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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밥이 되는 한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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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밥이 되는 한살림

admin | 수, 2019/11/27- 18:43

* 2019년 12월호(627호) 소식지 내용입니다

한살림의 정신은 ‘밥의 정신’

한살림은 밥을 함께 먹는 일에서 시작됐습니다. 농부들은 논일, 밭일을 하며 새참과 끼니를 함께 먹고 소비자들을 불러 들밥을 같이 했습니다. 조합원들이 농부들을 도시로 초대하여 손수 마련한 밥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무위당 장일순 선생이 원주를 찾은 손님들에게 “식사를 정성스럽게 대접하는 것이 바로 한살림”이라고 하신 것도 그 때문일 것입니다.

밥은 나누고 함께할 때 비로소 밥다워집니다. 밥을 함께 먹어야 단단한 관계가 됩니다. 자연의 도움으로 만들어진 밥을 함께 나누는 지극히 당연한 일, 한살림은 지금껏 그것을 실현해왔습니다.

녹색평론 발행인 김종철 선생은 한살림의 정신을 ‘밥의 정신’이라 정의한 바 있습니다. 근본적으로 만물이 저마다 누군가의 밥이 되어야 돌아가게 되는 것이 세상 이치인 만큼 모든 존재가 모든 존재에게 밥이 되어 순환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살림의 지난 33년은 ‘밥의 정신’을 실현해온 역사였습니다. ‘생산자는 소비자의 생명을, 소비자는 생산자의 생활을 책임’지며 서로의 밥이 되었고 친환경유기농업의 생산과 소비를 통해 자연의 밥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밥이 되었기에 한살림은 경쟁과 성장의 논리에서 급속히 쇠락해가던 농업과 농촌을 지키는 버팀목이 될 수 있었고, 불신과 독점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신뢰로 생명의 먹거리를 나누는 방주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나를 품고 세상을 품는 밥상

이제 한살림은 ‘밥의 정신’을 더 크게 펼치려고 합니다. 지금 세계는 한살림이 시작했던 때보다 생명위기가 더 심화되어 있습니다. 인간의 탐욕이 초래한 기후위기는 생명 전체의 파국을 예고하고 고령화 양극화라는 사회 구조 변화 속에서 무연사회를 향한 가속페달을 밟고 있습니다. 생명위기는 고스란히 ‘밥의 위기’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밥을 함께 먹으며 아이를 함께 기르던 가족과 공동체는 해체되고 있고, 서로에게 버팀목이 되어주며 안전망으로 작동하던 사회의 관계망도 더는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자연스럽게 밥을 함께 먹는 풍경이 사라지는 이때, 한살림은 다시 밥을 함께 먹는 일로부터 출발하려고 합니다. 땅과 자연을 살리는 친환경유기농산물로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차린 밥상에 먹거리와 관계의 빈곤에 허덕이는 이웃들을 초대하고자 합니다. 조합원들이 함께 커다란 동네밥상을 차려 이웃과 나누고, 공공급식이나 학교급식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 한살림 울타리에 있지 않은 아이들에게도 생명의 먹거리를 전달하며, 먹거리 공공성 확장에 힘쓸 예정입니다.

 

밥이 되어주는 관계

신학자이자 에코페미니스트인 현경 선생은 한살림 30주년 기념 대화마당에서 “우리가 이렇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은 누군가가 우리들에게 밥을 지어 먹이고 우리들의 ‘밥’이 되어주었기 때문”이라며 “병들고 망가진 몸과 마음을 다독이고, 먹이고, 치유하고 또다시 일어나게 하는 살림의 힘 때문에 우리는 지금도 멸종되지 않고 존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생명 절멸의 위기를 헤쳐나갈 길은 ‘기꺼이 다른 존재의 밥이 되고자 하는 살림의 힘’에 있을 것입니다 자연과 사람, 사람과 사람이 우정과 환대를 나누는 한살림 밥상을 걸게 차려 세상에 ‘살림’의 옹골찬 힘을 펼쳐볼까 하니 함께 동참해 주십시오.

 

윤형근 한살림연합 전무이사

먹거리 공공성을 실현한 사회적 밥상

최근에는 푸드플랜, 공공급식 등 행정 영역에서도 먹거리 공공성을 실천하기 위한 준비가 한창입니다. 사회 전반에서도 건강하고 안전하며 지속가능한 먹거리에 대한 이야기가 활발해진 것입니다.푸드플랜, 공공급식 등의 목표는 지난 시간 한살림이 이야기해 온 ‘밥 운동’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한살림도 ‘한살림’이라는 울타리를 넘어 ‘한살림다운 먹거리 체계’를 전 국민이 누릴 수 있는 날을 꿈꿉니다.생산자와 조합원으로 이어져오던 관계맺음을 더 확장해 지역 내 다양한 이웃들과 만나 건강한 먹거리를 공급하고 먹거리 돌봄을 실천하는 등 활발한 지역살림 운동으로 다시 한 번 ‘세상의 밥’이 되고자 합니다.

 

한살림이 함께하는 서울시 도농상생 공공급식사업

한살림은 자치구별로 진행되는 서울시의 공공급식 사업에 함께하며 강동구 공공급식센터, 동북4구(성북·강북·도봉·노원구) 공공급식센터를 직접 운영하거나 일부로서 참여하고 있습니다. 건강한 먹거리 직거래 운동을 펼쳐온 한살림의 경험은 서울시 공공급식센터의 안정적인 시작에 큰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한살림은 물품의 안전성과 가치를 담은 공공급식 식자재 취급 기준을 제시하였고, 해당 자치구의 어린이집, 지역아동센터에서는 한살림물품을 비롯해 믿을 수 있는 친환경 식재료로 만든 급식을 먹고 있습니다. 한살림의 도농교류 경험을 살려, 도시 소비자들이 직접 생산지를 방문해 물품의 생산 과정을 살피고 관계를 맺습니다. 한살림서울식생활교육센터는 서울시 8개의 자치구의 식생활교육을 위탁받아 학부모, 유아, 조리사 등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교육도 실시하고 있습니다.

(사진)
1·2. 공공급식을 이용하는 어린이집의 식사 시간
수유1동어린이집/중계1동어린이집

3. 가족이 함께한 도농교류 현장
원주 쌀 생산자를 만난 ‘누(런)벼(를)라(라라)’

4. 한살림서울 식생활교육센터와 함께하는 유아 식생활교육 현장

 


우리 함께 먹는 밥

 

한살림은 각 지역 한살림과 한살림재단이 주축이 되어 밥나눔 봉사, 어린이식당, 생명밥차 등 다양한 모습으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나와 우리 가족의 밥상을 넘어 우리 지역의 큰 밥상 큰 살림을 하는 한살림 조합원들의 모습입니다.

 

[한살림 밥나눔 활동]

 

지역사회 곳곳에서 밥을 나눠요

 

한살림은 위기청소년, 한부모가정, 독거노인, 장애인, 홈리스 등 나눔이 필요한 이웃들을 대상으로 친환경 먹거리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밥을 나누며 이웃의 삶을 응원하고 지역공동체가 활성화되어 세상에 혼자가 아니라는 희망을 느낄 수 있도록 ‘밥’을 통해 따뜻한 온기를 전합니다.

 

한살림제주
한살림물품으로 반찬을 만들어 돌봄이 필요한 주민들에게 전달하는 ‘반찬나눔활동’

정부 지원사업이 있긴 하지만,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취약한 환경에 처해 있음에도 서류상 조건이 안되어 지원을 받지 못하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그런 사각지대에 있는 분들에게 동사무소를 통해서 매달 반찬을 보내고 있어요. 한살림물품으로 기본 세 가지 반찬을 만드는데, 이번 달엔 장조림과 도라지무침, 무생채를 만들었어요. 반찬도 가능한 재사용병에 담아서 보내고요. 올해 9월부터 한살림제주와 한살림재단에서 재료비를 지원받아 활동을 시작했는데 많은 조합원이 참여해주셔서 감사해요. 앞으로도 밥나눔활동을 더욱 확대해서 사회 각지의 이웃들이 건강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힘쓸 계획이에요.

 

 

한살림춘천
경로당 어르신들에게 한살림물품으로 밥상을 차려 대접한 ‘건강나눔밥상’

지역에 나눔을 실천하자는 취지로 매장 근처의 경로당 어르신들에게 한살림 밥상을 대접했어요. ‘행복나눔동아리팀’과 ‘돌멩이스프소모임’의 조합원들이 모여 어르신들의 취향과 건강을 고려한 메뉴 선정부터 물품 주문까지 직접 진행했죠. 온의동 ‘은행나무경로당’은 10월 25일 한살림활동실에서 18명의 어르신을 모시고 점심을 먹었고요. 후평3동 ‘은하수경로당’은 11월 5일 경로당에서 진행했는데 동네에 소문이 나 50여 명의 어르신들이 오셨어요. 동네잔치처럼 분위기가 후끈했답니다. 음식을 드시며 기뻐하시는 어르신들의 모습이 너무 감동적이었어요. 도움을 준 지역 복지센터에서도 다음에 또 해주면 안 되냐고 요청하시기도 했고요. 올해는 한살림재단의 지원을 받기도 했는데, 내년엔 생일기부금(조합원 및 가족 생일에 한살림춘천기부통장에 만 원 기부)을 모아서 나눔밥상을 계속할 계획이에요. 조합원 스스로 나눔을 실천하며 한살림 생명운동을 펼친 뜻깊은 시간이었어요

 

[어린이식당]

 

동네 아이들과 주민 누구나 둘러앉은 밥상을 누려요

한살림에는 함께 요리하고 밥을 먹는 활동이 많습니다. 일본 생협과 언론을 통해 실체가 있는 공간이 아닌 어느 장소에서든 지역 주민들과 아이들이 밥을 나누는 어린이식당 사례를 접했습니다. 한살림도 올 한해 곳곳에서 어린이식당 활동을 전개했습니다. 각자의 집에서 각자 해결하는 식사가 아니라 동네에서 함께 밥을 나누며 관계도 나누는 밥상. 한살림은 앞으로도 함께 먹는 밥상을 곳곳에 차릴 계획입니다.

 

 

한살림경기서남부 어린이식당
함(께 먹는) 밥(상)

대상 : 지역 어린이
장소 : 향남매장 모임방
활동 : 점심 식사

이번 여름방학 때 시범적으로 운영하게 된 어린이식당은 한살림조합원 자녀뿐만 아니라 비조합원 자녀도 신청을 받았어요. 함께 밥 먹는 것을 계기로 한살림을 알리고, 한살림운동에 참여할 수 있게 될 테니까요. 누구에게나 ‘밥’은 중요하잖아요. 한살림재단에서 지원해 준 비용으로 식당 운영에 필요한 집기를 구입했고, 화성 친환경농업인연합회는 식재료를 후원해 주는 것으로 동참해 주셨어요. 나중엔 지역사회와 연계해서 더 넓은 공간을 대여하고, 많은 활동도 함께하면 좋겠어요. 다양한 사람들이 한살림을 만날 접점을 늘려가는 거죠.

 

 

 

한살림성남용인 어린이식당
징검다리

대상 : 지역 어린이
장소 : 기흥 활동방
활동 : 점심 식사

부모님이 직장을 다니는 아이들은 방학 때 혼자 밥을 먹어야 하는데, 그런 아이들을 동네에서 껴안아보자고 시작한 일이에요. 하다 보니 모든 활동은 결국 ‘관계’로 이어지더라고요. 이 활동을 함께하는 사람부터, 여기에서 만나는 동네의 아이들까지. 처음에는 어색하고 낯설어하던 아이들도 친해지니 머물다 가고, 인사를 건네요. 여기에 모인 우리 조합원들도 다들 활동 영역이 다른데도 이 밥을 매개로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가요. 작지만 이런 활동이 전국적으로 활성화되면, 밥을 매개로 관계를 만들어가려는 한살림운동에 활력이 생기지 않을까요?

 

[한살림재단 생명밥차]

 

2019년 생명밥차가 찾아가고 만난
17개 현장
2,245명

 

전국 방방곡곡 살림의 현장에 밥을 나눠요

한살림재단에서 운영하는 ‘생명밥차’는 2015년부터 공익적 가치를 지향하는 모임 또는 단체의 다양한 시민사회 활동 및 현장을 방문해 생명의 밥을 나누고 있습니다. 환경, 인권 등 공익 행사에서 밥 한 끼로 서로를 잇고 집회 현장에서 밥심으로 기운을 북돋우며 세상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분들과 함께합니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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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부터 전세계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걱정이 큽니다.

조합원들께서도 개인 위생과 건강한 생활 및 식습관을 잘 유지하시고

모두 건강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개인위생

  • 손씻기, 마스크쓰기, 재채기 예절 지키기

 

식습관

  • 균형잡힌 식사와 비타민과 무기질 등이 풍부한 음식

 

생활습관

  • 충분한 수면과 휴식,  규칙적인 운동, 긍정적인 마음

 

 

한살림 장보기에서 관련 물품 보기

 

 

 

 

 

금, 2020/01/31-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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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년 2월호(629호) 한살림 소식지 내용입니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거래함으로써 ‘친한 사이’가 되고, ‘과다한 유통마진을 줄여 적절한 가격으로 생산자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고자’ 시작한 한살림. 외부 유통업체를 거치지 않고 직거래하는 한살림은 정성껏 생산된 물품이 조합원들에게 전달되기까지 발주부터 보관, 집품, 배송 모든 과정을 140여 명의 물류 실무자와 2개의 협동조합으로 구성된 한살림 물류센터가 책임지고 있습니다. 조합원 출자로만 살림을 꾸리고 생산자와 물류 실무자의 지속가능하고 안정적인 생활까지 고려하며 일하기에, 시대의 빠른 흐름을 따라가기 위한 전면적인 시설투자나 변화는 어렵지만, 조합원들의 다양한 요구도 최대한 반영하기 위한 물류센터의 고민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세상의 속도에 휩쓸리지 않고 한살림의 가치에 공감하며 기다려주는 조합원이 있기에 한살림 물류센터는 오늘도 부지런히 달려갑니다.

 

 


 

한살림 물류를 특별하게 만드는 따뜻한 사-이

 

생산자에서 소비자까지 한살림물품이 오는 길에는 수많은 사람과 특별한 관계들이 있습니다. 물품을 입고하고 검수하는 관계지만 매일 얼굴 보며 한해 농사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가족 같은 사이이고, 물품을 배송하고 받는 관계에 그치지 않고 서로 먹을거리를 챙기며 매일 새벽 빈 매장에 물품을 채워주는 친구 같은 사이입니다. 또한 소분 등 일부 물류 업무와 운송을 담당하는 별도의 협동조합은 한살림 물류를 함께 이끌어가는 동반자 같은 사이이기도 합니다. 한살림 가족이 맺어온 따뜻한 ‘사이’가 한살림 물류를 더욱 특별하게 만듭니다.

 


구운유정란을 공급하는 눈비산마을 생산자에게 인수증을 건네는 물류센터 입고 담당 실무자

 

물품을 입고하며 직접 얼굴을 마주하니

서로에게 더욱 신뢰가 갑니다

 

한살림 물류센터에는 매일 전국 생산자가 보낸 1천여 가지의 물품이 모입니다. 생산지가 전국 각지에 위치하다 보니 주로 위탁 입고를 하고 있지만, 비교적 가까운 지역에서는 생산자가 물품을 직접 싣고 와 입고하기도 합니다. 이 경우 생산자는 소분이나 재고 현황을 직접 확인하고 입고 담당 실무자는 물품을 생산하는 이와 바로 소통할 수 있어 자연스럽게 신뢰가 쌓입니다.
물론 조합원에게 공급하는 물품이니만큼 엄격하게 검수하는데, 불가피하게 반품 처리해야 할 때는 내 일처럼 마음이 아픕니다. 지난해에는 산지에서 올라오던 중 물러진 딸기 1kg 300박스를 모두 반품해야 하는 상황에서 생산자의 피해를 염려한 물류센터 실무자들이 내 일처럼 나서며 자체적으로 소비하기도 했습니다. 함께 한살림하는 사이기에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고 함께 이겨내고자 한 것입니다. 생산자는 그 마음을 알기에 더욱 열심히 농사짓고, 실무자는 그 덕분에 믿을 수 있는 물품을 소비자에게 보낼 수 있어 든든합니다.

 


신선품이 상하지 않도록 물품을 선장고에 직접 넣어두는 배송기사

 

빈 매장을 채우는 배송기사들의 수고가

매일 한살림의 새벽을 달굽니다

 

모두가 잠든 캄캄한 새벽 누군가 한살림매장 문을 엽니다. 전날 저녁 차량 가득 물품을 싣고 한살림 물류센터를 떠나 밤새 달려온 배송기사입니다. 일반 배송기사의 일은 차량에 실린 물품을 운송하는 것으로 끝나지만, 한살림 배송기사는 매장 문을 직접 열고 들어갑니다. 매장 내 온도를 적절하게 조절한 뒤 상온, 냉장, 냉동 등 진열대 위치에 맞게 공급상자를 옮겨두고, 콩나물, 우유, 김치류 등 신선품은 매장 선장고에 넣어두는 일도 배송기사의 몫입니다. 새벽에 소음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심하고, 손수레로 옮길 수 있을 만큼만 적재하는 등 주변 주민들과 매장 활동가를 위한 배려도 잊지 않습니다. 배송기사의 수고로움을 잘 알기에 매장 활동가들은 음료수, 빵 등 간식이나 명절선물을 건네는 등 살뜰하게 챙깁니다.

 


대량으로 입고된 배를 소분하고 있는 한살림물류지원협동조합원들

 


매장과 공급센터로 출발하기 전 서로를 격려하는 한살림운송협동조합원들

 

한살림물류지원협동조합과 운송협동조합

한살림 물류의 주체입니다

 

불공정한 갑을관계로 인한 사회적 문제가 산적한 요즘, 한살림 물류에는 스스로 협동조합을 설립해 보다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특별한 조직이 있습니다. 냉동품·신선품·별적 집품과 소포장 작업을 담당하던 이들은 2013년 12월 ‘한살림물류지원협동조합’을, 집품된 물품을 공급센터·매장 등으로 배송하던 이들은 2015년 8월 ‘한살림운송협동조합’을 각각 설립했습니다. 한살림이 협동조합의 형태를 띄고 있으니 그 안에 소속된 사람들이 협동조합을 설립하는 것도 자연스럽고 환영받을 일이었습니다.  생산자는 소비자의 생명을, 소비자는 생산자의 생활을 책임지는 것처럼, 한살림은 두 협동조합에 안정적인 일거리를 제공하고, 두 협동조합은 한살림 물류가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돕습니다. 흔히 말하는 갑을관계가 아니라 한살림 가치에 공감하고 오랫동안 함께 일해온 이들이기에 한 식구나 다름없습니다.

 


 

한살림 물류센터에만 있어요!

 

한살림 물류센터에는 탈핵의 대안으로 햇빛발전소가 설치됐고, 조합원이 되돌려준 재사용병의 세척시설과 종이상자 재활용을 위한 폐지압축시설이 있습니다.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먹을거리를 책임지는 구내식당은 대부분 한살림 식자재로 운영합니다. 한살림 물류센터는 지구를 생각하고 생명을 살리는 한살림의 지향이 반영된 환경살림 공간입니다.

 

지붕 위의 햇빛농사 햇빛발전소

한살림은 한살림햇빛발전협동조합을 통해 생산지나 물류센터 등 건물의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아이들에게 핵 없는 세상을 물려주기 위한 에너지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2014년 3월 안성물류센터 지붕에 설치된 햇빛발전소는 438.9kW 설비용량으로 한살림 햇빛발전소 중 가장 큰 규모의 태양광 발전시설입니다.

 

 

자원순환에 앞장서는 재사용병세척시설

한살림은 1990년부터 병재사용운동을 꾸준히 펼쳐왔습니다. 조합원들이 매장과 공급실무자를 통해 되돌려준 재사용병을 물류센터에 모아 친환경 세제로 깨끗이 세척하고 가공 생산지에 보내 재사용합니다. 하루 약 1천 6백 병을 세척하는데, 이는 41톤의 온실가스를 줄여 소나무 8천 2백 그루를 심은 효과가 있습니다.

 

 

나무와 숲을 지켜요 폐지압축시설

한살림은 물류센터를 운영하면서 최대한 환경에 해를 끼치지 않도록 노력합니다. 물류 작업 중 파생되는 종이상자를 모아 압축할 수 있는 폐지압축시설을 갖추고, 압축한 폐지는 외부의 폐지수거 업체에 전달해 새로운 자원으로 순환됩니다.

 

 

한살림물품으로 조리하는 구내식당

안성물류센터에서 일하는 약 360명의 식사를 책임지는 구내식당은 양념류 등 일부 식자재를 제외하고는 90% 이상 한살림물품으로 운영합니다. 건강하고 맛있는 한 끼로 구성원들의 사기를 북돋고 한살림물품을 적극 이용하니 생산자에게도 좋은 일입니다.

 


 

[살림의 창]

 

생산자에서 소비자까지
물류는 오늘도 달립니다

 

설 명절을 앞둔 지금은 생산지부터 매장까지 한살림의 전 영역이 바쁜 시기다. 그중에서도 물류센터는 평상시 물량의 1.5~2배를 처리하느라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물류 현장에서 거친 숨과 땀방울을 쏟는 실무자들을 보면 저성장 시대라는 것이 쉬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쌀가게 귀퉁이에서 1만 평 물류센터로

 

한살림 물류의 역사는 곧 한살림의 역사다. 30여 년 전 문을 연 쌀가게 한 켠의 작은 공간에서 한살림 물류는 시작됐다. 이후 조합원 수와 공급량이 많지 않고 경제적 여건도 여의치 않았던 1990년대까지 한살림 물류는 서울의 대치동, 일원동, 양재동 인근의 작은 창고와 비닐하우스를 전전하며 명맥을 이어갔다. 내가 입사한 해인 1996년, 한살림에는 비로소 창고가 아닌 ‘센터’라는 이름에 걸맞은 물류센터가 건립되었다. 생산자와 소비자, 실무자가 출자해 경기도 광주 오포읍 문형리 약 500평의 공간에 마련한 물류센터가 그 주인공이다. 거의 모든 생산자가 자기 물품을 직접 입고하던 시절이었기에 접근성이 좋았던 서울 남쪽 지역에 사무실과 물류센터가 자리 잡았으리라 짐작된다.

외환위기로 주춤했던 경제가 2000년대 들어 활기를 되찾고 먹을거리 안전 관련 사고가 터지며 ‘신토불이’, ‘웰빙’이라는 단어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이 시기 한살림을 비롯한 생협들도 빠르게 성장했다. 늘어난 조합원 수만큼 공급량 또한 증가하며 물류센터도 더 큰 공간을 필요로 하게 됐다. 이 시기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을 중심으로 하던 물류에 지역한살림 몇 곳이 추가되며 업무도 집중됐다. 늘어난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한살림은 2006년 오포읍 추자리에 이전보다 규모가 6배 정도 늘어난 두 번째 물류센터를 건축하게 됐다. 이전의 물류센터에서는 직접 공급장을 보고 물품을 집품했다면, 새로운 곳에서는 디지털 집품 시스템이 적용되는 등 업무 방식도 더욱 발전했다.

한살림은 이후에도 1년에 20% 이상의 성장세를 이어갔다. 처음에는 무척 넓어서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던 물류센터도 금세 다시 포화상태가 되었고, 결국 2014년 지금의 안성물류센터로 이전하게 됐다. 전국 한살림이 이용하는 하루에 10억 원이 넘는 물량을 처리하게 된 안성물류센터는 약 1만 평 정도의 공간에 디지털 집품·분배시스템은 물론 자동컨베이어, 물품 온도관리를 위한 설비, 유정란 소분시설 등 진화된 물류 설비와 재사용병세척시설, 햇빛발전소 등 환경을 위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시대에 맞춰 변화하는 한살림 물류

 

한살림 물류는 매 순간 변하고 있다. 먼저 2019년 중반부터 중장기를 대비한 공간 확장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층고가 높은 지상 2층에 두 개의 층을 증축하는 공사와 실온으로 사용하던 지상 1층을 냉장으로 바꾸는 공사다. 공간을 재배치해 한살림물품을 안전하게 보관·집품하고, 새로운 공간 일부에 설비를 도입해 우선 몇 가지 품목을 시작으로 과일과 채소를 공동으로 선별하고 포장하는 업무를 시작할 예정이다.

주문공급 배송일을 앞당기는 노력도 하고 있다. 간편하고 빠른 현대인의 소비패턴에 맞게 유통업계도 새벽배송 등 다양한 시도를 하는 이때, 한살림도 주문 마감일을 3일 전에서 2일 전으로 바꾸고 있다. 조합원이 체감하기에는 큰 변화가 아닐 수 있으나 이를 위해 물류 실무자들은 근무요일을 바꾸는 등 근무방식의 적잖은 변화가 필요하다. 2020년을 맞은 한살림 물류의 도전이며 이를 안착하는 것을 올해 주요 과제로 삼고 있다.

한살림 물류센터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사회 변화에 맞는 장기적인 변화를 고민 중이다. 인구감소와 노령화, 1~2인 가구 증가, 소비패턴의 변화 등에 맞춰 포장 단위, 시설, 장비 등 전체적인 물류의 변화를 강제할 것이다. 이에 자동화된 집품시스템, 스마트 운송시스템, 집적된 물류제어시스템을 도입하여 달라진 시대에도 안정적으로 조합원 공급을 할 수 있는 종합적인 중장기 물류체계를 준비해야 한다.

서두에 이야기한 것처럼 명절을 앞둔 물류센터는 아주 바쁘고 힘들다. 그럼에도 해가 지날수록 공급량이 줄어들어 아쉬운 마음도 크다. 몸은 고단하지만 마음은 뿌듯한 명절이 다시 오기를 바란다. 명절 뿐만 아니라 매일이 충실하게 채워졌으면 더 좋겠다. 흔히 물류를 사람 몸의 심장으로 비유한다. 물류는 오늘도 달린다. 우리가 멈추면 한살림도 멈추기 때문에.

 

이상록 한살림사업연합 물류본부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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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방문단 한살림 견학

 

한살림의 도농직거래 모델 견학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만드는 협동조합 배워

살림의 가치를 바탕에 둔 사업과 운동

‘태국살림’을 향한 영감

 

▲한살림 우리씨앗농장

 

한살림의 도농직거래 모델을 배우기 위해 지난 5월 9일부터 4일간 태국방문단이 한살림을 견학했습니다. 총 4개 단체, 18인으로 구성된 방문단은 재작년 서거한 태국 푸미폰 국왕의 ‘자급경제 철학’을 기본으로 태국 현지에서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만드는 유기농산물 직거래사업을 만드는 데에 시사점과 적용가능한 지점을 찾고자 방문한 것으로, 한살림 생산지(한살림괴산생산자연합회, 한축회 TMR사료공장, 우리씨앗농장, 눈비산마을, 한살림아산생산자연합회, 푸른들영농조합)뿐 아니라 안성물류센터, 배송센터(한살림서울생협 북부센터), 생협조직(한살림서울생협 북부지부)까지 한살림의 전반적인 물류흐름을 살피고 이를 지탱하는 협동조합 관계 속의 다양한 운영방식을 살폈습니다.

 

▲괴산, 트럭으로 잠깐 이동하는 태국방문단

▲한살림축산의 본거지 괴산의 개방형 축사. 볏짚을 섞은 친환경 사료(TMR)을 먹이고 경축 순환을 추구한다.
▲한살림 축산생산자, 한축회 실무자와 함께

▲한살림 우리씨앗농장
▲한살림 우리씨앗농장 안상희 대표에게 태국 토종쌀을 전달하는 태국 방문단
▲태국 스님들과 눈비산마을의 조희부 님
▲눈비산마을
▲한살림 괴산생산자연합회
▲한살림서울생협 북부센터

▲생산과 소비를 연결하는 매개인 한살림 물품을 나르는 공급차량 앞에서

▲한살림서울생협 북부지부
▲한살림 미아매장

 

밥상살림·농업살림·생명살림 가치 하에 ‘생산과 소비는 하나’라는 생각으로 국내 친환경유기농업 확대에 힘써 온 한살림은, 생산과 소비를 각각 조직하고 연결하여 기존의 시장질서와는 다른 경제질서를 내부로부터 만들어내고 이를 지속할 수 있도록 구성원들의 참여와 개입을 다양한 방식으로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태국방문단에게 ‘태국살림’이라는 영감을 주었습니다.

태국방문단은 견학 일정동안 한살림 운동의 다양한 특징- 생태순환, 친환경유기농, 자급경제, 지속가능성, 참여, 협동조합 등에 대해 이야기하며 태국에서도 한살림과 같은 운동이 시작될 수 있도록 이후 상호교류의 지속을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한살림연합 곽금순 상임대표와 태국방문단

 

▲한살림연합 사무실 앞에서

 

‘모든 생명을 살리고자 하는 한살림 운동’이 국경을 넘어 지구 곳곳에 뿌리내려 싹틔우길 바라봅니다.

수, 2018/05/16-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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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설탕 생산공동체 기금 협약식

 

지난 5월 11일, 한살림은 필리핀 사탕수수 생산공동체 2곳 및 필리핀 알터트레이드재단과 함께 <필리핀 설탕 공동체 기금 협약식>을 가졌습니다.

한살림은 2016년 처음 마스코바도(필리핀 네그로스산 비정제당)를 시범 공급한 이래, 취급생협 수가 2016년 14개에서 2017년 17개, 올해는 18개로 확대되었습니다.

마스코바도는 단순한 설탕이 아닌 ‘민중교역’을 대표하는 상징적 물품입니다. 1980년대 중반, 필리핀 네그로스 지역주민들을 돕고자 시작된 원조활동이 사탕수수 생산공동체의 자립을 지원하는 활동으로 발전하면서 필리핀 네그로스 지역주민들은 더 이상 원조의 대상이 아닌 자립의 주체가 되었습니다. 한살림 역시 필리핀 네그로스 사탕수수 생산자의 자립과 역량강화를 돕고 국경을 넘은 도농교류활동으로 연대의 깊이를 더하고자 올해부터는 마스코바도 물품에 적립한 기금으로 필리핀 설탕 생산공동체를 돕는 기금프로젝트를 운영하기로 하였습니다.

 

 

이에 필리핀 알터트레이드재단 대표 아리엘 기데스와 기금 프로젝트를 진행할 생산공동체 2곳인 아마노AMANO의 알세니오 비야민토 의장, 유니프왁UNIFWAC의 멜키아데스 도밍고 부의장이 협약을 체결하였습니다. 협약기금은 마스코바도 1kg당 100원씩 적립하여 조성되며 다음의 목적 1) 필리핀 설탕 생산공동체의 지속가능한 농업과 생산공동체의 발전을 위해 자연농업 및 유기농업을 통한 생태순환농업을 추진한다; 2) SAVE지속가능농생태마을을 필리핀 설탕 생산공동체의 생산공동체의 발전모델이자 기본 틀로 채택한다; 3) 민중교역을 통해 생명의 가치를 실현하는 생산자의 삶을 돕는다는 점을 한살림 조합원들이 실감하도록 한다; 에 부합하는 작물다양화 및 양돈, 양계 사업을 2년간 진행할 예정입니다.

 

한살림 물품은 한살림 생산자와 조합원이 함께 만드는 연대 관계의 결실이자, 한살림 운동의 표현입니다. 이 기금 프로젝트를 통해 한살림과 필리핀 설탕 생산공동체가 2016년부터 형성한 생산-소비관계가 생태순환, 식량자급, 협동의 가치를 나누는 신뢰와 연대의 관계로 보다 단단해지길 기대합니다.

필리핀 설탕 생산공동체 기금 협약 발표자료

 

필리핀 설탕 생산공동체 기금 프로젝트 경과는 앞으로 조합원들과 정기적으로 나눌 예정입니다.

수, 2018/05/16-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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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살림 짓는 사람들

거제 한울타리공동체 장성택·유대순 생산자

 

장성택·유대순 생산자는 경남 거제시 남부면 앞바다에서 채취한 자연산돌미역을 공급합니다.
돌미역은 3월 중순부터 6월 중순까지만 채취할 수 있는 귀한 자연의 선물입니다.


 

거제도의 최남단, 남부면 여차해변. 매물도가 보이는 탁 트인 남해바다의 절경은 오지처럼 구불구불한 길 뒤에 숨겨 놓은 또 다른 세상 같았다.

“지금은 마이 발전했지요. 전에는 2시간 걸어가야 버스를 탈 수 있어서 하루에 6시간을 통학했어.
아부지가 가라 하니 가지, 고마 바다에서 수영하고 노는 게 더 좋았지. 여기는 논도 없고, 거의 보리밥 먹고 컸어요. 우리가 미역 갖고 요마이 큰기라 보면 돼요.”

학교보다 바다가 좋았던 유년의 경험은 장성택 생산자를 다시 바다로 이끌었다.
잠깐 도시로 나갔지만 얼마 되지 않아 고향에 돌아와 부모님이 하시던 돌미역 생산을 함께 한 지 벌써 15년이 넘었다.

 

바다에 들어가는 일
돌미역은 해변에서 배로 10분 거리에 있는 돌섬들을 돌며 딴다.
산소통을 매고 바닷속으로 사라진 지 얼마나 지났을까. 들어간 데서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그가 얼굴을 내밀었다.

7년째 손발을 맞춰 일하고 있는 동네 형님이 배에서 대기하다 크레인으로 그가 가져 온 미역 망태기를 건져 올렸다. 수확물을 건넨 그는 이내 바닷속으로 사라졌다.
돌미역 수확철이면 그는 매일 아침 이렇게 바다에 들어가 수심 4m의 바위에 붙어 있는 돌미역을 낫으로 잘라 담는다.

허리춤에 찬 망태기에 미역을 가득 채우면 그 무게가 60kg에 달한다.
산소통 무게까지 감안하면 수영과 잠수에 능한 장성택 생산자도 나이가 들수록 힘에 부치다.
파도가 심할 때는 물속에서 몸이 자꾸 떠내려간다. 그래서 배 위에서 뱃머리를 조작하는 사람과 호흡도 중요하다.

“아부지랑 일할 때는 예부터 쓰던 나무배를 가지고 노 저어 나갔어요. 지금은 크레인도 있고 하는데 그때는 억수로 힘들게 했제. 아부지랑 싸우기도 많이 싸웠어. 바다 가면 전쟁이라 전쟁.”
아버지는 돌아가셨지만, 20년 전부터 아버지가 한살림에 냈던 돌미역과 그것을 품은 바다는 여전히 그의 삶터다.

수온이 높아지면 미역은 퍼져서 사라진다.
돌미역을 딸 수 있는 시간은 3월 중순부터 6월 중순까지 고작 3개월 뿐. 그가 부지런히 바닷속을 오르내리는 까닭이다.

기후변화로 갈수록 적어지는 돌미역의 양도 문제지만 일이 워낙 고되다 보니 선뜻 바다에 들어가려는 사람도 없다. 여차마을에서도 5가구만이 돌미역을 생산한다.
“자식한테 물려주는 건 나가 생각이 없지. 우리 같은 사람은 잠수병이 있어요.
사실 쉰일곱까지 했으면 그만 해야 맞지. 내 나이를 보면 몇 년 안 남았어요. 결국 한살림에 돌미역을 못 내는 날이 올기라. 그게 아마 몇 년 안 걸릴지도 몰라요.”

 

 

깊은 바다의 생명력을 담아
대기업에서 대량 생산하는 미역은 이런 위험을 감내하지 않는다. 얕은 바다에서 양식으로 키운 뒤 이물질을 떼기 위해 끓는 물에 삶아 염장한다.
센 조류 덕분에 양식은 어렵지만 대신 깨끗하고 탱탱한 식감을 자랑하는 거제 앞바다의 자연산 미역과는 외형부터 다르다.

“우리가 봤을 때는 미역이라기 보단 파래 같아요. 얇고 종잇장 같은 것이 씹으면 오돌오돌한 맛도 없고. 어차피 먹는 거 한살림처럼 자연 그대로 먹는 게 좋지요. 솔직히 끓는 물에 넣어 영양이 파괴되는지 어쩐지 검사는 안 해봤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포자에서 나고 100일쯤 된 생명을 끓는 물에 넣어버리는 게 맞지 않는 것 같아.”

시중 미역과 한살림 돌미역의 다른 점은 또 있다.
바로 자연의 햇볕과 해풍으로 건조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미역을 채취할 때는 항상 그 날 날씨를 고려한다.
“조합원들이 왜 이렇게 미역이 누런지 문의하는데, 태양건조의 특징이라고 설명하면 다 이해를 하지. 햇빛조차 안 보고 기계로만 건조된 거랑은 확실히 달라요.”
짧은 미역철이 끝나면 부부는 조합원을 만나는 행사에도 적극 참여한다.

 

“ 새벽에 버스 타고 일산 가서 매장 판매를 해봤는데 우에 난 놀랬어요.
한살림 한 번 빠져들었다 하면 우찌 알고 개미만치 줄지어 오시는지 신기해.
문 열기도 전에 줄 서 있는 조합원 보면 우리가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어.”

 
아버지 때부터 지금까지 늘 고마운 한살림이기에, 그는 작은 것 한 개라도 한살림 것을 쓰기 위해 나가는 길엔 꼭 40분 거리의 거제매장에 들러 장을 봐 온다.

소고기를 넣지 않고 돌미역만으로 국을 끓여도 뽀얀 국물이 우러나고 감칠맛이 돈다.
이 한 줌의 미역을 따기 위해 바닷속을 마다 않고 들어갔던 장성택 생산자의 얼굴이 떠올라 내가 먹은 것이 맑고 푸른 거제 바다였음을 깨닫는다.
미역의 깊은 맛은 그 미역이 자란 수심에 비례하는 것 아닐까.
어쩌면 언젠가 못 만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애틋함이 배가 된다.

 

윤연진 사진 김현준 편집부

 


 

자연산돌미역 생산과정

 

 

1. 바위를 깨끗하게, 갯닦기


 
장성택 생산자는 바다에 들어가 미역을 따는 것은 오히려 재밌다 말한다.
갯닦기의 시간이 워낙 고되기 때문이다.
갯닦기란 긴 장대 같은 것으로 바위에 붙어 있는 해조류를 제거하는 일이다.
추운 겨울 바다에 반쯤 몸을 담그고 바위를 닦는 일은 체력 소모가 너무 크지만 위험하기 때문에 인부의 도움을 받을 수도 없다.
“깨끗하게 닦아 놓으믄 미역 포자가 어디에 있다 붙는 건지, 하 참 신기하다.
갯닦기 시기는 어르신들 경험이지. 저 바위는 11월 20일에 닦아야 한다고 하면 그 때 닦아야지 12월 넘어 하면 미역이 안 와요. 그런데 요즘은 열심히 해놔도 예전만큼 미역이 오지 않아.
갯닦기만 했다하면 다 붙었는데 요즘은 힘들게 작업해 둬도 안 온 자리가 많아 아쉽지요.”

 

2. 햇볕과 바람으로 건조


 
아침에 바다에서 따 온 미역을 여차해변에 쫙 펼쳐 말린다.
길이가 1m에 가까운 돌미역을 가지런히 발에 붙이는 것은 아내 유대순 생산자와 어머니의 몫이다.
서울에서 시집 온 유대순 생산자에게 어머니가 ‘서울내기가 이제야 잘 붙인다’며 칭찬한다.

“어머니는 65년 동안 계속 미역을 붙이신 베테랑이세요.
제가 15년이 넘으니 드디어 어머니께 인정을 받네요. 미역을 발에 잘 붙여야 곪는 곳 없이 고루 마르고 눅눅하지 않아요 . 잘 못 말리면 국이 금방 퍼져 버려요.”

날씨에 따라 다르지만 오전 9시에 널었다면 오후 5시쯤 걷는다.
말릴 때 바람이 적당하고 해가 좋아야 한다.
나머지 수분은 수산물 전용 건조기에서 날린 뒤 5분 거리의 한울타리공동체 공동작업장으로 옮겨 포장한다.

 

화, 2018/07/03-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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