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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목물떼새가 사는 법] - 내성천과 낙동강 자연성 회복 소고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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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목물떼새가 사는 법] - 내성천과 낙동강 자연성 회복 소고 #2-4

admin | 화, 2021/04/27- 22:08
● 국립생태원의 이상한 내성천 보고서 - 2
○ 모래강에서 습지를 강조한 국립생태원 내성천 「생태·경관 우수지역 발굴조사」 보고서

중국집에서 생선초밥을 주문하거나, 잔디가 깔린 축구전용구장에 다이아몬드를 그려 넣고 야구를 한다거나 하는 일 따위는 생기지 않는다. 이런 것들은 상식에 속한다.
「생태·경관 우수지역 발굴조사」는 <생태·경관 보전지역> 지정과 관련된 조사이다. 우리나라에서 환경부와 지자체가 지정하는 보호지역은 <국립공원>에 포함된 보호지역을 제외하면 습지(환경부는 내륙습지), 생태·경관 보전지역, 특정도서 이 세 가지를 대표적인 보호지역 유형으로 말할 수 있다. <습지>와 <생태·경관 보전지역>은 보호와 관련하여 그 갈래가 전혀 다르다. 
내성천은 모래강이다. 그냥 모래강도 아니고 한국의 모래강을 대표하는 강이다. 이런 내성천을 대표하는 깃대종을 말하라면 단연 고운 모래에서 사는 흰수마자를 꼽을 수 있다. 넓은 모래톱에 알을 낳아 품는 흰목물떼새와 강바닥이 잘 보이고 수심이 얕은 강에서 물고기를 잡아먹고 강 옆의 높은 나무나 바위에서 휴식을 취하는 먹황새 등도 들 수 있다. 
앞서 흰수마자 입도조사 문제를 지적한 국립생태원의 내성천 「생태·경관 우수지역 발굴조사」 는 보고서의 총괄 부분에서 내성천의 구간별 습지현황을 나열하고 그 등급을 표시하였다. 그중 7구간(경진습지)은 ”습지 Ⅰ등급, 습지보전등급 1등급“으로 구분하였는데, 이 구간은 골재채취와 댐 건설 등의 영향으로 모래강이라는 내성천의 고유성을 가장 많이 잃은 채 내성천에서 육역화가 가장 많이 진행된 구간이다. 국립생태원이 보고서의 맨 앞에 배치한 총괄에 구간별 습지등급까지 표시한 것에 중점을 두고 이 보고서를 읽다보면 내성천을 보전해야 하는 이유가 대체 불가능한 한국의 대표적인 모래강이기 때문이 아니라 습지를 다수 지녔기 때문에 보전해야 하는 것처럼 잘못 인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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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톱이 사라진 내성천 경진교 하류. 2019년 7월. <시민생태조사단>


일반적으로 습지가 생물다양성이 풍부하고 보전해야할 곳으로 인식되지만 하천마다의 고유성을 보전하는 것이 훨씬 중요한 문제이다. 모래강 고유의 생태계에서만 생존할 수 있는 특정 종이 사라지면(흰수마자를 대표적인 종으로 손꼽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뿐만 아니라 지구적인 차원에서 볼 때도 생물다양성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한편 습지와 관련해서 언급한다면, 우리나라에서는 도처에 만연한 하천개발로 인해 대부분의 하천이 역동성을 잃은 채 육역화하고, 습지가 발달하고 있다. 현재 내성천의 가장 큰 고민은 영주댐 건설 이후 모래강인 내성천이 점차 습지로 변해간다는 것이다. 그런데 국립생태원이 환경부 용역으로 <생태·경관 보전지역> 지정과 관련된 조사를 1년간 하고나서 그 보고서 총괄부분에 습지현황을 이렇게 자세하게 분류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국립생태원은 정부가 돈을 조달하는 정부 출연기관으로 여러 국가정책에 중요한 참고자료로 활용되는 환경조사를 수행한다. 그 대표적인 것으로 「전국자연환경조사」를 꼽을 수 있다. 국립생태원이 수행하는 조사 중 전국자연환경조사만큼 중요한 조사는 없다. 이는 정부가 매년 인구주택총조사를 수행하는 것과 비교할 수 있다. 국가정책과 관련된 중요한 조사를 수행하는 국립생태원이 왜 내성천과 관련된 조사를 하면서 아마추어도 내놓지 않을, 오해받을만한 결과물을 내놓은 것에 대해 그 배경이 무엇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비단 국립생태원만의 문제는 아니다. 유독 내성천의 영주댐과 관련해서는 전문가든 또는 전문가 집단이든 솔직한 발언을 듣기가 쉽지 않다. 특히 어류와 관련해서 더욱 그렇다. 4대강사업으로 같이 만든 보와 댐인데, 똑같은 콘크리트 구조물인데, 4대강의 보와 영주댐은 같지 않다. 어류 전문가 중 영주댐을 설치한 내성천의 흰수마자 문제를 지적한 것은 한겨레신문의 흰수마자 기획 기사 때 ”아무리 많이 부화시켜서 내려보낸다 해도 살아갈 서식지가 없는 상황에서는 아무 의미가 없는 일“이라고 지적한 채병수 박사가 유일한 것으로 안다. 영주댐은 댐이 우리나라에서, 우리사회에서 어떤 존재인지 묻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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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박용훈 – ‘초록사진가’라는 이름으로 미처 알지 못한 아름다운 강, 우리가 잃어버린 강, 위기에 처한 우리의 강들을 사진에 담아 세상에 알리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내성천의 아름다움과 상처를 기록해왔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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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시작한 영주댐 시험담수가 만 2년을 넘기고 있다. 환경부는 2019년 종료되는 영주댐 하자보수기간 중 시설 점검이 필요하다며, 시민사회와 최소한의 협의도 없이 슬그머니 담수를 시작해버렸다. 당시 환경부는 국회와 시민사회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2020년 7월까지 발전설비 부하시험을 위해 정격수위까지 수위를 상승시킨 후 담수량을 전량 방류하여 2020년 9월까지 시험담수 이전으로 수위를 복귀시키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또한 이 과정에서 환경부는 ‘내성천의 자연성 회복을 위해’ 댐 처리방안을 논의하겠다며 영주댐협의체를 구성하여 운영한 것이다.

하지만 약속한 방류 시기가 지나고, 두 번의 홍수기가 지나가고, 애초 목표로 했던 시설 점검이 끝나도 환경부의 방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환경부는 앞으로도 EL.150m이하로 수위를 낮춰서 방류할 계획이 없다. 영주시에서 농업용수를 사용한다며 요구한 EL.149m이상을 맞추기 위해서다. 이는 1조 4천억 원을 들여서 건설한 다목적댐을 상류 일부 가구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저수지로 쓰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담수량을 전량 방류해서 시험담수 이전인 EL.125m수위로 돌아가겠다는 시민들과의 약속을 환경부가 헌신짝처럼 내던진 것이다.

4대강사업으로 악화될 본류의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서 상류에 남조류 가득한 물을 모아두기 위한 코미디가 바로 영주댐이다. 영주댐의 수문이 굳게 닫히자 상류 담수호는 지독한 녹조사태를 겪어야만 했고, 하류는 육역화되어 고운 모래강인 내성천의 고유성이 걷잡을 수 없이 훼손되고 있다. 24일 피디수첩과 뉴스타파가 공동으로 방영한 <4대강 10년의 기록 예고된 죽음>에 따르면 남조류의 독성이 농작물에 축적되거나 유역 주민들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남조류 문제는 더 이상 수생태계 영향 수준에서 접근할 사안이 아니다.

내성천 자연성 회복을 위해서 구성했다는 영주댐협의체에 참여하는 시민사회의 최소한의 요구는 영주댐의 수위를 시험담수 이전으로 되돌리는 것이다. 환경부가 협의체 구성조건으로 확약한 사항이다. 하지만 영주댐 수위는 여전히 협의체의 논란거리다. 영주댐 협의체에서 극명한 입장차를 가진 당사자들 간의 소모적인 논쟁이 이어지고, 환경부는 민-민 갈등을 뒷짐 지고 지켜보며 내성천 자연성 회복에 대한 일말의 역할조차 포기한 것처럼 보인다. 시민사회가 이런 상황에서도 인내심을 가지고 2년여간 협의체에 참여해온 것은 환경부로 하여금 방류 약속을 이행하도록 촉구해야 할 책임 때문이었다.

우리는 더 이상 가장 기본적인 약속조차 지키지 못하는 환경부를 믿고 영주댐 처리방안을 논의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평가한다. 아름다운 강모래와 흰수마자를 품고 있는 내성천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충분히 보호받아야 하며, 복원되어야 한다. 우리는 환경부가 환경의 이름을 내걸고 내성천에서 벌이는 일이 어떤 의미인지 분명히 기억하고 기록할 것이다.

 

2021년 8월 29일

한국환경회의

 

화, 2021/09/07- 0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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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꼬마물떼새는 수만리 바다를 오가고, 
   사람들은 집요하게 물떼새의 서식처를 훼손하고
>● 메추리와 붕, 그리고 꼬마물떼새
“북명에 고기 있어 그 이름을 곤이라 하니, 곤의 크기 그 몇 천리임을 알지 못하겠더라. (변)화하여 새 되면 그 이름을 붕이라 하니 붕의 등이 몇 천리임을 알지 못하겠더라. 노하여 날면 그 날개가 하늘에 드리운 구름 같으니, 이 새 바다가 움직인 즉 장차 남명으로 옮겨가잔 것이더라. 남명이란 천지다.” 
함석헌 선생님이 「씨알의 옛글풀이/한길사」에서 전국시대에 살았던 장자의 사상을 소개하면서 「소요유逍遙遊」 의 첫 글을 번역한 내용이다. 이 글은 계속 이렇게 이어진다. “「제해齊諧」란 것은 괴상한 것을 기록한 책이라. 해諧의 말한 것이 이렇다. 붕이 남명으로 옮겨가려 할 때 물을 때리기 2천리를 하고 회리바람에 날개 쳐 오르기 9만 리를 한 다음 가기를 여섯 달 하여서 쉬더라...”
소요유는 뒤에 또 이렇게 이어진다. “척안(메추리)이 웃으며 말하기를 저가 또 어디를 가자는 거냐, 내 솟구쳐 올라가도 두어 길에 지나지 못하고 내려오는 것이요, 쑥대 사이에 호르락거리는 이것이 낢의(날아가는) 끝인데, 그런데 저가 또 어디를 가는 거냐 했다” 소요유와 관련하여 함석헌 선생님은 “장자는 당시 부국강병의 포악한 지배주의 때문에 희생되는 인생을 건지기 위해 말한 것이었다”고 배경을 설명하였다. 
‘붕’이라는 새는 상상의 새이지만 물을 때리기를 2천리를 한다는 따위가 허황된 이야기는 아니다. 몇 해 전에 만난 외국 NGO의 한 조류전문가에게 내성천에서 포란하는 꼬마물떼새 영상을 보여주었더니 호주지역까지 이동하는 경이로운 새라고 말해주었다. 꼬마물떼새는 어른 손바닥보다 더 작다. 이 작은 새가 새끼를 키우기 위해 태평양을 건너 수천 킬로미터를 오가는 것을 장자는 알고 있었을까? 마지막 남은 한 뼘의 꼬마물떼새 둥지 터마저 사람의 땅으로 만들려 하고, 빼앗은 땅은 어떻게 해서라도 돌려주려 하지 않으려하고, 해마다 녹조가 식수원을 오염시키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면서도 가둔 물을 흐르게 하지 않으려하고, 심지어 강의 자연성을 회복하겠다고 선언해놓고도 돌아서서는 강을 훼손하는 참으로 고약한 시대를 보았다면 무어라 말했을까? 
● 작은 물새들의 처지, 우리시대 약자들의 처지
뱃속에 아이가 생기면 태교를 한다. 좋은 음악을 들려주고, 아름다운 그림을 감상하고, 말을 가려서 하고, 마음을 차분히 하며 생각을 바르게 하려 한다. 모래톱에서 번식하는 작은 물새들도 알을 품으면서 알들에게 어미의 소리를 계속 들려준다. 새와 사람의 태교가 어떤 차이가 있든 생명의 신비로움은 그 무게가 다르지 않아 보인다.
 2017년 봄, 내성천에서 흰목물떼새의 서식현황을 조사하는 생태지평 시민생태조사단 모니터링을 하다가 중류의 외진 모래톱 한 곳에서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꼬마물떼새 새끼 4마리를 발견했다. 한 눈에 다 들어오는 좁은 공간에서 몇 뺨씩 떨어져 모래톱에 바짝 엎드린 자세로 눈 하나 꼼짝하지 않았다. 카메라로 기록한 후 멀찍이 떨어져서 쌍안경으로 지켜보았다. 한 마리가 저만치 떨어져 있던 어미를 향해 종종걸음을 하더니 한 곳에서 멈춰 선다. 그렇게 한 마리씩 차례대로 모두 자리를 옮겼다. 봄부터 여름까지 모래밭의 적막 속에는 새끼를 지키면서 키우기 위한 물떼새들의 팽팽한 긴장이 배어있다. 하루에도 여러 번 생사의 갈림길이 그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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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천 꼬마물떼새 유조. 2017년 5월. <시민생태조사단>
2019년 봄, 내성천 중류의 또 다른 외진 곳에 흰목물떼새가 둥지를 틀었다. 내성천에서 오랜 기간 영상 작업을 해온 한 생태다큐 팀이 둥지와 거리를 둔 곳에 위장막을 치고 이 한 쌍의 포란 기간 일부와 부화과정을 지켜봤다. 흰목물떼새는 약 28일간 알을 품는데, 때가 지나도 새끼들이 나오지 않았다. 예정일을 잘못 잡은 모양이었다. 며칠이 더 지나 첫째가 알을 깨고 나왔다. 세 번째 녀석까지 잘 나왔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막내가 나오지 않는다. 애를 먹이던 막내가 새벽녘에 드디어 부리 끝의 하얀 난치로 껍질을 깨고 나왔다.
새끼들이 모두 깨어났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는 아침에 현장에 도착했다. 네 마리가 엄마 품에 안겨 있을 전형적인 그림을 상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솜털이 다 마르고 쌩쌩해진 세 형제를 애비가 거느리는 모습이 먼저 쌍안경 안으로 들어왔다, 잠시 후 그들과 떨어진 곳에 있는 어미를 다시 확인하면서 뭉클했다. 품을 파고드는 새끼를 보듬은 채 어미는 사방을 경계했다. 난산 끝에 늦게 태어나 몸을 잘 가누지도 못하는 새끼를 어미는 우리가 쉽게 생각하는 냉정한 자연의 법칙처럼 버리지 않았고, 그렇다고 다른 새끼들과 함께 두지도 않았다. 4대강사업 이후 자연성회복을 위한 과정에서 결단을 내리지 못한 채 꼼짝을 못하는 현 정부보다 이 작은 새 한 쌍이 훨씬 단호하면서도 지혜로웠다. 
2017년 봄에 꼬마물떼새 유조를 확인한 모래톱에는 2019년 여름 달뿌리풀이 넓게 군락을 이룬 채 자리를 차지했다. 2019년에 흰목물떼새가 난산을 한 둥지 주변 모래톱으로는 2020년에 풀이 많이 들어왔다. 천적을 먼저 보기 위한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 곳에서 포란을 시도하면 둥지뿐만 아니라 어미도 위태로워질 수 있다. 그렇다고 그 자리를 버리자니 갈 곳 또한 마땅치 않다. 
4대강사업과 영주댐 건설로 이들이 살만한 곳은 이미 크게 줄었고, 지칠 줄 모르는 각종 하천정비사업은 지천에 남은 서식처마저 위협한다. 둥지를 틀만한 모래톱을 둘러싼 경쟁은 치열할 수밖에 없어서 내성천에서는 제방 가장자리 쇄석 위에다가 흰목물떼새가 알을 낳은 것이 확인되기도 했다. 이런 작은 물새들의 처지는 최소한의 사회적인 안전망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여러 현장에서 상해와 죽음의 위협 속에 일해야 하는 작업환경에 노출된 우리시대 사회적 약자들의 처지와 그리 다르지 않아 보인다. 
● 텅 비어 있음의 섭리 – 강에서.
예수님의 산상수훈은 이렇게 시작된다. “마음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마음이 가난하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평생 농민과 농촌을 위해 사셨던 쌍천 이영춘 박사님이 생전에 산상수훈을 한문으로 옮겨 쓴 서예에는 가난하다는 자리에 빌 허를 놓았다. ‘心虛爲福’ 텅 비어 있어서 복된 자리이고, 충만한 자리다. 어떤 말로 표현하든 “말씀”을 온전히 다 담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숙련된 어떤 전문가라면 작업도구들은 선반 등에 정리해서 필요할 때 찾기 좋도록 해놓고, 일하는 작업테이블 위는 깨끗하게 비워둘 것이다. 그래서 비워둔다는 것은 어떤 여건을 조성하거나 어떤 것을 이룰, 어떤 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는 의미로 읽힐 수 있겠다.
한편 불교에서 말하는 ‘무상無常’의 뜻을 보니 “항상 함이 없다. 끊임없이 변화해서 사라진다” 이런 풀이가 되어 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면 누가 무엇을 하는 것도 아닌데, 텅 빈 하늘에 조화가 무궁하다. 늘 비어 있어서 아름답다. 강에서는 어떨까? 20011년 봄의 내성천을 찾아가보자. 
내성천 중류 또는 하류 어느 곳이어도 좋다. 또는 댐 공사를 시작한 상류여도 상관없다. 한쪽으로는 하얀 백사장이 넓게 펼쳐 있고, 내리쬐는 햇빛에 맑게 빛나며 흐르는 강 안쪽으로도 군데군데 작은 모래톱이 머리를 물 위로 내밀고 있다. 수리부엉이는 강을 내려다보는 산 중턱 바위그늘에서 졸고 있고, 이따금 황조롱이 한마리가 정지비행을 하다가 몸을 내리 꽂거나 하늘에 예리한 선을 그으며 산 너머로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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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천 중류 모래톱. 2014년 5월.
흐르는 강물 위로 작고 예쁜 새 한 쌍이 멋진 곡예비행을 한다. 할미새다. 이런 비행은 모래톱 터주 대감의 모습은 아니다. 갑자기 텅 비어 있는 넓은 모래톱 위로 높고 맑은 물새 소리와 함께 선회비행을 하는 새들이 눈에 들어온다. 꼬마물떼새 또는 흰목물떼새다. 번식을 위한 준비기간이다. 커다란 모래톱을 차지하기 위한 보이지 않는 경쟁이 치열하다.
어느 순간부터 물떼새들의 노래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모래톱에는 텅 빈 고요가 이어진다. 그 모래톱과 내가 하나가 되면 어디선가 모래톱과 하나가 된 작은 새를 보게 된다. 한 눈에 다 들어오는 모래밭에서 당당하게 알을 품는다. 
텅 빈 모래밭에는 영겁의 세월 지구를 지탱해온 섭리가 배어 있다. 크고 강하다고 모래밭을 지배할 수 없다. 수달도, 황조롱이도 수리부엉이도 잠깐 들렀다가 떠나야 한다. 작은 물새들만 이곳에 터를 잡고 당당하게 알을 품는다. 하얀 모래밭은 작고 연약한 물새들의 피난처이며 성소다.
텅 빈 모래밭에 작은 거미들이 가만히 있다가 종종걸음을 한다. 메뚜기가 슬금슬금 날고 참뜰길앞잡이가 낮게 직선으로 난다. 명주잠자리 애벌레가 모래에 만든 기하학적인 구조물은 흡사 아름다운 우주의 블랙홀 같다. 있는 줄 없는 줄 모르는 물떼새 새끼들은 곤충을 잡아먹다가도 태아 때부터 익힌 어미 소리를 따라 엎드린다. 고라니가 지나가며 파놓은 작은 구덩이, 어미가 만들어놓은 위장 둥지 등 숨을 곳은 천지다. 그냥 제자리에서 꼼짝하지 않기만 해도 된다. 무궁무진한 형상의 모래밭 자체가 그들의 피난처다.
하얀 모래만 보이는 그 곳에 생명들이 웅크리고 있다. 모래는 강에 의지해서 사는 약한 종들의 삶터이자 피난처다. 사는 동안 그들이 강의 주인이다.
모래톱의 원래 주인은 물론 강이다. 강은 모래톱을 늘 깨끗하게 비워두고 기다린다. 물떼새들이 이른 봄부터 강이 준비해 둔 모래톱을 살펴본 후 적당한 자리를 정하면 그때부터 알을 낳고 품어 부화하기까지 온 힘을 다한다. 해가 너무 강하면 서서 그늘을 만들어주고, 날이 너무 더우면 강물을 가슴에 묻혀 알을 적셔준다. 비가 오면 꼼짝하지 않은 채 비를 다 맞으면서 알의 체온을 유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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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천 모래톱의 흰목물떼새 유조. 2015년 6월.

천적이 나타나 어미가 잠시 자리를 비우면 햇볕을 받은 모래가 대신 알을 품어준다. 태아를 감싸 보호하며 성장을 돕는 양막을 ‘모래집’으로 부른 시작이다. 알이 깨어나서 걷고 뛰고 자란다. 생로병사는 어디에나 있는 법. 살아남은 것들이 묵묵히 대를 이어간다. 물떼새들에게 자리를 제공한 대가로 강은 하늘 높이 울리는 맑은 물새 소리를 즐기고, 예쁜 알과 새끼들의 성장을 대견스럽게 바라보면서 생명이 넘치는 아름다움을 보상받는다. 
강 가장자리에서는 뱁새라고 부르는 붉은머리오목눈이가 앙증맞은 눈으로 덤불에서 폴싹대고 그 옆에서 왕버드나무가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준다. 가끔 씨앗을 모래톱 물가로 날려 보내 싹을 틔워보기도 하지만 강은 물새들의 삶터에 이들이 자리 잡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장마에 불어난 강물이 자기 영역에 들어온 것들을 청소해내는데, 버티고 싶어도 성난 강물이 뿌리를 내린 모래까지 쓸고 가버리니 어쩔 도리가 없다. 강은 홍수를 이용해 모래를 적재적소에 옮겨놓은 후 생명력이 넘치면서도 텅 빈 상태로 다시 돌아가고, 이듬해 꼬마물떼새와 흰목물떼새들은 늘 그래온 것처럼 알을 품는다. 강이 곧 생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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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박용훈 – ‘초록사진가’라는 이름으로 미처 알지 못한 아름다운 강, 우리가 잃어버린 강, 위기에 처한 우리의 강들을 사진에 담아 세상에 알리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내성천의 아름다움과 상처를 기록해왔다. 

화, 2020/11/24- 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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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댐을 막고 장마가 지나자 회룡포가 자갈밭으로 변했다.

- ‘10년 한겨레 보도 “‘가을동화’찍은 회룡포, 동화 같은 풍경 위태”  현실로.

21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첫 국감에서 강은미 의원은 “명승 회룡포 등 내성천 곳곳 자갈밭으로 변해”라는 소제목이 붙은 보도자료를 내면서 영주댐 시험담수 1년 만에 흰수마자가 사라지고 모래가 거칠어진 것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내성천의 모래입도는 올해 여름 54일간의 장마를 거치면서 댐 상류와 하류 간에 극단적인 변화양상을 보여주었다. 댐 상류 20km 지점의 석포교 일대는 홍수기를 거치며 모래톱이 넓어지고 비교적 고운 입도의 모래로 이루어진 반면 댐 하류 회룡포는 자갈을 크게 드러낼 정도로 고운 모래가 사라졌다. 홍수기에 모래의 이동을 막는 댐의 영향을 뚜렷하게 보여준 것이다>

실제로 2020년 10월, 회룡포는 우리가 알던 회룡포가 맞는지 눈을 의심하게 될 정도로 최악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배사문을 통해 모래를 전혀 내려 보내지 않은 영주댐 시험담수 1년 여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이런 변화에 대한 우려는 이미 영주댐 공사 초기부터 지적된 바 있다. 한겨레는 2010년 4월 12일자 보도에서 “‘가을동화’찍은 회룡포, 동화 같은 풍경 위태”라는 제목으로 하천 전문가들의 관련 주장을 다음과 같이 소개한 바 있다.

<박창근 관동대 교수(토목공학)는 “회룡포가 있는 내성천 상류에 영주댐이 건설되면 하류로의 모래 유출량이 크게 줄어들어 백사장이 사라지거나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박교수는 “2001년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의 ‘내성천 하천정비 기본계획’을 보면 이미 골재채취 등으로 인해 1984~2000년 최대 하상고 기준으로 0.13~1.91m나 강바닥이 내려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인제대 박재현 교수(토목공학)도 “안동댐과 임하댐의 경우로 미뤄볼 때 영주댐이 건설되면 하류쪽 모래밭이 풀밭으로 변하는 육(지)화 현상이 나타나 회룡포와 내성천이 기존의 아름다운 모습을 잃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도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영주댐 건설에 앞서 댐 하류의 국가적 명승지인 회룡포와 생태계의 영향을 충분히 분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 15-1 S11 21-1 24m 110904 회룡포 _DSC7656s.jpg명승 제16호 내성천 회룡포. 2011년 9월.

사진 15-2 S11 21-7 24m 201011 회룡포 DSC_7983s.jpg시험담수 1년 만에 크게 변한 회룡포. 2020년 10월. <시민생태조사단>

한편 앞서 소개한 정책보고서  「내성천 생물다양성 보전」은 이 문제와 관련하여 당초 영주댐 사업을 추진한 국토부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이 2014년에 펴낸 「내성천 중류권역 하천기본계획」 중 「영주다목적댐 건설공사 실시설계(2010)」를 인용하여 영주댐으로 인한 유사량 변화를 다음과 같이 분석하였다.



 <댐 건설로 인한 주요지점 연 유사량 변화>에 의하면, 댐 상류의 모래는 영주댐에서 98.71%가 포착되어 내성천 종점(낙동강 합수부)에서는 연 유사량이 27% 감소하며, 회룡포 일대는 약 33% 감소한다는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영주댐 영주댐 환경영향평가서가 사실상 거짓으로 작성되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무섬마을은 이 분석에 의할 때 연 유사량이 55%나 감소하는데, 이런 영향은 영주댐 공사 초기부터 나타난 바 있다...결과적으로 하상변동 예측 모형에 따른 공학적 분석이나 지질층을 유역별로 대입한 개념도이든 관계없이 댐이 내성천에 끼치는 악영향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이상돈 의원이 정책보고서를 통해 댐이 내성천에 끼치는 악영향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한 것처럼, 그리고 강은미 의원이 보도자료에서 영주댐의 상·하류 모래톱을 사진으로 제시하며 댐으로 인한 결과임을 지적한 것처럼, 영주댐으로 인한 내성천의 변화는 명확하며, 피할 수 없다. 

○ 내성천이라는 최고의 모래강이 이 땅에 선물로 보내진 배경

사진 16 2011 0721 B16_DSC9590.jpg강 어디든 한 폭의 산수를 연출하는 내성천.(하류) ‘11년 7월.

내성천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모래강인 배경은 우선 내성천과 백두대간 사이에 넓게 자리 잡은 영주-봉화분지를 들 수 있다. 중생대 쥐라기에 내성천 유역에 관입된 화강암층이 오랜 세월을 거쳐 풍화하였고, 풍화토인 모래를 백두대간의 물줄기들이 내성천으로 보내면서 내성천이 모래의 바다가 된 것인데, 그 지질층의 가장 넓은 소유역은 영주댐 상류에 있다. 백두대간에서 발원한 내성천 본류와 봉화의 가계천, 영주의 낙화암천, 안동을 거치는 토일천 등이 영주댐 상류로 들어와 낙동강으로 내려간다. 댐 상류유역의 유사공급 영향력이 매우 큰 것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산수”로 손꼽히는 배경은 백두대간에서 갈라져 나와 학가산을 만들고 회룡포 일대까지 뻗은 문수지맥 덕이다. 이 지맥은 내성천과 거리를 둔 채 내려가다가 영주댐 상류 평은면 일대에서 강에 바짝 붙은 이후 내성천과 함께 흐르는데, 이로 인해 산과 강과 모래톱이 어우러져 굽이마다 한 폭의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하면서 옛 그림이 아닌 현실에서 ’산수‘를 접할 수 있는 최고의 강을 만들어냈다. 지도를 보면 내성천의 허리를 끊어 댐을 세운 것을 볼 수 있는데, 물을 많이 담는 것만 생각했지 내성천이라는 한국의 대표적인 모래강의 경관과 생태가 망가지는 것은 아예 생각하지 않은 것이다. 

○ 영주댐이 있는 한, 회룡포 등 내성천의 지형변화를 개선할 방법은 없다

환경노동위원회 강은미(정의당) 의원은 2020년 수공 국감과 관련된 보도자료에서 “댐 건설로 인한 모래 공급량 감소 및 하천 지형변화 등의 부정적 영향을 파악하고 문제점 발생시 적극적인 방안을 강구토록 계획할 것”이라는 영주댐 환경영향평가 내용을 인용해 회룡포 모래밭 훼손과 관련한 개선방안을 묻자 수공은 “현재 개선방안이 없다”고 답변했음을 전했다. 문화재청이 회룡포를 정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영주댐이 있는 한 이런 작업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회룡포를 포기하여 명승에서 해제하지 않는 한 그럴 것이다. 댐 아래에서 회룡포를 개선할 방안은 사실상 없다. 

영주댐을 관리하는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이 국정감사장에서 “방안을 강구토록 계획할 것”이라고 답변하지 않고 “현재 개선 방안이 없다”고 한 것은 매우 중요하며 결정적인 답변이다. 이를 계기로 문제를 근본적인 자리에서 살펴보아야 한다. 환경부와 문화재청은 수공 사장의 이 답변을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명승인 회룡포와 선몽대일원 뿐 아니라 국가민속문화재인 무섬마을까지 댐의 영향을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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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박용훈 – ‘초록사진가’라는 이름으로 미처 알지 못한 아름다운 강, 우리가 잃어버린 강, 위기에 처한 우리의 강들을 사진에 담아 세상에 알리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내성천의 아름다움과 상처를 기록해왔다. 

수, 2021/06/30-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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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공 업무인 댐 안전성 조사를 시민사회가 모니터링?
환경부 보도자료는 ‘시험담수 감시(모니터링)단 구성’으로 “시험담수 결과의 객관성 및 공정성을 확보할 계획”임을 밝혔다.  댐 안전성 문제도 이 안에 포함된다. 댐의 안전성 문제를 지역의 한 단체가 올해 여러 차례 제기하기는 했지만, 이는 그동안 종교계, 환경단체, 전문가 등이 제기한 영주댐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 안전에 문제가 있다면 관련한 책무가 있는 수공이 그에 맞게 책임을 지면 될 사안일 뿐이다.
시민사회는 영주댐이 필요 없으니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환경부는 모니터링단에서 댐 안전성도 조사하자는 것이니 환경부가 형식은 거버넌스를 내세우는데 들어야할 귀는 막고 있는 것이 아닌지 스스로 살펴볼 일이다. 

“시험담수 감시(모니터링)단을 구성하여 
시험담수 결과의 객관성 및 공정성을 확보” 
이 문구는 이 모니터링의 모호한 정체성 내지 시험담수에 경도된 환경부의 시각을 보여준다. 환경부 보도자료는 시험담수에서 시작해서 시험담수로 끝을 맺는다. 원래 댐 본체와 시설별 안정성 등을 확인하기 위해 하는 시험담수는 매뉴얼대로 정확하게 이행해서 점검하기만 하면 되는 일이지 무슨 ‘객관성’ 따위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국책 토건사업에서 “안전성이 철저히 검증됐다”라고 하는 것이 일반적이지 “안전성이 객관적으로 확인됐다”는 표현은 낯설다. 이런 모니터링의 종착지는 어디일까? 
앞서 소개한 한국수자원공사(이하 수공)가 1천억원을 투입하는 ‘영주댐 수질 개선 종합대책’은 댐 내의 녹조저감대책 등과 함께 유역의 축분처리시설 확충 등을 포함한다. 그런데 이 수질대책은 수질대책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거버넌스’와 ‘모니터링·연구’도 포함한다. 거버넌스에는 단기적으로는 소유역 주민참여 거버넌스 구축이 있고, 장기적으로는 이를 전 유역으로 확대 강화하는 안이 들어있다. 수질개선에 이런 거버넌스가 왜 필요할까? 
수공이 이런 여러 방편을 조합해서 설정한 방향은 보고서에서도 명확히 표현한 것처럼 영주댐 “정상화” 즉 댐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수공은 기업체이고 댐 사업자이니 혹시 정부 정책과 맞지 않는다고 해도 그런대로 이해될 수는 있다. 문제는 흰수마자의 멸종 가능성이 우려되는 시점에 환경부가 내민 거버넌스와 모니터링이 환경부의 그릇이 아닌 ‘시험담수’라는 수공의 업무 처리과정에 담긴 것이다. 1차 시험담수 중단이 2018년 3월에 이루어졌음을 볼 때, 환경부가 어떤 의지가 있었다면 진즉에 수공의 시험담수(시험담수는 법에 의한 절차가 아니고 수공 내부 규정에 따른 절차이다)가 아닌 환경부의 그릇에 담아 이런 문제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는 충분했다고 보여진다. 
“댐 처리방안 마련에 필요한 정보를 확보”하겠다는 보도내용도 함께 고려하면, “시험담수 과정에서는 지역·시민단체·전문가가 참여하는 ‘(가칭)시험담수 감시(모니터링)단’을 구성하여 시험담수 결과의 객관성 및 공정성을 확보할 계획”이라는 보도자료 문구가 함축하는 내용은 어떤 것일까? 만약, 수공의 그릇에 담은 “종합진단”을 신뢰하기가 매우 어렵다면, 그리고 그동안 개발사업과 관련된 여러 환경영향평가에서의 “저감”이라는 용어의 의미, 4대강사업 판결내용 등을 참고하여, 결코 있어서는 안 되지만 혹시 있을 수 있는 하나의 결정 내용을 제시해본다. 시험담수에 애써 ‘객관성’이 포함되어야 한다면 아마도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가 아닐까? 물론 환경부가 보도자료에 담은 이런 안은 시민사회에서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고, 또한 환경부도 결코 이런 결과는 의도하지 않을 터여서 가정적 상황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피해가야 할 부분에 공감한다면 참고가 될 내용은 있다고 보겠다.  
“그동안 지적받아온 생태 환경 문제를 시험담수 과정에 포함하여 모니터링 하였다. 댐 본체의 일부 균열은 이미 자체 정밀조사에서도 확인된 바, 댐의 안전성과는 상관이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었는데, 이번 모니터링 과정을 통해 다시 댐의 안전성이 재확인됐다. 생태적인 문제가 일부 드러나기는 했으나 전 지구적인 이상기후 영향 등에 의한 오랜 가뭄과 어떤 해에는 잦은 홍수도 발생한 적이 있어서 생태적인 문제에 대해 댐이나 이상기후가 어느 정도의 영향을 끼쳤는지 정확히 입증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이는 댐을 가동하면서 다시 보다 깊이 있는 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일부 수질 문제가 드러나기는 했으나 그것은 댐을 정상적으로 가동하는 가운데 수공이 계획한 1,099억원의 수질 저감 조치를 병행하면 중장기적으로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댐 하류의 모래 부족 문제는 유사조절지의 모래를 옮기는 몇 가지 방식으로 모델링한 결과 어느 정도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환경단체 등과의 거버넌스에 의한 객관성을 충분히 확보하면서 실시된 이번 모니터링 결과 일부 문제점이 있는 것은 사실로 확인됐고, 특히 흰수마자 등의 문제가 심각하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 댐을 당장 해체해야할만한 충분한 이유라고 보기는 어렵다.”
지역에서는 이미 영주댐 문제가 정치화 움직임 
시험담수 개시 후 대구지역 단체가 영주댐 방문, 댐 정상화 촉구
물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상존하는 유역에서의 물 문제는 언제나 정치적 색채를 가질 가능성이 있으며, 실제 ‘정치적 문제화’할 수 있음을 금강 보 처리여부를 둘러싼 일련의 과정을 통해 확인했다. 물이 부족하지 않은데 부족하다는 가짜뉴스가 등장했고, 공도교를 없앤다는 결론을 낸 것이 아닌데 이 문제가 지역주민들을 자극했으며, 4대강사업에 앞장섰던 정당의 정치인들이 나서면서 갈등이 확대됐다. (이는 4대강사업 후의 여러 부작용을 이미 충분히 경험했고, 하천의 자연성 회복과 관련된 EU나 미국 등 국제적인 하천관리정책과 관련된 자료가 적지 않으며, 특히 우리나라도 4대강사업 전에 서구의 하천관리정책과 그 방향성에서 크게 다르지 않았음을 참고하여, 현 정부가 출범 초기에 보 처리문제를 공론화 테이블에 올려놓고 모든 국민들의 의견을 잘 청취한 후 지적된 일부 문제점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정치적 결단하여 재자연화를 추진하지 않으면서 자초한 부분도 있다고 보인다) 
금강의 사례와 같지는 않다 해도 이런 가능성을 떠올리게 하는 일들이 올해 영주댐 시험담수와 관련해서 발생했다. 여름으로 들어설 무렵, 댐으로 인해 살던 고향을 떠나 댐 저수지 내에 이주단지를 만들어 정착한 마을의 명의 등으로 댐 저수지 곳곳에 조속히 시험담수를 실시하라는 현수막이 일제히 나붙었다. 심지어 댐 하류 6km에 있는 무섬마을에도 시험담수를 촉구하는 현수막이 붙었다. 이후 시험담수를 요청하는 영주시민 12,000명의 서명이 정치권에 전달됐다. (20년 전에는 지역에서 이런 일들과는 반대의 일이 벌어졌다. 20년1999년 송리원댐 이름으로 처음 댐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가 발표된 이후 영주시의회는 두 차례에 걸쳐 영주댐 건설 계획 백지화를 촉구하는 결의문을 낸 바 있다. 또한 1999년 9월 초에는 경북 북부지역 한나라당 국회의원인 박시균, 권오을, 신영국 의원이 공동으로 댐 건설계획을 취소할 것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고, 경북북부권행정협의회 등도 백지화를 촉구하는 등 경북 북부권 전체가 댐 건설에 거세게 반대했다)
댐 하류에 영주댐 저수지 물을 사용해서 농사짓는 주민은 없다고 볼 수 있다. 댐 이전에도 가물면 농지 근처의 모래톱을 파서 생긴 물웅덩이에 경운기로 호스를 연결해서 물을 경작지에 끌어다 썼으니 댐을 가동하든 안하든 무관한 것이다. 댐 상류의 이주단지 주민들은 농업을 생업으로 삼을 수 있는 땅이 사실상 없다. 물론 댐 이전에 경작할 때는 댐 하류와 마찬가지 상황이었다. 댐에 물이 차있으면 천수답 농지에라도 끌어올려 쓸 수 있지 않느냐는 주장이 있는데, 필요하다면 차라리 4대강 보처럼 관정을 설치해주면 녹조 물보다는 이로울 일이다. 
무섬마을은 마을 앞 강변의 아름다운 모래밭과 맑은 강물, 외나무다리 등이 지상파 방송을 타면서 관광객들이 부쩍 늘었다. 내성천이 가져다주는 모래가 주민 소득에 큰 기여를 하는 것이다. 앞에서 소개한 내성천 하천기본계획 유사량 변동 분석에 의하면 댐으로 인한 무섬마을 수도교의 유사량은 55.36% 감소하는 수준이다. 2013년 오마이뉴스가 무섬마을을 찾았을 때, 마을의 한 어른이 수도교 교각 옆에서 기자들에게 마을 “백사”의 원래 모습을 설명하면서 영주댐 공사 후의 백사장 변화에 크게 언짢아했던 적이 있다. 무섬마을 주민들도 댐으로 인한 영향을 모르지는 않는 것이다. 지도에서 볼 때 무섬마을은 영주댐을 본격적으로 가동할 경우 댐 하류 전 지역 중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곳이다. 그런 마을에 조기담수를 요구하는 현수막이 붙은 것을 참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시험담수 착수 이후에는 ‘대구취수원이전범시민추진위원회’라는 단체에서 영주댐을 방문하여 환경부와 한국수자원공사가 영주댐을 정상화하는데 최선을 다해 줄 것을 촉구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왔다. 
내성천은 물로 인한 분쟁이나 갈등이 생길 소지가 없거나 또는 극히 적음에도 불구하고 소유역을 넘어 내성천 물이 전달되는 낙동강 유역전체에서 이런 식의 정치적 의사표시가 반복되면 결국 물 문제로 불필요한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환경부가 영주댐 처리문제를 위해 거버넌스를 구성하려 한다면 4대강조사평가단 구성처럼 그 방향과 구성범위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환경부가 내성천 영주댐 문제에 대해서 ‘자연성 회복’이 가장 중요한 기준임을 우선 분명히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 
강은 강다워야 하고
환경부는 환경부다워야
환경부가 시험담수를 통해 밝힌 “종합 진단 후 댐 철거·존치 등에 대한 처리방안 마련에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확보할 계획”에 담긴 내용들은 그럴듯하지만 4대강조사평가단과 달리 아무런 법적 위상을 밝히지 않았다. “내성천 생태·환경 종합진단을 통해 영주댐 처리방안을 위한 정보 확보”는 앞서 사안 하나하나를 살펴보았지만, 그 구체적 실체를 확인하기 어렵다. 4대강조사평가단의 모니터링과 완전히 반대되는 성격의 시험담수는 환경부가 내성천의 자연성 회복을 정책결정의 우선순위에 두었다면 있기 어려운 설정이다. 주무부처의 정책 결정 방식을 하위 기관의 “하자보수기간 만료 전 시험담수를 통해 댐 안전성 평가 시행”이라는 기술적 검토 그릇에 담은 것은 정부조직법 개편 후 환경부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과제이다. 
UN은 미래세대를 고려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17개를 발표하면서 해양생태계 보존, 육상생태계 보호를 포함하였다. 환경부는 이런 지속가능의 문제, 그리고 UN과의 생물다양성협약(CBD) 이행에 관한 문제 등을 다루어야 하는 정부 부처이다. 이런 사안들은 인류공동의 과제로, 무엇보다 공존공생이라는 철학에 바탕 해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다. 문재인 정부의 초대 환경부장관인 김은경 전 장관은 후보자 시절 국회 청문회에서 “강은 강다워야한다”며 4대강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와 철학을 밝힌 바 있다. 환경부는 환경부다워야 한다.
맺음말
한반도대운하가 가시화되면서 2008년 2월 12일, 생명의 강과 생명평화를 화두로 천주교, 불교, 기독교, 원불교의 4대 종단 성직자들이 한강하구에서 시작하는 100일 여정의 4대강 순례길을 떠났다. 길을 걷고, 길에서 먹고, 길에서 자는 풍찬노숙 순례의 길이었다. 2009년 가을이 시작되는 무렵 수경스님, 문규현신부님, 전종훈 신부님 등 불교와 천주교의 존경받는 원로 성직자들을 중심으로 많은 사람들이 다시 오체투지의 순례 길에 섰다. 지리산 노고단에서 시작한 오체투지는 25톤 대형트럭이 달리는 도로에서 뜨거운 아스팔트 또는 비에 젖은 길 위에 엎드렸다 일어났다를 반복하면서 이듬해 초여름 임진각까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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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체투지순례단 2009년 5월 서울 동작대교 박용훈
이명박 정부가 4대강사업을 강행하자 남한강 여주, 팔당, 낙동강 상주, 대구, 함안, 금강 공주, 영산강 광주 일대 등에서 이 사업에 반대하는 큰 종교행사들이 이어졌고, 낙동강변에서는 문수스님이 소신공양으로 4대강사업에 저항하기도 하였다. 천주교 주교회의는 4대강사업을 반대하는 분명한 입장을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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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환경회의 내성천 영주댐 수몰예정지 순례 2013년 8월 박용훈
4대강사업의 일환으로 내성천의 허리를 잘라 강의 생명성을 파괴하는 영주댐 건설에 대해서도 종교계는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종교환경회의는 2차례에 걸쳐 여름 종교순례 행렬을 내성천 영주댐 상하류에서 가졌고, 이후에도 종교계는 매년 내성천을 방문하며 영주댐 문제를 놓지 않고 지켜보고 있다. 
영주댐의 목적은 낙동강 중하류에 맑은 물을 흘려보내는 것이다. 내성천이 그동안 잘 해오던 일이었다. 내성천이 있어서 낙동강 제1경이라는 상주 경천대 등 우리가 알던 낙동강이 존재했다. 영주댐 홍수조절 편익은 총 편익의 0.2%가 채 되지 않는다. 사실상 물을 그냥 흘려보내는 것이 거의 유일한 목적인 이 댐에 4대강사업비 22조원 중 1조원이 넘게 투입됐다. 전통문화를  되살리자는 21세기에 400년 전통의 금강마을처럼 영남지역의 중요한 전통문화를 지닌 마을공동체 531세대가 영주댐사업으로 인해 사라졌다. 사람들이 실향의 큰 아픔을 안은 채 쫓겨난 자리에 “명품 관광댐”용 다리 등 시설들이 만들어졌지만, 옮겨 심은 400년 된 느티나무, 200년 된 소나무는 고사했다. 철로이설로 70년이 넘은 평은역이 사라졌고, 옹천역은 격하됐다. 청량리에서 안동으로 가는 도중 학가산 밑으로 6km의 난이도 높은 터널공사를 수반한 철로이설비는 2천억원에 이른다. 댐 하나의 건설비이다. 한국 철도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기도 하다. 
금강마을에서 고려시대의 사찰 터와 그 안에서 보물급이라고 평가되는 유물이 출토되었지만, 문화재청은 이 터를 보호하는 방식으로 그 위에 돌과 흙을 덮은 채 담수하여 보전하는 희한한 방식을 택했다. 문화재청은 명승인 선몽대일원과 회룡포에 식생이 확산되자 한때 예산을 들여 이들을 제거하는 작업을 했으나 지금은 거의 방치하는 수준으로 보인다. 댐이 처리되지 않는 한 소용없는 일임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영주댐으로 인한 경관과 생태계의 훼손은 과거의 일이 아니다. 지금도 진행되고 있고, 댐을 이대로 둔다면 우리가 아는 내성천이 완전히 사라질 때가지 계속될 것이다. 
만약 댐 철거가 결정되면 고향을 등지고 떠난 주민들에게 환매절차가 시작된다. 다시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과정은 그리 단순해 보이지 않는다. 당연히 책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아마도 이런 것을 내다보는 관료사회의 조직적 저항이 영주댐 문제를 처리하기 어렵게 하는 한 요인일 수도 있다. 영주댐 처리문제가 현 정부에서 아직 궤도에 오르지 못하는 것이 이 사안이 가벼운 사안이기 때문은 결코 아니다. 그 반대로 영주다목적댐건설사업은 4대강사업 중에서도 매우 무거운 사안이다. 
환경법 중 <생물다양성 보전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1장 제1조(목적)은 “이 법은 생물다양성의 종합적 체계적인 보전과 생물자원의 지속가능한 이용을 도모하고 「생물다양성협약」의 이행에 관한 사항을 정함으로써 국민생활을 향상시키고 국제협력을 증진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되어 있다. 또한 제14조(생물다양성 감소 등에 대한 긴급 조치)는 “환경부 장관,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 및 특별시장 · 광역시장 · 특별자치시장 · 도지사 · 특별자치도지사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긴급 복구, 구조 · 치료 · 공사 중지 등 생물다양성의 급격한 감소를 피하거나 최소화할 수 있는 조치를 할 수 있다” “1. 자연재해 등 국가적 또는 지역적 생물다양성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사례가 발생한 경우 2. 생물다양성이 심각하게 감소하거나 소실될 위험에 처한 경우 3. 개발사업 등의 시행으로 인하여 야생생물의 번식지나 서식지가 대규모로 훼손될 위험에 처한 경우”라고 적시되어 있다. 댐 처리에 관한 권한이 장관에게 있지 않다면 누구에게 있을까?
우리사회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꿈꾼다. 내 아이들이 풍요로운 자연 속에서 인간다운 삶을 살기를 바라지 않는 부모는 없다. “이제 한국사회 전반에 ‘녹색전환(Green Transformation)을 서두를 때입니다”라는 제목의 2019 환경백서 발간사에서 조명래 장관은 “물관리 정책도 기존의 이수, 치수, 수질개선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강의 자연성을 회복하고 수생태계와 인간의 지속가능한 공존을 모색하는 통합물관리로 전환하고 있습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강의 자연성 회복에 후대를 위해 반드시 보전해야 할 아름다운 내성천을 포함하고, 수생태계와 인간의 지속가능한 공존을 모색하는 자리에 ’흰수마자‘를 초대하는 것이 현 정부에서는 불가능한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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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사)한강생명포럼 <강과 사람> '흘러야 강이다"(2019년)에 박용훈 회원님이 기고한 글을 옮겨 싣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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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풍소식>은 초록사진가이자 생태지평 운영위원인 박용훈 님이 사진과 글로 강이 전하는 이야기를 담습니다.  

수, 2020/01/29- 0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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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천 중류 예천, 모래강은 아이들을 엄마처럼 품었다. 모래강은 다시 흘러야 한다. 박용훈

국토부가 아닌 환경부가 시험담수라는 이름을 내걸고 영주댐 수문을 닫았다. ‘종합진단’을 끼워 넣었지만 거대한 녹조를 재현하고 멸종위기종 서식지를 훼손하는 일이다. 4대강 보를 ‘자연성 회복’ 방향으로 열어 조사하는 것과는 정반대 행보였다. ‘4대강 살리기는 생명 살리기’라고 홍보했던 시절로 돌아간 듯했다. 사라진 내성천과 영주댐 이야기, 지금 내성천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떠올려 글을 쓰기 위해 숨을 크게 돌려야 했다. 벌써 아마득한 시간이 되어버린 그때를 찾아가려면, 사라진 것들을 하나하나 불러보려면…
내성천이라는 모래집이 있었다 
내성천은 백두대간 고산준령에서 봉화, 영주, 예천, 문경 쪽 영남지역으로 쏟아낸 물길들이 대간에서 뻗은 문수지맥과 만나 모여 흐르는 강이다. 대간 아래로 중생대에 관입한 화강암층이 오랜 세월 풍화하여 봉화-영주 분지를 만들었고, 물길들이 이곳의 모래를 끌어다 내성천에 부려놓아 우리나라 최고의 모래강으로 만들었다. 강과 산맥이 함께 흐르며 굽이마다 펼쳐놓은 하얀 모래밭과 그 여백이 조화를 이뤄 한국 최고의 산수라는 평을 받는다. 명승 110곳 가운데 4곳이 내성천 유역에 있을 정도로 강의 경관이 매우 빼어났다. 명승 제16호인 회룡포와 제19호인 선몽대일원이 내성천 하류에 있으며, 하류의 하곡 폭은 평균 700미터에 이른다.
2009년 여름, 4대강 사업 종합계획이 나온 뒤 ‘생태지평’을 따라 낙동강 보 예정지로 가다가 낙동강 구담습지와 멀지 않은 예천 오천교에서 이 강을 처음 보았다. 비가 왔는지 물이 조금 불었고, 모래가 가득했다. 그해 여름휴가 때 낙동강을 기록하는 일정에 내성천을 넣었다. 그 뒤 내 좌표를 다시 설정하는데 이 강의 존재는 매우 중요했다. 4대강 사업이 시작됐고, 강 이곳저곳에서 ‘속전속결’이란 표현에 걸맞은 ‘전쟁터’ 같은 죽음의 모습들을 마주해야 했다. 그러다 찾은 백두대간 아래 평은의 마을들은 여느 산골 고향마을이었고, 그곳을 흐르는 강은 그저 평화롭고 잔잔했다. 어디나 넓고 판판한 강은 햇살에 반짝이며 은빛 여울로 흘렀다. 
그곳의 모래는 강에 들어가 찬찬히 보면 알갱이들이 쉬지 않고 흘러갔다. 강물은 바닥의 두툼한 모래 덕에 그 빠름을 드러내지도 않았고, 모래 위로 자신의 모습을 일부만 보여준 채 흘러갔다. 한여름 밤 내성천 강변에서 반딧불이가 생명의 춤을 추듯, 강 안을 걷다 보면 무언가 반가움에 몸을 비비는 듯 차가운 물길이 발을 감싸곤 했다. 깊이를 알 수 없는 모래 속과 모래 위에서 물은 모였다 갈라지고 다시 모이면서 바다로 향했다. 생각해보면, 흐르는 것들은 그것을 바람이라 하든 시간이라 하든, 또는 비라 하든 강이라 말하든 모두 섭리의 발현이다. 작은 모래알 하나도 지구의 다른 시간들이 서로 만나야 할 곳에서 만나 모래가 되어 그곳에 다다른 것이다. 강물이 흘러가다가 무심히 내려놓은 곳에 상 없는 상을 새기다가 또 다른 강물을 만나 바다로 향했다. 그곳에 작은 언덕과 골을 이뤘다가 흩어지고, 다시 언덕이 생기고 골이 생겼다. 모든 생명이 다 인연을 따르는 것이다. 너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으며, 너무 얕지도 깊지도 않은 곳을 따라, 수줍은 듯 모래로 집을 삼는 흰수마자는 내성천이라는 모래집에 들어 뼈와 살과 비늘을 받은 내성천의 귀한 아이였다.
아름다운 지구 정원이 온갖 삶을 품었다 
비가 와서 큰물이 지면 수달과 고라니, 삵이 다녀간 모래들도 큰물을 따라 바다로 떠났다. 늘 그 자리를 지켜온 모래톱은 사실 그 자리를 지켜온 적이 없었기 때문에 모래톱이었다. 만약 늘 그 자리를 지켜왔다면 풀과 나무가 자라 땅이 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모래톱이 모래톱으로 있어야 하는 소명은 기실 다른 데 있었다. 작은 물새들은 이른 봄부터 강변에 맑고 높은 소리를 남기다가 어느 순간부터 도통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알락할미새들이 쌍쌍으로 강물 위에서 날렵한 곡예를 뽐내지만, 그것은 너무 조용해진 강변의 지루함을 깨려는 작은 마법이거나 대를 잇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물새들을 응원하기 위한 장엄한 화음임에 틀림없다. 흰목물떼새가 흰 모래밭 위에 가장 먼저 알을 낳아 품으면 시간을 두고 꼬마물떼새가 슬금슬금 자리를 잡는다. 강에 붙은 산에서는 황조롱이나 수리부엉이가 모래톱을 주시하고, 한낮 달궈진 모래밭에서 물새들은 서서 그늘을 만들거나 강물을 몸에 적신 뒤 살금살금 돌아와 알의 체온을 낮춰준다. 강에서 장마기 홍수는 큰 변곡점이다. 때가 되면 강이 몸을 부풀려서 떠나야 할 것들을 데리고 떠나는데, 물새들은 그 시간이 되기 전 서둘러 새끼를 키워낸다. 
큰물이 지나간 자리, 강과 연결된 작은 물웅덩이에는 치어들이 줄지어 오가고, 새 모래톱에는 낯익은 흔적들이 다시 또렷하게 새겨져 있다. 사람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농사를 지어왔듯이, 그 강에서는 늘 그렇게 강물이 흘렀고, 흰수마자가 살아왔으며, 흰목물떼새가 해마다 온 힘을 다해 알을 품어왔다. 그 강에 들어서는 것은 수십억 년 동안 온갖 생명의 기운이 함께 빚어낸 아름다운 지구 정원의 문 하나를 여는 것이어서, 그것을 단박에 알아보는 아이들은 탄성을 지르며 강으로 뛰어가곤 했다. 
곶자왈에서 아이들이 내성천을 찾았다. 처음 강의 모래를 밟아본 아이들 표정에는 신기함이 가득했다. 몇 명의 어른과 10여 명의 아이들은 모래밭을 걷고, 모래 위에 손으로 그림을 그리고, 함께 강을 건너고, 흠뻑 소나기를 맞고, 편을 나눠 꼬리잡기를 하고, 물 위에 둥둥 떠서 팔다리를 뻗은 채 눈을 감고 강물의 흐름에 몸을 맡겼다. 그렇게 내성천은 ‘아이들의 강’이 되었다. 그해 가을 프란치스코 수도원에서 수사님 한 분이 내성천을 찾았다. 비를 맞으면서도 동영상으로 강을 여러 날 기록한 그는 이 땅에서 피어날 여러 피카소의 싹을 영주댐이 없앨 것이라면서 탄식했다. 지난여름 회룡포는 더 이상 어쩌지 못하고 아픈 상처를 드러냈다. 아이들은 여전히 찾아왔고, 내성천은 품에 안았다. 바다 같던 그 품이 볼품없이 작아지고 있다. 
적당한 봄날 산마루에 서서 물결치는 연록의 잎들을 보면서 교과서에 실렸던 <신록예찬>을 떠올렸던 적이 있다. 그리고 강변에도 이런 계절이 있다는 것을 그 강에서 처음 알았다. 덩치가 가장 큰 왕버들은 작은 버드나무들에게 먼저 오는 봄을 양보하고, 한참이 지나서야 한꺼번에 연록의 빛을 뿜어냈다. 이에 화답하듯 강을 따라 이어진 산 여기저기에서 산벚꽃이 일제히 분홍빛을 뽐냈다. 볕 좋은 봄날에 강이 굽이굽이 펼치는 한 편의 카드섹션이었다. 평은과 이산에는 굵은 왕버들이 큰 군락을 이뤘었는데, 이산이 물새들에게는 좀 더 아늑했던지 봄이면 원앙을 비롯한 여러 야생오리들이 모여 느긋하게 봄볕을 즐겼고, 저녁이면 아름드리 20여 그루의 왕버들 가지마다 멧비둘기들이 수없이 날아와 앉았다. 늦봄, 산 절벽 밑 물가에 핀 하얀 찔레꽃은 그냥 예쁘고 소박할 뿐이어서 장사익이 부른 것처럼 “너무 슬프고 서러워서 목 놓아 울어야 하는” 그런 하얀 꽃은 결코 아니었다. 한여름이면 왕버들 그늘 아래로 물고기가 모여들었고, 맞은편 절벽 숲의 나무들에는 백로와 왜가리들이 적당히 자리 잡은 채 해를 산 뒤로 보냈다. 강을 따라 넓고 긴 모래밭과 너무 일찍 베어진 왕버들 군락 밑으로 70년 세월의 녹물이 교각에 밴 송리원철교가 있었고, 그 아래로 금강마을 사람들이 불로산이라 부른 크고 깊은 계곡이 별유천지로 펼쳐졌다. 계곡 숲 여기저기에서 작은 산새들의 고운 울림이 얕고 맑게 흐르는 강물 위를 타고 퍼져나갔고, 계곡의 침입자를 끝까지 주시하는 물떼새들과 달리 할미새들은 호기심 반 무관심 반으로 사람을 대했다. 수달은 곳곳에 흔적을 남겼는데, 그 계곡을 여러 번 찾았어도 먹황새가 그곳에서 해마다 겨울을 나는지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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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천 중류 예천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인 흰수마자, 영주댐 건설로 자취를 감췄다.  박용훈
8년치 모래를 파낸 뒤 강은 숨을 멈췄다 
어느 날 많은 포클레인이 댐 상류의 평화로웠던 강으로 들어왔다. 흡사 4대강 준설현장을 다시 보는 듯했다. 영주시는 2012년 한 해에만 댐 상류에서 내려오는 8년치 양의 모래를 파냈다. 모래는 돈이 되는 골재였을 뿐, 환경부조차도 흰수마자의 서식처로 여기지 않은 듯했다. 4년 동안 모래를 파낸 뒤 2013년에는 다묵장어가 보이지 않았고, 2014년에는 흰수마자가 확인되지 않았다. 불로산 계곡에서 사람들의 발길을 멈춰 세웠던, 큰 바위를 뿌리로 감싼 왕버드나무가 어느 날 베어져 강물에 던져졌다. 그해 겨울 계곡에서는 요란한 전기톱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영주댐에서 상류로 20킬로미터 일대 강 양쪽 산의 나무들이 베어졌다. 평은과 이산의 왕버들도 모두 사라졌다. 이십여 마리씩 한가롭게 떠 있던 원앙 모습은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400년 된 느티나무가 천수를 누리지 못했고, 무엇보다 영남의 전통문화를 잘 간직해온 400년 된 마을들이 전통을 살리자는 21세기 초입에 사라졌으며, 531세대가 고향땅을 등져야 했다. 귀한 손님인 먹황새는 해마다 겨울을 보내던 계곡을 나와 강 여기저기를 떠돌았는데, 지난해 겨울에는 이 새를 보았노라고 반갑게 소식을 전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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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천 상류 영주 금강마을 앞, 내성천을 지키기 위해 시민들이 마음을 모았다.  박용훈

댐 하류에도 큰 변화가 찾아왔다. 극심한 골재 채취와 댐 공사 뒤 모래가 하류로 흘러간 만큼 위에서 내려오지 않았고, 내성천은 점점 빈약해졌으며, 풀과 나무가 뿌리를 내리면서 모래톱들은 더 이상 바다를 향해 나아가지 못했다. 여뀌에 이어 달뿌리풀과 버드나무가 모래톱을 차지할수록 작은 물새들의 번식지는 줄어들었다. 넓고 판판하던 물길이 좁아지고 빨라진 채 깊어졌으며, 강바닥은 더욱 거칠어졌다. 고운 모래가 급속히 줄어들었고, 2017년까지 영주댐 사후환경영향조사에서 180개체 넘게 나왔던 흰수마자가 2018년도에는 단 9개체만 확인됐다. 내성천 모든 구간에서 흰수마자가 멸종의 벼랑으로 내몰리는 것이 확인되자 환경부는 서식처 복원은 외면한 채 치어 방류에 급급했다. 한편 2016년도부터 내성천 흰목물떼새에 대한 시민공동조사가 이어졌고, 해마다 이십 몇 개씩 둥지가 확인되면서 내성천이 국내 최고 서식지임을 확인했는데, 그 가운데 댐 상류의 서식밀도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흰수마자나 흰목물떼새 모두 서식지 보전대책 마련이 시급하지만 환경부는 오히려 지난 9월에 영주댐 시험담수를 강행했다. 
정부는 영주댐의 목적은 ‘갈수기에 낙동강에 물을 흘려보내는 것’이라 했다. 하지만 이는 백두대간의 물을 받아 두툼한 모래층에 저장하면서 낙동강에 보내온 내성천이 잘 해오던 일이었다. 2016년 1차 시험담수를 했으나 녹조가 심해 2018년 3월, 김은경 전 장관 재임 시절에 전량 방류했다. 그 뒤 1년 반 동안 아무 일도 안 하던 환경부는 국토부에서 넘어온 수자원공사가 발전기 부하시험 같은 이유를 내세워 시험담수를 요청하자 댐의 철거·존치에 대한 처리방안 마련에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확보하는 종합진단을 2년 동안 함께 하겠다면서 허가했다. 댐 착공 뒤 10년, 강은 망가질 대로 망가졌고, 흰수마자는 절멸 직전인 긴박한 때에 2중대 소리를 듣던 환경부가 이제 하천유지용수 공급용 댐이라는 새로운 댐의 시대를 열며 무대 전면에 나서는 모양새다.
몇 해 전 대구의 어린이들과 함께 회룡포 전망대에 오른 적이 있다. 강이 곧장 가면 편할 것을 왜 이렇게 한 바퀴 빙 돌아가느냐고 물었는데, 아직 고사리 손인 지웅이가 “마을을 돌아서 물을 주려고요”라고 말했다. 아이들만 할 수 있는 답이었다. 지웅이는 강에 도착하자 모래성을 쌓고 풀잎 물고기를 그 안에 띄워 놀았다. 흰수마자와 흰목물떼새를 위해, 그리고 지웅이를 위해 내성천은 예전처럼 흘러야 한다. 뒤늦은 면피성 조사가 아니라, 복원과 보전을 위한 결단이 필요한 때다. 그 결단에 지금 당신의 응원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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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작은 것이 아름답다 268호 '강'특별호 '우리 땅 우리 강의 말'에 실린 글을 옮겨 싣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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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풍소식>은 초록사진가이자 생태지평 운영위원인 박용훈 님이 사진과 글로 강이 전하는 이야기를 담습니다.  

<필자 소개> 
박용훈 – ‘초록사진가’라는 이름으로 미처 알지 못한 아름다운 강, 우리가 잃어버린 강, 위기에 처한 우리의 강들을 사진에 담아 세상에 알리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내성천의 아름다움과 상처를 기록해왔다. 
화, 2020/03/24- 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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