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콘텐츠로 건너뛰기

사람은 사람답게 생명이니 생명답게

지역

사람은 사람답게 생명이니 생명답게

익명 (미확인) | 월, 2017/06/26- 18:08

한살림 소식지 578호 중 [한살림 하는 사람들]

 

사람은 사람답게
생명이니 생명답게

 

파주 천지보은공동체 김춘권·반미희 토종닭 생산자

 

파주 천지보은공동체 김춘권·반미희 토종닭 생산자

 

이제 막 만났는데도 께복젱이 시절부터 함께 해왔던 것처럼 익숙한 이가 있다. 그가 살아온 삶이나 지닌 생각이 내가 알던 이와 꼭 닮아있기에 느껴지는 편안함, 익숙함이리라. 김춘권 생산자도 그러했다. 2015년부터 한살림과 함께 한 그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다 보면 30년 가까이 한살림에서 유기농사를 지어온 초창기 생산자의 모습이 자연스레 겹쳐졌다. 철모르는 짓이라 손가락질 받으며 토종닭을, 그것도 항생제 없이 키우기로 한 모험 섞인 시도, 내 믿는 바대로 생명을 키우기 위해 일단 시작했지만 판로가 없어 결국 헐값에 넘겨야 했던 아쉬움, 갑작스레 찾아온 병해로 쓰러진 수천 생명을 눈물 머금고 하나하나 처리하면서도 금방 다시 일어나 새 병아리를 들여오는 의지. 어디선가 많이 들었던 이야기, 한살림 생산자라면 두어 번쯤 겪었을 법한 경험담들이었다.

“그토록 닮은 당신, 왜 이제야 왔나요.” 물으면 그는 이렇게 답하리라. “다른 곳에서도 같은 마음으로 살았는걸요. 그리고 앞으로 더 오래오래 함께하면 되지요.” 맞다. 잘 왔다. 우리 함께 살자. 오래도록.

 

글·사진 김현준 편집부

 

 

이달의 살림 물품

 

쫓던 개 지붕 쳐다보게 만드는
생명력이 그대로
한살림 토종닭

 

닭의 본성을 위해 계사 바닥에서 40cm 높이에 마련해준 횟대

 

모든 존재하는 것은 냄새를 지닌다. 그것은 날 때부터 지니고 있던 체취일 수도, 함께 하는 존재나 사는 환경, 먹은 음식 등의 외부적 요인에 의해 덧씌워진 것일 수도 있다. 본연의 것이든, 주어진 것이든 냄새는 이미 그 존재와 떼어놓고 설명할 수 없는 고유의 것이고, 그러기에 냄새는 그 존재의 지금을 설명하는 중요한 열쇳말이 된다.
킁킁. 계사와 거리가 한 5m나 남았을 때. 시골 정취와 잘 어울리는 닭똥냄새가 코끝에 와 닿았다. 결코 유쾌하다고는 할 수 없는 냄새이지만 그렇다고 코를 싸맬 정도로 지독하지는 않다. ‘이 거리에 이 정도 냄새면 많아야 기백마리 정도일까.’ 마음속으로 생각하며 열린 문으로 들이민 고개 뒤끝으로 찌릿하고 전기가 흘렀다. 눈으로만 대충 훑어도 수천 마리. 쏟아져 내린다는 표현이 적당할 정도로 많은 닭이 그곳에 있었다. 이리저리 다니며 먹이와 물을 먹고, 두어 번 날갯짓으로 40cm 높이의 횟대를 오르락내리락하며 빠르게 노니는 것들은, 좁은 곳에 웅크린 채 풍기는 냄새로만 자신이 거기 있음을 증명하는 여느 곳의 닭과 달리 ‘내가 여기 있노라’며 지닌바 생기를 강하게 뿜어내고 있었다.
“닭이 이렇게 많은 데도 냄새가 거의 나지 않지요? 깔집(짚, 톱밥)이 깔린데다 창문도 많고, 햇볕도 잘 들어서 그래요.” 김춘권 생산자가 자랑 섞인 설명을 슬쩍 건넨다. 병아리를 새로 들이기 전 계사 바닥에 왕겨를 두툼하게 까는데 닭똥이 여기에 뒤섞이면 발효가 일어나 냄새가 적게 난다. 약간 스며 나온 냄새를 밖으로 데려가는 바람과 왕겨 깔집이 축축하지 않게 바싹 말려주는 햇볕까지. 제 똥이라고 하지만 냄새가 적으면 좋은 것은 사람이나 닭이나 마찬가지이리라. 환기와 일조량이 보장되니 호흡기 질병이 여느 계사보다 적을 수밖에 없다.
먹는 것은 더욱 남다르다. 사료 만드는 것을 자세히 보고 있자니 발효한 홍삼박이 꽤나 들어간다. 개성과 가까운 파주에는 유독 홍삼 공장이 많은데 그중 잔류농약검사에 합격한 홍삼박만을 사료에 섞는다고 한다. 달이고 난 찌꺼기라지만 홍삼의 영양분에 함께 섞는 유용미생물(EM)까지 더해지니 닭으로서는 분에 넘치는 호사다. 물 또한 특별하다. 꿀벌이 만든 천연항생제 프로폴리스를 희석한 물을 준다.
사는 곳과 먹는 것이 다르니 체질도 다르다. 면역력이 양껏 높아져서인지 웬만한 질병은 훌훌 털고 일어난다. 항생제로 병을 예방하지 않아도 스스로 살 수 있는 존재가 된 것이다. “일반 닭보다 면역력이 강하다고 해도 신종 질병에는 취약하죠. 항생제를 쓰면 간단히 해결될 일이지만, 닭의 자연치유력을 믿고 버텨요. 피해가 완전히 없을 수는 없지만 그게 옳은 방향이니까 후회는 없어요.”

 

계사에 온 지 일주일 된 병아리가 모이를 먹고 있다

 
더 귀하디 귀해질 토종닭

김춘권 생산자가 기르는 것은 일반 육계가 아닌 토종닭이다. 육계에 비해 살이 단단하고 쫄깃해 씹는 맛이 있고, 올레인산 함량이 높아 삼계탕, 백숙 등을 끓였을 때 깊은 감칠맛이 난다. “토종닭이 질기다는 것은 예전에 시장에서 늙은 산란계를 토종닭이라고 속여 파는 경우가 많아서 생긴 오해에요. 제대로 된 토종닭을 먹어본 사람들은 절대로 질기다고 안 해요. 쫄깃하다고 하면 모를까.”
토종이라는 말이 붙어 있지만 사실 아주 오래전부터 키우던 우리나라 고유의 종자는 아니다. 일제강점기와 한국 전쟁을 거치며 대부분 사라진 토종닭의 특성을 연구하고 생산성 측면까지 고려해 1990년대 복원한 것이다. 다시 말해 ‘토종’에는 ‘오래전부터 그대로 내려왔다’는 뜻이 아닌 ‘우리 입맛에 맞게 복원하고 육성했다’는 뜻이 담겨 있는 셈이다. 시중에 나오는 토종닭 중 한국토종닭 협회에서 인정한 품종은 ㈜한협의 ‘한협3호’와 국립축산과학원에서 개발한 ‘우리맛닭’ 2종뿐. 이중 한살림에서 만날 수 있는 한협3호는 비교적 성질이 온순하고 고기맛이 좋은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한국토종닭협회 추정에 따르면 국내산 육계 중 토종닭이 차지하는 비중은 7~8%에 불과하다. 우리 입맛에 맞아 소비자가 많이 찾는데도 시중 육계가 토종닭으로 대체되지 않는 이유는 분명하다. 한살림에 백숙용으로 공급되는 1.2kg 크기의 토종닭을 키우기 위해서는 보통 60~70일이 걸리는데 육계의 경우 그 절반도 필요치 않다. 사육기간과 그에 따른 먹이, 시설 등이 두 배 이상 차이 나는데 가격 차이는 크지 않으니 토종닭을 하려는 사람이 많지 않을 수밖에 없다. 하물며 항생제 없이 토종닭을 키우는 농가는 전국적으로도 손에 꼽는다.
문제는 이 토종닭 시장마저도 거대자본이 점차 장악 중이라는 것. “토종닭이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니 몇 년 전부터는 몇몇 대기업들도 뛰어들었어요. 부화장들도 대기업에 병아리를 먼저 넘기고 남은 물량을 일반 농가에 주는데 전체적으로 부족하면 후순위로 밀린 농가들만 죽어나죠.” 대기업은 계약 농가에 월령에 맞는 항생제 사용 매뉴얼을 주고, 그대로 키운 닭만 납품시킨다. 지금도 많지 않은 무항생제 토종닭, 먹고 싶어도 찾을 수 없는 때가 머지않았다.
김춘권 생산자의 토종닭 농장을 찾기 며칠 전, 파주 지역 한 농장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가 발견되었다는 소식에 다급히 수화기를 들었었다. “AI 소식이 있던데 괜찮은가요?” 닭은 괜찮은지, 외부인이 농장에 들어가도 괜찮은지, 같은 지역인데 매몰 위험은 없는지 등 많은 이야기가 담긴 질문에, 그의 대답이 수화기 너머로 툭 던져졌다.  “괜찮아요. 그냥 오세요.” AI의 감염경로가 확실하고,  파주 지역의 방역이 잘 되어 있는 데다, 면역력을 키운 그의 닭이기에 걱정할 것 없다는 설명이 그 한 마디에 담겨 있었다. 언젠가 이런 질문을 던지는 날이 오리라. “무항생제 토종닭 아직도 괜찮은가요?” 새롭게 나오는 질병을 닭이 지닌 면역력만으로 이겨내기가 쉽지 않고, 노력만큼의 대가가 수월히 주어지지 않으며, 토종닭 시장이 몇몇 대기업에 점차 종속되어 가고 있는 상황에서의 질문에 그가 계속 이렇게 대답할 수 있기를. “괜찮아요. 그냥 드세요. 한살림이 있으니 끄떡없습니다.”

 

가공을 거친 닭은 급랭해 보관한다

 

글·사진 김현준·윤연진 편집부

 

시민들의 의견

댓글 달기

Plain text

  • 웹 페이지 주소 및 이메일 주소는 자동으로 링크로 전환됩니다.
  • 줄과 단락은 자동으로 분리됩니다.
  • 사용할 수 있는 HTML 태그: <a href hreflang> <em> <strong> <cite> <blockquote cite> <code> <ul type> <ol start type> <li> <dl> <dt> <dd>
이미지
무제한 수의 파일을 이 필드에 업로드할 수 있습니다.
50 MB 한계입니다.
허용된 유형: png gif jpg jpeg.
Enter the YouTube URL. Valid URL formats include: http://www.youtube.com/watch?v=1SqBdS0XkV4 and http://youtu.be/1SqBdS0XkV4.
CAPTCHA
스펨 사용자 차단 질문

희망제작소는 2016년 창립 10주년을 앞두고 시민 관점의 정책제안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이 시리즈는 ‘좋은 일’의 기준을 찾는 설문조사를 위한 것입니다. 설문결과는 전문가토론을 거쳐 ‘2016 정책제안 보고서’에 반영됩니다.

[기획연재] 좋은 일, 공정한 노동② 정규직이란 게 뭔지 알고 계신가요?

01

“비정규직으로 취업한 친구들하고는 연락이 잘 안 돼요.”

경영학을 전공하고 서울의 한 공공기관 총무팀에서 일하는 20대 중반 남성 A씨는 이렇게 말했다. 반 년 넘는 인턴 기간을 거쳐 어렵사리 정규직 자리에 채용돼 2년째 일하고 있는 그에게 “대학 친구들 중 비정규직으로 취업한 경우도 많은가?”하고 물었을 때, 그는 “그럼요.”라고 바로 답했다.

“요즘은 처음부터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기업 자체가 드물어요. 일단은 계약직으로 시작해야 하는 데가 워낙 많다보니까 그 전까지는 ‘비정규직 취업’을 생각도 안 했더라도 일단 받아들일 수밖에 없죠. 문제는 언제 정규직으로 전환될지 기약이 없다는 거예요.”

그렇게 취업한 친구들이 직장에 만족하고 있는지를 묻자 그는 “솔직히 그런 것 묻기도 껄끄럽고 해서 잘 안 만나게 된다.”고 했다. 정규직‧비정규직이 하나의 사회 계층이 된 것 같은 풍경이다.

“기업 규모보다 정규직을 원한다”는 구직자들

취업 포털 ‘커리어’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구직자들은 기업 규모보다 정규직 여부를 더 중요시한다. 2010년 1,200여명의 구직자에게 “대기업‧공기업 비정규직과 중소기업‧벤처기업 정규직에 모두 합격했다면 어느 쪽으로 취업하겠는가?”를 묻자 77.4%가 중소‧벤처기업 정규직을 택한 것이다. 그 이유(복수응답)는 ‘고용 안정이 중요해서'(64.4%), ’정규직의 대우가 좋아서‘(38.1%), ’발전 가능성이 커서‘(22.5%) 등이었다. 이를 보면 우리 사회에서 정규직이 어떤 의미인지를 유추할 수 있다.

그렇지만, ‘정규직’이라는 건 법적인 개념이 아니다. 언론에도, 정부 정책에도, 대통령 후보 공약에도 늘 등장하기 때문에 실체가 분명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더 큰 문제는 ‘정규직’이라고 명실상부하게 알려진 곳조차 일자리의 질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02

이 이야기를 제대로 해 보기 위해 세 명을 만났다. 드라마 ‘송곳’, 영화 ‘카트’의 실제 배경인 2007년 홈에버 대량 해고 사태 때 노조 사무국장이었던 홍윤경 영등포산업선교회 비정규직선교센터 사무국장, 청년유니온 김민수 위원장, 청년 일자리 실태를 알기 위해 지난 6~8월 20~30대 여성 20명을 집중 인터뷰 한 한국여성민우회 류형림 활동가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정규직‧비정규직의 구분으로 고용 현실을 바라봐서는 답을 찾기 어렵다”고 했다.

정규직을 달라면 ‘무기계약직’을 받는다

“2007년 파업 당시에 홈에버 정규직 초임 연봉은 1,500만원, 비정규직 연봉은 1,000만원이었어요. 8년 전이긴 하지만, 업무 강도에 비해 분명히 낮은 수준이죠. ‘비정규직 해고하지 말고 정규직 전환하라’고 512일 파업한 끝에 전환이 되긴 됐는데 ‘무기계약직’이었어요. 연봉은 100만원 올라서 1,100만원이 됐죠.”

2007년 7월 ‘비정규직보호법’ 시행을 앞두고, “2년 이상 비정규직은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법 규정을 피해가기 위해서 기존 비정규직 계산원들을 대거 해고하려던 홈에버는 결국 노동자들의 요구를 들어주긴 했지만 ‘그대로’ 들어준 것은 아니었다. ‘무기계약직’이라는 새로운 형태로 전환해줬을 뿐이다. 그렇지만 “정규직 전환이 안 됐다”고 말하기도 어려웠다.

‘무기계약직’을 발명한 건 은행권이었다. 우리나라 은행 직제에는 ‘창구직’이라고도 불리는 직군이 있어왔다. 97%가 여성이었고, 종합직 행원과는 승진‧임금 등에서 분명한 차별이 있었다. 이에 대해 2004년 서울지방노동청 고용평등위원회가 남녀평등고용법에 저촉된다고 판정했다. 그러자 우리은행에서 제일 먼저 ‘무기계약직’을 만들어냈다.

03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요구에 ‘무기계약직’을 들이밀 수 있는 이유는, 정규직은 법적으로 ‘기간에 정함이 없는 고용 계약’이라는 것 외에는 아무런 정의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기계약직’은 법적으로는 ‘정규직’과 같은 것이다.
그렇지만 무기계약직은 분명 정규직과 다르다. 기업의 상황에 따라서, 말하자면 부서 통폐합과 같은 이유로도 계약을 연장하지 않을 수 있으므로 기존 정규직에 비하면 분명 고용안정성이 떨어진다. 은행 창구직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대부분의 경우 임금‧복지혜택‧승진 등에서도 차별을 받는다.

비정규직에 더 높은 임금을 준다면?

홍 사무국장은 “기업에 필요한 지속적인 업무에는 정규직을 고용하는 게 맞다”는 기본 입장 만큼은 한결같지만, 여러 사업장의 고용 현실을 접한 뒤로 “정규직‧비정규직의 문제가 핵심은 아니다”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한다.

“노동자를 쉽게 쓰고 쉽게 버리겠다는 기업의 입장이 근본적인 문제죠. ‘고용안정’이 그렇게 부담스럽다면 비정규직‧무기계약직을 채용하면서 임금을 더 주거나, 최소한 정규직과 동등하게 주면 됩니다. 그 정도 비용을 들인 만큼 ‘고용안정’을 줄인 효과를 거두면 되니까요. 그런데 기업은 부담도 줄이면서 임금 비용도 아끼고 싶어 해요. 그게 문제인 거죠.”

04

비정규직‧무기계약직이 정규직과 대비되는 이유는 고용불안만이 아니라 임금과 복지혜택 차등, 그리고 마치 낮은 신분 계층인 것과 같은 차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홍 사무국장은 “만일 정규직이 아닌 경우에 임금을 더 준다고 하면 모든 문제는 자연히 해결된다”고 했다. 임금은 ‘노동력의 가치’를 단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기업은 그렇게 하지 않죠. 여러 직군으로 분리하면 통제하기가 더 쉬우니까요.”

홍 사무국장이 ‘정규직’의 문제를 다시 생각하게 된 건, 하청업체와 영세 사업장들의 상황을 알게 되면서다. 하청업체는 납품 물량이 없으면 일을 쉬면서 기다려야 하고, 물량이 몰리면 철야도 해야 한다. 5인 미만 영세사업장은 근로기준법 적용도 안 된다. 회사가 4대 보험을 들여 주려고 해도 노동자가 마다하는 경우도 많다. 임금 자체가 워낙 적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규직‧비정규직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게 사실이다.

“정규직 아니라 좋은 일자리가 중요”

청년유니온 김민수 위원장의 이야기도 비슷한 맥락이었다. “정규직‧비정규직에 과도한 의미가 부여된 것이 맞다”고 했다.

“노동권의 ‘비정규직 차별 철폐’ 운동이 10여 년 이어지다 보니 ‘정규직은 괜찮은 일자리고 비정규직은 그렇지 못한 일자리’라는 인식이 있지만 실제로 임금과 고용안정의 측면에서 보면 정규직 여부보다는 기업의 규모가 더 큰 영향을 미칩니다.”

청년유니온은 그런 관점에서 우리 사회에서 ‘좋은 일자리’라고 할 만한 대기업‧금융기업‧공기업 등 극히 제한적이라고 했다. 문제는 그런 자리조차도 빠르게 사라져간다는 것이다.

05

청년유니온이 지난 10월 기자회견을 통해 ‘2015 청년착취대상’을 수여한 롯데그룹 사례를 보면 무엇이 문제인지 엿볼 수 있다. 롯데그룹 계열사 207개의 온라인 채용공고를 분석한 결과 평균 시급이 최저임금(2015년 기준 5,580원)에 근접한 5,907원이었고, 평균 월급은 103만원에 불과했다.

“기업을 쪼개고 사업장을 쪼개서 직원을 각각 채용하기 때문에 안정성과 임금 수준이 크게 떨어지고 있는 겁니다. 엄연히 ‘롯데그룹’에 돈을 벌어주는 사업장인데도 직원들은 10개월 단위 고용으로 퇴직금을 못 받거나, 최저임금 수준의 시급을 받거나, 심지어 주 40시간 근무를 하면서도 일용직 노동자처럼 매일 근로계약서를 새로 쓰고 있습니다. 모두 기업이 노동력을 ‘비용’으로만 보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들이죠.”

SC은행은 최근 전 직원의 20%에 해당하는 1,000명 규모의 희망퇴직 계획을 발표했다. 그렇게 마련된 재원으로 신입사원을 뽑겠다지만 정규직이 아니다. 완전연봉제를 적용받고 기존 정규직과는 승급‧권한에 차등이 있는 ‘전문 계약직’으로 채용한다는 것이다. 취업준비생들이 선망하는 몇 안 되는 안정된 직장인 은행마저도 이렇게 ‘정규직’과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공기업은 이미 1990년대 말부터 대규모 구조조정을 한 뒤 여간해서는 정규직을 뽑지 않는다. 평균 연령이 40대가 넘어간 곳도 적지 않다.

06

김 위원장은 “이미 정규직이라는 예전 기준 그대로의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게 됐다”면서 “그러나 좋은 일자리의 기준은 분명히 존재하고, 필요하다”고 했다.

“일정한 수준 이상의 고용안정성과 임금, 존중이 있는 문화, 성장 가능성 등을 갖춰야 좋은 일자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자리 창출’ 정책이 나온다면 ”몇 개를 만드느냐?“고만 묻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어떤 일자리냐?’고 물어야 합니다.”

“대기업 정규직도 좋은 직장 아니다”

한국여성민우회 류형림 화동가는 “대기업 정규직으로 취업해도 배겨내지 못 하는 문제”를 이야기했다.
청년 일자리 실태 파악을 위해 20명을 집중 인터뷰 한 뒤 류 활동가는 “대기업 정규직도 좋은 일자리는 아니다”라고 생각하게 됐다. 특히 여성에게는 말이다.

“인터뷰 대상자들이 공통적으로 원한 것은 ‘내가 성장할 수 있는 일자리’였어요. 일단 고용이 안정되고, 임금도 생활할 수준이 돼야 하겠지만, 업무가 명확하지 않거나, 보조적인 업무만 맡기거나, 같은 업무를 하는데도 차별을 당해야 한다면 일자리에 만족할 수가 없는 거죠.”

호봉제가 없어지고 완전연봉제가 보편화되면서 일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연봉이 어떤 수준인지 정확히 알기 어려운 점도 문제였다. 인터뷰 대상 중에서 기업 인사팀에 근무했던 여성은 “본인들은 모르고 있지만 같은 경력에 똑같은 일을 하는데도 여성들이 연봉 200~300만원, 심하게는 500만원을 적게 받는다”면서 “연봉 테이블이라도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회사에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07

류 활동가는 “임신‧출산‧육아에 따른 불이익은 물론이고 직장 내 성희롱을 당한 뒤에 도리어 더 불이익을 받은 경우들도 있지만 사내에서는 이런 문제들을 바로잡을 길이 없다”면서 “이런 직장에서 단순히 대기업 정규직이라고 만족할 수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물론, 저임금의 열악한 일자리에 직면한 사람들은 더 많다. “대기업‧정규직이면 됐지, 뭘 더 바라느냐?”는 말이 나오는 것도 어쩔 수 없긴 하다. 이에 대해 류 활동가는 “부모의 지원을 받을 수 있고, 좋은 학교를 나왔고, 외국어 능력 등이 있는 청년에게 대기업‧정규직으로 가는 좋은 길이 열려 있을 뿐인데, 그마저도 좋은 직장이 아니라는 것은 우리 사회 전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정부‧여당이 노동법 개정과 관련해서 추진하는 ‘저성과자 일반해고’ 도입에 대해서 류 활동가는 “저와 상담했던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가 ‘저 같은 사람은 바로 잘리겠네요”라고 하더라“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저성과자‘라는 낙인 하에 잘려 나갈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08

5대 노동법 개정과 ‘좋은 일자리’의 관계

위에 언급한 SC은행 희망퇴직에는 꽤 많은 신청자가 몰려서 경쟁률이 높다고 한다. 최대 60개월분까지 특별퇴직금을 주기 때문인데, 여기에는 또 다른 사정도 작용한다. ‘일반해고’가 도입되면 명예퇴직‧희망퇴직 제도도 없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기업이 정규직 직원을 해고하고 싶을 때, 명백한 징계 사유가 없다면 목돈을 일시에 주는 명예퇴직‧희망퇴직으로 유도하는 방법을 썼지만, ‘저성과자에 대한 해고’가 가능해지면 그럴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한 은행원은 “예전에는 명예퇴직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면 ‘다른 꿈이 있어서 그만뒀다’고라도 할 수 있었는데, 앞으로는 ‘저성과자로 찍혀서 쫓겨난’ 사람이 될 수밖에 없게 됐다”라고 했다.

이밖에도 지금의 5대 노동법 개정 현안에는 일자리의 질과 관련된 여러 문제가 결부돼 있다. 취업규칙 변경이 쉬워지면 직원들의 충분한 동의 없이 임금피크제가 도입될 수 있고, 통상임금 범위가 좁혀지면 연장근로수당도 줄고, 퇴직금도 줄어든다. 연장수당이 줄어든다는 것은 노동시간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일일이 회사를 고발하지 않는 이상 노동시간을 줄이도록 유도할 수 있는 것은 수당으로 나가는 비용의 압박뿐이기 때문이다.

취업규칙 변경 기준 완화로 호봉제는 더 빨리 사라지고 완전연봉제는 더 빨리 정착될 것이다. 노조 조직률이 낮은 우리 환경에서 완전연봉제가 확산되면 개인이 임금인상을 위한 협상력을 가지기 어렵기 때문에 임금근로자의 소득은 좀처럼 늘어나지 않을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상반기 기준으로 전체 임금근로자 중에서 월급 200만원이 안 되는 근로자가 48.3%에 달했는데, 여기서 더 정체된다면 우리 삶은 어떤 모습이 되어갈까?

09

“어떤 일자리냐?”고 물을 준비 됐을까?

2014년 기준 우리나라 정규직 고용보호지수는 22위로 OECD 34개국 중 하위권이다. 2015년 온라인 취업정보업체인 잡코리아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정규직 직원 중 82.2%가 고용 불안을 느낀다고 했는데 이는 2006년 45.2%에서 대폭 높아진 것이었다.

그런데도 언론에서는 늘 ‘정규직 과보호가 문제’라는 말이 들려온다. SC은행에서는 “당신이 나가야 청년을 (계약직으로나마) 고용한다”는 사내 방송이 나온다고 한다. 나름대로 노력해서 ‘좋은 직장’에 들어갔던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사회의 죄인이 된 분위기다. 초등학교 때부터 성적에 매달려 온, 대학에 진학한 후에도 갖은 스펙을 쌓아 온 많은 젊은이들은 그나마도 좋은 직장이 뭔지 경험해 볼 수조차 없을 지경이다.

그럼에도 고용에 대한 정책은 계속 나온다. 선거철이 되면 더 많이 나올 것이다. 김 위원장이 말한 것처럼, 우리는 “어떤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것이냐?”고 물을 준비가 되어 있을까?

희망제작소는 이 연재 시리즈와 설문조사를 통해서 ‘좋은 일자리’의 기준을 찾아 가려고 한다. 다음 회부터는 노동시간‧임금‧삶과의 균형‧존중 등 세분화해서 ‘좋은 일자리’ 기준을 탐색하려고 한다. 그리고 설문조사 결과와 종합해서 ‘좋은 일자리’의 상(像)을 만들어 보려고 한다. 그래야 “이런 일자리를 달라!”고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글_황세원(연구조정실 선임연구원 / [email protected])
사진 이우기(사진작가)

수, 2015/12/02- 16:14
803
0

느영나영-맛-좋게

 

느영나영 맛 좋게 먹게

부부는 사이가 좋았다. 티격태격 싸우다가도 즐거운 일을 함께 나누는 오누이처럼 하하호호 웃고 몸을 기댔다. 제주시 구좌읍은 아내 강경옥 생산자의 고향이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어머니 당근밭 일을 도왔다. 파종할 때 씨 뿌리는 어른들 뒤를 따라 흙으로 씨 덮는 일을 했는데, 주로 동네 아이들 담당이었단다. 부산 남자 김성훈 생산자는 농산물 중개 일을 하다 제주 당근밭에서 스무살 아내를 처음 만났다. 무뚝뚝해 보여도 어린 아내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도록 늘 배려하고 챙기는 자상한 남편이다. 천 평 넘는 겨울 당근밭에 섰을 때 ‘넓어서 황량하다’는 생각보다 ‘포근하고 따뜻하다’는 느낌을 먼저 받은 건 밭 주인들의 훤히 들여다 보이는 마음 때문이었을 게다. 당근 맛이 잘 들었는지 확인하려는 남편과 아깝다며 그만 뽑으라 말리는 아내. 그러면서도 “오해 맙서. 나 아침마다 당근쥬스 갈아주는 여자우다.” 사랑스럽게 농을 던진다. 머리가 아닌 몸으로 부딪쳐 얻을 수 있는 귀한 친환경 당근의 수확을 앞둔 부부의 마음은 어느새 봄이다. 

글·사진 문하나 편집부

 

4

강경옥·김성훈 제주 생드르 구좌공동체 생산자 부부

 

아삭, 달큰 입안 시원하게
맴도는 맛

NO4A0170

 

해녀들이 키운 제주 당근

바다는 제주 여인들에게 어머니의 어머니 때부터 전해져 내려온 삶의 중요한 터전이었다. 한살림 생드르 구좌공동체와 구좌읍 평대리 혼디드렁공동체 여성 생산자들도 대부분 농사일과 물질을 병행하며 삶을 이어오고 있다. 강경옥 생산자 역시 한살림 생산자이면서 동시에 제주시 평대리 어촌계 소속 해녀다.

강경옥 생산자는 5년 전 늦깍이 해녀가 됐다. 바다 속을 헤엄칠 땐 겁도 났고, 수확이 적어 애를 먹기도 했지만 어느새 파도를 벗삼은 해녀의 강인함이 물씬 묻어난다. 피부는 건강하게 그을렸고, 몸은 거친 물살에 단단해졌다. 남편 김성훈 생산자는 구좌읍 평대리 동동 해변 일대를 서슴없이 ‘아내의 바당’이라 부른다.

“제주 여성들이 참 강인해요. 바다에서 대여섯 시간 물질을 하고, 또 밭에 나가 일을 해요. 쉴 새 없이 몸을 움직여요.”

 

4 (2)

 

부부는 부산에서 농산물 중개 일을 하다가, 10년 만에 아내의 고향 제주로 귀향했다. 그나마 제주살이에 빨리 적응한 건 순전히 ‘삼춘들’ 공이 크다. 제주에서는 가까운 이웃 어른들을 남녀 불문하고 ‘삼춘’이라 부른다. 부부는 삼춘들이 무상으로 빌려주신 밭에서 농사 지으며 한해 한해 당근을 수확하고, 감자나 무 등 월동채소들을 가꾸며 생명을 대하는 농부의 간절한 마음을 알아가고 있다. “검질(김) 매는 것을 게을리 하지 마라, 당근 씨를 좀 더 뿌려라, 지나다니면서 삼춘들이 다 말해 줘요. 가만 보면 그 분들은 밭에서 피나도록 일해요. 저는 물질하고 돌아오면 힘이 들어서 무엇을 할 엄두가 안 나는데, 이미 삼춘들은 밭에 나가서 또 검질 매고 계세요. 밭이 너무 깨끗해서 우리 밭과는 비교도 못하죠.”

강경옥 생산자는 한살림 생드르 구좌공동체 삼춘들과 함께 집집마다 돌아가며 힘을 합해 당근 수확을 한다. 해 뜨기 전 새벽 6시면 밭에 모여 불을 쬐며 몸을 녹인 뒤, 오전 7시부터 해질 때까지 일한다. 트랙터가 우선 흙을 한 번 뒤집고 지나가면, 첫 번째 조가 흙에서 당근들을 뽁, 뽁 손으로 뽑아낸다. 그 다음 조가 줄기를 자르고 나면 마지막 조가 당근을 선별해 상자에 담는 식이다. 이렇게 12월 중순부터 2월 중순까지 수확한 제주 겨울 당근은 저장성이 뛰어나다. 저온창고에 저장해 두면 그 해 9월까지 갓 수확한 당근 맛 그대로 소비자조합원들과 만날 수 있다.

 

NO4A0167

유기물이 풍부한 친환경 밭에서는 신발이 흙에 푹푹 빠진다.검은빛의 화산회토는 배수가 좋아 당근이 자라기 좋은 토양이다

 

제주하면 당근, 당근하면 제주

제주도는 한살림 당근의 70퍼센트가 생산되는 곳이다. 특히 겨울 노지 당근을 수확하는 곳은 제주가 유일하다. 제주도 구좌읍 한살림 생산자들의 겨울이 숨돌릴 틈 없이 바쁜 이유다. 제주, 그 중에서도 구좌 당근이 예부터 맛 좋기로 유명했던 이유는 제주의 두 가지 자연조건 덕분이다. 하나는 육지보다 따뜻하게 겨울을 날 수 있는 제주의 기후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화산이 폭발할 때 쌓인 화산회토 때문이다. 화산회토는 화산분출물로 이루어진 토양인데, 배수가 좋고 토질이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다. 이것이 당근 뿌리가 곧게 자리 잡도록 돕는다. 무엇보다 추운 겨울바람을 부단히 이겨내며 몸 안에 한껏 당분을 축적한 제주의 당근은 하지 당근보다 재배기간이 길어 알이 굵고 맛은 더 달큼하다.

당근은 파종 후 45일까지는 물가에 내놓은 어린아이처럼 살뜰히 살펴야 한다. 김성훈, 강경옥 생산자 부부도 지난해 예보에 없던 비가 내려 파종을 두 번이나 해야만 했다고 한다. 추석 전 제주를 지나는 태풍들 역시 당근이 넘어야 할 험난한 산들 중 하나다.

 

NO4A0232

 

태풍이 지나는 동안 뿌리가 잘 내리도록 세 번 정도 솎아주기를 할 때는 반드시 공동체의 힘이 필요하다. 파종부터 수확까지 농사는 혼자 힘으로 짓기 어렵다. 하지만 파종 후 45일이 지나면 당근 뿌리는 적당한 길이로 자리를 잡고, 이때부터는 웬만한 태풍에도 생명력을 이어갈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뒷심 좋은 당근이라, 농부도 그제야 마음 놓고 겨울을 기다릴 수 있다. 수확이 한창인 밭에서 생산자 한 분이 당근 하나를 칼로 슥슥 잘라 입에 넣어주신다. 아삭. 베어문 당근 한입에 다디단 당근의 육즙이 신선한 향과 어우러져 샤베트처럼 시원하게 넘어간다. “작년엔 수확량이 많고 소비가 잘 안되서 걱정이 많았어요. 힘들게 수확한 당근이 가공용으로 창고에 쌓이는 것을 보면 사실 많이 답답하죠.” 유난히 종잡을 수 없었던 날씨 때문에 생산지 피해가 컸던 2015년, 제주는 육지와 달리 비가 많이 내려 시름이 컸다. 겨울 날씨도 예전 같지 않아, 하루 이틀을 빼 놓곤 모두 영상권 날씨에 들었단다.

그래도 월동채소인데, 찬 바람을 맞아야 맛이 잘 든다며 걱정인 김성훈 생산자가 밭에서 당근 서너 개를 뽑아 올리더니 빙긋 웃는다. “이제, 수확해도 되겠어요.” 검은 흙을 툭툭 털어 반으로 가른 당근의 주홍빛깔이 선명하다.

 

NO4A0124

구좌읍 일대에서는 낮은 돌담에 빙 둘러쌓인 너른 당근밭을 어렵지 않게 만날수 있다. 무릎 위까지 껑충 올라올 여린 당근 잎들은 깃털처럼 보드랍다

 

 

글·사진 문하나 편집부

03

 

한살림당근 장보기
화, 2016/01/26- 15:28
800
0

필리핀 네그로스 사탕수수 생산자 & ATC공정무역그룹 활동가 초청

9월 25일 인천공항 입국장에 필리핀 네그로스에서 반가운 손님이 찾아 왔습니다.
얼굴이 보이는 물품, 생산자와 소비자의 만남이 한살림운동의 힘이듯이, 한살림 조합원을 직접 만나기 위해 3,000km 떨어진 필리핀 네그로스에서 사탕수수 생산자와 ATC공정무역그룹 활동가가 방문하였습니다.

2
3

9월 25일 오후 9시 인천공항 입국장에 한살림서울 조합원들을 만나기 위해 필리핀 네그로스에서 7명의 반가운 손님이 찾아 왔습니다.

4-1
4-2

한살림서울 5층, 필리핀 네그로스 환영회 & 이사회간담회 시간을 마련하였습니다. 필리핀 네그로스 생산지의 소개와 현황 그리고 한살림서울 소개로 필리핀 사탕수수 생산자들을 맞이하였습니다.

5
6

한살림서울 북동지부 돈암매장에 방문하여 매장을 둘러보았습니다.

7
8

매장조합원 간담회를 위해 돈암매장 옆에 위치한 성북지구(야단법석)사무실에서 한살림매장에 대한 안내와 성북지구 운영방식(마을 모임)에 대해 설명하고 매장조합원과 필리핀 생산자&활동가가 질의 응답을 갖는 시간을 진행하였습니다.

10
11

필리핀 네그로스는 진정한 먹거리 운동을 달성하기 위해 한살림서울과 같은 꾸러미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에 팔당꾸러미의 물품과 1차 농작물 재배, 농업기술들에 대해 궁금한 내용을 노국환 대표(팔당꾸러미작목반)가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아산 푸른들 영농조합에 방문하여 우리나라의 주식인 쌀이 도정되는 작업과 아산에서 생산되는 1차 농산물의 포장방법과 저장방법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13
15

28일에는 한살림서울 이영임 가공품위원장이 여는말로 조합원간담회를 시작하였습니다.
한살림서울에 마스코바도설탕이 판매되기까지의 과정을 표희철 실무자가 조합원들에게 안내하고, 필리핀 ATC공정무역그룹 활동가인 엘리자베스가 필리핀 네그로스의 현황과 마스코바도설탕에 대해 한살림서울 조합원들에게 설명하였습니다. 마스코바도설탕 생산자 대표로 아르세뇨, 멜퀴아데스님이 민중교역을 통해 마스코바도설탕 농사를 계속 지을 수 있었고 생산자들이 생활을 이어갈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했습니다. 영상자료와 함께 마스코바도설탕에 대해 조합원들에게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16

짧은 기간이었지만 필리핀 네그로스 생산자와 활동가를 초청하여 생산자와 소비자가 얼굴을 마주하는 교류 활동을 진행하였습니다. 이번 교류를 통해 필리핀 네그로스 생산자와 한살림 생산자가 추구하는 지향이 다르지 않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필리핀 네그로스에서 요청했던 생산/소비의 구조와 사례 나눔, 영농기술 전수 및 기술 지원을 한살림서울을 통해 많은 것을 알아갔기를 바랍니다.

이번 교류가 이루어 질 수 있도록 도와주신 한살림서울 조합원과 각 영역 활동가/실무자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한살림서울 홈페이지
금, 2016/10/14- 17:39
800
0

청주

 

[폐휴대폰 재활용 · 저소득 청소년 생리대 기부 캠페인]

 

소녀야, 함께 살자!

 

한살림에 쓰지 않는 휴대폰을 가져다주세요!

재활용 수익금으로 생리대를 구입/제작하여 저소득층 청소년에게 전달합니다.

 

세상의 편견과 생활고로 인해 고통 받는 어린 소녀들과 함께 해주세요. 

일주일이나 결석한 초등학생은 생리대가 없어 수건을 깔고 누워 있었다는 이야기에서부터,

돈 없는 부모에게 생리대 사달라는 말을 하지 못해 신발 깔창을 대신 썼다는 일도 있다고 합니다.

이런 일을 겪는 청소년들에게 생리는 여성으로서 자기 존재를 확인하는 날이 아니라

수치심으로 몸을 숨기고 싶은 날이 되어 버렸습니다.

 

한살림청주는 집안에 방치되어 있는 폐휴대폰 재활용 캠페인을 진행하여

재활용 수익금으로 저소득층 청소년 생리대를 지원할 예정입니다.

폐휴대폰 1개를 가져오시면 중형 일회용 생리대 6개를 기부할 수 있습니다.

한살림은 환경적 의미와 현실적인 청소년 생활환경을 고려하여 면생리대와 일회용 생리대를 함께 전달할 예정이며,

면생리대의 경우 한살림청주 바느질 소모임 ‘실로그린’ 회원들이 직접 제작합니다.

집에 방치된 휴대폰이 소녀와 함께 사는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 참여 방법 

청주1-1

 

기간 : 2016년 10월 1일~10월 31일 (한달 동안 진행)

문의 : 한살림청주 조합원활동실 043-224-3150

한살림청주 홈페이지
금, 2016/10/14- 16:57
800
0

내가 정치적 신념이 특이해서일까 또는 현실 적응이 어려운 사람이어서일까. 직선제 개헌을 이룬 1987년 대학을 졸업한 이래 여섯 번의 대통령 선거에서 한 번도 투표를 안 한 적은 없지만 내가 찍은 사람이 당선된 적도 없다. 또 내가 살고 있는 지역 탓일까, 비슷한 횟수의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투표를 거른 적이 없건만 한 번도 당선자를 찍어본 기억이 없다. 내 선택의 보람을 느낀 것은 기껏해야 구청장 한두 번 정도였던 듯하다.

신성한 한 표라고 생각하며 투표를 할 때마다 기대를 하지만 늘 배신의 정치를 실감한다. 한국사회에서 배신의 정치는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정치 자체가 배신이다. 공약이 현실로 돌아오는 것을 몸으로 실감한 적이 없는 까닭이다. 모든 정치인이 부패한 건 아니지만, 정치 시스템이나 정치인 자체가 부패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현재 대한민국 정치인들은 국민들에게 정치에 대한 불신을 심어주는 역할을 자꾸 되풀이하고 있다.

나 또한 투표를 하고 나서도 나의 선택에 대해서 깊은 성찰이나 고민을 해본 적이 없다. 빠지지 않고 투표에 참여했다는 최소한의 시민의식은 있었지만, 누가 이 나라와 내가 사는 지역을 위해 진심으로 헌신할 마음과 능력이 있는지 한 번도 곱씹어 고민하지 못했다. 누가 그러한 고민을 위해 시간을 내고 생각을 집중하겠는가. 그러던 차에 희망제작소가 기획한 <노란테이블 시즌2, 어디 좋은 국회의원 없나요>는 참신하고 반가웠다.

마침 방송에서는 한국 국회의 속살을 속속들이 파헤친 드라마 ‘어셈블리’가 방영을 마쳤고, 모처럼 의미 있는 정치 드라마를 보면서 정치의 본산인 국회의 기능과 국회의원의 역할에 대해서 나름 공부를 한 상황이라 관심이 더 갔다. 지난 해 있었던 세월호 노란테이블과는 또 다른 도전과 사명이 느껴졌다. 나는 이번에 모둠별로 노란테이블 토론을 진행하는 퍼실리테이터 역할을 제안 받아 모둠의 진행자로 참여했다.

가을비가 소르르 내리는 날, 인사동 수운회관에는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한국정치의 문제를 나누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내가 맡은 2모둠의 참가자는 여성이 1명, 남성 7명. 대체로 젊은 참가자들이었고 중년 참가자가 한 분 계셨다. 나이와 성별, 지역과 성향 등을 골고루 안배해서 모둠을 구성한다고 들었는데. 성별과 나이는 다른 모둠에 비해서는 약간 치우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등학생도 한 명 있었는데, 과연 학생들이 바라보는 국회의원상은 어떤 모습일지 매우 궁금해졌다. 지역은 부산, 인천, 강원도 등 다양한 지역에서 온 걸로 보아 균형적인 안배가 느껴졌다.
opinion-1-400-284 opinion_400-284 opinion3-400-284

드디어 모둠별 원탁 토론이 시작되었다. 처음 자기소개는 가볍게 투표에 대한 키워드를 말하는 것으로 마음의 문을 연다. 젊은 세대들은 특정 정당만 고집하는 할머니 등 주로 기성세대와의 갈등 경험을 투표의 고민이자 화두라고 이야기했다. 순서에 따라 ‘발견하기’에서는 한국 정치의 문제점을 짚어나갔다. 당론정치와 계파정치, 지역주의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고, 국회의원들의 기득권과 비도덕성이 문제라고 지적하며 국회의원직을 무보수 봉사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다소 과격한(!) 주장도 나왔다.

본격적으로 좋은 국회의원의 요건을 고민할 ‘상상하기’ 차례에선 이야기가 너무 추상적으로 흐르는 것을 막기 위해 공보물을 활용했다. 네 명의 후보를 가상으로 상정하여 정당과 경력, 가치관 등을 비교·판단하게 한 뒤에 기준을 찾아보도록 했다. 당선 가능성과 창의성, 지역출신 등의 의견도 나왔지만 결과는 진정성, 다양성, 소통능력, 도덕성, 정치소신으로 압축되었다. 일단 개인의 차원에서는 계파와 당론, 지역주의에 물들지 않고 정치에 대한 소신과 능력이 발휘되는 참신하고 도덕적인 인물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그 뒤에 약자와 소수자를 배려하는 다양성, 창의성, 소통 능력이 뒤를 이었다. 마땅히 그래야 하리라 공감하는 내용들이다. 열띤 토론을 마치고 그 기준에 맞는 인물상을 그려보기로 했다. 우리 모둠의 그려본 ‘좋은 국회의원’의 모습은 이랬다.

“이름은 ‘소신’, 42세의 여성으로 지자체장 경험이 있다. 시민운동과 장애인봉사 생활협동조합 이사를 거쳤다.”

opinion2-400-284

놀랍게도 이 결과는 다른 모둠과 대동소이했다. 마지막으로 ‘국민이 하늘입니다. 국민의 세금은 국민에게’라는 구호로 인물 그리기를 마쳤다. 이어진 발표를 통해 전체의 의견과 고민이 공유되었다. 우리 모둠은 18살 고등학생이 나가서 힘차게 발표를 해 더욱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전반적으로 다양성과 소수자, 약자를 배려하는 정치에 대한 염원이 느껴졌다. 정치인들이 참여한 토론은 결과적으로 정치인과 더불어 정치 시스템에 대한 고민을 더하게 했다. 과연 사람만 좋아서 정치가 잘 될까, 지역주의와 계파와 기득권 가득한 현실 정치권력을 그대로 두고 좋은 정치인이 만들어질까. 앞으로 더불어 고민해야 할 주제다.

좋은 국회의원을 찾다 보니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한국 정치사에 가장 좋은 국회의원이 따로 있을 리 없지만 굳이 한 사람을 꼽으라면 고 노무현 대통령을 꼽고 싶다. 한국 정치의 혁신을 꿈꾸었던 그 분의 말은 우리의 정치현실에 대해서 불신을 떨치지 못하는 나에게도 큰 울림을 주었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입니다. 이것이 우리의 미래입니다. 민주주의에 완성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역사는 끊임없이 진보합니다. 우리 민주주의도 선진국 수준으로 가야 합니다. 그리고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성숙한 민주주의를 이뤄 가야 합니다.”

한국 정치의 완성은 없다. 그러나 정치는 끝없이 진화해야 한다. 성숙한 민주주의를 위해 한국의 정치는 대화와 타협, 관용, 통합을 실천해야 한다. 무엇보다 깨어있는 시민들의 참여가 가장 든든한 힘이다.

화염병과 최루탄이 사라진 거리를 쇠사슬과 살수차가 대신하는 시대다. 왜 시민들은 잠들지 못하고 촛불을 들고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가. 정치의 부재가 부르는 비극이다. 아직도 한국 정치는 거리를 넘어서지 못한다. 오늘의 정치를 보면서 좋은 국회의원, 바람직한 국회 시스템에 대한 절실한 열망을 품는 이가 비록 나 혼자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대한민국을 물려주어야 하는가. 내년 총선은 깨어 있는 시민들의 참여로 무능 정치 자체를 심판하는 선거이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글_유동걸(영동일고 교사 / ‘토론의 전사’, ‘질문이 있는 교실’ 저자)

금, 2015/11/20- 17:13
792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