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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균 위원장 옥중서신] 공공부문 노동자의 단결,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화, 2016/08/30- 20:56 익명 (미확인) 에 의해 제출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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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철도파업 때, 한 늙은 노동자는 서울로 올라가기 위해 파업 배낭을 꾸렸습니다. 칼 바람에 견뎌야 할 솜바지뿐만 아니라 일자리와 국민철도를 지키겠다는 간절한 바람도 함께 넣었다고 했습니다. 올해가 정년쯤 되었을 그 노동자는 이번엔 파업배낭에 무엇을 넣고 계실까난 운 좋게 정년퇴직 하겠지만, 후배들이 겪을 고용불안 걱정하면서 반드시 성과·퇴출제를 막아내고 우리를 지켜준 민주노조를 지켜내고 떠나리라는 간절한 바람을 파업 배낭 속에 넣고 계실 거라 믿습니다.

 

 

그는 작년과 달랐습니다.

 

공공부문 노동자가 노동개악을 막아내야 하는 최선봉에 있음을 잘 알고 있었고 그 책임을 당당히 완수하겠다고 했습니다. 노동자가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투쟁인 총파업을 통해서 말입니다. 묘수도 비법도 없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오직 한길 살아도 같이 살고 죽어도 같이 죽자는 동지에 대한 믿음과 사랑으로 반드시 승리하겠노라는 비장한 각오는 남달랐습니다. 그는 서울구치소를 찾아온 조상수 위원장 동지였습니다. 든든합니다.

 

철도 가스 건보 연금 서지 도철 부지 국토정보 강원랜드 서울대병원 경북대병원 철도시설 소비자원 공공연구 교육학술 공공연구 청소년활동. 혼자서도 불의한 정권의 탄압에 맞섰던 노동조합들의 깃발이 하나 되어 싸운다니 어찌 힘이 나지 않겠습니까. 화물운송시장 구조개악으로 화물연대 노동자들도 9월에 함께 싸울 것입니다. 물류를 멈춰 세상을 바꾸겠다는 각오로 말입니다.

 

 

내 것만 지키려면 노예 되고 우리 것 지키려면 권리 지킬 수 있습니다.

 

작년에 총파업을 조직하러 동지들을 만나기 위해 뛰어 다닐 때가 가장 행복했었습니다. 며칠씩 잠을 안자도 졸리지 않았고, 발바닥의 물집이 터지고 또 부풀어 올랐어도 아프지 않았습니다. 노동의 총체적 위기 앞에 모두는 대단결의 깃발을 들었습니다. 비상한 시국에는 내 것만 지키려 하면 노예가 되고 우리 것을 지키려 해야만 민주노조와 이천만 노동자의 권리를 지켜낼 수 있다는 걸 현장 조합원 동지들은 잘 알고 계셨습니다.

 

이런 조합원을 만나는 강행군인데 미친놈처럼 뛰어 다니지 않을 위원장이 어디 있겠습니까.

현장의 기대를 거대한 파도로 만들어 내지 못하고 이곳에서 동지들의 투쟁을 가슴 졸이며 지켜보고 있으니 방안 가득 미안함만 가득합니다. 92일 민주노총 중집에서도 공공부문 총파업 승리를 위한 연대투쟁계획을 세울 것입니다. 힘을 냅시다.

 

 

자본 독재위한 노동개악은 대 재앙입니다.

 

임금피크제 도입하면 일자리가 늘어난다고 입만 열면 떠들어 댔는데 최대규모의 흑자를 낸 삼성부터 줄줄이 일자리를 줄이고 있습니다. 국민을 상대로 한 거짓말이 일년도 안되어서 들통났습니다. 지금껏 150조이상 투입된 저출산 대책 이번에도 이런저런 대책을 내 놓고 있지만 헛발질만 하고 있습니다. 30년을 근무하고 있는 노동자가 지금도 최저임금 노동을 하고 있는데 대한민국을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겠습니까.

 

박근혜 정권의 노동개악은 재벌을 위한 친박을 위한 자본독재 완성을 위한 음모이자 대 재앙입니다. 무능한 독재정권이 스스로 독재자라 말한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되풀이 되지 말아야 할 역사이기에 노동자 민중은 똑똑히 기억할 것입니다. 1년 뒤 가혹한 심판을 위해 지금부터 준비합시다.

 

 

우리의 단결은 이천만 노동자를 위한 단결입니다.

 

박근혜정권의 국민통합은 외부세력을 걸러내기 위한 수사이지만 우리의 단결은 이천만 노동자를 위한 단결이어야 합니다. 노동자에 대한 사랑과 동지에 대한 믿음과 존중으로 단결할 때 우리는 승리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구호만 거창한 혁명대신 나보다 힘든 노동자의 손을 잡아주는 실천이 세상을 바꾸는 혁명입니다. 456일 험한 시간을 견뎌내고 민주노조를 지켜낸 청주노인병원 동지들의 바램인 민주노조를 지키는데 목숨 걸지 않고 신명나게 투쟁할 수 있도록 대책을 세워주는 결단을 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공공기관의 진짜 주인인 국민위해 투쟁하는 '노동자'가 됩시다.

 

감옥에서는 누구나 이름 대신 수번을 부릅니다. 투쟁하는 노동자는 노동자라는 자랑찬 이름을 불러줍니다. 스스로 노동자란 이름을 버리지 않는다면 그 이름은 세상의 주인으로 영원히 불릴 것입니다.

 

선진화, 합리화, 민영화, 구조개혁, 노동개혁 이름만 바꿔 해년마다 찾아와 공공노동자를 탄압했던 말들입니다. 이번에 이왕 싸울 것 제대로 싸워서 어떤 정권이 들어서던지 탄압대신 공공기관 진짜 주인인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노력하는 공공기관 노동자가 되어 국민 모두에게 사랑받는 자랑찬 공공운수노동조합이 되었으면 합니다.

 

다가오는 추석 명절에도 만나는 사람마다 우리 편으로 만들어 주시고 행복한 시간 보내십시오.

 

동지들 사랑합니다. 투쟁!

 

2016. 8. 28

서울구치소에서 한 상균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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