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콘텐츠로 건너뛰기

[판결비평] ‘추가 수사’의 가능성으로 죄수를 압박한 기자, 그 뒤 검사

지역

[판결비평] ‘추가 수사’의 가능성으로 죄수를 압박한 기자, 그 뒤 검사

admin | 목, 2021/08/26- 00:21

'추가 수사'의 가능성으로 죄수를 압박한 기자, 그 뒤 검사https://www.peoplepower21.org/files/attach/images/37219/267/812/001/55a8... style="width:800px;height:419px;" />

 


'검찰 수사'를 빌미로 제보를 강요한 혐의를 받아 재판에 넘겨진 채널A 이모 전 기자에게 1심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취재윤리는 위반했지만 강요미수죄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인데요. 검찰의 추가 수사를 운운하고 검찰과의 통화내용을 대리인에게 들려준 사실은 있지만 구체적인 해악을 고지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검사와 기자는 통화는 했지만 유착하지 않았다, 기자는 검사와의 통화를 이용해 감옥에 있는 이를 압박했지만 강요미수죄에 해당하진 않는다는 이야기는 어떻게 이해되어야 할까요? 이모 기자에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을 국민대 윤동호 교수가 비평했습니다.


 

광장에 나온 판결 : 198번째 이야기

 

'검찰 수사'를 빌미로 제보를 강요한 채널A 기자에 대한 1심 무죄 판결 비평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1단독 홍창우 판사

2020고단5321  

 



윤동호 교수https://www.peoplepower21.org/files/attach/images/37219/267/812/001/6a3a... style="width:150px;height:175px;" />


윤동호 교수 / 국민대학교 법과대학 

 

형사절차는 진실을 밝히고 그 진실이 범죄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절차이다. 이 진실을 실체적 진실이라고 부른다. 밝혀져야 하고, 처벌을 받아야 하는 진실임을 강조한 것이다. 형사절차는 수사, 기소, 재판의 순서로 이루어지고, 재판은 1심과 2심을 거쳐 대법원까지 진행될 수 있다. 형사절차에서 밝혀진 진실은 절차적 진실이라고 부른다. 실체적 진실에 견준 표현이다.

 

실체적 진실과 절차적 진실이 불일치할 수 있다.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어렵기 어렵기 때문이다. 과거의 일이고 인간의 인식능력과 기억력에는 한계가 있다. 바라보는 입장이나 관점에 따라 진실을 다르게 본다. 심지어 의도적으로 진실을 숨기거나 조작한다. 진실을 밝히기도 어렵지만, 밝혀진 진실이 범죄에 해당하는지 판단도 쉽지 않다. 이는 사람의 행위에 대한 유무죄를 판단하는 것인데, 행위의 상황과 의도에 따라 그 행위가 다양한 의미를 가질 수 있고, 이를 처벌하는 형법규정이 매우 다양하며 해석관점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

 

사건 내용에 관한 아래 서술은 언론 보도 등을 참고해 작성한 것이다.

 

교도소에서 출소할 날만 손꼽아 기다리는 죄수(罪囚)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추가 기소‘라고 한다. 검사가 다른 건으로 수사를 개시할지 모른다는 걱정은 죄수에게 공포에 가깝다고 한다. 출소를 1년 3개월 앞둔 평범한 죄수가 있었다. 경제인이었다. 그 죄수는 수감 중에 갑자기 검찰의 조사를 받으러 다녀야 했다. 버티다 검찰 조사실에서 만난 지인의 ’추가 기소로 어려워질 수 있다‘란 말에 무너졌다. ‘정치인에게 불법정치자금을 제공했다’고 진술한다. 그 지인은 이른바 ’법조 브로커‘였다. 그 후 법정에서 이를 번복했으나 소용이 없었고, 오히려 그 죄수는 위증죄로 처벌을 받아야했다. 1심은 법정 증언에 무게를 두고 그 정치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검찰 진술에 무게를 두고 유죄를 선고했다. 지인의 말은 ’솔직하게 말하면 선처해주지 않겠느냐‘ 정도에 불과하다고 봤다. 대법원은 2심을 지지했다. 정치인의 정치자금법위반사실이 절차적 진실로 확정된 것이다.

 

기자가 ‘추가 수사’의 가능성을 언급하며 죄수를 압박한 사건이 벌어졌다. 그도 경제인으로 활동하다 징역 12년의 옥살이 중인 죄수였다. 그는 다른 죄로 1심에서 징역 2년 6월을 선고받고 항소하여 2심 재판이 진행 중이었다. 기자가 그에게 편지를 보낸다. 코로나19가 시작된 지난 해 초 5차례에 걸쳐. 취재를 해보니 또 다른 사건으로 검찰 수사가 이루어져서 수형기간이 많이 늘어날 수 있고, 심지어 아내도 처벌될 수 있다. 이 사건에 연루되었다고 의심되는 여권의 유력인사의 비리정보를 제공해라. 그러면 자신과 친분이 있는 검사에게 선처를 부탁하겠다.

 

죄수는 두 차례의 편지를 받은 후 구치소로 접견 온 변호사와 의논한다. 변호사의 지인을 죄수의 대리인 자격으로 기자와 만나보도록 한다. 그 대리인은 기자와 세 차례 만나는 동안 기자가 원하는 정보를 죄수가 가진 것처럼 말하면서 기자가 검사와 어떤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에 죄수가 선처를 받을 수 있도록 할 수 있는지 명확히 하려고 한다. 기자는 당시 검찰총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검사임을 암시하면서 그와 통화한 내용이 담긴 녹음파일을 들려주고, 녹취록은 보여준다.

 

기자는 원하는 정보를 얻는데 실패한다. 대리인이 다른 방송사에 제보하여 ‘검언유착’ 사건으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후 고발된 기자는 강요미수 혐의로 구속되고, 같은 혐의로 기소된다. 기자와 통화를 나눈 검사는 기소되지 않고, 이 검사의 휴대폰 유심 수색압수과정에서 이에 참여한 검사와 몸싸움이 벌어져서 오히려 기자를 기소한 검사가 특가법의 이른바 독직폭행(형사공무원의 피의자 등 폭행치상) 혐의로 기소된다.

 

형법의 강요죄는 폭행이나 협박으로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는 범죄이다. 협박은 사람이 공포심을 가질만한 정도의 해악을 고지하는 것을 말한다. 해악을 고지하는 주체와 해악을 실현하는 주체가 다를 경우에는 전자가 후자의 행위를 사실상 지배하거나 후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것으로 믿게 하는 명시적․묵시적 언동이 있어야 한다.

 

1심 법원은 기자에게 무죄를 선고한다. 기자의 행위는 취재윤리 위반에 해당하나, 강요미수죄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해악을 고지하는 주체는 기자이지만 해악을 실현하는 주체는 검사로서, 기자의 행위는 협박에 해당하지 않는다.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 있다니, 비리정보를 제공하라, 그럼 언론보도로 공론화하면서 검찰에 선처를 부탁하겠다’고 기자가 말한 것을 두고, ‘비리정보를 제고하라, 그렇지 않으면 내가 아는 검사를 통해서 무거운 처벌을 받게 하겠다’라고 볼 수는 없다. 기자가 검사와 통화한 녹음파일과 녹취록을 제시하여 검찰과 연결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대리인의 요구에 따른 것이다. 이를 두고 기자와 검사의 구체적인 유착 가능성을 의심할 만한 언동으로 볼 수는 없다. 죄수가 느낀 불안감과 공포심은 기자의 행위로 인한 것이 아니라 종전 검찰 수사 경험에 근거한 주관적인 판단에 불과하다.

 

2019년 조국 전 법무부장관 수사에서 드러났듯이 한국 사회에서 검사와 기자는 상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까운 사이다. 죄수에게 기자의 행위는 공포심을 느낄만한 정도의 해악의 고지로 볼 수 있다. 2020년 나온 사법연감에 따르면 2019년에 구속사건(24,351건) 중 1심에서 무죄가 나온 사건(142건)은 0.5%에 불과하다. 기자의 행위에 대한 1심 법원의 판단이 잘못일 수 있다. 강요미수가 실체적 진실일 수 있다. 1심이 무죄라고 본 절차적 진실이 2심에서 바뀔 수 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최근 판결 중 사회 변화의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거나 국민의 법 감정과 괴리된 판결, 기본권과 인권보호에 기여하지 못한 판결, 또는 그와 반대로 인권수호기관으로서 위상을 정립하는데 기여한 판결을 소재로 [https://www.peoplepower21.org/Judiciary/1476842" target="_blank" rel="nofollow">판결비평-광장에 나온 판결]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로 법률가 층에만 국한되는 판결비평을 시민사회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어 다양한 의견을 나눔으로써 법원의 판결이 더욱더 발전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시민들의 의견

댓글 달기

Plain text

  • 웹 페이지 주소 및 이메일 주소는 자동으로 링크로 전환됩니다.
  • 줄과 단락은 자동으로 분리됩니다.
  • 사용할 수 있는 HTML 태그: <a href hreflang> <em> <strong> <cite> <blockquote cite> <code> <ul type> <ol start type> <li> <dl> <dt> <dd>
이미지
무제한 수의 파일을 이 필드에 업로드할 수 있습니다.
50 MB 한계입니다.
허용된 유형: png gif jpg jpeg.
Enter the YouTube URL. Valid URL formats include: http://www.youtube.com/watch?v=1SqBdS0XkV4 and http://youtu.be/1SqBdS0XkV4.
CAPTCHA
스펨 사용자 차단 질문

검사장의 수사기밀 유출 및 강압수사 의혹, 법무부 감찰로 진상 밝혀야

 

MBC 보도로 촉발된 채널A 현직 기자와 검사장의 유착 의혹이 적잖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제기된 의혹은 현직 검사장이 수사기밀에 해당하는 내용을 친분 있는 기자에게 유출하고, 그 기자가 사건 관계자를 협박하는 등 여권 유력인사를 상대로 한 기획 · 표적 수사를 시도했다는 것이다. MBC 측에서는 채널A 기자가 보낸 편지 문건과 모 검사장과의 통화 녹취록 내용 등을 근거로 제시하고 있지만, 지목된 검사장과 채널A 기자는 유착 의혹을 정면으로 부인하고 있다. 양측의 말이 엇갈리고 있는 만큼 법무부가 나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대검찰청이 법무부에 올린 보고에서 지목된 검사장은 대화의 당사자가 자신이 아니라고 부정했고, 채널A기자도 다른사람과의 대화를 종합한 것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지목된 검사장이 아닌 다른 검찰 고위간부들로부터 수사기밀이 유출되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법무부는 조사의 대상과 범위를 넓혀서 정식 감찰을 통해 제기된 의혹의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검찰 고위간부로부터 수사기밀에 해당할 수 있는 내용을 언론사 기자가 입수하고, 이를 바탕으로 수감중인 사건 관계자에게 가족의 안위를 들먹이며 여권 유력 인사의 비위를 내놓으라 협박했다는 의혹은 충격적이다. 총선 시기에 검찰수사를 비판하고 검찰개혁을 주장해온 여권 유력 인사에 대한 표적 · 기획수사로 총선에 영향을 미치려 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드는 상황이다. 감찰을 통해 수사기밀 유출이나 언론 유착을 통한 표적수사 여부를 밝혀야 한다. 필요한 경우 의혹이 제기된 인사가 소위 검찰총장 최측근이며 현직 고위 검사장인 상황을 고려하여 수사의 공정성에 의문이 제기되지 않도록 특임검사와 특별검사의 정식 수사도 추진해야 할 것이다.

 

현재까지는 의혹 제기 수준이지만 그간 검찰의 직접수사는 실적을 내기 위해 무리한 수사방식을 고수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본안과 관련없는 다른 사건으로 사건관계인을 구속하는 별건수사, 강압수사, 수사기밀을 일부 언론사에게 흘려 피의자 망신 주기 및 여론 몰고가기 등이 그 주요한 비판점이었다. 특히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점에 수사권을 남용하여 사실상 정치에 개입하는 행태도 끊이지 않았다. 법무부는 이번 일을 계기삼아 검찰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받아왔던 별건수사, 표적· 기획 수사, 강압수사, 언론플레이 등이 계속되고 있는지 전면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검찰은 의혹이 집중되고 있는 신라젠 사태에 대해서도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그간 야권에서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여권 인사들이 과거 신라젠에 축사, 강연 등을 해줬다는 것을 근거로 신라젠과의 연루 의혹을 주장해왔다. 그런데 이번에 제보자는 최경환 전 총리와 그 주변인물들이 신라젠에 65억여 원을 증권 및 금융기관 이름으로 차명 투자했다는 의혹을 새로이 제기했다. 여권과 야권의 유력 정계 인사가 모두 이 사건에 등장한 셈이다. 검찰은 여야 인사들의 연루 의혹을 모두 규명하여 사건의 논란이 종식 될 수있도록 명확한 수사결과를 하루빨리 내놓아야 한다.

 

 

논평 https://docs.google.com/document/d/1CyyBiupWfRW2HII0OJw5FBVv3DaM583bmQz3... target="_blank" rel="nofollow">[원문보기 / 다운로드]

 

 

 

금, 2020/04/03- 01:00
1
0

공정성 위해 법무부가 직접 감찰해야

'검언유착' 의혹 감찰 제지한 검찰총장 지시 부적절

 

현직 검사장과 채널A 기자의 유착 의혹에 대해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이 감찰착수를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통보했으나, 이에 대해 윤석열 총장이 감찰 착수 대신 대검 인권부(부장 이수권 검사장)에 진상조사를 지시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러나 이 사안은 현직 고위 검사장이 기자와 유착하고 수사기밀을 유출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사안인 만큼 마땅히 감찰로 진상을 밝혀야할 사안이다. 의혹의 당사자가 윤석열 검찰총장의 소위 최측근이라는 한동훈 검사장(부산고검 차장)으로 지목된 상황에서 감찰도 아닌 인권부의 진상조사는 공정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어 부적절하다. 이런 상황이라면 법무부가 직접 감찰에 나서 진상을 조사해야 한다. 

 

대검찰청 감찰부장은 검찰의 고질적인 제식구 감싸기 문화를 근절하기 위해 2008년부터 검찰 내부 승진이 아닌 외부공모로 뽑아왔고, 현재 감찰부장도 법관 경력을 가진 한동수 변호사로 지난해 임명되었다. 따라서 검찰총장은 감찰에 일체 간섭하지 말고 독립성을 보장함이 마땅하다. 그럼에도 감찰부장이 직접 추진한 감찰을 검찰총장이 제지하면서 인권부에게 진상조사를 지시한 것은 독립적 감찰제도의 취지를 훼손하는 것으로 부적절하다. 

 

검찰의 셀프조사는 검사와 관련된 사안을 공정하게 조사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이번에도 반복되고 있다. 「법무부 감찰규정」에 따르면  ▲검찰에서 자체 감찰을 수행하지 않기로 결정한 경우, ▲언론 등 사회적 관심이 집중된 사항으로 검찰의 자체 감찰로는 공정성을 인정받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법무부장관이 감찰을 명한 경우에 법무부가 직접 감찰할 수 있다. 이번 의혹이 위 사유에 해당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더이상 지체하지 말고 법무부 차원의 직접 감찰을 개시해야 한다. 

 

 

논평 https://docs.google.com/document/d/16NtdCvmSZdVjpvdJALEAEK0nQnoT70TZUZto... rel="nofollow" target="_blank">[원문보기 / 다운로드]

 

 

 

 

목, 2020/04/09- 22:18
3
0

강제동원 문제 해결이 국익을 손상시킨다? 대법 판결마저 무시하는 판사의 괜한 우려https://www.peoplepower21.org/files/attach/images/37219/788/790/001/4d79... style="width:800px;height:419px;" />

 


6월 7일 서울중앙지법(2015가합13718 제34민사부 김양호 재판장)은 일본제국주의 강제동원 피해자 80여 명이 일본기업 16곳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을 각하했습니다. 2018년 10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판결입니다. 법원은 "개인 청구권이 한일 청구권 협정에 의해 바로 소멸되거나 포기됐다고 할 수 없지만 소송으로 이를 행사할 수 없다"는 이유로 재판절차를 끝내는 결정을 내린 것인데요. 



특히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개인청구권을 인용해 판결을 내릴 경우 국제재판소로 사건이 넘어갈 가능성이 있고 이때 대한민국이 받게 될 압박이 극심할 것이고 패소할 경우 문명국으로서의 위신이 추락할 수 있다는 것 등을 각하 사유로 제시하며 논란을 샀습니다. 


'문명'국이라면 식민지배의 부당함을 다시 한 번 알리고, 피해자들에게 합당한 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올바른 처신이 아닐까요? 국민적 법감정과는 동떨어진 판결로 사회적 분노가 컸던 판결인데요 법리적으로도 문제가 많은 해당 판결을 전범진 변호사가 비평했습니다.


 

 

광장에 나온 판결 : 196번째 이야기

 

강제동원 피해자들과 유족들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 대해 각하 판결

서울중앙지법 제34민사부 김양호 재판장 2015가합13718

판결문 [https://drive.google.com/file/d/12KMhPw_CQLpOZ7Plr6seHQ6CBYFZEw1x/view?u... target="_blank" rel="nofollow">바로가기 / 다운로드]

 



전범진 변호사https://www.peoplepower21.org/files/attach/images/37219/788/790/001/adcf... style="width:148px;height:196px;" />


전범진 변호사 /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2021. 6. 7. 선고된 서울중앙지법 2015가합13718 손해배상(기) 판결(이하 손해배상 판결) 은 아래와 같이 각하 판결했다.

 

손해배상 판결은 대법원 2013다61381 전원합의체 판결 반대의견인 소수의견이“청구권 협정의‘완전하고도 최종적인 해결’이나‘어떠한 주장도 할 수 없는 것으로 한다.’라는 문언의 의미는 개인청구권의 완전한 소멸까지는 아니더라도‘대한민국 국민이 일본이나 일본 국민을 상대로 소로써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제한된다.’는 뜻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라고 하는 것을 기본적인 맥락으로 한다.

 

청구권협정의‘어떠한 주장도 할 수 없는 것으로 한다.’라는 문언의 의미는 결국‘대한민국 국민이 일본이나 일본 국민을 상대로 소로써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제한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위자료청구권을 인정한 대법원 2018. 10. 30.선고 2013다61381 전원합의체 판결 등은 (중략) 국내법적 해석에 불과한 것으로, 합의에 이른‘조약’에 해당하는 청구권협정의‘불이행’을 정당화할 수는 없는 것이므로, 대한민국은 국제법적으로는 청구권협정에 구속된다.”고 한다.

 

위 판결은 원고들의 청구를 인용하는 본안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되고 강제집행까지 마쳐져 피고들의 손해가 현실화될 경우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서 여러 차원의 압박을 받을 수 있고 국제재판소에서 패소하는 경우 대한민국 사법부의 신뢰에 치명적인 손상, 세계10강에 들어선 대한민국의 문명국으로서의 위신 추락할 것이라고 판시했다. 

 

더불어 자유민주주의라는 헌법적 가치를 공유하는 서방세력의 대표국가들 중 하나인 일본국과의 관계가 훼손되고 이는 결국 한미동맹으로 우리의 안보와 직결되어 있는 미합중국과의 관계 훼손으로 이어져 헌법상의 ‘안전보장’훼손, 사법신뢰의 추락으로 헌법상의‘질서유지’를 침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이 사건 강제집행은 국가안전보장과 질서유지라는 헌법상의 대원칙을 침해하는 것으로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되지 않고, 결국 이 사건 피해자들의 청구권은 소구할 수 없는 권리에 해당한다.”라고 한다.

 

그러나 위 판결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대법원 2013다61381 손해배상(기) 전원합의체 판결(재상고심)(이하 2018년 대법원 판결)의 취지 등을 무시한 판결이다.

 

강제동원 피해자들은 소송을 제기할 권리가 있다

 

2018년 대법원 판결은 “청구권협정문이나 그 부속서 어디에도 일본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언급하는 내용이 전혀 없으므로 청구권 협정 제2조 1.에 샌프란시스코 조약 제4조(a)의 범주를 벗어나는 청구권인 식민지배의 불법성과 직결되는 청구권이 포함된다고 보기는 어렵고, 청구권협정 제1조의 돈은 기본적으로 경제협력의 성격이었고 청구권협정 제2조와 제1조 간에 법률적인 상호관계는 없고, 협상과정에서 12억 2,000만 달러를 요구하였음에도 3억달러만 대한민국이 받은 상황에서 개인들의 위자료청구권이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되기는 어렵다.”는 등의 판시를 하여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위자료청구권을 행사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음을 분명히 하였다.

 

이번 판결이 근거로 삼은 부분은 대법원 판결의 소수의견에 불과하다. 

 

대한민국이 청구권협정에 구속되지 않는다

 

대법원은 이미 2012년 5월 24일(2009다68620) 판결에서도 불법행위로 인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해서는 청구권 협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고, 2018년 대법원 판결에서 역시 “개인들의 위자료청구권이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되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즉,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이 아닌 개인들의 위자료청구권을 소로서 행사하는 것에 대하여, 대한민국에 청구권협정에 구속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이를 감안할 필요도 없다. 

 

이번 판결도 위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법정의견과 달리 판단하여야만 하는 현저한 사정변경이 있지 않는 한 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판결하는 것이 타당한 것이다.

 

또한 비엔나협약 제27조는“어느 당사국도 조약의 불이행에 대한 정당화의 방법으로 그 국내법규정을 원용해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2018년 대법원 판결은 청구권협정에 대한 해석을 원용한 것이지 국내법규정을 원용하여 청구권협정의 불이행을 정당화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2005년 8월 26일 민관공동위원회에서 밝힌 바와 같이, 대한민국정부는 국가권력기관이 관여한 반인도적 불법행위와 관련한 개인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청구권협정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히고 그 입장을 유지하여 왔다. 이는 국제법상의 ‘묵인’에 해당하여 국제법상 금반언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또한 재판부는 '위안부' 생존자 배상금 강제추심을 목적으로 한국 내 일본 재산을 공개하라는 재산명시 신청사건(2021카명391)에서도 생존자들의 청구권이 한일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으며, 비엔나협약 제27조에 반하지 않는다고 명시한 바 있다. 

 

국가안전보장과 질서유지를 위해 법률 효력인 조약으로 소권을 제한할 수 없다

 

손해배상 판결은“국제재판소에서 패소하여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는 등의 경우 대한민국 사법부의 신뢰에 치명적인 손상, 세계10강에 들어선 대한민국의 문명국으로서의 위신 추락, 자유민주주의라는 헌법적 가치를 공유하는 서방세력의 대표국가들 중 하나인 일본국과의 관계가 훼손되고 이는 결국 한미동맹으로 우리의 안보와 직결되어 있는 미합중국과의 관계 훼손으로 이어져 헌법상의 ‘안전보장’훼손, 사법신뢰의 추락으로 헌법상의‘질서유지’를 침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라고 한다.

 

그러나 본안판결에서는 본안 판단의 대상만이 심리되고 선고되어야 할 것이고, 강제집행위 위법성은 본안판결 선고 및 확정 후에 다투어져야 하는 것이다. 본안판결을 하면서 장래의 강제집행의 위법성 때문에 본안판결을 인정할 수 없다는 논리는 이해할 수 없다.

 

만일 본안판결에서 강제집행의 위법성을 판단할 수 있다고 할지라도. 위 판결에서“우리 대법원이 국내법 사안에서 강제집행의 권리남용 해당여부에 관하여 엄격히 판단하고 있다.”라고 스스로 인정하는 점을 감안하면 과연 위 판결처럼 쉽게 강제집행의 권리남용을 인정해야 하는 지도 의문이다.

 

사법부가 정해주는 대한민국의 외교정책?

 

또한 ‘국제재판의 고도의 불가예측성’을 감안하면 대한민국이 승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위 판결은 지나치게 대한민국에 국제재판소에서 패소할 가능성을 높게 잡고 있는 오류가 있다.

 

일본국과의 관계, 미합중국과의 관계 훼손으로 인한 헌법상의 안전보장이 훼손된다는 주장은 논리의 비약이다. 이는 오히려 비법률적인 판단이다. 패소를 하게 되는 경우라고 할지라도, 과연 그것이 국가안전보장이 훼손되는지는 의문이다. 위 판결은 대한민국의 외교관계가 대일동맹, 대미동맹으로 고정되고 영원히 지속된다는 모순에 빠져 있다.

 

아울러 사법부에서 고도의 정치적인 행위인 외교에 대하여 국가원수나 외교부 등 행정부의 권한을 침범하여 대일동맹과 대미동맹으로 대한민국의 외교관계를 고정시키는 것은 국익을 위하여서도 자제되어야 할 것이다.

 

강제징용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국가의 책임이다

 

법적의무를 부담해야 하는 강제동원 가해 기업들이 장기간 해태하고 역으로 일본 정부가 나서 외교적 공격을 하는 상황에서 사법부가 오히려 이 부당한 상황의 원인을 확정판결로 권리를 인정받은 피해자들에게 돌리고 있다. 피해자들의 권리행사가 대한민국을 위태롭게 만든다며 권리 남용이라고 낙인을 찍는 것이다. 

 

강제징용사안, 영유권 주장 사안, 위안부 사안은 오히려 국가의 독립과 영토의 보전, 헌법과 법률의 규범력과 헌법기관의 유지 등 국가적 안전의 확보라는‘국가안전보장’과 국민의 인권에 관련된 사안들로 대한민국이 적극적으로 이의 보장을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사안이다. 대한민국이 위 사안들에 대한 노력을 경주하지 아니하고 위 판결이 말하는 국제관계의 경색이나 국격 및 국익의 치명적인 손상을 이유로 이를 소홀히 한다면 국가로서의 임무를 다하지 못하는 것이 된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최근 판결 중 사회 변화의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거나 국민의 법 감정과 괴리된 판결, 기본권과 인권보호에 기여하지 못한 판결, 또는 그와 반대로 인권수호기관으로서 위상을 정립하는데 기여한 판결을 소재로 [https://www.peoplepower21.org/Judiciary/1476842" target="_blank" rel="nofollow">판결비평-광장에 나온 판결]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로 법률가 층에만 국한되는 판결비평을 시민사회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어 다양한 의견을 나눔으로써 법원의 판결이 더욱더 발전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월, 2021/07/19- 20:54
1
0

난민이라고 이산가족? 더이상 당연하지 않다https://www.peoplepower21.org/files/attach/images/37219/788/790/001/2588... style="width:800px;height:419px;" />

 


한 나라에서 다른 한 나라로 한날한시 함께 왔고, 같은 이유로 난민이 되고자 했지만 아빠는 난민이 아니고 아들만 난민이다? 다소 황당한 법무부의 결정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습니다. 2021년 5월 27일 아버지 A씨에 대한 난민 지위 인정 판결이 내려진 것인데요. 해당 판결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난민 지위를 먼저 인정받은 아들과 함께 살 수 있는 권리를 인정했다는 점입니다. 가족과 함께 살 권리는 우리 헌법이 인정하는 기본권이기도 합니다. 한반도의 또 다른 이산가족으로 살 수 밖에 없었던 수많은 난민들의 목소리가 더 크게 울리기를 바라며 이일 변호사가 비평했습니다.


 

광장에 나온 판결 : 197번째 이야기

 

이란 출신 미성년 아들을 둔 A씨의 난민 불인정 결정 취소 소송 판결

서울행정법원 행정5단독 이새롬 판사

 



이일 변호사https://www.peoplepower21.org/files/attach/images/37219/788/790/001/ddc8... style="width:148px;height:198px;" />


이일 변호사 / 공익법센터 어필 

 

 

난민 A씨와 그 아들 민혁군의 끝나지 않은 이야기 

 

난민 A씨가 있다. 아들과 함께 살면서 한국에서 새로운 종교를 신앙하고 활동하게 되었다. 개종 자체를 일종의 체제에 대한 근본적인 반역으로 이해하고 봉쇄하는 본국, 그래서 사형에도 처할 수 있는 국가로는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 난민 A씨는 피난처가 된 한국 정부에게 송환하지 말고 한국에 살 수 있게 해달라고 난민 신청을 하였다. 이 난민의 사연은 2018년 그 아들 민혁군의 중학교 친구들이 “내 친구가 공정한 난민심사를 받을 수 있게 해달라”며 청와대 국민청원 및 1인 시위를 하기 시작하며 국내외 언론을 통해 널리 알려졌다. 머나먼 곳의 건조한 사건이 아니라, ‘친구’와 ‘우정’의 이야기로 한국 사회에 난민이 처음으로 출현한 바로 그 가족의 얘기다. 

 

2016년부터 한국 정부를 절박하게 두드린 가족에게 그 문은 한차례의 소송과 재신청을 거쳐 아들 민혁군에게 2018년 10월 난민 지위 인정으로 열렸다. 그러나 아버지인 난민 A씨에게는 개종한 종교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며 법무부는 이를 부정했다. 아버지만 사지로 돌려보내며 한국에서 살 수 있을까? 서울행정법원은 ‘개종 사실은 믿을 수 있고’, ‘본국에도 널리 알려졌으며’, ‘가족이 함께 살아갈 권리 즉 가족결합권에 따른 인도적 요청에 따르더라도 난민 지위가 인정되어야 한다’라며 법무부의 판단이 위법하다고 선언했다. 그 이유 중 세 번째 부분 즉 가족결합권의 근거와 내용에 대한 명시적인 판단이 이 판결이 갖는 핵심적 의의다. 난민 가족은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것. 

 

가족이 함께 살아갈 권리를 어떤 난민이 가지나? 그때의 가족은 누구인가? 

 

가족이 같이 살아갈 수 있는 권리. 이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다. 서로 사랑하는 가족이 존재하는 한 여기에 어떤 이의가 있을 수 있을까? 이게 왜 문제가 될까 의아할 수도 있다. 보통의 일상생활에서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가족은 같이 살아가기 때문이다. 어쩌면 전쟁과 강제이주의 맥락이 없는 평범한 사회에서는 오히려 원치 않은 가족과 서로 ‘떨어질 권리’가 더 문제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강제이주 상태에 놓인 난민들의 경우는 상황이 다르다. 가족이 같이 살아갈 권리가 각국의 경계와 출입국행정 속에 실질적으로 침해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미 존재하는 권리를 난민들에게는 명시적으로 개념화해서 ‘가족결합권’이라고 불러왔다. 왜냐하면 난민들은 가족이 각각의 국가의 경계 속에 뿔뿔이 흩어져, 만나고 싶어도 만나지 못하고 헤어져 있는 경우도 있고, 같은 공간에 있어도 서로 그 법적 지위가 달라 함께 살아갈 근거를 확보하지 못하여 추방의 위기에 놓여 서로 헤어지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 상태가 바로 가족결합권의, 중대한 인권침해가 된다.

 

앞의 예로는, 한국의 인도적 체류를 받은 3,000여명 정도의 시리아, 예멘 난민들을 들 수 있다. 전쟁과 박해를 피해 가족 구성원 중 한 명이 한국에 와서 쫓겨나지 않을 지위를 얻었지만, 가족들을 데려올 수 없다. 왜냐하면 법무부가 ‘가족결합권에 의한 난민인정’은 오로지 ‘난민인정자’에게만 가능하다고 하기 때문이다. 자녀를 비롯한 가족들과 생이별 상태에서, 여권이 만료되면 가족을 만나러 나갈 수도 없고, 가족을 데려올 수도 없는 처지의 ‘이산가족’인 난민들이다. 굳이 표현하자면 ‘난민이 함께 살 수 있는 가족결합권’이 누구에게 주어지는지의 문제고, 법무부는 ‘난민’은 되지만 ‘준난민(난민의 지위를 받진 않았지만,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은 사람)’은 안된다고 한다. 전쟁터에서 온 난민은 가족이 서로 함께 살 권리가 없나? 왜 차별해야할까? 

 

최근 매년 50여명도 되지 않는 소수의 사람들이 심사절차를 통해 난민 지위를 확인받지만 이 경우에도 행정절차의 문제로 헤어진 가족을 다시 만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더욱이 그 가족의 범위도 법무부는 ‘배우자 및 미성년 자녀’에만 해당된다고 해석하고 있기에 실질적으로 부양하고 있는 부모, 혹은 성년에 갓 진입한 자녀들은 데려올 방법이 없다. ‘가족’에 누가 들어가는지에 대한 문제다. 심지어 체류자격도 별도로 부여하고 그 권리도 다르다고 한다. 누구는 일할 수 있고, 가족은 일할 수 없다고 한다. 한국 안에서도 또 서로를 찢어놓는다. 왜 그럴까?

 

이 사건에서도 법무부는 마찬가지의 태도였다. 간단히 말해 민혁군은 한국에 난민으로 살 권리가 있다고 하더라도 아버지는 추방되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아버지는 난민으로 보기 어렵고, 가족결합권도 난민법에 따르면 ‘부모’에 대해서까지는 적용되기 어려우니 난민지위를 인정받은 민혁군이 ‘아버지와 함께 살 권리’를 요구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기교적이고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법무부의 이런 판단의 근거를 찾자면 난민법에 정한 ‘배우자 등의 입국허가’(난민법 제17조) 뿐이다. 난민법에 난민인정자의 배우자 및 미성년자녀만 입국 허가할 수 있도록 되어 있으니, 이것이 가족결합권의 근거고, 부모는 여기에 따른 ‘혜택’을 받을 수 없다고 법무부는 생각해온 것이다.

 

가족이 함께 살 권리를 부당하게 봉쇄한 법무부의 판단을 뒤집은 법원의 이 판결

 

이처럼 법무부가 난민으로 인정하여 보호하여할 사람이 ‘함께 살 것’을 권리로서 요구할 수 있는 권리의 내용을 결정할 수 있을까? 법무부가 난민 지위를 획득한 사람의 ‘가족’이 누구인지, ‘가족의 범위가 누구인지’를 임의로 정하여 서로를 찢어 이산가족인 상태에 방치할지 말지를 결정할 수 있을까? 가족결합권의 근거가 난민법 제17조일까? 

 

이번 판결에서 법원은 아니라고 했다. 난민의 가족결합권의 근거는 난민법 제17조가 아니라 ‘혼인과 가족생활을 형성할 자유와 제도를 보호하는 헌법 제36조 제1항과 혼인의 자유에서 파생되는 가족결합권’에서 찾았다. 대한민국 헌법이 ‘가족’이 함께 살 권리를 이미 보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난민의 지위에 관한 1951년 전권대사 회의 권고안’, ‘유럽연합 회원국들의 가족재결합에 대한 지침’도 참고할만한 근거로 들었고, ‘미성년자인 자녀에게 부모와 가족결합권을 인정하지 않을 경우’ 결국 자녀도 부모와 함께 송환을 강요당할 수 있는 부당한 결과가 나온다고도 했다. 그래서 가족결합권이 있는데 난민의 지위를 인정하지 않은 것은 위법하다고 헀다. 타당한 판결이면서, 동시에 너무나 당연한 판결이기도 하다. 

 

원래 가족결합권은 난민법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사실상 국제관습법으로 인정되는 세계인권선언 제16조에도, 소위 자유권규약 제23조에도 존재한다. 각국의 헌법도 이를 인정한다. 국내 판례도 예전에도 사실 이러한 태도를 취했다. 예를 들면, “가족은 사회의 자연적이고 기본적인 단위집단으로서 사회와 국가의 보호를 받을 자격을 가지므로, 가족결합원칙에 따라 부양가족에게도 난민의 지위가 인정되어야 한다‘(인천지방법원 2020. 2. 7. 선고 2019구합50636판결) 같은 경우다. 난민의 가족결합권은 법무부가 임의로 정하는 것도, 난민법 제17조에서 나오는게 아닌 것이다. 

 

 

우리나라 헌법을 통해 본 가족결합권의 정의 

 

그렇다면 이 판결의 보다 근본적인 질문과 의의가 나온다. 난민법 제17조의 협소한 정의에만 매달리는 법무부와 달리 가족결합권의 근거를 보다 근본적인 헌법 제36조 제1항에서 찾는다면, ‘난민인정자’에게만 가족결합권이 있을까? 아닐 것이다. 난민협약이 아닌 고문방지협약에 따라 보호받는 준난민, ‘인도적 체류자’에게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가족결합권은 ‘미성년자의 부모’에게만 인정될 것인가? 성년이 되어 부모를 부양해야할 경우 그 부모와는 같이 살 가족결합권이 없을까? 이 판결은 우선은 ‘미성년자의 부모’라고 언급하긴 하였으나, 그렇게 제한된다고 한계를 짓는 판결이라고 보긴 어렵다. 

 

2010년부터 한국에 살아온 난민 A씨와 민혁군에게 드디어 11년이 지나서야 한국에서 평화롭게 살아갈 길의 단초가 열렸다. 그리고 이 판결은 난민 A씨의 가족에게만 문을 연 것이 아니라, 같은 처지에 있는 수많은 난민이 ‘이산가족’으로 살아가거나, 그렇게 찢어져 추방하게 되는 것을 방치해온 법무부에 새로운 답변을 요구하고 있다. 

 

그동안 법무부의 협소한 판단에 따라 난민 가족들이 찢겨가며 수많은 문제와 비극들이 생겨왔다. ‘난민의 사회적 자리를 가능한 축소하고 한 뼘씩’만 천천히 넓히려고 해왔기 때문이다. ‘2등 시민’에 머물더라도 추방하지 않으면 감지덕지 해야하지 않느냐라고 시혜적 사고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이다. 

 

사회적 소수자 중 하나인 ‘난민’의 입장에서 그 권리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사회적 자리를 찾아가며 문제를 풀어가면 답은 간단하다. 난민도 가족이 함께 살아갈 권리가 있다. 한국 국민이 분단체제 속 만날 수 없는 이산가족을 애달파 한다면, 한국 사회 속에서 이산가족으로 살아가는 난민의 고통도 차별 없이 공감되어야 한다. 이제 가족결합권의 범위와 주체를 헌법과 국제인권법에 맞게 운영해야 한다. 법무부가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며 따르는 것 외에 다른 답은 없다. 시간은 도래했다. 너무나도 당연한 난민들의 고통의 호소에 귀를 막지 말고 응답할 시간이.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최근 판결 중 사회 변화의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거나 국민의 법 감정과 괴리된 판결, 기본권과 인권보호에 기여하지 못한 판결, 또는 그와 반대로 인권수호기관으로서 위상을 정립하는데 기여한 판결을 소재로 [https://www.peoplepower21.org/Judiciary/1476842" style="font-family:'나눔고딕', NanumGothic, ng;" target="_blank" rel="nofollow">판결비평-광장에 나온 판결]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로 법률가 층에만 국한되는 판결비평을 시민사회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어 다양한 의견을 나눔으로써 법원의 판결이 더욱더 발전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금, 2021/07/30- 02:12
3
0

군인의 죽음에 국가는 책임이 없는가https://www.peoplepower21.org/files/attach/images/37219/267/812/001/a78b... style="width:800px;height:419px;" />

 


2014년 4월, 군부대 내 집단 폭행과 가혹행위로 윤승주 일병이 사망한 사건을 기억하시나요? 윤 일병이 사망한 지 7년이 지난 지금 법원은 국가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2014년 4월은 윤 일병이 입대한 지 120여 일, 자대 배치를 받은 지 고작 두 달이 된 시점이었고 윤 일병은 자대 배치 후 한 달을 가해자들의 폭력 속에 살아야 했습니다. 더욱 문제가 된 것은 이 사건을 은폐, 축소하려는 군의 행태 때문이었습니다. 지금의 군사법제도상 군 내에서 발생하는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사법 정의가 실현되기 어렵습니다. 군인에 의한 군인에 대한 사건은 일반 시민들과 달리 군인이 정한 군인검사, 군인판사가 처리하기 때문이죠. 윤 일병 사건에 국가의 책임이 정말 없을까요? 제주대 박병욱 교수가 비평했습니다. 


 

광장에 나온 판결 : 197번째 이야기

 

고 윤일병 유족이 가해자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 판결 비평

서울중앙지법 제33민사부 정철민 재판장 2017가합523431 

판결문 [https://drive.google.com/file/d/1_cPZwEKvGBqgvHYss1i_v5lVkEgjS7z2/view?u... target="_blank" rel="nofollow">바로가기 / 다운로드] 

 



박병욱 교수https://www.peoplepower21.org/files/attach/images/37219/267/812/001/fe02... style="width:148px;height:203px;" />


박병욱 교수 /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소위 '윤 일병 사건'으로 불리는 군부대 내 선임병 폭행에 의한 살인사건은 2014년 4월 7일 윤 일병의 사망과 함께 전국적인 공분을 일으키기에 충분하였다. 왜냐하면, 그가 사망하기 하루 전날인 4월 6일 가톨릭대학교 의정부 성모병원에서 촬영된 신체 사진은 복부, 가슴, 옆구리에 멍이 들지 않을 곳을 발견하기 어려울 정도로 참혹한 모습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누가 보더라도 적어도 수차례의 강력한 폭행이 원인이 된 사망이라는 것은 쉽게 인식할 수 있을 정도였다.

 

2014년 5월 2일 제28사단 보통검찰부는 피고 이모 병장(25), 하모 병장(22), 이모·지모 상병(모두 20) 등 구속된 피고인 4명을 상해치사죄로 기소하였다. 28사단 검찰부는 법원에 제출한 공소장에서 사망 사유를 (음식물에 의한) '기도폐쇄에 의한 뇌손상 등'으로 기재했고, 5월 13일 부검결과에서는 '기도폐색성 질식사 추정'으로 변경하여 결론내렸다. 반면 부검의는 공판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폭행행위가 기도폐색의 유발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술했다(각주1).

 

부검의가 공판정에서 폭행이 사망의 직접적인 유발요인이 될 수 있다는 증언을 하고, 비난 여론도 거세지자 28사단의 상급 부대인 3군단 검찰부는 1심 계속 중인 2014년 9월 2일 의료기록과 부검기록 재검토, 전문가 자문 등을 통해 윤 일병이 사망에 이르기까지 장기간 지속적인 폭행 등 가혹행위로 인해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공소장의 사인을 '장기 폭행으로 인한 쇼크 등으로 사망'이라고 변경하였다(각주2).

 

같은 날 살인죄를 주위적 공소사실(공소장에 기재하여 공소를 제기한 주된 범죄 사실)로, 상해치사죄를 예비적 공소사실(검찰이 주위적 공소 사실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를 대비하여 추가하는 공소 사실)로 공소장 변경허가 신청을 하였다.

 

제1심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이후 제1심 제3군 사령부 보통군사법원은 2014년 10월 30일 피고들에 대하여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기에는 합리적 의심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상해치사죄를 유죄로 인정하는 판결을 선고하게 된다. 실제 형량에 있어서는 주범 이모 병장 징역 45년, 하모 병장 징역 30년, 그리고 이모·지모 상병은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상해치사죄로 이와 같이 높은 형량을 받은 사례는 실제로 없었다는 점에서 여론을 의식한 재판이라는 비판(각주3)과 동시에 항소심을 거치면서 형량이 대폭 감형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었다(각주4).

 

항소심인 고등군사법원은 2015년 4월 9일 위 4명의 피고에게 모두 살인죄를 인정하여 피고 이모 병장에 대하여 징역 35년, 하모 병장, 지모·이모 상병에게는 징역 12년을 선고하였다. 2015년 10월 29일 대법원은 주범격인 피고 이모에 대해서는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한 원심 판단은 정당하나, 하모 병장 등 나머지 피고에 대해서는 살인죄의 고의나 공동정범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는 등의 이유 등으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파기환송 후 2016년 6월 3일 항소심 법원(고등군사법원)은 피고 이 모에 대하여 살인죄로 징역 40년, 하 모 병장 등 나머지 3명에 대해서는 상해치사죄로 징역 7년에 처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상고가 있었지만 2016년 8월 25일 대법원의 상고기각 판결이 선고되어 항소심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군과 지휘관의 위신유지를 위한 군수사 및 군사법제도?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것은 2014년 5월 2일 제28사단 보통검찰부가 이모 병장 등 피고를 최초 상해치사죄로 기소한 이후, 2016년 6월 3일 대법원이 주범인 피고 이모에 대하여 살인죄로 징역 40년에 처하는 판결을 하기까지 2년여 기간 동안 군검찰과 군사법원이 여론의 비난을 의식하여 대응하면서도 군부대의 위신을 고려한, 석연치 않은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특히, 군검찰이 공소장 등에서 사망원인을 (음식물로 인한) '기도폐쇄에 의한 뇌손상 등'(2014년 5월 2일) → '기도폐색성 질식사 추정'(2014년 5월 13일) → '장기 폭행으로 인한 쇼크 등으로 사망' (2014년 9월 2일)으로 변경하는 과정은 드라마틱하기까지 하다.

 

2016년 8월 25일 대법원의 최종 판결 뒤 윤 일병 폭행사망사건의 가해 병사를 변호하던 변호사 A씨는 2016년 10월 초순 윤 일병이 사망하기 전날인 2014년 4월 6일 자정 무렵 의정부성모병원에 있던 군 관계자가 피해자의 콩팥이 파열되어 인공투석을 해야 할 상황이라는 사실을 28사단 인사처에 보고했기 때문에 윤 일병의 심각한 장기손상 상황을 가해자는 물론 군 지휘라인이 모두 충분히 알 수 있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군부대와 최초 부검의가 '음식물로 인한 기도폐쇄성 질식사'라고 한 것은 명백한 축소 정황이라는 취지의 양심선언(주장)을 하기도 하였다(각주5).

 

이제까지 폐쇄적인 군부대 내에 설치된 군사법제도의 각종 폐해는 여러 차례 지적되었지만, 현재까지 군사법원 폐지와 같은 근본적인 개혁은 없었고. 여전히 지휘관 군사법(군사법기관은 독립적이지 않고 소속 지휘관의 지휘와 감독을 받는다)이라는 한계가 극복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군기능과 관련되는 군형법상의 순정(純正)군사범죄 이외의 교통 관련 범죄, 가정폭력 등 일반범죄에 대해서도 인정되는 군사법원의 소위 신분적 재판관할권(군사법원법 제2조 제2항 "군사법원은 제1항제1호에 해당하는 사람이 그 신분취득 전에 범한 죄에 대하여 재판권을 가진다"), 군지휘관인 관할관에 의한 재판관(군판사 및 심판관) 지정(군사법원법 제25조), 법관이 아닌 영관급 이상의 군인 장교 중에서 관할관에 의하여 임명되어 재판에 관여할 수 있는 심판관 제도, 관할관의 판결 확인조치권 및 선고형의 1/3 이내 감경권(군사법원법 제379조 제1항), 그리고 세계적인 평시 군사법원의 폐지 추세와는 다르게 전시나 해외 파병지 사건 외의 평시 군사법원을 가동하는 우리나라 군사법제도는 군령(군사작전 등) 영역 외에 군정(군사행정)영역, 이와 관련성이 떨어지는 성범죄 등 사생활 영역의 군인범죄에도 군지휘관이 강력하고 광범위하게 군사법제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의 형성에 기여한다.

 

군사법원의 관할관, 즉, 군지휘관이 소관 군검찰사무를 관장하고, 소속 검찰관을 임명, 전보, 지휘·감독한다는 점에서 군검찰관도 군지휘관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군사법제도의 일부인 것은 마찬가지이다. 물론, 개별 사건에서 군부대와 군지휘관의 위신을 위하여 군지휘관, 군검찰, 군판사가 유착하여 일반의 법감정, 심지어 사법정의에 반하는 판결을 행하고, 군지휘관이 감경권을 행사하였는지 여부는 구체적인 증거를 통하여 자세히 살펴보아야만 할 것이다.

 

하지만 언급한 군사법제도의 구조적인 측면을 고려해본다면 깊게 생각하지 않더라도 현행 군사법제도에서 인정되는 군지휘관 권한들이 군지휘권, 나아가 군의 위상·위신을 위하여 일반적인 법적 정의에 반하는, 심하게 말하면 민주사회로부터 분리, 방수격벽된 "군부대의 위신을 위한 왜곡된 군사법 정의", "군지휘관 사법정의"가 만연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현행의 군사법제도가 낳은 수많은 폐해 사례, 예컨대, 2013년 10월 강원도 화천 15사단 사령부에서 근무하던 오모 대위(28)의 성폭행 가해자에 대한 1심 보통군사법원의 징역 2년의 집행유예 2년 선고 판례(각주6), 현역 장교(대위)가 2012년 3월경 휴식 시간 중 자택 등에서 트위터에 이명박 정부 시절 군인 신분을 밝힌 채 익명으로 강정 해군기지 강행, 인천공항 민영화 등에 대하여 군통수권자인 대통령 및 정보학교장(육군 소장)을 비판하였다는 이유로 상관모욕죄를 죄명으로 군사법원에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사례 등에서 "군지휘관 사법", "군부대 위신을 위한 사법"의 전형을 발견할 수 있다.

 

군인에 대한 국가의 보호의무

 

윤 일병 유가족은 수사 및 재판과정에서 피고 대한민국이 ▲군수사기관 및 군검찰을 통하여 수사서류 열람요청을 무시하는 등 알권리를 침해하고, ▲제28사단 검찰관이 윤일병의 정확한 사망원인을 "과다출혈로 인한 속발성 쇼크"가 아니라 부검도 실시되기 전에 섣불리 음식물에 의한 기도폐쇄 질식사 등으로 공표하고, ▲윤모 부검의도 이에 맞추어 부검감정서를 작성하여 가해자를 최초에 상해치사죄로 기소한 것에 대해 수사 및 재판과정에서 사고 경위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잘못이 있는 것으로 보아 피고 대한민국의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한 국가의 위자료 지급 청구를 주장하였다.

 

하지만 지난 7월 서울중앙지방법원 제33민사부(재판장 정철민, 이하 서울중앙지방법원)는 윤 일병 사건의 가해자에 대해서는 윤 일병 및 그 유가족에게 4억여 원의 배상책임을 인정하였을 뿐, 정작 부대의 관리에 대한 책임을 지는 지휘관이나 군수사기관, 군검찰을 포함한 국가에 대해서는 일체의 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군이 사망원인을 폭력을 간접 원인으로 한 음식물로 인한 기도폐쇄에 의한 뇌손상(헌병대 소속 군사법경찰관 및 제28사단 군검찰부) → 폭력을 간접 원인으로 한 음식물에 의한 기도폐색성 질식사 (제28사단 군검찰부) → 폭력을 직접 원인으로 한 속발성 쇼크사(제3군단 군검찰부)로 변경해나가는 과정에서 군 수사기관, 군검찰의 판단 등이 현저하게 불합리하다거나 경험칙상 논리칙상 도저히 합리성을 긍정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면서 군부대에 면죄부를 주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존속되고 있는 군수사기관, 군검찰을 포함한 평시 군사법제도의 구조적 모순을 적극적으로 반영하였다면 이번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판결과 같은 결론이 쉽게 내려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실제로 여러 연구 및 국민여론조사에서는 군사법제도의 불공정성에 대한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난 바 있고(각주7), 2021년 5월 충남 서산의 공군 20전투비행단 소속 여군 이모 중사가 성추행 신고 이후 지속적인 회유와 은폐에 절망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에서 보여지듯 불공정한 군사법체계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음을 입증해주고 있다(각주8).

 

군사법제도를 둘러싼 사정이 이러하고, 윤 일병 사건에서는 군수사기관 및 군검찰이 언론과 유가족의 의혹제기로 나중에 가서야 사망의 직접 원인을 폭행으로 인정하는 소극적이고 의심을 살만한 태도를 보였음에도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판결문에서 이런 우리나라 군사법제도의 구조적 문제와 현실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법제도에 의하여 구조적으로 동일한 피해가 반복될 것이 예상된다면 국가는 우선적으로 해당 법제도를 고쳐 그러한 피해가 반복되는 구조를 개선함으로써 국민의 피해를 방지하고 보호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입법기관의 법제개정 관련 재량은 매우 넓을 수 있어 그러한 구조적인 문제점을 개선하지 않았다고 해서 곧바로 국가(입법부)의 보호의무 위반을 이유로 위법책임을 묻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군사법제도와 관련해서 이미 헌법재판소는 군부대에 군사법원을 특별법원으로 설치하고, 관할관, 심판관 등의 제도를 두는 것에 대해 군대조직 및 군사재판의 특수성을 고려하고 군사재판을 신속, 적정하게 하여 군기를 유지하고 군지휘권을 확립하기 위한 것으로서 필요하고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한 바 있다(헌법재판소 1996. 10. 31. 93헌바25).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이러한 사정을 판결에서 군수사, 군검찰의 구조적인 문제를 고찰하지 않은 이유로 내세우면서, 법원은 입법적인 관점이 아니라 현재 존속하는 법제 하에서 판단을 할 뿐이라고 항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군지휘관을 중심으로 하는 군사법제도의 구조적인 문제점이 군수사, 군기소, 군사재판 현실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법원이 판결에서 고려해야만 하는 법제에는 이러한 점이 포함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전혀 그러지 않았다. 수사나 재판이 명확한 증거에 의하여 무죄추정을 원칙으로 이루어진다고 할지라도 이미 명확히 드러나 있는 군사법제도의 문제점에는 눈감고 군수사기관 및 군검찰에 면죄부를 주는 이번 판결에 쉽게 동의하기 어려운 이유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입법부가 아니므로 군사법제도의 폐해를 개선할 적극적인 입법의무는 없다고 할지라도 적어도 현행의 군사법제도 내에서 동일한 구조적 문제, 예컨대, 부실·늑장·소극 수사 및 기소, 군부대 위신을 고려한 수사, 기소, 재판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진다면, 그리고, 이런 군사법제도의 불공정성에 대하여 일반 국민들과 유가족인 합리적 의심을 하고 있다면, 이번 사건에서도 이런 점들을 충분히 감안하여 판결을 행하는 것이 국가기관인 사법부가 국민을 위한 보호의무를 다하는 일이 아닐까?

 

서울중앙지방법원의 이번 판결은 일반국민들로 하여금 당해 법원이 군지휘관의 위신을 고려한다는 비판을 받는 군사법원이 아닐까 오해하게 만들 정도이다. 사법부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기대해본다.

 

 

*각주

1) 윤일병 가해병사 4명 살인죄 적용 (데일리안 2014.9.2. 자 기사); 윤일병, 맞아죽었다…가해자 4명 살인죄 적용 (뉴시스 2014.9.2. 자 기사).

2) 윤일병 가해병사 4명 살인죄 적용 (데일리안 2014.9.2. 자 기사); 윤일병 사건 판결, 법·여론에 낀 軍 법원 '고육지책'

3) 윤일병 사건 판결, 법·여론에 낀 軍 법원 '고육지책'(세계일보 2014.10.30. 자 기사)

4) 윤일병 어머니 "이 나라를 떠나고 싶다" (노컷뉴스 2014.10.31. 자 기사)

5) 윤일병 사망사건 가해병사 변호인 양심선언 "군조직 다 알고 있었다" 헌병대-부검의-국방부-군사법원 등 사망원인 축소 은폐 가담 의혹 정황 드러나 (일요신문 2016.10.7. 자 기사)

6) 제2군단 보통군사법원 2014. 3. 20. 선고 2013고9 판결(군인등강제추행, 직권남용가혹행위 폭행 모욕) 재판장 한재성 대령, 군판사 김민경 소령, 군판사 김애령 소령; 김정민, [판결비평] 한 변호사의 'A소령 성희롱 사건 판결을 본 소감', 참여연대 홈페이지, 〈https://www.peoplepower21.org/Judiciary/1169700〉, 검색일 2021.8.11.

7) "군사법원 및 병영인권 개선 국민여론조사(조사보고서, 2014.11.25.)", (열린 군대를 위한 시민연대, 2014 군대·군사동향 이슈리포트), 2014, 103쪽 이하. 2014년 12월 23일 하루 동안 행해진 전구 19세 이상 남녀를 상대로 행해진 해당 여론조사에서 군사법체계가 불공정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76.7 % 의 압도적인 비율을 보였고, 군사법제도 개혁이 미진한 이유로 54.9 %가 군의 폐쇄성을 그 이유로 들었다.

8) "공군 여중사 성추행 자살사건, 엄정히 처벌해야" - 수뇌부 성범죄 조직적 은폐, 부실수사

군 사법체계 무책임하고 허술함 입증, 성범죄 근절과 군 사법체계 개혁 촉구 (크리스천 투데이, 2021.8.10.자 기사)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최근 판결 중 사회 변화의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거나 국민의 법 감정과 괴리된 판결, 기본권과 인권보호에 기여하지 못한 판결, 또는 그와 반대로 인권수호기관으로서 위상을 정립하는데 기여한 판결을 소재로 [https://www.peoplepower21.org/Judiciary/1476842" target="_blank" rel="nofollow">판결비평-광장에 나온 판결]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로 법률가 층에만 국한되는 판결비평을 시민사회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어 다양한 의견을 나눔으로써 법원의 판결이 더욱더 발전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금, 2021/08/13- 01:33
4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