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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527] 플랫폼, 정부를 착취하고 노동을 착취하는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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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527] 플랫폼, 정부를 착취하고 노동을 착취하는 혁신

admin | 월, 2019/12/16- 01:49

플랫폼, 정부를 착취하고 노동을 착취하는 혁신

전가(轉嫁)의 기술, 디지털 플랫폼

 

권오성 성신여자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종래 노동법은 다양한 기준으로 노동자를 분절(division)하고, 일부를 노동법에서 배제(exclusion)해 왔다. 디지털화라는 말이 상징하는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플랫폼 경제'의 시대가 도래하였고, 과거 대면적 관계에서 개별적 교섭을 통하여 이루어지던 직업의 '소개'는 다른 상품(commodity)과 완전히 동일하게 시장에서 거래된다. 노동이 상품이 아니라던 필라델피아 선언은 디지털 혁명에 자리를 내주었고, 디지털 기술은 인격(人格)을 0과 1로 미분(微分)하여 네트워크에 정보로 흘려보낸다. 디지털 정보로 규격화된 노동은 이미 인격이 아니라 상품이기에 노동의 유통은 이미 상(商)의 영역에 속하게 되었다.

 

디지털 기술의 비약적 발전에 힘입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온디멘드(on-demand) 노동 구매의 거래비용은 기업 내부에서 정규직을 고용하는 비용보다 저렴해졌다. 기업은 생산활동의 범위 중 어느 부분을 내부(內部)에서 생산하고, 어느 부분은 외부(外部)에서 구매할 것인가와 같은 '생산과 구매(make-or-buy)'에 관한 의사결정을 하게 되고 그 결과 조직의 경계가 결정된다는 로널드 코즈(R. Coases)의 설명을 빌리면, 플랫폼(platform) 기술의 발전은 종국에는 기업(firm)의 소멸을 초래하고, 지금의 사회보장제도가 상정하는 표준적 고용관계 모델을 구시대의 유물로 전락시킬 수도 있다. 이러한 비관적 전망은 플랫폼이라는 망(網)을 소유하지 못한 모든 이를 불안으로 내몬다. 불안은 영혼을 침식하고, 혁신이란 이름의 유령은 침식된 영혼을 잠식한다.

 

그러나 플랫폼이 스스로 혁신이라 외치는 사업 모델의 본령은 규제의 회피를 통한 비용의 전가(轉嫁)에 불과하다. 노동법은 임노동자의 보호를 위하여 사용자에게 다양한 법적 책임을 부과한다. 사회보장법은 사업주를 사회보장의 전달체계에 편입시켜 사업주에게 사회보험료를 부담토록 한다. 조세법은 사용자에게 원천징수의무를 부과하여 효율적인 징세에 조력하도록 한다. 플랫폼 기업은 노동자를 노동자가 아닌 것으로 위장하여 이러한 부담에서 스스로 벗어나려 하고, 그 부당함을 청원하는 이들에게 자신을 혁신이라 항변한다.

 

하지만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노동법 연구자에게 플랫폼이 주장하는 혁신은 그저 근로자의 오분류(misclassification)를 통한 규범의 회피로만 보인다. 기업은 오랫동안 '근로자'의 정의에 관한 조작을 통하여 노동법을 우회해왔다. 2018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대법원이 Dynamex 판결에서 적절히 지적한 것처럼 이러한 오분류는 기업이 마땅히 부담해야 할 비용들을 사회에 전가(轉嫁)한다. 자영인으로 오분류되어 마땅히 누렸어야 할 노동법상 보호를 받지 못한 노동자에게, 오분류를 통하여 규제비용을 떨어낸 플랫폼과 시장에서 경쟁해야 하는 다른 사용자에게, (근로)소득세, 산재보험료 등 사회보험료를 징수하여 사회보장제도를 운영해야 하는 정부에게 플랫폼은 비용을 전가한다. 이는 결국 중산층의 침식과 소득 불평등을 야기하는 원인이 된다. 물론, 이러한 오분류(misclassification)가 플랫폼의 전유물은 아니지만, 플랫폼은 스마트폰의 디스플레이로 자신의 모습을 엄폐하고, 노동자와 고객(client)이 직접으로 접촉하도록 한다. 이러한 거리 두기를 통해 표준화된 지휘명령을 노동자의 자발적 동의로 치환한다. 이로써 플랫폼 노동자는 사용자 없는 노동자가 된다. 아니 진짜 사용자는 꼭꼭 숨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또 다른 방식의 전가는 사업의 경영위험을 노동자에게 떠미는 것이다. 근로관계는 기본적으로 근로자가 일정한 시간 동안 사용자의 처분에 자신의 노동력을 맡기고, 그러한 시간에 상응하는 임금을 받는 관계이다. 이러한 관계에서는 사용자의 지배 아래 있었다면 실제로 근로자가 생산활동에 종사하지 않았더라도 당초 약속한 시간에 상응하는 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그러나 플랫폼은 노동자에게 어떠한 약속도 하지 않는다. 노동자는 그저 손에 쥔, 또는 바이크의 운전대에 몇 개씩 줄지어 붙여둔 스마트폰 화면을 주시하며 누군가 보낼 신호를 기다릴 뿐이다. 그러한 신호에 응답하는 행위는 자발적 동의로 평가되고, 임노동은 독립노동(le travail indéendant)으로, 임노동자는 자영인으로 변신(變身)한다. 나아가 그들은 서로를 연대의 대상이 아닌 한정된 일감에 대한 경쟁자로 인식한다. 이러한 의식은 노동의 연대를 근본적으로 약화시킨다. 이들에게 일터(그런 것이 있는지도 의문이지만)는 연대의 마당이 아니라, 자발적 자기착취의 배양기(培養器)이다.

 

타인을 위해 일하는 사람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누구나 지휘명령과 경제적 의존 아래서 일한다. 노동법의 목표는 이러한 취약성을 최소화하거나 그로부터 야기되는 부당한 결과를 방지함으로써, 일하는 사람을 보호하는 것이다. 이는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 확실히 우리는 지난 수년간 고용관행에 있어 커다란 변화를 겪었다. 이 새로운 현실은 노동법을 그 목적에 다시 조응할 수 있게 하기 위한 노력을 요구한다. 이는 정치적으로 쉽지 않겠지만, 그래도 어떠한 조치가 요구되는지 정도는 명확히 하여야 한다. 우리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오분류(誤分類)를 유효하게 시정하는 것이다. 플랫폼 노동자는 당연히 근로자가 아니라고 전제하고, 이들만을 대상으로 별도의 특별법을 입법하는 것(그것이 '모래상자'라는 말로 포장하였든 아니든)은 플랫폼 노동자가 누려야 할 노동법상 보호로부터 이들을 배제할 위험이 있다.

 


참여사회연구소는 2011년 10월 13일부터 '시민정치시평'이란 제목으로 <프레시안> 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참여사회연구소는 1996년 "시민사회 현장이 우리의 연구실입니다"라는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참여연대 부설 연구소입니다. 지난 19년 동안 참여민주사회의 비전과 모델, 전략을 진지하게 모색해 온 참여사회연구소는 한국 사회의 현안과 쟁점을 다룬 칼럼을 통해 보다 많은 시민들과 만나고자 합니다. 참여사회연구소의 시민정치는 우리가 속한 공동체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책임지는 정치를 말합니다. 시민정치가 이루어지는 곳은 우리 삶의 결이 담긴 모든 곳이며, 공동체의 운명에 관한 진지한 숙의와 실천이 이루어지는 모든 곳입니다. '시민정치시평'은 그 모든 곳에서 울려 퍼지는 혹은 솟아 움트는 목소리를 담아 소통하고 공론을 하는 마당이 될 것입니다. 많은 독자들의 성원을 기대합니다. 같은 내용이 프레시안에도 게시됩니다. 목록 바로가기(http://www.pressian.com/news/review_list_all.html?rvw_no=1661" rel="nofollow">클릭)

 

* 본 내용은 참여연대나 참여사회연구소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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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운전·음식배달 서비스 등 SNS기반 ‘플랫폼 노동’ 확산 (서울Pn)

전 세계적으로 ‘플랫폼 노동’이 확산되고 있다. 스마트폰 사용이 일상화되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반의 디지털 플랫폼에 소속돼 프리랜서 형태로 일하는 근로형태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일자리 혁명’으로 불리고 있지만 정작 근로자들은 저임금에 시달리거나 사회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 제도적 지원에 대한 논의가 시급하다.


아래 주소에서 기사 전문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출처 http://go.seoul.co.kr/news/newsView.php?id=20161006012001&section=polic…

월, 2016/10/10-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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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희망제작소입니다.
희망제작소는 시민의 아이디어가 현실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시민참여 프로그램과 플랫폼을 운영해 왔습니다.

2013년에는 시민이 주도하는 사회창안 플랫폼
‘오프너'(opener.makehope.org)를 개발하여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3년여의 시간 동안 오프너를 통해
많은 시민분들이 공익 실천을 위한 알찬 아이디어를 제안해주셨습니다.

그동안 제안해주신 좋은 아이디어들이 ‘시작하기’에서 중단되는 상황을 해결하고자,
열린제안을 정리하고 숙성하는 과정을 가지기로 했습니다.
이에 2017년 6월 30일(금) 자로 오프너 사이트 운영의 마침표를 찍습니다.

오프너에 관심을 가지고 계셨던 분들에게 양해를 부탁드리며,
필요한 정보는 6월 29일(목) 24시까지 미리 갈무리해 놓으시길 부탁드립니다.

더 즐겁고 발전된 시민참여 플랫폼으로 찾아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월, 2017/04/24-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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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만의 망중립성을 넘어서: 본질적 기원과 ‘궁극의 유저’

글 | 민노씨(슬로우뉴스 편집장)

 

결국, 미국은 망중립성 원칙을 폐기했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이하 ‘FCC’)는 2017년 12월 14일 전원위원회를 열어 3:2로 망중립성 원칙 폐기 결정을 내렸다. 그 내용을 최근 흐름과 관련해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FCC와 망중립성 원칙: 탄생과 죽음 그리고 부활과 폐기

  • 2010년 ‘인터넷 정책 지침’ (캐빈 마틴 FCC 위원장 ): 차별금지, 차단금지, 망 관리 투명성의 3대 원칙과 합리적 트래픽 관리를 천명.
  • 2014년 워싱턴 D.C. 항소법원, “광대역 영역에서 통신사가 컨텐츠,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비차별’ 원칙을 지키도록 의무화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고 판결. 망중립성에 대한 ‘사망 선고’ (참조: 김재연, ‘미국 망중립성 사망선고? 한국은 다르다’).
  • 2015년 오픈인터넷 규칙(톰 휠러 FCC 위원장): 인터넷 서비스제공자(ISP)를 “타이틀 1″(정보서비스)에서 “타이틀2″(기간통신사; common carrier)로 재분류해 법적 분쟁의 빌미를 제거함. 망중립성 원칙의 부활.
  • 2016년 11월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선거 당선.
  • 2017년 12월 14일, 망중립성 폐기안(“인터넷 자유 회복”) 3:2 가결(아짓 파이 FCC 위원장):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를 다시 “타이틀 2″(기간통신사)에서 “타이틀1″(정보서비스)로 이동시킴으로써 ’14년 항소법원 판결 상태로 회귀.

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 애플 등 거대 테크 기업은 물론이고, 일반 이용자의 압도적인 다수가 반대 의견을 제출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FCC는 망중립성 원칙을 폐기했다. 2017년 11월 말에 최종 폐기안이 올라온 지 한 달만의 일이다.

이번 판결을 망중립성에 대한 사망선고라고 받아들이는 이들이 많다. (이미지: DonkeyHotey, CC BY)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었을 때부터 예견된 일이 드디어 벌어졌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망중립성 원칙을 폐기했다. (이미지: DonkeyHotey, CC BY)

이 글에서는 1) 망중립성 원칙이 제안된 배경을 인터넷(월드 와이드 웹)의 본질 속에서 고찰하고, 2) 미국의 원칙 폐기를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지 살펴보며, 3) 무엇보다 우리나라에서 망중립성 논의의 쟁점은 무엇인지를 정리해보려고 한다.

 

0. 망중립성의 ‘본질적’ 기원

망중립성(혹은 네트워크 중립성, Network Neutrality) 원칙은 2003년 팀 우(Tim Wu) 교수에 의해 그 개념이 처음 제창됐다. 팀 우는 사이버 법리를 정립하는 데 큰 공로가 있는 로렌스 레식의 제자다. 참고로, 레식은 이미 20세기 말에 네트워크가 영리 목적으로 잠식당할 것을 경고했다.

1999년, 지금은 하버드 로스쿨에서 교수로 재직하는, 로렌스 레식이 ‘코드와 사이버 공간의 다른 법률들(Code and Other Laws of Cyberspace, 일명 ‘코드’)’를 발표했을 때, 레식은 당시 시민 자유의 무정부 영역으로 간주되던 사이버 공간이 영리 목적에 잠식될 것을 경고했다.
– 김재연, [로렌스 레식을 넘어서] 중에서

팀 우 (2017년 모습, 출처: 위키미디어 공용) https://en.wikipedia.org/wiki/Tim_Wu#/media/File:Wikipedia_Day_New_York_January_2017_003.jpg팀 우 (2017년 모습, 출처: 위키미디어 공용)

팀 우가 제안한 망중립성의 기본 개념을 ‘망 사업자'(ISP)를 주어로 놓고 서술하면 다음과 같다:

모든 망 사업자는 모든 인터넷 콘텐츠를 동등하게 처리해야 하고, 어떠한 차별도 해서는 안 된다.

즉, 망(네트워크) 사업자는 모든 컨텐츠(단말기, 사용자, 어플리케이션)를 차단해선 안 되고(차단금지), 차별하면 안 되며(차별금지), 동등하게 처리해야 한다. 이것이 망중립성의 핵심 개념이다.

팀 우는 망중립성 원칙을 현실에서 제안한 최초의 학자다. 하지만 팀 우의 학문적 배경에 로렌스 레식이 있는 것처럼, 이 두 명의 학자보다 더 본질에서 인터넷은 그 자체로 망중립성 원칙을 태생적으로 내포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가 ‘인터넷’이라고 부르는 것의 다른 이름, 아니 좀 더 정확한 이름은 ‘월드 와이드 웹'(World Wide Web, 줄여서 ‘웹, web’)이다. 그 웹은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계약직 엔지니어 팀 버너스-리에 의해 최초로 고안된 것이고, 그의 헌신적인 노력이 없었다면, 오늘날 인터넷 혁명은 불가능했을 거다. 그래서 그는 ‘웹의 아버지’로 불린다. 영국 태생인 그는 웹을 발명한 공로를 인정받아 영국 왕실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고, 팀 버너스-리 경이 된다.

월드 와이드 웹의 아버지, 팀-버너스 리 월드 와이드 웹의 아버지, 팀-버너스 리

팀 버너스-리는 웹에 관해 저작권을 주장하거나 특허를 출원하지 않았고, 웹은 자율적으로 분산화된 네트워트의 유기적인 총합으로서 개방과 자유, 창조와 참여의 상징이자 그 어머니로서의 토양이 되었다. 그는 웹 탄생 25주년을 기념해 2014년 테드 강연에서 ‘웹을 위한 권리장전'(A Magna Carta for the web)을 주창한다.

“여러분은 어떤 웹을 원하시나요? 저는 수많은 작은 조각으로 파편화되지 않은 웹을 원합니다. (중략) 저는 민주주의에 견고한 기반이 되는 웹이 되기를 원합니다. (중략) 우리 모두 웹을 위한 권리장전을 만드는 데 함께 참여합시다.”(팀 버너스-리)

그리고 2015년 2월에는 “망중립성은 유럽의 미래를 위해 결정적이다”(Net Neutrality is Critical for Europe’s Future)라고 말한다.

“물론 망중립성은 (특정 서비스를) 막거나 (대역폭을) 조절하는 것 뿐 아니라 인터넷 업체가 다른 서비스보다 특정 서비스를 지지하는 것 같은 ‘긍정적인 차별’을 막는 것이기도 하다. 만약 우리가 이를 명시적으로 불법이라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엄청난 힘을 통신사와 온라인 서비스 오퍼레이터에게 넘겨주게 될 것이다. 사실 그들은 시장에서의 승자와 패자를 결정하고 자신의 사이트와 서비스, 플랫폼을 좋아하게 만들도록 하는 게이트 키퍼가 될 수 있다.

이것은 경쟁을 밀어내고 혁신적인 새로운 서비스가 빛을 보기도 전에 파괴할 것이다. 새로운 스타트업이나 새로운 서비스 제공자가 고객들을 모으기도 전에 경쟁자에게 허락을 구하거나 돈을 내야 한다고 생각해보라. 마치 뇌물 수수나 시장을 악용하는 것처럼 들릴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야 말로 우리가 망중립성과 멀어질 때 예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다.” (팀 버너스-리)

– 오픈넷, “KT의 다음카카오팩은 망중립성을 해치는 서비스일까” (슬로우뉴스, 2015. 12. 2.)에서 재인용.

오늘날 가장 대중화한 인터넷이자 인터넷 그 자체로 통용되는 웹은 그 핵심 원리가 개방, 자유, 참여, 평등임은 불문가지다. 그리고 그 ‘핵심 원리’는 굳이 웹의 아버지 팀 버너스-리의 강조가 아니더라도, 웹 그 자체로 망중립성의 원칙을 본질적으로 내포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젠더 전쟁은 한국적 특수성과 인터넷이 가져온 커뮤니케이션의 질적 변화라는 세계적 현상(보편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웹은 태생적으로 그 본질에서 ‘망중립성’ 원칙을 내재하고 있다.

참고로, 현재 망중립성을 둘러싼 ‘전쟁’의 구도가 크게 망 사업자 vs. 컨텐츠 사업자로 그 진영이 양분되고(후술할 ‘이용자’는 사라진 전쟁의 구도), 적어도 이들의 관계에서는 버라이즌이나 AT&T와 같은 거대 망 사업자가 망중립성보다는 기업의 자율과 경쟁을 강조하고, 구글이나 페이스북 애플 같은 커텐츠 사업자는 그와는 반대로 망중립성 원칙을 강조하는 국면이다. 그렇다면 망중립성 원칙을 강하게 천명하는 팀 버너스-리가 이들 컨텐츠 기업에 우호적일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팀 버너스-리는 망중립성을 위협하는 거대 통신사와 마찬가지로, 페이스북과 구글, 애플과 같은 거대 인터넷 기업들 역시 사용자들이 웹에서 자유로운 연결할 수 있는 자유를 빼앗아 가고 있다고, 경고한다.

“웹에 위협을 가하는 요소가 생겼다. 이들 중 일부는 성공적인 거대 소셜 네트워크로 발전했으며, 자사의 사용자가 생산하는 정보에 관해 외부에서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고, 통신사는 자신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 사이트에 대한 접속은 대역폭을 줄인다. (중략) 왜 우리가 이것을 걱정해야 하냐고? 바로 웹은 우리 자신의 것이니까. 웹은 살아있는 민주주의고, 전 지구적인 대화를 가능하게 하는 소통의 채널이니까. (팀 버너스-리, [Scientific American] 기고문 중에서, 2010년 11월 22일)

 

1. 세 명의 플레이어

망을 둘러싼 세 명의 플레이어는 망을 제공하는 ‘망 사업자’, 망을 사용해 서비스하는 ‘컨텐츠 사업자’ 그리고 망에 접속해 컨텐츠와 플랫폼 등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용자’다. 이 세 플레이어의 관계를 간단히 살펴보자.

  • 망 사업자(= 네트워크 사업자,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 Internet Service Provider: ISP): 미국에선 AT&T, 버라이즌 등. 우리나라에선 SKT, KT, LGU+ 등.
  • 컨텐츠 사업자(= 플랫폼 사업자, Content Provider: CP): 미국에선 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 애플 등. 우리나라에선 네이버와 카카오 등. 사업자로서의 ‘엔드 유저’
  • 이용자: 절대적 다수 일반 인터넷 이용자들. 궁극의 ‘엔드 유저(End User)’

전통적으로 망 사업자와 컨텐츠 사업자는 이용자에게 네트워크 접속과 응용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호 보완적인 관계였다. 하지만 IPTV, P2P, VoD 등 많은 트래픽을 등장하는 서비스가 등장하고 이에 따라 망을 증설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된다.

망을 증설해야 하는 부담이 늘어난 망 사업자와 비교해, 방송통신 융합 현상은 인터넷의 수익 모델을 컨텐츠 사업자에게 좀 더 유리하게 재편하고, 그 주도권이 망 사업자에서 플랫폼(컨텐츠) 사업자로 이동하는 계기가 됐다. 미국에서 특히 컨텐츠 사업자의 영향력이 날로 커지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2. 우리에게 미칠 영향? 그건 미국 얘기고!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의 망중립성 원칙 폐기는 망중립성 폐기안의 이름처럼 누군가에는 “인터넷 자유 회복”이고, 누군가에게는 지켜져야 할 마땅한 원칙의 폐기다. 중요한 것은 이 결정의 파장이 우리에게 미칠 영향이다.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도, 전문가들도 이구동성이다. 한 마디로, ‘그건 미국 이야기고, 우리와는 (당분간) 전혀 상관 없음.’ 그 근거는 두 가지다.

(1) 문 대통령의 공약과 전기통신사업법 

우선 우리나라는 법(전기통신사업법)으로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ISP)를 기간통신사업자로 규정한다. 미국 망중립성 원칙 폐기안의 골자가 ISP를 ‘기간통신사(common carrier, 우리 법제상 ‘기간통신사업자’)’로 보지 않고, ‘정보제공자’로 보겠다는 것이다.

즉, ISP의 법적 성격을 바꿔 법적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것인데, 우리는 문재인 대통령이 망중립성 원칙을 강화하는 것을 공약으로 내세웠고, 유승희 의원 등 여당의원은 오히려 전기통신사업법을 강화하는 안을 입안한 바 있다. 현재로도 전기통신사업법 3조가 망중립성을 간접적으로나마 견지한다는 해석은 충분히 가능하다.1)

문재인 대한민국 19대 대통령 취임식 모습 (출처: KOREA, CC BY NC SA) https://flic.kr/p/UqCzef문재인 대한민국 19대 대통령 취임식 모습 (출처: KOREA, CC BY NC SA) 망중립성 관련해서 대선 당시 안철수나 홍준표 후보가 “제로레이팅 활성화로 가계통신비 낮추는 효과가 클 것”이라는 입장이었다면, 당시 문 후보는 “네트워크 접속은 국민 기본권”이라면서 망중립성 원칙을 강조하는 입장이었다.

전기통신사업법은 기간통신역무의 내용을 규정하고, 기간통신사업자에 대한 지원과 더불어 그 자격과 의무 등을 꼼꼼히 규정한다. 참고로, 법에는 기간통신사업자(157회), 기간통신역무(33회)가 끝없이 등장한다. 전기통신사업법이 규정하는 “기간통신역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전화·인터넷접속 등과 같이 음성·데이터·영상 등을 그 내용이나 형태의 변경 없이 송신 또는 수신하게 하는 전기통신역무 및 음성·데이터·영상 등의 송신 또는 수신이 가능하도록 전기통신회선설비를 임대하는 전기통신역무를 말한다. 다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전기통신서비스(제6호의 전기통신역무의 세부적인 개별 서비스를 말한다. 이하 같다)는 제외한다.

 

(2) 트럼프의 경기부양 논리

더불어 FCC가 망중립성 원칙을 폐기하며 내세운 정치 논리는 ‘경기 부양’이다. 오픈넷은 미국의 망중립성 폐기의 경제적 동기를 “노동집약적 성격이 강한 망 사업을 활성화하여 경기를 부양시키려는 트럼프 정권의 경기부양 정책의 일환”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오픈넷 박지환 변호사는 “거대한 영토를 가진 미국에서 망에 대한 투자는 인프라 투자로서 의미가 크다”면서, “트럼프 정권은 망중립성 완화가 망사업자의 투자로 이어질 것을 기대하여 결국 일자리 창출을 통한 경기부양 효과를 거두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설명했다.

트럼프 (원본 출처: 위키미디어 공용 CC BY CA, 합성)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Donald_Trump_(24949307320).jpg트럼프 (원본 출처: 위키미디어 공용 CC BY CA, 합성)

문재인 정부가 ‘경기부양’의 목적으로 ‘망중립성’을 폐기하겠다는 정치 논리를 내세울 가능성도 극히 희박하고, 그런 논리가 현실적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도 희박하다. 특히나 인터넷 말단의 엔드 유저인 일반 이용자(대다수 국민)에게까지 ‘인터넷 종량제’가 현실화할 것이라는 우려는, 한국의 정치적 정치적 역학을 무시하거나 미국의 망중립성 원칙 폐기의 영향력을 지나치게 과장한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이어서 살펴볼 것처럼 미국의 망중립성 원칙 폐기가 곧바로 통신사에 무소불위의 권력과 무제한의 자유를 부여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

 

3. 망중립성 원칙 폐기 = 통신사 맘대로? 

‘망중립성 없는 하늘 아래’ (있을지 모를) 통신사 횡포를 국내 언론은 다음과 같이 서술한다.

“트래픽을 많이 잡아먹는 서비스에게 막대한 추가비용을 내게 하거나, 자사의 콘텐츠 사업에 더 양질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겁니다.” (권도연, 망 중립성 폐지, 뭐가 문제냐고요?, 블로터, 2017. 12. 19.)

“‘망중립성’이 폐지되면서 버라이즌, 컴캐스트와 같은 미국의 통신사업자들이 망을 차별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돼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반면 넷플릭스, 구글, 페이스북처럼 동영상 데이터가 많이 필요하지만 망을 갖지 못한 사업자들은 막대한 데이터 비용을 내거나 경쟁사업자와 차별을 당하는 손실이 예상돼 반발해왔다.” (금준경, 미국 ‘망중립성’ 폐지, 통신3사가 웃고 있다, 미디어오늘, 2017. 12. 15.)

AT&T나 버라이즌, 컴캐스트 같은 통신사들, 즉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ISP)가 특정 트래픽의 속도를 늦추거나 아예 특정 트래픽 접속을 차단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허완, 미국 FCC가 끝내 ‘망중립성 규제’를 폐지했다. ‘자유로운 인터넷’을 죽였다., 허프포스트코리아, 2017. 12. 15.)

망중립성 원칙 폐기에 따른 통신사의 있을 지도 모를 횡포(?)를 우려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만한 하지만, 다소 과장·과열된 감도 없지 않은 듯하다. 망중립성 원칙 폐기가 충분히 장기적으로는 우려할만한 상황인 것은 분명하지만, 이는 사전규제와 사후규제의 두 개의 칼 중에서 사전규제의 칼날이 무뎌지거나 꺾인 것이지 통신사의 ‘불공정행위’가 망중립성 원칙 폐기만으로 (사후적으로도) 면죄부를 받는 것은 아니다.

지난 19일 오픈넷이 주최한 ‘망중립성의 미래’ 포럼에서 김익현 지디넷미디어연구소장은 “국내 언론과 업계 반응이 모두 과열된 느낌”이라면서 “미국 언론들조차 ‘당장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지적하면서, 미국 상황은 “오바마 대 트럼프라는 정파적 관점이 강하게 작용”한 것이 사실이지만, “FCC의 강력한 사전 규제가 소비자보호법 등의 사후 규제로 전환하면서 어떤 결과로 이어질 지 살펴볼 좋은 기회”라고 말한다.

 

4. 제로레이팅은 망중립성 위반인가? 

이제 미국의 망중립성 원칙 폐기에 관한 이야기는 이쯤하고 ‘우리 이야기’를 좀 해보자. 우선 제로레이팅(스폰서요금제)은 망중립성 위반일까?

우선 현황을 먼저 파악해보자. ’17년 9월 현재 제로레이팅, 즉 데이터 사용료 면제 항목은 다음과 같다. (자료 제공: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

  • SK텔레콤: 11번가, 쇼킹딜 11번가, T롯데닷컴, 동부화재 다이렉트, 포켓몬고, T-map, 모바일 T월드, 벅스, 비트. (총 9개)
  • KT: 지니팩, 올레TV 모바일팩, 다음카카오팩, 카카오택시, KT내비, 재난현장 영상, 데이터 프리존, 삼성화재 모바일 계약서, KT 고객센터. (총 9개)
  • LG유플러스: U+데이터 비디오 안심옵션, 컨텐츠 데이터프리, 3시간 데이터 프리, 24시간 데이터 프리, Uflix 데이터팩, U+Box LTE데이터팩, LTE 비디오포털팩, 뮤직 데이터프리, U+ 데이터 뮤직 안심옵션, 지니뮤직 마음껏듣기, U+뮤직벨링, 원네비. (총 12개) 

우선 ‘망중립성’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의 입장은 뭘까.

통신경쟁정책과 송재성 과장은 “(과기정통부는 사전규제 기관이므로 제로레이팅 문제는) 방통위 사후 규제로만 접근한다는 것이 과기정통부의 기본 입장”이라고 밝히면서, “다만, 앞으로 불공정 이슈에 관한 문제 제기가 많아지면, (과기정통부의) 사전규제도 검토할 예정”이라면서 “그렇지만, 현재로선 제로레이팅이 활성화하지도 않았고, 문제 제기도 미약해서 방통위 사후 규제로만 이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 과장은 시장 상황을 직접 조사했는지에 관해 묻자, “그런 것은 아니지만, 우리(과기정통부)는 사전 규제기관이고, 이 문제와 관련한 (사전) 문제 제기가 별로 없었다는 취지다.”라고 밝히면서 “제로레이팅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는 것은 맞고, 서비스 수도 적잖지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고, 불공정행위에 대한 (사전) 문제제기가 미약하며, 방통위가 사후규제하고 있다는 맥락”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제로레이팅을 망중립성 위반 유형으로 파악하냐는 질문에는 “제로레이팅이 원칙적으로 불공정하다는 어떤 원칙적인 입장을 가진 것은 아니고, 케이스마다 개별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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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제로레이팅에 관해 진보넷 오병일 활동가는 “제로레이팅이 불공정행위로서 망중립성 원칙 위반은 맞지만, 트래픽 자체를 차단하는 것은 아니고, 비용 측면에서 이용자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라면서 “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픈넷 박지환 변호사는 “제로레이팅은 이동통신사가 계열사 등 특수관계가 있는 부가통신사업자들을 지원하는 것을 위주로 시작되고 있고, 이런 제로레이팅 계약은 부당지원 등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아주 높”다고 지적하면서, “현재 제로레이팅 요금제가 시장 경쟁상황에 어떤 악영향을 미치는지부터 파악해야 할 것”말했다.

미국은 제로레이팅에 관해 어떻게 판단할까? 오바마 정부 시절에는 제로레이팅이 서비스 품질을 유지하면서 소비자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라서 망중립성 위반 이슈는 아니라고 파단하고, 이를 전면 금지하지 않고, 건별로 심사해 심할 경우에만 제재하는 방식을 택했다(예: T모바일 ‘빈지온’, 컴캐스트 ‘스트림 TV서비스’, 버라이즌 ‘프로비 데이터 360’, AT&T ‘스폰서 데이터 프로그램 등).

그리고 예상했겠지만,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자 제로레이팅에 관한 개별 심사도 중단됐다. 아짓 파이는 제로레이팅에 관해 “통신사들의 데이터 공짜 계획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많은 인기를 누렸을 뿐 아니라 무선시장의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했다”고 칭찬했다(참고, 오픈넷 포럼에서 김익현 소장의 발표 참조).

 

5. 궁극의 유저 

통신사와 컨텐츠 회사의 ‘거대 전쟁’에서 망중립성 원칙의 가장 중요한 플레이어인 ‘이용자’는 일방적으로 소외되고, 망을 둘러싼 시장 주도권을 누가 차지하느냐에 관한 ‘주도권 다툼’의 양상으로 망중립성 논의는 변질된 모습이다.

우리나라에선 이런 흐름 속에서, 2012년 5월 ‘망중립성 이용자 포럼’이 결성됐다. 비사업자인 이용자와 시민단체의 자율적인 참여라는 차원에서 그 의미가 컸지만, 현재는 그 실질적인 활동은 잠정적으로 중단된 상태다.

망 사업자도, 컨텐츠 사업자도 '이용자'를 입에 올리지만, 정작 실질적인 논의에서도 언론의 관심에서도 '이용자'는 철저히 소외된 것이 망중립성 논의의 현주소다. 망 사업자도, 컨텐츠 사업자도 ‘이용자의 권익’을 입에 올리지만, 정작 실질적인 논의에서도 언론의 관심에서도 ‘이용자’는 철저히 소외된 것이 망중립성 논의의 현주소다.

궁극의 유저인 ‘일반 이용자’가 망중립성 논의에서 소외되고, 동시에 이용자도 망중립성 이슈에 무관심한 이유는 다음과 같이 복합적이라고 생각한다.

1) 우선 망중립성은 일반 이용자에게는 피부에 와닿지 않는 추상적이고, 어려운 개념이다. ISP니 CP니 플랫폼 사업자니 직접접속(피어링), 상호접속, 중계접속이니 하는 낯설고 어려운 용어는 일반 이용자의 관심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2) 언론의 보도 태도도 문제다. 망중립성 문제가 이용자 권리와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에 관심이 있기보다는 거대 기업들간의 이해득실에 더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

3) 여기에 통신사와 컨텐츠 사업자는 자기 입장만 강조해서 이야기하고, 게다가 핵심적인 사실관계조차 명확하고, 책임감 있게 언급하기를 꺼리고, ‘익명의 관계자’만이 철저한 자사이기주의의 관점에서 빈번하게 등장한다.

 

박지환 오픈넷 변호사

이와 관련해 오픈넷 박지환 변호사(사진)는 “공론장과 협의체 마련이 시급하다”면서 이렇게 말한다:

“주목할 점은 FCC가 의사결정을 할 때 근거자료를 미리 철저하게 공개하고 의사결정과정에 ‘시민 발언'(“public comment”)를 충분히 보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이용자들이 망중립성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음은 이미 여러 보도를 통해 잘 알려진 바다.

한편 우리도 망중립성 가이드라인과 트래픽관리가이드라인을 제정할 때 협의체가 구성된 적이 있다. 그러나 협의체는 매우 폐쇄적으로 운영되었고, 회의록과 회의자료 등이 비공개로 논의가 진행되었으며, 회의록(자료)을 공개하라는 정보공개청구소송이 진행되었을 정도다. 행정절차법에 따라 공청회 등 참여절차가 일부 보장되어 있긴 하나 다분히 형식이다.특히 망중립성 정책은 이해당사자의 균형 있는 참여가 더욱 더 필요한 정책 분야다.

최근에 실시된 신고리원전 공론화위원회의 활동은 그런 의미에서 망중립성 정책 의사결정 과정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여기에 더해 우리나라 정부가 가입하여 적극적으로 활동의지를 가지고 있는 OGP(Open Government Partnership)는 공동창조(co-creation) 기준을 통해 다수 이해당사자가 참여하는 공론장 구성방식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를 적극 참고할 필요가 있다.”

오병일

끝으로 마지막 질문. 망중립성은 필요할까. 필요하다면 왜 필요할까. 진보넷 오병일 활동가(사진)는 이렇게 말한다:

“네트워크 서비스 이용자(개인이든 사업자이든) 통신사의 이해관계에서 따라 차단되거나 불이익을 받으면, 인터넷의 본질인 자유와 개방성이 침해되고, 필연적으로 인터넷의 혁신을 가로 막는다.

젊은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사례를 하나 들어보자. 아이폰 도입 이후에 통신사를 통하지 않고도 인터넷에 비로소 자유롭게 연결될 수 있게 됐다. 그 이전에는 통신사가 제공하는 게이트웨이를 통해서만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이폰 도입 이후에는 와이파이만 연결되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통신사와 상관없는 엄청나게 많은 ‘앱’에 이용자들이 접근할 수 있게 됐다. 과거에는 통신사가 인터넷 접속 자체를 마치 골키퍼처럼 통제했다. 그 통제권이 사실상 무력화한 것은 망중립성 원칙 때문이다.


참고 자료

1) 전기통신사업법 제3조(역무의 제공 의무). 1. 전기통신사업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전기통신역무의 제공을 거부하여서는 아니 된다.

 

* 위 글은 슬로우뉴스에 동시게재하고 있습니다. (2017.12.22.)

금, 2017/12/22-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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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 뉴노멀법’은 ‘뉴’하지도 ‘노멀’하지도 않아

– 국민의 표현물 플랫폼인 포털에 대한 기금 납부 요구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과세

 

포털과 인터넷 방송 등 인터넷기업의 책임과 제재를 강화하는 내용의 법개정안이 부지기수로 발의되고 있다. 특히 최근 ‘뉴노멀법’이라는 이름 하에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이 대표발의한 3개의 개정법률안은 포털 서비스 사업자에게 매개 정보에 대한 상시 모니터링 의무 및 기간통신사업자 혹은 방송사업자에게 적용되는 의무를 일부 부과하고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무리한 인터넷 규제 시도는 인터넷 서비스의 발전을 위축시키고, 인터넷상 정보에 대한 사적 검열로 이어져 결과적으로 이용자들의 인터넷의 자유를 옥죌 위험이 크므로 재고되어야 한다.

뉴노멀법 중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일정규모 이상의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한 불법정보의 유통 차단 및 상시 모니터링 체제를 의무화하고 불이행시 과징금, 이행강제금 등을 제재수단으로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사전적 관리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국제적으로 금기시되는 ‘일반적 감시의무’를 법제화하는 것으로써, 인터넷에 사업자들의 사후적 암묵적 승인을 얻은 게시물만 남기는 결과를 낳아 표현의 자유 극대화 도구인 인터넷의 의미를 상실시킨다.

또, 불법정보 유통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에 있어서 피해자에게 있는 고의, 과실에 대한 입증책임을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로 전환시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즉, 피해자는 어떤 불법정보가 포털에 유통되었다는 사실만 증명하면 포털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고, 포털은 ‘이를 몰랐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면책된다는 것이다. 직접적 가해자도 아닌 유통자에게 인식 여부에 대하여 불법행위의 입증책임을 전환시킨다는 것은 일반적 법원칙에 반하는 위헌적 발상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러한 조항으로 인하여 사업자들은 그들의 ‘무지’를 입증하는 것이 중요해지기 때문에 이를 용이하게 하기 위하여 오히려 정보에 대한 모니터링 자체를 포기하고 의도적으로 방치할 수 있다. 미국을 포함한 많은 나라들이 신고된 게시물만 즉각 처리하면 인지하지 못한 게시물에 대해서는 별도의 입증 없이 면책을 주는 것은 바로 플랫폼의 본질적 자유를 유지하면서 자발적인 모니터링을 활발하게 하도록 동기를 부여하기 위함임을 숙고해야 할 것이다.

다른 한편, 본 법안의 강제 모니터링 의무를 함께 부과 받는 대형 사업자들의 경우에는 ‘무지’의 입증이 거의 불가능하게 되어 결국 자신의 서비스에 올라오는 모든 이용자 게시물을 검열하고 합법적인 게시물조차 분쟁의 위험성이 있으면 삭제하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될 위험이 높다.

이미 현행법 및 판례(대법원 2008다53812)에 의하더라도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정보의 불법성이 명백하고 불법정보의 존재를 명백히 인식하였으며, 불법정보의 관리통제가 기술적, 경제적으로 가능하였던 경우에는 불법정보 유통에 대한 책임을 진다. 무수한 양의 정보가 자유롭게 유통되는 인터넷 플랫폼 서비스의 특성상, 그 안에는 불법적인 이용자, 불법적 내용의 정보는 필연적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다. 불법정보가 유통된다는 이유만으로 플랫폼 사업자에게 이러한 상시 모니터링 의무와 과중한 책임을 부과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인터넷을 경직된 검열의 공간으로 만들고 자유로운 소통 공간으로서의 인터넷의 기능을 마비시킨다.

 

한편 뉴노멀법의 또 다른 핵심은 포털 사업자에게 기간통신사업자나 방송사업자에게 적용되고 있는 의무를 일부 부과하도록 하는 부분이다.

우선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포털 사업자들이 망사업자(통신사)와 마찬가지로 경쟁상황을 평가받도록 하고 있다. 경쟁상황평가는 정부의 허가를 받은 대규모 망 투자비용을 가진 소수의 사업자들이 시장을 독점화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취지로 도입된 것이다. 그러나 포털 서비스는 이러한 진입장벽이 없는 무한 경쟁의 시장이며, 또한 복잡하고 다양한 서비스로 구성되어 있어 경쟁상황을 평가할 시장을 획정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무리한 적용이라 아니할 수 없다.

대형 포털에게 방송통신발전기금을 분담하도록 하는 내용의 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안 역시, 방송통신발전기금이 정부가 허가를 통해 제한적으로 시장 진입을 허용하여 공중파라는 공공재를 한정된 경쟁상황 속에서 이용하는 특혜를 누리는 방송사업자들이 부담하는 반대급부적인 성격이 강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포털에게 이를 강제적으로 부과하는 것은 정당성이 부족하다.

또한 포털은 기본적으로 국민의 표현의 자유 행사를 위한 플랫폼이자 도구이다. 이러한 포털에 대해 별도의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 전체에 대해 과세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며 위헌이다. 포털에 대한 특별과세는 결국 이용자들에게 전가될 것이며, 이는 자신의 표현의 자유를 행사하는 모든 이용자들에게 과세되는 것에 다름아니다. 인류 역사에서 특히 18~19세기 영국에서 민중들의 목소리를 억제하기 위한 방편으로 책 출판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등의 시도들이 패퇴되어 와서 이제는 종이값을 높이는 세금마저도 위헌결정되는 국제기준(Minneapolis Star Tribune Company v. Commissioner, 460 U.S. 575 (1983))에 비추어 보면 21세기에 시도되는 이 법들은 전혀 ‘뉴’ 하지도 ‘노멀’하지도 않다.

 

인터넷기업 간 공정경쟁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대형 사업자에 맞설 수 있는 다양하고 혁신적인 ICT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는 자유로운 환경을 조성하고, 대형 사업자들의 각종 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 남용 위험에 대해서는 개별 서비스별로 공정거래법을 적용하는 것이 더욱 합리적일 것이다. 뉴노멀법을 비롯한 인터넷기업에 대한 규제 강화 일변도의 정책들은 오히려 새로운 온라인 스타트업의 등장과 성장을 어렵게 만들고, 이는 곧 이용자가 다양한 서비스를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는 기회의 박탈로 이어진다.  불법정보 유통 문제 역시 플랫폼 이용자와 정보에 대한 의도적 방치 또는 무차별적 검열을 조장하는 방식이 아니라 자발적인 모니터링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는 국제적인 정보매개자책임규범을 따르는 것이 온라인상의 불법행위를 예방하는 더욱 효율적인 길이다. 정치권은 뉴노멀법이 도모하고자 하는 ICT 산업의 균형적 성장 및 이용자 편익 제고는 인터넷에 대한 적대시나 통제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유로운 서비스 제공 및 이용 환경 조성에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2018년 1월 10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수, 2018/01/10-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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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퍼런스 후기] 

오픈넷 창립 5주년 기념 컨퍼런스 “인터넷 생태계의 미래”

글 | 김복희

 

오픈넷은 지난 6월 4일 서울 동숭동 공공그라운드에서 오픈넷 창립 5주년 기념 컨퍼런스 “인터넷 생태계의 미래”를 개최했다. 이번 컨퍼런스에서 오픈넷은 3개의 세션을 진행했는데, 먼저 1세션은 포털 규제 이슈 관련 인터넷 공간을 어떻게 만들어 나갈지에 대해 라운드 테이블 형태로 논의했다. 황성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좌장을 맡고, 전문가 패널로는 이재국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이상욱 한양대 철학과 교수, 김위근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진응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 나현수 한국 인터넷자율정책기구 팀장이 참여하였다.

<1 세션> ‘포털 규제, 어떻게 할것인가’에서는 뉴스 댓글과 가짜뉴스 규제에 대한 이슈를 중심으로 가짜뉴스의 개념 정의, 가짜뉴스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 논의, 규제를 해야 한다면 법적 규제를 할 것인가 자율규제에 맡길 것인가, 댓글도 여론으로 볼 수 있는가, 여론 형성에 댓글의 영향력을 고려할 것인가, 일반 댓글조작과 매크로를 통한 댓글조작의 차이는 무엇이고 구분 가능한가, 댓글조작에 대한 규제가 필요한가, 필요하다면 법적 규제를 할 것인가 자율규제에 맡길 것인가를 주로 토론하였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먼저 이재국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여론 조작에 관하여, 여론을 형성하고자 하고 조작하고자 하는 집단은 언제나 있어왔다는 사실을 주지시켰다. 모든 세력은 여론에 영향을 주고 자기 세력에 유리하도록 해왔다는 것이다. 문제는 기술발전에 따라 매체 환경이 바뀌면서 이와 같은 여론 조작이 위협적으로 다가오게 되었다는 데 있다. 뉴스는 진실되어야 하는 것으로 합의가 되어야 하는데, 가짜뉴스라는 말 자체가 모순으로 여겨질 수 있다. “새롭게 알게 되는 정보 중 의도적으로 만들어지고 유포되는 것이 가짜뉴스라고 할 수 있을 것”이며, 가짜뉴스에는 잘못된 정보라는 뜻도 포함될 것이다. 물론 의도가 없는 오보의 경우는 가짜뉴스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과 기술발전으로 인해서 여론 개입, 여론 조작의 방식이 많이 발달하여 가짜뉴스의 경계를 확정짓기 어렵다.

이재국 교수는 “매크로, 봇(bot), 밈(meme)” 같은 것을 예로 들며 조작된 것들은 우리 눈에 잘 보이지 않는데 그나마 잘 보이는 것이 가짜뉴스라며, 포털 공간은 가치중립적일 수 있는데 플랫폼들이 가짜뉴스라든지 여러 가지 여론 조작 수단의 매체가 되므로 공간 규제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문제의식이 생긴다고 했다. 예를 들면 kbs가 불공정 보도를 하면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것과 마찬가지로, 네이버는 한국 사회에서 지배적인 여론 형성 공간이기 때문에 책임감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발언을 마무리했다.

 

이상욱 한양대 철학과 교수는 규제에 대한 제도적 대응방식을 생각하면서 동시에 기술이 어떤 성격의 기술인지 생각해야 함을 강조했다. 어떤 기술이 충분히 상용화되어 있고 범용화된 경우 개인의 선택 가능성은 훨씬 줄어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현재 대부분의 사람이 인터넷을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인터넷 기술, 즉 포털이 어떤 기술이냐를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우리는 지금 각 개별 언론사에 들어가서 기사를 확인하지 않는 대신 포털에 들어가 사회문화적 정치적 쟁점을 수집하는데, 이에 따라 포털에 대한 의존성이 나날이 심화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가짜뉴스, 댓글이 여론 형성에 미치는 기여도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어떤 주장의 사실성 여부에 대한 찬반이 아주 깔끔한 경우도 있지만 정치적, 사회문화적으로 복잡한 경우에는 객관성의 강도를 파악하기 어렵다. 생각보다 우리가 언어를 글자 그대로 이해하지 않는다는 것을 떠올려보면 쉽게 알 수 있는 사실을 예로 들어 이를 설명했는데, 다시 말해 세상을 글자 그대로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우리는 비유나 은유를 사용하는데, 어떤 것들은 우리 생활과 우리 사회에 엄청 깊이 개입되어 있어서 미처 우리가 갖고 있는 선입견을 파악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포털이 빅데이터나 AI를 사용해 가짜뉴스를 걸러낸다고 하는데, 우리 언어가 가진 비유나 은유를 AI가 걸러내기 힘들 뿐만 아니라 이에 대한 평가적 규제가 들어가게 될 것이고, 논쟁적이 될 수밖에 없음을 쟁점으로 제시했다.

 

김위근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은 가짜뉴스 개념 정의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 문제임을 짚었다. 그러면서 명확하지 않은 개념 대신 우리가 접근해야 할 것은 뉴스를 소비하는 이용자의 생각임을 강조했다. 입법자들과는 달리 대부분의 사람들은 플랫폼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생각하지 않고 콘텐츠를 이용한다고 생각한다. 플랫폼이 존재하는 이유는 이용자들 때문이며, 이용자, 즉 시민의 알 권리를 생각해 봤을 때 이는 사실을 알 권리를 말하는 것이다. 이용자를 기준으로 미디어를 제공하는 서비스, 디바이스 문제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표현의 자유와 관련해서 말하자면, 언론사와 방송에 요구하는 영역을 구분해야 한다고 봤다. 신문은 표현의 자유를 필수적으로 전제하는 철학적 베이스를 가진다. 그러나 방송은 공공성, 공익성이라는 철학적 베이스를 가진다. 때문에 공통의 강제 규제 보다는 자율규제를 우선해야 한다고 판단된다.

댓글을 여론으로 볼 수 있느냐하는 질문에 대해서는, 당연히 댓글도 여론으로 봐야하겠지만, 이를 악의적으로 이용하는 집단이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답했다. 기술 자체는 중립적인데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문제가 발생다고 해서 기술을 없애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봤다. 포털과 언론은 문제가 있을 때마다 시민들을 이야기하면서 정작 논의 구조에서 시민들이 빠지는 구조라며, 시민이 참여하는 구조 속에서 최종적으로는 반드시 이용자의 편익과 권익을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언론과 포털 사이, 포털에 대한 국가 규제 주장에 대해 한국의 인터넷 생태계를 노예제에 빗대어 발언을 시작했다. 먼저 한국의 언론사들은 네이버의 노예라고 주장했는데, 네이버 댓글 게시판을 방송처럼 떠받들어 놓고 그것을 규제한다는 것은 우리가 고생 끝에 얻은 인터넷 실명제 위헌이라는 진보적인 성과를 다시 내놓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 언론이 자생력 없이 네이버에 대한 의존도가 심해질수록, 인터넷이 아무리 발전해도 인터넷 언론이 발전할 수 없는 현실을 지적했다. 인터넷을 보호하는 이유는 개인과 집단이 동등하게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며, 인터넷은 소수자가 모든 사람들에게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다. 부작용이 있더라도 보호해야 한다. 그것이 본래 인터넷의 기조다. 그런데 지금은 대형 포털이 정보를 독점하면서, 네이버 제휴(인링크)를 하지 못하면 기사 유통에서 상당히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으며, 결국은 결정권자인 대형 포털의 허락을 얻어야만 많은 사람에게 뉴스를 전달할 수 있는 생태계로 퇴보하고 있다고 보았다.

박경신 교수는 인터넷은 개인이든 기업이든 똑같이 경쟁할 수 있는 구조를 보장해야 한다며 포털에 대해 인링크를 제도화하는 것에는 반대했다. 포털 규제는 국가 규제가 아닌 자발적인 규제여야 하며, 인터넷 생태계를 위해서는 결국 아웃링크로 가야 한다고 발언을 마무리했다.

 

최진응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가짜뉴스, 댓글조작 모두 법적으로 규제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음을 말하며, 현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기 때문에 마땅히 처벌할 수 있을 만한 법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점도 밝혔다. 그러나 국회 내에서 이런저런 법 제정에 대해 현재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 중 몇 가지 논의되고 있는 법 개정안을 언급했다. 비언론인이 작성한 허위뉴스는 형사처벌하는 안. 포털과 관련하여 가짜뉴스를 삭제하는 모니터링 규제에 관한 안으로서 포털이 거짓 정보를 삭제 하지 않았을 때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형사처벌을 실시하는 안, 포털이 모니터링을 해야 하고 가짜뉴스가 오픈된 것을 인식했을 때 형사처벌을 하는 식의 사업자 처벌을 실시하는 등 강력한 개정안이 나와 있는 상황이다. 언론사가 허위보도를 했을 때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시정명령을 해서 삭제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지금 말하는 이 개정안들에 대해서는 다양한 생각이 있을 것이지만, 언론의 자유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기본 틀이기 때문에 국가의 개입은 이 틀을 해칠 수 있는 문제점이 있다.

최진응 조사관은 특히 비언론사가 가짜뉴스를 유포했을 때, 포털이 자체적으로 허위뉴스인지 아닌지 파악 가능한가에 대해 의문을 던졌다. 실제 가짜뉴스가 유통되는 창구가 포털이 아니라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해외 사업자로 등록되어 있는 곳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국내 사업자를 규제하는 안을 제출한다고 해도 규제 실효성 측면에서 문제될 수 있다.

댓글조작의 문제에 대해서도, 댓글이 대표성이 있는 여론인가를 묻는다면 대답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여론에 영향을 미칠 의도로 댓글을 조작한다고 했을 때, 댓글을 규제할 정도로 여론에 영향을 미치는지 등에 대해 연구로 드러난 바가 없고 규제하기에 모호한 측면이 있다. 또한 아웃링크는 사업자들의 판단이 필요한 문제라고 하면서, 사업자를 처벌하면 정보 공유의 통로가 막힐 위험이 있기 때문에 법적 규제는 숙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는 가짜뉴스와 여론 조작 모두 강제 규제가 문제되는 것은 개념 정의부터가 불명확하기 때문이라는 앞선 패널들의 의견에 동의하였다. 그런데 가짜뉴스라는 것도 결국은 ‘허위사실’을 의미하는 것인데, ‘허위’나 ‘진실‘은 역사적으로 뒤바뀔 수도 있는 것임을 충분히 고려해야 함을 주지했다. 예를 들면 어떤 의혹에 대하여 무죄의 법원 판결이 있다고 해도 ‘증거불충분’으로 진실이 증명되지 않아서 무죄가 선고되는 경우가 많은데, 계속 관련 의혹을 제기하는 것이 ‘허위사실’로 치부될 가능성을 예로 들 수 있다. 현재 나오고 있는 가짜뉴스 규제도 ‘언론중재위나 법원 등에서 판단한 사실과 다른 사실’ 등으로 나름대로 한정하고 있는데, 이 역시 결국 국가 권력기관이 정한 사실과 다른 사실을 말하면 ‘가짜’로 치부하겠다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한 여론조작도 마찬가지다. ‘여론 형성에 영향을 미치기 위하여’, ‘여론’, ‘조작’ 개념이 모두 모호하기 때문에 이를 기준으로 규제를 설정하는 것은 명확성 원칙 위반으로 위헌이다. 따라서 ‘자율규제’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고, 자율규제로 가더라도 지나친 표현의 자유 제한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가짜뉴스의 경우는 일반적인 허위정보보다는 ‘뉴스’라는 형식을 사용함으로써 국민의 신뢰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비난가능성이 크다고 여겨지므로, KISO가 발표한 것처럼 ‘뉴스’ 형식을 사용한 경우로만 한정해야 한다. 허위임을 명백히 인식하면서 존재하지 않는 근거나 사실을 허위로 조작하는 정도에 이르러야 가짜뉴스로 규정할 수 있을 것이다.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한 경우에도 단순히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것 자체를 규제할 수는 없고 타인의 권리 침해나 사회적 해악으로 명백히 이어지는 경우에만 규제가 가능할 것이라고 소견을 밝혔다. 그런데 ‘여론 조작’은 이것이 명백하지가 않기 때문에 ‘여론 조작’을 이유로 한 규제는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나현수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팀장규제를 할 때에는 댓글이나 가짜뉴스가 여론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예를 들어, 80년대 5.18은 가짜뉴스였지만 현재는 아니라고 하며, 어떤 내용에 대해 진실과 거짓을 따져 판단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임을 설명했다. KISO가 자체적으로 구축한 자율규제는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는 방향이며, 언론의 오보나 가짜뉴스에 대해 법적 규제보다 자율규제 등 합리적 방식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2 세션>에서는 디지털사회연구소 소장이자 메디아티 대표인 강정수 이사가 ‘디지털 자본주의와 기본소득’을 주제로 기술 진화에 따른 시대의 변화를 관찰하고, 디지털 경제로의 이행 과정에서 한국 사회가 취할 자세에 대해 발표하였다.

<3 세션>에서는 오픈넷 활동가들이 자유, 개방, 공유의 인터넷 공간을 만들어가기 위해 지난 5년간 수행해온 대표적인 활동 내용과 성과를 공유하고 앞으로의 활동에 대한 계획과 소감을 밝혔다.

이 날 컨퍼런스는 인터넷을 사용하는 이용자의 알 권리,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 권리를 침해하지 않으면서 인터넷 생태계를 긍정적인 방향의 진화로 이끌 수 있는 초안을 논의했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자리였다. 현실의 어려움을 도외시하지 않으면서 이상을 포기하지 않고, 인터넷 기술을, 이용자들의 자유를 위해 다져나갈 앞날을 기대해 본다.

 

월, 2018/06/18-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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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완화, 플랫폼 경제의 공공성을 사유화하기

'소유의 종말'이 아니라 '소유의 집중'으로 가는 길

 

장흥배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연구원

 

정부가 혁신성장 기조의 일환으로 '플랫폼' 경제 활성화에 조 단위의 재정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와 같은 재정 투입은 지금까지 모든 IT산업 육성 정책의 단골 메뉴였던 규제완화 흐름과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지금까지 4차 산업혁명이나 디지털 경제와 같은 정보화 담론은 자본의 재구조화를 위한 비용을 노동과 사회의 희생으로 충당하는 것을 당연시하는 이데올로기로 기능을 해왔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용어가 실물적·경제적 실체를 반영하지 않는 허구가 아니라는 점도 분명하다. 테일러리즘과 포디즘에 대한 분석 없이 전후 세계 경제의 전개와 자본의 운동을 설명할 수 없던 시기가 있었듯이, 이미 전개되고 있는 혹은 앞으로 전개될 자본 운동은 플랫폼 경제에 대한 분석 없이는 충분치 않을 것이다. 지난 9일 "지난해말 글로벌 시가총액 상위 5개 기업이 모두 플랫폼 기업"이라는 김동연 부총리의 발언에서도 이것이 확인된다. 정부의 거액의 재정 투입 계획 발표로 국내에서도 플랫폼이라는 용어가 경제 용어로 더 멀리 더 자주 사용되겠지만, 플랫폼 경제에 대한 분석은 아직 일천해 보인다.

 

더 많은 데이터가 경쟁력의 원천

 

플랫폼은 두 개 이상의 그룹이 참여해 경제적·사회적 교류를 하는 디지털 인프라로 정의할 수 있다. <플랫폼 자본주의, Platform Capitalism)>의 저자 닉 스르니체크(Nick Srnicek)는 지금까지 생긴 플랫폼의 유형을 5가지로 분류한다. △구글, 페이스북 같은 기업들이 주도하는 광고 플랫폼 △서버, 저장장치, 소프트웨어 개발 툴, 운영 시스템, 애플리케이션 등을 임대하는 클라우드 플랫폼 △산업 사물 인터넷(IoT)으로도 불리며 제조업체들의 생산 최적화를 가능케 해주는 산업 플랫폼 △집, 자동차, 면도기, 제트기 엔진 등 유형의 상품을 임대 서비스하는 상품 플랫폼 △온라인에서 서비스 주문과 제공이 이뤄지는 린(lean) 플랫폼이 그것들이다.

 

플랫폼 유형에 따라 현재의 수익성 및 수익 잠재력은 엇갈린다. 예를 들어 공장용 앱 스토어를 운영하기 위한 클라우드 기반 컴퓨팅, 개발 툴, 애플리케이션을 제조업체들에게 임대하는 제너럴 일렉트릭(GE)의 산업 플랫폼 프리딕스(Predix)는 2020년에 수익이 15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우버(택시), 에이비앤비(숙박), 미케니컬 터크(주문형 노동) 등이 주도하는 린 플랫폼은 수익성에 대한 회의가 커지고 있다.

 

어떤 플랫폼이 살아남고 사라질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며, 하나의 플랫폼은 주된 비즈니스 모델을 겸하거나 옮겨갈 수 있다. 하지만 더 많은 데이터 수집이 경쟁력의 원천이라는 점은 모든 플랫폼이 공유한다. 광고 플랫폼은 사용자 정보를 추출하고 분석해 이를 광고 영업에 활용한다. 플랫폼의 사용자 규모도 물론 광고 영업에 영향을 미치지만 더 많은 데이터에 대해 이뤄지는 데이터 분석은 광고주의 타깃 마케팅을 가능케 함으로써 광고 수익 제고에 큰 도움을 준다.

 

항공기 엔진 제조업체 롤스 로이스는 엔진을 판매하는 사업에서 임대하는 사업으로 전환하고 있다. 모든 엔진에 센서를 부착해 수집하는 데이터는 엔진의 연료 효율 개선, 수명 연장, 고품질의 유지보수 시간표 산출 등 경쟁우위를 확보하는데 필수불가결하다. 데이터의 관점에서 플랫폼을 데이터 추출 기계로 정의할 수도 있다.

 

더 많은 데이터가 더 많은 가치 창출로 이어지는 네트워크 효과는 플랫폼 고유의 성격이다. 더 많은 데이터는 결국 더 많은 플랫폼 참여자들의 행동에서 나오기 때문에 플랫폼은 더 많은 사용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사활을 건다. 플랫폼은 네트워크 효과를 목적의식적으로 추구하며, 네트워크 효과는 다시 플랫폼의 데이터 수집과 분석 능력을 한층 높인다. 네트워크 효과는 탄생과 경쟁, 성장에 이르는 전체 과정에서 플랫폼이 독점을 추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노동과 소유의 관점에서 뚜렷한 자본 편향

 

일자리와 노동권의 관점에서 플랫폼은 재앙에 가깝다. 노동자 아웃소싱의 가장 극단적인 형태인 린 플랫폼은 복지 및 초과근무 수당, 병가 등의 비용을 제로로 함으로서 인건비를 약 30% 절약한다. 노동의 수요·공급과 수행이 온라인 플랫폼에서 이뤄지는 크라우드 노동의 대표격인 아마존 미케니컬 터크(AMT)에서는 업무의 90%가 시간당 2달러 이하이다. 미국 노동통계국(BLS)은 미국에서 전통적인 고용계약과 다른 형태의 계약직 일자리가 2005년 노동 인구의 10.1%에서 2015년 15.8%로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같은 기간 일자리는 910만 개 증가했지만 거의 대부분이 기본적인 노동권이 작동하지 않는 취약한 일자리였다. 우버를 피고로 하는 한 집단소송에서 원고측은 우버가 계약한 운전자들이 노동자라면 우버는 이들에게 8억5,200만 달러의 임금을 체불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플랫폼 경제에서 일자리 감소 전망은 산업 플랫폼의 미래를 생각할 때 한층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다. 산업 플랫폼은 처음부터 노동 비용의 20% 절감 효과를 내도록 설계되었다. 더 많은 제조업체들이 들어올수록 수익도 커진다. 그런데 제조업체들이 이 플랫폼에 참여한다는 말은 이들이 자동화와 아웃소싱을 통해 고용 계약을 통한 노동자를 축소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올해 3월 '로봇이 테슬라를 죽이고 있다'는 다소 선정적인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요지는 전기차 조립 라인을 완전히 자동화하려는 테슬라의 전략이 시간과의 싸움에서 엄청난 비용의 낭비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그 예로 한 대당 시급 30달러 노동자 5명에 해당하는 비용 절감은 로봇을 프로그램하고 유지·보수하는 시급 100달러 숙련 기술자 1명의 필요에 의해 상쇄된다. 여기에서 완전 자동화의 경제적 효율성은 임금이 높을수록 떨어진다. 그런데 산업 플랫폼은 제조업체들이 주요 노동 비용을 절감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 말은 산업 플랫폼에 참여하는 제조업체는 자동화의 경제적 유인이 그만큼 커질 것이라는 얘기이다.

 

이처럼 플랫폼 경제가 노동에 의미하는 바는 임금 비용의 감소, 자동화로 인한 일자리 축소이다. 플랫폼 경제는 임금 소득의 증가, 양질의 일자리 확대를 중요한 요소로 하는 소득주도 성장과도 충돌한다.

 

플랫폼은 구매자에게 판매되는 물리적 상품을 서비스로 전환하는 흐름을 만들어내면서 '소유의 시대는 끝났다'는 기업들의 선언을 이끌어냈다. 사실 우버는 택시를, 에어비앤비는 숙박시설을 소유하지 않는다. 그러나 플랫폼 경제가 소유의 종말로 이어질까? 스르니체크는 "이것은 소유의 종말이 아니라 소유의 집중에 가깝다"고 반박한다. 플랫폼 기업들이 플랫폼을 소유한다. 플랫폼을 소유하는 것은 가치 창출의 원천으로서 데이터를 장악하는 것이고, 이를 통해 네트워크 효과의 이익을 전유한다는 것이다.

 

규제완화로 플랫폼 경제 사유화 노리는 자본

 

플랫폼 경제에 대한 기획재정부의 특별한 강조가 삼성 이재용 부회장과의 만남을 계기로 이뤄진 것은 불길한 징조다. 삼성의 제약산업 진출과 플랫폼 산업의 연관을 드러낼 만한 구체적인 정보는 없지만, 삼성은 의료 분야에서 플랫폼 기업으로 부상할 만한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국내 최대 생명보험 가입자 확보, IT 기업으로서의 위상 등이 그러하다. 이재용 부회장이 김동연 부총리와의 면담에서 바이오 약값 자율화를 요구한 점에서 확인되듯,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은 플랫폼 경제가 규제완화 흐름과 맞물려 있다는 것이다. 

 

플랫폼 경제를 화두로 기획재정부와 보수언론은 파격적이고 광범위한 규제완화 공세를 펼치고 있다. 규제 샌드박스 도입이나 규제프리존법, 서비스산업발전법과 같은 일반적인 수준에서부터 은산분리 완화, 의료산업 영리화, 개인정보보호 완화, 전세버스 승차 공유서비스 허용 등 특정 분야의 규제완화 요구도 봇물처럼 쏟아져 나온다. 소득주도 성장의 무게를 덜고 혁신경제로 돌아선 정부여당은 이들 규제완화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할 태세다.

 

규제 때문에 혁신 사업에 투자를 하지 못한다는 재계의 주장은 사회 전체가 부담할 공익의 희생을 비용 삼아 지대 수익을 창출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인터넷은행 투자를 명분 삼은 은산분리 완화 요구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문제는 지구적 수준의 자본주의 경쟁 동학 때문에 공익을 내세워 플랫폼 경제를, 플랫폼 경제 육성에 필요한 규제완화 일체를 거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일례로 독일과 미국의 국민경제간 경쟁으로까지 가고 있는 산업 플랫폼의 경우 선점 효과로 인해 후발 주자의 추격이 한층 더 어려워질 수 있다. 그러나 플랫폼 경제가 규제완화와 만나 일으킬 경제사회적 효과가 노동권의 추가 위축, 독점의 심화, 감시 자본주의의 강화 등 반노동적, 반경제적, 반노동적 상황이라는 점도 분명하다.

 

시민의 플랫폼 지배와 통제가 대안

 

이 딜레마적 상황에 대한 대안은 결국 플랫폼 경제 일반에 대한 거부가 아니라 플랫폼 경제의 과실을 공유하는 방식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한국의 여러 지자체와 공공기관도 플랫폼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 공공 플랫폼 구축에 나서고 있지만, 기본 관심이 비용의 절감이나 경제적 효율성에 맞춰져 있다. 정작 중요한 공공 플랫폼에 대한 시민 참여와 지배의 중요성은 거의 간과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점에서 바로셀로나의 '기술 주권 이니셔티브'가 중요한 방향을 보여준다.

 

2015년 포데모스연합 정치세력이 집권한 바르셀로나는 2016년 디지털 어젠더를 발표했다. 플랫폼 경제와 관련해 눈에 띄는 대목이 있다. △행정과 공공서비스 제공을 통해 획득되는 주민의 데이터는 법적으로 체계화된 '도시 데이터 공유부'(City Data Commons)를 형성하여 집적해 사적 서비스 제공자나 플랫폼 기업의 소유가 되지 않도록 하고 △실생활 데이터 집적과 분석을 투명하고 민주적인 의사결정 과정에 맡기며, △빅데이터의 산업정책적 활용이나 경제정책적 보호에서 시장 모델보다 공적 모델이 우선되도록 하고 중앙집중적 소유보다 협동조합적 소유가 우선하도록 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아직 선언 수준에 있지만 바르셀로나 모델은 플랫폼 자본이 주도하는 스마트시티(Smart City) 모델에 대한 최초의 대항 프로젝트라고 평가할 만하다. 핵심은 플랫폼의 지배권을 플랫폼 자본이 아니라 시민이 장악한다는 것이다. 물론 시민이 소유하고 지배하는 공공 플랫폼이 민간 영역의 플랫폼 경제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는 없다. 노동권을 포함한 공익 규제를 적정 수준에서 유지 강화하고, 획기적인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일자리를 나누며, 플랫폼 자본이 공유부에 속하는 데이터에 대한 독점을 통해 그 과실까지 독점하지 못하도록 기본소득과 같은 새로운 분배 장치를 도입할 필요가 절실하다. 하지만 현재 국면에서 선차적인 과제는 의료, 교통, 교육, 에너지와 같은 공공의 영역이 플랫폼 자본의 데이터 인클로저의 장이 되지 않도록 시민이 지배하는 공공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다.

 

 

참여사회연구소는 2011년 10월 13일부터 '시민정치시평'이란 제목으로 <프레시안> 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참여사회연구소는 1996년 "시민사회 현장이 우리의 연구실입니다"라는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참여연대 부설 연구소입니다. 지난 19년 동안 참여민주사회의 비전과 모델, 전략을 진지하게 모색해 온 참여사회연구소는 한국 사회의 현안과 쟁점을 다룬 칼럼을 통해 보다 많은 시민들과 만나고자 합니다. 참여사회연구소의 시민정치는 우리가 속한 공동체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책임지는 정치를 말합니다. 시민정치가 이루어지는 곳은 우리 삶의 결이 담긴 모든 곳이며, 공동체의 운명에 관한 진지한 숙의와 실천이 이루어지는 모든 곳입니다. '시민정치시평'은 그 모든 곳에서 울려 퍼지는 혹은 솟아 움트는 목소리를 담아 소통하고 공론을 하는 마당이 될 것입니다. 많은 독자들의 성원을 기대합니다.  같은 내용이 프레시안에도 게시됩니다. 목록 바로가기(클릭)
 
* 본 내용은 참여연대나 참여사회연구소의 공식 입장이 아닙니다.

 

시민정치시평은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 기획·연재합니다. 

 

 

일, 2018/08/19-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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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 사회와 협력 경제를 위한 미래 시나리오

 

Network Society and Future Scenarios for a Collaborative Economy

우리는 어떻게 공유지를 지향하는 성숙한 협력 경제 생산 모델을 실현시킬 수 있을 것인가?
어떻게 자본의 코뮤니즘을 넘어 공유지를 위한 자본을 만들 것인가?
두 저자는 지구 곳곳에서 이미 일어나고 있는 실천들로부터 지구적 공유지 지향 정치경제로 가기 위한
이행 계획을 길어 올린다. 이는 자본주의의 내부에서 자본주의를 넘어서기 위한 제안이다.

 

 

지은이  미셸 바우웬스·바실리스 코스타키스  |  옮긴이  윤자형·황규환  |  정가  16,000원  |  쪽수  288쪽
출판일  2018년 9월 20일  |  판형  사륙판 (130*188)
도서 상태  초판  |  출판사  도서출판 갈무리  |  총서명  Virtus, 아우또노미아총서 63
ISBN  978-89-6195-187-6 03300   |  CIP제어번호  CIP2018029031
도서분류  1. 사회과학 2. 인문학 3. 사회학 4. 문화이론 5. 경제학 6. 정치학

 

 

P2P 생산은 자본주의 내부의 사회적 진보이지만 보호하고 강화하고 자극하고 진보적인 사회운동과 연결시킬 필요가 있는 다양한 탈자본주의적 측면과 함께 보아야 한다. 전환점의 한가운데서, 마침 우리가 지지했던 지속가능한 대안이 자본주의적 기회주의의 족쇄를 깨부수고 인간 정신의 더 훌륭한 측면에 기반한 새로운 정치경제의 도래를 알릴 때가 무르익었다. 자본의 축적을 공유지의 완전한 순환으로 대체해야 할 때이다. ― 본문 중에서

 

 

들어가기 : 공유지(Commons)와 현대 사회

(Commons는 한국 사회에서 공통장, 커먼즈, 커먼스, 공유지, 공유재 등 다양하게 번역되어 왔다.)

 

시장 논리(사적 영역)의 폐해가 점점 심각해지고, 공적 영역에 의존하는 대안들이 많은 경우 부패 때문에 주저앉거나 실패에 실패를 거듭해온 역사를 거쳐, 인류는 이제 사적인 것도 공적인 것도 아닌 Commons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2000년대 들어 Commons가 세계인의 화두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도 문학, 건축, 예술, 정치, 경제 등 여러 분야에서 Commons를 활용하는 사례를 이제 흔히 볼 수 있다. 예를 들어서 2017년 가을 계간 <창작과 비평>의 특집은 ‘커먼즈와 공공성 : 공동의 삶을 위하여’였다.(http://bit.ly/2NmzRNj) 공덕역 인근에 있는 경의선 공유지에서는 “공덕 경의선 부지에 있었던 늘장(2013년 여름~2015년 겨울까지 운영된, 다양한 사회적 기업과 협동조합이 모여 보다 건강한 삶의 방식을 제안하고자했던 시민들의 장터)이 마포구와 철도시설공단 측의 일방적인 계약 만료에 따라 활동을 중단하면서 시민들이 주체적으로 만든 대안적인 공동체”인 <경의선공유지시민행동>이 구성되어 새로운 자치구를 선언하고 3년째 활동 중이다.(http://bit.ly/2MLw0nW, http://bit.ly/2ppjFww) 이들이 2016년 11월 27일에 발표한 「경의선 공유지 26번째 자치구 선언문」에 따르면 “우리는 쫓겨났다. / 그들은 우리의 오랜 가게가, 집이, 거리가, 세상이 / 자신들의 것이라 말했다.” 그렇지만 이들은 “오늘부터 명령하고 빼앗던 어제의 서울과 작별”하고 “ ‘26번째 자치구’ 만세!”를 외친다.(http://bit.ly/2Oz5JLg)

자유로운 정보 공유와 창작 활동을 가로막는 약탈적 지적재산권 체제에 대한 대안으로 크리에이티브 커먼즈(Creative Commons) 같은 대안 저작권 형태들도 점점 더 확산되고 있다. “지식과 정보를 모두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카피레프트 정신을 책의 영역으로 확장하고자 하는 온라인 플랫폼” <지식공유지대 이커먼스>은 크레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로 무료 전자책을 공개하고 있다.(http://bit.ly/2Oz6cNw)

블록체인, 오픈소스, 위키, 우버, 에이비엔비 등 Commons와 공유경제가 얽히고설킨 새로운 경제현상들도 우리가 Commons란 무엇인지를 근본적으로 고민할 수밖에 없게 한다. 다시 말해서, 현대 자본주의 사회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Commons를 이해해야만 한다.

Q. 이 책에서 말하는 공유지(Commons)란 무엇인가?

A. 공유지의 영역에는 자연자원(수자원, 토지, 물고기 등)뿐만 아니라 정보, 지식, 코드 등의 ‘비물질’ 자원도 포함된다. 심지어 사람들이 공유하고 있는 규범이나 문화 같은 것들도 공유지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공유지를 구성하는 요소는 크게 네 가지다. 자원, 자원을 공유하는 공동체, 공유지의 순환을 통해 만들어지는 사용 가치, 자원을 관리하기 위한 규칙이 그것이다. 즉 공유지는 단순히 아무나 접근하도록 내버려 둔 자원 또는 공간이 아니라 공동체에 의해 순환되고, 관리되는 자원 또는 공간이다.

Q. 공유경제(sharing economy)와 공유지(Commons)를 지향하는 협력 경제는 어떻게 다른가?

A. 공유경제의 대표적인 예로 에어비앤비 같은 플랫폼이 있다. 이러한 플랫폼은 사람들이 타인을 위해 선의로 베풀던 사회적 행위를 플랫폼을 통해 거래하게 하고, 수수료 형태로 가치를 추출해 간다. 이러한 공유경제 플랫폼은 공유지(Commons)를 순환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기존의 공동체적 활동을 상품화한다. 그런 점에서 바우웬스와 코스타키스는 공유경제를 가리켜, 공유가 없는 경제라고 지적했다.

Q. 한국사회와 공유지는 무슨 관계가 있는가?

A. 저자들은 산업자본주의로의 이행기에 일어났던 인클로저(울타리치기) 운동과 현대의 사회현상들을 비교하면서, 오늘날 인지자본주의는 모든 공유지(Commons)의 박멸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한국에서도 모든 것이 상품화되고 있고 공유지가 소멸해 가는 속도가 세계 어느 곳보다도 빠르다. 물론 그 반대 방향으로 마을 공동체 운동, 도시 공유지 운동, 인터넷을 통한 지식 공유를 통해 새로운 공유지를 형성하거나 공유지를 복원하는 움직임도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공유지 소멸의 속도가 훨씬 더 빠르고 그 범위도 넓은 것이 사실이다.

그 덕분에 우리는 생존하기 위한 자원과 인간답게 살기 위한 문화의 대부분을 시장에서 충족시킬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런데도 일자리는 점점 더 줄어들거나, 있다고 해도 불안정하기에 시장을 통한 자원 확보에는 한계가 있다. 한국은 부/빈곤의 양극화가 아주 심한 사회에 속한다. 어쩌면 바우웬스와 코스타키스가 말하는 ‘가치의 위기’가 세계 어느 곳보다도 빠르게 나타날 수 있는 사회인 것이다.

이는 한국사회가 지역 커뮤니티와 호혜적인 공동체의 문화를 모두 뿌리 뽑아 가며 지난 수십 년 동안 ‘경제’와 ‘성장’만을 외쳐온 탓이다. 따라서 ‘탈성장’을 넘어 ‘대안 성장’을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하는 저자들의 협력 경제로의 이행 계획이 한국 사회에 지금 반드시 필요하다.

 

 

『네트워크 사회와 협력 경제를 위한 미래 시나리오』 간략한 소개

 

오늘날 세 개의 가치 모델이 경쟁 중이다. 노동 가치와 재산권에 기초한 산업자본주의, 지배력을 키워가고 있지만 그 안에는 파괴의 씨앗을 품고 있는 인지자본주의, 새롭게 부상 중이지만 완성되기 위해서는 이행 계획을 필요로 하는 P2P 생산 모델이 그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공유지를 지향하는 성숙한 P2P 생산 모델을 실현시킬 수 있을 것인가? 어떻게 자본의 코뮤니즘이 아닌 공유지(Commons)를 위한 자본을 만들 것인가? P2P 이론가이자 활동가인 두 저자는 지구 곳곳에서 이미 일어나고 있는 실천들로부터 지구적 공유지 지향 정치경제로 가기 위한 이행 계획을 길어 올린다. 이는 자본주의의 내부에서 자본주의를 넘어서기 위한 제안이다.

P2P 생산은 자본주의 내부에서 출현한 진보이지만, 진보적인 사회운동에 연결시킬 필요가 있는 탈자본주의적 측면도 지니고 있다. 오늘날 지배 시스템은 지속이 불가능할 정도의 위기에 처했다. 기술-경제 패러다임의 전환점에 선 우리는, 자본의 축적을 반드시 공유지의 순환으로 대체해야만 한다.

 

 

『네트워크 사회와 협력 경제를 위한 미래 시나리오』 상세한 소개

 

출구 없는 미로처럼 보이는 생태 위기와 가치 위기의 시대

저자들은 오늘날 생태 위기와 가치의 위기를 야기하면서 지속가능성 자체를 의심 받고 있는 자본주의 경제의 대안으로 ‘협력 경제’를 제시하고 있다. 생태 위기는 산업자본주의 정치경제가 전제로 삼고 있는 두 가지 역설적인 가정에서 기인한 것이다. 지구는 자원과 생태적 수용능력이 한정되어 있는 행성임에도 우리는 마치 지구가 무한정 풍요로운 곳인 것처럼 생각하며 개발과 경제 성장에만 치중해 왔다. 그 결과로 지구는 환경파괴와 기후변화 같은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생태 위기의 해결책을 마련하는 일은 지식과 정보가 마치 희소한 자원인 것처럼 여기며 거기에 울타리를 치는 지적재산권에 의해 저지되고 있다. 어쩌면 인류는 출구가 없는 미로에 갇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른 한편 가치의 위기란 인지자본주의 가치 모델에서 기인한다. 디지털 플랫폼들이 사용자들의 자발적인 무보수 기여 활동에서 교환 가치를 뽑아내면서도 가치의 직접적 생산자인 사용자들에게 정당한 보상을 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위기다. 네이버, 다음, 유투브, 구글, 페이스북 같은 곳들이 천문학적 수익을 올리는 방식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이런 플랫폼들은 사람들이 P2P적인 사회활동을 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지만, 플랫폼을 구성하는 기술적 층위에서는 사람들이 생산한 콘텐츠나 주목(attention)을 돈으로 바꿔낸다. 또한, 이 과정을 더욱 용이하게 만들고자 플랫폼의 설계를 통해 어떤 행동은 할 수 없도록 하는 동시에 특정한 행위는 더 많이 하도록 유도한다.

공유지에 기반한 성숙한 P2P 생산모델이 현재 부상 중이다

P2P란 Peer-to-peer의 줄임말로 직역하면 “동료(또래)에서 동료(또래)로”라는 뜻이다. 오늘날에는 흔히 인터넷 기반 파일 공유라는 의미로 쓰이는데, 초기 인터넷이 P2P 형태를 취했다. 저자에 따르면 “P2P는 의사소통에 참여하는 두 당사자가 서로 동일한 능력을 갖는 의사소통 네트워크로 정의”할 수 있고, “분산형 네트워크에서 출현하는 관계 역학”이다. 요차이 벤클러를 비롯한 많은 학자들은 현대 자본주의에서 공유지 기반 P2P 생산이 시장의 부속물 같은 것으로 출현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거기에 주목한다.

『네트워크 사회와 협력 경제를 위한 미래 시나리오』의 저자들은 생태 위기와 가치 위기를 가져온 산업자본주의와 인지자본주의의 가치 모델과 경쟁하면서 새로운 생산양식으로서 지배력을 갖기 위해 부상 중인 “공유지에 기반한 성숙한 P2P 생산 모델(CBPP)”에 주목한다. 이 책은 P2P 생산이 점점 더 생산의 일반적인 양식이 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P2P 생산이 인지자본주의 가치 모델에 포섭되지 않고 공유지의 선순환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인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즉 P2P 생산의 기술적, 법적, 문화적 인프라를 활용해 자본주의 경제의 대안이 될 ‘협력 경제’로 이행하는 포괄적이고 일반적인 계획을 제안하는 것이다. P2P 생산은 자본주의 경제 내에서 출현한 현상이므로, 저자들은 이를 “자본주의 내부에서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이행 계획이라고 주장한다.

2018년 3월 15일 『프레시안』에 게재된 「페이스북의 이익은 누구 몫이어야 할까?」(번역 박형준)에 의하면, P2P 생산은 다음과 같이 정의할 수 있다.

“인터넷을 통해 P2P가 가능케 한 관계는 ‘커먼스 기반 P2P 생산(commons based peer production)’의 출현을 일으켰다. 이 표현은 법학자인 요차이 벤클러(Yochai Benkler)가 만들었는데, 가치를 창출하고 분배하는 새로운 방법을 가리킨다. P2P 인프라는 개인들이 소통하고 자율적으로 조직하며, 그 결과로서 디지털 커먼스 형태로 지식, 소프트웨어, 디자인 등의 비경합적 사용가치를 공동으로 창출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무료 백과사전 위키피디아(Wikipedia), 그리고 리눅스, 아파치 서버, 모질라 파이어폭스, 워드프레스와 같은 무료 및 오픈 소스 프로젝트와 위키하우스, 렙랩(RepRap), 팜핵(Farm Hack)과 같은 개방형 디자인 커뮤니티를 생각해 보면 된다.”

P2P 생산 라이선스와 파트너 국가에 주목하라

저자들은 기술 낙관론자들과 달리 P2P 기술이 이행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P2P 생산이 기존 소유권 체제에 의존하기 때문에 그 성과가 개인이나 소수에게 귀속되고 결국 자본의 회로에 갇히는 일은 너무나 흔하기 때문이다. IBM이라는 거대 기업의 성장을 도운 리눅스가 그 사례이다.

저자들에 따르면, 특히 긴급한 것은 오늘날 그 모순이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는 기존의 독점적인 지적재산권법 및 저작권법을 대체할 P2P적 소유권 체계라고 강조한다. P2P적 소유권 체계란 공유지에 기여하는 사람 또는 공유지에 기여하는 기업은 자원에 자유롭게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게 해주는 P2P 생산 라이선스와 같은 제도를 말하는 것이다. 모든 것을 모두에게 공개하는 것이 대안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P2P 생산 라이선스는 『텔레코뮤니스트 선언』(갈무리, 2014)의 저자 드미트리 클라이너가 제안한 것으로, “상업적 이용은 허용하지만, 그 근간에는 호혜성에 대한 요구가 깔려 있다.” 다시 말해서 “해당 라이선스 및 공유지에 기여하는 모든 이들에게 개방되어 있지만, 기여하지 않고 사용하기만 하려는 영리 기업들에는 라이선스 비용을 청구한다.”(264쪽)

공유지에 기반한 성숙한 P2P 생산 가치 모델을 위한 미시적 조건이 P2P 생산 라이선스 같은 제도라면, 좀 더 거시적인 차원에서 저자들은 ‘파트너 국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파트너 국가는 신자유주의적인 ‘시장 국가’와 대조적이다. 파트너 국가는 공유지의 영역을 보호하고, 공유지를 지향하는 기업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촉매 역할을 하며, 시민들이 주도하는 참여 민주주의의 조건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한다.

단지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천문학적 가치를 획득하는 플랫폼 기업 vs. 점점 더 불안정한 노동으로 내몰리는 우리

『네트워크 사회와 협력 경제를 위한 미래 시나리오』는 길이가 그다지 길지 않은 책임에도 새로운 생산양식과 가치 모델로 이행하기 위해 생각해 보아야 할 중요한 요소 대부분을 건드리고 있다. 책의 전반부에서는 맑스주의와 슘페터리안의 시각을 통합하여 기술-경제 패러다임의 ‘전환점’을 바라볼 수 있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중반부에서는 구글, 페이스북, IBM, 에어비앤비, 킥스타터 등의 잘 알려진 플랫폼 기업들이 어떤 가치 모델을 따르고 있는지를 한눈에 그려 보이면서, 이들을 비판하는 동시에 그 내부의 대안적 가능성까지 짚어내고 있다. 책의 후반부에 저자들이 제시하는 이행 계획은 앞으로 새로운 가치 모델을 만들어가고자 하는 사람들이 염두에 두어야 할 굵직한 요소들을 짚어주고 있다. 특히 공유지를 지향하는 P2P 생산 가치 모델과 지역에서 활동하는 회복탄력성 공동체와 지식, 코드, 디자인 등을 주 대상으로 삼는 인터넷상의 지구적 공유지를 함께 다루는 것이 이 책의 특별한 점이다.

한국은 급속한 경제 발전 과정에서 산업자본주의와 인지자본주의 가치 모델의 모순을 고스란히 안은 채, 지금은 다시 4차 산업혁명 담론과 함께 새로운 기술적 국면을 맞고 있다. 언론은 4차 산업혁명의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유전공학, 나노공학, 로보틱스 등의 기술이 일자리의 대부분을 사라지게 만들지도 모른다며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플랫폼을 매개로 한 불안정 노동에 내몰리고 있으며, 플랫폼 기업들은 단지 플랫폼을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배달 노동자, 디자이너, 콘텐츠 생산자들보다 훨씬 많은 가치를 획득하는 중이다. 이런 한국의 상황에서 미셸 바우웬스와 바실리스 코스타키스의 이행 계획은 그저 듣기 좋은 소리라기보다는 정말로 진지하게 고려해 볼 만한 조언이자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추천사

 

이 책에서 저자들은 이미 현실 속에서 작동하고 있는 새로운 생산양식(‘P2P 생산’)의 씨앗 형태인 커먼즈(commons, 공유지)의 확대 및 개화를 통해 탈자본주의로, 대안근대로 나아가는 길을 탐색·제시하고 있다. 이 길은 ‘공통적인 것’(the common)을 그 핵심 원리로 삼는다는 점에서, 근대를 구성하는 두 체제인 국가(‘공적인 것’)나 자본(‘사적인 것’)의 길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제3의 길이다. 이 길은 그것이 인간해방으로 나아가는 길인 동시에 자본과 국가가 망쳐놓은 지구의 삶의 회복으로 나아가는 길이기에 지금 우리에게 더없이 절실하다.

― 정남영(독립연구자, 커먼즈 번역 네트워크)

 

현재의 기술혁명이 20세기의 자본주의와는 다른 형태의 경제 체제를 요구한다는 것은 이제 분명한 일이다. P2P 생산과 커먼즈 경제 형태를 오래도록 이론적 실천적으로 발전시켜온 저자들의 주장은 터무니없는 유토피아와 과도한 비관론이 난무하는 현재의 어지러운 담론장에서 분명한 등대의 역할을 한다. 그 등대가 영구히 정박할 수 있는 항구일지는 모르지만 지금 우리 배의 방향타를 맞추어야 할 곳임은 확신한다.

― 홍기빈 (칼폴라니 사회경제연구소 소장)

 

이 책은 오늘날 야만의 자본주의 체제에 심대한 파열이 일어나고 있음을, 그리고 궁극에는 공생공락의 범지구적 삶의 협력적 비전 구상이 가능할 수 있음을 설파한다. 저자들이 언급하는 공유지 구상의 힘은 무엇보다 물질-정보-지식 자원 간 상호 관계성을 강조하는 데, 그리고 공동체 조합주의적 전망을 넘어서서 보편사회적 전망을 제시한 데 있다.

― 이광석 (『데이터 사회 비판』 지은이,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지은이·옮긴이 소개

 

지은이
미셸 바우웬스 (Michel Bauwens, 1958~ )

P2P 재단의 창립자, 대표, P2P 이론가. 기술과 문화, 사회혁신을 탐구하는 연구자, 저술가다. 전 세계 연구자들과 P2P 생산과 거버넌스, 재산권에 대해 연구한다. 2014년 에콰도르 정부의 공유지 이행 계획을 개발한 FLOK 소사이어티 연구 책임자였다. P2P와 공유지를 새롭게 출현하는 패러다임이자 탈자본주의적 세계로 가기 위한 기회로 보면서 워크숍과 강연을 계속해 왔다. 현재 태국 치앙마이에서 연구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저서로 『네트워크 사회와 협력 경제를 위한 미래 시나리오』(갈무리, 2018), 『탈자본주의를 위한 P2P로 세상을 구하라』(공저, 2013) 등이 있고 P2P의 정치경제학에 대한 다수의 논문을 썼다.

 

바실리스 코스타키스(Vasilis Kostakis, 1985~ )

P2P 연구소의 창립자이자 P2P Foundation의 핵심 멤버다. 2016년 아르스 일렉트로니카의 디지털 커뮤니티 부문 골든니카상(Golden Nica for Digital Communities)을 수상했다. 2018년에는 유럽 연구위원회로부터 디지털 공유지와 지역 제조업 기술의 융합에 대한 4년 연구 보조금을 수여했다. 학자, 활동가, 사회 혁신가 등으로 구성된 학제간 연구팀과 함께 디지털 기술로 상호 연결된 지속가능한 지역 공동체 기반 경제에 관해 연구중이다. P2P 생산과 데스크톱 제조업, 디지털 공유지에 관한 다수의 논문을 썼다.

 

옮긴이
윤자형(Yun, Jahyong)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T정책전문대학원 디지털문화정책학과에서 공유지와 제작문화에 관한 전공수업을 듣고 흥미를 느껴 이 책을 번역하게 되었다. 한국의 정보화 과정, 디지털 플랫폼과 노동의 새로운 형태 등을 탐구 중이다.

 

황규환 (Hwang, Kyuhwan)

글로벌 기업 및 산업의 기술혁신 활동 과정과 정부의 기술산업 정책을 통한 주권 행사 과정에 관심을 두고 있다. 현재 한양대학교 과학기술정책학 박사과정에서 반도체 산업과 관련 정책을 연구 중이다.

 

 

책 속에서 : 네트워크 사회와 협력 경제를 위한 미래 시나리오

 

한국은 현재 지구상에서 디지털로 가장 촘촘히 서로 얽혀 있는 국가이자, 동시에 독재 권력에 저항해 온 역사를 지닌 나라이기에 우리의 책이 한글로 번역되어 나온다는 점은 특별히 기쁜 경험이 아닐 수 없다.

― 한국어판 지은이 서문, 12쪽

 

비트코인은 누구의 통제도 받지 않는 코드일 뿐이기 때문에 다른 통화들이 겪는 문제를 전혀 겪지 않는 “무당파적인 통화”(Varoufakis, 2013)처럼 보일 때가 있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우리는 비트코인에 새롭게 떠오르는 거버넌스 구조의 징후가 있다는 사실 외에도, 비트코인의 전체 논리가 다른 통화들의 주요 규칙을 따르는 것 역시 볼 수 있다.

― 5장 분산형 자본주의, 68쪽

 

전통적인 소유권의 이해와 대조되는 공유지의 가장 중요한 특성은, 누구도 어떤 특정한 자원을 배타적으로 사용하거나 처분할 수 있는 통제권을 갖지 않는다는 것이다(Benkler, 2006).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대부분의 것들과 달리, 공유지는 전통적 의미에서 사적이지도 공적이지도 않다(The Ecologist, 1994, p. 109).

― 3부 성숙한 P2P 생산의 가설적 모델, 81쪽

 

맑스(Marx, 1979)가 상업 자본주의와 공장 자본주의의 초기 형태가 봉건 질서 내부에서 발전했다고 주장한 것처럼, 새로운 생산 양식은 자본주의 내부에서 발전 중이다. 다시 말해 시스템의 변화가 예상치 못한 형태로, 즉 ‘사회주의적’ 대안이 아닌 공유지 기반의 방식으로 다시 의제에 오른다.

― 8장 지구적 공유지, 105쪽

 

P2P 생산 라이선스와 같은 공유지에 기반한 호혜주의적 라이선스가 단지 가치의 재분배를 위한 것이 아니라 생산양식의 변화를 위한 것임을 강조하는 일은 중요하다. … 과거의 이행과 마찬가지로, 최초 대항 경제의 존재와 대항 헤게모니 세력들에게 할당할 자원의 존재는 분명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변화에 필수적이다.

― 9장 공유지를 지향하는 경제와 사회를 향한 이행 제안, 135쪽

 

보편적 기본 소득과 같이 임금 노동과는 독립적인 수입원을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한다면, P2P를 통해 사용가치를 생성하는 행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갈 수 있을 것이다. … 기본 소득은 빈곤과 실업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수단이면서도, 동시에 인간 공동체에 중요한 것이 되어줄 새로운 사용 가치를 창출하는 데 있어서도 유용한 수단이 되어줄 것이다.

― 1. P2P 생산의 정치경제학, 197~198쪽

 

노예제에서 봉건제로의 이행과 지금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변동 사이에서는 많은 유사점을 발견할 수 있다. 두 가지 체계 모두 압축 성장의 위기에 직면한다. 즉 전자의 경우 로마 제국의 확장이 한계에 부딪힌 상황이었으며, 현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계 체계는 환경과 자원 위기에 직면해 있다.

― 2. P2P 생산 속 계급과 자본, 247쪽

 

현재 상업적 이용을 제한하지 않고, 완전한 공유를 허용하는 공개 라이선스는 자본의 코뮤니즘을 창출한다. 이는 개방된 지식, 코드, 디자인이 속한 영역이며, 현존하는 지배적 정치 경제에 포괄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 영역에 참여하는 사람들과 P2P 생산자들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자율적인 P2P 생산의 영역이다.

― 3. 개방형 협력주의를 향하여, 277쪽

 

 

함께 보면 좋은 갈무리 도서

 

『공유인으로 사고하라 ― 새로운 공유의 시대를 살아가는 공유인을 위한 안내서』(데이비드 볼리어 지음, 배수현 옮김, 갈무리, 2015)

우리 주변에 이전부터 존재해 왔지만, 공유임을 인식하지 못했던 다양한 종류의 공유 사례를 보여 준다. 그러면서도 단순히 공유의 역사와 현재의 현상들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새로운 사회 패러다임으로서, 삶의 방식으로서 공유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그런 공유의 새로운 역할을 위해 우리가 공유를 어떻게 관리해 나가야 하는지를 제시한다.

 

『텔레코뮤니스트 선언』(드미트리 클라이너 지음, 권범철 옮김, 갈무리, 2014)

저자는 벤처 코뮤니즘의 개념을 발전시키면서, 자본주의 내로 문화를 포획하려 하는, 자유소프트웨어와 자유문화에 대한 기존의 자유주의적 관점과 카피라이트(copyright) 체제에 대해 비판한다. 클라이너는 카피파레프트(copyfarleft)를 제안하면서, 또래생산 라이선스의 유용한 모델을 제공한다.

 

『마그나카르타 선언 ― 모두를 위한 자유권들과 커먼즈』(피터 라인보우 지음, 정남영 옮김, 갈무리, 2012)

저명한 역사가 E. P. 톰슨의 제자인 미국의 역사학자 피터 라인보우의 대표작. 인류의 역사 속에서 오랫동안 전제(專制)를 제한해 온 방책들 ― 인신보호영장, 배심재판, 법의 적정 절차, 고문 금지 그리고 커먼즈(the commons) ― 이 어떻게 축소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역사 속에서 잊힌 <삼림헌장>을 복원함으로써 커머닝의 역사를 복원한다.

 

『인지자본주의 ― 현대 세계의 거대한 전환과 사회적 삶의 재구성』(조정환 지음, 갈무리, 2011)

'인지자본주의'는 인지노동의 착취를 주요한 특징으로 삼는 자본주의이다. 우리는 이 개념을 통해서 현대자본주의를 다시 사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노동의 문제설정을 새로운 방식으로 제기할 수 있다. 이 개념을 통해서 우리는, 금융자본이 아니라 인지노동이 현대세계의 거대한 전환과 사회적 삶의 재구성을 가져오는 힘이라는 생각을 표현할 수 있고, 그 노동의 역사적 진화와 혁신의 과정을 중심적 문제로 부각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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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2018/10/16-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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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 class="xe_content"><h1>'디지털세' 어떻게 봐야 할까?</h1> <h2>조세국가 위협하는 디지털경제의 과세기반 침식</h2> <p> </p> <p><strong>장흥배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연구원</strong></p> <p> </p> <p style="text-align:justify;">주지하다시피 기업의 최고 목적은 공공성이나 사회적 선이 아니라 이윤의 추구이다. 그럼에도 노동시장과 조세국가가 수립된 현대에 기업의 이윤 추구가 사회적으로 승인되고 정당화되는 근거는 결국 그 과정에서 일자리와 세금을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터넷 기반 기업들의 일자리와 세금 기여도는 계속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그리고 디지털경제에서 이 추세는 내재적이고 구조적인 성격으로 보인다.</p> <p style="text-align:justify;"> </p> <p style="text-align:justify;">이런 상황에서 디지털경제의 강자들로 부상한 플랫폼 기업들에게 공공이 공유지분권을 설정해 공유부(共有副) 배당의 재정 원천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한다. (금민, <데이터 기술 R&D PIE는 '공유지분권에 입각한 사회배당'과 결합되어야 한다> <a href="https://bit.ly/2InD8tV&quot; rel="nofollow">참조</a>) 그렇다고 이런 근본적인 대안 추구가 인터넷 기업들의 일자리와 세금 기여도를 높이려는 정책적 노력을 무의미한 것으로 만들 수는 없다. 기본소득이 아니더라도 공공성을 제고하기 위한 재정의 상당 부분이 상당한 기간 동안 세금에서 나와야 하는 것은 불가피한 현실이다.</p> <p style="text-align:justify;"> </p> <p style="text-align:justify;"><strong>기재부의 월권적 디지털세 반대 표명</strong></p> <p style="text-align:justify;"> </p> <p style="text-align:justify;">그런 점에서 기획재정부가 세계적인 도입 움직임이 일고 있는 '디지털 서비스세'(digital service tax)와 관련해 "우리나라에 도입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여러 모로 유감스러운 일이다. 다국적기업의 법인세에 대한 국제규범은 고정사업장(permanent establishments)이 있을 경우에 과세할 수 있으며, 물리적 고정사업장 없이 제공되는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에 대해서는 서버를 둔 국가를 과세 관할국으로 하는 국제 합의가 2003년 마련됐다. </p> <p style="text-align:justify;"> </p> <p style="text-align:justify;">디지털세는 이러한 법인세 국제규범 하에서 서버를 해외에 둔 ICT 기업들의 국내 법인세 회피 문제가 심각해지자 고정사업장에 대한 새로운 국제규범이 합의될 때까지 ICT 기업들의 매출이 발생한 관할지에서 매출액 대비 일정 비율로 법인세를 갈음토록 하는 세금이다. 기재부는 이에 대해 지난 14일 '최근 EU 등의 다국적 IT 기업에 대한 법인세 과세' 관련한 배경 설명을 통해 내국 법인에 대한 중복 과세, 소득기반 법인세 과세 원칙 위반, 부가세와의 중복과세 등을 이유로 사실상 디지털세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p> <p style="text-align:justify;"> </p> <p style="text-align:justify;">기재부의 반대는 우선 조세의 항목과 세율을 결정하는 권한이 국회에 부여되어 있음에도 행정부가 먼저 나서서 특정 세금의 도입 가능성을 부정하는 행위로서 다소간 월권적이다. 20대 국회에는 이미 부가가치세법이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법 개정안의 형태로 이른바 '구글세' 부과를 가능케 하는 법률안이 상당수 발의된 상태이고, 디지털세를 포함한 관련 논의가 각종 토론회 형태로 진행되어 왔다. 디지털세라는 특정 세목이 국회가 발의하고 논의한 다른 세목들과 성격이 다르다고 하더라도 기재부의 디지털세 반대는 다국적 인터넷 기업들에 대한 여하한 형태의 증세에도 정부가 반대한다는 메시지로 읽힐 소지가 크다. 과세는 주권의 핵심적인 내용이고 그 권한을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보유함으로써 국민 주권의 원리가 구현된다. 기재부가 먼저 나서서 가이드라인을 칠 일은 아닌 것이다.</p> <p style="text-align:justify;"> </p> <p style="text-align:justify;">디지털세 도입이 입법기술적 어려움을 제기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기재부의 반대는 이 세금의 필요성이 제기된 맥락을 생략하고 시야를 지나치게 입법기술적 문제로 한정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디지털세가 제기된 맥락을 살펴보자.</p> <p style="text-align:justify;"> </p> <p style="text-align:justify;">다국적 인터넷기업들의 세금 회피가 전통적인 다국적기업들의 그것과 질적으로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물리적 고정사업장을 두지 않아도 인터넷 기반의 서비스 상품을 제공할 수 있는 특성 때문에 세금 회피가 훨씬 더 일반화되고 과세도 기술적으로 더 어려운 문제가 되었다. 여기에 해외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각종 세제 혜택을 주는 글로벌 차원의 신자유주의 감세 경쟁까지 가세한 형국이다. </p> <p style="text-align:justify;"> </p> <p style="text-align:justify;"><strong>디지털경제의 과세기반 침식</strong></p> <p style="text-align:justify;"> </p> <p style="text-align:justify;">OECD는 ICT 기업들의 합법적인 주요 세금회피 방식을 몇 가지로 정리하고 있다. 첫째, 가장 전형적인 것으로 고정사업장 회피다. 둘째, 과세 관할국들 사이에 과세 제도의 차이를 이용해 세금을 가장 적게 내는 방식으로 이익을 할당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구글과 애플은 법인세가 싼 아일랜드에 2개 이상의 아일랜드 법인을 설립해 글로벌 이익을 분할하는 일명 더블 아일리쉬(Double Irish) 전략을 사용한다. 셋째, 공제액 최대화다. 이자, 로열티 등의 형태로 공제액을 최대화해서 한 국가에서 과세표준을 최소화할 수 있다. 미국에 본사를 둔 많은 인터넷 기업들이 본사에 막대한 로열티를 지불하는 방식으로 소득 원천지국에서의 과세가능한 소득을 줄이는 방식을 쓴다. 넷째, 국가들 사이의 조세협약을 이용한 원천징수세 회피다. 이를 일명 조세협약 쇼핑(treaty shopping)이라고도 한다. </p> <p style="text-align:justify;"> </p> <p style="text-align:justify;">다국적 ICT 기업들의 조세 회피에 관한 체계적인 통계는 없지만 전통적인 기업들에 비해 세금을 현저히 적게 낸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자료는 많다. 유럽집행위원회는 2018년 유럽연합 안에서 전통적인 다국적기업들의 법인세 실효세율이 23.2%인 것에 비해 다국적 인터넷기업들의 법인세 실효세율은 9.5%에 불과하다는 통계를 내놓았다. </p> <p style="text-align:justify;"> </p> <p style="text-align:justify;">구글의 지주회사 알파벳의 연결재무제표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구글의 법인세 실효세율은 약 17% 정도이다. 세계에서 버는 모든 이익에 대해 미국을 포함해 모든 나라의 법인세 납부실적을 반영한 수치다. 2015년 미국의 법인세율이 35%(트럼프의 법인세 감세조치 이후 현재는 21%)인 점을 감안하면 절반 정도를 법인세로 내는 셈이다. 글로벌 이익에서 미국으로 귀속되는 비중은 46%이다. 법인세율이 낮은 아일랜드(12.5%)와 싱가포르(17%)에 이익을 분산 귀속시켜 세금을 낮추는 전략이 유효하게 작동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p> <p style="text-align:justify;"> </p> <p style="text-align:justify;">구글은 그나마 세금 납부 실적이 양호한 기업에 속한다는 평가가 있다. 국민국가 단위로 살펴보면 문제가 훨씬 심각하다. 구글과 애플 등 일부 다국적 ICT 기업들은 한국에 자회사 법인을 설립해 법인세를 내고 있다. 그런데 구글코리아의 경우 광고서비스 등 상대적으로 소액의 매출만 국내 소득원으로 계산해 법인세를 납부하고 있다. 2016년 앱 판매 등으로 약 4조5,000억원 매출을 올린 구글플레이의 거대 매출과 그 이익에 대해서는 구글아시아퍼시픽이 소재한 싱가포르에 서버를 두고 싱가포르에 법인세를 납부하고 있다. 주식회사가 아닌 유한회사로 등록해 기업공개도 되지 않은 까닭에 법인세를 얼마나 냈는지 공식 확인할 수 없지만, 한국에서 올린 수익과 대비한 과세액은 여론 무마용 생색내기 정도로 볼 수 있다. 페이스북코리아 역시 한국에서 올린 이익을 서버를 둔 아일랜드에 귀속시켜 지금까지 법인세를 내지 않았다. 네이버 등 국내 ICT 기업들이 세금 역차별을 제기하는 배경이다. </p> <p style="text-align:justify;"> </p> <p style="text-align:justify;">이처럼 다국적 인터넷기업들의 세금 회피의 심각성은 디지털 전환의 불가역적 추세를 감안할 때 가까운 미래에 현대 조세국가의 존립을 위협할 수준이다. 이 때문에 디지털경제의 과세기반 침식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적 노력이 오래 전부터 진행돼 왔다. OECD 재정위원회가 2012년부터 추진한 BEPS(Base Erosion and Profit Shifting)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OECD는 2020년까지 종래의 고정사업장을 대신하는 '중요한 디지털 실체'(significant digital presence) 등으로 새로운 고정사업장 개념의 도입을 제안해 놓은 상태이다. 그 핵심은 물리적 고정사업장이나 서버 소재지가 아니라 영업과 이익이 이뤄지는 사업 활동의 실질을 기준으로 과세 관할국을 지정하려는 시도이다.</p> <p style="text-align:justify;"> </p> <p style="text-align:justify;"><strong>국제규범 마련 때까지는 적극 검토 필요한 디지털세</strong></p> <p style="text-align:justify;"> </p> <p style="text-align:justify;">하지만 국제적 노력의 전망이 밝은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다국적 ICT 기업들이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고 미국으로 귀속된 이익에 대해서는 미국이 법인세를 과세하고 있다. 그런데 만약 개별 국가에서 과세를 하게 된다면 미국은 이들 기업에 대한 과세 기반을 상당 부분 상실하게 된다. 미국이 이를 순순히 수용하리라 기대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p> <p style="text-align:justify;"> </p> <p style="text-align:justify;">유럽연합집행위원회가 현행 법인세를 대체하는 디지털세 도입을 제안한 것은 지금 당장의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절박함도 있지만 가까운 장래에 새로운 국제규범이 합의될 가능성이 높지 않은 측면을 반영한다. 유럽연합이 제안한 디지털세는 온라인 광고, 사용자 데이터 판매, P2P 플랫폼 서비스 등의 디지털 서비스를 통해 창출된 매출액에 3% 세율로 부과하는 새로운 법인세 개념이다. 이렇게 되면 적어도 고정사업장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p> <p style="text-align:justify;"> </p> <p style="text-align:justify;">하지만 EU 차원의 이런 노력도 결실을 맺지 못해 지난해 12월 EU경제재정이사회(ECOFIN)에서 디지털세 도입을 위한 합의에 실패했고, 지금은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주요국들이 개별적으로 디지털세 도입을 추진 중이다. 디지털경제에서 과세 문제가 구조적 난제로 부상했음을 알 수 있다. </p> <p style="text-align:justify;"> </p> <p style="text-align:justify;">기재부가 제시한 디지털세 반대의 근거는 현행 국내 및 국제 조세 질서를 전제로 입법기술적으로 일정하게 타당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동일한 문제를 안고 있는 유럽의 주요 국가들이 디지털세 도입을 적극 추진 중인 사실은 이 문제가 단순히 입법기술적 차원에서 결정될 성질이 아니라는 것을 반증한다. </p> <p style="text-align:justify;"> </p> <p style="text-align:justify;">기재부는 디지털세 도입에 반대하며 다국적 ICT 기업들에 대한 과세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는데, 문제의 심각성에 비해 너무 안이한 접근이다.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과세 자체가 불가능하거나 과세표준을 실제로 벌어들인 이익보다 터무니없이 낮게 책정하는 것이 문제인데, 과세 행정을 강화한들 과세액이 미세조정되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p> <p style="text-align:justify;"> </p> <p style="text-align:justify;">디지털세 도입이 기존의 법인세에 더해 디지털세까지 추가로 내게 되어 국내 ICT 기업에 대한 역차별이 된다는 주장은, 이미 존재하는 역차별은 승인한다는 문제가 있다. 그리고 디지털세 도입이 국내 기업들에게 역차별이 되지 않게 하는 입법기술은 불가능한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 조세 역진성만 강화시키고 있는 각종 법인세 감면 규정을 이런 데 활용할 방법이 정말 없을까? 국회가 발의한 법안들도 적극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 디지털경제의 과세기반 침식을 막는 수단이 반드시 디지털세가 되어야 할 이유는 없지만, 적어도 새로운 국제규범이 만들어질 때까지는 거부를 위한 근거를 찾는 노력보다 도입하기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p> <p style="text-align:justify;"> </p> <blockquote> <p style="text-align:justify;">참여사회연구소는 2011년 10월 13일부터 '시민정치시평'이란 제목으로 <프레시안> 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참여사회연구소는 1996년 "시민사회 현장이 우리의 연구실입니다"라는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참여연대 부설 연구소입니다. 지난 19년 동안 참여민주사회의 비전과 모델, 전략을 진지하게 모색해 온 참여사회연구소는 한국 사회의 현안과 쟁점을 다룬 칼럼을 통해 보다 많은 시민들과 만나고자 합니다. 참여사회연구소의 시민정치는 우리가 속한 공동체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책임지는 정치를 말합니다. 시민정치가 이루어지는 곳은 우리 삶의 결이 담긴 모든 곳이며, 공동체의 운명에 관한 진지한 숙의와 실천이 이루어지는 모든 곳입니다. '시민정치시평'은 그 모든 곳에서 울려 퍼지는 혹은 솟아 움트는 목소리를 담아 소통하고 공론을 하는 마당이 될 것입니다. 많은 독자들의 성원을 기대합니다.  같은 내용이 프레시안에도 게시됩니다. <a href="http://www.pressian.com/news/review_list_all.html?rvw_no=1661&quot; rel="nofollow">목록 바로가기(클릭)</a><br />  <br /> * 본 내용은 참여연대나 참여사회연구소의 공식 입장이 아닙니다.</p> </blockquote> <p> </p> <p> </p> <p>시민정치시평은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 기획·연재합니다. </p> <p style="text-align:justify;"> </p></div>
월, 2019/03/04-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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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장소 : 2023. 02. 16.(목) 오후 2시,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

20230216_플랫폼독점규제법발의
<사진 = 참여연대>

온라인플랫폼 시장의 공정과 상생, 독과점 방지를 위해 노동조합, 중소상인, 소비자, 시민사회단체들이 구성한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를 위한 전국네트워크’는 오늘 더불어민주당 이동주 국회의원과 함께 ‘온라인 플랫폼 시장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온라인플랫폼 독점규제법’)을 발의합니다.

최근 쿠팡, 카카오, 네이버 등 온라인플랫폼 기업들의 시장지배력이 확대되면서 이를 통한 독과점의 폐해와 불공정 행위가 지속적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지난 14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이른바 자사 가맹택시 ‘콜 몰아주기’라는 시장지배적 남용행위에 대해 257억원의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내리기도 하였습니다.

이미 유럽연합(EU)과 미국에서는 온라인플랫폼 시장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시장지배적 플랫폼’을 지정하고 이해충돌 행위를 규제하는 ‘디지털 시장법’을 마련했으며, 유럽연합에서는 이 ‘디지털 시장법’이 시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오늘 발의하는 ‘온라인플랫폼 독점규제법’은 한국판 ‘디지털 시장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 ‘온라인플랫폼 독점규제법’의 발의를 계기로 법안심사가 지연되고 있는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과 함께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방지방안을 국회에서 조속히 논의하여 시의적절한 입법이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첨부1. 기자회견 개요
첨부2. 법안 주요 내용
첨부3. 기자회견문


첨부1

기자회견 개요

  • 제목 : 온라인플랫폼 시장의 공정화와 상생, 독과점 방지를 위한
    <온라인플랫폼 독점규제법> 발의 기자회견
  • 일시 : 2023년 2월 16일(목) 오후 2시
  • 장소 :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
  • 주최 :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이동주, 온라인플랫폼공정화네트워크
  • 순서
    (1) 법안 취지 설명 : 이동주 국회의원
    (2) 당사자 단체발언 : 김성한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 사무처장
    (3) 법안 주요내용 설명 : 이주한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 변호사
    (4) 기자회견문 낭독 : 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첨부2

온라인플랫폼 독점규제법안 주요 내용

1. 이 법은, ‘핵심플랫폼 서비스 사업자’의 정의를 두고 법이 정한 요건에 해당할 경우 핵심플랫폼 서비스 사업자가 제공하는 핵심플랫폼 서비스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도록 규정하였습니다(안 제5조)

2. 이 법은, 공정거래위원회가 핵심플랫폼 서비스 신고를 접수한 날부터 60일 이내에 법이 정한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핵심플랫폼서비스 사업자를 시장지배적 플랫폼사업자로 지정하도록 규정하였습니다(안 제6조)

3. 이 법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장지배적 플랫폼사업자 등의 핵심플랫폼서비스 목록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작성하고 관리하여야 하며 이 경우 온라인 중개서비스 목록은 별도로 작성·관리할 것을 규정하였습니다(안 제7조)

4. 이 법은, 시장지배적 플랫폼사업자가 핵심플랫폼서비스를 통하여 수집된 개인정보를 자신이 수집한 개인정보와 결합하는 행위, 온라인플랫폼 이용사업자가 동일한 재화를 다른 사업자의 온라인 중개서비스를 이용하여 거래하는 경우 그 재화 등의 가격이나 거래조건에 대하여 간섭하는 행위, 온라인플랫폼 이용사업자와 최종이용자 간 자유로운 거래를 방해하거나 자신의 온라인 중개서비스를 이용하여 거래하도록 강요하는 행위를 금지하였습니다(안 제8조)

5. 이 법은, 이해충돌 방지를 위해 시장지배적 사업자는 이용사업자와 최종이용자가 핵심플랫폼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생성된 정보 및 핵심플랫폼서비스에 제공한 정보를 이용하지 아니하며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제공하는 재화 등의 노출순위를 제3자의 재화 등에 비해 우대하지 아니하도록 규정하였습니다(안 제9조)


첨부3 : 기자회견문

온라인플랫폼 시장의 공정과 상생, 독과점 방지를 위해
한국판 ‘디지털 시장법’이 필요합니다.

2월 14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카카오모빌리티에 가맹택시 우대와 비가맹택시 불이익을 준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리고 25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콜 몰아주기’가 사실로 규명됐습니다. 온라인플랫폼 시장의 독과점 피해가 명확히 드러난 것입니다.

최근 의류 스타트업들은 ‘슈퍼 갑’ 네이버와 쿠팡에 맞서는 법개정 운동에 나섰습니다. 온라인 플랫폼의 오픈마켓이 짝퉁이라 불리는 가품 유통의 근거지가 되면서 의류 스타트업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플랫폼 시장이 독과점화가 되면 시장지배적 지위를 누리는 플랫폼업체의 책임성은 약화되고 ‘을’의 피해는 더욱 커질 것입니다.

온라인 플랫폼 시장은 플랫폼의 네트워크 효과, Lock-in 효과 등을 통해 플랫폼 독과점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온라인 플랫폼은 입점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의 상품을 중개 판매하는데 그치지 않고 중개서비스에 축적된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사업성이 좋은 상품과 서비스를 직접 판매하면서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습니다. 이렇듯 심판이 선수의 역할을 겸하는 이해충돌 행위는 독과점 플랫폼에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온라인 플랫폼은 중개수수료만이 아니라 배송, 결제, 광고, 물류 수수료 등을 결합하여 입점업체들에게 과도하게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플랫폼 알고리즘 조작을 통해 자사 상품은 노출순위나 방식, 배송, 판매시간 등에서 우대하면서 오히려 입점업체 상품은 차별하는 시장지배 남용행위가 만연해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현행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로 온라인 플랫폼 시장의 독과점을 규제하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기존의 독점규제법은 상품과 서비스시장 구획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온라인 플랫폼 시장은 상품과 서비스가 방대하기 때문에 현행 법규정으로는 플랫폼의 시장지배적 지위여부를 판단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러한 이유로 EU와 미국은 시장지배적 플랫폼을 지정하고 이해충돌 행위를 규제하는 법안을 마련했으며 특히 EU의 ‘디지털 시장법’은 시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지난 해 10월 카카오 먹통 사태가 발생하자 여야 할 것 없이 정치권은 한목소리로 온라인플랫폼 시장의 독과점 문제를 우려했습니다. ‘온라인 플랫폼 공정거래법’의 입법에 소극적이었던 윤석열 정부와 여당 조차도 독과점 방지를 위한 대응의 필요성을 인정했습니다. 온라인플랫폼 독과점 규제에 대해서 사회적으로도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습니다. 온라인 플랫폼의 독과점을 방지하기 위한 국제적 입법추세도 고려해서 한국판 ‘디지털 시장법’인 ‘온라인 플랫폼시장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마련하였습니다.

법안에는 시장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를 공정위가 지정하도록 하고 시장지배적 플랫폼 사업자가 불공정행위, 이해충돌행위, 플랫폼서비스 이용자의 개인정보 침해 행위 등을 금지하는 규정을 담았습니다. 플랫폼시장이 급속히 성장할수록 독과점의 폐단이 더욱 명확해지고 있습니다. 독점규제에 대한 입법을 서두르지 않는다면 온라인 플랫폼 시장의 독과점화는 더욱 견고해지고 사회 곳곳에서 소비자와 입점 소상공인 등의 권익은 보호받기가 어려워질 것입니다. 오늘 ‘온라인 플랫폼 시장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의 발의를 계기로 법안심사가 지연되고 있는 ‘온라인플랫폼 공정거래법’과 함께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방지방안을 국회에서 조속히 논의하여 시의적절한 입법이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2023.2. 16.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이동주,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를 위한 전국네트워크

보도자료 [원문보기/다운로드]

The post [기자회견] 공정과 상생! ‘온라인플랫폼 독점규제법’ 발의 appeared first on 참여연대.

목, 2023/02/16-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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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차 알고리즘 조작,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카카오T는 무슨 짓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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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공정위의 카카오T 시정명령

#1 배차 알고리즘 조작,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카카오T 시정명령

#2 카카오 T는 무슨 짓을?

공정위, 카카오 T에 과징금 257억과 시정명령 부과!

  1. 가맹기사 우선 배차
  2. 수락률을 이용한 우선 배차
  3. 단거리 배차 제외·축소

#3 1. 가맹기사 우선 배차

가맹기사가 일정 픽업시간 내에 존재하면 가깝게 있는 비가맹기사보다 우선 배차.

#4 우선배차 관련 대화내용

“비가맹기사님들의 콜 수치도 궁금하긴 하네요. 너무 압도적으로 몰아주는 형태가 되면 말들이 나올 수 잇을텐데 허허”

“가맹기사수 느는 것 대비해서 이정도면 준수하다고 봅니다.”

#5 공정위 적발 우려 대화내용

“가맹기사 우선배차 하는거 알려지면 공정위에 걸린데요.”

“OOO(배차로직 담당임원)이 걱정하던 부분이에요.”

#6 2.수락률 이용 우선 배차

가맹/비가맹 다르게 설계된 수락률 알고리즘을 활용해 가맹기사 우선배차

가맹기사 수락률 7~80%

비가맹기사 수락률 약 10%

#7 3. 단거리 배차 제외·축소

수익률이 낮은 단거리 배차는 가맹기사 제외·축소

가맹기사 제외·축소

비가맹기사 우선배차

#8 호출수수료 인상 대화내용

“내년에 법 개정되고 플랫폼 인정 받으면 플랫폼 수수료 맘대로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9 온라인 플랫폼 독점규제법/공정화법이 필요합니다. 참여연대.

1. 관련 논평 [카카오택시의 콜 몰아주기 과징금, 끝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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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관련 논평 [국회,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 및 독점규제 위한 법안 입법 논의 및 통과시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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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ost [카드뉴스] 공정위의 카카오T 시정명령 appeared first on 참여연대.

화, 2023/03/07-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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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부터 10월까지, 청년참여연대는 <청년공익활동가 심화과정>이라는 이름으로 20여 명의 청년들과 함께했습니다. 심화과정 1기에 참가한 20여명의 청년들은 세상을 바꾸는 사회운동의 방법들을 함께 공부하고, 기획해 실행까지 했습니다.  


 

청년참여연대엔 언제나 송곳같은 생각을 가진 다양한 청년이 모입니다. 올해 5월부터 10월까지 5개월동안, 세상에 변화의 바람을 불러오기 위해 청년 20여 명이 <청년공익활동가 심화과정 1기>의 이름으로 모였습니다. 청년들은 누구보다 진지한 모습으로 ‘나’와 세상을 고민했습니다. 고민에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직접 주제를 정해 캠페인을 실행하기까지, <청년공익활동가 심화과정>에 참가한 청년들은 치열하게 토론하고, 진지하게 배우며, 즐겁게 활동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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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변화를 불러오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할까요? 가장 먼저, 뜻을 함께하는 동료가 필요합니다. ‘심화과정’이란 프로그램 아래 동료를 얻은 청년들. 우리가 모여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더 넓게 알기 위해 활동가들을 만났습니다. 참여연대에서 오랜시간 시민운동을 이끌어온 활동가, 변화하는 노동시장에서 개인으로 내몰린 웹콘텐츠 프리랜서 노동자, 미디어로 세상에 목소리를 내는 언론종사자 등. ‘공익활동’의 이름 아래 다양한 활동을 하는 활동가들을 만나 캠페인의 A-Z를 배웠습니다. 

 

이 배움을 통해 청년들은 직접 캠페인 기획도 했습니다. 각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주제와 캠페인을 내놓고, 그중에서도 가장 공감을 많이 받은 주제로 2개의 조가 꾸려졌습니다. 하나는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가짜뉴스를 감시하는 것, 또다른 하나는 플랫폼노동의 문제점을 알아보고 대안을 찾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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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 조는 정보가 왜곡되어 혐오와 갈등을 조장하는 것에 문제의식을 느꼈습니다. 공익성, 사회적 파장력, 사회의 신뢰를 심각하게 저해하는 경우 등을 기준으로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이 설문조사를 통해 최근 1년 동안 나왔던 가짜뉴스 7개를 선정해 사실을 확인하고, 허위사실이 왜곡되어 퍼져가는 경로를 추적했습니다. 선정된 가짜뉴스에는 “낙태죄가 폐지되면 낙태율이 올라간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폐업하는 자영업자가 늘어난다” 등이 있었습니다. 전시물을 만들어 두 차례에 걸쳐 광화문과 혜화에서 전시회를 열었습니다. 오고가는 시민들은 관심있게 지켜보며 감시 서명에도 동참해주셨습니다. 

 

플랫폼노동 조는 위험한 노동을 할 수밖에 없는 배달라이더의 노동현실에 주목했습니다. 라이더 유니온을 방문해 라이더 당사자들의 어려움을 듣고, 정보공개청구 등의 방법을 이용해 변화하는 노동시장의 모습을 공부하고 대안을 고민했습니다. 더 빨리, 더 많이 배달할 수록  수익을 가져가는 배달산업의 구조에서, 라이더들을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고 법적 자영업자로 구분됩니다. 여기서 오는 문제점들을 카드뉴스를 만들어 공론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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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짧지 않은 5개월, 청년들은 머리를 맞대어 ‘더 좋은 세상’을 고민했습니다. 세상을 바꾸기 위한 큰 발걸음을 내디뎠습니다. 프로그램은 끝이났지만, 이것이 여기 모였던 청년들의 마지막 공익활동은 아닐 겁니다. 청년들의 발걸음을 지원하는 참여연대의 프로그램도 계속될 것입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세상을 조금이라도 좋은 곳으로 바꾸고자 노력한 시간들은 정말 뜻깊었습니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경험을 하게 해준 곳, 앞으로도 지금의 시간을 잊지 않고 백성이 아닌 시민으로 살아갈 것이다."

"제대로 다 참여하지 못해서 아쉽지만 재미있고 보람찼던 순간들이었습니다!! 고생하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애프터스쿨이 아니더라도 참여연대에서 일이나 활동 같은걸 함께 할 수 있으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참여연대의 기존 활동이 아니라 이번 캠페인처럼 각자의 관심사를 활동으로 만들어내어 보다 길게 사회문제에 직접 부딪혀보고 싶어요. 청년 자원활동가들을 끌어내는 그런 고리들이 있으면 멋질 것 같아요!"

 

심화과정 1기 참가자들의 후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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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링크 (클릭) 

[기사]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no=258703&fbclid=IwAR1SPtJ9NL2Q-z5g... rel="nofollow">프레시안 “청년들이 뽑은 최악의 가짜뉴스 7개는?” 

[카드뉴스]  http://www.peoplepower21.org/Youth/1651484" rel="nofollow"><배달라이더의 진실> 

 

수, 2019/11/13-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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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노동 증가, 보호를 필요로 하는 노동에 대한 정부정책 검토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

 

몇 년 전과 달리 일자리 지도가 바뀌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우버나 배달앱으로 표현되는 ‘플랫폼노동’이 사회적 이슈다. ‘타다’ 드라이버, ‘요기요’ 라이더, ‘쿠팡’ 플렉스 기사, ‘대리주부’ 가사서비스 직업 등이 대표적이다. 이미 배달업 다수는 플랫폼노동으로 이동했다. 그렇다면 플랫폼노동은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나.

 

기술혁신의 미명하에 증가하는 플랫폼노동

플랫폼노동 대부분은 정보통신기술(ICT)과 융합되어 하나의 산업 생태계가 형성된 곳이다. 영국이나 미국은 물론 유럽연합 국가들에서 플랫폼노동 취업자는 2% 정도로 알려져 있다. 특히 기술발전으로 온라인 노동의 증가는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201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를 보면 해마다 온라인 노동은 26% 이상 성장하고 있다.

 

특히 소프트웨어 개발 및 크리에이티브, 멀티미디어 직업군의 성장이 두드러진다. 이를 두고 일부 학자들은 ‘디지털 부둣가’나 ‘디지털 갤리선 노예’처럼 일감 찾는 가상이민과 같은 표현도 사용한다. 유럽연합이나 미국, 영국에서 플랫폼노동 규모는 취업자의 0.5~4.0%로 추정된다. 우리나라도 2019년 플랫폼노동 규모가 발표되었는데 취업자의 약 53만 명(1.5%∼2.3%)이다. IT나 물류유통이나 온라인 노동(크몽, 위시켓 등) 규모를 보면 이보다 더 많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플랫폼노동자들이 일을 선택한 이유와 노동조건은 어떤 상황이고, 플랫폼노동은 전업과 부업 중 어떤 형태가 더 많을까. 그리고 플랫폼노동자의 사회보험 적용 비율은 어느 정도일까.

 

<표 3-1> 주요 국가 및 한국 플랫폼노동자의 전체 수입 대비 플랫폼노동 통한 수입 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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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플랫폼노동자들의 직업 선택은 일감을 찾기쉽거나 소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일거리를 구하기 쉬워서(28.9%)’와 ‘생활비 등 당장 수입이 필요해서(28%)’가 다수였다. 그러나 플랫폼노동자들은 적절한 계약을 체결하지도 않았다. 거의 대부분이 계약체결이 없거나(65.4%), 표준계약(16.4%)을 체결했다. 플랫폼노동은 일과 삶의 균형이 실현되거나 소득이 높은 것도 아니다. 일주일에 평균 5.1일 일하고 6일 이상의 비율도 56.9%나 되었고, 3일 이하는 13.7%에 불과했다. 일주일 평균 노동시간은 36.9시간이었으나, 52시간 이상 비율도 23.5%나 되었고, 15시간 미만은 21.1% 정도였다(한국고용정보원,2019). 결국 삶에 직업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직업에 삶을 맞추고 있는 플랫폼노동의 현실을 확인할 수 있다.

 

둘째, 플랫폼노동으로 얻는 소득은 주 소득이 많았지만 일부는 부업 성격도 확인된다. 플랫폼노동이 주 소득인 비율은 65.5%였다. 이들은 일을 하면서 실적급 형태의 수수료(69.9%)가 거의 대부분이었다. 플랫폼노동 수수료는 평균 1,534원(3천 원 이상 29.4%, 5백 원 이하 45.8%)이었는데, 시장경쟁으로 수수료가 낮아진 탓에 소득 불안정에 놓일 수밖에 없다. 플랫폼노동자들 대부분은 임금노동자가 아닌 이유로 사회보험 가입률이 낮다. 비정규직 노동자에 비해서도 낮았다. 특히 고용보험 적용률은 비정규직의 절반 수준이며, 음식배달, 퀵서비스 직종의 고용보험 적용률은 더 낮았다.

 

<표 3-2> 국내 보호를 필요로 하는 사회보험 적용 현황 비교(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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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플랫폼노동은 3자 혹은 4자 체계인데, 플랫폼 제공자-대행자-수요자(고객)-공급자(독립계약자) 관계로 구성된다. 다면적 시장에서 계약관계를 형성하기 때문에 플랫폼노동은 불법파견이나 위장도급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주로 배달이나 운송서비스 및 가사서비스 플랫폼노동에서 불법파견이 논쟁되고 있다. 플랫폼노동 특성상 대부분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매개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한다. 표준적인 서비스와 매뉴얼이 중요하기 때문에 불법파견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기술혁신 속에 숨겨진 플랫폼노동의 명암

플랫폼노동이 노동시장 유연화나 자율적인 근무형태 같은 유인이 있다고 하지만 여성 일자리가 남성보다 더 많이 창출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정규직을 찾을 수 없어 더 많은 시간 동안 일하기를 원하는 ‘저고용’(under-employment) 문제가 가사서비스 플랫폼노동에서 확인된다. 게다가 정보통신기술의 젠더격차는 IT나 전문기술 플랫폼노동 분야에서도 확인된다.

 

이런 이유로 국제노동기구(ILO)는 디지털 경제시대 노동의 미래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ILO는 플랫폼노동을 온라인 작업의 ‘웹’(web) 기반 온라인 노동 형태의 일자리와 배달운송ㆍ가사서비스 작업처럼 ‘지역 장소’(local) 기반 일자리로 구분한다. 언론에 알려진 몇몇 사례만 보더라도 플랫폼노동은 전 세계 다양한 지역의 노동자들에게 새로운 소득 수단을 제공한다. 앞으로 디지털 경제 시대의 핵심은 데이터 가치 창출인데, 제조업 못지않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퀴 달린 컴퓨터’라는 표현처럼 플랫폼노동은 기존 유해 환경에서 벗어난 일자리 창출 효과도 있다. 또한 일과 삶의 균형이 자유로운 일자리도 있다. 꼼꼼히 봐야겠지만 가사 서비스 영역처럼 비공식 부문의 일이 공식부문으로 전환된 긍정성도 있다.

 

하지만 플랫폼노동 산업은 명확한 사용자가 없어 고용 없는 성장이라고도 한다. 플랫폼노동자 다수가 근로계약이 아닌 개인사업자 계약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최저임금이나 휴일 휴가, 퇴직금, 사회보험 등을 적용받지 못하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에게 익숙한 플랫폼노동은 보수가 낮고 최저임금 미만의 임금을 제공받고 있다. 게다가 플랫폼노동자들은 기존보다 더 심각한 정도의 시간 압박과 스트레스를 받는 직업도 많다. 대표적으로 일감이나 콜 대기 상태의 시간 압박(being on call)이다. 일감을 찾는 시간이나 응답시간을 놓치면 소득이 상실되기에 항상 긴장 속에 놓여 있다. 재택 근무자들 중 일부는 집에서 대기시간과 노동시간을 혼재하여 지불노동과 가사노동, 일하는 시간 사이의 모호성도 확인된다.

 

특히 플랫폼기업의 고객 서비스 평점이나 리뷰 시스템이 그렇다. 고객 평가는 소득과 일자리에 직결된다. 좋은 평가는 등급 향상으로 연결되고, 본인 소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일부 기업은 서비스 평가가 낮은 사람들을 회원 목록에서 탈퇴시키기도 한다. 플랫폼노동자들 스스로 ‘별점 노예’라는 표현은 이를 잘 반영한다. 게다가 작업과정의 실시간 GPS(위치 추적기)나 APP(응용 소프트웨어)을 통한 전자감시기술의 IT통제도 작동되고 있다. 결국 고객에 의한 통제가 단순 통제가 아닌 일자리 상실의 신호인 것이다.

 

 

플랫폼노동, 사회적 보호 필요

이미 플랫폼노동은 국경을 초월하기에 노동법 준수 여부를 모니터링하기 어렵다. 계약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불공정한 대우를 시정할 공식적인 제도도 없다. 일부 고숙련 일자리를 제외하면 중간 수준의 일자리들이 저숙련 플랫폼노동으로 대체될 개연성도 많다. 앞으로 플랫폼노동은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기에 최소한의 권리 보호가 필요하다. 이미 대안적 논의는 시작되고 있다. 시장에서의 표준적인 계약과 수수료 책정, 계약방식이나 고용형태와 상관없는 사회안전망 적용, 데이터 및 사생활보호, 알고리즘과 정보 비대칭성 논의까지 여러 대안들이 제시되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 2017) 조사자료에서는 플랫폼 소득자의 68%가 스스로를 단지 소비자 또는 고객과 연결하기 위해 플랫폼 서비스를 이용하는 독립적인 노동자로 생각하고 있는 반면, 26%는 스스로를 피고용인이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시민들은 플랫폼노동자를 어떻게 생각할까. 서울시 조사결과(2019)를 보면 다수의 시민은 플랫폼노동자를 노동자보다 자영업자에 더 가깝다고 인식(51.3%)하고 있었다. 다만, 임금노동자나 학생은 상대적으로 자영업자나 가사ㆍ주부에 비해 플랫폼노동을 노동자에 더 가깝다고 인식하고 있다. 이런 맥락 때문일지는 모르겠지만 시민 대부분은 플랫폼노동의 사회적 보호와 가이드라인과 같은 제도적 모색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갖고 있었다.

 

현재 국내에서는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내에 ‘디지털 전환과 노동의 미래위원회’에서 2년 동안 노사정 이해당사자들이 모여 플랫폼노동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지난 2019년 1월 노사정 대응 방향과 협력을 위한 공동의 정책과제에 관한 기본 합의(2019. 2. 18.) 정도를 도출한 상황이며, 일자리위원회 내에 플랫폼노동TF가 꾸려져 운영되고 있다. 한편 지방정부에서는 서울시가 플랫폼노동을 2019년 시민 공론화 과정을 통해 조례제정 정책 수립 등을 제시(2019. 11.)하고 2020년 주요 정책을 준비 중이다. 그 밖에 경기도, 성남시 등에서도 플랫폼노동 관련 사업을 논의하고 있다.

 

한편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에서는 플랫폼노동연대를 구성(2019)하고, 조직화와 정책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 밖에도 여성노조 미디어콘텐츠창작지회(2019)와 미가맹상태인 라이더유니온(2019)이 설립되면서 플랫폼노동 조직화가 진행 중이다. 이와 맞물린 시기에 배달, 물류, 운송 등 플랫폼업체(운영, 대행사) 중심의 ‘코리아스타트업포럼’(2017)이 만들어지면서 국내 플랫폼 노사관계가 형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플랫폼노동연대와 라이더유니온은 ’배달의민족‘의 우아한 형제들과 초기업형태 교섭을 신청한 상태다.

 

결국 플랫폼노동의 기존 산업의 디지털 전환이나 새로운 산업의 성장 과정에서 출현한 노동의 형태로 보아야 한다. 문제는 자본의 성장과정에서 이윤은 플랫폼기업이 향유하지만 노동자도 영세사업자도 시민도 편리함과 사업의 확장 이외에 큰 도움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정부 플랫폼노동 관련 정책은 일부 직종에 한해 산업재해 적용만을 검토할 뿐, 종합적인 정책 수립이나 제도개선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표 3-3> 한국 플랫폼노동 제도화 및 정책 과제 방향 검토 영역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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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노동의 대안적 논의는 비고용기간의 사회적 보호 접근, 사회적 재생산을 위한 소득 안정성과 교육훈련 제공, 고용 위계구조 속 공정한 대우확보, 차별받지 않을 권리, 노동자 발언 및 대표 권리 확보 등이 보장 혹은 적용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는 조세와 사회보장의 통합시스템 설계와 프로그램을 모색하는 것이다. 일부 학자들은 ‘디지털 플랫폼 과세’를 통해 플랫폼노동자의 소득과 실업급여, 유급휴가, 교육훈련 등의 비용에 활용하자는 주장도 있다. 프랑스와 미국 캘리포니아(법률), 덴마크와 이탈리아(단체협약), 독일과 이탈리아(사회협약)에서는 플랫폼노동자들에게도 임금노동자들과 동등한 권리를 부여한 사례도 있다.

 

올 한 해 정부 부처, 국책연구기관이나 학계에서 플랫폼노동 연구를 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작년 한 해 동안 토론회만도 10여 차례 있었다. 과잉 연구나 토론회일지도 모르지만 그만큼 변화하는 노동환경에 대응하는 사회적 현상인 것 같다. 다만, 이론적 틀에 천착한 학계, 진정성이 결여된 성과에 기반한 국책연구기관 연구와 관심이 아니라, 노동과 시민사회와 함께 논의하는 연구와 정책이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 이제는 과거 15년 전부터 시작된 특수고용노동 논의를 되풀이하지 않고 당사자들에게 보탬이 되는 연구와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화, 2020/02/11-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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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의글

http://www.peoplepower21.org/index.php?mid=Welfare&listStyle=list&docume... rel="nofollow">복지동향 제256호 | 김형용 월간 복지동향 편집위원장, 동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기획주제: ‘노동존중 사회’, 어디로 가려는가

http://www.peoplepower21.org/index.php?mid=Welfare&listStyle=list&docume... rel="nofollow">[기획1] ILO 핵심협약조차 비준하지 않는 가칭 ‘노동존중’ 정부│신인수 민주노총 법률원 원장

http://www.peoplepower21.org/index.php?mid=Welfare&listStyle=list&docume... rel="nofollow">[기획2] 노동시간단축 정책의 평가와 후속 과제│김성희산업노동정책연구소 소장

http://www.peoplepower21.org/index.php?mid=Welfare&listStyle=list&docume... rel="nofollow">[기획3] 플랫폼노동 증가, 보호를 필요로 하는 노동에 대한 정부정책 검토 |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

 

동향

http://www.peoplepower21.org/index.php?mid=Welfare&listStyle=list&docume... rel="nofollow">[동향1] ‘청와대 인근 집회로 인한 장애인의 학습권ㆍ생활권 침해 문제 | 양만석 전 국립서울맹학교 교사

 

복지톡

http://www.peoplepower21.org/index.php?mid=Welfare&listStyle=list&docume... rel="nofollow">[복지톡] 사회책임투자 활성화, 국민연금이 기후위기에 대처하는 가장 바람직한 자세 | 이종오 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

 

화, 2020/02/11-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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