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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개혁에 저항하는 검찰의 부적절한 입법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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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개혁에 저항하는 검찰의 부적절한 입법로비

admin | 수, 2019/12/11- 22:27

개혁에 저항하는 검찰의 부적절한 입법로비

직접수사 범위 축소 등 검찰 입장 표변   

검찰은 개혁 대상, 국회의 검찰개혁입법 흔들리지 말고 추진돼야

 

 

언론보도에 따르면 수사권조정을 담은 검찰개혁 법안 국회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검경 모두 국회를 상대로 한 입법로비에 나서고 있다. 특히 검찰은 직접수사 범위 제한, 검사 작성 조서의 증거능력 제한에 반대 입장 등을 담은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고 한다. 지난 10월 직접수사를 최소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특수부도 축소하는 등 셀프개혁의 모양새를 취하던 검찰이 검찰개혁 요구에 응할 생각이 없다는 본심을 드러낸 것이다. 검찰의 셀프개혁에 속고, 검찰의 유무형의 압박에 검찰개혁의 고삐를 늦춘 것이 한두번이 아니다. 이번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검찰개혁안은 미흡하나 검찰의 과도한 권한을 분산시킨다는 점에서 검찰개혁의 첫 발이라 할 수 있다. 국회는 검경의 목소리에 좌고우면할 것이 아니라,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국민의 열망에 부응해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       

 

검찰은 직접수사부터 기소에 이르기까지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고, 이 권한의 남용을 막아야 한다는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적 요구는 전례없이 높다. 이런 국민적 요구에 따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과 검 · 경 수사권 조정 법안들이 패스트트랙에 지정되었고 국회 본회의에 부의되기에 이르렀다. 입법은 국회의 관할이고, 개혁의 대상인 검찰은 마땅히 겸허한 자세로 관련법 개정을 수용해야 한다. 심지어 또다른 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민주평화당, 바른미래당 등 야당들에게 수사권조정 법안 수정안을 발의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고 한다. 수정안 발의 요청이 사실이라면 검찰이 조직의 이익을 위해 이익단체처럼 입법로비에 나선 것으로 매우 부적절하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해당 보도에 대해 명확히 해명해야 한다. 

 

검사작성 조서의 경우 피의자가 내용을 불인정해도 특정요건을 충족하면 재판에서 증거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어 이른바 ‘조서재판’이 횡행하는 등 부작용을 가져왔다는 점에서 그 증거능력을 마땅히 제약해야 한다. 그나마도 이번에 올라간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유예기간을 시행후 최대 4년까지 인정하고 있어 유예기간 축소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런데 이마저도 수용할 수 없다는 검찰의 태도는 과연 검찰개혁을 수용하겠다는 진정성이 있는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에 대해서도 검찰은 “내란·외환, 대공, 선거, 노동, 집단행동, 출입국, 테러 및 이에 준하는 공공수사 관련 범죄, 국회의원 · 지방의원 · 공무원(4급 이상, 5급 이하인 기관장) 관련 사건, 13세 미만의 아동 · 장애인에 대한 성폭력, 피해규모 · 광역성 · 연쇄성 · 수법 등에 비추어 사회적 이목을 끌만한 범죄 등”을 검찰의 직접수사 대상으로 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사실상 직접수사를 줄일 생각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불과 2개월 전 직접수사 축소를 공언한 검찰은 온데간데 없다. 아울러 검찰의 요구를 경찰이 사유 불문 이행하도록 하고, 불이행시 징계를 의무화하도록 한 것은 스스로 밝힌 ‘검경의 수평적 협력관계도입에 공감한다’는 입장에도 모순되는 것이며 여전히 겸 · 경 관계를 수직적 상하관계로 유지하려는 것이다. 

 

이런 여러 상황을 고려하면 공수처 설치에 찬성한다는 검찰의 입장도 신뢰하기 어렵다.  새로 설치될 공수처에는 검찰의 파견을 금지하는 등 검찰의 영향력 행사나 조직 장악을 막기 위한 추가적인 장치가 필요하다. 공수처를 설치하는 여러 이유 중 하나가 무소불위 검찰을 견제하는데 있다는 점에서 검찰로부터의 독립성 확보하고 검찰의 영향력을 최소화해야 한다. 특히 공수처에 독립적 기소권을 부여해 검찰의 공수처 수사에 대한 개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국회는 공수처에 온전한 기소권을 부여하는 공수처 설치법을 통과시켜야 한다.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검경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설치는 검찰의 독점적 권한을 분산하는 첫걸음이다. 검찰은 개혁에 저항하는 행태를 중단하고, 국회의 검찰개혁 입법에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 국회 또한 개혁의 대상인 검찰에 휘둘리지 말고 국민의 입장에서 검찰개혁 법안을 처리하여 통과시켜야 할 것이다. 

 

 

논평 https://docs.google.com/document/d/19LhBuYDirg7IwyvMJbU6BskGcB6pr4HrIvNp... target="_blank" rel="nofollow">[원문보기 / 다운로드]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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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이철성 경찰청장에 청와대 앞 집회보장 및 물대포직사살수금지 여부 등 질의해

고백남기농민 사인 정정에 따른 사과의 진정성에 국민 불신 높아
청와대 앞 100미터 집회 보장, 물대포 직사살수 중단 등 구체적 실천 계획 질의


참여연대 집회시위의 자유확보 사업단(단장, 한상희 교수, 건국대)은 오늘(6/22) 서울대병원이 고백남기 농민의 사인을 정정한 다음날 이루어진 이철성 경찰청장의 사과와 관련 집회시위 보장, 물대포직사살수 금지 여부 등에 대해 공개질의했다.

 
주요 질의 내용은,  이철성 경찰청장이  “앞으로 일반 집회, 시위 현장에 살수차를 배치하지 않겠다. 사용 요건 또한 최대한 엄격하게 제한하겠다”고 밝힌 것 등과 관련하여 1) 일반 집회, 시위의 기준 2) 고백남기 농민을 죽음에 이르게 한 살수사 직사살수 금지 여부 3) 주요도시 주요도로에서의 집회시위를 경찰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금지하고 불법집회로 규정해온 관행 중단 여부이다.

 

덧붙여, 현행 집시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청와대 앞 100미터 지점에서의 집회시위를 보장할 것인지도 질의했다. 


  
질    의 
 


 1. 이철성 경찰청장이  “앞으로 일반 집회, 시위 현장에 살수차를 배치하지 않겠다. 사용 요건 또한 최대한 엄격하게 제한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하여,


1-1. 언급한 ‘일반 집회, 시위’ 의 기준은 무엇인지 밝혀 주기 바랍니다.

1-2. 고백남기 농민의 직접적인 사인인 물대포 직사살수를 금지할 것인지 밝혀 주기 바랍니다. 
 
현행  '살수차 운용지침'에는 ▲직사 살수 시 안전을 고려해 가슴 이하 부위를 겨냥해야 하며 ▲시위대와의 거리 등 현장상황을 고려해 물살 세기에 차등을 두고 사용해야 하고 ▲부상자가 발생한 경우에는 즉시 구호 조치를 하고 지휘관에게 보고해야 한다고 적시 되어 있습니다. 적어도 이 지침에 따랐다면 고백남기 농민을 죽음에 이르게 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따라서 지침만으로는  물대포직사살수 등의 공권력 남용을 제어하는 데 한계가 있음이 명백히 드러났습니다.

 

이에 직사살수 자체를 금지하는 법률규정과 이를 어겼을 시 강력한 처벌규정을 두는 것이 사건의 재발을 막는 합리적인 대책으로 보여집니다. 이에 대해 입장과 구체적 실천계획을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
 


2. 고백남기 농민이 참석한 집회시위는 경찰이 주요도로 교통소통을 이유로 사전 금지통고 하여 불법집회로 규정, 차벽과 물대포로 진압하는 과정에서 고인이 중상을 입고 끝내 사망한 것입니다.  이 같은 불행한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 주요도시 주요도로에서의 집회시위를 경찰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금지하고 불법집회로 규정해온 관행을 중단해야 할 것입니다. 이에 대한 입장을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  
 
3. 경찰이 청와대 등 주요기관 앞 집회 시위를 지금보다 전향적으로 허용할 것을 검토 중이라는 언론보도와 관련하여, 
 
현행 집시법 제11조에 따르더라도 바로, 청와대, 총리공관 등 주요기관 경계지점 바로 앞이 아닌 적어도 100미터 지점부터는 집회와 시위를 보장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경찰은 청와대 앞 100미터 지점에서의 집회시위조차도 전면 금지해 왔습니다. 집시법에 보장된 권리조차도 침해하고 있는 불법적인 청와대 100미터 앞 집회금지 행위를 중단할 것인지에 대해 분명히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
 
4. 그밖에 경찰청이 준비하고 있는 집회시위 관리 개선 방안이 있다면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


고백남기 농민이 물대포에 쓰러진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 에 대해  당시 강신명 경찰청장은 집회개최 전부터 일찌감치 ‘불법집회’로 규정하고 최고 비상상태인 갑호비상령까지 내렸습니다. 헌법재판소는 2011년 6월 30일 경찰의 ‘서울광장 차벽’에 대한 위헌결정을 내리면서 “불법·폭력 집회나 시위가 개최될 가능성이 있다고 해도 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는 개별적·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행해져야한다”고 선고한 바 있습니다. 이보다 앞서 2008년에 국가인권위가 차벽 등 물리력을 동원해 집회 현장을 차단하는 것을 자제하라는 권고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경찰은 인권위의 권고는 물론이고 헌재의 결정 이후에도 불법적인 공권력 남용을 중단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이번의 이철성 경찰청장이 언론 앞에서 한 약속이 구두선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실천가능한 것은 실천하는 등 구체적인 실행이 뒤따라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이후 집회시위 관리와 관련한 경찰청의 이행계획이 있다면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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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2017/06/22-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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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 더 이상 미룰 수 없습니다.서울 시민과 함께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과 국민신뢰를 회복하는 검찰개혁을 만들어갑니다. ■일시 : 7월 6일(일) 오후 2시■장소 : 관악구청 8층 대강당■발제/토론 : 장경태 김용민 민형배 국회의원■참여 : 검찰개혁에 관심 있는 시민과 당원 누구나 <신청방법>-접수시한 : 7/3일(목)까지(*선착순 마감)-접수링크 : https://forms.gle/91G8yPZBYboZ1oJc7 ※ 주차공간이 협소하오니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 더불어민주당 서울특별시당 -

월, 2025/06/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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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경여사에게 있어서 사법정의

화, 2025/05/13-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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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설치, 부패 근절과 검찰개혁의 디딤돌돼야

시민사회 반부패운동의 커다란 성과

 

어제(12월 30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이 전체 의원 295명 중 177명이 참여한 가운데, 찬성 160명, 반대 14명, 기권 3명으로 국회본회의를 통과하였다. 시민사회가 독립적인 수사기구 설치를 처음 제안한 지 23년만의 일이며, 검찰의 박근혜 국정농단 부실수사로 촉발되어 “검찰도 공범이다”라며 시민들이 검찰개혁, 공수처 설치를 촉구한 지 3년만의 일이다. 그동안 부패척결과 검찰개혁을 위해 독립적인 수사기구 설치를 촉구해온 <공수처설치공동행동>_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참여연대·한국YMCA전국연맹·한국투명성기구·흥사단 투명사회운동본부_은 작은 규모와 일부 수사대상에 대한 기소권만 부여되어 한계가 있지만, 이번 공수처 설치법 제정이 고위공직자의 부패와 범죄를 근절하고, 검찰의 권한을 분산시켜 검찰개혁을 가속하는 디딤돌이 되기를 기대한다. 

 

시민사회가 15대 국회때부터 입법청원, 의원과 공동발의 등을 통해 23년간 공수처 설치를 위한 입법운동을 전개했지만 매번 자유한국당과 검찰의 반대를 넘어서지 못하고 임기만료 폐기를 반복해왔다. 그 사이 공수처 설치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사건과 수사가 한두 건이 아니었다. 20대 국회가 공수처 설치법을 이제라도 처리한 것은 많이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공수처 설치는 판사, 검사, 고위직 경찰 등 일부에 대해 기소권한을 부여받은 점에서 검찰이 가진 기소독점을 깨고, 무소불위 검찰권한에서 일부를 떼어내 견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공수처를 통해 검찰의 ‘법 위의 검찰’ 행태를 바로잡고 검찰개혁을 추진하는데 기여하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공수처 설치는 고위공직자의 부정부패를 근절하라는 국민의 엄중한 경고가 담겨있음을 고위공직자들은 명심해야 한다. 

 

공수처 설치법에 따르면 공수처장 추천위원회 구성에서 인사청문회에 이르기까지 국회가 해야 할 역할이 크다. 공수처를 민주적으로 통제 하는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물론 자유한국당도 공수처장 추천 등 제대로 된 공수처 설치를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을 처리하고 입법과정에게 제기된 문제를 시행전까지 보완하는 것도 필요하다. 공수처 설치는 검찰개혁의 시작이자, 시민사회 오랜 감찰개혁운동과 반부패운동의 결실이다. 시민사회는 앞으로도 검찰개혁과 반부패운동을 전개해갈 것이다.

 

논평 [https://docs.google.com/document/d/1cINnIe8vHfp05ziY8s0xd4kUOoEoTr0JFLTh... target="_blank" rel="nofollow">원문보기/다운로드]

화, 2019/12/31-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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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민주주의의는 정말 지옥문을 열었나?

시민은 우민(愚民)이 아니다

 

진시원 부산대학교 교수

 

광장 민주주의를 놓고 우려와 비판이 나오고 있다. 윤평중 한신대 교수는 TV조선 뉴스에서 광장과 광장이 충돌하는 지옥문이 열리려 한다고 진단했고, 이진우 포스텍 교수는 <경향신문> 칼럼에서 작금의 광장 민주주의가 파시즘의 표현이라고 주장했다.

 

이 말은 맞는 말인가? 필자는 아니라고 본다. 이 글에서 필자는 광장 민주주의의 활성화가 한국 정치와 민주주의의 위기인지, 광장 민주주의는 나쁘고 위험한 것인지, 지식인의 광장 민주주의 비판은 근거가 있는 것인지, 그리고 정의, 공정, 윤리, 성찰, 내적 비판은 진보만의 가치인지를 순차적으로 살펴보고, 결론에서 지금의 난국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은 무엇인지 짚어본다.

 

1. 광장 민주주의의 활성화가 한국 정치와 민주주의의 위기인가?

 

지금 상황은 정치의 위기이자 민주주의의 위기가 맞다. 그런데 지금 상황이 위기인 것은 광장 민주주의가 서초동과 광화문에서 세대결을 하면서 직접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정당정치와 의회정치가 실종되면서 대의 정치가 파산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군가 광장에서 진보와 보수의 세대결이 가열되면서 한국 정치와 민주주의가 위기에 봉착했다고 주장한다면 그건 틀린 주장이다. 지금의 위기는 광장 민주주의 때문이 아니고 광장을 메운 시민들이 야기한 것도 아니다. 지금의 위기는 근본적으로 대의 민주주의와 선출된 정치인들의 잘못이 야기한 것이다. 선출된 정치인들은 정치의 실종과 민주주의의 위기에 대해 참회하고 책임져야 한다.

 

2. 그러면 지금의 광장 민주주의는 나쁘고 위험한 것인가?

 

시민들이 자신들의 의견을 표출하는 광장 민주주의는 시민주권의 표현이다. 나쁜 것이 아니다. 지금 광장 민주주의가 활성화된 것은 정치인들이 정치를 실종시키고 대의를 못하니 주권자 시민들이 광장에서 시민주권을 직접행사하며 정치에 뛰어든 것이다.

 

다만 지금의 광장 민주주의는 위험한 측면이 존재한다. 광장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계몽된 시민, 즉 '좋은 시민성'을 지닌 시민들이 광장을 메워야 한다. 돈 받고, 동원되고, 정종(政宗) 분리를 못하고, 욕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시민은 광장 민주주의를 누릴 자격이 없다.

 

진보와 보수가 서초동과 광화문 광장에서 시민주권을 행사하는 것은 나쁜 것도 아니고 위험한 것도 아니다. 그리고 어차피 서초동과 광화문에서 진보와 보수 진영이 광장 민주주의를 한동안 펼치게 된 상황이라면 서로 '좋은 시민주권'과 '좋은 시민성'을 표출하며 성숙한 광장 민주주의를 보여주면 좋겠다. 광장 민주주의와 시민주권 민주주의를 축제의 장으로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성숙한 우리 시민들은 그럴 능력과 자질이 있다고 본다.

 

3. 지식인과 선출된 정치인은 광장의 시민보다 우월한가?

 

윤평중 교수는 광장 민주주의가 보수와 진보의 세 대결로 변질되었기 때문에 이제 광장에 대한 열정을 절제하고 대의 민주주의를 중심으로 정치를 복원하자고 주장하고 있으며, 이진우 교수는 작금의 광장이 보수와 진보 간의 힘의 전시 공간이 되면서 파시스트 중우정치가 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주장은 맞는 말인가? 필자는 아니라고 본다.

 

필자는 이들이 왜곡된 엘리트주의에 빠진 지식인이라고 본다. 2016~17년 촛불은 광장의 시민들이 좋은 시민성을 지닌 시민이라는 점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지금 우리 시민들도 극단적인 사람들을 제외하고 다수가 성숙한 시민이다. 필자는 윤 교수와 이 교수에게 묻고 싶다. 2016-17년 광장의 시민들과 달리 지금의 광장 시민들을 신뢰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무엇을 근거로 서초동과 광화문 광장을 메운 시민 몇 백만 명을 그리 쉽게 불신할 수 있으며 이 교수는 어찌 광장 시민들을 파시스트 중우(衆愚)라고 모욕하고 있는가?

 

특히 윤 교수의 촛불집회를 바라보는 시각은 오해와 일관성의 부재에 다름 아니다.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는 이병박 정부가 한미 FTA를 위해 미국이 요구한 안전성에 문제가 있는 미국산 쇠고기 시장개방을 급작스럽고 일방적으로 수용하면서 야기되었고, 촛불집회가 활성화된 이유는 이명박 정부가 경찰버스로 차벽을 치면서 소위 말하는 명박산성을 광화문에 구축했기 때문이었다. 즉 2008년 촛불집회는 국민과 불통하고 한미 FTA를 국민의 건강보다 우선시하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정당한 저항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당시 윤 교수는 촛불집회가 광우병에 대한 과도한 공포감 때문에 야기된 것이라며 사실과 합리성에 근거하지 않은 촛불집회라고 폄하했다. 그러던 윤 교수는 2016~2017년 촛불집회는 국민이 주체이고 국가가 객체임을 선포한 경이로운 평화축제라고 규정했다. 그리고 이번 2019년 서초동 촛불에 대해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조국 수'호라는 점을 들어 비판적 의지를 드러내며 감성적 진성성은 있으나 객관적 사실성과 규범적 정당성이 없어 보편적 타당성은 결여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제는 급기야 광장과 광장이 충돌하고 지옥문이 열리려 하니 촛불을 자제하고 대의 민주주의를 복원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윤 교수의 2019년 서초동 촛불집회에 대한 평가는 객관적이고 옳은가? 그렇지 않다. 우선 서초동 촛불집회는 2016-17년 촛불집회처럼 평화롭고 축제 분위기에서 자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서초동 광장에는 조국 수호 시민만 있는 것이 아니라 검찰개혁 시민도 존재한다. 단순한 예로, 7천여 명의 교수와 연구자들은 조국수호가 아니라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서명을 벌였다. 이런 주장에 동조하는 수많은 서초동 광장 시민들이 윤 교수의 눈에는 그냥 유령으로 보인다는 말인가?

 

이렇듯 윤 교수의 촛불과 광장 민주주의에 대한 평가는 일관성이 부재하며 자의적이다. 시류와 대세에 편승하여 객관적이지 않고 자신이 보고자 하는 것만을 본 결과물이다. 필자는 윤 교수의 이러한 태도는 자신의 판단만이 옳고 맞다는 근거 없는 지적 우월주의의 표출이자 대중의 집단지성에 대한 무시와 불신과 폄하가 야기한 왜곡된 엘리트주의의 산물이라고 본다.

 

필자는 21세기 한국 민주주의는 대의 민주주의와 참여 민주주의, 엘리트 민주주의와 시민주권 민주주의가 서로 보완과 견제와 균형을 이루는 것이 좋다고 본다. 그리고 현재 상황의 핵심 문제는 광장 민주주의의 과잉이 아니라 대의 민주주의의 실종이라고 본다. 그래서 시급한 과제는 광장 민주주의를 비판하고 폄하하는 것이 아니라 광장 민주주의를 꽃피게 만들고 대의 민주주의를 복원하는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윤 교수와 이 교수의 주장은 근거 없고 균형감을 상실한 엘리트 중심주의에 다름 아니다. 윤 교수와 이 교수가 광장에 모인 수백만 시민들을 국론을 분열시키고 국가를 위기에 빠뜨리며 파시스트적 행태를 지닌 사람들이라고 쉽게 낙인을 찍을 자격은 도대체 어디서 생긴다는 말인가? 두 교수는 진정 플라톤이 청년기에 주장한 우월한 철인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작금의 시민들은 우민(愚民)이 아니다. 좋은 시민성을 상당 부분 지닌 성숙한 시민이다. 2017-18년 촛불은 이런 시민을 만든 것이다. 윤 교수와 이 교수는 더 이상 시민과 시민주권 민주주의를 모욕하지 말기 바란다.

 

4. 정의, 공정, 윤리, 성찰, 내적 비판은 진보만의 가치인가?

 

지금 보수 진영에는 비판적 보수, 성찰하는 보수가 없다. 반면, 진보 진영에는 진중권, 금태섭, 우석훈, 박용진 등이 존재한다. 진보 진영에서 이들을 배신자라고 비판하는 것은 그래서 좋은 태도는 아니다. 그런데 이렇듯 진보 진영에는 내부 비판세력과 성찰 세력이 있는데 반해 보수 진영에는 이런 세력이 없다. 이건 좋은 상태가 아니다. 정의, 공정, 윤리, 성찰, 내적 비판은 진보 진영만의 독점물이 아니다. 지금 보수는 극우보수와 수구 보수가 주류이고 합리적 보수, 대안 보수, 개혁 보수는 사라졌다. 바른미래당 소속 바른정당계는 개혁 보수를 상실한지 오래되었다. 한국당 내에서도 수구와 극우 보수 세력을 빼고 나머지 세력들은 모두 침묵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결국 보수 세력에게 좋은 일이 아니다. 보수도 정의, 공정, 윤리, 성찰, 내적 비판에 나서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된 자유민주주의 정당이다. 합리적 보수, 대안 보수, 개혁 보수가 살아야 보수정당 한국당이 살고, 보수 정당이 살아야 한국 정치가 산다. 대의 민주주의를 파산하게 만든 한국당 의원들은 반성하고, 동원과 폭력과 금품이 오간 광화문 광장 민주주의를 성찰하기 바란다.

 

5. 그럼 누구 책임이고 누가 먼저 양보해야 하는가?

 

한국당은 20여 차례의 국회 보이콧 그리고 여러 번의 장외 투쟁를 벌여왔다. 국회를 무력화하고 정치를 실종하게 한 장본인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정치가 실종되었고 서초동과 광화문에서 광장정치가 판을 치고 있으니 대통령과 여당이 국정운영의 책임을 갖고 먼저 양보하고 대책을 내놓으라는 사람들이 있다. 이게 말이 되는가? 원인과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해야 답안이 나온다. 원인과 결과의 선후관계를 모르면 그건 정답이 아니다. 정치의 실종은 한국당이 주도했는데 정치 실종과 정치 위기의 책임은 국정을 책임지는 대통령과 민주당이 먼저 지라고? 이건 적반하장이다. 대의 정치를 복원하고 여야가 공동 책임을 져야한다.

 

6. 시급히 대의 정치를 복원하고 서초동과 광화문에서 성숙한 시민주권이 표출되게 하라

 

한국당은 국회로 돌아오고, 여야는 정쟁이 아니라 국가와 국민을 위해 정치를 하라. 광장 민주주의가 위험하다느니 그만두라느니 하는 거짓되고 오만한 주장은 그만두라. 대의 민주주의를 복원하고 시민주권 민주주의와 광장 민주주의를 폄하하지 말라. 서초동과 광화문에서 성숙한 시민주권이 자유롭고 민주적으로 표출되게 하라. 그리고 광장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극소수의 시민들은 성찰하기 바란다. 알바와 막말과 폭력과 가짜뉴스로 자신의 주권을 헐값에 팔아먹는 사람들은 시민주권 민주주의의 주인이 아니다. 이게 필자의 주장이다.

 

 


참여사회연구소는 2011년 10월 13일부터 '시민정치시평'이란 제목으로 <프레시안> 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참여사회연구소는 1996년 "시민사회 현장이 우리의 연구실입니다"라는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참여연대 부설 연구소입니다. 지난 19년 동안 참여민주사회의 비전과 모델, 전략을 진지하게 모색해 온 참여사회연구소는 한국 사회의 현안과 쟁점을 다룬 칼럼을 통해 보다 많은 시민들과 만나고자 합니다. 참여사회연구소의 시민정치는 우리가 속한 공동체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책임지는 정치를 말합니다. 시민정치가 이루어지는 곳은 우리 삶의 결이 담긴 모든 곳이며, 공동체의 운명에 관한 진지한 숙의와 실천이 이루어지는 모든 곳입니다. '시민정치시평'은 그 모든 곳에서 울려 퍼지는 혹은 솟아 움트는 목소리를 담아 소통하고 공론을 하는 마당이 될 것입니다. 많은 독자들의 성원을 기대합니다. 같은 내용이 프레시안에도 게시됩니다. 목록 바로가기(http://www.pressian.com/news/review_list_all.html?rvw_no=1661" rel="nofollow">클릭)

 

* 본 내용은 참여연대나 참여사회연구소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토, 2019/10/12- 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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