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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포차] 언론과 독자 (권순욱, 노종면, 변상욱, 최진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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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포차] 언론과 독자 (권순욱, 노종면, 변상욱, 최진봉)

익명 (미확인) | 화, 2017/05/23- 19:34

문재인 정부 2주 차. 언론계에서는 예상치 못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일부 대통령 지지자들과 ‘진보언론’과의 갈등이 그것이다. 대통령 부인의 호칭, 잡지 표지사진 등이 발단이 돼 SNS 상의 논쟁에서 일부 독자들의 절독 선언까지 이어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른바 ‘한경오’ 프레임을 내걸고 진보언론을 비판하고 있고, 기자 개개인과 독자들 사이에서도 갈등이 벌어졌다.

매우 복잡한 이슈다. 진보언론의 문제는 뭔가? 진보 언론을 향한 독자들의 비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른바 ‘한경오’ 프레임은 적절한 것일까. 기자 엘리트주의는 실재하는 것일까. 이 갈등은 어떻게 해소될 것인가.

뉴스포차는 이 이슈와 관련해 최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생산적인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서 언론계 최전선에서 활동하고 있는 네 명을 초청했다. 진보언론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뉴비씨 보도부문대표, 진보언론의 역할을 인정하고 언론은 본연의 기능에 충실해야 한다는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SNS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노종면 일파만파 대표(YTN 해직기자), 그리고 언론계의 백전노장 변상욱 CBS 특별취재단장이 뉴스포차 20회 손님들이다.

자,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첫 번째 안주 : 진보언론과 독자의 갈등
두 번째 안주 : 참여정부와 진보언론
세 번째 안주 : 변화된 지형, 언론과 독자의 관계는?

20170523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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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동 걸린 내부고발자 퇴출 시도

 

강을영 변호사

강을영 l 변호사 · 공인노무사

 

내부고발자 퇴출 프로그램에 강한 제동이 걸렸다. 겉으로 징계사유가 있더라도 공익신고를 이유로 불이익을 준 것이라면 해고는 부당하다는 것이다. 서울행정법원은 최근 제주 7대 자연경관 전화투표를 둘러싸고 벌어진 KT와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 간 사건에서 공익신고자 보호에 의미 있는 판결을 내 주목받고 있다. 공익신고자보호법은 공익신고자가 불이익을 받게 되면 그 불이익은 공익신고를 이유로 한 것으로 추정한다. 추정의 효과는 회사로 하여금 정당한 징계라는 점에 대해 무거운 입증책임을 지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그만큼 공익신고자 보호는 힘을 갖게 된다.

KT 소속 직원 이해관씨는 KT가 제주 7대 자연경관 지정에 대한 전화투표 이벤트에서 소비자들에게 국제전화가 아님에도 국제전화라고 속여 부당이득을 취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익신고를 했다. KT는 이씨를 왕복 5시간이 걸리는 지사로 전보발령했을 뿐 아니라 장기간 무단결근을 이유로 해고했다. 이에 권익위는 KT에 해고를 취소하고 원직에 복귀시키도록 공익신고자 보호조치 결정을 했다.그렇다면 회사 내 조직적인 문제는 모두 공익 침해행위에 해당해 신고가 가능할까? 그렇지 않다. 공익신고자보호법이 국민의 건강과 안전, 환경, 소비자의 이익, 공정한 경쟁이라는 5가지 사유에 한정하기 때문이다. 공익신고자로서 권익위에 보호 요청을 하려는 사람은 공익신고자보호법상 요건이 되는지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공익신고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시점은 언제로 봐야 할까? 공익신고를 할 당시를 기준으로 한다. 공익신고가 이루어지면 통상 공익 침해행위가 공정거래법 등에 위반되는지 살펴 고발 조치하거나 수사 의뢰하는 일이 발생한다. 법률 위반 여부는 해당 법률의 구성요건에 따라 엄격히 그리고 사후적으로 판단된다. 처벌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는 더 엄하게 볼 것이다. 따라서 사후적으로 해당 법률에 위반됐는지 여부만을 놓고 공익신고에 해당하는지를 보게 된다면 그 범위는 매우 좁아질 수 있다.

KT는 권익위가 보호조치 결정을 할 시점에 공정거래법 위반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무혐의 결정이 내려진 점을 들어 공익신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울행정법원은 공익 침해행위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경우나 최종적으로 법원 등에서 공익 침해행위로 확인된 행위만 공익신고 대상으로 본다면, 조사권한이나 법률의 해석권한이 없는 권익위에 지나친 부담을 지우게 된다고 보았다. 공익신고자 역시 공익신고에 큰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다. 결국 공익신고는 위축되고 공익신고 범위는 좁아질 것이 분명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은 의미가 있다. 

왜 공익신고자 보호를 얘기하는가? 공익신고는 보통의 용기로는 할 수 없는 어려운 영역에 있다. 공익 침해행위에 대해 침묵하는 다수의 문제점은 요즘 특히 빈발하는 안전사고에서 아프게 확인되고 있다. 세월호 참사도 사고 이전에 안전 등 운항의 여러 문제들에 대해 제보한 사람이 있었지만 인사문제만 다루고, 나머지는 덮어 결국 뒤에 큰 사고로 이어졌다. 기관의 관리감독으로는 알아낼 수 없는 조직 내부의 문제는 공익신고를 통해 감지할 수 있다. 반면 회사의 보복조치는 집요할 뿐 아니라 겉으로는 그럴 듯한 징계 사유도 갖추곤 한다. 공익신고를 이유로 직장을 잃고 가정이 파탄난다면 의로운 일을 한 사람의 개인적인 희생을 눈감아 버린 것이 된다. 용기를 의미 있게 해주는 제도적 뒷받침과 법원의 해석이 더욱 절실한 이유이다.

 

 

* 이 글은 2015년 5월 26일자 <경향신문> 29면 오피니언 코너에 실린 글입니다. 기사원문 바로가기>>

 

화, 2015/05/26-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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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노동당 서울시당 위원장은 “박 시장의 시정철학이 소통·협치 중심에서 관리·통치로 올해부터 변화가 생겼다”며 “북부역세권 등 대규모 개발사업 발표가 늘었다. 지난 1일 2기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뉴타운 해제, 대중교통요금인상 최소화 등을 현장시정 성과로 들었는데 이는 거버넌스를 접근하기보다 사회적 갈등을 불렀던 민원성 문제를 해결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경향신문, 김보미, 2015-7-16

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07161552291&code=620101




저작자 표시 비영리
목, 2015/07/16-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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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충남 보령지역의 가뭄 해결을 위해 금강 백제보에서 보령댐으로 도수관로를 설치해 물을 보내겠다는 국토교통부 계획이 논란이다. 관로 길이가 21㎞이고 하루 약 11만5000t(초당 1.3t)의 물을 공급하는 데 공사비가 625억원에 이른다. 4대강 사업으로 확보한 물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것을 4대강 사업의 효과라 주장한다. 한마디로 황당한 주장에 근거한 사업이다.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을 할 때 4대강에 확보한 물을 사용하기 위한 기본계획은 없었다. 2013년 7월 감사원 감사결과에 따르면 4대강 사업은 한반도 대운하를 염두에 둔 사업이라고 했다. 즉 4대강 사업으로 확보한 물은 운하용수였다는 뜻이다. 그러자 당시 청와대 이정현 홍보수석은 ‘그렇다면 국민을 속인 것’이라는 논평을 발표했다. 4대강 사업은 22조원을 낭비한 ‘대국민 사기극’이었다. 국민의 여론이 나빠지자 국토부는 ‘4대강’이라는 말을 금기시했다. 마침 충남지역에 가뭄이 들자 4대강 사업으로 확보한 물을 이용하자는 일부 언론 보도에 힘입어 국토부가 백제보 물을 이용할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문제점이 많은 잘못된 계획이다. 먼저 이번에 확보할 물은 국토부의 주장과는 달리 백제보의 물이 아니다. 국토부가 취수하려는 물은 백제보 하류 6㎞ 지점의 물이다. 4대강에 설치한 보들은 평상시에 수문을 조작하지 않고 상류에서 흘러들어오는 물을 하류로 그냥 흘려 보낸다. 백제보가 없더라도 상류에서 흘러오는 물을 취수할 수 있다. 금강 물을 보령댐으로 보내려면 160m 높이의 지티재를 넘기 위해 물을 펌핑해야 한다. 유지관리비는 별도로 하고 물을 펌핑하는 데 필요한 전기요금은 한 달에 3000만∼4000만원으로 추정된다. 3∼4급수로 수질이 나쁘기 때문에 수질 개선 비용을 포함한다면 경제성이 없다. 더구나 금강에서 취수하는 방법도 결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사를 시작했다. 내년 2월에 물을 공급하려면 추운 겨울에 공사를 해야 한다. 4대강 사업의 축소판을 보는 듯하다. 이번 충남의 가뭄은 40년 빈도 이상에 해당한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건설하는 도수관로는 평상시에는 그대로 방치할 것이다. 40년에 한 번 사용할 시설물을 만드는 데 625억원은 너무 많은 돈이다. 차라리 가뭄지역을 국가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그 돈의 일부를 피해농민에게 지원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4대강 사업으로 약 100개의 농업용 저수지 증고 사업에 약 3조원을 투입했다. 저수지 증고사업을 한 대부분의 지역은 그전에도 가뭄이 들지 않은 지역임을 감안한다면 3조원이 낭비됐다. 농촌지역 가뭄 해결에 실패한 4대강 사업을 덮기 위해 정부는 추가로 1조원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도수관로 사업은 시범사업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대안으로는 누수율을 줄이는 것이다. 이번 가뭄지역에는 누수율이 50%에 이르는 지자체도 있다. 관로 보강사업을 하려 해도 지자체는 돈이 없다. 국토부와 환경부가 다 움켜쥐고 있다. 황당한 사업에 사용할 돈을 관로 개선에 사용해야 한다. 그리고 지역맞춤형 가뭄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지하수 개발, 폐쇄한 취수시설 복원 등이다. 특히 수자원공사의 광역상수도사업으로 많은 지방상수도 취수원들이 폐쇄됐다. 여러 대안이 있음에도 아무런 사회적 합의도 없이 국민세금을 물 쓰듯 한다. 더구나 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이면 국가재정법에 따라 예비타당성 조사를 해야 하는데 생략했다. 환경영향평가도 하지 않은 불법공사다. 지금 국토부와 수자원공사가 추진하는 이 사업을 지켜보면 최소한의 절차마저도 무시하고 브레이크도 없다. 첫 단추를 잘못 채우면 엉망이 되듯, 한번 거짓말을 하면 그 거짓말을 덮기 위해 더 큰 거짓말을 하는 법이다. 4대강 사업을 적극 추진한 공무원들이 높은 자리에 있으면 또 다른 거짓말에 근거한 황당한 사업을 진행할 것이다. 4대강 사업 부작용을 덮기 위해 추가로 20조원의 예산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정치권에서 흘러나온다. 세금 내는 국민만 봉이다.   박창근 | 환경운동연합 생명의강 특별위원회 위원장, 가톨릭관동대 교수·토목학   원문: http://m.khan.co.kr/view.html?artid=201511022054335&code=990402&med_id=…
수, 2015/11/04-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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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방지법 이후 시민단체의 권력 감시 더 중요해져

ㆍ참여연대 새 공동대표로 선출된 하태훈 고려대 교수
ㆍ“시민 필리버스터처럼 자발적 움직임에 밑거름 역할”

참여연대 신임공동대표 하태훈 고려대교수. ⓒ경향신문, 경향닷컴 서성일 기자

 

 

“참여연대 같은 시민사회단체가 필요 없는 사회가 살기 좋은 사회 아닌가요.”

 

참여연대 새 공동대표에 선출된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57)는 6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설립된 참여연대가 할 일이 없는 사회가 민주사회”라고 말했다.

 

참여연대에서 사법감시센터소장과 공동운영위원장을 지낸 하 대표는 현 공동대표인 정강자 인하대 교수, 법인 스님(해남 대흥사 수련원장)과 함께 참여연대를 이끌게 됐다. 하 대표는 “좌우로 갈린 이념 갈등 속에서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의 입지가 예전에 비해 좁아졌다”며 “시민사회단체 리더격인 참여연대의 영향력과 신뢰도를 증폭시키는 일이 과제”라고 밝혔다. 그는 “시민사회단체가 사회의 잘못된 부분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제시하고 시민을 일깨우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참여연대는 김영삼 정부가 재벌·행정 분야 개혁에서 난항을 겪던 1994년 ‘참여민주사회와 인권을 위한 시민연대’란 명칭으로 출범했다. 참여연대의 존재를 확고하게 인식시킨 계기는 16대 총선을 앞두고 부패·무능 정치인과 지역감정을 선동하는 후보들을 겨냥한 낙천·낙선 운동이었다. 하 대표는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나타난 국가정보원의 선거개입만 봐도 4·13 총선이 공정하게 이뤄지도록 감시하는 일이 중요하다”며 “지난 총선 때 여야 의원들의 공약 실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유권자 심판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청년들의 적극적인 선거 참여를 주문했다.

 

“지난해 청년참여연대를 발족했습니다. 청년들이 선거에 참여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보수·진보 균형을 맞추기 위해선 젊은 유권자가 필요합니다. 투표연령을 18세로 낮춘다든지 하는 노력도 이번 총선에선 어렵겠지만 다음 대선에선 반드시 필요합니다.”

 

참여연대는 ‘시민 없는 시민운동’을 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이러한 비판의 대부분은 현실적인 요구가 예전에 비해 커지고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하 대표는 “시민단체가 시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했던 시대와는 달리 시민들이 SNS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면서 “‘시민 필리버스터’처럼 시민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을 끌어줄 수 있는 밑거름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박근혜 정부 들어 공안수사, 색깔공세라는 전방위적 위협에 직면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하 대표는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권력, 재벌 언론 등의 기득권 세력들은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며 “지금은 참여연대 창립 때보다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테러방지법’ 통과로 국정원에 국민의 모든 생활을 감시할 수 있는 권한을 줬다”면서 “권력 감시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상황이어서 시민단체가 감시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하 대표는 참여연대가 ‘백화점식 활동’을 하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내부에서도 그런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과거보다 질적으로 많이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수저계급론도 나오는 상황에서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들이 공정한 출발을 할 수 있도록 청년 계층의 요구에 귀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2016년 3월 6일 경향신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원문은 이곳(클릭)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월, 2016/03/07-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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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미 전 정치발전소 기획실장

“안녕하세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우리 과 주무관이 전화를 받을 때마다 하는 인사말이다. 이 친절한 인사말처럼 무례한 민원 전화도 끝까지 친절하게 응답을 해준다. 그 모습을 보며 오랜 시간 훈련된 공무원의 저력이 느껴져 감탄할 때가 있다. 한편 이 인사말을 들을 때마다 ‘공무원들은 시민들을 동료 시민으로서보다 민원인으로 만날 기회가 더 많겠구나’라는 생각 또한 든다. 이는 그의 직업적 소명을 다하는 데 중요한 자극제가 되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삶의 대부분의 시간 동안 시민을 민원인으로 만나야 했던 전문관료가, 어느 한순간 시민들의 열정을 모아 사회 변화를 만들어가야 하는 정치인이 된다고 하면 문제가 달라진다. 그가 직접 시민을 상대할 필요가 적었던 외교 고위 공무원이었다면 문제는 조금 더 깊어진다.

정치인은 자신이 어떤 자질을 갖춰야 주어진 권력을 제대로 다룰 수 있을지, 어떻게 해야 책임성을 잘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그 답은 그가 시민들을 어떤 존재로 인식하고 있는지에서 시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시민들을 역사의 수레바퀴를 함께 움직이는 동료로 인식하는지, 이러저러한 필요를 들고 와 요구하는 민원인으로 보는지, 아니면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는지, 이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그렇기에 자기 내면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감정들과 싸워, 시민을 민원인이나 자신의 개인적 성취를 위한 도구가 아닌 동료로서 바라보는 태도를 놓치지 않는 사람을 우리는 좋은 정치인이라 부른다.

‘시민을 어떤 존재로 바라보는가.’ 우리는 그가 어떤 정치인인지를 가장 잘 설명해줄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그가 남긴 말과 글을 통해 분석하게 된다. 말과 글로 시민들의 열정을 불러일으키고 주요한 성취를 하는 정치의 속성 때문에도 그렇다. 2017년 대선을 맞아 차기 대선주자들이 하나둘 경기장에 들어서고 있다. 그런데 한 가지 난해한 일이 발생했다. 유력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관련해서다. 그가 시민들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알 방법이 없는 것이다.

물론 외교부 장관 등 전문관료로서 그가 남긴 말과 기록들은 있다. 하지만 장관이라는 자리는 그를 임명한 대통령과 그 정부의 정책 비전을 수행하는 자리이지 그 개인의 정치적 비전을 수행하는 자리가 아니다. 엄밀히 말해 외교부 장관 시절 그의 말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참여정부의 말이지 그의 말이 아니다. 그가 정치인 출신이 아닌 관료 출신의 장관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자기 수장의 정치적 비전을 최대한 잘 수행함으로써 자신의 목표를 성취해가는 관료의 속성상, 자신만의 고유한 정치 언어를 갖지 못한 것은 유능한 전문관료가 되는 데 큰 장점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자기 책임하에 주도적으로 정치적 결정을 내린 말이 없다는 것은, 그래서 그 안에 담겨진 그의 시민관, 정치관을 엿볼 수 있는 기록이 없다는 것은, 정치인으로서는 큰 결격 사유이다.

어느 감독도 기록 자체가 없는 선수는 경기에 세우지 않는다. 정치인으로서의 철학을 담은 말과 글이 없는 이를 잘 달릴 수 있을 것 같으니 선택하라고 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우리는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까. 우리 사회는 ‘산업화를 이룬 박정희 딸이니까 잘하겠지’라는 허상에 기대어, 우리 삶의 기반이 되는 주요한 일들을 결정할 지도자로 뽑았다. 그리고 혹독한 대가를 지금 치르고 있다. ‘유엔 사무총장을 했으니 잘하겠지’라는 기대감에 기대어, 반 전 총장을 그가 평생 다루어보지 않은 ‘정치’라는 경기장에 세워 달리게 하는 것, 우리 모두를 위해 좋은 일일까. 누가 그리 성급한 것일까. 선수인가, 감독인가, 구단주인가.

반 전 총장의 사실상의 대선 출마는 어떤 이에게는 무척 반가운 소식일지 모른다. 그러나 오랜 행정 경험과 국제무대에서의 경험을 두루 가진 행정 관료인 그가 더 잘할 수 있는 영역에서 활용되지 못하고, 자신들의 정치적 리더를 만들어내는 데 실패한 그룹들의 무능력함을 가리는 도구로 소비되는 것 같아 씁쓸하다. 지금 우리가 풀어가야 할 문제들이 녹록지 않은 것들이기에 더욱 심란하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1052100025&code=990100#csidx66a39143d3374379e9a9880dd219830

목, 2017/01/05-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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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근 논설위원 [email protected]
입력 : 2017.01.28 10:15:00수정 : 2017.01.31 13:25:03

[이대근의 단언컨대]반기문에게 정계은퇴를 권한다

<반기문에게 정계은퇴를 권한다>

■ 반기문 정치란

초단타 매매

대선을 위해 뛰고 있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에게 정치, 혹은 선거란 4개월 정도 고생해서 운 좋으면 5년짜리 대통령할 기회를 잡고 아니면 그만인, 손해 볼게 없는 손쉬운 투자다.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낸다는 점에서 그야말로 효율성 높은, 경제적인 정치다. 그러나 이 나라 전체로 봐서는 이건 정치라기보다 초단타 매매의 투기이자 도박이다.

자기 목소리, 자기 언어가 없는 반기문

반기문이 매일 무언가를 말하지만 반기문의 목소리로 들리지는 않는다. 그는 누군가로부터 배운 것을, 누군가 조언한 내용을 그대로 말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건 누구 보다 말하는 그가 잘 알겠지만 듣는 이들도 충분히 감지할 수 있다. 대타협이니 대통합이니 하며 내면화 되지 않은 언어들을 기계처럼 말하는 것으로는 울림과 감동을 줄 수 없다. 그가 동원하는 정치언어들은 오랫동안 정치권에 유통되던 상투어들이다. 그러므로 그런 언어를 반복하는 것으로는 정치적 설득이 충분할 리 없다. 그의 삶과 철학, 정치적 전망을 자기 언어로 표현해야 하고, 그래야 귀에 들어오는 법이다. 그게 없는, 그저 듣기 좋은 말들의 반복은 공허할 수밖에 없다.

가령 정치교체라는 주장이 그렇다. 이 말 속에 자신의 비전이 담겼다면 그토록 진부한 구호로 들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가 진정 정치교체를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은 인상을 주는 것은 그 말을 외워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것을 넘어 그 말을 실천할 자신만의 비전과 의지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그는 정치교체든 무엇이든 뭔가를 바꿀 것 같은 사람으로 인식되지 않는다. 자신과 같이 주어진 역할만 해왔던 외교관 후배들, 실패한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과거 실세들을 끌어 모아 정치를 교체하겠다는 것은 정말 실없는 소리다. 정치를 조금이라도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실패한 정권의 사람을, 교체당해야 할 사람들을 내세우는 모험은 하지 않았을 테지만 그는 그게 모험인지도 모르는 것 같다. 눈치 빠르다는 그도 정치교체라는 개념이 어떤 정치적 메시지를 내포하는지 모를 만큼 정치감각도 결여되어 있다.

정치 9단 흉내 내는 정치 초보

정치를 처음 하는 그로서는 감당할 수도 없고 해서는 안 될 일이 분명한데도 정치 9단이나 할 일을 하고 있다. 정치를 한다면서 앞장서는 일이 누구를 만나서 합치고 누구와 엮고 묶는 일이다. 정치 숙련도가 높은 정치인들도 하기 어려운 일을 초보 정치인이 하고 있는 것이다. 그에게는 서로 지향점이 다른 여러 개의 정당과 대선 주자들을 묶어서 하나의 세력으로 통일할 역랑도, 그들을 이끌어갈 지도력도, 그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이념을 대표할 능력도 없다. 그런데도 이제 배워가며 정치를 하는 처지라면서 기성 정치인도 하기 어려운 일에 매달리고 있다. 국가 지도자가 되어 무엇을 할지는 보이지 않고 정치공학부터 하고 있는 그에게 새로운 정치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낯선 곳에서의 정치

그는 지하철 승차권 발매 실수를 두고 기자에게 해명하기를 당신들도 파리에 갔다면 그런 일이 없겠느냐고 했다. 그에게 서울은 파리처럼 낯선 곳이다. 서울 생활은 곧 파리 생활인 것이다. 10년 동안 계속 했어도 쉽지 않은 게 정치다. 그런데 10년 동안 한국 밖에, 평생 정치 밖에 있던 그가 갑자기 한국에서 정치를, 그것도 아무런 준비 없이 최고 지도자가 되겠다면 당연히 서투를 수밖에 없다. 그의 말을 십분 이해한다. 그는 정치에 서투른 사람이다.

그는 한국 시민이 무엇을 고민하는지, 무엇이 중요한 일인지 몸으로 깨닫지 못하는 것 같다.

청년 문제를 언급하면서 취업이 안 되면 자원봉사라도 하라는 엉뚱한 말을 해놓고도 그 발언의 문제가 뭔지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인지 그는 계속 “국민의견을 종합해서” “전문가들의 의견을 물어”를 되풀이한다. 그런데 시민들은 더 이상 정치지도자가 물어봐주기를 바라지 않는다. 전문가의 의견을 원치도 않는다. 시민들은 말할 만큼 했고 행동할 만큼 했다. 시민들이 바라는 것은 반기문이 시민의 뜻을 어떻게 대변할 건지, 무엇을 먼저 바꿀지 우선순위를 매길 것을 원한다.

그는 이념적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립은커녕 국민적 합의, 통합이라고 할 만큼 시민들의 의사가 이렇게 결집된 적이 없다. 박근혜 게이트로 구체제를 청산해야 한다는 합의를 이루어냈는데 이념 대립을 주요 의제인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그는 아직 어느 나라에 도착했는지 모르는 것 같다.

그는 “패권과 편가르기의 정치에서 분권과 협치의 좋은 정치로 가야 한다”면서 하루 빨리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가 말하는 패권은 문재인 세력, 박근혜 세력을 말하는 것 같은데 박근혜 세력은 소멸중이니 남은 것은 이른바 친문패권이다. 그걸 타파하려면 당내 민주주의나 당내 경쟁체제의 구축, 패권적 행태의 해소등이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 해결책으로 개헌을 제시했다. 진단과 처방이 맞지 않는 이해할 수 없는 주장이다. 아마 대통령권력의 분권을 말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특정 당내 권력 구조가 개헌과 무슨 상관인지 설명 좀 해줬으면 좋겠다.

승차권 발매는 금방 배울 수 있지만, 정치는 국가통치는 단기 학습이 어려운 분야다. 이걸 누구 보다 그가 절감하고 있을 것이다. 그는 정치를 하고 싶은 게 아니라 대통령이라는 자리를 차지하고 싶을 뿐이다. 대통령 자리를 위해 4개월만 참고 지내보자는 심산일 것이다. 왜 그는 낯선 곳에 가서 그 시민을 대변하겠다는 무모한 시도를 하고 있는가?

오락가락 정치

반기문은 평생 권력자로부터 자리를 추구해왔다. 그건 자신만의 가치나 원칙을 갖고 있다면 결코 할 수 없고, 가능한 일도 아니었다. 김영삼 정부 때부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차관, 다시 외교안보수석, 장관, 유엔사무총장의 엄청난 관운을 자랑했던 그가 이제 대통령직을 원하는 것은 자연스러워 보이기도 한다. 대통령은 자신의 경력을 한 단계씩 쌓아 올라가는 과정에서 자신의 눈앞에 보이는 하나의 목표일뿐이다. 그래서 그에겐 왜가 아닌 자리가 우선이다.

그가 짧은 기간에 오락가락한 것도 그 자리를 차지하는 방법을 찾느라 그런 것이다. 자신의 신념과 철학이 있다면 그런 정도까지는 아니었을 것이다. 노선이 뭐냐고 묻자 그새 그는 진보에서 보수를 왔다 갔다 했고, 여당도 하고 야당도 할 사람인 것처럼 처신했다. 새누리당과는 거리를 두면서도 새누리당 의원과 만나서 도움을 청했다. 대선 전 개헌은 어렵다고 했다가 대선 전 개헌해야 한다고 바꿨다. 그는 의견이 없는 사람 같다.

한일간 일본군 위안부 합의를 사무총장 때는 환영해놓고 이제와서는 환영했던 것이 아니라고 한다. 궁극적으로는 우리 위안부 할머니들의 한을 풀어줄 수 있는 수준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럼, 그래서 합의를 부정하겠다는 것인지 아닌지도 알 수 없다. 성소수자는 차별 받아서는 안 된다고 말해놓고는 그렇다고 지지한다는 건 아니라고도 했다. 그의 말은 이렇게 듣거나 말거나다.

이쯤해서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는 누구인가? 시간이 갈수록 그가 누구인지 분명히 드러나는 게 아니라 점점 모호해지고 있다. 그런 사람인가 하면 저런 사람 같고 저런 사람인가 하면 이런 사람 같아 보인다.

박근혜를 떨치지 못하는 반기문

그는 유엔 사무총장이었으면서도 박근혜 대통령 주변을 맴 돌았다. 그가 박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베이징의 망루에 함께 오른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는 시대착오적인 새마을 운동의 확산에도 앞장섰다. 뉴욕 맨해튼까지 새마을 운동이 번지고 있다며 자랑스러워했던 그다. 그러다 박대통령이 국회의 탄핵을 받으니 거리를 두는 듯 하다 국내에 돌아와서는 다시 박대통령과 통화를 하고 “(탄핵에) 잘 대처하기 바란다”는 말을 했다. 박대통령 탄핵에 관한 의견을 요청받았을 때는 그에 대해 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했다. 그는 시민을 대변할 뜻이 없어 보인다.

☞ ‘이대근의 단언컨대’ 팟캐스트 듣기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12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이준헌 기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12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이준헌 기자

■ 반기문, 그건 아니다

정치는 쇼핑이 아니다- 쇼핑 목록에 오른 정당과 노선

현대 민주주의는 정당정치이다. 경쟁하는 주체도 정당이고 경쟁의 결과 집권하는 것도 정당이다. 그러므로 정치인은 정당 속에서 성장하고 그 정당의 노선 및 정책을 대변하며 그런 것들과 일체감을 가져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정치 지도자는 곧 정당의 지도자이도 하다.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정치 지도자가 국가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지 예측하고, 시민들도 선택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는 것도 바로 이 정당정치로 인해 가능한 것이다. 선거가 코앞에 다가오고 있는 상황이라면 더욱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정당에 관한 그의 생각은 종잡을 수 없다. 처음엔 정당이 무슨 소용이냐고 하더니 돈이 없어 정당에 가입해야겠다며 정당을 무슨 돈 지갑인양 여겼다. 그는 정당에 가입할지 독자적으로 할지 정해진 바도 없다고 한다. 그러더니 다시 “원칙적으로 말하면 당이 문제가 아니라…”며 당은 사소한 문제인 것처럼 말한다. 그리고 자신이 추구하는 당의 정체성을 드디어 제시했는데 이렇다. “제가 추진하고자 하는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 민족의 대통합을 통해 한국을 위기에서 구하겠다, 국격을 높이겠다는데 저와 같은 생각을 가진 분들(과) 어떤 정치결사체든지 같이 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도대체 그는 어떤 당을 생각하는지 알 수 없다. 모든 정당이 정의, 공정, 통합을 추구한다고 하지 불의, 불공정, 분열을 추구한다고 할까? 이게 기준이라면 현재 원내 진출한 5개 정당이 모두 해당된다. 그는 정당이 뭔지를 모르고 있는 게 분명하다.

어쨌든 정치를 시작한지 며칠 되지 않은 반기문은 지금 정당 가운데 어느 것을 고를지 고민하고 있다. 원내 진출 정당은 5개가 있다. 그가 민주당, 정의당으로 가지 않는다면 새누리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가운데 골라야 한다. 물론 세 당과 민주당내 일부세력을 포함해 하나로 묶는 제3지대를 구축한다는 구상도 있으므로 선택지는 최대 네 개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정당의 색깔차이가 별로 없기는 하지만 그래도 정당간 경계는 있고 경계가 있으니 어느 수준이든 차이가 있다. 사실 그동안 이런 차이로도 경쟁하고 선택받아온 것이 한국 정치였다. 아무리 작은 차이라도 어느 정당 소속인가에 따라 정체성이 다르고 지지세력도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반기문에게는 이런 경계조차 없다. 쇼핑센터에서라면 물건 살 돈만 있으면 아무거나 골라 살 수 있다. 잘못 샀다는 생각이 들면 나중에 환불할 수도 있다. 이처럼 그는 여러 정당과 세력이 자기 앞에서 선택받기를 기다리는 진열 상품으로 보이는 모양이다. 사실 어느 측면에서 반기문과 관계 맺기를 바라는 정당과 정치인들이 펼치는 요즘 풍경은 쇼핑센터와 다를 바 없다. 반기문 역시 20%라는 정치자본으로 아무 거나 골라잡을 수 있을 것처럼 이쪽저쪽 가리지 않고 진열대 앞에서 이 것 저것 집었다가 내려놓기를 반복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지나가는 쇼핑객들은 주변에 늘어서서 그가 무엇을 고를지 지켜보고 있다. 이게 요즘 그가 하는 정치하는 방식이다.

반기문도 모르는 반기문

정당 선택 뿐 아니다. 자신의 정체성도 마음대로 골라서 선택할 수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 진보도 보수도 아니라고 했다가, 진보적 보수라며 무엇인지 알 수 없는 물건을 집어 들었다. 그러나 주변에서 그게 아니라고 했는지 바구니에 담았던 그것을 다시 꺼내놓고는 역시 보수라며 딴 것을 집었다. 그게 최종 선택일지는 지켜보는 사람은 물론 자신도 모를 것이다.

반기문의 거꾸로 정치

정치하려면 비전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그것에 맞는 정책을 내놓을 수 있다. 그리고 그 정책을 실현할 정당이 있어야 한다. 정당이 있어야 당의 정책을 실현할 후보도 낼 수 있다. 그런데 반기문 정치에서는 이 모든 것이 거꾸로다. 먼저 출마하기로 한다. 왜 출마하는지 아직 알 수 없다. 그 다음 어느 당으로 나오면 좋을지 이리 저리 찔러 본다. 아마도 그가 당을 선택하고 나서야 당이 만들어준 정책을 내세우게 될 것이다. 이런 식이면 선거는 평가하고 판단하는 과정이 아니라 아무런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무작정 기다리는 시간으로 대체된다. 마지막 단계에 가서야 선택 가능한 것들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니 그 때도 내놓지 못할 수도 있다.

이런 정치에서 선거는 정당이 각자 공직후보를 내고 상호 경쟁하는 게 아니라 후보 따로, 정당 따로 가다가 일정 시점에 적당히 끼워 맞추는 레고블록 쌓기가 되기 쉽다. 짝을 바꾸면 전혀 다른 모형이 만들어지며 다 맞추었다 해도 다시 조금만 바꿔도 전혀 새로운 모습이 되기 때문에 고정된 형태가 없다. 그래서 최종 작품이라는 것이 없을 수도 있다. 그가 집권한다 해도 뭘 할지 모르는 상태는 그 자신이나 지켜보는 사람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에게 기대한다는 것은 그저 행운을 바란다는 말의 다른 표현일 것이다.

나쁜 놈들, 좋은 놈들

반기문은 위안부 합의에 관한 입장이 변하지 않았느냐고 집요하게 묻는 기자들에게 나쁜 놈들이라고 했다. 사실 기자들은 어떤 의미에서 나쁜 놈들임에 틀림없다. 기자가 하는 일의 상당 부분은 누군가의 의혹과 비리를 추적하고 보도하는 일이다. 미담 기사를 쓰지 않는 한 취재 대상에게 좋은 놈인 경우가 드물다. 기자들 뿐 아니다. 정치 자체가 나쁜 놈들이 하는 일이다. 정치인들을 서로 경쟁하고 그 때문에 정치생명을 걸고 싸우기도 한다. 정당간에는 물론 당내에서도 치열하게 대립하고 갈등하는 일이 다반사다. 사실 그러라고 정치가 있는 것이기도 하다. 치어리더들에 둘러 싸여 정치할 생각이었다면 정치 그만 둬야 한다. 그 곳은 좋은 놈들이 별로 없는 동네기 때문이다.

■ 반기문이 어지럽히는 한국 정치

대선이 반기문 일자리 찾기인가?

반기문은 곧 대선을 치르게 될 텐데도 정치하려는 이유를 납득시키지 못했다. 왜 정치하는지, 왜 선거에서 참여하는지가 스스로 말하지 못하는 것으로 미루어 오직 대통령 자리 하나 바라보고 출마하려는 것으로 비친다. 그렇다면 그에게 대선은 일자리 찾는 과정에 불과하다.

반기문의 실패가 위험하다

반기문의 실패는 반기문 개인의 실패를 넘는 문제다. 반기문은 자기 실패가 확인될 때 까지 여러 정당과 정치인, 대선 주자들이 탈당하고 정당을 깨고 합치며 이합집산하는 정치적 퇴행을 할 것이다. 한 때 멀쩡했던 정치 지도자들이 그를 따르거나 그와 손을 잡거나 그와 도모를 하려다 낭패를 보면서 신뢰를 잃어 갈 것이다. 특히 갈데없는 대선 주자들, 거처할 마땅한 곳이 없고 자기 정체성을 찾지 못한 정치인들이 개헌을 내세우며 하나의 정당을 만들거나, 연대하자는 정치공학이 난무할 것이다. 그가 실패할 때까지의 과정은 한국 정치가 망가지는 시간이 될 것이다.

반기문의 성공도 위험하다

만일 반기문이 대선에 승리해 대통령이 됐다고 해보자. 승리까지는 아니더라도 문재인에 맞서는 반문 연대를 구축해 선전했다고 해보자. 앞으로 너도 나도 그의 성공 모델을 따라할 것이다. 우선 정당 규율이 무너질 것이다. 당내 지위가 불리하면 탈당해 이리저리 떠돌 것이기 때문이다. 정당은 선거 때 잠시 빌려다 쓰는 도구로 전락해 아무도 정당을 건강하게 키울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한국정치는 정당을 강화하고 당원 및 시민과 소통하며 정책을 만들고 정당간 경쟁하고 갈등하며 조정하는 일을 포기한 채 정치 밖 인기인을 찾아 떠도는 부초와 같은 정치판으로 변질될 것이다. 당원과 지지자를 모으고 시민의 욕구를 파악하고 시민을 대표할 지도자를 육성하는 과정을 포기할 것이다. 국가를 경영할 능력을 연마하고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 밖에서 홀로 명성을 얻을 수 있는 다른 일을 하다 유명세를 얻으면 대통령 선거에 나가겠다고 할 것이다. 다른 직업적 경력을 통해 명성을 얻고 그걸 바로 통치권을 차지할 수 있는 자격증으로 여길 것이다. 정치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공적 열정을 위해 모인 결사체가 아니라, 이미 개인적으로 이룬 성취를 더욱 빛내는 발판으로 이용될 것이다. 그리고 정당은 파괴될 것이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25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정지윤기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25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정지윤기자

■ 설날이 끝나면 반기문이 해야 할 것

반기문이 귀국 후 부지런히 돌아다닌 덕에 정치활동 며칠 되지도 않은 지금 그의 실체를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는 이미 보여줄 것을 다 보여줬다. 할 말도 다 했다. 어디에서 연설하든 다 그 말이 그 말이다. 더 할 것도 없고, 더 기대할 것도 없다. 그가 뭔가 더 한다고 해본들 요 며칠간 하던 것들의 반복이 될 것이다. 그는 무엇이 되려는지, 그가 무얼 하려는지 알 수 없다. 시민들만 모르는 게 아니라 그 자신도 모를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어떻게 그를 선택할 수 있겠으며, 그를 따를 수 있겠는가?

미국 칼럼니스트 톰 플레이트가 2013년 반기문과 대담을 하고 쓴 책 ‘반기문과의 대화’에 이런 내용이 있다. 플레이트가 묻는다. “누군가 제게 이런 말을 하더군요. 유엔 사무총장의 임기를 마치고 나면 반기문이 한국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거라고요. 그래서 제가 그랬습니다. ‘아니다. 반기문은 이제 쉴 거다’라고요.” 반기문의 답변이다. “맞습니다! 저를 아시네요! 교수님 말이 맞습니다! 저는 저의 자질을 잘 압니다. 저는 타고난 외교관입니다. 정치요? 국내 정치에 전념할 분들은 저 말고도 많다고 생각합니다.”

반기문, 정계은퇴를 심각히 고민해주기 바란다.

이대근 논설위원

이대근 논설위원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1281015001&code=910100#csidx580f9c12eda2686a3cfdbaed4501712

화, 2017/01/31-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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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근 칼럼]여섯 번의 실패로 충분하다

이대근 경향신문 논설주간

북한의 6차 핵실험 소식이 전해지자 한반도는 순식간에 화약 냄새에 휩싸였다. 수소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항모강습단, 전략폭격기 같은 전쟁 이미지가 이 땅을 뒤덮고 있다. 차원이 다른 조치, 더 강력한 대응, 군사적 옵션, 자멸, 최고의 적의, 최강의 무기, 최악의 언어가 좁은 한반도를 가득 메우고 있다. 그러나 세상의 시선을 빼앗는 이런 소란과 불안에도 북핵 문제 해결에 실패했다는 사실은 가려지지 않는다.

이 실패는 북핵 문제를 외면했던 오바마 때문만도 아니고, 남북관계를 단절한 이명박·박근혜 때문만도 아니다. 한·미 모두의 실패이자 트럼프·문재인 대통령 공조의 실패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트럼프는 “한국은 유화적 발언이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며 책임을 전가했다. 대화 거론이 책임져야 할 일이라면 트럼프도 해당된다. 그는 군사적 조치를 언급하는 사이사이 대화론을 불쑥 꺼내곤 했다. 진짜 대화를 했다면 다른 경로가 펼쳐졌겠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의 대화론은 건성이었기 때문이다. 핵미사일 완성을 위해 달리는 북한을 멈춰 세울 만한 것을 그는 내놓지 않았다. 그만큼 무책임했고 무능했다. 한·미 연합훈련 축소인지 아닌지도 애매했고 그런 것조차 대화와 반대되는 신호들에 압도되었다. 보리에 쌀이 몇 톨 섞였다고 쌀이 되는 건 아니다. 북한도 보리와 쌀은 구별할 줄 안다.

이번 핵실험이 분명하게 드러낸 것은 트럼프가 김정은을 제대로 다룰 수 없다는 사실이다. 8월22일 트럼프는 말했다. “김정은이 우리를 존중하기 시작했다. 긍정적인 일이 일어날 수 있다.” 북한을 유인할 만한 어느 것 하나도 내놓지 않은 채 근거 없는 낙관론을 편 것이다. 13일 뒤 긍정적인 일이 아니라, 수소폭탄 실험이란 부정적인 일이 일어났지만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한국 정부는 그런 트럼프와 발을 맞추고 때로는 한발 더 나아가기도 했다. 북한이 미사일을 쏠 때마다 사드 조기 배치, 독자적 대북 제재, 핵잠수함 도입, 미사일 탄두 중량 제한 해제, 전술핵 검토와 같이 군사적 대응으로 일관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북한이 핵보유국의 목표에 다가갈수록 대북정책 목표를 비현실적으로 높게 잡았다. 핵실험 유예도 어려운 판에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폐기를 하자고 트럼프와 합의했다. 중국의 도움이 필요할 때 한·미·일 협력을 강조, 중국을 자극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해명했다. “전략적 목표를 이루기 위한 과정에서 전술적으로 일관성 있게 한길로만 갈 순 없다. 전술적으로 다양한 변화들이 다 전략적 목표에 기여하는 것이다.” 정부의 전략적 목표가 평화적 방법에 의한 핵동결이라고 하자. 그동안 정부가 한 것은 북한 도발 때마다 눈에는 눈식의 일대일 대응이었다. 그게 대북정책의 실체였고 전부였다. 그 때문에 전략적 목표는 하늘 높이 사라져 보이지 않고, 임기응변적 조치들이 현실을 지배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도 전략적 목표가 없었던 게 아니다. 북한의 도발에 일일이 대응하는 데 충실하다 샛길로 빠지고, 목표에서 멀어지는 줄 몰랐을 뿐이다. 몸통이 꼬리를 흔든 게 아니라, 꼬리가 몸통을 흔들었다는 점에서 두 정부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 중요한 순간에 전략적 목표를 놓쳤다는 점에서도 다르지 않다. 중요한 순간이란 말할 것도 없이 핵실험하고 장거리미사일을 발사했을 때다. 실현가능한 전략적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실천적 행동을 해야 할 때가 있다면 바로 그때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전쟁위기, 중첩된 안보위기의 수렁을 박차고 나갈 생각을 않고 있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가 코앞에 닥쳤다. 전술적 변화라는 이름으로 우회할 시간이 없다. 트럼프가 북한 문제를 올바로 학습하고 김정은을 잘 다룰 때가 오기를 기다릴 수도 없다.

이제 우리는 우리 앞에 닥친 위기에 솔직해져야 한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낡은 명분, 비핵화라는 비현실적인 목표를 버려야 한다. 선제적인 한·미 연합훈련 중단으로 대화 국면을 조성, 핵·미사일 실험 중단을 유도하고 핵동결을 이끌어내야 한다. 그런데 훈련은 이제 하나의 이데올로기가 되었다. 핵 문제 해결 기회를 포기하고서라도 지켜야 할 어떤 숭고함이 훈련에 있는 걸까?

6차례나 실패를 반복한 대북정책이 있다면 그건 ‘실패한 방법’이다.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7번째 실패를 각오해야 한다.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빠르면 북한 정부 수립 기념일인 9월9일 경험할 수 있다. 완성된 ICBM 발사일 수도 있고, 7차 핵실험일 수도 있다. 그것도 끝이 아니다. 8번째 실패가 또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9052101005&code=990100#csidx8a1c952990e4b528e1f45a31e801119

수, 2017/09/06-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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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정부로부터 물려받은 외교안보 위기를 문재인 대통령이 잘 헤쳐 나갔으면 하는 기대가 높았던 7월11일. 문 대통령이 말했다. “우리가 뼈저리게 느껴야 하는 것”이 있다고. 그건 “우리에게 가장 절박한 한반도의 문제인데도 현실적으로 우리에게 해결할 힘이 있지 않고, 합의를 이끌어낼 힘도 없다는 사실이다.” 놀라운 고백이었다. 취임 두 달 만의 무력감 토로라니. 북핵·미사일 문제 해결이 쉽지 않음을 강조하려는 과장법이려니 했다. 난제에 직면한 지도자가 한 번쯤 할 수 있는 푸념일 거라고 넘겼다.

[이대근 칼럼]문재인의 힘

두 달이 흘렀다. 한반도 문제가 나아지기는커녕 더 악화되고 그에 비례해 한국은 더욱 존재감을 잃어갔다. 트럼프 추종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널리 펴졌다. 놀랍게도 정부는 이번에도 부인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경수 의원은 모욕을 참고 가랑이 밑을 긴 한신을 문 대통령과 동일시했다. 며칠 뒤인 9월22일 문 대통령이 김 의원 발언을 뒷받침했다. “지금처럼 잔뜩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는 섣불리 다른 해법을 모색하기도 어렵죠. 압박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을 것 같습니다.” 트럼프 추종은 이제 가설이 아닌, 입증된 사실로 확정됐다.

이때만 해도 기대감을 완전히 버리지는 못했다. 정부가 한신처럼 반전의 기회를 노리며 뭔가 도모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한국은 충분히 그럴 역량을 갖고 있다. 한국은 인구, 산업능력, 군사력과 같은 하드 파워로 보나 기업혁신, 문화, 정부, 교육과 같은 소프트 파워로 보나 명실상부한 중견국이다. OECD 가입국이자 여러 국가의 역할 모델이기도 하다. 주변 강국으로 인해 중견국에 걸맞은 역할을 다 하지는 못하지만, 한 세대 전, 한 세기 전과 같이 주변국의 요구를 무조건 따라야 했던 약소국은 더 이상 아니다. 영화 <남한산성>이 굴욕을 감내할 수밖에 없는 약소국의 처지를 새삼 부각하지만 381년 전의 일이다.  

그러나 취임 5개월째인 10월10일 문 대통령은 자신을 둘러싼 의구심과 미련을 깨끗이 씻어주었다. “안보 위기에 대해 우리 주도적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못합니다.” 세 번째다. 우리는 그가 세 번이나 무기력증을 호소했다는 사실을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 그것은 더 이상 푸념도 과장도 아니다. 역전의 순간을 위해 일부러 힘을 감추려는 전략도 아니다. 그의 정직한 안보인식이자 정부 능력에 대한 자가 진단의 결과다. 또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준비하는 것이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 곧 다른 경로가 열리지 않을까 하고 가슴 한쪽에 품고 있는 낙관론을 접으라는 신호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의 무기력증이 전혀 터무니없는 것은 아니다. 북한은 최후의 생존게임을 하고 있다. 자원을 최대로 동원해야 하고 무얼 하든 결사적이어야 한다. 남한이 눈에 들어올 리 없다. 미국은 이번 기회에 북한의 무릎을 꿇리려 한다. 게다가 남의 말 잘 안 듣는 트럼프가 대통령이다. 하지만 이런 북·미 대결 상태도 한국이 손 놓고 물러선 상황을 정당화하지는 못한다. 그 반대다. 한국이 더 많은 힘을 쏟고, 다른 방법을 찾고, 비상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한다.

그런데 문 대통령이 내놓은 해결책은 이런 것이다. ‘긴장이 완화되고 북한이 도발을 스스로 중단하면 그때 근본적 해법을 모색한다.’ 그렇게 기다리면 위기는 누가 해소하나? 문 대통령도, 트럼프도 아니라면, 김정은밖에 없다.

한국의 안보와 미래가 달린 일이다. 북한과 미국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자기 이익을 추구하고 있다면 한국은 왜 그렇게 하면 안되는가? 미국에선 요즘 대안 논의가 활발하다. 트럼프의 외교 멘토 키신저는 주한미군 철수 대가로 중국이 북한을 붕괴시키는 안을 백악관·국무부에 제시했다고 한다. 백악관 실세였던 스티브 배넌은 미군철수와 북핵동결 구상을 말한 적도 있다.

그런데 문정인 대통령 특보는 한·미연합훈련 축소 한마디 했다가 경고를 받았다. 주한미군 철수론은 말할 것도 없다. 그건 한국인이 말할 수 없는 말이다. 미국은 한국인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상을 마음껏 논하는데 한국인은 그러면 안되는 이유를 누가 좀 설명해주면 좋겠다.

김정은도 세계를 흔들었다. ‘당당한 외교’를 하겠다던 문 대통령은 왜 흔들리고 있나? 문 대통령은 광야에 홀로 선 존재가 아니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정부를 이끄는 강력한 통치자, 시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민주사회의 지도자다. 트럼프·김정은이 아니라 문 대통령을 믿고 싶다.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우리의 운명, 우리 손으로 개척할 수 있다. 문재인은 힘이 있다. 그 힘을 보고 싶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10172115025&code=990100#csidx60c975ee78b420e8a028e2384f106b3

목, 2017/10/19-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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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성심병원 노조 설립 때 전율했죠" 첫돌 맞은 '직장갑질119'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
금, 2018/11/16-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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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야, 명환아.

너 때문에 청소 안 했던 것도 아닌데, 삼우제 마치고 돌아와 변기 밑까지 손을 넣어 닦았다. 너 때문에 미뤄뒀던 것도 아닌데, 세탁소에 맡길 겨울 옷들을 모두 꺼냈다. 몇 시간째 쓸고 닦고 꺼내고 넣고 수선을 피웠더니 모든 게 새삼스럽다. 그 사이 우리들한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애써 생각하지 않으면 떠오르지 않는구나. 지난 몇 주, 네 심장을 대신하던 에크모(ECMO)와 깨어날 듯하던 순간들과 포기하던 순간들 간격이 너무나 짧았던 기억까지 모두….

임종의 시간과 장례를 시작하던 시간, 너를 찾아온 많은 이들의 눈물과 입관하러 들어가던 네 낯선 얼굴들까지 모두, 정말, 있었던 일인가 싶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제 네가 없다는 것. 그게 또 떠오르니 뭐 더 청소할 것은 없는지 두리번거리게 된다.

이별이란 원래 갑작스럽다 하더라. 준비된 이별이라고 느긋할 수 없다더라. 이별 앞에 후회하지 않는 사람도 없다더라. 후회는 그래서 뒤늦다 하더라. 이렇게 말하게 돼서 미안하다. 잘해주지 못했다. 그래서 미안하다. 한 겨울 얼음 씹으며 와삭거리는 이유도 묻지 않았다. 다만 유별스럽다 생각했다. 묻기만 했어도 만성신부전증 환자들은 물 한 모금 벌컥 마시지 못해 얼음 씹을 수밖에 없다는 걸 알았을 텐데 말이다.

전화 받지 않는 너를 구박했었다. 부탁한 일인데 책임감 없다 생각했었다. 투석이 얼마나 피 말리는 고통인지 좀 더 세심했으면 알았을 것이다. 괜찮다고 하니까, 진짜 괜찮다 생각하고 말았다. 무엇이든 눈을 빛내며 궁금해 했다. "박진, 이건 뭐냐?"고 늘 조심스레 물었다.

지나친 진지함과 남다른 따뜻함이 부담스러워 건성으로 대답했다. 뭐든지 오지랖이고 언제나 넘친다 생각했다. 12살에 걸린 병, 16살에 홀로 상경해 살아내기 위해 쌓은 조심스러움인줄 몰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성이 자상했던 것을, 사람들 추억을 통해 재구성하고 알았다.

그러지 말 것을... 부질없는 후회의 순간들



▲ 고 엄명환('오렌지가 좋아')님의 빈소 ⓒ 박김형준




각막과 장기 기증 딱지가 네 주민증에 붙어 있었다. '아무렴, 오렌지 답네…' 그런데 2주 동안 제 기능 하지 못한 장기는 남에게 줄 수 없는 상태였다. 숨넘어가던 순간 네 운명을 지키기 위해서 안구 적출 위한 수술대에 올리지 못했다. 살아온 삶만으로도 안구나 장기보다 더 많은 것을 남겼기에 네 유지를 받들지 못했다.

네가 어떻게 살아온 것인지, 장례기간 내내 확인했다. 찾아온 사람들에게 고마웠고 너를 찾게 한 네 삶에 감사했다. "어떻게 사는가, 어떻게 죽는가,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고 장례 오신 분들이 말했다. 죽는 순간까지 많은 이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그런 네가 자랑스러웠다.

2008년 너를 만났다. 광화문 촛불 열기가 잠잠해졌던 때, 수원 작은 촛불에 찾아왔다. 신장병 환자며 수급자라 소개했다. 신장 이식 받았지만 다시 투석중이라 얘기했고 검도 사범이라 말했다. 의료민영화에 반대해서 나왔다 말했다. 꼬박꼬박 출석부에 도장 찍는 너를 보며 다산인권센터에서 자원활동 해 보지 않겠냐 물었다.

그러지 말 것을 그랬다. 그러지 않았다면, 네가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꿈을 꾸지 않았을지 모른다. 이토록 거칠고 메마른 땅에 널 데리고 오지 말았어야 했다. 촛불 들다 사그러질 때 쯤 다른 흥미 거리 찾아 떠났을지 모른다. 네 한 몸 건사하며 하고 싶은 것 하며 살도록 했어야 했다.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을 만나거나, 쌍용차, 용산, 안산, 세상의 모든 현장 속으로… 무거운 사진 가방 메고 이리 뛰고 저리 뛰지 않았을지 모른다.

지난 5월 1일과 2일 세월호 시행령 폐기 촉구 밤샘 집회 사이 캡사이신 흠뻑 맞는 일도 없었을지 모른다. 그 이후 붓기가 가라앉지 않는다 말했는데 그것도 깊이 듣지 못했다. 네 짧은 생에 기름을 부었던 것은 아닌지 아프다. 부질없는 후회의 순간이 너무 많다.

현장을 돌아다니다 피곤하면 피자 한판 먹고 잠든다 말할 때 눈치 챘어야 했다. 신장 환자는 피로하면 안 되고 짠 음식 피해야하는 것을 다 늦은 이제야 알게 되었다. 가방 무게 줄이라고 잔소리 더 했어야 했고, 잠 못 잘 부탁은 하지 말아야 했다. 혹시라도 이렇게 떠나면 어떻게 해줘야 했는지 소상히 들어야 했다. 그 중에 나는 아무것도 한 것이 없구나.

네가 만들고 싶었던 세상, 우리에게 남겨두렴



▲ 오렌지가 떠나기 전, 다산인권센터 앞에서 그의 동료들이 마지막 환한 미소를 짓는 모습 ⓒ 박김형준



지인 만나러 갔다 병원 벤치에서 쓰러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렇게 2주간 깊은 잠에 든 너를 보며, 살려고 그랬나 싶었다. 살려고 오렌지가 병원에서 쓰러진 거야….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시간 동안 보고 싶은 사람들 불러 모으려고 그랬던가 보다. 좋아지는 소식 없이 조금씩 스러지는 네 생명의 시간들, 많은 이들이 다녀갔고 많은 이들이 치료비를 모아주었다. 회복을 기원했다.

쓰러진 지 딱 2주, 6월 10일 오후 2시 40분 영원히 깊은 잠에 들 때 쯤 깨달았다. 오렌지가 보고 싶은 이들이 참 많았음을.

"이 눔의 시키. 민중항쟁의 날 갔네…. 4시 16분…. 4.16시간에 맞추지는 못했네…. 그거 맞출려고 버텼을 거야, 오렌지 답다, 참…"

그렇게 우리를 한 번 더 웃게 해 주었다. 너는.

네 장례식은 발 디딜 틈 없었다. 다산인권, 인권교육 온다, 반올림 식구들, 수원촛불, 수원지역 선후배, 골목잡지 사이다, 인권활동가, 사진작가, 맘편히 장사하고 싶은 상인들, 쌍차, 기륭전자, 삼성전자서비스, 금속노조 삼성지회, 민주노총, 아 뭐 그리 아는 사람들이 많던지… 네 덕분에 알게 된 샘터야학, 신장병 환우회(메르스 때문에 정작 제대로 병문안도, 조문도 못 온 이 분들이 가장 마음 아팠다).

아프고 병중이던 삶이 언제나 걱정과 근심거리였을 가족들에게 마지막 순간, 점수 모두 만회했기를…. 가수 박준씨는 추모제에 달려와 너를 위해 노래를 불러주었다. 꽃다지의 '당부'였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아직 많으니. 후회도 말아라, 친구여. 다시 돌아간대도 우린 그 자리에서 만날 것을."

35살. 살아갈 날은 더 이상 없지만, 다시 돌아간대도 그 자리에서 만나게 될 수 있겠지….

"누구도 알아주지 않았지만, 거기 언제나, 누군가 분명히 있었음을 알게 해준 친구. 그래서 위대한 친구."

누군가 그러더구나. 너를 위한 추모제를 모두 마쳤을 때…. 사실 너는 그렇더구나. 영정들고 다산인권센터 사무실과 수원역, 네가 살던 집, 삼성전자 앞을 지날 때… 너를 모신 유골함 들고 납골묘로 걸어갈 때. 오렌지가 있었으면 이 모든 순간을 빨빨 뛰어다니며 기록했을 거야. 언제나 거기 있었기에 있는 줄도 몰랐던, 너의 부재를 하나씩 발견하며, 웃는 연습도 해야겠지.

참 열심히 살다간 친구, 참 치열하게 싸웠던 동지, 무수한 수식으로 장식할 수 있음을 보내고야 깨달았다. 고맙다. 오렌지. 네가 만들고 싶었던 세상, 우리에게 남겨두렴. 다시는 아프지도 말고 다시는 가난하지도 말고 다시는 외롭지도 않을, 그 세상에서 쉬고 있으렴. 연화장 추모의 집에서 그토록 마음 아파했던 단원고 친구들 만나면 사진 예쁘게 찍어주고… 세상이 그들과 너를 기억하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말해주렴.

고마웠다. 샘터 야학 작은 새 반 명환아, 신장 환우회 1등 팔뚝감 엄명환, 다산인권센터와 수원촛불, 반올림의 오렌지.

굿나잇 굿럭(Good Night Good Luck). 참 잘 살다 갔구나. 명환아, 오렌지야.


2015. 6. 15 오마이뉴스
박진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

<원문보기>

명환아, 오렌지야... 너 참 잘 살다 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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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2015/06/15-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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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위와 같이 활동하고 있는 김한울 노동당 서울시당 사무처장은 "무악제2구역은 일제시대부터 100년 동안 일제와 독재정권에 의해 핍박받아 온 이들의 간절한 마음이 깃들어 있던 곳"이라며 "한 번 사라지면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역사문화 자원의 훼손에 (종로구청이) 분별없이 손을 들어주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서울시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는 서울성곽과 서대문형무소의 주변 환경을 이루는 중요한 역사적 가치를 가지고 있는 지역임에도 아파트 재개발을 계속 추진하는 것은 공공의 역사문화 자원을 훼손하거나 훼손을 방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마이뉴스, 김경년, 2015-7-5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124227&PAGE_CD=ET000&BLCK_NO=1&CMPT_CD=T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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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2015/07/0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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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울 노동당 서울시당 사무처장은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김영종 종로구청장은 지난 2일 재개발을 반대하는 주민비상대책위 측과의 면담에서, 비대위 측의 검토를 충분히 진행한 후에 인가 고시를 하겠다고 약속했으나 물거품이 됐다"고 허탈해했다.


오마이뉴스, 김경년, 2015-7-10

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126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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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2015/07/13-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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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피 연아’ 이후에도 변함없는 대한민국

[유엔 자유권 권고 짚어보기⑤] 박대성, 홍가혜, 박정근, 차경윤의 시간들

글 | 박경신(오픈넷 이사/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지난 10월 22일~23일 스위스 제네바에서는 지난 9년간 한국의 전반적인 시민적, 정치적 권리 실태를 점검하고 권고를 내리는 유엔 시민적 정치적 권리규약위원회(아래 유엔 자유권위원회)가 열렸습니다. 자유권 위원들은 정부, 국가인권위원회, 시민사회단체들이 제출한 보고서를 바탕으로 한국 정부의 자유권 규약 이행에 대해 심의하고 지난 11월 5일 최종 권고를 발표했습니다.

유엔에서 내린 권고는 국내에서 어떠한 의미가 있을까요? 국제사회에서 바라보는 한국의 자유권 실태는 어떠할까요? 국내 83개 인권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유엔 자유권 심의 대응 한국 NGO 모임은 6회에 걸쳐 유엔 자유권 권고를 짚어보는 기사를 게재합니다. – 기자 말

 

‘회피 연아’ 올렸다고 검찰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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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인터넷에서 논란이 된 ‘회피연아’.
ⓒ 화면캡처 관련사진보기

 

“2010년 12월 전기통신기본법 47조의 허위사실유포죄가 위헌판정을 받았는데도 계속 온라인표현에 대해 형사처벌이 가해지는 이유가 무엇인가. 이와 관련하여 명예훼손죄를 개정할 의사는 없는가.” (대한민국 쟁점목록 23번, 이 전기통신기본법 조항으로 치러진 역사상 유일무이한 재판이 바로 “미네르바” 박대성씨에 대한 형사재판이었다. 필자가 형사재판과 위헌소송에서 참고인진술을 했는데 “유언비어유포죄같은 것은 유신 때나 짐바브웨 같은 곳에만 있는 것”이라고 증언하자 “감히 우리나라를 짐바브웨에 비교한다”며 붉으락 푸르락 하던 공판검사가 기억난다. 재판실황을 담은 2009년 4월 연합뉴스 기사가 이상하게 접속이 안 된다.)

“[명예훼손 비형사와 관련되어] 징역형은 절대로 명예훼손에 대해 적절한 벌이 될 수 없다… 왜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를 비판하는 언사가 허위라는 이유로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었는가? (샤니(Shany) 위원 10월23일 질문. 홍가혜씨는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양홍석 변호사의 변호와 사단법인 오픈넷의 소송지원 속에서 102일 동안 감옥에 있다가 풀려났고 현재 항소심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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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4년 12월 2일 목포지법 형사 2단독 장정환 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을 마치고 홍가혜씨와 양홍석 변호사가 법정을 나서고 있다.
ⓒ 이영주 관련사진보기

 

“국가보안법이 명확성의 원칙을 위반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그 재판소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입장과 충돌한다. 우리 위원회는 국가보안법 제7조에 의거하여 북한정부 트위터 계정의 정보를 배포했다고 해서 처벌당한 사람에 대한 정보를 받았다. (샤니(Shany) 위원 10월23일, 박정근씨도 100일을 감옥에 있다가 풀려났다. 필자가 형사재판에서 참고인진술을 할 때 검찰이 6백 개 정도의 북을 조롱하는 트윗은 백안시하고 2백여 개의 북한 정부 계정 리트윗만으로 박정근씨를 기소한 것에 대해 “모나리자의 얼굴을 가리고 ‘얼굴없는 괴물’이라고 공격하는 꼴”이라고 진술했던 기억이 난다.)

“대한민국 정부는 모든 감청 및 통신부대정보(예를 들어, 통신자 신원정보) 취득은 법원의 동의 하에서만 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특히 전기통신사업법 상에 거의 무제한적으로 제공되고 있는 통신가입자 신원정보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가 왜 이행되고 있지 않는가?” (이와사와(Iwasawa) 위원, 10월22일. 차경윤씨는 ‘회피연아’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렸다는 이유로 신원이 수사기관에 공개되어 경찰수사를 받기까지 했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는 영장없는 공개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고 결국 2012년 10월 모든 포털들은 영장없는 정보제공을 중단했다.)

 

대한민국은 여러 국제인권협약들의 당사국이며 그 중에서 대표적인 것이 시민정치적권리에 대한 규약(소위 ‘자유권규약’)이다.

UN인권위원회는 이 규약을 각 당사국이 준수하고 있는지를 감시하고 위반사항에 대해서 권고를 내리는 정기심사를 4~5년에 한번씩 실시한다. 올해는 대한민국이 심사를 받는 해였고 실제 심사는 지난 10월22일과 23일에 걸쳐 실시되었다. 대한민국이 한번을 빼먹어서 9년 만에 처음하는 것이어서 이제는 한참 잊혀진 MB정부의 추억들 그리고 그 주인공들까지 소환되었다.

이들의 사연이 시간이 이렇게 지난 지금 머나먼 제네바에서 UN인권위원을 역임하고 있는 몇 명의 법학교수들에 의해 파헤쳐지고 있다는 사실을 이들은 알고 있을까? 그들의 사연이 불어, 스페인어, 영어, 우리말 4개 국어로 정부대표들과 인권위원들의 헤드셋 너머로 번역되어 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위의 발언들을 듣는 순간의 감동은 시간이동을 한 듯한 몽롱함과 함께 특별한 기억이 될 것 같다.

UN인권위원회에서는 대한민국과 관련해서는 보통 국가보안법, 양심적 병역거부자 문제가 주로 거론되는데 이번에는 프라이버시와 표현의 자유 침해 상황에 대해서 강력한 권고를 내렸다. 첫째 진실인 언사에 대해 명예훼손 형사처벌을 가하지 않을 것(형법 307조1항)과 둘째 통신자 신원 파악을 영장없이 할 수 있는 통신자료제공(전기통신사업법 83조3항)도 폐지할 것을 권고했다.

UN인권위원회는 오래 전부터 권위주의 정부들이 명예훼손 형사처벌을 이용해서 비판세력을 탄압하는 위험 때문에 명예훼손을 비형사화할 것을 권고해왔다. 검찰을 동원하여 정부정책이나 권력자에 대한 비판자를 탄압하는 기능을 해왔기 때문이다. 여러 차례 권고를 거듭하다가 아예 2011년에는 일반논평 34호를 발표하여 모든 UN자유권규약 회원국들에게 명예훼손의 비형사화를 고려할 것 그리고 명예훼손에 대한 징역형과 진실에 대한 모든 명예훼손 형사처벌을 폐지할 것을 요구하였다.

그 이후 처음으로 2015년 대한민국에 대해서 이를 준수할 것을 다시 권고한 것이다. 이 권고에 앞서 2008년 이후 <PD수첩> 광우병 보도팀 수사를 필두로 천안함, 세월호, 대통령 가족사 등 공적 사안에 대해 정부가 국민을 입막음한 수많은 사례들이 참여연대에 의해 UN인권위원회에 보고되었었다. 특히 참여연대 공익법센터가 2차례에 걸쳐 발행한 <국민입막음 소송 보고서>가 번역되어 제출되었었다. 또 <프리덤하우스> 조사에서 수년째 OECD국가 중 터키와 멕시코와 함께 유일하게 ‘부분자유국’으로 분류되고 있다는 점도 위원들이 알고 있었다.

 

진실 말해도 유죄… 명예훼손죄 이대론 안 된다

특히 이번에 UN인권위원회는 진실명예훼손 폐지에 있어서, 모든 진실명예훼손죄를 면책하지 않고 ‘오로지 공익을 위하여’ 발설한 진실만을 면책하는 우리나라 형법 307조1항은 불충분함을 확실히 천명하였다. 즉, 진실이라면 그것이 공익을 위한 것이든 아니든 명예훼손을 이유로 형사처벌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형법 제307조와 제310조와 관련하여, 어떤 상황에서 진실을 말한 사람이 명예훼손으로 형사처벌 될 수 있는가. 제310조 상의 “오로지 공익을 위하여’라는 요건은 너무 협소하다. 공공사업 발주 비리를 폭로한 사업가는 그 폭로가 공익에도 도움이 되지만 자신에게도 도움이 되므로 진실항변의 혜택을 볼 수 없다는 것 아닌가? (샤니 위원, 10/23) .

실로 가뭄에 단비같은 권고가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 진실이 명예훼손으로 처벌받는 사례들은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너무나 많다. 예를 들어, 2004년에 임금을 체불한 고용주의 업장 앞에서 임금체불 사실을 적은 피켓을 들고 있었다는 이유로 명예훼손 유죄 확정판결이 내려졌고, 의약품 대리점이 제약회사들의 갑질을 고발하는 팩스를 언론 등 관련기관에 팩스로 보낸 것에 대해서 역시 유죄 확정판결이 내려졌다.

2013~2014년에는 아파트 노인회 간부가 회원들을 상대로 폭언 및 폭행을 하여 동행자가 폭행으로 유죄판결을 받았음에도 피해 회원이 인터넷에 당시 상황을 거짓없이 올린 글에 대해서 역시 유죄판결이 내려졌고, 군소기업에서 경리로 일하던 여직원이 고용주의 언어폭력에 못이겨 퇴사하면서 고용주의 만행을 적은 글을 사무실 주변에서 자주 다니던 식당 직원들에게 유인물을 배포했다는 이유로 역시 명예훼손 유죄판결이 내려졌다.

피켓이나 팩스의 내용, 인터넷글이나 유인물에 어느 것 하나 허위라고 밝혀진 것도 없었고 허위라는 기소도 없었다. 이러한 소소한 일도 형사처벌을 무릅쓰고 해야 하니 민주주의가 필요로 하는 국민의 소통은 얼마나 억눌려 있을 것인가. 도대체 진실도 이렇게 처벌할 수 있다면 모든 대화를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인가?

일본도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진실명예훼손죄가 있기는 하지만 타인의 위법행위를 밝히는 진실한 언사나 공무원에 대한 진실한 언사는 면책되며 일반적으로도 “오로지 공익을 위하여”라는 엄격한 요건이 아니더라도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실에 관계”되기만 해도 면책이 된다.

제230조의2 제1항 “전조 제1항의 행위가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실에 관계되고, 또한 그 목적이 전적으로 공익을 도모하는데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실의 진부를 판단하여 진실인 것의 증명이 있는 때는 이를 벌하지 아니한다”

제230조의2 제2항 “전항의 규정의 적용에 있어서는 공소제기에 이르지 아니한 사람의 범죄행위에 관한 사실은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실로 본다”

제230조의2 제3항 “전조 제1항의 행위가 공무원 또는 공선에 의한 공무원의 후보자에 관한 사실에 관계되는 경우에는 사실의 진부를 판단하여 진실인 것의 증명이 있는 때에는 이를 벌하지 아니한다”


이와 관련하여 2015년11월20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하태훈 교수는 “위법행위를 저지른 사람은 이미 명예가 공식적으로 훼손되어 있으므로 이 사실을 밝혔다고 해서 더 훼손되는 명예가 없으므로 무죄판결이 내려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평 교수는 진실을 억제함으로써 지켜지는 명예는 ‘허명’이라고 부른다. 필자는 위선이라고 부른다. 적어도 일본만큼은 했으면 좋겠다.

 

교회 홈페이지도 감청 설비 갖춰야 하나

또 매년 1천만명 넘는 사람들의 신원정보가 법원의 영장도 없이 수사기관에 넘어가고 있다. 수사기관이 수사와 관련하여 특정전화번호, 계좌번호, 온라인글을 발견하면 계정소유자나 글작성자를 찾기 위해서 하는 것인데 2014년 캐나다 대법원의 위헌판결에도 나왔듯이 이 절차에서 신원정보만 드러나는 것이지만 ‘누구와 언제 통화를 했다’, ‘누구에게 얼마를 입금했다’, ‘어떤 내용의 글을 썼다’라는 전제사실이 이미 알려진 사람의 신원정보가 드러나는 것이기 때문에 프라이버시 침해는 마찬가지이다. (A의 신원정보 + A의 통신행위 및 내용)이 원래 영장이 필요하다면 이 두가지를 어느 순서로 받더라도 영장이 필요한 것이다.

사람들은 익명으로 태어난다. 익명으로 서로 대화할 권리가 있고 원할 때 자신의 신원을 드러내고 대화를 할 권리가 있다. 수사기관이 신원을 강제로 확인하고자 한다면 영장주의에 따라야 한다. UN인권위원회는 이 원칙이 국제인권법의 일부임을 확인한 것이다. 이외에도 기지국수사도 남용되지 않도록 원칙을 절차를 마련할 것을 요청하였다.

안타까운 것은 인권위원회가 열린 당시에는 잠잠했던 감청설비의무화 법안이 파리테러 사태 이후 ‘단 하나의 위기도 낭비할 수 없다’는 의지를 가진 정치인들에 의해 다시 추진되고 있는데 UN인권위원회 권고에서는 빠져 있다. 사실 쟁점목록에도 들어가 있었는데 “현재 진행중인 인권침해를 막는 것이 더 중요하다”라는 판단 하에 로비할 때 중점적으로 하지 않은 이유도 있었을 듯 하다. 뭐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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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가 지난 2014년 10월 13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발생한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에 대한 수사당국의 검열 논란에 대해 공식 사과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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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워서 한마디 붙이자면, 지금 나와 있는 감청설비의무화법을 주창하시는 분들은 “다른 나라들 다 하는데 우리나라도 해야 한다”라고 주장하시는데 다른 나라들은 SK, KT같이 국가의 특허를 받은 망사업자들에게만 설비의무를 부과하는 것이지 Daum, 네이버, 카카오톡 같이 망 위에서 자유롭게 제공되는 서비스에게 설비의무를 부과하지 않는다. 지금 감청설비의무화법안들이 바로 그렇게 하고 있는데 이것들 중 하나가 통과되면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가 될 것이다. 같은 논리라면 메일서비스를 제공하는 교회홈피, 학교홈피, 동창회홈피들도 한발짝만 더 나가면 다 감청설비의무 갖춰야 하는 가공할 상황이 다가온다.

사실확인하는 김에 하나만 더. 법무부가 10월22일 대한민국 심사 기조연설에서 한국정부의 인권보호노력을 소개하면서 “UN인권최고판무관(UN Office of Higher Commissioner of Human Rights, OHCHR이라고 부름. UN인권위원회, UN인권이사회, 29개의 UN인권특별보고관 등의 총괄적 사무지원을 함)이 발행한 인권매뉴얼이 번역되었다”고 언급했는데 이건 정부가 한 일이 아니다. 평판사들의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가 99명의 판사들의 참여로 발간하였고 발간비용을 대법원으로부터 지원받은 것이다.

* 이번 자유권 심의에 참가한 한국 NGO 대표단은 오는 11월 25일(수) 오후 7시, 서울시 시민청 워크숍룸에서 ‘유엔, 한국 인권에 대해 말하다 – 한국 자유권 대응 시민사회 활동 보고대회’를 개최한다.  ☞자세한 내용은 여기로

 ○ 편집ㅣ박순옥 기자

* 위 글은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글입니다. (2015. 11. 23.)

화, 2015/11/24-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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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월요일 오마이뉴스에서 제작하는 팟캐스트 <장윤선·박정호의 팟짱>에 참여연대 안진걸 협동사무처장이 출연합니다.

 

1/25 이번회는 "청와대 청부서명, 재벌 앞잡이인가" 입니다.

 

 

※ 플레이어가 보이지 않는 경우 : http://www.podbbang.com/ch/8155?e=21885320
※ 유튜브로 듣기 : https://youtu.be/yvH1HnGPCZM

월, 2016/01/2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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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선박정호의팟짱-김광진-안진걸-시민의정치.jpg

 

매주 월요일 오마이뉴스에서 제작하는 팟캐스트 <장윤선·박정호의 팟짱>에 참여연대 안진걸 협동사무처장이 출연합니다.
 
2/15 이번회는 "홍용표, 북한 세입세출 모르고 메가톤급 발언" 입니다.

 

 

* 플레이어가 보이지 않는 경우 : http://www.podbbang.com/ch/8155?e=21902749

월, 2016/02/15-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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