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자] 어떤 음악을 들으면 좋겠느냐고요?
어떤 음악을 들으면 좋겠느냐고요?
글.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과 네이버 온스테이지 기획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민중의소리’와 ‘재즈피플’을 비롯한 온오프라인 매체에 글을 쓰고 있다. 공연과 페스티벌 기획, 연출뿐만 아니라 정책연구 등 음악과 관련해서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일들을 다양하게 하고 있기도 하다. 『대중음악의 이해』, 『대중음악 히치하이킹 하기』 등의 책을 함께 썼는데, 감동받은 음악만큼 감동을 주는 글을 쓰려고 궁리 중이다. 취미는 맛있는 ‘빵 먹기’.
이따금 강의를 하면 종종 받는 질문이 있다. 어떤 음악을 들으면 좋겠느냐는 질문이다. 사실 대중음악 관련 강의를 찾아 들을 정도면 꽤 음악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게다. 평상시에도 음악을 찾아 듣는 편일 게다. 그런데도 어떤 음악을 들으면 좋겠느냐고 묻는 이유는 뭘까? 아마도 자신이 생각하는 좋은 음악을 찾아 듣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리라.
이제 TV에서는 드라마 음악이나 아이돌 음악, 엔터테인먼트와 결합된 음악이 거의 전부이다. 온라인 음악서비스 차트 역시 대동소이하다. 다양한 음악을 꾸준히 소개하고 있는 <EBS 스페이스 공감> 같은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거의 바닥에 가깝다. 대중적인 음악을 좋아하고, 요즘 유행하는 음악을 좋아하는 이라면 별 다른 불편을 느끼지 않겠지만 세상 사람들의 취향이 똑같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뮤지션이 가면을 쓰고 노래하는 모습, 경쟁하면서 기를 쓰고 노래하는 모습을 그만 보고 싶은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맛있는 음식점을 애써 찾아가듯 내가 좋아할 수 있는 음악을 잘 찾아듣고 싶은 이도 당연히 있기 마련이다.
좋은 음악, 나쁜 음악 따로 있나
그런데 과연 좋은 음악이라는 것이 따로 있을까. 가령 요즘 매체에서 자주 흘러나오고, 차트에서 인기를 얻는 음악은 좋은 음악이 아니고, 다른 좋은 음악이 비밀스럽게 숨어있는 것일까. 뭐랄까, 더 진실하고 더 아름답고 더 좋은 음악이 소수만 아는 맛집처럼 숨어 있는 것일까. 어쩌면 그런 생각은 환상에 가까울지 모른다. 왜냐하면 음악은 주관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 감각 중심의 예술이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라. 좋은 음악의 조건을 객관화하거나 계량화할 수 있는가. 가령 원료의 산지와 순도를 분석하고, 제조법과 제조 연월일을 따져서 좋은 음악의 조건을 규격화할 수 있는가. 불가능한 일이다.
음악에 대한 판단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이다. 어떤 음악이 좋다고 느낀다면 그건 자기 개인이 좋다고 느끼는 것일 뿐, 정답 같은 건 세상 어디에도 없다. 실제로 지금 유행하는 음악은 이미 누군가에게는 충분히 좋은 음악이다. 그럼에도 또 다른 누군가는 그 음악을 공감하거나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좋다고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세상에는 이미 좋은 음악이 많다. 다만 자신이 좋아할 수 있는 음악이 적은 것뿐이다.
그렇다면 대체 왜 자신이 좋아할 수 있는 음악이 적은 것일까. 그 원인은 다양하다. 일단 음악에 대한 판단 자체가 주관적이기 때문인데, 이 주관적인 판단에는 지역, 성별, 세대, 계급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있다. 같은 지역, 같은 성별, 같은 세대, 같은 계급은 비슷한 취향과 판단과 안목을 만들기도 한다.
가령 컨트리 음악은 한국보다 미국에서 더 인기가 있고, 트로트 음악은 젊은 세대보다 노년층 세대에게 더 사랑받는다. 그들에게는 컨트리 음악이, 트로트 음악이 좋은 음악이다. 그러니 만약 지금 유행하는 음악에 적응하기 힘들다면 세상을 탓할 게 아니라 일단 자신의 나이부터 따져보는 게 더 빠를지도 모른다. 음악에 대한 취향은 학습되는 것이다. 대부분 10대 중후반에 들은 음악이 취향을 만든다. 그때 힙합을 좋아하게 된다면 평생 힙합을 좋아할 가능성이 높다. 트로트건 록이건 마찬가지다.
음악 취향을 발견하는 몇 가지 방법
이렇게 학습된 취향에 맞는 좋은 음악을 듣고 싶은 경우든, 아니면 다른 좋은 음악을 찾고 싶은 경우든 약간의 노력이 필요하다. 세상에는 TV에서 보이는 음악이 전부가 아니고, 자신이 들어보지 않은 음악을 좋아하려면 연습이 필요하다. 세상에 태어나면서부터 록을 좋아하고, 힙합을 좋아한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듣다보니 좋아졌을 뿐이다.
한국 대중음악계에는 지금 거의 모든 장르의 음악들이 공존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찾아서 들으려면 얼마든지 들을 수 있다. 다만 어떻게 찾아들을지 그 방법을 모를 뿐이고, 그만한 여유와 시간과 돈이 없을 뿐이다. 다행히 테크놀로지가 발전하면서 음악을 듣는 일은 훨씬 쉬워졌다. 우리에게는 스마트폰이 있지 않은가. 이제 한 달에 만 원 이하의 금액으로 듣고 싶은 음악을 얼마든지 들을 수 있다. 요즘 온라인 음악서비스에서는 취향에 맞는 곡들을 큐레이션 해주는 경우도 많다. 음악을 고르기 위해서 그렇게 많이 노력할 필요가 없다. 추천 받은 음악을 듣기만 하면 된다. 전문가들이 고른 음악을 듣다가 마음에 든 음악이 있으면 그때 그 음악을 만든 뮤지션을 찾아서 들어보면 된다. 그렇게 좋아하는 음악을 늘려가는 것이 방법이다. 하지만 돈을 내는 게 부담스럽다면 유투브를 이용하면 된다. 유투브를 검색하면 자신이 좋아하는 뮤지션의 대표곡과 라이브 동영상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유투브에는 자동 연결 기능이 있어서 음악이 계속 이어진다.
좀 더 적극적으로 새로운 음악을 찾아듣고 싶다면 페스티벌과 전문가의 힘을 빌려 보자. 이제 국내에도 다양한 장르의 대중음악 페스티벌이 계속 펼쳐진다. 페스티벌은 몰랐던 좋은 음악의 종합선물세트다. 그리고 네이버 온스테이지는 전문가들이 찾아낸 숨은 음악들을 멋진 라이브 영상으로 보여준다. 찾아서 듣고 보다보면 귀가 열리고 취향이 바뀔 수도 있다. 다만 몰랐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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