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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가 담배연기나 디젤차 배기가스보다 나쁘다, 사실일까?
장재연(아주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
미세먼지에 대한 과도한 공포심의 부작용과 언론의 책임
과거의 대한민국은 물론이고 세계 어느 나라이건 미세먼지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 많은 비용이 소요되더라도 공기를 깨끗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국민적인 공감이 만들어지고, 그 힘으로 산업체나 배출원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대기 오염도는 낮아진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불어닥친 우리나라의 미세먼지에 대한 우려는 산업용 마스크 착용과 공기청정기 구입 열풍으로 번졌지만, 정작 미세먼지 배출원에 대한 문제의식은 미미해서 규제 강화나 근본적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찾아보기 힘들다. 과거와는 달리 미세먼지 오염의 원인이 대부분 중국발 미세먼지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주요 원인이지만, 미세먼지에 대한 우려가 공포 수준으로 변질하면서 미세먼지 농도가 높다고 할 때 그 순간의 피해를 나와 우리 가족이 일단 모면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미세먼지로 인한 건강영향을 인구 집단 전체에 미치는 보건 문제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바로 직접적 피해를 주는 독극물로 생각하게 된 것이다. [caption id="attachment_189796" align="aligncenter" width="550"]
JTBC의 2014년 2월 17일 뉴스룸 캡처, 서울시 미세먼지 오염이 심한 날 공기가 담배 연기나 디젤차 배기가스보다 훨씬 나쁘다고 주장하고 있다.[/caption]
그런 점에서 미세먼지 문제 해결이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합리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게 된 가장 큰 책임은 중국발 미세먼지와 마스크 착용을 강조해온 환경부에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무책임한 보도로 과도한 공포를 확산시켜서 결과적으로 미세먼지 대책에 혼선을 야기한 언론의 책임 역시 결코 작지 않다.
과도한 공포심을 유발한 대표적인 언론 보도
국민들이 미세먼지에 대해 과도한 공포심을 갖게 만드는 언론의 선정적인 과장 보도가 헤아릴 수 없게 많지만, 가장 대표적이고 많이 반복 보도된 내용은 미세먼지가 밀폐된 공간에서의 담배 연기를 마시는 것보다도 나쁘고, 디젤차 배기가스보다는 3배 이상 유해하다는 주장일 듯싶다. 2014년 2월 27일 JTBC는 2월 25일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였던 PM 10 163 ㎍/m 3 을 기준으로 1시간 외출하면 60m 3 의 밀폐된 공간에서 담배 한 개비의 연기를 1시간 24분 동안 마시는 것과 마찬가지고, 배기량 2000cc 디젤차 매연을 3시간 40분 동안 마시는 것과 같다는 보도를 했다. 밀폐된 공간에서 중형 디젤차가 내뿜는 배기가스를 3시간 40분 마시고 있으면, 미세먼지 때문이 아니라 산소 부족이나 일산화탄소 중독으로라도 질식 사망할 것이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서울시 미세먼지의 상황이 이렇게까지 나쁘다는 극단적 주장에 동의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같은 내용이 여러 언론과 방송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그리고 시민들의 신뢰도가 가장 높은 방송인들의 입을 통해 반복적으로 나오다 보면, 반신반의하던 시민들도 믿게 되고 미세먼지에 대한 공포심이 극도로 높아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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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한 내용을 반복 보도하는 언론, 위로부터 중앙일보, 썰전, YTN 캡처[/caption]
많은 시청자들이 고정 관념에 대한 비판의식이 가장 높고 지적 수준이 높은 방송인으로 믿고 있는 유시민 작가조차 썰전이란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나는 핵보다 미세먼지가 무서워”라는 말을 했다고 하니, 본인이야 다른 의미로 말한 것이겠지만 어쨌든 미세먼지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공포심이 절정에 달했다는 사실을 시사하는 장면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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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설전 캡처[/caption]
이탈리아 암센터의 실제 실험 내용
미세먼지가 밀폐된 공간에서의 담배 연기나 디젤차 배기가스를 마시는 것보다 훨씬 나쁘다는 것이 나름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이탈리아 암센터의 연구결과라고 소개된 것도 사람들의 신뢰성을 확보하게 되는데 일부 기여했을 것이다. [caption id="attachment_189802" align="aligncenter" width="550"]
이탈리아 국립암연구센터 연구임을 보여준 JTBC 뉴스룸의 팩트체크[/caption]
그런데 실제 이 연구 논문을 찾아 확인해 보니 이탈리아 암센터의 연구는 맞지만, 미세먼지 유해성을 확인하기 위한 연구와는 한참 거리가 멀었다. 2004년도에 ‘Tobacco Control’이란 학술지에 보고된 논문으로 '담배와 디젤차 배기가스로부터의 입자상 물질 비교: 교육적인 관점'이라는 연구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담배의 유해성을 교육하려는 목적으로 실시된 것이고, 분류가 ‘Brief Report’라고 표기되어 있듯이 비교적 간단한 실험 논문이다.
담배 연기로 인한 미세먼지 오염 농도가 그 당시 새로 개발된 에코디젤 엔진이 장착된 디젤차의 배기가스보다 10배는 높다는 실험 결과를 확인하고, 환경 이슈에 민감한 청소년들의 금연 교육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결론의 논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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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언론들이 인용한 연구 논문의 실제 제목[/caption]
실험이 실행된 장소는 이탈리아 법률에 의해 항상 열어놓게 되어 있는 작은 환기구가 여섯 개 있어 외부의 공기와의 교환이 어느 정도는 연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개인 차고였다. 면적은 60m 3 로 비교적 좁은 공간이고 환기가 원활한 개방 공간은 아니지만, 언론 보도처럼 밀폐된 공간은 아니다.
실험에 사용한 디젤차는 2002년형 2천 cc 포드 몬데오였으며, 미세먼지 배출량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연료로는 황 함량이 10ppm로 매우 낮은 바이오디젤을 사용했다. 짧은 시간 동안 연속적인 측정을 해야 하기 때문에 미세먼지 농도는 휴대용 간이 측정기로 측정했다.
첫 실험은 에코디젤차 배기가스로 인한 미세먼지 오염도를 측정했다. 차고 안에서 30분간 엔진을 공회전시켰더니 차고 안의 미세먼지 농도가 PM 10 기준으로 실험 전에 15 ㎍/m 3 이던 것이 공회전 시킨 직후부터 1시간 동안의 평균 오염도가 36 ㎍/m 3 로 2배 이상 높아졌다. (아래 그림)
예상보다 매우 낮은 농도인데, 간이 측정기 값이고 배기가 스 자체가 아니라 차고 안 공기 중 농도이며 순도가 매우 좋은 바이오디젤을 사용하는 등 미세먼지를 가장 적게 배출하는 조건을 만들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동시에 측정한 PM 2.5 기준으로는 28 ㎍/m 3 으로, PM 10 의 약 78% 수준이었다.
두 번째 실험은 첫 번째 실험 후 4시간이 지난 다음에 충분히 환기를 시킨 후에 실행했으며, 담배연기로 인한 미세먼지 오염도를 측정했다. 담배에 불을 붙여 연기가 배출되자 차고 안 공기 중의 미세먼지 농도가 급증하여 PM 10 기준으로 최고 측정값으로는 약 700 ㎍/m 3 에 달했고, 30분 후에는 담배를 껐음에도 불구하고 오염도는 상당기간 지속됐다. 1시간 평균 오염도는 343 ㎍/m 3 이었다. (아래 그림)
동시에 측정한 PM 2.5 기준으로는 319 ㎍/m 3 으로 PM 10 의 93%에 달했다. 담배 연기로 인한 미세먼지는 입자가 매우 작아 대부분 PM 2.5 이라는 뜻이고, 따라서 입자 크기로만 평가하면 디젤차 배기가스와 비교할 때 PM 10 농도 수치가 같더라도 훨씬 유해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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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결과, 가장 높은 위치의 선들이 담배연기에 의한 미세먼지. 순서대로 PM 10 , PM 2.5 , PM 1. 아래 낮은 선들은 디젤차 배기가스에 의한 미세먼지[/caption]
여기서 확인한 농도는 간이 측정기의 값이어서 일반 대기 환경의 농도와 직접적 비교는 어렵지만, 굳이 우리 언론이 보도한 방식을 따르자면 이렇게 보도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언론이 보도한 내용과는 정반대의 의미가 될 것이다.
"한 개비의 담배로 인해서 실내 미세먼지 오염도가 PM 10 기준으로 343 ㎍/m 3 으로 크게 높아졌다. 이런 공간에서 1시간 머물면 간접흡연만으로 미세먼지 오염이 매우 심했던 2014년 2월 25일의 서울시의 PM 10 163 ㎍/m 3 기준으로 실외에서 약 2시간 10분 머무는 것과 같다."
언론이 보도한 2014년 2월 25일의 미세먼지 오염도는 PM 2.5 으로는 86 ㎍/m 3 이었다. 따라서 PM 2.5 를 기준으로 비교하면 이탈리아 실험 결과가 319 ㎍/m 3 이었기 때문에, 담배연기가 있는 방에 있으면 오염이 심한 날 실외에 약 3시간 40분 머무는 것과 같다. JTBC가 의미 있다고 소개한 3시간 40분과 의미는 정 반대이지만 수치는 동일하다. 우연치고는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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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미세먼지 오염을 보도하며 JTBC가 강조한 3시간 40분[/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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