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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향2] 무엇을 위한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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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향2] 무엇을 위한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인가

익명 (미확인) | 목, 2017/06/01- 13:52

무엇을 위한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인가

 

김보영 | 영남대학교 새마을국제개발학과 교수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이하 찾동)는 주민들에게 가장 가까운 공공기관인 동주민센터에 복지·보건분야의 인력을 획기적으로 투입하여 시민들의 복지체감도를 증진시키고자 하는 사업으로 현 민선 6기 박원순 서울시장 선거공약을 통해 공식화된 사업이다(남기철, 2015). 이전 정부에서도 읍면동 주민센터에 맞춤형 복지팀을 설치하는 등 복지허브화 사업을 추진했지만 서울시는 이보다 앞서 2014년부터 찾동 사업을 추진하였던 것이다. 이로 인해 동복지 허브화 사업의 경우 전국적으로 4,800명을 충원하여 읍면동 평균 1.37명을 증원한데 반하여 찾동 사업은 서울시만 2,450명을 충원하여 동평균 5.8명을 증원하는 대대적인 투자가 이루어 졌다(이태수, 2016b).

 

이러한 투자를 통해 찾동은 2015년부터 1단계로 13개구 80개동에서 시작하여, 2016년 2단계 사업에서는 18개구 283개동, 2017년에는 24개구 342개동 등 순차적으로 확대 적용되며 그 규모가 커지고 있다(서울시, 2016). 65세에 이른 전 노인과 0세 아동가구 전부를 대상으로 포괄절인 복지와 함께 보건전문인력이 방문하는 복지플래너·방문간호사 활동, 동단위로 이루어지는 통합사례관리, 통합적인 복지상담을 제공하는 복지상담전문관, 구역별로 지역주민과 소통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우리동네주무관, 복지생태계 조성 등과 같은 주요사업으로 구성되어 있다. 1단계 사업에서는 동주민센터 직원 출장 횟수가 전 대비 141% 증가하였고, 초기상담건수는 96% 늘어났으며, 사례관리가구는 1,334건, 빈곤위기가구 신규발굴은 12,291건 등의 성과가 나타났다고 하고 있다(김귀영, 2016).

 

이러한 가운데 복지직 공무원 등 공공일자리 확대를 최우선 공약으로 약속한 문재인 정부가 새롭게 들어서고 초기 청와대 인사에서 서울시 출신 인사들이 다수 선임되면서 찾동이 전국 사업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찾동이 과연 애초 의도한 바대로 복지인력의 획기적인 증가를 통해 시민들의 복지체감도를 증진시키는 새로운 공공전달체계 모델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찾동은 그 설계부터 매우 모순적인 목적이 충돌되면서 공공과 민간영역의 역할에 대한 혼돈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그러면서 과도하게 공공이 개인의 생활을 침해하는, 가부장적 성향까지 목격되고 있어 면밀히 살펴보아야 한다. 이는 찾동이 과감한 투자에 비해 성과는 뚜렷하지 않고, 오히려 혼란과 부작용만 키워 복지 확대에 대한 역풍을 가져오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는 점이다.

 

공공책임성 강화인가, 민간책임 전가인가

우선 찾동은 크게 복지, 마을, 건강 세 영역으로 이루어져 있다. 보건(건강)과 복지는 원래 상호연계성이 높고 이를 통합적으로 접근하려는 논의와 시도는 이미 있어왔지만 복지와 마을을 한 사업 안에서 추진하는 것은 찾동의 큰 특징으로 꼽히고 있다. 이는 보편적 복지를 지향하는 복지의 영역, 주민자치라는 민주주의 원칙을 지향하는 마을의 영역이 상호보완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담겨 있기도 하다(이태수, 2016a). 하지만 현장 실무자들은 두 개의 서로 다른 지향을 가지고 있는 두 영역이 융합하기는 어렵다고 느끼고 있으며 이를 위한 상호간의 교류나 의사소통의 기회도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김정현, 2017). 복지와 마을이 상호보완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기보다는 두 상반된 영역간의 어색한 동거 상태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복지영역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모순은 더욱 두드러진다. 이미 서두에서 밝히고 있듯이, 복지영역에서는 공공 복지인력을 대거 확충하고 사각지대 방지를 위해 0세 아동이나 65세 이상 노인 등 고려대상 전 주민을 방문하고, 분절된 복지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복지상담전문관을 배치하는 것과 같이 복지에 대한 공적 책임성을 강화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러한 복지 욕구를 공적자원보다는 민간자원 동원을 통해 해소한다는 ‘복지생태계’ 구현을 지향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공공복지전달체계 보강을 통한 제도적 사회복지를 강화하는 방향과 이러한 제도성과 대비되는 지역 공동체 지향과의 충돌로 지적되기도 한다. 실제 찾동 사업추진 과정에서 공공 중심의 복지체계를 ‘폐해’로 인식하는 모습이 나타나 논란이 되기도 했다(남기철, 2015). 하지만 더 심각한 부분은 ‘복지생태계’를 구현하는 것이 지역을 주체로 내세우는 공동체적 지향으로서 나타나고 있기 보다는 공적 복지의 제도적 사각지대나 불충분성을 민간 자원을 동원하여 때우고자 하는 의도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공적 제도로 복지욕구를 모두 해소할 수 없고, 따라서 일정부분 민간의 역할은 필요하다. 특히 제도적 접근은 그 속성상 경직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측면적인 욕구를 제대로 해결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고, 특히 돌봄과 같은 사회서비스 영역에 있어서는 요양이나 활동지원과 같은 제도적 지원 뿐 아니라 지역사회 안에서 상호의존적인 관계에 바탕을 둔 지원체계의 중요성이 강조되기도 한다(김형용, 2013). 하지만 이러한 접근은 지역사회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문제해결의 주체가 되어 서로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고 창의적인 해법을 모색하자는 것으로 이들을 객체로 보는 자원개발 대상의 관점과는 엄연히 다른 것이다(김보영, 2016). 다시 말해 지역사회 공동체를 활성화시키고자 한다면 민간의 주체적 역량을 키우고 발휘할 수 있도록 공공은 촉진하고 지원할 수 있지만, 공공이 나서서 민간자원을 동원하려고 한다면 민간은 주체가 아니라 객체로 활용되는 것일 뿐이다.

 

그동안 정부는 통합사례관리를 중심으로 하는 공공전달체계 개혁을 진행하면서도 정작 공적 지원을 통합하는 것이 아니라 공공의 제도적 사각지대를 민간자원을 동원하여 ‘땜질’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김보영, 2011). 지방정부를 통해서 전달되는 중앙정부의 복지사업만 170여 가지 이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군구 희망복지지원단을 중심으로 한 통합사례관리는 이러한 공적 지원을 통합하는 것이 아니라 기초생활보장제도 비수급 빈곤층 등 제도적 사각지대에 있는 대상자에 대한 기본적 사회권의 보장을 민간자원의 동원을 통해 메꾸는 사업으로 나타난 것이다. 중앙정부의 동복지 허브화의 맞춤형 복지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으며 이를 ‘동사회보장협의체’를 통해 보다 제도적 영역으로 공식화하는 시도를 보이고 있다.

 

찾동은 업무매뉴얼에서 복지생태계를 “어려운 이웃을 마을 안에서 돌보는 주민들의 나눔과 돌봄 공동체”라고 규정하고, 이를 위한 주민들을 발굴하는 “우리동네 나눔이웃”, 이를 위해 기부를 하는 지역 업체를 조직하는 “우리동네 나눔가게”를 동사무소의 담당자가 추진하는 찾동의 사업으로 제시하고 있다(서울시, 2016). 역시 공공이 주도하는 민간자원 동원체계를 공식화하고 있는 것이다. 공공의 복지는 공적으로 조성된 예산을 통해서 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현실적인 제도적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를 보완하기 위해 민간의 자원을 활용을 할 수는 있지만 그 것은 어디까지나 임시적인 방편일 뿐이고, 이를 아예 제도화하거나 공식화하는 것은 편법에 불과할 뿐이다. 찾동에서 묘사하는 것처럼 이것이 정말 자발적이고 주체적인 지역사회 복지생태계를 구현하기 위한 것이라면 공공은 어디까지나 2선에서 이를 촉진하고 지원하는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이미 지역의 시민사회가 취약하고 권위주의적 행정의 역사가 오랜 우리나라에서 공공이 그 선을 넘는 순간 지역사회 공동체는 허울 좋은 명분이 되어버릴 뿐이다. 과거 중앙정부가 국민의 모금을 동원하여 자기 예산처럼 쓰던 권위주의시대 관행이 지역사회 공동체란 이름으로 다시 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공공 전달체계 개편인가, 공공의 민간화인가

그렇다면 찾동은 공공전달체계 개혁 모델로서 제 역할을 하고 있는가. 물론 그동안 공공전달체계 개편이 여러 번 있었지만 대부분 이에 필요한 인력 확충이 따라주지 않아 실질적인 효과를 발휘하기가 어려웠다는 평가를 받아왔기 때문에 2배로 인력을 증원시키는 찾동의 시도는 그만큼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면 찾동은 공공전달체계의 가장 핵심적인 문제로 지적되는 분절성과 파편성의 문제를 극복하고 있는가. 찾동은 65세 노인, 출산가정 등 생애주기별 대상 전수를 찾아가는 복지플래너, 동단위 사례관리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사업의 내용을 살펴보면 공적지원의 통합과는 여전히 거리가 있어 보인다. 공공전달체계의 분절성과 파편성 측면에서 살펴보면 중앙정부에는 360여 가지, 지방자치단체만 170여 가지의 복지사업이 있지만 제각기 다른 경로와 기준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필요한 사람에게 적합한 지원이 연결되기 어려운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지만 찾동 사업은 정작 이 구조에 손을 대고 있지는 않은 것이다.

 

찾동에서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생애주기 기준에 따른 모든 시민에게 찾아가는 복지플래너 사업을 하고 있지만 그 내용을 살펴보면 그 명칭처럼 복지에 대한 통합적인 ‘계획’을 세워준다기 보다는 욕구를 확인하고 정보를 제공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서울시, 2016). 그러면서 복합적인 욕구를 가진 경우를 발견하면 사례관리를 연계하도록 되어 있다. 그렇다면 동단위 사례관리는 공적 지원을 통합적으로 전달하는 공공의 사례관리 체계인가. 역시 그 내용을 살펴보면 “당사자의 노력과 참여”를 통해서 “당사자 자신의 문제를 해결 및 개선하는 과정”으로 규정하면서 동주민센터 사례관리의 지향으로 당사자 스스로 문제해결의 주체가 되는 “당사자 중심의 사례관리”, “이웃관계망을 활용한 자원연계”를 제시하고 있다(서울시, 2016). 분절되고 파편화 되어있는 공적 지원을 대상자의 욕구를 중심으로 통합하여 제공하려는 공공 전달체계의 접근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민간의 문제해결 중심 사례관리에 더욱 가까운 것이다. 하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정신건강이나 알코올 중독 등 문제를 갖고 있는 사례가 많이 발굴되고 있지만 전문성이 부족하여 동 단위에서 개입하기도 어려우며 이를 지원할 수 있는 체계도 부족하다고 호소하고 있다(안기덕, 2016).

 

이렇듯 찾동 사업은 공공전달체계로서 공적 지원체계를 통합적으로 제공하기 보다는 오히려 민간자원을 동원하고 민간의 문제해결 중심의 사례관리를 도입하다보니 민관협력을 지향하고 있지만 결국 민관갈등을 더욱 증폭시키게 된다. 과거에는 복지에서 공공의 역할을 민간에 전가하고 공공은 보조금만 제공하고 통제하는 종속적 대행자 관계로서 민간의 공공화가 있었다면 지금의 찾동은 반대로 공공이 민간처럼 자원을 조직하고, 개별사례에 개입하는 공공의 민간화가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다시 말해 찾동을 통해서 공공은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공적 사회보장 전달체계로서 역할을 확립하고, 민간은 보다 많은 자율성을 부여받아 제도적 한계를 보완하는 역할 재정립을 하고 있기 보다는 공공 전달체계를 크게 바꾸지는 않은 채 발굴되는 사례들에 대한 민간방식의 접근을 도입하다보니 민간영역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모양이 되어버린 것이다.

 

물론 사례관리와 같은 경우 동주민센터가 주로 수행하는 지역사회 자원 연계와 기초상담 등이 이루어지는 일반사례, 심층 상담 및 개입이 필요하여 민간복지기관이 주로 수행하는 전문사례, 위기 상황을 안정화하는 것에 초점을 두어 시군구 희망복지지원단이 주로 수행하는 위기사례를 구분하고 있기는 한다. 하지만 현장에서 나오는 공통된 지적은 현실적으로 이러한 사례구분이 매우 모호하다는 것이다(김정현, 2016; 송인주, 2016). 찾동 사업 자체에서 공공과 민간의 명확한 역할 구분이 없다는 것은 사업 초기라서 나타나는 일시적인 문제라기보다는 지속적이고 근본적인 문제로 남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서 민간은 찾동으로 인해서 협업이 이루어지기 보다는 자원으로 인식되어 협조만 요청받고 있고, 민간의 영역을 빼앗기고 있다는 불안감이 나타나고 있다(김정현, 2016). 또한 찾동으로 인하여 업무부담은 가중되고 있는데 그에 상응하는 지원은 없을 뿐 아니라(최성숙, 2016) 다른 상위부서의 분절적인 업무 속에서 지도점검과 사업평가를 받고 있어 이 또한 충족해야하는 이중적 상황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송인주, 2016). 결국 민간은 찾동에서 자기 영역을 점유당하면서 동원되는 가운데 여전히 기존의 종속적 대행자로서의 구속은 유지되고 있어 민간으로서의 역할 모색 역시 어려워 생존의 위기를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가부장주의적 과잉행정과 윤리문제

찾동 사업이 민관의 역할 구분이 모호하고 사실상 공공의 민간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은 또 다른 문제를 불러일으킨다. 강제력이 없는 민간이 할 경우 문제가 안될 일도 공권력을 가지고 있는 공공이 하게 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공공은 국민의 사회적 기본권 보장을 위해 필요한 욕구를 파악하고, 공적 자원의 낭비를 위해 필요한 감시와 감독을 수행해야하지만 역시 국민의 시민적 자유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최소한에 그쳐야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찾동 사업에서는 민간이 주체가 되어야 하는 공동체 사업이라든지, 민간에 더 적합한 개입중심의 사례관리를 공공이 직접 수행하다보니 오히려 가부장주의적인 과잉행정의 경향까지 나타나고 있으며 지나치게 세세하고 민감한 정보까지 광범위하게 수집하고 이를 축적하고 공유하고 있어 윤리적 문제마저 제기될 수 있다.

 

가령 찾동의 주요사업 중 하나인 우리동네주무관은 동사무소의 전 직원이 각자의 구역을 할당받아 지역주민과 소통하고 지역문제를 담당하여 해결한다는 취지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활동 내용을 보면 담당 구역 내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통반장뿐 아니라 미장원, 경로당 등을 돌며 주민에게 말을 걸어보고, 동네 사진을 찍고 이러한 활동 내용을 보고하도록 되어 있다. 이러한 내용을 보면 마치 권위주의시절 정보수집 활동을 연상케 한다. 물론 현재는 주민통제와 감시가 목적이 아니라 지역의 공무원들이 보다 지역에 더욱 애정을 가지고 살피라는 목적이지만 국가가 모든 일상생활까지 살펴야 한다는 가부장적인 관점에 기초하고 있음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더욱이 공권력을 가지고 있어 항상 감시와 견제가 필요한 공공이 이러한 광범위한 정보수집과 축적을 사업화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에 대한 질문은 분명 필요하다. 공권력이 항상 선의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전제는 성립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생애주기별 대상 전원을 방문하고자 하는 복지플래너 사업의 경우 그 기록지를 보면 직접적인 공적 지원을 위한 욕구를 파악하는 내용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민감한 개인정보를 매우 깊숙이 캐고 있다. 직접적인 서비스나 급여의 욕구를 파악하는 것 이외에 이것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이 가족사항, 질병, 병원 이용횟수, 우울감, 자살생각, 결혼관계, 종교, 종교기관 이용까지 매우 민감한 정보들을 역시 수집하고 있는 것이다. 사례관리에 있어서도 사회적 관계망 뿐만 아니라 2~3대에 걸친 가족 구성원간의 갈등 관계까지 포함하는 가계도 및 생태도까지 그리도록 하고 있다(서울시, 2016). 이렇게 수집된 정보는 전산시스템에 모두 등록되고 앞으로 민간기관과의 공유까지 계획되어 있다.

 

물론 이러한 정보수집은 개인정보 보호 관련 규정을 준수하는 절차를 지키고 있지만 시민에 대해 매우 민감한 사적인 정보를 명확한 보장이나 보호의 목적 없이 단지 모호하게 도움을 준다는 이유로 수집하고, 축적하고, 심지어는 외부 기관에까지 공유하겠다는 것이 얼마나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이미 정부에서 대상자 발굴이라는 명분으로 사회보장급여를 신청하지도 않은 국민의 23종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있고, 최근에는 민감한 금융정보까지 포함하도록 사회보장급여법을 개정하여 논란이 된 바 있다(참여연대 외, 2017). 근본적인 문제는 제도적 사각지대임에도 이를 개선하지 않은 채 빈곤층 발굴의 명분만 내세워 과도한 개인정보 침해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찾동은 직접 대면하여 수집하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지만 그만큼 더욱 민감하고 예민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으며 이를 축적하고 공유하는 측면에서 개인정보 침해 여지는 더 작다고 하기 어렵다.

 

‘찾동’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시급하다

2006년 지자체 주민생활지원 기능강화 개편, 2010년 사회복지통합관리망 구축, 2011년 지자체 복지인력 증원 추진, 2012년 시군구 희망복지지원단 설치, 2015년 읍면동 복지허브화 추진까지 최근 10여 년간 공공 전달체계 개편은 지속적으로 시도되어 왔다. 앞서 언급한 대로 찾동은 기존의 어떠한 공공 전달체계 보다 과감한 인력충원과 투자로 주목을 받고 있는 사업이다. 찾동의 성패에 따라 이러한 충원과 투자가 효과적인 공공 전달체계를 만드는 핵심 요소가 될 수도 있고, 반대로 성과없는 낭비에 불과하다는 역풍을 맞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불행히도 현재 찾동 사업은 분명한 성과를 보여줄 수 있기보다는 더 큰 혼란과 갈등을 불러일으킬 요소를 더욱 많이 갖고 있다.

 

찾동의 차별성으로서 전담인력의 대대적 확충과 함께 공공복지의 보편성 확대, 보건과 복지의 강력한 통합, 마을 개념과의 접합시도, 민관협력의 새로운 시도 등이 꼽히고 있다(이태수, 2016a). 하지만 살펴본 바와 같이 보편적 복지란 보편적 대상에 대한 방문안내 정도에 그치고 있고, 보건과 복지 통합이란 복지인력과 간호인력의 공동방문 정도로 나타나고 있다. 마을 개념과의 접합은 공동체를 주체로 내세우기 보다는 자원개발의 객체로 만들면서 민간의 영역을 공공이 뛰어 들어 민관협력보다는 공공의 민간점유로 인한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근본적으로 찾동이 무엇을 위한 사업인가에 대한 명확한 방향이나 목적이 없이 추진되고 있다는 데 있다. 공공 사회보장 전달체계를 개편한다고 하면서 정작 그 핵심인 분절성이나 파편성을 해결하여 공적 책임성을 높이기보다는, 민간 자원 동원을 오히려 공식화하면서 민간의 역할을 공공이 점유하여 불필요한 과잉행정으로 인한 개인정보 침해나 윤리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까지 보이고 있다.

 

물론 사업을 추진하면서 복지플래너로 인해 위기가정을 발굴하여 고독사를 예방하고, 사례관리를 하면서 단절된 가족관계가 복원되고, 위기가정을 발굴하여 절망적인 가정을 안정화시키는 등의 사례들도 발견되고 있다. 그리고 더욱 강화된 민관협력을 실천하는 지역도 있다. 또 무엇보다 전에 없던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행정으로 주민의 인식이 좋아지고 문턱이 낮아졌다는 성과도 보이고 있다(정창영, 2016). 하지만 이러한 미담성 성과정도로 전례없던 과감한 인력충원과 투자가 성공적으로 평가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민관협력의 모범사례가 나타나는 지역 역시 찾동으로 인해 그렇게 되었다기 보다는 이미 관계가 잘 형성된 지역에서 찾동으로 인한 갈등이 자체적으로 조정된 결과로 보인다.

 

따라서 찾동은 지금까지 사업 추진에 대한 냉철한 평가를 통해서 사업의 방향과 내용에 대한 전면적인 재조정이 매우 시급하다. 이러한 상태로 찾동이 계속 확대되기만 한다면 공공 전달체계 개혁에 있어 주목을 받은 만큼 치명적인 실패의 사례가 되어버려 상당기간 공공 복지전달체계 개혁에 대한 관심과 노력의 침체를 가져올 위험이 크다. 무엇보다 찾동이 공공 전달체계 개혁 사업으로서의 정체성을 다시 확립하고 민간과의 관계와 협력에 대한 분명한 대안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찾동에서 이루어진 과감한 투자만큼 과감한 성찰과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참고문헌

김근식. 2016. “서울시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의 추진의 의미와 과제 : 사회복지인력의 전 문성에 미치는 영향이란 측면에서”. 『한국사회복지행정학회 학술대회 자료집』,

김귀영. 2016.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1단계 사업의 성과와 과제”. 『2016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성과공유대회』.

김보영. 2016. “지역사회복지 수요와 공급에 있어서의 민간 사회복지 지위와 역할에 대한 개념적 모색”. 『한국사회복지행정학』. 18(2). pp. 37-62.

김보영. 2011, “사회서비스 통합 사례관리 정책이 ‘땜질관리’ 정책이 되지 않기 위해서 는 – 최근 사회서비스 전달체계 개선정책의 한계와 과제”.『월간 복지동향』, 158, 44-48.

김정현. 2017.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인력운용 활성화방안 연구”. 서울시복지재단

김형용 2013. “지역사회기반 서비스와 사회복지관”. 『한국사회복지행정학』, 15(1), pp. 169-195.

남기철. 2015. “지역사회복지관점에서의 서울시 동주민센터 개편사업 분석”. 『한국지역사회복지학』. 55. Pp. 163-186

남기철. 2016. “찾동에서 지향하는 민관 협력 서울시 사회복지에서 공공과 민간”. 『찾동민관거버넌스 포럼 발표자료』

안기덕 2016.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운영방안 연구”. 『한국사회복지행정학회 학술대회 자료집』

이태수 2016a. “서울시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의 추진의 의미와 과제”. 『한국사회복지행정학회 학술 대회 자료집』.

이태수. 2016b. “중앙정부의 ‘행정복지센터’와 서울시의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의 비교”. 『2016 사회정책연합 공동학술대회』.

서울시. 2016.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업무매뉴얼』. 서울특별시

송인주. 2016. 『찾아가는 동 주민센터와 지역복지기관 협력방안 연구』. 서울시복지재단

참여연대·빈곤사회연대·에듀머니·진보네트워크센터. 2017. “위헌적이고 개인정보 침해하는 사회보장급여법 개정안 통과 반대한다!”. 『공동성명』. 3월 1일.

정창영 (2016). “서울시 찾동 추진의 의미와 과제”. 『한국사회복지행정학회 학술대회 자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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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보건복지 분야 예산안 분석

- 노인복지 분야 -

 

이경민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

 

전체적인 평가

2020년 노인복지 예산은 총 16조 5,887억 원으로 보건복지부 총지출 예산의 20.0%, 보건복지부 사회복지 예산의 23.8%를 차지함. 2019년 대비 17.8% 증가한 것으로 사회복지 소관 예산 증가율 14.2%와 비교해 높음.

 

노인복지 예산의 세부 구성을 살펴보면, 기초연금 13조 1,765억 원과 노인정책 소관 일반회계 3조 1,759억 원, 국민건강증진기금 2,366억 원으로 구성됨.

 

노인 1인당 노인분야 예산은 2020년 2,041,690원(노인인구 8,125천 명 기준)으로 2019년 1,832,564원(노인인구 7,685천 명 기준)보다 13.1% 증가되었음. 기초연금을 제외하고 노인 1인당 예산은 390,885원으로 2019년 303,462원보다 87,423원 증가하였음.

 

노인 1인당 노인복지분야 예산은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기초연금 포함 1인당 노인복지예산이 전년보다 증가율이 높지 않은 것으로 확인됨. 노인인구의 증가폭이 커짐에 따라 실질적 정책 수행을 위한 예산 증가율에 대한 고려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임.

 

<표 5-1> 2020년 보건복지부 총지출과 사회복지 예산, 노인복지 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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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부적인 평가 

<표 5-2> 2020년 보건복지부 등 노인복지 예산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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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연금

기초연금은 13,176,531백만 원으로 2019년 11,495,198백만 원보다 14.6% 증가한 예산이 편성됨. 기초연금 수급자 수 증가와 소득하위 40% 대상 기초연금 30만 원 조기 인상에 따른 것으로 보임. 노인복지 소관 예산 중 약 80%가 기초연금으로 편성된 반면, 나머지는 노인돌봄, 노인장기요양 등의 예산으로 책정됨. 우리나라 노인인구는 급속하게 증가하는 추세이며, 예상보다 1년 먼저 고령사회(Aging Society)에 도달하였음. 향후 노인돌봄정책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이며, 이에 대한 제도마련과 예산 편성에 적극적일 필요가 있음.

 

노인요양시설 확충

노인요양시설 확충은 143,190백만 원이 편성되었고, 전년대비 21.1% 증가하였음. 그 중 예산의 93.2%인 133,426백만 원이 치매전담형 요양 확충을 위한 예산임. 이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인 ’치매국가책임제‘ 실시에 따른 것임. 현재 노인 분야 공공인프라는 많이 부족한 상황인데 공공요양시설은 약 2%밖에 되지 않으며, 재가복지시설은 1%도 채 되지 않음. 그러나 종합재가기관 및 주야간보호시설 예산이 전년과 동일한 625백만 원으로 편성함. 공공인프라를 위한 정부의 노인돌봄 로드맵 제시와 예산 편성이 필요함. 또한 2018년부터 치매 시설에 대한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고 있는바, 관련 정책 평가가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임. 그리고 노인성 질환은 복합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노인돌봄이라는 큰 틀에서 제도를 추진할 필요가 있음.

 

양로시설

2020년 양로시설 운영지원 예산은 38,619백만 원으로 전년대비 6.3% 증액한 예산이 편성됨. 이는 양로시설 지원인원이 2019년 4,123명에서 2020년 4,206명으로 증가한 것에 기인함. 그간 국고지원으로 지원하던 양로시설은 92개 소였으나 2019년부터는 94개 소에 지원하기로 한 점은 긍정적임. 그러나 점차 저소득 취약 노인이 증가하고 있는 점을 반영한 실질적인 예산 편성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됨.

 

노인보호전문기관

노인보호전문기관 예산은 2020년 9,205백만 원으로 2019년 8,561백만 원 대비 7.5% 증가하였음. 지역노인보호전문기관이 2019년 32개소에서 34개소로 늘고 인력이 소폭 증가한 현실을 반영한 예산임. 현재 우리나라 노인학대는 2014년 10,569건에서 2018년 15,482건으로 약 46.5%나 증가(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 2019)하였음. 점차 노인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노인학대 관련 제도의 점검과 정책이 보완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노인학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지 않을 뿐 아니라 예산 편성만 확인하더라도 정부 정책이 소극적임을 확인할 수 있음.

 

지난 2017년 UN 사회권규약 심의에서 우리나라 노인학대 문제 해결 방안을 마련하라는 권고가 있었음. 이후 2019년, 2020년 예산 편성에서 권고 이행을 위한 정부의 의지를 확인할 수 없음. 따라서 정부는 노인학대 정책을 사후적 대응이 아닌 예방중심으로 전환하고, 현재보다 충분한 시설과 인력이 확보하는 등 적극적인 정책 추진이 필요할 것으로 보임.

 

노인단체지원

노인단체지원 예산은 40,488백만 원이 편성되었는데 2019년 44,246백만 원에 비해 3,758백만 원이 삭감되었음. 이는 대한노인회 중심의 노인자원봉사 클럽 운영지원 내역이 전액 삭감된 것에 기인함. 매년 경로당 냉난방비 및 양곡비 지원사업이 정부예산에서 누락되었던 문제가 있었는데, 2019년 예산부터는 정부안에 반영하도록 하였음.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지원

노인일자리 지원 사업은 2019년 대비 29.9% 증액되어 1,199,064백만 원이 편성되었음. 노인일자리 수는 2019년 64만 개에서 2020년 78만개로 14만 개가 증가하였는데 이는 2017년 43.7만개에서 2022년 80만 개로 확대하겠다는 국정과제 수행을 반영한 것으로 보임. 그러나 공익형 일자리 급여수준은 작년과 같은 27만 원으로 책정되었는데, 2020년까지 40만 원으로 인상하겠다는 국정과제를 전혀 반영하지 못한 예산임.

 

노인일자리 사업에 지원하는 노인들의 대부분이 생계를 위해 참여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임금수준이 낮고, 사업의 근무기간이 짧은 공익활동형 일자리가 전체 일자리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음. 민간형 일자리는 작년보다 11,235백만 원 증가한 75,294백만 원이며, 대상자는 10,000명 증가한 130,000명으로 나타남.

 

그동안 비판받았던 노인일자리 질과 임금 수준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2019년부터 사회서비스형 일자리가 도입되었음. 2020년에는 대상자가 37,000명으로 2019년 20,000명에 비해 85% 증가하였고 예산도 65,353백만 원 증액하여 139,489백만 원 편성됨.

 

노인일자리 사업 목표가 빈곤감소, 사회참여 확대, 건강증진, 지역사회 기여 등 다양하고 복합적이다 보니 정책 방향이 명확하지 않은 문제가 있음. 따라서 일자리 수를 확대하기 전 명확한 사업 목표 설정 후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임.

 

노인장기요양보험 사업운영

2020년 노인장기요양보험 사업운영 예산은 1,327,105백만 원으로 2019년 1,035,129백만 원 대비 28.2% 증가함. 이는 건강보험료율 3.49% 인상, 가입자 수 3.14% 증가, 보수월액 2.58% 증가하여 2020년 예산 장기요양보험 예상수입액이 증가한 것에 기인함.

 

노인장기요양보험 국고지원을 ‘20년 요양보험료 예상수입액의 18.4%인 1,153,890백만 원만 편성함. 그러나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58조 제1항에 의하면 국가지원을 20%에 상당하는 금액을 지원하도록 명시하고 있어 이에 상응하는 1,254,228백만 원으로 조정해야 할 필요가 있음.

 

매년 정부는 법적 지원금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의 국고를 지원하고 있었는데, 2016년, 2017년 결산 심의에서 국고지원금 확충에 노력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음. 노인인구가 증가하고, 노인빈곤율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고지원에 대한 정부의 책임은 클 수밖에 없음. 따라서 정부는 2020년 국고지원 예산을 법정 수준으로 증액하여 편성해야 함.

 

노인맞춤돌봄서비스

2020년부터 노인돌봄기본·종합서비스, 단기가사서비스, 독거노인사회관계활성화, 초기 독거노인 자립지원, 지역사회자원연계를 통합·개편하여 노인맞춤돌봄서비스를 시행하기로 함. 관련 예산은 2019년 112,396백만 원에서 2020년 372,797백만 원으로 231.7% 대폭 증가함.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수혜자를 제외하고, 우리나라는 노인돌봄서비스는 지원 대상과 내용 등에 따라 노인돌봄종합서비스, 독거노인지원서비스, 단기가사지원서비스 등이 있음. 비슷한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음에도 분절적으로 서비스가 제공되거나 서비스가 다양하게 제공되지 못하는 문제가 있음. 따라서 노인맞춤돌봄서비스로 통합하면서 대상자를 일반돌봄군, 중점돌봄군, 특화사업 대상 등을 분류하여 대상자의 욕구에 따른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제도의 취지는 고무적임. 그러나 수행기관을 대폭 줄이면서 종사자들의 고용승계 문제와 불안정한 서비스 연계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보여 대책이 필요해 보임.

 

노인건강관리

국민증진기금으로 편성되는 노인건강관리 예산은 2019년 19,596백만 원에서 25,199백만 원으로 28.6% 증가하였음. 이는 치매국가책임제 시행 이후, 치매조기검진 등 치매환자의 적극적 발굴 사업의 규모 확장을 위한 예산 증가에 기인함. 반면 저소득층 노인 실명 지원, 무릎관절 수술비 지원은 전년과 동일한 예산만 편성함.

 

치매관리체계 구축

노인건강관리와 함께 건강지원기금에서 지원되는 치매관리체계 구축 사업은 전년대비 10.5% 삭감되어 211,435백만 원이 편성됨. 치매안심센터 전문인력 중 일부를 공무원으로 채용함에 따라 예산이 삭감된 것임.

 

결론

노인관련 예산 중 대부분은 기초연금이 차지하고 있으며, 예산 중 20%만이 노인돌봄 관련 예산이라 할 수 있음. 그러나 노인인구의 절대적 증가에 따른 문제가 신사회적 위험으로 간주되고 있는 사회적 현실을 고려한 제도의 설계와 예산편성이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임. 대상자 욕구에 따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돌봄서비스를 시행하겠다고 밝혔으나, 공공인프라 확충 등의 예산 수준은 예년과 다름없는 등 예산상으로는 실제 노인돌봄서비스의 양적, 질적 확대를 위한 제도의 취지가 드러나지 않음.

 

특히, 문재인 정부의 1호 공약이었던 치매국가책임제 시행을 위해 2017년 추경부터 현재까지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고 있음. 치매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명시한 것은 긍정적이라 할 수 있음. 그러나 노인성 질환은 복합적으로 나타나고 있어 치매에 한정하여 다른 노인돌봄 관련 예산이 제자리걸음인 것은 아쉬운 부분임. 따라서 앞으로 노인돌봄정책이라는 큰 틀 안에서 정책을 재조명하고 추진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임.

 

 

마지막으로 노인장기요양보험 국고지원이 매년 법정지원금 20%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58조 위반이며,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에 대한 국가 책임을 다하지 않고 있는 것임. 따라서 예산심의 과정에서 20%에 해당하는 예산을 편성하도록 해야 함.

월, 2019/11/04-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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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협력이 변하니?

: 민관협력사업의 일방적 중단과 명령복종 태도의 부산시를 규탄하며

 

김경일 사회복지연대 사무국장

 

지난 8월 탈북모자 아사 사건과 11월 성북구 네 모녀 사건이 일어나며 우리 사회를 가슴 아프게 하는 일이 또 일어났다. 가슴 아파할 겨를도 없이, 늘 그래왔던 것처럼 우리가 익숙하게 봐왔던 풍경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 “사회안전망을 촘촘하게 구축해야한다”라는 말이 그러했다. 송파 세 모녀 사건이후 사회보장제도의 개정과 읍면동 복지허브화 정책이 추진되었고 서울시의 ‘찾동’, 부산시의 ‘다복동’, 경기도의 ‘따복’ 등의 복지 사각지대 발굴사업이 펼쳐지며 복지 사각지대 해소와 취약계층 발굴 등은 더 이상 낯설지 않은, 복지서비스의 최전선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기까지 이르렀다. 안전망에 구멍이 났다는 비판은 익숙하게 들리지만 대안은 늘 구멍을 메우는 데만 집중하는 현상을 보며 과연 옳은 대안인가 고민하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달체계 개편으로 일컬어지는 사회서비스원 설립과 커뮤니티케어 등의 사업이 진행되는지도 모르겠다.

 

부산시는 이른바 부산형 사업을 통해 사회복지관을 중심으로 민관협력 체계를 구축해왔다. 다복동으로 불리는 이 사업은 53개 종합사회복지관마다 민관협력 전담인력 1인씩을 배치하고 9개 구군에 플러스센터, 광역지원단을 설치해 총 77명을 고용하며 민관협력체계 구축을 통해 사례관리 등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사업을 펼쳐왔다. 그런데 민관협력체계가 잘 구축되었는지, 사각지대 발굴과 해소는 얼마나 되었는지 그간의 축적된 경험을 제대로 평가하기도 전에 사업이 일방적으로 종료되었다.

 

결국 일방적인 행정에 77명의 종사자는 올해 말로 계약이 만료된다. 보건복지부 2019 사회복지시설 관리안내에 명시된 경력인정을 부산시가 갑자기 축소 해석해 종사자들의 경력마저 미인정되는 사태가 발생할 뻔 했으나 보건복지부의 유권해석을 통해 경력 미인정 문제는 해결되었다. 여전히 관련 협회들이 부산시와 협의 중에 있지만 좀처럼 부산시를 바라보는 분노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바로 민관협력체계가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와 파트너십이 아닌 명령복종의 태도가 극에 달했기 때문이다.

 

지난 3년간 진행되었던 민관협력 사업이 일방 중단되며 부산시가 내세운 대안은 구군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사무국 설치였다. 이는 민선7기 부산시장의 공약이었으며 지역사회에서 오랜 기간 합의하고 요구했던 사안이기에 환영해야 하지만 읍면동 단위의 민관협력 기반을 해체하고 구군 단위의 민관협력을 통해 이를 유지하겠다는 것은 밑돌을 빼내어 윗돌을 괴겠다는 꼴로 이해할 수밖에 없는 모순적인 상황이 되었다. 또한 일방적 사업 중단으로 인해 무너진 신뢰는 생각지도 않고 신규 사업을 통해 민간이 참여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얼마나 부산시가 모순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지를 여실히 드러내는 대목이다.

 

민관협력체계의 해체뿐만 아니라 민간을 바라보는 부산시의 시각과 태도 역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현장의 사례는 가히 충격적이다. 특히, 감사를 통해 드러난 부산시의 인식은 단순히 사회복지시설 등을 감시와 평가의 대상으로만 인식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후원금, 식자재 구입을 담당하는 직원에게 개인계좌조회를 강요하며 동의서 작성과 통장사본 등을 제출받는가 하면 “보조금을 지원받는데 왜 공동모금회 예산을 지원받느냐”, “타이어는 왜 교체했느냐”라는 등의 어록을 남긴 감사는 마치 사회복지노동자들이 범죄 집단인 것처럼 감사가 아닌 수사의 탈을 쓰고 진행되었고 그 결과는 환수조치로 집중되었다. 사회복지법인을 통한 종교 및 후원강요 등 인권침해와 비리들이 드러나기도 하였지만 마치 노동자들이 범죄의 일선에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감사를 진행한 것은 투명성 제고라는 본질적 의미를 넘어 노동자들의 의욕을 저하시켜 서비스 제공에 악영향만 남기고 있다. 이러한 우려와 불만들 속에 부산사회복지계의 공동행동이 계획되고 면담 등이 계속 추진되고 있으나 과연 부산시를 믿어도 되는 것인가 하는 불신의 마음은 회복되기 좀처럼 어려워 보인다.

 

사회 전반의 영역에서 복지사각지대 해소의 패러다임을 넘어 기본권 보장을 이야기하고 있고, 사회복지전달체계 개편으로 일컬어지는 사회서비스원 설립과 지역사회통합돌봄(커뮤니티 케어)체계 구축은 그간의 제기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거론되기도 하지만 모든 서비스 제공을 공공이 직접 하는 것이 아니라면 결국 이러한 체계 개편 속에서 놓지 말아야할 핵심은 ‘민관협력’이다. 공공성을 높이는 것은 단순히 운영주체를 민간에서 공공으로 전환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민관 모두가 그간에 중요시해왔던 수익성보다 시민들의 삶과 지역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사회적 가치를 지향할 수 있도록 체질을 변화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그렇기에 민관협력을 통하지 않는다면 작금의 지향하고 있는 공공성을 사수한다는 것은 말뿐인 상처로 남을지도 모른다. 적절한 규제와 감시는 유지하되 민관협력체계 구축을 위해서 노력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 되었음을 부산시는 깨달아야 한다.

 

 

오거돈 부산시장은 SNS에 경력인정 문제해결을 마치 부산시의 성과인 듯 표현하였다. 핵심은 민관협력체계를 유지하고 민간을 바라보는 겸손한 태도인데 여전히 머릿속에 협력은 없는 것일까? 의심하게 된다. 제대로 묻고 싶다. 어떻게 그동안의 협력이 변하니?

수, 2019/12/04-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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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책임투자 활성화, 국민연금이 기후위기에 대처하는 가장 바람직한 자세

 

이종오 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

기록 및 인터뷰 김경희, 홍정훈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


 

이미 전 세계 투자시장은 투자 자산을 선택하고 운용할 때 ESG(Environment: 환경, Society: 사회, Governance: 지배구조)와 같은 비재무적 성과를 고려하고 있다.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 자연환경을 고려하지 않거나, 사회적 약자를 차별하고 건강하지 못한 노동환경을 제공할 경우 중장기적으로 사회적 위험이 되기 때문에, 경영에서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기매김하는 추세다. 그렇다면 세계에서 자산규모가 3위로 큰 국민연금기금의 사회책임투자 현황은 어떤지 이종오 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사회책임투자포럼 연혁, 활동에 대해 설명한다면?

“사회책임투자포럼 SIF(Social Investment Forum)는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선진국은 물론 아프리카에도 조직되어 있는 단체다. 유럽 전역을 아우르는 유럽사회책임투자포럼(Eurosif)도 있다. 서로 연대하고 협력한다. 한국에서 사회책임투자는 국민연금이 2006년 9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사회책임투자 방식으로 위탁운용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은 그 무렵인 2007년 초에 탄생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국민연금이 사회책임투자 활성화를 위한 키를 쥐고 있다.

 

그래서 2012년부터는 국민연금의 사회책임투자를 위한 입법제안, 정책제안, 캠페인 활동 등을 펼쳐왔다. 이전까지는 국민연금에 우호적으로 방안을 제시하고 요청하는 방식을 택했으나 법과 제도가 없이는 큰 진전이 없을 것으로 판단해, 적극적으로 입법제안 활동에 주력하기 시작했다. 2015년 국민연금법 개정을 통해 국민연금이 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의 요소를 고려할 수 있도록 하고, 해당 사안에 대한 정보를 정보공시를 의무화하는 조항을 포함시킨 것이 가장 대표적인 성과다. 이 국민연금법 개정을 통해 국민연금이 ESG를 고려한 투자에 적극 나서도록, 그리고 이해관계자들이 따져물을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셈이다.”

 

사회책임투자라는 개념을 간단히 설명한다면?

“빙산의 일각이란 말이 있다. 대개 수면 위로 드러나는 빙산은 10%밖에 되지 않지만, 수면 아래 가라앉은 빙산은 90%다. 기업의 가치는 재무자산과 비재무적 자산으로 구성되는데, 많은 사람들이 주식투자를 할 때 기업의 10%에 해당하는 빙산의 드러난 부분, 즉 재무자산만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대한항공의 예를 들면 오너 일가의 갑질, 위법 행위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며 주가가 하락하는 등 파장이 일어난 것을 모두가 기억한다. 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재무적 가치 외에도 비재무적 가치를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비재무적 가치는 투자자 관점에서 보면 E(환경), S(사회), G(지배구조)로 구성되며, 이 가치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수준과도 같다. 사회책임투자는 바로 투자대상의 ESG를 고려하고 평가하여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개인적으로 재무적 가치만을 보는 투자를 천동설 투자, 비재무적 가치까지 고려하여 투자하는 것을 지동설 투자로 비유하기도 한다.”

 

국민연금이 사회책임투자에 본격적으로 나서게 된 사례를 소개한다면?

“가습기살균제 사건이 터졌을 때 ‘국민연금이 가습기살균제 가해 기업에 투자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조사를 해보니 실제로 옥시에만 약 860억 원을 투자한 사실을 확인했다. 수많은 피해자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은 경영진 면담은 물론 진상을 파악하기 위한 레터조차 보내지 않았다.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명백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가습기살균제의 가해기업에 대해 가장 낮은 수준의 기업관여 활동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 칼럼을 쓰고, 바로 다음날 환경운동연합 등 다른 단체와의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했다. 이를 계기로 국회에서도 국회의원들이 이에 대한 자료를 요구하는 등 사회적 파장이 일었다.

 

또한 그 전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시 재벌승계를 도와주는 의결권 행사 사건 등으로 국민연금의 기금운용의 사회적 책임성이 부각되어 있던 상태였다. 이 두 사건은 국민들이 사회책임투자를 알게 하고 국민연금 입장에서도 사회책임투자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계기가 되었다. 물론 이미 전 세계 투자는 사회책임투자라는 큰 물줄기를 형성해 가고 있었는데, 그동안 국민연금이 사회책임투자에 지나치게 보수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현재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 점수는 어떻게 평가하는지 설명해달라

“ESG는 각 영역별로 다양한 지표들이 있다. 예를 들어, E(환경)에서는 기후변화라는 중분류 지표가 있다면, 이에 대한 세부지표는 온실가스배출량, 에너지사용량, 감축목표 등이 있다. S(사회)도 노동, 안전, 불공정관행 등이 있고, G(지배구조)에도 주주권리, 이사회 구성(예: 다양성 등), 배당 등이 있다. ESG 점수는 평가회사 나름대로 ESG 각 영역과 각 영역에 설정한 중분류 지표, 그리고 이 중분류에 따른 다양한 세부지표에 대한 데이터를 입력해 그 성과를 파악해 점수와 등급을 산정한다. 사회책임투자에는 다양한 실행전략이 있다. 어떤 실행전략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기업에 대한 평가가 달라진다.

 

가장 대표적인 방식으로는 윤리 또는 규범에 의한 배제(negative screening)가 있다. 종교기관이 종교적 신념에 따라 주류, 도박 관련 기업에 투자하지 않는 것, 교육 관련 연금이 반교육적인 기업에 투자하지 않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최근에 주류 금융기관 등에서는 선택적 배제(positive screening)와 재무적 가치도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통합(integration) 방식을 많이 사용한다. 국민연금도 이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 최근 국민연금이 도입한 스튜어드십코드도 사회책임투자와 연결시킬 수 있는 것 아닌가?

투자자들은 통상 기업에 문제가 발생하면 그 기업의 주식을 팔아버리는 것으로 그 가치를 대신했다. 이것이 이른바 ‘월스트리트 룰’이었는데, 그러한 투자 행위가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부도덕한 경영진의 행위를 바로잡지 못하고, 결국 금융위기를 낳았다. 이에 대한 반성을 통해 스튜어드십코드가 탄생했다. 스튜어드십코드는 단기적인 수익을 추구하기보다는 주주로서의 오너십을 가지고 경영에 적극 참여해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나쁜 관행을 개선해 기업이 사회적으로 책임을 다하도록 하고 투자자는 그 과정에서 장기적 관점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논리에 바탕을 두고 있다. 가습기살균제 사건을 예로 들면, 주주가 가습기살균제 기업의 주식을 팔지 않고 해당 이슈에 대해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명하고 의결권을 적극 행사해 개선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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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책임투자 활성화, 어디로 가고 있나' 국회토론회에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이종오 사무국장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왼). <사진 =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연금을 투자하는 방식에 있어서 공공성과 수익률을 함께 추구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은 실이지 않나?

“자본투자의 스펙트럼은 굉장히 다양한데, 양극단에는 재무적 수익 창출만을 추구하는 전통적(Traditional) 방식과 사회적 영향(social impact)만을 추구하는 사회공헌(Philanthropy) 방식이 존재한다. 그 양극단의 방식을 극복하기 위한 중간지대의 투자방식으로 돈을 벌면서도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일, 사회에 공헌하면서도 돈을 벌 수 있는 일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SRI’, 즉 사회책임투자(Socially Responsible Investment) 혹은 지속가능책임투자(Sustainable and Responsible Investment)는 이러한 고민의 산물이다.

 

국민연금의 사회책임투자는 명목상으로는 그 중간지대에 해당하는 투자 방식을 택했으나, 실제 목적은 수익률만을 극대화하는 방식에만 매몰되어 있다. 국민연금은 전국민이 조성한 기금이기 때문에 공공성을 지켜야 한다는 원칙이 있는 동시에, 노후보장을 위해 수익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목표도 지켜야 한다. 공적연금은 그 사이의 균형을 잘 찾아야 하는 것이다.”

 

현 시점에서 국민연금의 사회책임투자에 대해 평가한다면?

“조금씩 발전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그 속도가 굉장히 더디다. 현재 국민연금은 사회책임투자를 하는 이유로 위험관리(Risk Management)를 꼽는다. 사회적 영향은 수익률을 극대화시키는 투자방식의 부가적인 산물일 뿐이다. 이른바 책임투자 방식이다.

 

국민연금이 사회책임투자 방식으로 투자하는 규모는 2018년말 기준으로 약 27조 원이다. 일본은 한국보다 사회적책임투자 방식을 늦게 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불과 몇 년 사이에 괄목할만한 규모로 확대된 것과 대비된다. 국민연금이 세계 3위의 규모를 자랑하는 ‘큰 손’임에도 불구하고, 국제적 동향에 참 둔감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국민연금이 사회책임투자에 선도적으로 나서면 국내 금융회사들의 투자방식도 바뀐다. 사회책임투자 생태계가 만들어질 수 있다. 국민연금의 사회적책임투자 방식은 2018년 말 이전까지 주식으로만 위탁운용해왔는데, 최근에서야 직접운용 방식까지 도입하기 시작했다.”

 

보건복지부가 이번에 제정한 국민연금의 사회책임투자 가이드라인에 대해 평가한다면?

“지난해 11월 3일 사회책임투자 활성화 방안 공청회에 참석해서 국민연금을 상당히 비판했다. 빨리 시작할 수 있는 정책임에도 그 시기를 늦추는 방식으로 조정해 놓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 시기를 정권 말기로 잡아놓은 것은 사회책임투자에 의지가 없다는 의심을 하게 만들었다. 이명박 정부 당시에도 2013년까지 국민연금의 사회책임투자 규모를 11조 원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했지만 결국 유야무야됐던 것에 대한 학습효과다.

 

또한 사회책임투자를 가장 쉽고 빠르게 적용할 수 있는 것이 해외투자 방식인데, 이를 늦추었다는 점도 지나치게 단계적이고 소극적이다. 노르웨이 국부펀드가 탈석탄을 선언하고, 무기 기업에 투자하지 않는 등 사회책임투자를 가장 잘하는 이유는 기금 전체를 해외에 투자하기 때문이다. 국내투자에 있어서는 정치적, 경제적 영향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배제 방식을 적용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예를 들어 당장 한국전력이 기후변화의 흐름에 반하는 석탄발전소 건설을 통해 전력을 생산하더라도 시총 규모를 고려하면 투자를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투자의 비중을 제한하는 정도만 할 수 있다. 그러나 해외투자는 이러한 점에도 더욱 자유롭다.”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비중이 점점 증가하고 있는데, 해외투자 시 발생할 수 있는 윤리적 문제를 어떻게 방지할 수 있을까?

“국민연금은 앞으로 해외투자 비중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갖고 있다. 국내 시장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규모로 자산이 쌓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민연금을 흔히 ‘연못 속의 고래’라고 비유한다. 위험관리가 더욱 크게 요구되는 개발도상국 투자에 있어서는 사회책임투자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개발도상국의 경우 기업의 비재무 관련 정보가 불투명한 경향이 있고, 그 외에 위험요소도 많기 때문이다. 또한 APG(네덜란드 공적연기금 운용사)의 경우, 지속가능개발목표(SDGs)에 따라 그 목표에 자신들의 자산운용이 어떻게 기여하고 있는지에 대해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이러한 국제적이고 인류적인 관점을 전혀 갖고 있지 않다. 장기적으로 기금운용을 통해 공동체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 지속가능한 개발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에 대한 큰 그림이 전혀 없다. 투자철학의 빈곤이다.”

 

해외에서는 국민연금의 부동산 투자에 대한 문제의식도 상당하다. 국민연금이 유럽 대도시의 대규모 부동산을 사들이며 원주민들이 ‘젠트리피케이션’ 피해를 입는 것을 보고 책임지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중요한 부분을 지적했다. 국민연금은 전혀 그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없다. 이것도 지속가능개발목표에 대한 관점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의 투자활동이 이해관계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당연히 고려해야 하며, 모두가 이익을 볼 수는 없더라도 적어도 피해를 보는 사람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 그렇지 않기 때문에 결국 지역사회,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해치게 되고, 그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더욱 증가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이 아니기 때문에 상관없다’는 인식도 옳지 않다. 국내에서 부동산에 대체투자를 할 때에도 당연히 주변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해, LH와 협업해 공공주택을 공급하기도 하고 사회기반시설을 만들어야 하는 것인데 그런 고민이 전혀 없는 것이다.”

 

기후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국민연금의 과제는 무엇일까?

“세계는 엄청난 속도로 급변하고 있다. EU는 2018년 이미 지속가능금융 액션플랜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기후변화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G20의 재무장관ㆍ중앙은행장 회의에서 금융안정위원회(FSB)에 의뢰해 만든 TCFD(Task Force on Climate-Related Financial Disclosures)는 기후변화가 제2의 금융위기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 시작되었다. 2008년 금융위기는 부동산 자산에 대한 정확한 평가를 하지 않거나 못함으로써 발생했다. 기후위기는 자산가치를 변동시킨다.

 

이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으면, 버블로 인해 제2의 금융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에 따라 TCFD는 금융기업과 비금융기업들로 하여금 지배구조, 전략, 위험관리,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 등 기후변화 관련 정보들을 재무적으로 얼마나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공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태풍이다. 그런데 2019년 10월 기준으로 한국에서 TCFD를 지지하는 기관은 5개에 불과하다. 해외의 주요연기금은 TCFD에 지지선언을 하고 CDP(구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를 통해 정보공개를 하는데, 국민연금을 포함한 우리나라 공적연금은 이에 대한 관심이 아직 없다.”

 

마지막으로 국민연금의 사회적 책임을 확대하기 위한 제언을 남긴다면?

“지난해 국민연금 사회책임투자 활성화 방안이 마련되었다. 국민연금을 지난 십수 년간 ‘스토킹’해온 입장에서 보면, 이렇게 한 걸음을 떼었다는 것만으로도 감개무량하다. 국민연금이 잘한 것도 있다. 작년에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하면서 중점관리 영역으로 환경, 사회를 선정하겠다고 한 점이다. 앞으로 국민연금은 이를 근거로 환경 영역에서는 당연히 기후위기 이슈를 반영해야 하며, 사회 영역에서는 산재사고가 다발하는 기업들을 관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침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한국에서 제2회 P4G(Partnering for Green Growth and the Global Goals 2030)를 유치하겠다고 했다. 국민연금이 그 회의가 개최되기 전에 탈석탄을 선언해야 한다. 또한 국민연금이 TCFD를 지지하고, 기업들의 기후위기 관련 정보공개를 요청하고, 중점관리 영역으로 반드시 기후위기 이슈를 집어넣어야 한다. 그리고 ‘포용금융’을 해야 한다. 이제까지의 성장 전략은 신자유주의에 기반한 ‘배제적’ 방식이었다. 전세계는 자본주의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포용적 성장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 앞으로는 주주만의 이해가 아니라, 모든 이해관계자를 포괄할 수 있는 투자 패러다임을 적극 주도해야 한다.”

 

화, 2020/02/11-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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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의글

http://www.peoplepower21.org/index.php?mid=Welfare&listStyle=list&docume... rel="nofollow">복지동향 제256호 | 김형용 월간 복지동향 편집위원장, 동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기획주제: ‘노동존중 사회’, 어디로 가려는가

http://www.peoplepower21.org/index.php?mid=Welfare&listStyle=list&docume... rel="nofollow">[기획1] ILO 핵심협약조차 비준하지 않는 가칭 ‘노동존중’ 정부│신인수 민주노총 법률원 원장

http://www.peoplepower21.org/index.php?mid=Welfare&listStyle=list&docume... rel="nofollow">[기획2] 노동시간단축 정책의 평가와 후속 과제│김성희산업노동정책연구소 소장

http://www.peoplepower21.org/index.php?mid=Welfare&listStyle=list&docume... rel="nofollow">[기획3] 플랫폼노동 증가, 보호를 필요로 하는 노동에 대한 정부정책 검토 |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

 

동향

http://www.peoplepower21.org/index.php?mid=Welfare&listStyle=list&docume... rel="nofollow">[동향1] ‘청와대 인근 집회로 인한 장애인의 학습권ㆍ생활권 침해 문제 | 양만석 전 국립서울맹학교 교사

 

복지톡

http://www.peoplepower21.org/index.php?mid=Welfare&listStyle=list&docume... rel="nofollow">[복지톡] 사회책임투자 활성화, 국민연금이 기후위기에 대처하는 가장 바람직한 자세 | 이종오 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

 

화, 2020/02/11-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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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불평등의 심화의 문제와 해소대책

 

김남근 변호사ㆍ참여연대 정책위원

 

들어가며: 자산불평등의 심화와 그에 따른 문제

2017년 5월부터 2019년 12월 사이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6억 원에서 약 3억이 올라서 9억 원이 되었다. 9억 원은 고가주택의 기준이 되어 이를 초과하는 주택에 대해서는 각종 세금이 누진되고 대출규모도 제한을 받게 된다. 이제는 서울지역 아파트의 절반은 고가주택이란 얘기인데, 절반 정도가 무주택인 서울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계층도 많아질 수밖에 없다. 

<표 1-1> 순자산 분위별 자산 포트폴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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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 유럽의 자산가들은 부동산 실물자산과 주식, 채권 등 금융자산의 보유 포트폴리오가 균형을 이루고 있는데, 한국의 자산 상위 1%, 5%의 자산가는 부동산 자산비율이 거의 90%로 압도적이고, 그 중에서도 거주주택 외 부동산이 55%, 6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결국 다주택자들의 실거주 목적 외에 투자(투기) 목적으로 부동산을 과다보유하고 있고, 이는 중산층이 선호하는 아파트의 가격상승이 다른 주식이나 채권 등의 금융자산을 크게 앞질러 투자재로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주택이 삶(Living)의 대상이 아니라 투자를 위한 구매(Buying)의 대상이 된 것이다. 이제는 투기목적의 다주택자만이 아니라 내 집 마련을 미루고 있던 30대 중산층마저 연소득 대비 부채비율 DTI가 거의 100%가 될 정도로 3-4억 원의 큰 빚을 내어 주로 가격상승이 기대되는 신규아파트 사기에 나서고 있다. 착실히 돈을 모으고 원리금 상환 수준을 DTI 40% 수준에서 대출을 받아 집을 사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은, 큰 빚내서 집을 사서, 큰 돈 번 옆의 동료의 사례 앞에 무기력해지고 있다.   

 

<그림 1-1> 자산가격의 변동 추이(2000년을 100으로 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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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의 자산이 이렇게 주택을 구입하는데 묶여 있으니, 중산층 가계마저 정상적인 소비가 어려워지고, 경제 전체적으로는 내수경제가 위축되어 저성장의 함정에 빠지게 된다. 최근의 2%대의 저성장 고착화의 배경에는 경제성장률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민간소비의 위축이 주된 원인으로 자리잡고 있다. 금리인상이나 주택가격의 하락이 다가오면 빚을 내서 집을 산 중산층 가계의 위기도 올 수 있다. 주택가격 상승이 경제 전체와 가계 여러 위기징후를 가져오고 있고,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는 청년, 신혼부부 등의 거주불안으로 인한 비혼과 저출산의 문제는 국가의 존망을 위태롭게 한다. 국민의 경제정의의 감정을 크게 훼손하여 상대적 박탈감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도 심화되고 있는데, 선거를 앞둔 정치권에서는 우리 지역만은 집값 상승이 되어야 한다고 부추키고 있다. 정말 망국적인 상황이다. 

이 글에서는 자산불평등을 가져온 부동산버블의 주요원인인 과잉 유동성의 메카니즘을 살펴보고 “개발-보유-처분” 단계마다 부동산 불로소득을 환수하여 자산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는 대책과 아울러 시장에서 내 집 마련이 어려운 계층의 주거안정을 위한 공공주택의 공급방안을 검토해 본다.  

 

부동산버블을 초래하여 자산 불평등을 확대하는 과잉대출의 규제 

서울지역은 연소득 대비 부채상환비율인 DTI(Debt to Income)이 40%로 대출규제를 한다고 하니, 부부합산 연평균 8,800만 원인 경우에도 10년 분할상환 주택담보대출을 2억 원 이상 받을 수 없다. 도시가구 근로자 평균소득의 2배를 버는 이러한 고소득 30대 중산층 부부들도 적정한 대출규모의 2배에 이르는 3-4억 원의 빚을 내서 당장 아파트를 사려고 뛰어드니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는 것이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5-6% 수준일 때는 1억 원의 대출도 큰 부담이 되었는데, 저금리 기조로 시중에 유동자금이 넘쳐 이러한 자금이 부동산 매입용으로 투자되어 부동산 버블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경제성장률 목표를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추진한 부동산경기 부양정책이었던 소위 “빚내서 집 사라”정책의 결과 한국의 가계부채 비율은 크게 증가하였다.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07년말부터 2018년말 기간 동안 25.4%p 증가한 97.7%에 달하고 있다. 이는 43개국 중 스위스(128.7%), 호주, 덴마크, 네덜란드, 캐나다, 노르웨이에 이어 7번째로 높다. 2015년 1,423.1조 원에 달하던 가계부채는 2019년 3분기 1,842.3조 원에 이르렀다. 문재인 정부가 집권한 이후인 2017년부터는 8·2 대책 등 주택담보대출을 줄이려는 노력으로 2016년 1,566.9조원, 2017년 1,688.1조원, 2018년 1,791.6조원 등으로 점차 증가폭이 줄어들고 있기는 하나, 줄어든 증가폭도 OECD 국가 평균보다 높은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주택담보대출을 규제하자, 신용대출, 전세자금대출, 개인사업자대출 등을 이용하여 대출을 받아 주택구매자금을 이용하는 사례가 급증하여 여전히 대출을 통한 주택구매자금 동원이 부동산가격 급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신용대출의 경우,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등에 기인하여 급격하게 증가하였다. 2018년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운 11.6% 증가율을 기록한 이후 7%대로 증가세가 진정되다가, 2019년 12월 11%를 기록하며 다시 급증하였다. 개인사업자대출은 2019년 4월 금융위원회 보도자료에 따르면 전년동기 대비 증가율은 2015년 15.2%, 2016년 12.1%, 2017년 15.5%, 2018년 12.5%로 가계대출 증가율을 계속 상회하고 있다. 전세자금대출은 2018년 1분기부터 매달 전년 동기 대비 40%대의 증가세를 보여, 가계부채의 새로운 뇌관으로 지적된 바 있다. 2019년 들어서 가파른 증가세가 꺾이기는 했지만, 개인사업자대출, 신용대출, 주택담보대출 등 여타 대출에 비해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그림 1-2> 가계부채, 개인사업자대출, 전세자금대출, 주택담보대출 증가율(전년동기 대비 증가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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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의 상환능력의 개선이 같이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는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인데, 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수준 및 증가속도는 OECD 회원국 평균을 상회하고 있다. 2018년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10년 147.5%에서 36.7%p 증가한 2018년 184.2%로 수치로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데, 반면 2018년 기준 OECD 19개 국가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 평균은 130.6%로 우리나라와 차이가 크다. 우리 정부는 가계부채의 정책목표를 증가율의 폭을 낮추는데 두는 소극적인 자세로 임하고 있지만,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 이후 선진국들은 금융위기의 교훈을 통해 가계부채의 규모를 축소하려는 디레버리징(Deleveraging)을 정책목표로 두고 적극적인 금융감독 행정을 해 오고 있다. 예를 들면, 2007년 143%를 넘었던 미국의 가처분소득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17년 현재 108.7%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미국의 경우 2008년 ~ 2013년 사이 대대적인 디레버리징이 이뤄졌는데 이와 같이 9분기 연속으로 이뤄진 대대적인 디레버리징은 전례가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독일의 경우도 2005년 110.7%에서 2018년 95.3%까지 소폭 감소했고, 일본의 경우, 2005년 110.4%에서 2017년 107.3%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가계부채의 규모를 축소하는 디레버리징의 기본원리는 채무자의 상환능력(소득능력)에 따라 대출금의 규모를 규제하는 것이다. 채무자의 소득능력(상환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갚지 못하면 담보주택을 처분하여 원리금을 회수하겠다는 대출은 “약탈적 대출(Pedatory Loan)"에 해당한다. 미국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28개 주에서 ‘Home Ownership and Equity Protecting Act(주택소유자 재산권보호법, HOEPA)’를 제정하여 소득능력을 검토하지 않고 담보주택의 가격만 보고 대출하는 것을 규제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채무자 ‘연소득 대비 총부채상환 비율(Debt to Service Ratio, DSR)’을 주택담보대출 규제의 기본원칙으로 추진하겠다고 하고 있지만, 여전히 부동산 대책의 주요내용으로 발표되는 금융대책은 주로 ‘주택가격 대비 부채규모 비율(Loan to Value, LTV)’에 의존하고 있다. DSR은 주택담보대출이 해당 대출 원리금만이 아니라 다른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 전세자금대출 등 총부채의 원리금 상환금액을 연소득 대비 일정비율로 제한하는 것이다. 우리처럼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 등 지역에 따라 대출규모를 들쭉날쭉 복잡하게 규제하는 나라는 없다. 소득능력에 따라 대출규모를 정하는 기본원리에 충실하면 지금과 같은 과잉유동성을 제어하여 부동산버블을 막는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DSR을 금융의 기본원리로 정착시키고자 하는 미국의 HOEPA법과 같은 ‘주택담보의 과잉대출 규제에 관한 법률’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를 통한 자산불평등의 축소

부동산 가격이 개발사업이나 부동산버블 등으로 정상지가 상승률을 초과하여 상승하는 것을 불로소득이라고 하고, 개발단계에서 개발이익을 환수하는 ‘개발이익환수에 관한 법률’과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특별법’에서는 조금 긍정적인 ‘개발이익 내지 초과이익’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방식은 크게 토지나 그 위에 건축된 주택의 일부를 공익적 목적으로 기부체납을 받는 등의 대물적 방식과 개발부담금이나 세금으로 환수하는 조세적 방식이 있다. 재건축 개발사업에서 공급된 주택의 일정비율을 공공임대 주택으로 환수하거나 토지의 일부를 공원용지나 도로 등으로 기부체납 받는 것이 전자의 방식이다. 조세적 방식으로는 개발단계에서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장치가 개발(재건축)부담금이고, 보유단계에서 종합부동산세, 처분단계에서 양도소득세가 이러한 환수장치라고 할 수 있다. 과거 노태우 정부에서 재벌 대기업 등이 유휴토지를 생산적인 곳에 사용하지 않고 지가상승을 기대하며 보유하고 있는 것을 막기 위해서 유휴토지에 대해 3년마다 조사하여 정상지가 상승분을 초과하는 지가상승분을 환수하는 장치로 토지초과이득세라는 제도가 있었으나, 김대중 정부에서 IMF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부동산경기 부양의 목적에서 폐지하였다. 종합부동산세는 토지초과이득세와 같은 소득세가 아니라 재산세의 일종이어서 ‘불로소득’의 규모를 산정하여 그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장치로서는 한계가 있으나, 다주택자 보유 부동산이나 고가 부동산에 대해서는 누진적 세율을 적용함으로써 일정한 불로소득 환수의 기능을 하고 있다.  

부동산 불로소득은 지대와 매각차익에서 발생하는 것이므로 이러한 지대와 매각차익의 규모를 산정하여 보유세의 세율 등을 크게 인상하면, 개발단계나 처분단계에서의 개발이익이나 처분이익의 환수 없이도 부동산 불로소득을 거의 대부분 환수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개발단계에서의 개발이익 환수는 아직 실현도 되지 않는 미실현 이익을 환수하여 개발사업의 촉진을 방해하고 위헌이라는 논란으로 제대로 개발이익을 환수하지 못하고 있고, 처분단계에서 양도소득세 강화는 처분을 주저하게 하여 거래동결 효과가 발생하여 부동산경기를 위축시킨다는 비판이 있으니, 경제학적으로 논란이 없는 보유단계에서의 불로소득 환수에 집중하자는 취지의 주장이다. 하지만 아직 보유단계에서의 조세로 부동산 불로소득을 대부분 환수하는 그런 조세제도가 실현된 국가의 사례도 없고, 보유세는 소득세가 아닌 재산세라는 한계가 있어 이러한 주장이 실현되기는 어렵다. ‘개발-보유-처분’ 단계에서 나누어 충실하게 불로소득을 환수하여 지나친 불로소득에 대한 기대로 부동산투기가 일어나는 것을 막고, 환수한 개발이익이나 보유세수, 처분이익 등을 국토 균형발전이나 취약계층과 대도시 청년․신혼부분 계층에게 공공임대주택 등을 공급할 수 있는 재원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개발이익이 철저히 환수되지 못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이다. 개발단계에서의 개발이익환수는 개발사업의 촉진을 방해하여 재건축 등의 개발사업을 통한 주택공급을 줄여 오히려 주택가격을 상승시킨다는 논란이 크고, 양도소득세는 거래동결 효과가 크다는 이유로 경기상황에 따라 감면이 반복되다 보니 오히려 정상적으로 양도소득세를 제대로 다 내는 것이 이상한 상황이 되었을 정도이다. 경제성장이나 경기부양을 정치공약으로 내걸고 등장하는 정권마다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장치를 크게 훼손하여, 불로소득의 환수가 오히려 비정상적인 것으로 만들어 놓아서, 불로소득을 철저하게 환수하겠다는 정권도 그 실현의지를 의심받는 상황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불로소득 환수의 기본전제가 되는 부동산 공시가격이 현실의 시가를 반영하는 현실화율이 지나치게 낮고, 주택의 유형이나 지역마다 현실화 비율이 달라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다. 뉴욕시의 경우 우리 공시가격에 해당하는 과표기준이 시세의 90% 수준이고, 뉴저지는 2.52% 수준이다. 경기를 살리기 위한 양적완화 정책으로 풀린 과잉 유동자금이 전 세계적으로 대도시 집값 상승을 초래하고 있는데, 뉴욕시 등 대도시 지방정부의 강한 보유세 정책이 고가주택의 매물을 내놓게 하는 등 집값상승의 일정한 제어장치 역할을 하고 있다. 부동산가격 공시에 관한 법률은 시세대로 가격평가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부동산가격이 많이 오른 시기에 이를 대부분 반영하면 조세저항이 심해질 것이라는 정치적 판단 등이 개입하여 제대로 된 평가작업을 하지 못하게 한 것이 주된 원인이다. 2019년의 경우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을 인상하자, 강남구, 서초구, 마포구 등 고급 단독주택이 많은 구청장들이 이에 반발하여 개별공시가격 인상을 하지 않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하였다. 부동산가격의 평가는 법대로 정확하게 하고, 이를 전부 일시에 현실화시키는 것이 어렵다면 시세의 90%와 같이 정책목표를 설정하고 로드맵을 만들어 단계적으로 현실화 시키는 투명한 국토행정만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러한 공시지가(공시가격)를 신뢰받을 수 있는 수준으로 현실화 하고, 서구유럽의 대도시 지역의 사례처럼 보유세(종합부동산세)로 환수되는 평균비율을 부동산 시세의 1%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도록 세율을 단계적으로 조정해 나가면, 보유단계에서의 보유세(종합부동산세)가 다주택자들이 투기적 목적으로 많은 부동산을 보유하려는 욕구를 단절하고 부동산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는 수준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맺음말: 내 집 마련이 어려운 계층에 대한 공공주택 공급정책도 필요 

한편 부동산가격이 급등하고 자산불평등이 심화되면서 내 집 마련을 인생의 목표로 설정하기 어려운 계층도 확대되고 있다. 과거와 같은 저소득계층, 기초수급대상자 등의 취약계층만이 아니라 대도시지역의 청년, 신혼부부 계층까지 내 집 마련은 점점 요원한 얘기다 되고 있다. 이들이 민간임대차 시장에서 주거안정을 누릴 수 있도록 장기임대차와 임대료 인상을 억제하는 임대차 안정화 입법을 추진해야 한다. 제3기 신도시 등 공공택지 지역에서 공공임대주택의 공급비율은 높이고,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여 중산층의 소득능력에 비춰 적정가격의 분양주택이 공급되어야 한다. 부동산 불평등을 줄여나가는 정책을 추진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불평등한 구조 속에서 주거불안정에 놓여 있는 계층에 대해서는 과중한 빚을 내서 집을 사도록 내몰리지 않도록 적극적인 공공주택 공급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1)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참여정부 시기에는 3.25~5%이나, 박근혜 정 부를 거쳐 문재인 정부에서는 그 절반인 2%대에 머물고 있다. 

2) 자금순환표상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금융부채 잔액(국가 간 가계부 채 수준 비교 시 활용) 

3) 정확하게는 공공임대아파트의 토지지분은 기부체납을 받고 전유부 분은 표준건축비로 매수하는 방식이다. 

4) 일부 보수언론에서는 토지초과이득세가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폐지되었다는 주장을 하기도 하는데, 당시 결정문은 “과세 대상인 자 본이득의 범위를 실현된 소득에 국한할 것인가 혹은 미실현이득을 포함할 것인가의 여부는 입법정책의 문제일 뿐, 미실현이득에 대한 과세가 헌법에 위반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5) 주로 헨리조지 학파들이 이러한 주장을 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이러 한 취지를 담아 전국민에게 그 혜택을 돌리는 기본소득과 연계한 국 토보유세의 강화를 주창하고 있다. 

 

6) 지금도 종합부동산세 수입은 지방 균형발전을 위한 교부세로 사용되 고 있고, 이러한 세금 등으로 충당되는 주택도시기금이 공공임대주 택 공급의 주된 재원이 되고 있다.

 

월, 2020/03/09-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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