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콘텐츠로 건너뛰기

[시론] 위안부 지원 중단만 문제 아니다

지역

[시론] 위안부 지원 중단만 문제 아니다

익명 (미확인) | 목, 2015/11/12- 20:07

[시론] 위안부 지원 중단만 문제 아니다

 

지난 8월 중앙정부가 사회보장위원회 논의 결과라며 사회보장 유사중복사업 정비계획 지침을 각 지자체에 시달하면서 사회복지분야에 파란이 일었다. 지자체의 사회보장사업 중 1차적으로 약 1,500개 사업을 적시하여 중앙정부 사업과 유사ㆍ중복이 있으니 정비 계획을 마련하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에 협조하지 않는 지자체는 행정적으로 규제할 것임을 예고하였다.

 

정비대상 사업들은 지자체의 중증장애인 활동지원, 저소득층 건강보험료 지원, 노숙인 거리 상담, 집수리 및 주거 지원, 자활근로나 취로사업, 장애인과 저소득층의 월동난방비 지원 등이다. 심지어 위안부 할머니에 대한 생활지원금 지원도 정비대상 사업에 포함됐다. 당연히 많은 지자체가 반발했고 권한쟁의 소송, 사회복지계와 시민단체의 규탄이 이어졌다.

 

복지부는 지자체 컨설팅을 통해 절감 예산을 사회복지에 재투자하거나 반드시 필요한 사업은 폐지하지 않도록 유도하고 있다며 이번 조치가 복지사업 축소가 아니라고 발뺌한다. 11일 열린 사회보장위원회 회의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복지 지출이 늘어나는데도 국민들의 복지 체감은 낮다”면서 그 책임을 중앙정부와 별개로 지방정부가 시행하는 복지제도의 비능률로 돌려 사보위를 통해 강력하게 사회보장 유사ㆍ중복사업 정비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유사ㆍ중복사업 정비를 추진하는 중앙정부의 인식과 정책 방향은 국민의 복지 체감 증진이나 복지사각지대 해소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보위의 유사ㆍ중복성 판단은 중앙정부의 관점에서 지방정부의 복지제도를 형식적으로 재단하는 심각한 오류가 있다. 중앙정부가 중복성 있다며 정비 대상 목록에 포함한 복지사업들은 대부분 중앙정부 복지사업의 대상 폭이 너무 제약되었거나 혹은 제공되는 수급의 양이 복지 수요에 턱없이 모자라기 때문에 지방정부가 ‘보완’ 성격으로 645만명의 취약계층에게 실시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자체는 중앙정부가 제공하는 활동 지원 시간만으로는 부족한 중증장애인에게 추가적으로 지원을 한다. 노숙인도 중앙정부가 운영하는 일부 시설이나 알코올 상담 프로그램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해 지자체가 거리 상담이나 응급 보호를 위한 현장 프로그램 등을 실시하고 있다. 중앙정부가 보호하지 못하는 사각지대 상당 부분을 지자체가 감당해 왔는데, 이런 사업을 ‘비효율’이라고 낙인 찍는 것은 어처구니가 없다.

 

중앙정부가 유사중복사업으로 정비하겠다는 지방정부의 복지예산은 9,900억 원으로 지난해 지방정부 총 예산 164조원의 0.6%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것이 지방재정을 파탄시키고 복지 예산 과중의 주 요인이라고 호도하고 있다. 지방정부가 어려움에 직면한 실제 원인은 지방재정 수입은 늘지 않는데 기초연금, 3~5세 누리과정을 포함한 무상보육 등 중앙정부가 감당해야 할 예산 부담을 떠안은 측면이 적지 않다.

 

현 정부가 강조하는 복지 체감 증진과 복지사각지대 해소를 위해서는 복지 중복보다 ‘누락’ 문제에 먼저 집중해야 한다. 양극화, 저출산, 고령화 등으로 당연히 늘어나는 복지 수요에 대응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예산ㆍ정책 의지로 대응하기 때문에 복지 체감이 낮은 것이다. 중앙정부가 지자체의 자체 복지사업 예산을 절감해 이것으로 복지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방편을 만들어보겠다는 그릇된 생각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위안부 할머니의 생활지원금을 삭감하고, 80대 노인에게 추가 지원되는 몇 만원의 장수수당을 폐지하는 것은 복지사각지대를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키우는 것이다. 사회보장 심의조정 기능은 지자체 사업의 폐지ㆍ축소가 아니라, 헌법에 명시됐듯 국민들에 대한 사회보장 증진 의무가 있는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협력을 통해 복지사업을 확장ㆍ촉진하는 데 이바지해야 한다.

 

남기철 동덕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남기철 동덕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부위원장

 

* 이 글은 2015년 11월 12일 한국일보에 기고한 글입니다. 원문보기>>

시민들의 의견

댓글 달기

Plain text

  • 웹 페이지 주소 및 이메일 주소는 자동으로 링크로 전환됩니다.
  • 줄과 단락은 자동으로 분리됩니다.
  • 사용할 수 있는 HTML 태그: <a href hreflang> <em> <strong> <cite> <blockquote cite> <code> <ul type> <ol start type> <li> <dl> <dt> <dd>
이미지
무제한 수의 파일을 이 필드에 업로드할 수 있습니다.
50 MB 한계입니다.
허용된 유형: png gif jpg jpeg.
Enter the YouTube URL. Valid URL formats include: http://www.youtube.com/watch?v=1SqBdS0XkV4 and http://youtu.be/1SqBdS0XkV4.
CAPTCHA
스펨 사용자 차단 질문

복지구조조정 속에 사라진 기초보장의 권리

 

남기철 (동덕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최근 공무원 연금, 무상급식 등 사회복지와 관련된 몇몇의 이슈가 연일 뉴스의 맨 처음을 장식할 만큼 뜨거운 사회적·정치적 쟁점이 되고 있다. 공통점이라면 이미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던 기존의 복지 프로그램에 대해 보수적 정치세력이 복지축소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간 우리나라 사회복지의 절대적 빈약성 때문에, 새로운 복지제도나 프로그램을 도입하거나 확충하려는 시도가 쟁점화되어왔던 것과는 정 반대의 양상이 연출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 연달아 직면하는 공통적인 사회복지 상황이다. “모든 노인에게 2배의 기초노령연금을 지급하겠다”던 공약으로 노인층의 스타가 되었던 대통령의 행적으로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반복지적 움직임이다. 물론 이 기초연금 공약도 허공에 날아가버린지 오래이다. 연금이나 학교급식의 이슈에 비해 다소 조용히(?) 진행되어버린 또 하나의 주요한 이슈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 대한 것이다. 불행히도 이 역시 복지의 보강이라는 방향이 아니라 복지의 후퇴라는 방향으로 진행된 사건이라는 점에서 현 정부의 일관성을 보여주는 사건이라 하겠다. 

 

지금 이 순간에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큰 변화를 겪고 있다. 그간의 최저생계비와 연계된 통합급여체계의 시대를 뒤로 하고, 개별급여와 ‘급여기준선’에 토대한 제도체계로 변화하고 있다. 얼핏 듣기에 공공부조제도의 전문적 기술사항의 변화로 보인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그간 시민사회에서 기초보장제도의 개혁을 요구해왔던 결과가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도입 이후 수급자와 수급자로 선정되지 못했던 비수급 빈곤층 사이의 공공지원의 격차, 광범위한 사각지대의 문제, 최저생계비를 절대적 방식으로 계측하면서 계속 그 수준이 하락되어왔던 문제, 비현실적으로 낮았던 주거급여 등의 문제에 대한 비판들과 개선요구가 존재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과 현재의 제도개편 방향은 시민사회가 요구해왔던 개선과는 전혀 다른 내용과 방향이며 너무나 개탄스러운 것이다.

 

첫째, 통합급여에서 개별급여로 전환되었다고 정부는 표현한다. 그런데 애초에 개별급여 주장이 나타났던 이유는 수급자가 아닌 차상위층 등의 경우에도 (생계급여는 받지 않지만) 주거나 의료 등의 영역에서 폭넓은 사회보장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이번 개편은 주거나 의료급여의 확대라기보다는 생계급여의 대상과 보장수준을 축소하는 결과로 귀결되어버렸다.

 

둘째, 대상자 선정 기준에서 절대빈곤에서 상대빈곤으로의 방식전환을 표방하였다. 기존에 시민단체에서는 (수백 가지의 물품가격을 더한 전물량방식으로 측정하는) 절대빈곤선 방식의 최저생계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왔던 바 있다. 이는 수급자 혹은 빈곤층의 생활과 필수품에 대해 ‘비현실적으로 규격화’하는 방식이라 문제가 있고, 그 수준 역시 너무 낮아서 일반적 생활 모습과의 격차가 커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번 개편은 상대빈곤을 표방하였다고 하지만, 중위소득 대비 너무 낮은 수준을 그 기준으로 삼고 있다. 또 중위소득 산정방법마저도 예전에 일반적으로 논의해왔던 자료들과는 다른 방식을 채택하는 꼼수를 부렸다. 여러 편법을 동원하여 결국 상대빈곤선 측정방식을 도입하되, 그 수준은 매우 낮은 수준으로 제약하고 있다. 결국 상대빈곤방식으로의 전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어버렸다.

 

셋째, 주거급여를 독립된 방식으로 도입하였으나 그 실제 운영에서 별도의 전달체계 라인을 만드는 것에 집중하고 있어 사실상 공급자 이해관계 위주의 개편이 되고 있다. 이는 비용의 문제, 일선 현장성이 없는 제도의 운영 등 부작용을 유발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넷째, 가장 중요한 문제로 권리성의 삭제이다. 그간 학교의 강의 등에서, 15년 전 생활보호제도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로 바뀌었을 때, 그 가장 큰 의미는 국민이 최저생계비 이상의 생활수준을 보장받도록 한다는 근대적 권리성 공공부조제도가 만들어졌다는 점이라고 교육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최저생계비가 사실상 실효성이 없는 개념으로 바뀌면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임의적 복지프로그램 중 하나로 전락하였다. 최저생계비 이상의 보장수준에 대한 국민의 권리성이라는 부분이 사실상 없어졌고, 예산 논리에 따라 얼마든지 국가가 축소나 철회시키는 것이 가능하게 되어 버렸다.

 

이번 개편은 결국 제도개편의 필요성이 제기된 원래의 방향(실질적 보장수준의 강화, 사각지대의 해소)에 대해 접근해가는 것이 아니라 엉뚱한 방향으로 궤도를 이탈하고 있는 것이다. 궤도의 이탈은 빠른 시간 내에 바로잡아야 한다. 이탈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가야할 길과 멀어져 바로잡을 수 없는 상황에 맞닥뜨린다.

 

우리나라의 빈곤문제에 대응하는 소득보장 체계가 가지는 특성 중의 하나가 공공부조제도 비중이 너무 높다는 것이었다.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이 개선은 공공부조제도의 지원이 필요한 계층을 줄여가는 소득보장 체계의 정상화, 즉, 연금제도, 각종 수당, 임금체계 등의 개편과 보강을 통해서 관철되어야지 무조건 공공부조제도의 축소를 통해 해결할 문제는 아니다.

 

이번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개편은 광범위한 복지사각지대의 빈곤층에 대한 복지지원 내실화를 시도하였다기 보다는 명백하게 “불필요한(?) 복지지원의 구조조정과 축소”를 겨냥한 것이라 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정부는 ‘세 모녀법’이라는 범주 안에 이번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개편을 섞어 넣었다. 민생지원이라는 범주에 포함될 수 없는 개악임에도 불구하고 현란한 수사를 사용하여 마치 ‘보강’인 것처럼 포장하고 있다. 이번 개편내용을 기계적으로 적용해보아도 세 모녀 사건은 예방이 가능하지 않다. 세 모녀 사건을 포장지 삼아 오히려 복지구조조정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어찌되었건 시민사회와 친복지 진영은 이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고, 더 큰 다른 유사한 이슈들에 묻혀 빈곤층에 집중된 사안인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권리성 해체는 정부와 보수정당의 이해관계 속에 무난히 진행되어 버렸다.

 

시민사회는 무엇을 해야 할까? 몇 년 전까지 시민사회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개선과 관련하여 광범위한 사각지대의 해소와 보장수준의 향상을 요구해왔다. 이러한 기조 속에서 최저생계비 상승과 측정방식 변화, 부양의무자 기준의 철폐, 탈수급 저해요인인 차상위층 이상에 대한 부분적 지원방식(개별급여)의 보강이나 소득공제제도 보강을 요구해왔다. 허무하게도 이번 정부의 제도개편은 이런 흐름과는 정반대의 구조조정 측면에서 ‘개별급여‘와 ’최저생계비‘ 이슈를 다루었다. 그리고 국민의 복지권이라는 것을 해체하는 결과를 낳았다. 또한 정부는 행복이음 등 전산망을 통해 부정수급을 줄이겠다는 감시적 전산망 운영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당분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관련된 시민사회단체의 활동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제도개선 요구의 기초가 되었던 ‘권리성 공공부조’의 기반 자체를 상실하였기 때문이다. 이제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특정 부분에서 보장수준을 높이려 했던 미시적 활동에 집중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현 정부는 복지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비용의 축소’와 ‘권리의 해체’를 도모하고 있다. 때문에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권리성을 ‘회복’하려는 시민사회는 기초보장제도 자체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닌 보다 넓은 연대의 활동에 참여하여야 할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지금은 보편적 복지국가의 지향 혹은 복지국가운동이 선별주의적 제도의 전형인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살리는 가장 좋은 길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정치권에 많은 것을 위임할 수는 없다. 정부와 여당은 말할 것도 없고, 불행히도 야당 역시 최근의 복지의 권리 해체 상황에서 보수적인 프레임의 한계를 너무나 분명하게 보여주었기에 신뢰는 극히 제한적이다. ‘세 모녀’를 혹은 심지어 ‘장그래’를 살리려는 진정성은 정치가 직업인 현재의 그 누구에게서도 기대하기 어렵다. 현재 구도의 정당정치에서 수단을 찾고자 집중하기보다는 새로운 여론화의 밑바닥 작업을 더 필요로 한다. 국민들의 사회적 이슈화를 위한 힘으로 보수 정치권을 압박하고 견인해야 할 것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 대한 시민사회의 활동이 그간 너무 정치권과 입법부와의 소통기술에만 집중되어 있었던 대가를 지금 치루고 있다.

금, 2015/04/10- 15:52
194
0

헬조선을 이야기하는 것이 위험한가?

 

남기철 l 동덕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10월~12월까지 남기철 교수의 칼럼이 연재됩니다.

 

SW20151015_복지동향_204_기명칼럼_헬조선을이야기하는것이위험한가 (2).jpg

 

2015년 우리나라를, 그리고 우리나라의 사회복지를 이야기할 때, 어떤 단어들이 연관검색어로 떠오르게 될까? 여러 가지 표현들이나 수사가 있겠지만 ‘헬조선’이라는 수사가 떠오르는 것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주변의 누군가는 ‘헬조선’이 어느 종편언론에서 나온 말인줄 알았다고 했다. 하루 종일 ‘북조선’의 지옥과 같은 이야기를 내보내는 해당언론과 관계되는 내용인 줄 알았다는 것이다. 사실 얼마 되지 않은 시간동안에 갑자기 헬조선 표현이 부각되었다. 국감에서 어느 의원이 이 단어를 사용하기도 했고, 언론마다 ‘헬조선 증후군’으로 표현해가며 그 적절성(?)을 놓고 언론마다 논란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 말은 몇 년 전 역사드라마와 관련해서 처음 사용되다가 세월호, 메르스 등 굵직한 사건을 거치면서 이제는 입시지옥, 취업난, 차별과 부조리, 그리고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능력과 의지마저도 신뢰할 수 없는 우리사회의 현실을 자조적으로 비꼬는 의미로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조선불반도, 지옥불반도... 얼핏 무섭고 불경스러워 보이는 말들도 같이 회자되고 있다. 당연히 좌절이 기본적 정서이리라.

 

대책이 없는 것처럼 후진을 거듭하는 최근 우리나라의 복지를 보면서 느끼는 감정이 어쩌면 헬조선이라는 말을 유행어로 만들어버린 우리 사회의 많은 젊은이들이 느끼는 좌절과 닮아 있으리라는 생각이 가끔 들기도 한다. 얼마 전 한 일간지에서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유럽연합의 ‘세계 속 EU’ 보고서를 분석하여 주요국 가구들이 어디에 돈을 많이 쓰는지를 상대적으로 비교한 통계를 소개하였다. 상대적으로 한국은 교육비, 미국은 의료비를 많이 쓴다고 소개되어 있다. 얼핏 보니 그 중 교육비라는 것이 꼭 우리나라를 뭔가 교육의 나라, 선비의 나라, 학문을 숭상하는 나라인 것처럼 느껴지게 한다는 자조 섞인 생각도 든다. 다른 나라들에 비해 두 배 이상 쓰이는 교육비가 사교육 파동에 따른 것임은 이제 세계가 다 아는 일이라 한다. 호주는 여가비를 상대적으로 많이 쓴다는 부분에서는 살짝 부러움도 든다. 의료의 시장화가 심한 미국이 압도적으로 높은 의료비 지출을 나타내지만 우리나라가 바로 그 뒤를 잇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띤다. 건강보험 재정이 엄청난 흑자인데도 보장성 강화는 안중에 없이 시장화에 혈안인 정책방향을 생각하면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이 기사에서도 결과의 해석에서 ‘헬조선’이라는 표현이 등장하였다.

 

어떤 우파 언론(?)에서는 “아이들이 아침부터 사교육에 휘둘리며 무한 경쟁에서 허덕이는 것은 전적으로 부모와 학생 개인의 선택이다. 정부나 사회가 강제로 그들을 사교육으로 몰아넣은 일은 절대 없다”며 헬조선론을 부추기는 것은 자학언론이고 자학사관이라며 이는 식민사관보다 나쁜 것이라 하고 있다. 왜 우리나라의 어두운 면을 부각시키느냐는 냉엄한 질타를 퍼붓고 있다. 다른 논자는 헬조선, 조선불반도를 떠드는 사람의 ‘마음’이 바로 헬조선이지 지금의 우리 사회가 헬조선이 아니라 하고 있다. 예전의 조선왕조 시절에는 대부분의 사람이 노비이거나 먹을 것도 없었다며, 또 바로 근처에는 독재 속에서 기아에 허덕이며 전쟁준비나 일삼는 진짜 지옥인 ‘북조선’이 있다며 지금 우리사회에 헬조선이라는 표현이 가당치도 않다고 외친다. 너나 할 것 없이 스마트폰으로 SNS나 인터넷을 사용하면서 또 지금의 물적 풍요와 신분적 자유, 그리고 기회(?)를 누리면서 우리사회를 비하하는 것은 부당한 짓이라고 나무란다.

 

참으로 무한긍정의 힘이다. 절대 여건을 탓하기보다 노력하는 것이 청춘의 미덕이라 보는 것이리라. 아마도 언론은 조금은 어렵지만 열심히 노력해서 100:1의 경쟁에서 다른 99명을 누르고 일어선 야심찬 이야기, 가난한 날의 행복과 같은 따듯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로 사람들의 착한 감수성을 자극하는 이야기로 갈등을 봉합하는 것이 본질적 역할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헬조선, 조선불반도와 같은 용어가 너무 유행하는 것은 좋지 않다. 지나치게 자조적인 수사로 인해 진지한 문제해결의 힘을 오히려 상실케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좋지 않은 것은 젊은이들의 마음속에 떠도는 좌절, 이에 대한 표현을 틀린 것으로 심지어는 불온한 것으로 치부하는 일부 언론과 기득권층의 태도이다. 어떤 사회든 성공과 실패가 있고, 실패자들이 좌절을 경험하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 이를 체제에 대한 불만과 선동적인 태도로 쏟아내는 것은 온당치 않다는 태도이다. 모두가 성공하고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있는 사회란 꿈이고 지나친 이상이니 그런 허망한 꿈은 버리라는 태도이다.

 

하지만 이런 태도가 더 위험하다. 헬조선을 들먹이는 젊은이들에게 불만과 선동에 빠지느니 각자도생을 위해 더 뛰어야 한다고 꾸짖는 기성과, 기득권과, 이를 대변하는 언론이 우리나라에 훨씬 더 위험하다. 물론 ‘우리나라’를 지금의 양극화를 심화시켜가며 온당치 않은 이득을 더 극대화하는 구조라고 생각한다면 모든 변화의 시도나 헬조선 같은 어두운 측면을 강조하는 언동은 다 위험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적어도 국민의례에 나오는 맹세문의 ‘자유롭고 정의로운’ 사회를 지향하는 것으로 생각한다면 헬조선이 담고 있는 좌절과 문제의식을 깊게 짚어보아야 한다. 이를 불온하다고 억누르는 구조가 분열을 심화시키고 세대 간 계층 간 갈등을 심화시켜 대한민국에 진정 위험한 것이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상은, 사회 다수가 공유하는 이상은 물적 토대가 있다. 대다수의 사람이 먹을 것이 없고 신분적 제약과 기본교육도 받을 수 없었던 저 역사 속으로 사라진 시대에는 그에 맞고 어울리는 문제의식이 힘을 얻는다. 21세기에는 사회연대를 통해 구성원 모두의 고통을 줄이고 공정함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구현하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잘못된 것들을 고쳐갈 수 있다. 그런데 거꾸로 가고 있기에 불만과 좌절이 터져 나온다.  헬조선은 어느 사회에나 있기 마련인 ‘온당한 정도의 문제 수준’을 벗어났기에 이렇게 여러 사람에게서 회자되고 있는 것이다. 누군가 인간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만을 제시한다고 했다. 각자도생이 답이 아님을 몸으로 체험한 젊은이들이 분노를 터뜨리고 있다. ‘노오력’이라는 표현이 헬조선과 같이 자조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 슬프지 않은가? 대통령이 어린이날 ‘우주의 기운’을 이야기하고 나서는 이제 노력이라는 말조차 최근의 우리 정서를 생각하며 신중하게 사용해야 하는 것이 되어버렸다.

 

아파서도 안되고, 100대 1일 정도의 경쟁은 능력으로 돌파해야 하고, 부모도 잘 만나야 하고, 비정규직의 어려움을 견뎌 완생해야 하고... 이런 대한민국의 모습들을 바꾸기 위한 노력을 해보고 싶다. 세대의 연대로, 기득권에 부당함이 있는지를 검토해 보고, 무엇이 공정한지 공론화하고, 정보를 공개하고, 필요한 부담과 방법을 나누고,... 복지는 중복을 염려하며 신고센터를 홍보하기보다는 헬조선을 벗어나보기 위한 이 고민 속에서 만들어져야 진짜일 것이다.

 

감히 “헬조선에서 태어났으니 노오력을 한 번 더 해보자”고 하고 싶다. 대신 우리나라를 바꾸기 위해 함께 하는 것으로...

토, 2015/10/10- 20:57
104
0

선거의 회고성과 정권 심판

 

남기철 ㅣ 동덕여대 교수,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부위원장

 

들어가며

몇 십 년 전으로 되돌아간 것만 같은 시간이 흐르고 있다. 복지에서도 여러 외양은 커졌는데 정부가 사회복지와 관련하여 내어놓는 화두는 몇 십 년 전의 인식을 복사해놓은 것 같은 모습이다. 위안부 문제 등 정부가 형편없는 능력으로 국민의 공분을 사 궁지에 몰릴 때마다 안보이슈가 불거지는 모습에서는 쓴 웃음을 자아낼 만큼 예전  ‘새마을 시대’와 닮았다.

 

그간 정부의 정책이 잘못되었음이 지적될 때마다 친 정부의 인사들은 정부의 정책이 실패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곤 했다.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정부’가 온전히 실패하기를 바랄 수만은 없다. 정부의 실패는 기본적으로 너무나 많은 국민의 고통을 전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불행히도 지금이 그런 말에 딱 어울리는 시기가 아닌가 싶다. 하지만 실패하고 있는 정책, 그리고 정부에 대해 묵과하는 것은 더 좋지 않다. 선거의 국면에서는 적극적인 문제의 제기와 심판이 특히 중요할 것이다.

 

사실 선거는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방법 중 하나이지 국민 참여의 모든 것은 아니다. 선거라는 시스템이 국민의 참여와 의사를 대변하는 방법으로서 완벽한 것이라면 시민운동, 시민의 직접 참여, 그리고 지방자치라는 것도 의미가 약해진다. 더구나 우리나라의 경우 민주주의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정보와 소통 자체가 극히 불완전하다보니 선거와 그 결과가 국민의 의사를 정확히 대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의료라는 재화가 완전경쟁의 시장상황에서 적절하게 생산소비될 수 없는 것과 똑같은 양상을 선거 상황에서 재현하기도 한다. 물론 당선 가능성 등 현실성이라는 이유로 혹은 대안의 부재 때문에 ‘덜 나쁜’ 투표에 매달리게 되기도 한다. 반(反) 여당의 표심이 어떤 경우에는 새로운 정당에 투표하려는 움직임으로 불거지기도 하고, 비교적 규모가 큰 야당으로 몰아주자는 움직임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혹은 서울지역에서의 무상급식 투표와 같이 투표를 의식적으로 거부하는 행위가 시민의 의사를 반영하기도 한다. 가장 나쁘게는 무관심이나 냉소에 의한 선거불참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번 총선은 어떤 표심이 어떤 방식으로 불거질 것일까? 또 그 결과는 무엇을 나타내는 것이 될까? 우리나라에서 선거는 선거직전까지도 어떤 변수가 부각되는가에 따라 결과가 요동치는 역동성이 부각되기에 사실 아직도 그 결과를 짐작하기 힘들다.

 

선거는 지금부터 일정 기간 동안 정치에서 활동할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고 현재와 미래 상황에 대한 공약을 통해 판단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판단의 근거에서 우리는 최근 (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 상황에 대한 회고성을 지닐 수밖에 없고 또 그러해야 한다. 선거에 출마하는 개인의 됨됨이나 역량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정책과 정권 속성이라는 측면에서 너무나 당연히 정당 등 집단의 성격에 대해 판단할 수밖에 없다.

 

현 정부 출범 이래의 상황을 반추해보자.

세월호와 메르스, 보육대란, 그리고 냉전적 위기를 거치면서 우리사회는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다. 양극화 심화와 가계부채의 증가 등 경제의 피폐와 위기상황은 말할 것도 없다. 우리국민은 이 과정에서 어떤 사고나 문제가 발생한 것 자체보다도 그에 대응하는 정부의 무력함 혹은 잘못된 대응에 분노하게 된다. 있을 수 있는(?) 사고 자체보다도 그 사고를 거대한 재앙으로 만들어버린 정부의 잘못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지금의 정부는 출범한지 3년만에 너무나 많은 것을 보여주었다. 정부가 지금까지 추진하고 있는 여러 정책들이나 발언들로 보아 현 정부가 지향하는 우리나라의 미래상을 짐작할 수 있다.

 

불행히도 복지와는 거리가 멀다. 21세기 한국에서 사는 국민이 적절한 삶의 수준에 대한 권리를 가지고 보장받도록 주장하는 것은 불온한 것으로 취급된다. 현 정부가 생각하는 사회상은 아마도 기득권이나 거대한 자원을 소유한 집단이 보다 효율적으로 자본을 형성할 수 있도록 모든 영역에서 지원하고 축적하려는 것에 초점이 있는 듯하다. 그리고 지난 수십년 간 그나마 형성되어 온 공공성에 의한 복지나 사회권은 비효율과 규제로 보아 해체하고 있다. 경제활성화라는 미명하에 다수 국민들을 광범위한 저임금 비정규 노동자로 전락시켜 기득권 집단의 효율적인 수단이 되게끔 하고 있다. 양극화 속에서 국민이 느끼는 박탈감은 그래도 북한보다는 낫지 않느냐는 반문으로 입을 막아버린다. 현 정권의 집권에 주효한 수단이 되기도 하였던 경제민주화나 복지국가의 공약은 권리성을 해체하고 자선의 수혜자로 만들어 프로그램을 개악하는 것으로 둔갑하였다. 얼마 전부터 회자되는 헬조선, 흙수저 신드롬은 현 국민의 팍팍한 삶을 이야기하는 것만은 아니다. 이보다는 미래세대가 미래에 대한 전망을 가지지 못하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

 

사회복지와 관련하여 현 정권에 대해 성토해야 할 대표적인 부분들이 몇 가지 있다.

가장 먼저 연금과 건강보험,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등 어렵게 마련된 사회보장정책의 연대성에 대한 침해, 권리에 대한 해체이다. 그나마 우리나라를 복지국가의 초입에 있다고 말할 수 있는 토대인 사회보장제도들이 점점 후퇴하고 있다. 비교적 적극적인 기초연금안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던 정부이지만, 집권 후 박근혜 정부는 연금에 대해 미래의 재정 적자에 대해서만 모든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연금이 의도하는 수준의 생활보장을 이룰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사회보험이나 공공부조는 국민의 생활수준에 대한 권리의 인정과 이를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프로그램이지, 제도 자체가 적자나 추가적 투자 없이 무한정 진행되는 영구동력을 목적으로 삼는 것이어서는 곤란하다. 그야말로 최저생계도 보장하지 못하는 연금이라면 재정부담이 없다고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기초연금은 지방정부에게 본질적 부담을 떠넘겨버렸다. 건강보험도 큰 금액의 흑자가 누적되고 있지만 보장성 강화는 전혀 기약이 없다. 의료비에서 건강보험이 보장하고 있는 비율은 전 국민 건강보험 시대의 의미를 형해화시켰다. 현 정부들어 ‘세모녀법’이라며 시도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전면적 개편 역시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개별급여제로의 전환을 가져왔지만 시민사회가 주목하는 것은 이런 형태적 변화가 아니다. 국민들의 최저생계비 이상의 수준을 국가가 보장해야 한다는 국민의 권리, 국가의 책임성에 대한 규정이 슬그머니 사라져버린 부분이다. 현 정권의 입장에서는 국민의 이러한 권리는 매우 불손하게 여겨진 것이리라.

 

지방자치의 핵심내용이라 할 수 있는 지방정부의 사회복지서비스에 대한 전면적 부정에 대한 사안도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그간 우리나라에서도 지방자치제가 어느 정도의 연륜이 쌓이면서 미력하나마 생활정치와 관련된 이슈들이 조금씩 정착되어가고 있다. 그리고 상당부분은 지역의 사회복지와 관련된 내용들이 지방자치의 특징적 모습으로 지역마다 만들어져 가고 있다. 지역별 복지기준선, 공공복지전달체계의 자체적 보강, 주거취약계층에 대한, 장애인에 대한 추가적 보장, 노인수당과 같이 지역별로 독특한 보충적 성격의 복지급여 설정이 만들어져 왔다. 혹은 청년수당과 같이 과거에는 복지급여 대상으로 생각하지 못했던 분야에 대한 프로그램 신설도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중앙정부는 2년 전부터 중앙정부(청와대)가 인정하지 못하는 모든 복지 프로그램에 대해 이런저런 이유와 협박성 조치를 통해 지방정부를 옥죄고 있다. 소위 사회보장 유사중복사업 정비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보장제도에 대한 협의는, 예를 들어 중앙정부가 갑작스러운 제도 신설 등으로 지방정부의 전달체계나 상응하는 조치가 따라오지 못할 경우 적절한 방법을 찾기 위해 필요한 협의를 수행하는 것이 본질이다. 현 정부는 이를 중앙정부의 뜻에 반하는 복지 프로그램 설치를 방지할 목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와 궤를 같이 하며 최근의 보육대란과 같이 지방정부에 재정적 책임을 과도하게 떠넘기는 것 역시 국민의 복지수준을 결정적으로 후퇴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사실 박근혜 정부가 ‘증세 없는 복지’와 선친 때부터 꿈꾸어 왔다는 ‘복지국가’를 동시에 나열할 때부터 예견된 문제들일 수 있다.

 

복지국가 운동의 관점에서 현 정권은 복지국가라는 미래상을 혼탁하게 만든 것에 권력을 사용하였다는 것이 어쩌면 가장 심각한 부분이다. 사회복지의 확대 혹은 보편적 복지국가에 대한 호도와 사회적 갈등을 의도적으로 조장하고 있는 모습들이다. 이들은 사회복지 대신 사회보장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며(이 자체는 본질이 되지 않는다), 이런저런 사안들을 복잡하게 만들면서 사실상 복지에 대한 축소와 함께 구시대적·잔여적 정책의 관점으로 회귀시키고 있다. 21세기 중반 우리나라의 재정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이미(!) 복지제도가 충분하다는 궤변을 보수언론을 통해 광범위하게 선전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근거삼아 미래에까지 심각한 영향을 미칠 권리적 사회복지의 해체를 지금 시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당장도 총선의 결과와 관련하여 의료 등 공공휴먼서비스 분야에 대한 영리화, 노동개악의 문제 등 현안들이 크게 우려되고 있다. 사회복지의 미래에 대해서는 소통이나 공론화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물론 소통의 부재는 현 정권 모든 영역에서 두드러지는 양상이다. 정권에 불리한 논의의 국면은 안보라는 문제로 문이 닫혀버린다. 우리나라의 경우 특히 ‘평화’는 사회복지 증진을 위한 특징적 토대가 된다. 복지는 평화, 민주주의라는 요소와 불가분의 관계이다. 현 정권은 평화나 민주주의라는 복지의 기초전제에 대해 줄타기하듯 위험한 상황을 조장하고 즐기면서 국민의 권리나 특히 복지, 삶의 질에 대한 이슈를 희석시키고 있다.

 

우리는 세월호. 메르스, 평화정착의 사안들에서 현 정권의 대응력에 대해 전혀 신뢰할 수 없었다. 저출산고령화, 사회양극화라는 당면한 과제에 대응할 사회복지의 중요한 역할과 관련하여 박근혜 정부의 태도와 능력 역시 전혀 신뢰할 수 없다. 지난 3년의 경험에 비추어 미래세대에까지 큰 영향을 미칠 대한민국의 사회복지를 현 정권이 후퇴시키는 것을 용납해서는 곤란하다. 현 정부는 복지의 논의를 포퓰리즘이나 도덕적 해이의 관점에서 보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빈곤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정부 개입 이전과 이후에 상대빈곤율의 차이가 크지 않다는 점이다. 서구국가들은 정부개입 이전에는 우리나라보다 더 높은 빈곤율을 나타내지만 국가의 정책적 개입 후에는 모두 우리나라보다 빈곤율이 크게 낮아진다. 정부의 빈곤완화를 위한 역할정도가 극히 미미하다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특징이다. OECD등 보수적인 국제기구마저도 우리나라가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로 지적하고 있다. 그럼에도 현 정부는 우리나라의 복지병을 지나치게 걱정 혹은 홍보하고 있다.

 

얼마 전 사회복지사 1급 국가고시에서는 비정상적으로 새마을운동을 예찬하는 뜬금없는 문제가 출제되어 구설수에 올랐다. ‘충성경쟁(?)’이 상식을 뛰어넘는 무리수를 두고 있다. 분야의 상식을 지키는 것보다 충성을 과시하는 것이 유리해진 정권의 분위기 탓이리라. 선거에서 이번 정권을 심판하는 것은 합리성, 상식을 되찾는 것에서도 중요하다.

 

마치며

사실 이번 총선을 둘러싼 현재까지의 분위기는 암울하다. 북한의 핵개발이나 사드의 배치와 관련하여 소위 안보정국이 조성되고 있다. 대표적인 야당은 분열과 그 과정에서의 잡음으로 인해 과연 대안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그러나 정치공학적인 측면들은 잠시 제쳐두고라도 현 정권이 사회복지 영역에서 보이는 움직임들은 분명한 심판이 이루어져야 할 부분이다. 지난 3년에 대해 ‘회고적’ 성격의 선거와 투표를 필요로 한다. 지난 3년 간 사회복지 분야에서 벌어진 일들은 현 정권과 같은 세력이 어떤 공약이나 미래 전망을 내어놓더라도 저출산, 양극화. 헬조선의 문제로부터 우리국민을 보호할 수 없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물론 우리나라의 역대 정부가 대부분 복지정책이라는 측면에서 선도성이나 혁신성을 지향해온 것은 아니다. 하지만 특히 현 정권은 보편적 복지국가의 형성과 양립할 수 없는 존재이다. 이들에 대한 심판이 없다면 향후 보편적 복지국가의 전망은 없다. 우리 국민 다수에게 복지권이 확장되어가는 미래는 없다. 21세기에 어울리는 대한민국의 전망은 없다. 산업화 시대 이데올로기로의 복귀이다. 현 정권에게 대기업, 토지재벌, 수구세력의 독점적 이익은 국민 다수의 삶의 질, 인권, 평화보다 중요하다. 심판이 필요하다.

목, 2016/03/10- 17:21
160
0

복지효율화 운운하지만 이중 잣대로 국민복지 훼손하려는 보건복지부

이번 결정사항이 미칠 사회적 영향에 대한 논의 부족해
중요한 결정인 만큼 회의결과 등 공개해 행정투명성 높여야

 

어제(5/12) 한국일보는 “중복 복지 안된다는 복지부, 경남도 사업은 봐주기?(기사보러가기 : http://durl.me/8tzd56)”라는 내용을 단독 보도했다. 같은 날 보건복지부는 해명자료(첨부파일 참조)를 통해 “경남도 봐주기가 아님”을 밝히며, 정당한 의사결정을 거쳐 결정된 내용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위원장 : 이찬진 변호사)는 “보건복지부가 복지사업의 중복․조정에 대한 기술적 검토를 거쳐 경남도의 ‘서민자녀 교육지원사업’을 심의했으나, 이번 안건이 미치는 사회적 영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며 우려를 표했다.

 

[보건복지부가 밝힌 변경보완 요청한 내용]

◦ 온라인 교재비 및 수강료는 시군의 지역적 특성에 따라 보충학습의 기회를 제공받기 어려운 지역에 제한적 시행이 필요하므로 구체적인 시행계획 제출

 ◦ 자기주도 학습캠프 운영사업은 경남도내에서 기 시행하고 있는 ‘지역사회서비스투자사업(아동청소년 비전형성 지원사업)’과 사업내용이 동일한 것으로 판단됨으로 기 실시 사업인 아동청소년 비전형성 지원사업을 우선 확대하도록 요구

 ◦ 대학생 멘토링, 특기적성교육 지원사업의 유사중복 여부는 경남 교육청의 ‘방과후 학교 수강권 지원’과 내용상 중복의 여지가 있으므로, 사업을 시행할 경우 시행기관에서 중복이 나타나지 않도록 철저한 관리

 ◦ 서민자녀 자기주도 학습캠프 사업과 맞춤형 교육지원사업은 제공기관의 효율적 관리를 위한 운영체계 구축(사설학원은 제공기관에서 제외)

 ◦ 대상자 선정의 객관성 확보, 업무처리 효율화 등을 위하여 행복e음 활용

 

최근 박근혜정부는 2015년 4월 ‘복지재정 효율화 추진방안’을 발표하며, 유사․중복사업을 정비할 계획임을 밝혔다. 여기에는 지자체 복지사업 중에서 ‘사업의 효과성이 분명치 않고 국가사업과 유사․중복성이 높은 복지사업에 대해 조정을 권고’하겠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실제 많은 지자체들이 자체적으로 시행하려는 복지사업이 보건복지부 및 사회보장위원회와의 협의과정에서 ‘반려’되거나, ‘추가협의’로 수개월째 집행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대구에서는 ‘14년 6월부터 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 추가지원사업(대상자 확대 및 1일 24시간 지원보장)에 대한 협의과정을 시도했으나 수차례 ‘추가협의’ 결정으로 현재까지 지원하지 못하고 있다(관련 기자회견 보도자료 파일로 첨부했음) . 이로 인해 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 추가지원을 준비 중이던 여러 지자체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해명자료를 보면,

"최종 의사결정과정을 위해 복지부 사업, 교육부 및 경남도 교육청 사업과 유사․중복여부 등에 대해 민간전문가 의견수렴 내용 등을 기초로 몇차례 내부 의사결정과정을 거쳐 2015년 5월 8일 ‘변경․보완후 수용’하기로 협의 결과를 통보하였다"

언론보도가 없었다면 복지부가 이번 결정내용을 국민에게 공개하지 않고 경남도에만 통보한 것을 알 수 있다. 유사․중복 사회복지사업에 대한 정비는 사회보장기본법 상 사회보장위원회의 핵심사업으로 사회보장위원회의 회의결과는 모두 공개하도록 되어 있다. 이에 참여연대는 보건복지부 담당공무원에게 ‘사회보장위원회의 관련 회의결과의 공개를 요구’했으나 ‘사회보장위원회 전체회의가 아니라, 분과회의라는 이유로 공개할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또한 사회보장위원회 분과회의의 결정이 별도의 재심과정 없이 사회보장위원회 전체회의 결정과 같은 효력을 가짐에도 분과회의의 회의결과는 비공개한다는 원칙을 확인했으며, 이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답변이다.

 

이에 참여연대는 “경남도의 서민자녀 교육지원사업은 기존의 다른 복지사업과 다르게 우리사회에 다양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안으로, 보건복지부가 기능적인 검토뿐 아니라 우리사회의 미칠 영향까지 충분히 고려했어야 한다. 또한 보건복지부가 일관성 없이 지자체 복지사업을 정비하는 것은 헌법상 보장하는 지방자치권을 침해할 소지가 크며 지역주민의 요구를 반영한 지자체 고유 복지사업을 침해․축소한다는 의혹을 갖기에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박근혜 정부의 핵심사업 중 하나인 유사․중복 사회복지사업을 조정하는 사업은 지방자치권의 침해가 되지 않도록 최소한도의 범위 내에서 객관적이고 엄격한 기준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사회보장위원회(분과회의) 등의 조직구성과 회의결과 및 결정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여 국민의 불신을 최소화하고, 알권리를 보장해야한다”고 밝혔다.

수, 2015/05/13- 16:39
154
0

지방자치 침해, 지역복지 죽이는 사회보장사업 정비방안 규탄

지자체 복지사업 정비는 법적 근거없는 지방자치권 침해 
저소득층, 장애인, 노인돌봄, 긴급지원 삭감으로 취약계층의 피해 예상됨

 

국무총리실 산하 사회보장위원회는 지난 8월 11일 각 지자체가 자체 사회보장사업으로 실시하는 5,891개 사업 중 1,496개의 사업(사업수로는 25.4%, 예산으로는 15.4%)이 유사, 중복 사업이라며 정비하라는 내용의 “지방자치단체 유사, 중복 사회보장사업정비 추진방안”을 의결하였다. 지역복지운동단체네트워크는 이러한 사회보장위원회의 사회보장사업정비 방안이 법률에 근거없는 지방자치권 침해이자 지역복지를 죽이는 위헌, 위법적인 조치라고 보고, 사회보장사업 정비방안을 철회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다. 

 

사회보장사업 정비방안은 법적 근거조차 없으며, 지방자치제도를 침해하는 위헌, 위법적인 조치이다. 헌법과 지방자치법은 주민의 복지증진이 지자체의 역할임을 명시하고 있고(헌법 제117조 제1항, 지방자치법 제9조 제1항), 지방자치제도의 본질은 지역 주민이 그 주민의 복리에 관한 사무 등을 자신들이 선출한 기관을 통하여 직접 처리하게 하여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제도이다. 즉 지역주민이 자신이 직접 선출한 지자체장과 지역의회 등 지방자치기관이 주민의 복지를 증진시키는 것은 지방자치제도의 핵심이자 목적이기도 하다. 개별 자치단체 제도에 관하여는 예외적으로 2014. 1. 27.부터 시행된 사회보장기본법 제26조에 근거하여 지방자치단체의 사회보장제도 신설변경시 중앙행정기관과 협의를 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위 사회보장기본법 제26조는 지방자치제도를 침해하는 것으로 위헌성 문제가 있을 뿐 아니라, 2014. 1. 27. 이전에 시행된 정책이나 제도까지 소급하여 적용할 수는 없음이 분명하다. 그런데 사회보장위원회가 사회보장사업 정비방안을 통하여 사회보장사업의 25.4%(예산기준 15.4%)를 정비하라는 것은 법에 반하여 지방자치제도의 본질을 침해하고 지방자치권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사회보장위원회는 이러한 위헌, 위법적인 조치를 취하면서 제대로 된 법적 근거를 들지 못한 채 일반적인 지방사무에 관한 권유 내지 권고라고 변명하면서 실제로는 정비 실적이 우수한 지자체에는 포상하고 지자체 평가 및 지방에 이양·교부하는 예산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우회적으로 강제하고 있어서 재정적으로 취약한 대다수의 지방자치단체는 지역에 고유한 복지사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러한 사회보장사업 정비방안의 피해자가 대부분 저소득층, 노인, 장애인 등 취약계층이라는 점이다.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번 조치로 600만 명 이상이 복지혜택을 못받게 되거나 축소될 것이라고 한다. 사회보장위원회에서 발표한 자료에는 주로 삭감되는 사업분야는 요양·돌봄(예산기준 92.1% 삭감), 주거(예산기준 96.2% 삭감), 생계(예산기준 77.3% 삭감), 건강의료(예산기준 70.2% 삭감), 교육(예산기준 72.7% 삭감)이며, 정비대상 주요사업은 장애인활동보조, 노인 목욕서비스 등 노인돌봄, 긴급지원, 저소득층 건강보험료 지원, 노인장기요양 본인부담금 지원 등인바, 우리 사회의 가장 힘든 상황에 놓인 취약계층에게 주어지는 지역복지서비스가 대폭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우리 사회의 심각한 양극화와 저복지로 고통받는 취약계층을 더욱 벼랑 끝으로 몰아가는 비인도적이고 반복지적인 결과를 낳을 것임이 분명하다. 

 

지역복지운동단체네트워크는 지방자치제도를 침해하고 지역복지를 죽이는 정부의 사회보장사업 정비방안을 규탄하며, 정부에게 하루빨리 사회보장사업 정비방안을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 또한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에서도 이번 국정감사를 통하여 지역주민들의 사회보장수급권을 침탈하는 보건복지부의 위법한 공권력 행사에 대하여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여 다시는 이러한 반복지적인 중앙정부의 횡포가 재발되지 않도록 조치할 것을 촉구한다. 

 

2015년 9월 9일

지역복지운동단체네트워크 


경기복지시민연대, 관악사회복지, 광주복지공감+,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사회복지연대(부산),

복지세상을열어가는시민모임, 서울복지시민연대, 우리복지시민연합, 인천평화복지연대,

(사)전북희망나눔재단, 참여연대, 평화주민사랑방, 행동하는복지연합

수, 2015/09/09- 11:19
345
0

지방자치단체 사회보장사업 정비방안 철회촉구 기자회견 개최

위안부 피해 할머니 사연이 끝이 아니다!
장애인, 노숙인, 저소득층, 노인, 아동 생존권 침해하는 지역복지정비방안 당장 철회하라!

 

일시 및 장소 : 2015년 11월 11일(수) 오전 10시, 삼청동 국무총리공관 앞

 

청와대에서 개최하는 제11차 사회보장위원회의를 앞두고, 전국복지수호공동대책위원회(이하, “복지수호공대위”)는 11월 11일(수) 오전 10시, 서울 국무총리공관(삼청동 주민센터 옆)에서「지방자치단체 사회보장사업 정비방안 철회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습니다.

 

복지수호공대위는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지방자치단체 유사‧중복 사회보장사업정비 추진방안’이 사회적 약자들의 생존권을 침해하고 복지를 말살하고, 지방자치를 훼손하고 있음을 지적했습니다. 특히, 정부가 발표한 정비사업명단에 지방자치단체의 일제하위안부피해생존자들의 생활비 지원사업을 중복사업으로 분류하여 폐지권고를 내린 것이 국민의 공분을 일으킨 것처럼 이번 정비방안이 지역적 특성에 맞는 지역주민들의 복지증진을 위한 사업에 대한 충분한 고려없이 일방적으로 정비를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번 기자회견은 김남희 팀장(참여연대 복지조세팀)의 사회로 정비방안이발표된 후, 현재 각 지역과 분야에서 벌어지는 상황과 앞으로 복지로부터 소외될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발언자인 김재익 소장(긋잡자립생활센터)은 이번 정비사업명단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던 활동보조인 24시간 지원사업을 포함한 장애인지원사업이 축소․폐지되는 문제점들을 지적했습니다. 이어서 김병국 부위원장(노년유니온)은 현재의 심각한 노인빈곤문제를 설명하며, 얼마되지 않는 현금성노인수당마저 폐기되는 이번 정비방안을 규탄했습니다. 끝으로 강상준 사무국장(서울복지시민연대)은 일부 지차체는 이번 정비방안을 악용하여 지역주민들의 요구로 겨우 늘려온 지역복지서비스들을 대폭 축소하려는 움직임에 대한 정부의 대안 부재를 비판하였습니다.

 

복지수호공대위는 정부가 발표한 약 1500여개의 정비대상 복지사업들인 극빈층 건강보험료, 소년소녀가장 학원비 지원, 중증장애인 활동보조, 조손가정 수당 등이 축소․폐지되는 것은 사회적 약자의 생존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경고하며, 박근혜 대통령과 사회보장위원회에 사회보장 정비방안의 철회를 거듭 촉구하였습니다.

 

[기자회견 개요]

1. 일시 : 2015년 11월 11일(수) 오전10시
2. 장소 : 서울 국무총리 공관 앞
3. 주최 : 전국복지수호공동대책위원회
4. 사회 : 김남희 팀장(참여연대 복지조세팀)
5. 발언자(무순) 
 - 김재익 소장(긋잡자립생활센터)
 - 김병국 부위원장(노년유니온)
 - 강상준(서울복지시민연대)
6. 기자회견문 낭독 : 김동현 활동가(홈리스행동), 김준이 위원장(사회복지유니온)

 

 

[기자회견문]

- 위안부 피해 할머니, 소년소녀가장, 장애인, 노숙인, 저소득층, 노인... 사회적 약자의 생존권을 침해하는 정부 규탄한다!  
- 가뜩이나 부족한 복지, 그마저 빼앗는가!
- 지방자치, 지역복지 침해하는 사회보장사업 정비방안 철회하라!
- 지역복지를 말살하는 박근혜 정부를 규탄한다!

 

최근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지방자치단체들이 매월 지급해 오고 있는 생활지원금을 정부가 중복이라며 끊어버리려 한다는 내용에 대해 한 신문의 보도가 있었고, 많은 시민들이 정부의 어이없는 행태에 대하여 분노하였습니다. 그러나 정부의 어이없는 행태는 이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기초연금 20만원 받는다고 85세 노인이 받는 3만원의 장수수당을 끊어버리는 정부, 재산도 소득도 거의 없는 극빈층의 건강보험료 지원을 끊으라는 정부, 소년소녀가장의 학원비 지원이나 중증장애인 활동보조도 중복이라는 정부. 이러한 결정이 바로 이 공관에 기거하는 황교안 국무총리 산하 위원회인 사회보장위원회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사회보장위원회가 의결하고 보건복지부가 각 지자체에 공문을 보내 추진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 유사, 중복 사회보장사업정비 추진방안(이하 “정비방안”)’은 지방자치단체가 자체 예산으로 추진하는 자체 복지사업 1,496개, 액수로는 9,997억 원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사회적 약자들의 생존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내용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정비방안으로 피해를 입는 당사자들은 노인, 장애인, 저소득층, 아동 등 사회적 약자들이며, 사회적 약자들을 돕고 있으나 역시 열악한 상황에 있는 사회복지 종사자들과 사회복지 시설들도 피해를 입게 될 것입니다. 이미 각 지역에서는 사회적 약자들의 힘겨운 싸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싸움은 지역에서만 끝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바로 이 정비방안을 의결한 사회보장위원회, 황교안 국무총리, 그리고 이 정부의 수장인 박근혜 대통령이 그 책임을 져야 합니다.

 

헌법과 지방자치법은 지방자치단체에게 자치권을 부여하며, 지역주민의 복리증진을 위한 지역복지사무에 대한 권한을 부여하였으나, 지역복지 정비방안은 이러한 지방자치권도 무시하고 있습니다. 정비방안은 사회서비스의 발전과 지방자치시대의 도약이라는 시대상황을 거스르는 명백히 반 복지적인 조치입니다. 자치입법인 조례 제정 및 지방의회를 통한 자체 예산 편성이라는 민주적인 절차를 통하여 시행하고 있는 자체 복지사업을 지역 주민들의 동의나 승인을 받지 않고 정부 위원회의 일방적인 결정에 의하여 삭감 또는 폐지를 요구하는 것은 반민주적인 조치이기도 합니다. 또한 지역복지 정비방안은 중증장애인 활동보조 추가지원을 중복이라며 정리하라는 사안에서 보듯이 사회적 약자들의 생존권과 생명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습니다.

 

이에 지방자치제도를 수호하고 지역복지를 지켜내기 위해 장애·빈곤·지역단체·사회복지·시민사회·학계가 모여 복지수호공대위를 함께 꾸리고 대응하고 있습니다. 복지수호공대위는 지역복지 정비방안을 철회할 것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강력하게 요구하며, 우리의 요구사항을 아래와 같이 밝힙니다.

 

- 박근혜 대통령과 사회보장위원회는 위헌, 위법적인 정부의 사회보장사업 정비방안을 당장 철회하라!
- 지방자치단체는 저소득층, 장애인, 노인, 아동, 사회복지 종사자, 사회복지 시설 등 사회적 약자와 복지종사자들의 생존권을 침해하는 지역복지 정비를 당장 중단하라!

 

 

2015년 11월 11일

전국복지수호 공동대책위원회

건강세상네트워크, 경기복지시민연대, 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 공익변호사와 함께하는 동행,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관악사회복지, 광주복지공감+, 광진주민연대, 구로건강복지센터, 내가만드는복지국가, 노년유니온,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복지세상을열어가는시민모임, 부산사회복지연대, 비판과대안을위한사회복지학회, 빈곤사회연대, 서울복지시민연대, 우리복지시민연합, 인천보육교사협회, 인천보육포럼, 인천평화복지연대,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전국사회복지유니온,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국철거민협의회중앙회, 전북희망나눔재단, 정신개혁시민협의회, 지역복지운동단체네트워크, 지역아동센터전국단체연대, 제주참여환경연대, 참여연대,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경기북부참여연대/ 대구참여연대/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마창진참여자치시민연대/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성남참여자치시민연대/ 세종참여자치시민연대/ 순천참여자치시민연대/ 여수시민협/ 울산시민연대/ 익산참여자치연대/ 인천평화복지연대/ 제주참여환경연대/ 참여연대/ 참여와자치를위한춘천시민연대/ 참여자치21(광주)/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충남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평택참여자치시민연대), 평화주민사랑방, 한국농아인협회, 한국민간어린이집연합회, 한국사회복지시설단체협의회(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 한국사회복귀시설협회, 한국사회복지관협회, 한국시니어클럽협회, 한국여성복지연합회, 한국장애인복지관협회,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한국장애인직업재활시설협회, 한국재가노인복지협회), 한국아동복지협회, 한국아동청소년그룹홈협의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한국지역사회복지학회, 한국청년연합(KYC), 행동하는복지연합, 홈리스행동, 복지축소반대/지방정부복지자치권수호를 위한 인천대책위원회, 지역복지수호 대전공동대책위원회, 지역복지수호 충남대책위원회, 지역복지폐지축소저지부산공동대책위원회

수, 2015/11/11- 14:58
368
0

박근혜 대통령과 사회보장위원회의 적반하장 행태 규탄한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 사죄는커녕 사회보장 심의조정 강화의사 밝혀
장애인, 노숙인, 저소득층, 노인, 아동 사회적 약자 생존권 침해하는 지역복지정비방안 철회하라!

 

오늘(11/11)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사회보장위원회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 등은 사회보장위원회의 사회보장 컨트롤타워로의 역할을 확고히 하고, 사회보장 신설·변경 협의제도를 강화할 것을 밝혔으며 최근 문제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 사회보장 정비방안에 대해서는 “사회보장제도의 유사·중복·누락·편중을 줄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와 같은 입장은 최근에 문제된 정부의 사회보장 정비방안 중 위안부 피해 할머니 생활보조금 삭감 조치와 관련한 국민적 분노에 역행하는 것으로 사회적 약자의 생존권을 침해하는 복지 구조조정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지역복지 정비방안을 대응하기 위해 보인 전국복지수호공대위는 박근혜 대통령, 보건복지부, 사회보장위원회의 적반하장 행태를 규탄하며, 사회적 약자 생존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지역복지 정비방안을 철회하고 지자체의 복지자치권과 사회적 약자의 생존권을 더 이상 침해하지 말 것을 촉구한다.

 

지자체의 위안부 할머니 생활지원금 지원 사례는 사회보장위원회가 지난 8월 발표한 “지방자치단체 유사·중복 사회보장사업 정비지침”(이하 “지역복지 정비방안”)에서 정비대상으로 열거하고 있는 1,496개의 사업 중에 포함되어 있었으며, 보건복지부는 각 지자체에 이 지침을 내려보내고 “복지부, 행자부 등에서 시행하는 지자체 평가에 사회보장사업 정비실적을 반영”하겠다고 통보까지 한 바 있다. 보건복지부와 사회보장위원회는 위안부 할머니 생활지원금 정비를 복지 구조조정의 대상으로 정하고 진행한 구체적 증거가 있음에도 문제가 불거지자 발뺌을 하고 있다. 이러한 위안부 할머니 생활지원금 정비 사례가 국민적 공분을 일으키고 있는데도 박근혜 대통령과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에 대한 사죄와 반성은커녕 이런 어처구니없는 행태를 보인 사회보장위원회의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하며, 지방자치단체의 복지제도 신설을 가로막아 문제되고 있는 사회보장의 신설·변경 협의제도는 강화하고 지역복지 축소를 내용으로 하는 정비방안에 대하여는“사회보장제도의 유사·중복·누락·편중을 줄이는”차원에서 강행하겠다는 것이다.

 

지역복지 정비방안이 문제되는 것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 사례 뿐만이 아니다. 85세 노인이 받는 3만원의 장수수당, 재산도 소득도 거의 없는 극빈층의 건강보험료, 장애인 활동지원, 장애인과 저소득층의 월동 난방비, 노숙인 지원 같은 사회적 약자들의 생존권이 걸린 문제가 바로 지역복지 정비방안의 대상에 포함되어 있다. 이 사안들을 보면 복지수급자들의 관점에서는 중앙 정부에서 지급하는 급부나 서비스와 중복되거나 유사한 것은 전혀 없다. 중앙 정부가 하지 않는 부분을 지역주민들의 민의에 따라 조례를 통하여 보충적으로 시행하는 것일 뿐이다. 도대체 무엇이 유사·중복이라는 것이며, 중앙정부가 하지 않는 지역 복지를 하면 편중이라는 것인가? 대통령의 공약사항인 기초연금은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그나마도 무상보육과 함께 재정부담을 대폭 지방자치단체에 전가하여 지방정부의 재정을 피폐화해 놓은 현 정부는 국민들에 대한 사과와 반성부터 하는 것이 도리이다.
그리고 사회보장의 신설·변경 협의제도는 장애인 활동보조 추가지원 같이 지자체가 신설하는 복지제도를 지역간 형평성을 이유로 들며 가로막는 사례 등으로 이미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러한 지역복지 정비방안과 사회보장 신설변경시 협의제도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중앙정부가 하지 않는 복지분야에 대하여 주민들의 복지 욕구를 반영하여 조례를 제정하고 예산의 0.5-0.6% 범위 내에서 알뜰하게 시행하고 있는 복지제도들을 유사·중복·편중 운운하면서 폐지·축소를 강행하겠다는 것으로서 이는 헌법상의 국가의 사회보장 증진의무를 저버리는 것이다. 또한 이는 주민들이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선출한 지방의회와 지방정부가 결정한 자체 복지사업을 중앙정부 마음대로 막는다는 점에서 헌법과 지방자치법이 보장하고 있는 지방자치제도를 침해하는 위헌, 위법적인 것이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과 사회보장위원회는 바로 지금 지방자치제도와 수많은 사회적 약자의 생존권을 침해하여 문제가 되고 있는 제도들을 더욱 강화하고 지역복지 정비방안을 정당화 하려는 것이다.

 

전국의 사회복지계, 시민사회계가 모인 전국복지수호공대위는 오늘 사회보장위원회에서 정부가 보여준 반인권적이며 일방적인 복지축소 행태를 규탄하며, 박근혜 정부와 사회보장위원회에게 비민주적이고 반복지적인 지역복지 정비방안을 하루 빨리 철회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다.

 

 

2015년 11월 11일

전국복지수호 공동대책위원회

건강세상네트워크, 경기복지시민연대, 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 공익변호사와 함께하는 동행,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관악사회복지, 광주복지공감+, 광진주민연대, 구로건강복지센터, 내가만드는복지국가, 노년유니온,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복지세상을열어가는시민모임, 부산사회복지연대, 비판과대안을위한사회복지학회, 빈곤사회연대, 서울복지시민연대, 우리복지시민연합, 인천보육교사협회, 인천보육포럼, 인천평화복지연대,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전국사회복지유니온,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국철거민협의회중앙회, 전북희망나눔재단, 정신개혁시민협의회, 지역복지운동단체네트워크, 지역아동센터전국단체연대, 제주참여환경연대, 참여연대,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경기북부참여연대/ 대구참여연대/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마창진참여자치시민연대/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성남참여자치시민연대/ 세종참여자치시민연대/ 순천참여자치시민연대/ 여수시민협/ 울산시민연대/ 익산참여자치연대/ 인천평화복지연대/ 제주참여환경연대/ 참여연대/ 참여와자치를위한춘천시민연대/ 참여자치21(광주)/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충남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평택참여자치시민연대), 평화주민사랑방, 한국농아인협회, 한국민간어린이집연합회, 한국사회복지시설단체협의회(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 한국사회복귀시설협회, 한국사회복지관협회, 한국시니어클럽협회, 한국여성복지연합회, 한국장애인복지관협회,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한국장애인직업재활시설협회, 한국재가노인복지협회), 한국아동복지협회, 한국아동청소년그룹홈협의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한국지역사회복지학회, 한국청년연합(KYC), 행동하는복지연합, 홈리스행동, 복지축소반대/지방정부복지자치권수호를 위한 인천대책위원회, 지역복지수호 대전공동대책위원회, 지역복지수호 충남대책위원회, 지역복지폐지축소저지부산공동대책위원회

수, 2015/11/11- 16:07
339
0

사회보장기본법 개정의 필요성과 내용

남찬섭 l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장, 동아대 교수

 

공급자중심적인 현행 사회보장기본법

현 집권세력은 2010년대 초 복지국가논쟁에서 이른 바 한국형 복지국가를 내세우면서 그것을 구체화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사회보장기본법의 전면적인 개정을 추진하였다. 당시 그들은 모든 국민이 평생 동안 생애주기적으로 겪게 되는 다양한 위험에서 벗어나서 스스로 자립하고 활성화될 수 있도록 국가가 각 단계마다 필요한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크고 좋은 복지국가를 지향하기 위해 사회보장기본법의 전면적 개정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였으며, 이를 위해 중앙과 지방정부 간, 그리고 여러 정부부처에 흩어져 있는 사회보장정책들을 서로 연계・통합하기 위해 사회보장관리체계의 통합과 선진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1) 그리하여 그들은 수요자중심적 맞춤형 사회보장이나 생활보장과 같은 개념들을 개정된 사회보장기본법에 담았다.

 

하지만 집권 후 그들이 보인 행보를 볼 때 사회보장기본법과 관련된 그들의 주장은 모두 허언이었음이 명백히 드러나고 있다. 현 집권세력이 전면개정의 대상으로 삼은 것은 1995년에 제정된 사회보장기본법이었는데 그 법 제정으로부터 16년이 지나 전면개정을 추진했으면서도 거기에 담겨있던 사회보장권리에 관련된 조항은 자구 하나 수정하지 않았다. 대신에 사회보장제도 운영에 대한 국민의 협조의무 등 사회보장의 관리운영과 통제에 관한 조항은 1995년 법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대폭 신설하거나 강화하였다. 이로써 사회보장에 있어서 권리와 의무는 심각한 불균형상태에 놓이게 되었다.2) 또한 그들이 그렇게도 선전하였던 맞춤형 사회보장은 주민들의 욕구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재정에 맞추는 재정맞춤형이 그 본질이었다. 현 집권세력은 입만 열면 수요자중심주의 운운하지만 실제로 그들은 그 어떤 정권보다 공급자중심주의에 갇혀 있는 것이다. 권리보다는 관리와 그 관리에 대한 국민의 협조의무를 강조하는 것을 수요자중심주의라 할 수 없으며, 주민의 욕구가 아니라 재정에 맞추는 것을 수요자중심주의라 할 수 없다.

 

이와 같은 공급자중심적인 사고방식은 현행 사회보장기본법의 여러 부분에 반영되어 있지만 그 중 지방자치에 대한 가장 직접적인 억압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사회보장위원회의 권한 및 구성에 관련된 내용과 사회보장제도 신설・변경 사전협의제에 관련된 내용들이므로 여타 다른 문제에 대한 논의는 후일을 기약하면서 여기서는 이들에 대해 먼저 논의해보기로 한다. 

 

신설・변경 사전협의제

사회보장제도 신설・변경 사전협의제(이하 “신설・변경 사전협의제”)는 현행 사회보장기본법 제26조에 의해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사회보장제도를 신설 또는 변경하고자 할 때 기존제도와의 관계, 사회보장전달체계와 재정 등에 미치는 영향 등과 관련하여 보건복지부장관과 협의토록 하고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사회보장위원회가 조정토록 하는 제도로서3), 현행법에서 처음 규정되었고 2013년 1월 27일부터 시행되었다. 제도 시행 후에는 중앙정부의 사회보장프로그램을 보완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시행하려는 제도(예컨대, 장애인활동보조에 대한 지자체의 추가지원 등)를 가로막는다는 비판 등 많은 비판이 제기되었지만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았고 나아가 작년인 2015년 9월에는 신설・변경 사전협의제에서 규정하는 협의・조정의 구속력에 대해 협의는 ‘합의’ 내지 ‘동의’를 의미하는 것으로 구속력이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렸으며 여기서 더 나아가 2015년 8월부터 강행한 지방자치단체 유사・중복 사회보장사업 정비방안의 추진과정에서 지방교부세법 시행령 개정을 동시 추진하여 신설・변경 사전협의제에 의한 협의・조정결과를 따르지 않을 경우 해당 지자체에 대해 교부세를 삭감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였다.4),5) 이로써 신설・변경 사전협의제는 시행된 지 3년이 채 되지 않아 교부세 삭감이라는 강제수단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신설・변경 사전협의제가 지방자치의 본질을 침해하고 주민의 욕구를 우선해야 할 사회보장의 원칙에도 위배된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도 왜 정부는 신설・변경 사전협의제를 강행하는 것인가? 그것은 저출산・고령화 등으로 사회서비스의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신설・변경 사전협의제가 지자체의 사회서비스 실험이 중앙정부의 재정 부담으로 전환될 가능성을 차단하는 제도적 장치로 기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정부가 펴낸 신설・변경 사전협의제 운용지침에 국가재정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 원칙적으로 불수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6).그 외에도 정부는 사회보험에 있어서 본인부담금 지원사업 등을 위한 신설・변경이나 기타 전국적 프로그램의 경우 추가급여나 대상자 확대 등을 초래하는 신설・변경, 기존 전달체계를 변화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의 신설・변경 등에 대해서도 원칙적 불수용이라는 기준을 마련・시행하고 있는데, 이들 역시 직・간접적으로 재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들이라 하겠다. 이들은 모두 신설・변경 사전협의제가 지방정부의 사회서비스 실험이 국가의 재정 부담으로 이어지지 않게 하려는 제도적 장치임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처럼 중앙정부의 재정 부담을 앞세워 지방정부의 사회서비스 기획력을 제약하는 것은 자칫 사회서비스 자체의 발전을 가로막아 저출산・고령화에 대한 대응 등 우리사회가 시급히 필요로 하는 대응마저 제약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신설・변경 사전협의제에 대해서는 그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한 대안이 추진될 필요가 있다.


우선 단기적으로는 신설・변경 사전협의제의 협의결과를 따르지 않을 경우 지방교부세를 삭감할 수 있도록 한 지방교부세법 시행령 제12조 1항을 폐지해야 한다. 또한, 신설・변경 사전협의제의 협의를 포지티브 방식으로 전환해가는 방안을 마련하면서 지방자치의 본질을 침해하는 요소는 폐지해야 한다. 특히, 협의를 구속력있는 동의로 해석・적용할 경우 헌법 및 지방자치법상의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권의 본질을 침해할 수 있으므로 협의를 구속력없는 권고임을 명시하고, 동 협의의 목적이 주민들의 사회보장증진을 위한 것으로 제한하고 그 기간 역시 법정화함으로써 보건복지부장관의 협의권한이 남용되지 않도록 법률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사회보장위원회의 권한 문제

현행 12년 기본법은 95년 기본법에 있던 사회보장심의위원회를 사회보장위원회로 명칭을 변경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 권한도 전반적으로 강화하였다. 사회보장위원회의 심의・조정 대상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 및 비용 분담”을 두고 있어(법 제20조 제2항 제7호) 중앙정부가 국회의 입법에 따라 시행하는 전국적 복지제도 및 사업과 관련하여 지방자치단체의 동의 없이 사회보장위원회의 결정으로 분담비율을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7). 또한, 법 제20조 제3항에서는 동조 제2항에 열거된 사항에 대해 심의・조정한 결과를 지방자치단체에게 통보할 수 있도록 하고, 제20조 제4항에서는 위원회의 심의・조정한 결과를 반영하여 사회보장제도를 운영 또는 개선토록 함으로써 사실상 사회보장위원회의 심의・조정에 강제력을 부여하고 있다. 특히 제20조 제3항과 제4항은 신설・변경 사전협의제가 지자체에 대해 구속력을 갖게 하려는 것이다.

 

사회보장위원회에 부여된 이와 같은 권한은 앞서 논의한 신설・변경 사전협의제와 마찬가지로 지방자치의 본질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 즉, 사회보장위원회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간의 역할 및 비용분담 비율을 정할 권한을 갖는 것은 자치재정권의 본질적인 사항을 침해하는 것이다. 기초노령연금법상의 기초연금, 영유아보육법, 유아교육법에서의 무상보육, 무상 유아교육의 시행과 관련하여 중앙정부가 일방적으로 정한 지방비 분담비율 등으로 인하여 지방재정의 파탄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며, 최근 누리과정 무상보육 관련 재정 파탄과 이에 대한 책임의 소재 관련 갈등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전국적인 사회보장사업에 관하여는 국비부담으로 할 것인가 아니면 지방재정이 일부 부담을 할 경우에는 그 비율을 어느 한도에서 어떻게 정할 것인가 하는 것은 지방자치권을 헌법적으로 보장하는 차원에서 개별 법률에서 명시적으로 입법하여야 할 사항이지, 중앙행정기관이나 행정위원회에서 조정할 대상이 아니다. 더욱이 사회보장위원회는 지방자치단체를 대표하는 위원들이 포함되어 있지도 않은 행정위원회에 불과한데 지방자치권, 특히 자치재정권의 본질적인 부분을 침해할 수 있는 역할 및 비용분담 비율을 정할 권한을 갖는 것은 위헌의 소지가 크다.


따라서 사회보장위원회의 권한이 본질적으로 발휘되어야 하는 내용은 유지하되 그것이 지방자치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경우에는 이를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즉, 사회보장위원회에 지자체에 대한 조정권한을 부여하고 조정결과에 대해 구속력을 부여하는 조항은 이를 폐지하거나 적극적으로 수정토록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사회보장위원회의 조정권한은 사회보장증진의 목적으로만 행사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동 조정기간도 법정화하여 일정기간이 경과하면 원안대로 확정되게 함으로써 중앙정부에 의하여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

 

사회보장위원회의 구성 및 운영

사회보장위원회는 사회보장기본법 제20조 제1항에 따라 설치되는 국무총리 소속 비상설 정부위원회이다. 이와 같은 사회보장위원회는 법 제20조 제2항에서 정한 바 사회보장에 관한 중요한 거의 모든 사항을 심의・조정하는 권한을 갖고 있으며 그 심의・조정에는 일정한 구속력까지 부여되어 있다(앞의 사회보장위원회 권한 문제 참조). 그런데 이처럼 사회보장에 관련된 중요한 사항을 심의・조정하는 권한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사회보장위원회는 그 구성이 대단히 정부편향적으로 되어 있다. 즉 사회보장위원회는 30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되는데 그 중 정부당연직위원이 15명이고 나머지 민간위원 15명 중에서도 상당수는 대통령이 지명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민간위원 1~2명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위원이 정부관료 또는 정부의 성향에 맞는 인사들로 구성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사회보장위원회는 그 회의 결과 역시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아니하여 사회보장에 관한 국민들의 알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으며 제대로 된 국민들의 감시 및 권력통제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이러다보니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권을 침해하고, 지역 고유의 지방복지제도 및 사업을 대대적으로 축소하고자 하는 내용을 담은 2015년 지방자치단체 유사・중복 사회보장사업 정비방안이 별다른 논의조차 없이 통과되어 국민들의 복지수급권이 침해되는 결과를 초래하는 등의 문제를 야기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사회보장위원회 구성에서 민간위원의 민주적 대표성을 강화하도록 현행 법 제21조 제3항의 전면개정이 필요하다. 그 구체적인 방법으로 이미 정부 위원이 15명이므로 나머지 위원들에 대한 대통령의 임명권을 없애고 국회에 추천권을 부여하는 방안과 민노총과 한노총의 대표자 각 1인(2명) 및 동 단체가 추천하는 전문가 등 및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추천하는 전문가 등으로 구성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다. 또한, 운영의 민주성을 기하기 위해 일정 수 이상(가령 5인 정도)의 위원들이 위원회 개최를 요구할 경우 위원회를 의무적으로 개최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국회와 마찬가지로 회의록을 작성하고, 2주 이내에 공개를 의무화하여 국민들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이를 통하여 실질적인 심의를 제도적으로 보장할 필요가 있다.

 


 

1) 안상훈. “한국형 복지국가의 비전과 전략.” 「사회보장기본법 전부개정을 위한 공청회: 한국형 복지국가의 건설」, 2010년 12월 20일, 7~14쪽; 안종범. “사회보장기본법 개정의 주요 내용과 기대효과.” 「사회보장기본법 전부개정을 위한 공청회: 한국형 복지국가의 건설」, 2010년 12월 20일, 15~44쪽 등 참조.

2) 남찬섭. “사회보장기본법의 변화를 통해 본 한국 복지국가의 전개과정.” 「한국사회복지조사연구」, 제36호, 2013, 103~139쪽 참조.

3) 사회보장기본법 제26조(협의 및 조정) ① <생략>  ②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사회보장제도를 신설하거나 변경할 경우 신설 또는 변경의 타당성, 기존 제도와의 관계, 사회보장 전달체계에 미치는 영향 및 운영방안 등에 대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보건복지부장관과 협의하여야 한다.  ③ 제2항에 따른 협의가 이루어지지 아니할 경우 위원회가 이를 조정한다.

4) 정부는 2015년 9월 30일에 지방교부세법 시행령 개정령안을 입법예고하였고, 이 개정령안은 동년 12월 1일 국무회의를 통과하였으며 12월 10일에 공포되었다.

5)  지방교부세법 시행령 제12조 (교부세의 반환 또는 감액) ① 법 제11조 제2항에 따른 지방자치단체가 법령을 위반하여 지나치게 많은 경비를 지출하였거나 수입 확보를 위한 징수를 게을리 한 경우와 그에 따른 교부세의 감액 또는 반환 금액의 범위는 다음 각 호에 따른다.  1~8. <생략> 9. 「사회보장기본법」 제26조 제2항 및 제3항에 따른 협의・조정을 거치지 아니하고 사회보장제도를 신설 또는 변경하여 경비를 지출하거나 협의・조정 결과를 따르지 아니하고 경비를 지출한 경우: 협의・조정을 거치지 아니하거나 협의・조정 결과를 따르지 아니하고 지출한 금액 이내  
6) 보건복지부,  「2015년도 사회보장제도 신설・변경 협의 운용지침」, 2014 참조.

7) 제20조(사회보장위원회) ① 사회보장에 관한 주요 시책을 심의・조정하기 위하여 국무총리 소속으로 사회보장위원회(이하 "위원회"라 한다)를 둔다.

   ② 위원회는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심의・조정한다.
       1. 사회보장 증진을 위한 기본계획
       2. 사회보장 관련 주요 계획
       3. 사회보장제도의 평가 및 개선
       4. 사회보장제도의 신설 또는 변경에 따른 우선순위
       5. 둘 이상의 중앙행정기관이 관련된 주요 사회보장정책
       6. 사회보장급여 및 비용 부담
       7.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 및 비용 분담
       8. 사회보장의 재정추계 및 재원조달 방안
       9. 사회보장 전달체계 운영 및 개선
      10. 제32조제1항에 따른 사회보장통계
      11. 사회보장정보의 보호 및 관리
      12. 그 밖에 위원장이 심의에 부치는 사항
   ③ 위원장은 다음 각 호의 사항을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통지하여야 한다.
       1. 제16조제3항에 따라 확정된 기본계획
       2. 제2항의 사항에 관하여 심의・조정한 결과
   ④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위원회의 심의・조정 사항을 반영하여 사회보장제도를 운영 또는 개선하여야 한다.

목, 2016/09/01- 13:25
453
0

정부의 ‘사회보장사업 정비방안’ 이후 지역복지 축소 심각하다

국정감사를 통해 1년 만에 지역 자체복지예산 중 761억원 삭감 확인
인천광역시, 전라도는 60% 이상 예산 축소되어 지역 격차 심해
지역복지 축소 막기 위해「사회보장기본법」반드시 개정돼야

 

오늘(9/28) 기동민 국회의원이 보건복지부와 사회보장위원회가 2015년에 추진한 ‘지방자치단체 유사․중복 사회보장사업정비 추진방안’으로 인하여 “1년 만에 지자체 복지예산 761억원이 증발”했다고 밝혔다. 이에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위원장: 남찬섭 동아대 교수)는 사회보장사업정비 추진방안이 가져온 심각한 지역복지 축소에 유감을 표하며, 이러한 정부의 행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사회보장기본법」을 하루빨리 개정할 것을 국회에 촉구한다.

 

보건복지부는 2015년 8월‘지방자치단체 유사․중복 사회보장사업정비 추진방안’을 통해 전국 지자체 복지사업 중에 1,496개의 사업을 선정하여 이를 폐기 또는 축소하는 지침을 통보한 바 있고, 이에 따라 917개 복지사업을 정비대상으로 선정하였으며, 이 사업들의 총 예산은 1,356억 원으로 전년 2,117억 원 대비 35%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건복지부는 본 지침이 “지자체에서 자율적으로 정비를 추진”하는 것이며, 지역간 형평성과 국민의 복지 체감도 제고, 복지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위함이라고 밝혀왔다. 그러나 기동민 국회의원의 자료에 따르면, 오히려 1년 사이에 지역의 노인, 아동, 저소득 주민들의 복지가 크게 줄었고, 인천, 전라도 등 일부 지역에서는 60% 이상의 자체 복지예산이 축소되어 국민의 복지 체감의 기회가 줄고, 지역간 차이는 더 심해졌다. 더욱이 보건복지부는 “정비를 통해 절감된 재원을 복지사각지대 해소에 투입하여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실제 절감된 재원이 어디에 쓰이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지역복지 축소와 지방자치 침해라고 지적 받아온 이번 지침통보에 보건복지부는“권고했을 뿐”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정부의 무책임하고 일방적인 정비방안 추진으로 많은 사회적 약자들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으며, 지방자치가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음을 분명하게 확인되었다. 국회는 정부의 일방적 정비방안 추진의 근거가 되는 「사회보장기본법」을 개정하여 사회보장위원회의 조정권한을 사회보장의 ‘증진’에만 행사하도록 제한하여 지방자치의 본질을 침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한 국민의 복지증진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결정을 하는 사회보장위원회의 민주적 대표성과 사회보장위원회 활동에 대한 국민의 알권리도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수, 2016/09/28- 18:03
249
0

이건세 건국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예방의학교실 교수

 

보건복지부는 2018년 3월 12일 커뮤니티 케어 추진본부를 구성하고 모두가 어울려 살기 위한 지역사회 포용 확대를 추진하기 위해 다양한 계획을 수립하였다. 그중 하나로 ‘커뮤니티 케어 로드맵’을 발표하고, ‘재가 및 지역사회 중심 선도사업’ 모델을 개발하여 내년부터 커뮤니티 케어 선도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해나갈 계획을 밝혔다.1)

 

이후 5월에는 사회보장위원회 산하에 복지, 보건, 의료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와 복지부, 행안부 등을 포함한 커뮤니티 케어 전문위원회를 구성하여, 각계각층의 의견을 담아 계획을 추진하였다.2) 필자도 이 전문위원회의 위원장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외에도 보건사회연구원의 콜로키움, 국회 토론회 등 다양한 발표와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가 있었다.

 

보건복지부의 커뮤니티 케어 추진본부는 ‘커뮤니티 케어(Community Care)’를 돌봄(Care)을 필요로 하는 주민들이 자택이나 그룹홈 등 지역사회(Community)에 거주하면서 개개인의 욕구에 맞는 복지급여와 서비스를 누리고, 지역사회와 함께 어울려 살아가며 자아실현과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려는 혁신적인 사회서비스 체계를 의미하고 있다. 이것은 앞으로 다가오는 사회의 변화를 대비하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2017년 8월 고령사회(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전체의 14%) 진입 이후 8년만인 2025년에 초고령사회(노인인구 비율 20%)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일상생활에서 의료, 돌봄, 복지 서비스가 필요한 노인ㆍ장애인 등이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지적하고, “커뮤니티 케어가 대규모 기관(병원ㆍ시설) 중심에서 지역사회 중심으로 사회서비스를 혁신하기 위한 시작점이 될 것으로 본다”고 하였다.

 

자료에도 제시되어 있듯이 보건복지부는 외국의 사례의 하나로 일본의 ‘지역포괄 케어시스템’을 소개하고 있다. 일본은 급격한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의료로부터 개호로’, ‘병원ㆍ시설로부터 지역ㆍ재택으로’를 목표로 재택의료ㆍ재택개호의 확충을 추진 중이며, 중증요개호상태가 되어도 자신이 살던 곳에서 기존의 생활방식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주거, 의료, 개호, 예방, 생활지원이 포괄적으로 제공되는 시스템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지역단위 ‘지역포괄지원센터’를 설치하여 지역포괄지원센터의 케어매니저, 사회복지사, 간호사가 개개인의 상태와 욕구를 파악하여 케어매니지먼트 계획 수립 등 서비스 연계 지원을 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최근 일본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지고 있으며, 보건복지부에서도 일본을 방문하여 지역포괄 케어시스템, 일본의 노인 보건의료복지 대응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방문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일본의 의료전달 체계와 지역케어시스템을 벤치마킹해 커뮤니티 케어의 구체화와 의료전달 체계의 대안을 찾고 있다. 저출산ㆍ고령화가 한국사회의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면서 우리보다 20여 년 빨리 고령화가 시작된 일본을 분석하고 있다. 이미 1994년에 인구의 14% 이상이 고령인구였던 일본은 일찍부터 고령화 대책을 시행했고, 지역케어시스템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지역케어시스템이란 문재인 정부가 적극 추진 중인 ‘커뮤니티 케어’와 유사한 개념으로 보고 있다.3) 그럼, 일본의 지역포괄 케어시스템에 대하여, 그리고, 일본의 고령사회를 대비한 현황을 살펴보자.

 

일본의 경우 단카이 세대 700만 명이 후기고령자가 되는 2025년을 향해 의료ㆍ개호 제공 체제의 재검토가 급속도로 진행되었다. 특히 2014년 6월 국회에서는 개호와 의료 개혁을 위해 「지역의 의료 및 개호의 종합적인 확보를 추진하기 위한 관계 법률의 정비 등에 관한 법률안」(이하 ‘의료개호일괄법’)이 가결 성립되었다. 이 법은 의료법의 개정이나 개호보험법 개정 등을 합쳐 19개의 개정안을 일괄로 한 패키지 법이다. 이 의료개호일괄법의 가장 큰 정책 과제는 지역포괄 케어시스템이다.

지역포괄 케어시스템은 ‘개호가 필요하게 되어도 익숙한 지역에서 그 사람다운 자립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의료, 개호, 예방, 생활 지원, 주거를 포괄적이고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한마디로 ‘aging in place’, ‘익숙한 지역에서 최후까지’라고 할 수 있다. 지역포괄케어 연구회 보고서에 따르면 ‘요구에 맞는 주택이 제공되는 것을 기본 바탕으로 생활상의 안전ㆍ안심ㆍ건강을 보장하기 위해 의료 및 개호 예방뿐만이 아닌 복지서비스를 포함한 다양한 생활지원서비스가 일상생활의 장(일상생활 권역)에서 적절하게 제공될 수 있는 지역에서의 체제’라고 하고 있다. 이때 지역포괄 케어 권역은 ‘대개 30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는 권역’을 이상적인 권역으로 정의하고 구체적으로는 인구 1만 명 정도의 중학교 학군을 기본 지역으로 하고 있다.4)

 

일본에서 지역포괄 케어시스템의 선구가 된 것은 1970년대에 시작된 히로시마현 공립 미쓰기 종합병원을 거점으로 한 오노미치시 미쓰기쵸의 ‘지역포괄 케어’이다. 미쓰기 종합병원 외과의 야마구치 노보루 의사는 1970년 당시 뇌졸중이나 심근경색으로 미쓰기 종합병원에 입원한 노인이 퇴원하여 가정에 돌아가 바로 ‘와병 생활(bed ridden)’이 되고 다시 입원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에 대해 미쓰기쵸는 1975년부터 간호 및 의료를 가정에 ‘배달’하는 서비스를 시작하여 와병 방지에 힘쓰기로 했다. 이때부터 미쓰기쵸의 보건의료복지의 통합에 의한 ‘와병생활 예방’을 위한 실천을 지역포괄 케어라고 부르게 되었다.

 

이렇게 시작된 지역포괄 케어이지만 이 구조를 의료와 복지의 다원적 서비스 제공 체제 속에서 보편화시켜 전국적인 정책으로 실현해 나가는데 또 2000년부터 시작된 개호보험 제도의 탄생을 기다려야 했다. 2000년에 개호보험 제도가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후생노동성 보건국이 조직한 고령자 개호연구회가 발표한 ‘2015년 고령자 개호’에서 재차 지역포괄케어 구축의 필요성이 제언되었다.

 

<그림 3-1> 사회보장, 세제일체개혁안에 의한 개호의 미래상

cMAzPifLlYl1r-cWQ6SjO-L8wKjBVSag32D6sMq9

 

그럼 어째서 오늘날 지역포괄 케어시스템이 필요한 것인가. 그 두 가지 이유를 생각해보자. 첫 번째는 이제는 의료와 개호의 일체화, 포괄화가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노인은 질병에 의한 자연사 속에서 ‘급성기 케어 → 회복기 케어 → 장기 케어’와 같은 순환적인 ‘케어 사이클’을 따른다. 의료서비스는 원칙적으로 의료보험에서 지급되며 개호서비스는 개호보험에서 지급된다. 양자는 사회보험이라는 점에서는 같지만 각각의 서비스 제공 주체와 서비스 내용, 전문인력, 보험의 업무가 다르다. 단지 서비스를 받는 환자ㆍ이용자는 어디까지나 한 사람이며 그 요구에 맞도록 의료와 개호 서비스를 케어 사이클의 흐름에 따라 끊임없이 원활하게 제공될 필요가 있다.

 

 

두 번째 이유는 앞으로 단카이 세대가 대량 사망 시대를 맞이하기 때문이다. 2030년경부터 단카이 세대 700만 명의 대량 사망 시대가 시작된다. 현재는 연간 총 사망자 수가 120만 명 정도이지만 이것이 단카이 세대가 사망하는 2030년대에는 무려 연간 165만 명에 달한다. 이와 같은 추계가 현실이 되면 단카이 세대 47만 명의 사망 장소가 없는 무서운 시대에 돌입하게 된다. 죽을 곳을 찾아 방황하는 대량의 ‘사망 장소 난민’의 시대가 온다. 이런 암담한 미래를 회피하고자 하는 프로그램이 재택에서 임종을 지켜보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즉 단카이 세대의 임종을 지역 전체로 지지하는 것이 지역포괄 케어시스템의 또 다른 역할이다.

 

<그림 3-2> 지역공생사회의 실현을 위한 종합 지원 체제

7fEVU5cQTGMqy5HN6PE4McgQvogXU-S0GU1_t89Y

2016년 7월 후생노동성은 이 지역포괄 케어시스템의 강화책으로 ‘우리가, 모두 같이’, ‘지역공생사회의 실현을 향한 지역포괄 지원 체제’라는 개념을 내세우고 있다. 1) 노인뿐만 아니라 장애인이나 어린이, 생활 곤궁자 등 종적관계가 아닌 지역을 ‘모두 같이, 한꺼번에’ 포괄하는 지원 종합 지원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또한 2) 지역주민이 ‘우리’로서 공적인 지원과 협력하여 주민 서로가 버팀목 합을 만들어가는 접근을 하고 있다. 주목할 것은 일본의 경우 노인에서 출발하여 장애인, 취약계층, 어린이를 모두 포괄하는 접근을 한다는 점이다. 우리의 경우 복지 정책의 대상으로 사회적 취약계층과 노인의 문제가 명확히 구분되어 있지는 않다.5)

 

일본의 경우 고령자의 병원입원, 의료비의 증가라는 것을 매우 중요한 문제로 인식하고 병원에서 지역사회로의 전달 체계를 개편하기 위한 커다란 흐름 속에 지역포괄 케어시스템이 존재한다. 지역포괄 케어는 입원으로부터 재택생활을 지원하는 지역자원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질병이나 부상으로 입원하고 장애가 남거나 간병이 필요한 상태가 되면 그 이후의 생활에 차질을 빚어 다양한 불안이나 ‘생활의 어려움’이 발생하게 된다(<그림 3-3>). 병원에서는 병이나 장애 때문에 지금까지의 생활을 못하게 된 사람이 새로운 삶을 향해서 갈 수 있도록 의사ㆍ간호사ㆍ재활 전문가ㆍ의료사회복지사 등 다양한 직종이 팀을 이뤄 합동한다.

 

<그림 3-3> 질병이나 부상으로 곤란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사회자원

M68oNRrTImPpdjm5Bn0HNB16z3lXwz9yGkswjNRs

 

<그림 3-4> 퇴원준비 및 재택요양을 위한 의료와 개호의 흐름

OBxp5u5wLv7Qcexsjj_ddga6qDS1vNXx-9lX0trc

퇴원 지원은 지역의 보건의료복지 기관과의 연계가 필수적이다(<그림 3-4>). 퇴원 준비를 할 때 중요한 것은 정해진 절차에 휩쓸리지 않고 그 사람의 ‘LIFE(생명, 생활, 삶)’에 다가가는 사회생활에 복귀지원을 해나갈 것이다. 또한, 지역에는 재택생활을 지원하는 다양한 사회자원이 있다(<그림 3-5>).

 

의료사회복지사 등은 환자 가족에게 새로 생긴 ‘생활의 어려움’에 대해 어떤 제도나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는지를 함께 생각하고 지역에서 지지해주는 관계 기관과 제휴하면서 생활의 재구축을 지원하고 있다. 일본의 노인들이 받을 수 있는 서비스는 매우 다양하다. 그 내용을 전체적으로 파악하기 어렵고 너무 복잡하기까지 하다.

 

 

첫째, 사는 곳에서 이용하는 서비스로는 ▲방문개호(홈헬프), ▲방문 개호원(홈헬퍼)이 가정에 방문하여 개호나 가사 등의 일상생활상의 관리를 하는 서비스, ▲방문간호(간호사 등이 가정을 방문하여 요양상의 관리 또는 필요한 진료의 보조를 실시하는 서비스), ▲정기순회ㆍ수시 대응형 방문개호 및 간호(방문개호와 방문간호를 정기적 순회 또는 필요할 때 받는 서비스), ▲방문입욕 개호(가정에 욕조를 반입하여 목욕하는 서비스), ▲방문재활(물리치료사나 작업치료사, 언어치료사가 가정에서 재활을 실시하는 서비스), ▲주택요양 관리지도(의사, 치과의사, 약사, 영양사 등이 방문하여 요양생활에 필요한 조언을 하는 서비스), ▲복지용구 대여(일상생활이 더 살기 좋게 되도록 휠체어ㆍ침대 등의 복지용구를 대여 받는 서비스, 개호도에 따라 일부 제외 용구가 있음), ▲복지용구 구입비(입욕ㆍ배설 등에 사용하는 복지용구 구입비용의 환불을 실시하는 서비스), ▲일상생활 용구(더 안전하게 생활하기 쉽도록 용구를 빌리거나 받을 서비스로 대상은 65세 이상의 혼자생활하거나 노쇠한 사람), ▲주택 개조비(난간의 설치나 단차해소 등의 주택 개조비용의 환불을 실시하는 서비스), ▲고령자 생활지원(독립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개보 예방으로 일상생활에 밀착한 다양한 서비스, 대상은 개호 예방과 생활지원을 필요로 하는 고령자)이다.

 

<그림 3-5> 생활지원 맵

k8XuyVfs6qUoQ9icq9A0lw9BsOPNhnNRuEtGCWJh

pdupPLrEsNackFGqOdWFVBMAVTp1oeLHQyTlxA0A

 

둘째, 직접 가서 이용하는 서비스로는 ▲통소개호(데이서비스), ▲개호 사업소에 다니고 목욕, 식사 등의 일상생활상의 관리 및 레크리에이션 등을 실시하는 서비스, ▲통소재활(데이케어), ▲병원이나 개호 노인 보건시설에 다니고 필요한 일상생활동작 훈련, 개별 재활 프로그램 등을 실시하는 서비스로 소규모 다기능형 주택개호(다니는 것을 중심으로 이용자의 상태나 희망에 따라 숙박 및 방문 서비스를 함께 받는 서비스), ▲단기입소 생활개호(단기보호, 단기입소시설, 특별 양호 노인홈 등에 단기간 입소하여 목욕, 배설, 식사 등의 일상생활상의 도움이나 기능훈련을 받는 서비스), ▲단기입소 요양개호(단기보호, 개호 노인보건시설, 지정 개호 요양형 의료시설 등에 단기간 입소하여 간호, 의학적 관리하에서 개호, 기능훈련, 일상생활상의 도움을 받는 서비스), ▲모임활동(지역의 자발적인 모임 장소) 등이 있다.

 

일본이 어떤 제도, 정책을 시행하더라도 그것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일본의 제도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그 장점을 수용하지 않고 무시하는 것도 문제이다. 우리나라에 커뮤니티 케어를 도입하기 위해 일본의 지역포괄 케어시스템의 시사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일본과 우리나라의 차이점을 전제해야 한다. 지리적, 정치적, 사회문화적 차이가 현실의 차이를 나타낸다.

 

첫째, 지역포괄 케어시스템의 실시 주체이다.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각 지리적, 지형적 특성이 강하다. 지방자치가 오래전부터 활성화된 것도 그 이유이다. 지역포괄 케어시스템에 있어 이런 영향은 개호보험의 시정촌의 역할에서 나타난다. 보험자로서 시정촌의 역할이 중요하다. 시정촌은 복지서비스의 제공자라기보다는 사회보험자로서 공급자와 노인을 포함한 가입자에 대한 수요, 공급 체계를 조절한다. 기본적인 정책 방향은 중앙정부가 제시하더라도 구체적인 지역특성에 맞는 지역포괄 케어시스템은 해당 지역의 특성에 따라 다르다. 그래서 일본의 어떤 학자는 ‘시스템’이 아닌 ‘네트워크’에 불과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둘째, 위에서도 언급하였듯이 재원의 차이이다. 우리나라의 커뮤니티 케어는 아직 구체적인 재원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기존의 사회복지의 확대, 건강보험 및 장기요양보험에서 실시하고 있는 일부 사업의 확대를 제시하고 있을 뿐이다. 아마도 보건복지부의 복지예산의 확대, 복지인력의 확충을 통해 커뮤니티 케어를 추진하려는 의도인 것 같다. 복지예산은 국비, 지방비의 비중에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이것은 ‘보험재정’과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일본은 ‘개호보험’이라는 보험재정을 통해 지역포괄 케어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셋째, 커뮤니티 케어, 서비스의 내용에 관한 것이다. 이것은 사업의 대상자, 서비스 내용, 그에 따른 서비스 공급자에 대한 차이를 초래한다. 아직 우리나라의 경우 커뮤니티 케어는 양적, 질적으로 매우 국한된 대상자만을 접근하고 있으며 서비스 유형에 있어서도 매우 제한적이다. 지역기반 커뮤니티 케어가 존재하는가 하는 의문마저 든다. 일본의 경우도 처음에는 그러했을 것이다. 현재 일본은 매우 다양한 개호, 의료, 재가 서비스가 존재한다. 이런 서비스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대상자의 요구, 공공 및 민간 공급자의 참여, 다양한 서비스 간의 조정, 연계 등 오랜 시간이 걸린다. 지역의 주민에게 제공할 서비스가 없다면 연계, 조정은 무의미하며 케어 플랜, 케어 코디네이션이란 존재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커뮤니티 케어는 이제 시작되었다. 단기간의 대책이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한 것일 뿐 아니라 그 대책의 효과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급하더라도 문제가 무엇인지 같이 인식하고 그 대책의 필요성, 중요성, 전제 조건 등에 대한 상호 이해가 절실히 요구된다.

 


 

1) 보건복지부, 2018.03.12., <“재가ㆍ지역사회 중심으로 사회 서비스 제공” 커뮤니티 케어 (Community Care) 본격 추진>, 보도자료.

2) 보건복지부, 2018.05.17., <한국형 “커뮤니티 케어(Community Care)” 전문가와 현장의 참여로 함께 만든다>, 보도자료.

3) 메디파나뉴스, 2018. 06. 28., <文 정부의 ‘커뮤니티 케어’ 닮은 듯 다른 일본 담는다>

4) 무토 마사키 저, 이건세, 김수진, 박진상 역(2017), 일본의 의료보험 개호보험 개혁, 2025년을 향한 카운트다운, 계축문화사.

5) 医学書院. 医療福祉総合ガイドブック 2018年度版 単行本. NPO法人 日本医療ソーシャルワーク研究会 (編集). 

월, 2018/08/06- 10:32
256
0

복지국가 가로막는 ‘사회보장 정비조치’

 

정부가 최근 추진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 유사·중복 사회보장사업 정비조치’(이하 정비조치)에 대해 26개 지자체가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등 지역 자치단체와 복지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이번 조치는 지자체 스스로 사회보장사업을 점검하게 하자는 취지여서 강제적인 것이 아니며, 지방자치를 침해하지도 않고 유사·중복사업의 정비를 통해 절감된 예산을 사각지대 해소에 쓰므로 복지총량은 오히려 증가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이 해명이 과연 타당한지 생각해 보자.

 

첫째, 정비조치가 지자체 스스로의 점검을 유도하는 취지라는 정부의 해명은 사실과 다르다. 정부는 정비 대상사업을 5가지 범주로 분류하고 각 범주별로 폐지, 사업내용 변경, 타 사업과 통폐합 등 정비유형을 정해 놓았다. 특히 사회보험료나 본인부담금 지원, 장수수당 등에 대해서는 폐지로 못박고 있다. 이처럼 정비유형을 사업범주별로 정해놓은 상태에서 지자체 스스로의 점검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또한 이들을 굳이 폐지하고 다시 사각지대 해소에 투입할 근거가 별로 없다.

 

둘째, 정부가 말한 대로 중앙정부는 지방정부의 정책에 관여할 수 있다. 이번 정비조치의 대상사업은 지자체가 지방의회를 통과해 편성한 자체 예산에 의거해 시행하는 자체 사업들이다. 지자체가 민주적 절차를 거쳐 확정한 자체 예산으로 시행하는 사업을 정비유형까지 못박아 놓고 정비하라는 것은 지방자치의 본질을 침해하는 것이다.

 

셋째, 정부는 지방교부세법 시행령 개정을 통한 교부세 감액은 이번 정비조치와 무관하고, 사회보장기본법상 신설·변경 시 협의의무 미이행에 관한 것이므로 이번 정비조치는 강제적이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정부는 이 시행령 개정안에 사회보장기본법 제20조 제4항을 위반한 경우 교부세를 삭감할 수 있다는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 제20조 제4항은 사회보장위원회의 일반적인 심의·조정에 관한 것으로 신설·변경 시 협의·조정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현행 사회보장기본법은 박근혜 대통령이 의원 시절에 한국형 복지국가를 실현하기 위한 방안으로 개정을 주도한 법이다. 이 법에는 수요자 중심 맞춤형 복지 원칙이 평생 사회안전망이라는 개념으로 구체화돼 있다. 평생 사회안전망을 구축할 의무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 부과하고 있다. 또 ‘사회보장급여의 이용·제공 및 수급권자 발굴에 관한 법률’을 통해 사회보장급여를 필요로 하는 국민은 누구나 지자체에 신청할 수 있게 하고, 지자체는 욕구조사를 거쳐 개별지원계획을 수립해 사회보장급여를 중복되지 않게 지원토록 하고 있다. 정부가 말하는 유사·중복을 피해 지원토록 이미 정부와 대통령이 주도한 법률에 규정돼 있다.

 

게다가 사회보장기본법은 사회보장 품질관리체계까지 구축해 운영하게끔 명시하고 있다. 이런 조항들만 제대로 시행해도 중앙정부는 지자체에 그들의 자치권을 침해하지 않고 얼마든지 개입할 수 있다. 이런 조항들을 놔두고 뜬금없이 정비조치를 들고 나온 것은 정부가 지자체의 사회보장 프로그램이 복지국가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것이라고밖에 해석할 수가 없다. 아버지의 꿈이 복지국가라더니 그 꿈은 다 어디로 갔는가!

 

남찬섭 동아대 교수,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부위원장

남찬섭 동아대 교수,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부위원장

 

* 이 글은 2015년 11월 2일 경향신문에 기고한 글입니다. 원문보기>>

월, 2015/11/02- 11:25
266
0

2016년 경기도 사회보장사업 정비결과 분석 이슈리포트 발표

경기도 정비대상 사업의 약 30%가 폐지 및 예산삭감
아동 포함 저소득가구, 노인,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의 복지지원 축소우려

 

전국의 시민사회와 복지계의 연대체인 전국복지수호공동대책위원회( ‘15.10.12발족, 이하, “복지수호공대위”)는 5월 27일(금) 「2016년 경기도 사회보장사업 정비결과 분석 이슈리포트 」를 발표했다.

 

정부는 지난 2015년 8월 11일 제10차 사회보장위원회를 통해 ‘지방자치단체 유사․중복 사회보장사업 정비방안’이 의결하고, 8월 13일 전국 17개 시도에 정비지침 추진을 통보하였다. 이에 복지수호공대위는 정부의 정비지침에 대해 “헌법과 법률이 정한 지방자치에 대한 침해이며 노인, 장애인, 저소득층, 아동 등 사회적 약자들의 생존권과 생명권 또한 침해하는 반복지적 행태”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즉각적인 중단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정부는 「지방교부세법」시행령을 개정하면서까지 본 지침을 강행하였다. 이에 복지수호공대위는 “정비방안 추진에 의해 진행된 전국 지자체의 사회보장사업 정비 현황을 분석하여 사회적 약자 및 지역 주민들의 박탈당한 복지권의 실태를 고발하고자, 첫 번째로 경기도의 사회보장사업 정비결과를 분석하였다”고 밝혔다.

 

이슈리포트에 따르면 “정부의 정비방안 추진에 따라 정비된 경기도의 자체 사회보장사업은 당초 정부통보 정비대상사업 대비 사업 수 기준으로 8.7%(21개)가 ‘즉지폐지’되었고, 21.6%(52개)가 예산이 축소되었다. 예산을 기준으로 보면, 즉시폐지 사업 및 예산축소사업을 통해 조정되는 예산규모는 65억 6,500만원에 달하며, 정부통보 정비대상사업 관련 예산규모와 비교하면 8.2%가 삭감”되었다고 분석하였다. 여기에 “단계적 폐지를 추진하는 복지사업까지 고려한다면 장기적으로는 사회보장위원회의 정비방안이 지역의 복지확대를 억제 및 통제하는 기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를 밝혔다. 또한 분야별 분석에서는 “‘저소득자 지원’, ‘노인복지’, ‘장애인복지’분야가 가장 많은 축소와 삭감이 진행됨에 따라 아동, 노인,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의 빈곤이 심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복지수호공대위는 “정부의 정비방안이 장애인, 노숙인, 저소득층, 노인, 아동의 생존권을 침해하고 지방자치의 본질을 훼손하는 해악적 정책임을 거듭 밝히며, 이와 같은 해악적 정책의 폐해를 근절하기 위해 사회보장기본법 개정, 지방정부 복지사업 자율성 확보를 위한 다양한 운동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 2016/05/27- 10:59
218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