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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 만나는 것이 너무 좋아요"

금, 2016/02/05- 17:51 익명 (미확인) 에 의해 제출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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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는 여성지나, 주간지 뭐 그런데서 연예인들이나 하는 건 줄 알았지, 저 같은 사람한테 인터뷰 요청이 올지는 몰랐어요.”

만나서 인사를 하자 마자 겸손하게 시작됐던 인터뷰는 금방 왁자지컬 수다떨기가 됐다.

  

이윤희 지부장은 20043월에 학교에서 처음 일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배식 업무를 맡았는데 하루에 3시간만 일할 수 있었다. 그래서 하루종일 일할 수 있는 급식실의 조리종사원이 배식원들에게 일종의 선망의 직군이었다고 한다.

 

7개월 정도 배식업무를 하다 마침내 급식실에 들어갈 수 있는 기회가 왔다.

내 적성에 맞는지 안 맞는지도 모르겠고, 하고는 싶지만 또 막상 두렵기도 해서 한참을 고민하다 조리종사원으로 하게 됐어요그 때가 200410월이었다.

 

그런데 막상 들어간 조리종사원의 노동강도는 상상 이상이었다. 식자내는 여성이 들기에 버거웠고 고기는 너무 크고 무거워서 다루기도 어려웠다. 그걸 찧고 빻았다. 고온의 조리기구와 씨름을 하면 겨울이고 여름이고 지치고 나자빠지기 일쑤였다. 한 여름에는 너무 힘들어 일을 마치고 나면 탈진지경이었다.

온 몸을 쓰니 안 아픈데가 없었어요. 눈물도 많이 흘리고 급식실에서 도망가고 싶었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어요

 

그렇게 고생해서 받은 월급이 당시에 53만원이었다. 수당이나 상여금은 꿈도 꾸지 못했다. 같은 학교에서 일하는 교사나 교육공무원들이 명절에 상여금을 받아도 흔한 식용유하나 집에 들고 가지 못했다.

 

그런데 하루는 학교에서 취업규칙을 변경하는데 서명을 하라는 거예요. 내가 잘 알지도 못하는 종이에 서명하라니 못하겠다고 했죠” 20104월의 어느날이었다.

그게 시작이었다. 조리종사원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취업규칙이 바뀌는데도 사전 설명없이 일방적이었다고 했다.

 

그래서 학교비정규직들이 모여서 모임을 만들고 노조라는 것을 시작했다.

그 작은 시작이 20161월에는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올해 제가 받은 급여가 150만원 정도예요. 노조 하면서 노동조건이 많이 좋아졌죠. 우리도 복지포인트라는 걸 쓰게 됐고 적지만 추석과 설에는 상여금도 나오고요

(2016년 현재 인천교육청은 학교비정규직노동자들에게 년 최대 45만원의 복지포인트와 2017년까지 연 2회 50만원씩의 상여금을 지급하고 있다.)

 

노동에 대한 자부심이 생겼다.

노조를 하고 나서 할말은 하게 됐어요. 억울한 일을 당하고 혼자 끙끙앓고 울다가 이제는 직접 얘기할 수 있게 됐어요. 학교에서 가장 천대받는 비정규직이 교장선생님과 직접 면담도 할 수 있게 됐어요

이윤희 지부장은 무엇보다도 노동조합을 하면서 변화에 대해 직접 느낄 수 있어서 좋다고 한다.

제가 직접 뛰어 다녀서 학교 현장의 작은 변화가 오는게 너무 좋습니다. 학교를 방문하고 조합원을 만나고 그들의 얘기를 듣고, 때로는 같이 울기도 하면서 조금씩 우리가 발전하고 있다는게 행복하죠

 

물론, 노동조합이 항상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도 그걸 잘 알고 있다.

학교에는 수십개의 다양한 직종의 비정규직이 있어서 그들의 모든 요구를 다 들어주기 힘들어요. 그러다보면 서운한 것도 생기고 서로 상처를 주기도 하죠.”

그래서 힘들어서 노동조합 간부를 포기한 적도 있다고 했다. 낮에는 학교에서 온 몸이 부서져라 일하고 밤에는 회의하랴, 집회하랴, 조합원 만나면서 몸도 마음도 지쳤다고 했다.

도망갔어요. 2년을 도망갔는데 다시 작년에 활동을 시작했어요. 학교 현장을 다니는게 좋고 조합원을 만나는게 좋아서 다시 돌아온거죠

   

 

지난해 지부 조직위원장이라는 직책을 맡아 다시 활동을 시작하고 조합원이 두배가 늘었다. 매일 학교를 찾아가서 선전전을 하고 직접 가입을 권유한 효과다.

 

새로운 목표도 생겼다. 아직도 고용이나 노동조건에서 소외받는 스포츠강사나 영어회화전문강사 등을 노동조합 울타리에서 자유롭고 고용불안없이 평화롭게 일하게 하고 싶다고 한다.

일하는 사람의 의욕을 꺾는 종사원이라는 표현대신 실무원같은 대체 용어를 써서 학교비정규직 노동자의 자부심을 올리는 것도 그가 하고 싶은 일이다.

 

“‘노동조합자도 몰랐어요. 우리 처우만 개선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게 우리 학교비정규직 문제만이 아닌 것도 알게 됐어요. 그 동안 공공운수노조에서 정말 많은 혜택과 도움을 받았는데 이젠 공공운수노조에게 도움이 되는 교육공무직본부를 만들고 싶어요

그가 공공운수노조 인천본부 부본부장을 선뜻 하겠다는 이유다.

 

교육공무직본부 인천지부는 올해 공공운수노조 대의원대회에서 모범조직상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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