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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은 출장이 있어 출근을 하지 않는 날이었지만 격무에 시달리는 동료들이 못내 마음에 걸려 출근을 한 참이었다. 6월 8일 오전 6시 50분경, 용환철 집배원의 눈에 비친 마지막 모습은 살인적인 업무량에 시달리는 동료들의 모습이었을까. 평소 지병은 커녕 마라톤을 취미로 할 만큼 건강했던 故용환철 집배원(57)은 가평우체국의 집배실장이며 평범한 노동자였다.

벌써 올해만 두 번째 죽음이다. 용환철 집배원이 근무했던 가평우체국은 지난해 12월 31일 토요택배를 하다 빌라계단에서 쓰러져 돌아가신 故김춘기 집배원의 소속우체국이기도 하며 올해 2월 집배원 한 명이 회식 후 자살한 일이 있기도 한 우체국이다. 집배원 32명 뿐인 작은 우체국에서 어떻게 한해에 3명이나 죽어나갈 수 있는가. 가히 죽음의 우체국이라는 투쟁의 수사가 더 이상 수사가 아닌 상황이다. 우정사업본부의 집배원 인력관리정책인 집배 부하량 기준에 따르면 가평우체국의 부하량은 경인청 평균(1.144)에도 못 미치는 1.103이다. 탁상행정의 전형인 우정사업본부의 집배노동강도 분석은 이처럼 현실과 괴리돼 있다. 이것은 오히려 우정사업본부의 이윤 우선 정책이 집배원을 죽이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지표다. 우정사업본부 전체로 따지자면 올해만 집배노동자 9명이 죽었으며 과로사가 4명이다. 가평우체국은 우정사업본부 전체의 모순이 응축해 있는 축소판이다. 아니, 노동이 존중받지 못하는 우리사회의 축소판이다.

공공운수노조 전국집배노동조합은 6월 9일 성명을 내 우정사업본부장의 사퇴와 유가족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다. 또한 현재 우정 노동자들의 반복되는 죽음을 막기 위해선 2015년 반납한 1,023명의 정원을 되돌려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규집배인력을 4,500명 단계적으로 늘려 업무강도와 함께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안을 제안하고 미래창조과학부의 획기적인 개혁안을 촉구했다. 이를 위해 대표적인 장시간노동 사업장인 우정사업본부에 문재인 대통령이 재방문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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