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환경 변화 대응할 신규투자 기회 날릴 판 일몰제 활용해 필요없는 계속사업 수술 필요 모호한 '4차산업혁명용 예산' 구분도 누수 원인
올 초 방문규 보건복지부 당시 차관은 복지부 내 국장들을 소집해 다그쳤다고 한다. 보건 분야가 의약품·실버산업 등에서 미래 ‘먹거리’가 될 텐데 관련 연구개발(R&D) 예산은 약 5,000억원으로 턱없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방 차관은 관성적으로 신청하던 예산만 기획재정부에 주문하다 보니 생긴 일 아니냐며 적극적인 R&D 예산 신청을 주문했다. 실제 R&D 예산 중 보건 분야는 5,656억원으로(원권연 대구가톨릭대 교수 분석) 지난해보다 오히려 81억원(1.4%) 쪼그라들었다. 전체 R&D 예산이 1.9%, 정부 총예산이 3.6% 늘어난 것과 대조된다. R&D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9%에 불과했으며 이마저도 열에 여덟은(81%) 기존에 하던 연구를 연장해서 지원해주는 ‘계속사업’으로 새로운 분야에 대한 R&D 투입은 적었다.
원권연 교수는 “세계 제약 시장 규모는 한국 자동차·정보기술(IT)산업을 합한 1조달러(약 1,100조원)에 달한다”며 “우리는 미래성장동력이라는 보건산업에 충분한 실탄(자금)을 투입하고 있지 않다”고 꼬집었다. 그는 “일본의 경우 ‘보건의료 2035’ 계획을 수립하고 관련 R&D 컨트롤타워를 따로 설립하는 등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우리나라 R&D 예산 규모가 세계 1위(GDP 대비 비중)에 달하지만 정작 미래 먹거리,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곳에는 투입되지 않고 있다는 단적인 예다. 전문가들은 R&D 예산의 누수, 집행의 비효율에다 기존에 지원해주던 사업에만 나랏돈을 투입하는 경향이 강해 나타난 현상으로 보고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을 위한 R&D 예산의 절대 규모도 극히 작은 실정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올해 4차 산업혁명 R&D 예산을 약 3,80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전체 R&D 예산의 2%에 불과하다. 정부가 정확히 어떤 것을 4차 산업혁명이라고 정의할지 갈피를 못 잡는 것도 문제다. 현재 정부는 내년 예산에서 4차 산업혁명 지원을 강화하기로 해 어디까지를 4차 산업혁명 R&D 예산으로 분류할 것인지를 따져보고 있는데 명확한 정의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4월 출범하기로 한 정부 주도의 4차 산업혁명 컨트롤타워인 ‘4차산업혁명위원회’도 조기 대선으로 출범이 미뤄지며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R&D 예산 중 새로운 사업이 적은 것도 문제다. 정부의 R&D 지원은 민간에서 투자 리스크를 감당하기 어려운 사업에 집중하는 게 상식이다. 시장 실패를 정부가 보완해주는 것으로 “실패해도 정부가 뒤에서 받쳐준다”는 인식을 연구자들에게 심어줘 ‘잭팟’을 터뜨리는 게 목적이다. 그러나 나라살림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R&D 예산 중 85%인 약 16조5,000억원이 ‘계속사업’이었다. 사업 수로 보면 711개 중 595개로 전체의 83.7%에 달했다. 자고 일어나면 신기술이 나오는 시대지만 우리는 새로운 사업에 R&D 예산의 약 15%만 투입하고 있는 셈이다.
이왕재 나라살림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과 같이 R&D 예산 대부분이 계속사업에 투입되면 산업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신규투자 기회를 날려버릴 수 있고 급변하는 산업환경에 선재적 대응이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현재 시행되는 일몰제를 활용해 필요없는 계속사업은 종료하는 등 수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제조업과 IT 등 다른 분야의 ‘융합’인데 관련 예산은 이런 특성을 무시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지난해 10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정부 예산안 검토보고서에서 “4차 산업혁명 R&D 예산이 정보통신기술(ICT)이나 소프트웨어(SW) 등에만 집중돼 융합과 관련된 예산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연구기관의 연구위원은 “정부가 연구비 횡령을 막기 위해 거의 실시간으로 연구 예산 집행 현황을 제출하게 하는 등 자율적 연구환경을 침해하는 것도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R&D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해외농업개발 사업에 역점을 뒀다. 지난 2007~2008년 국제 곡물 가격이 급등하자 비상시 국내에 안정적인 곡물 공급망을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기업들이 해외에서 농지를 개발해 국내로 곡물을 수입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이후 어떤 성과를 거뒀을까.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성적표는 초라하다. 2009년부터 2015년까지 6년간 정부의 해외농업개발 사업 민간업체 융자지원 금액은 총 1,426억8,200만원이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융자지원을 받은 35개 기업 중 국내로 곡물을 반입한 곳은 14개에 불과했다. 21개 기업은 국내 반입 실적이 전혀 없었다.
국내 반입량도 적었다. 2009년부터 2015년까지 총 84만2,208톤을 생산했지만 2.9%인 2만4,224톤만 반입됐다. 연도별로 보면 해가 갈수록 반입 비율이 올라가지만 여전히 기대 수준에 미치지는 못했다. 2010년에는 0.3%에서 2013년 3.8%로 3%를 넘었고 2014년 5.3%, 2015년 5.0%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는 “해외생산 곡물을 국내로 들여올 때 비용이 많이 들어 지금은 반입이 저조하지만 만일의 사태의 경우 식량 공급에 안전판이 될 수 있다”고 해명하고 있다. 또 “해외농업개발 특성상 반입은 10년 이상 장기간이 소요된다”고 설명한다. 다만 이는 2009년 처음 사업을 시작한 후 상당 시간이 지났음에도 반입 비율이 5%대에 그쳐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왕재 나라살림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국회에서 이 사업이 문제를 여러 번 지적받았지만 2016년 정부 제출 예산안에서 300억원이 배정되는 등 개선이 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016년 회계연도 국가결산 부채 절반이 공무원·군인연금 5년 새 411조 늘어..정부 "OECD 이하" 전문가 "차기정부 연금개혁 불가피"
공무원연금충당부채와 군인연금충당부채 합산 결과, 단위=조원, 출처=기획재정부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국민이 부담해야 할 공무원·군인연금 부채가 지난해 750조원을 넘어섰다. 저금리로 연금 수익률은 신통치 않은데 연금을 받는 공무원은 늘어났기 때문이다. 정부는 회계상의 추정치로 통계상 착시가 있다고 밝혔지만 차기정부에서 연금 개혁을 다시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2016 회계연도 국가결산’을 심의·의결했다. 재무제표 결산결과(발생주의 기준) 국가 부채는 1433조1000억원으로 국채 등이 680조5000억원, 연금충당부채가 752조6000억원을 차지했다. 이는 전년(1293조2000억원) 대비 139조9000억원 증가한 규모다.
국가 부채가 이렇게 늘어난 데는 국채, 연금충당부채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국채 등은 633조3000억원(2015년)에서 680조5000억원(2016년)으로 47조2000억원(국채 38조1000억원) 늘어났다. 같은 시기 연금충당부채는 659조9000억원에서 752조6000억원으로 92조7000억원 증가했다.
특히 공무원연금 부담이 늘어났다. 연금충당부채 중 공무원연금충당부채는 68조7000억원, 군인연금충당부채는 24조원 불어났다. 연금충당부채는 국가가 공무원 재직자·퇴직자에게 앞으로 지급해야 할 연금액을 추산한 것이다. 753조원에 달하는 공무원·군인연금충당부채는 국민 1인당(작년 총인구 5125만명 기준) 1469만원씩 부담하는 규모다.
결국 국민이 부담해야 하는 이 연금충당부채는 가파르게 상승하는 추세다. 연금충당부채는 2011년 342조1000억원에서 지난해 752조6000억원으로 5년 새 410조5000억원 늘어났다. 같은 기간 공무원연금충당부채는 289조9000억원에서 600조5000억원으로, 군인연금충당부채는 52조2000억원에서 152조1000억원으로 2~3배씩 뛰었다.
정부는 큰 위기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승철 기재부 재정관리국장은 “현 국가채무 규모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와 대비해 작은 수준이고 증가 속도도 느린 편”이라고 말했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재작년 공무원연금개혁을 통해 부채 수준을 줄인 결과”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은 “결국 미래 세대의 부담이 느는 것이기 때문에 차기정부에서 추가적인 연금개혁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이 23일 당정 회의에서 내년 예산 조기 집행과 더불어 ‘2월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카드를 꺼내 들었다.
2017년 예산안이 이달 국회 문턱을 넘은 지 고작 20여일 만이다. 규모, 사용처 등 구체적인 내용도 없이 예산안 잉크가 마르기 전에 무작정 추가적인 ‘나랏돈 풀기’를 외치고 있는 새누리당의 행보를 두고 “추경을 정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현재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긴급 민생경제현안 종합점검 당정회의’를 마친 뒤 브리핑을 통해 “추경을 내년 2월까지 편성해줄 것을 당에서 강력히 요청했고, 정부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며 “추경을 편성해 꺼져가는 서민경제를 살리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내년 1분기 경기를 지켜본 뒤 추경 편성 여부를 판단하겠다”(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는 정부의 입장보다 두어 걸음 더 나간 것이다.
사실 추경 편성을 통해 경기하강 위험에 대응해야 한다는 ‘정부 재정 역할론’에는 일정 부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이달 7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년 상반기 추경이 필요하다”고 관련 논의에 불을 지핀 이후 야권에서조차 내년 추경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관들도 “재정 여력이 충분하니 정부 지출을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내수경기 침체와 대외여건 악화 등 최근 경기가 급속도로 가라앉고 있고, 내년 예산안(400조5,000억원)이 올해(395조5,000억원ㆍ추경 포함)와 비교해 약 0.5% 증가하는 수준에 그치는 ‘짠물 예산’으로 편성됐기 때문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최근 “내년도 재정정책은 완화적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재정의 역할확대를 주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전격적인 추경 드라이브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다. 우선 시기의 문제다. 이번 추경은 지난 3일 새벽 2017년도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 약 20일 만에 제기됐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8월 말 원안을 발표한 이후 국회와 수개월에 걸친 논의를 거쳐 확정한 예산안이 아직 단 ‘1원’도 집행되지 않은 가운데 추가로 예산을 편성하자는 것이다. 경제부처의 한 고위 관계자는 “경기침체 우려는 국회가 예산안 심사할 당시에도 ‘상수’였고, 통과 이후 20일 사이에 글로벌 금융위기급 ‘변수’가 발생한 것도 아니다”라며 “2월 추경은 1998년 외환위기 때나 있었던 일“이라고 말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수개월 논의를 거쳐 자신들 손으로 통과시킨 예산안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뒤집자는 것으로 정치권의 무능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꼬집었다.
더구나 추경 카드의 ‘알맹이’도 없다. 새누리당은 내년 2월이라는 시기만 못 박았을 뿐 구체적인 규모나 용처, 방식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은 “통상 1~2월에는 예산집행이 저조하기 때문에 조기집행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도 충분히 추경 효과를 낼 수가 있다”며 “내년 2월 추경 카드는 정치권이 경제회복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는 전시성 목적 외에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겉으로는 민생을 내세웠지만 분당과 탄핵 이후 대선 대비용 추경 편성 요구”라고 비판했다.
당정은 이날 내년도 예산안을 1분기에 30% 이상 조기 집행하는 것을 비롯 상반기에 전체 예산의 60% 안팎까지 사용하기로도 했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가진 재정관리점검회의에서 경기 하방위험과 소비위축에 대응하기 위해 상반기 재정조기집행 목표를 58% 수준으로 잡았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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