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본부, 10년간 '어버이연합' 보도 전수 분석 … "정쟁 프레임에 이용했다"
'어버이연합 게이트'에 대해 KBS는 열흘동안 침묵했다. '청와대-전경련-어버이연합'으로 이어지는 관제데모 커넥션의 실체가 드러났다. 4월 11일 시사저널의 첫 보도 이후 JTBC등 타 언론사의 추가 취재와 보도가 이어졌다. KBS는 열흘이 지난 22일 아침뉴스에서 경실련의 검찰 수사 의뢰를 첫 보도로 전했다. 이후 보도는 대통령의 해명과 여·야 공방 등 정쟁 속에서 나온 발언들 중심이었다. 어버이연합 게이트와 관련해 KBS가 스스로 취재해 발굴해 낸 뉴스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성재호)는 3일 오전 11시 KBS연구동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본부는 지난 10년간 TV를 통해 방영된 KBS뉴스 가운데 '어버이연합'을 직접 거론하며 전한 뉴스 73건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맞불집회, 행사 방해·항의, 어버이연합 게이트, 대북전단, 기타 등 다섯가지 범주로 분류한 결과 행사 방해 보도가 24건으로 가장 많았고, 맞불집회 18건, 대북전단 3건, 기타 10건이 뒤를 이었다.
KBS본부는 "어버이연합이 진보적 시민사회단체의 대규모 집회 시위에 맞서 이른바 '맞불집회'에 나섰을 때, 집회 참가자 규모의 차이를 무시한 채 대등한 주장인 듯 보도를 한 사례들이 눈에 띈다"며 "관제데모 의혹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어버이연합에 대해 그 실체를 추적하고 배후를 파헤쳤어야 마땅할 KBS는 어버이연합 출범 이후 내내 사실상 공범 노릇을 해왔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KBS본부는 4월 29일 공정방송위원회를 통해 '어버이연합 게이트' 축소 보도 건을 긴급 안건으로 상정하려 했지만, 회사측 위원들은 "논의할 만한 가치가 없다. 객관적 사실이 드러난 것이 없다. 의혹만 가지고 모든 것을 보도할 수는 없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성재호 KBS본부장은 "어버이연합에게 돈을 대 준 전경련도 문제지만, 그들을 정상적인 시민단체처럼 포장해서 지금의 위치에 오르게 해 준 데에는 KBS와 같은 주류 언론의 힘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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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상가상으로 공영방송의 역할보다 수익성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KBS 조직개편안'도 논란이 되고 있다. 방송본부 내에 마케팅과 제작투자담당그룹이 배치됐다. 방송본부장은 방송편성책임자다. 편성책임자가 마케팅과 투자까지 관리하게 되면 편성이 '시청률'과 '수익성'만을 쫓는 편성이 될 것이 불 보듯 훤하다는 게 KBS본부의 지적이다. 이사회는 오는 5월 4일 해당 조직개편안을 의결, 통과 시킬 예정이다.
성재호 본부장은 "회사는 조직개편의 모범으로 삼성과 네이버를 참고했다고 밝혔다"며 "공영방송이 삼성과 네이버의 상품과 같은 서비스를 하고 있느냐. 근본적으로 출발점이 잘못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제작본부 내에 교양, 예능, 시사 구분 없는 프로덕션 조직도 문제다. 성재호 본부장은 "본부 내 프로덕션끼리 예산과 투자를 따내기 위한 무한 경쟁을 시키겠다는 것"이라며 "프로덕션끼리 평가를 받게 되면 <취재파일>과 <1박 2일>이 경쟁을 하는 웃긴 상황이 펼쳐지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고 밝혔다.
방송본부와 제작본부가 나뉘어 프로그램 제작자들이 방송본부의 제작 하청업체처럼 취급되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드라마, 예능의 경우 외부 업체와 출연자 섭외 등에서는 투자 담당인 방송 본부와 이야기를 하고, 제작에는 제작본부와 이야기를 해야 해 두 본부간의 갈등이 생길 수 있다.
수신료 현실화 전담 조직은 '대외협력실'로 흡수됐다. KBS본부는 "KBS 재원의 근간은 광고나 콘텐츠 판매 수익이 아닌 수신료"라며 "수익성만 쫓는 상업적 조직구조로 개편해놓고 수신료를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시청자들의 수신료는 상업방송이 하기 어려운 공익적 프로그램을 만들고 정치권력과 금권에 휘둘리지 않는 보도를 하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가장 큰 문제는 이 조직개편안이 졸속으로 추진됐다는 점이다. KBS본부는 "조직 전체를 뒤흔드는 개편을 하면서도 각 부문 또는 직종과 단 한차례도 공식적인 협의나 의견 교환이 없었다"며 "노조와 각 협회 구성원들의 반발이 이어지자 협회 개표자와 반나절정도 면담을 했을 뿐이다. 고대영 사장의 불통과 독선이 이번 조직개편 추진 과정에서 그대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은 "돈벌이, 수익성을 논리로 프로그램에 직접적으로 타격을 줄 수 있다"며 "MBC에서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강남 8학군에 대한 빅데이터를 분석한 프로그램이 나간 적이 있다.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시청률도 10%에 육박했으나 정규방송이 못 됐다. 김재철 사장 때 였는데 이 프로그램이 예민한 시사문제를 다룰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예산을 아예 편성하지 않고 막아버렸다. 시청률이나 평가가 아무 소용이 없었다"고 술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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