 통일이 되면 모를까, 그 뒤라면 그런 과실은 남아있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때쯤엔 한국에 중국보다 앞선 경쟁력을 유지하는 산업이 거의 없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위에서 설명한 것과 같은 중국의 과학기술력 및 경제발전 속도로 볼 때, 그리고 남북 관계가 지금처럼 유지된다고 가정한다면 모든 산업적 기회는 중국이 독차지 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북한 인구의 남한 유입 우려에 대해서는 “사회가 개방되고 이동의 자유가 보장되면 고향을 떠나 선진국으로 가려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꼭 남한으로만 온다는 보장은 없다”고 했다. 중국, 서방국가, 연해주를 비롯한 북방 지역으로 갈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면서 “특히 한국 사회가 북한 주민을 ‘저렴한 노동력’으로만 대우하려고 하면 더 안 올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이런 이야기들에는 더 이상 북한과 남한이 멀어져서는 안 된다는 안타까움이 들어 있었다. 주 기자는 “정말 통일을 원한다면 보다 현실을 정확히 보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통일 정책의 답은 분명히 정해져 있습니다. 북한이 어떤 상황일 때 통일이 되면 우리가 그 충격을 흡수할 수 있을지 가늠해보고, 충격을 최소화하는 상황으로 북한을 변화시켜 가야 하는 것이죠. 북한이 시장경제 훈련이 안 돼 있고 국민소득이 1,000달러도 안 돼 있기 때문에 감당하기 버겁다면 그 균형을 맞추는 것이 최우선입니다. 북한을 시장경제로 유도해 소득을 높이도록 말입니다. 그러자면 개성공단을 열 개, 스무 개 만드는 것이 올바른 방향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지요. 북한과 통일 문제를 정치적으로만 활용하려는 정치권의 자세가 안타깝습니다.”

‘한국 사회 개선을 위해 지금부터 시급히 해야 할 일’에 대한 세 번째 질문에 주 기자가 내놓은 답은 ‘교육’과 ‘정치’ 시스템을 고치는 것이었다. 그는 “한국에 와서 교육과 보육 시스템을 보고 황당해서 말이 안 나왔다”면서 특히 교육 시스템은 산업화사회에 맞는 인력을 대량으로 배출하는 시스템에서 벗어나지 못 하고 있다고 짚었다. “학벌을 얻기 위해 학생들이 밤늦도록 학원에서 ‘찍는 기술’을 배우고, 스무 살 때 공부한 성적으로 일생이 결정되는 사회에서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와 같은 인재가 나올 수 있겠느냐?”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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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환경을 바꾸려면 “유아부터 대학생까지 큰 맥락으로 보고 관리하는 교육 정책, 각자 가진 능력을 발현할 수 있도록 단계별로 제대로 키워주는 공교육 시스템이 회복돼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서도 기득권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고 다시 강조했다. 공교육이 무너지고 사교육이 비대해지는 잘못된 방향이 뻔히 보이는데도 그 흐름을 바꾸지 못 하는 것은 결국 교육계의 기득권들이 통로를 막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정치에 대해서는 “개인의 이익과 이해관계를 위해 정치 대표자가 되려는 사람들을 용인하는 구조를 뜯어 고쳐야 한다”고 했다. 그는 “오늘날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정치 지도자는 기득권의 장벽을 단호하게 부수는, ‘창조적 파괴’로 이끌 지도자”라면서 현재 정치 풍토에선 그런 지도자가 나올 수도, 살아남을 수도 없다고 했다. 따라서 정치 체제를 혁명적으로 바꿔야 미래를 걸고 국민 앞에 나서는 지도자가 나올 것이라는 주장이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그는 “북한 이야기를 많이 했지만 북한을 배워야 한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했다. “한국의 미래를 위해 여러 가지 예를 들었을 뿐”이라고. 그렇지만 한국 사람들이 왜 행복하지 않은지 생각하면 평양이 떠오를 때가 있다고 했다.

“평양에 살 때 참 좋았구나 싶은 것은 대동강변이에요. 강변 바로 옆에 도로가 없어서 젊은이들이 자연을 충분히 누리며 노래도 부르고 연애도 하고 그랬지요. 서울은 물질적으로 풍요롭지만 여기 젊은이들은 영화 보고 밥 먹고 차 마시는 것 밖에 누릴 게 없더라고요. 저도 예전에는 외워서 부를 수 있는 노래가 300곡도 넘었는데, 지금은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사느라고 바보가 된 것 같네요. 평양과 서울의 차이는 고작 그런 것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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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이야기라고 하면 특이하지만, 누구나 이전 시대에 누렸다가 지금은 잃어버린 것에 대해 떠올리곤 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지극히 보편적인 이야기였다. 어찌 보면 앞으로만 갈 게 아니라 뒤도 보고 옆도 봐야 한다는 메시지이기도 했다.

정리 : 황세원 | 사회의제팀 선임연구원 · [email protected]
사진 : 이우기 | 사진작가

오는 6월 15일 서울시청 시민청 동그라미방에서, 그동안 진행된 인터뷰를 정리하고 결과해석 및 2016년 시대정신을 제시하는 ‘시대정신을 묻는다 결과 발표 간담회’가 열립니다.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 자세한 내용 보기

목, 2016/06/09-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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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5일부터 26일까지 양일간 베이징에서 열린 동아시아 사회혁신 연구협의체(East Asia Social Innovation Initiatives, 이하 EASII) 포럼은 사회혁신의 주체가 국가나 기업이 아니라 민간(private sector)의 축적된 경험과 좋은 사회를 만들어 나가야겠다는 선한 의지가 방향을 제시하고 균형추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논의하는 자리였다.

이번 EASII 베이징 포럼에 참여한 SVP 서울(사단법인 소셜벤처파트너스서울)은 2008년 희망제작소 소기업발전소에서 출범한 착한전문가들이 주축이 되어서 구상되었다. 소셜벤처나 비영리단체들을 지원하는 플랫폼을 만들고자 고민하던 중에 SVP 도쿄의 이토 켄 씨를 만나게 되었고, 이들의 경험과 네트워크를 통해 SVP 인터내셔널에 한국대표단체로 가입하게 되었다. 2012년 사단법인으로 발족한 SVP 인터내셔널은 다양한 프로보노의 유입을 확대하고 이들의 재능기부를 통해 소셜벤처와 사회혁신가들의 성공을 지원할뿐만 아니라 작은 규모의 펀딩까지 제공하는 시민참여형 소셜인큐베이팅 플랫폼으로 성장하였다. 일본과 한국에 이어서 중국이 SVP 인터내셔널에 가입하게 되면서 SVP 서울, 도쿄, 베이징은 교류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는데 때마침 이번 포럼에서 그동안의 경험을 교류할 수 있었다.

SVP 서울은 그동안 투자한 7개 소셜벤처 중에서 소셜벤처 2곳의 사례를 공유했다. 중소기업이나 비영리단체의 홍보를 지원하는 앱 ‘후릴’을 런칭한 인디시에프라는 소셜벤처가 실리콘밸리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글로벌 시장을 향해 나가고 있고, 시각장애인들이 스마트폰을 어려움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샤인플러스’라는 프로그램을 런칭한 소셜벤처 에이티랩이 전 세계 시각장애인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얻고 발전해 나가고 있다는 점을 소개했다.

흥미로웠던 것은 SVP 서울이 지원하고 있는 사회혁신 분야는 공교롭게도 한국이 강점이 있는 IT 분야를 활용한 글로벌한 이슈들이었고, SVP 일본은 청년실업, 시니어, 노숙자 문제 해결을 위한 분야를 지원하고 있었는데 그런 점에서 한국이 일본에 비해서 사회적경제 영역에서도 글로벌화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또한, 참가자들은 시민 참여활동을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정착시켜 사회 변화를 이끌어 내려면 주도하는 단체와 시민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프로보노의 잠재적 역량이 발휘될 수 있도록 교육과 운영 시스템에 관하여 한중일의 경험을 교류해야 한다는 것에 뜻을 함께했다. 한중일 3국은 아시아 문화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서 각국의 사회혁신 이슈들은 충분히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르핑사회적기업재단이 풍부한 재정을 바탕으로 이번 포럼을 주최했듯이 사회혁신 분야에서도 매우 역동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출발은 한국보다 늦었지만 경제 성장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이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이들 또한 한국과 일본의 경험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으며 경험을 공유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었다.

이번 포럼을 계기로 SVP 서울, 도쿄 베이징은 아시아지부를 설립하기로 합의했다. 아시아지부는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서울혁신파크 내 사무공간을 마련하고 인력을 배치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아시아권 내 잠재력 있는 소셜벤쳐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사업을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렇게 EASII 베이징 포럼은 아시아 지역 사회혁신 영역의 중요한 이슈를 생성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기회를 만들 수 있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 앞으로도 EASII사회혁신을 바라는 한국, 일본, 중국의 연대가 결실을 맺기를 바란다.

글 : 박광회 | (사)소셜벤처파트너스 서울 이사장

월, 2016/08/1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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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활동가편지] 노란봉투캠페인 “인지제도와 재판청구권” 토론회 현장 스케치 수천억 손배소, 과도한 인지대로 노동자 재판청구권 침해 - “법에 대한 접근성, 돈으로 막는 인지제도 개선해야”   안녕하세요, 손잡고(손배가압류를 […]
수, 2015/10/28-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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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당 서울시당 진보정치 빨간펜 

'구청이 들썩들썩'


● 기획취지

진보정치 빨간펜 '구청이 들썩들썩'은 새로운 지역정치 활동의 모델을 형성하기 위해 당원이 참여하여 기초정부를 평가해 보자는 취지입니다. 구체적인 지역 현안에 대한 개입력을 높여서 당원협의회 차원의 정치활동을 준비하고, 당원 스스로가 지역정치의 주체가 될 수 있는 기본적인 정책역량을 갖고자 합니다. 그래서 지난 11월 22일에 정책학교를 진행했고, 교육 내용을 토대로 한 미션이 주어졌습니다.


● step1.

1. 2016년 00구 예산서, 사업별 세부 예산서, 조세 지출 보고서(책자)

- 당협 명의 공문 or 정보공개 청구로 받아주세요.

2. 00구 2015년 대비 가장 많이 증액/감액 된 사업/부서

- 예산서 보기를 통해서 찾아주세요.

- 왜 증액/감액 되었는지 예산 및 사업을 분석해 주세요.

3. 00구 지난 5년간, 연도별 미수납액/ 결손금

-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받아주세요.

4. 00구 지난 5년간, 연도별 임시적 세외 수입액의 세부 항목별 현황

-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받아주세요.

5. 00구 지난 5년간 이월사업 현황: 이월 사유별 사업명

-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받아주세요.

- 장기 이월 사업을 찾아주세요.

6. 구청의 홈페이지, 정보목록에서 관심가는 문서를 하나 선택하여 정보공개 청구를 해주세요.


● 일정

2015년 12월 9일(수) 

19:30

중앙당 회의실


● 당일 발표됩니다.


● 문의전화

02-786-6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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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2015/12/02-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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