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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을 생각하다' - 불교예술 바라보기(후기)

목, 2016/07/21- 14:59 익명 (미확인) 에 의해 제출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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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6일 북한산강좌는 진관사, 삼천사 답사가 예정되어 있었으나 비바람이 심했던 기상 탓에 실내 강좌로 대체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답사 못지않게 현장감 넘치는 강의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강의는 불교미술사를 전공하신 주수완 강사님께서 해주셨는데요. 나비타이를 매고 열정적으로 우리 불교미술, 나아가 우리의 예술품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에 대해 흥미롭게 강의해주셨습니다.

 

서양의 조각들을 보면 근육 하나하나까지 나타낼 만큼 굉장히 정교하고 섬세하지요? 유럽의 박물관에서 웅장한 조각들을 마주한 강사님은 우리의 것보다 대단하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합니다. 후에 우리나라의 많은 예술품들을 접하고 그 아름다움을 알고서는 생각이 변하셨지만요. 미켈란젤로 역시 우리나라에서 태어나 조각을 했다면 많이 힘들었을 거라셨습니다. 바로 우리나라의 재료는 화강암이기 때문이죠. 경주의 석굴암 모두 아시죠. 석굴암 부처님의 얼굴은 그리스신들의 조각처럼 정교하진 않을지 몰라도 손 끝 하나까지 사실적이고 섬세하게 조각되어 있습니다. 화강암 조각만큼은 우리가 최고 아닐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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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굴암의 부처님을 떠올려 보세요. 부처님의 하체가 매우 부실함을 볼 수 있답니다. 왜 이렇게 상·하체를 불균형하게 조각했을까요?

바로 이동하면서 바라보았을 때의 균형을 위해서라고 하네요.

앞 쪽의 기둥들 사이로 보이는 부처님의 상하체가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그 균형을 맞춘 것. 멀리서 점점 다가설수록 각 시점에 따라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는 것이죠. (지난 6, 걷기예찬 회원들과 경주국립공원을 걸음하며 불국사에도 다녀왔습니다. 현재는 유리집과 전각으로 다양한 시점에서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는 없었습니다. 우리만큼이나 석굴암 부처님도 답답할 것 같다 생각했다는..)


문화는 그 사회 상황에 당연히 영향을 받습니다. 수많은 불당에서 1:1로 부처님과 마주할 수 있었던 고려 때의 불화가 은밀한 이브닝 드레스 같았다면 억불시대였던 조선시대에는 얼마 되지 않는 불당에 많은 신도들이 몰렸기에 1대 다수로 부처와 마주해야 했고 이로 인해 부처님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점이 다양했습니다. 다양한 위치에서 부처님은 잘 보여야 했고 법당은 예전보다 밝아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밝아진 법당에서 눈에 들어와야 하는 불화는 자연스레 더 밝고 선명한 색채를 이용해 그려졌습니다


경복궁 근정전은 임금이 신하들의 조하를 받던 근엄한 장소입니다. 그런데 그 주변으로 어찌 보면 어정쩡해 보일 수도 있는 추상적인 원숭이 조각이 있습니다. 이 같이 불교 미술에서는 예술품 표현에 있어 사실적인 묘사만을 생각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불교미술 역시 어떻게 하면 신도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에서 추상적으로 캐릭터화된 측면이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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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 화엄사의 사사자삼층석탑에서 부처님 아래에는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이 조각되어 있습니다. 비록 석탑은 고요히 서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우리는 그 움직임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예술품을 마주할 때에 그 모습이 추상적으로 캐릭터화 되어있다던지 비율이 왜곡되어 있다거나 하는 것은 작가 나름의 의도가 있고 단순히 그 예술품만을 두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주변과의 조화, 감상자의 시점과 각도를 고려한 것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멈추어 있는 고요한 예술품에서 움직임을 보고 소리를 느낀다는 것 모두 이러한 많은 요소들이 어우러져 새로이 탄생되는 것이라는 점도요.

 

두시간의 강의로 엄청나게 다양하고 깊은 불교미술 모두를 이해했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조금이나마 몇몇 우리의 미술품을 바라보는 시선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우리 문화가 다른 문화와 비교해 우수해서 좋다가 아닌 그저 좋아서 좋은 것. 강요해서 될 것이 아니라 보고 있으면 자연스레 좋아지는 것이 자신이 살아온 곳에서의 문화를 편하게 받아들이는 이유 아닐까라는 강사님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습니다.

 

내일 모레 723일 강좌는 북한산의 무속을 만나는 시간입니다. 은평구 우물골에 위치한 샤머니즘 박물관, 금성당(중요미속문화재 258)의 양종승 박물관장님께서 강의를 진행해줄 예정입니다. 어제 오늘 폭염주의보가 내릴 만큼 무더웠습니다. 내일 오후부터 비가 내리고 토요일까지 이어질거라니... 더위를 식혀주겠죠?

북한산강좌가 이제 2번 남았습니다. 기대되는 북한산의 무속시원한 빗소리 들으며 회원들과 함께 강의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



* 문의 : 손보경 010-5490-2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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