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평한 농어촌 기본소득 지원금을 만들겠습니다. - 순창군 정남호 님의 공약
NIT ‘들’
은민수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 공공정책대학 초빙교수
무조건적인 기본소득은 모든 사람에게 그 사람의 상황이나 욕구에 상관없이, 근로의무 등의 자격 조건도 없이, 가구가 아닌 개인에게, 국가가 정기적으로 현금을 제공하는 제도이다. 제도 자체가 단순하고 명확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무조건적 기본 소득과 전혀 다른 것 같지만 원리상 차이가 없는 제도가 부의 소득세(NIT)이다. 현실성은 떨어지지만 무조건적 기본소득처럼 NIT의 수혜대상을 전 국민으로 설정하고, 세율과 급여감액률을 일치 시키면 무조건적 기본소득과 NIT는 그 결과에 있어서 다르지 않다. 단지 기본소득을 먼저 지급하고 연말에 과세를 하느냐, 처음부터 소득에 따라 감액된 기본소득을 지급하느냐의 차이만 존재할 뿐이다. 그러나 원리상 그렇다는 것이지 현실에서는 급여감액률과 소득세율을 완벽하게 일치시켜 통합적으로 구성하기란 불가능하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개인소득세는 이미 누진적 소득세율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득세율과 급여감액률의 설계를 포함한 누진적 조세체계와 급여조건에 따라 기본소득과 NIT는 수렴될 수도, 완전히 달라질 수도 있다.
그런데 왜 무조건적 기본소득과 NIT는 각각 보편 주의와 선별주의를 대표하는 정책으로 보이는 것일까? 누가 급여를 받는지 즉, 국가가 모두에게 주는지 일부에게만 주는지는 빤히 알 수 있지만 누가 얼마나 세금을 내는 지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지급은 가시적인데 납세는 비가시적인데서 비롯된 착시현상이다. 그 결과 기본소득의 경우 납세 과정은 잊은 채 급여 과정만 보고 “왜 부자에게까지 주느냐”, “똑같이 주니 재분배효과가 없다”는 등의 비판이 반복되어 왔다. 그리고 기본소득은 모든 사람에게 동일금액을 지급하는 것을 중요한 대원칙으로 여기다 보니 보편주의 달성이라는 장점도 있지만 똑같은 이유로 단점도 명확하다. 즉 모두에게 지급하려니 재원이 많이 소요되는 반면, 급여수준은 낮을 수밖에 없다. 많이 걷고 많이 쓰는 구조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에 반해 NIT는 현실에 적합하게 급여 대상과 보장 수준 등을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적게 걷고 적게 쓸수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렇지만 추진 주체의 의도에 따라 기존 사회보장의 폐지와 축소를 위한 도구(후진적 혹은 역진적 NIT라고 할 수있다)로 이용될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물론 기존 사회보장제도들을 손대지 않은 채 누진적 소득세율과 결합하여 소득이 절실한 사람을 위한 소득재분배 수단(이를 선진적 NIT하고 지칭할 수 있을 것이다)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어쨌든 위와 같은 중도 확장적인 자의성과 탄력성 때문에 NIT가 온건한 진보와 합리적 보수로부터 똑같이 정치적 관심과 지지를 받는지도 모르겠다. 무조건적 기본소득을 주창한 필리프 판 파레이스 와 야니크 판데르보흐트도 최근에 NIT(부의 소득 세)의 실현가능성을 높게 판단한다.
“공정하게 말해, 정치적인 실현가능성의 관점에서 보면 부의 소득세 제도쪽이 중요한 이점을 가지고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수 없다....부의소득세는 그에 상응하는 기본소득 제도와 비교해볼 때 조세와 지출의 총량이 훨씬 작을 수밖에 없다. 이는 부의 소득세 쪽이 훨씬 비용이 덜 드는 제도인 것처럼 보이게 만들어주며, 따라서 사람들이 받아들이기도 쉬워진다.”(Van Parijs, P. and Vandervorght, Y. 2018).
최근에 국내에서도 NIT가 내년 대선의 핵심공약 과 연계되어 백가쟁명식으로 소개되고 있는데 몇 가지 방안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윤희숙 국민의힘 국회의원 방안
윤희숙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2020년 개최된 혁신 아젠다 포럼에서 NIT를 복지개혁의 방안으로 제안한 바 있다. 즉 기존의 현금지원체계를 완전히 재편하여 면세점 위의 가구에게는 세금을 징수하고 지원대상 가구에게는 소득을 지원하는 단일소 득지원체계를 국세청이 담당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국세청이 빈곤층을 포함한 모든 계층의 소득을 파악해 세금징수와 소득지원을 관리하는 일관된 소득지원/징수 체계를 갖추어 소득지원 프로그 램들을 모두 포괄적인 단일 소득보장체계 내로 흡수 통합 하자는 주장이다. 윤희숙(안)은 급여수준 이나 조건에 대해서는 자세히 설명하고 있지 않지만,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생계급여, 근로장려금, 자녀장려금에 추가로 기초연금, 그리고 국민 연금의 A값을 폐지할 것을 제시한다. 한편 급여는 가구를 단위로 지급하되, 수준은 중위소득의 50%를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자산과 근로 가능 여부 등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고 원론적 수준에 머물고있어 NIT 도입을 통해서 난립되어있는 현금급여를 일소하자는 NIT 초보적 수준의 주장으 로 판단된다.
경제관료들 방안
경제관료 5명이 모여서 펴낸 『경제정책 어젠다 2022』에서 경제관료 출신답게 상당히 구체적인 안을 제시하고 있다. 전국민을 지급 대상으로 설정하고 기존 제도의 폐지를 통한 단순화와 효율성에 초점을 두었다는 점에서 밀튼 프리드먼의 NIT에 가장 가까우며, 전액을 지원받는 대상은 육아/가사 전담자, 학생, 노인, 장애인 등 주로 비경제활동인구 이다. 경제활동인구 중 소득이 없거나 적어서 소득세를 내지 않는 무급종사자 등 저소득층을 포함하면 약 1,910만 명이 월 50만 원을 수급, 소득금액이 1,200만 원 이하인 소득계층은 0에서 최대 50만 원을 받게 되며 그 인원은 약 730만 명으로 추산, 합계 2,600만 명으로 약 130조원 소요로 추정된다. 다만 이들 정책의 결정적 결함은 기존 복지제도들의 전폐를 전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현가능성이 매우 낮으며 시행할 경우 엄청난 혼란과 분쟁을 야기할 소지가높다. 최근집필진 중 한명인 이석준 전국무조정실장이 윤석열 대선후보의 캠프에 합류했다는 소식이 있어 윤석열 후보가 『경제정책 어젠다 2022』의 NIT를 수용 할지에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안심소득
이른바 ‘안심소득제(safety income system)’는 기존의 NIT 방식을 응용한 방식으로 박기성/변양규가 2017년에 “안심소득제의 효과”(노동경제논 집)에 발표된 논문에 기반하고 있으며,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 주장을 받아들인 이후 몇가지 소소한 내용이 바뀌었지만 그 외에 기본골자는 유지되고 있다. 박기성/변양규 안심소득체제 하에서 지원금액은 가구의 실질적인 소득수준을 나타내는 ‘인정소득’과 안심소득 지원 기준이 되는 ‘기준소득’에 의해 결정되었다. 기준소득은 특정 가구가 전혀 소득이 없을 경우에도 1인당 연간 최소 500만 원을 수급하고, 소득이 있지만 기준소득 이하인 경우에는 차액의 40%를 수급하도록 설계하였다. 따라서 안심소득의 수급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소득은 가구 구성원 1인당 1,250만 원이다 (1,250만 원40%=500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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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성/변양규 방안을 거의 그대로 원용한 오 시장은 ‘안심소득’ 실험을 실행하겠다고 선언하여 주목을 받고 있다. 오세훈 시장의 안심소득 제안은 중위소득 100% 이하의 가구를 대상으로 중위소득에서 부족한 소득의 50%를 차등적으로 지원한다는 것이 골자이다. 보수진영에서도 기본소득의 ‘사촌’인 NIT를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는 점 에서 일단 환영할만 하지만 오 시장의 안심소득 방안은 몇 가지 문제점을 내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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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결정적으로 가구단위 지급이라는 점이다. 기본소득이나 NIT의 원형은 개인별 지급을 원칙으로 한다. 위 방안처럼 중위소득 100% 미만의 가구 단위를 대상으로 선별지급할 경우 1인 가구일 수록 다인가구에 비해 급여액에서 유리하므로 가족 해체 가능성이 매우 높다. 가령 가구 중 1명이 혼자 6,000만 원을 벌었다면 나머지 다른 가구원들은 안심소득을 한푼도 받지 못한다. 그러나 서류상 위장 이혼을 하거나 자녀들이 분리 독립을 할 경우 그들은 소득이 없기 때문에 1인당 각각 750만원씩 총 2,250만원의 안심소득을 받을수 있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결혼을 미루거나 혼인신고를 하지않을 수 있다. 또한 가구별로 지급된 급여가 가구 구성원 모두에게 균등하게 배분되지 않을 수도 있는 ‘부자 남편을 둔 가난한 아내’(poor wife with rich husband)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동거여부를 사실상 확인하는데 소요되는 행정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 이 점이 기본소득이나 최근 NIT 방안들에서 가구 대신 개별단위를 선호하는 이유이다. 이렇게 해서 형식적 가구 분리, 실질적 동거 등이 유행처럼 만연되면 소요예산도 그만큼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둘째, 가구해체 가능성 만큼이나 중요한 문제점이 바로 국민기초생활 보장제도에서 의료급여를 제외한 생계급여, 주거급여, 자활급여를 폐지하고 근로장려금, 자녀장려금까지 폐지하는 것이다. 앞에서 설명한 기존 복지제도의 축소를 겨냥한 후진적 NIT의 전형으로서 본인의 소득인정액을 어떻게 산정하느냐에 따라 저소득층들의 순손실이 오히려 커질 수도 있고 기존 제도와의 비교, 조정과정에서 상당한 혼란과 불만을 야기할 수 있다. 셋째, 안심소득 방안대로 라면 소득이 전혀 없는 4인 가구의 경우 안심소득으로 연 3,000만 원(월 250만 원)을 받는다. 그런 데 가구합산 재산이 3억 이내이고, 가구소득이 중 위소득 50% 이하라면 올해부터는 시행되는 월 50만 원의 실업부조를(6개월간)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요건이 충족되어 아동수당, 청년수당, 기초연금까지 받게 되면 일하지 않고도 얻는 총 수입은 3,000만 원을 훌쩍 넘게 될 것이다. 넷째, NIT는 국세인 소득세 및 기존 중앙정부의 사회보장제도와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가 마음대로 실현할 수없는 국가 차원의 제도이다. 실험은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지방자치단체가 기초생활보장제도나 근로/자녀장려세제를 폐지 혹은 축소하는 결정을 할 수 없다. 따라서 서울시에서 NIT는 실현불가능하다.
근로참여소득 보장제
필자인 은민수(2021)는 더디게 추진되고 있는 ‘전국민 고용보험’이나 지원이 부족한 ‘한국형’ 실업부조를 대신하여 구직자와 저소득 불안정노동층을 위한 실질적 실업부조로서 NIT를 준용한 근로참여소득 보장제를 제시한다. 근로연령층(20~64 세) 중에서 근로능력을 영구상실한 자들은 공공 부조에서 보호하고, 이들을 제외한 미취업자에서 부터 저소득근로자들까지 망라하는 근로참여소득 보장 지대를 설정하여 일정수준의 소득까지 ‘급여감액’을 통해 ‘차등지급’ 한다면 근로유인을 유 지하면서 일정한 기초소득을 보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구직자와 저소득 불안정노동층을 위한 혁신적 실업부조로서 근로참여소득 보장제를 위해서는 몇 가지 방향과 원칙이 필요하다. 첫째, 근로연령층 중에서 소득세 납세를 전제로 개인단위로 지급하 며 각 개인이 벌어들인 소득만을 고려하여 차등지급한다. 둘째, 유사한 기능을 하는 근로소득 공제, 근로소득 세액공제, 근로장려금(EITC), 자녀 장려금(CTC) 등의 조세지출과 현재의 국민취업지원제도를 정리하여 재원으로 활용한다. 셋째, 코로나 등으로 인하여 지금 당장 다급한 비정규직, 영세자영업자 등 불안정한 지위에 있는 저소득 근로자들을 먼저 대상으로 설정하고 자격조건이 되는 소득수준을 단계적으로 높여간다. 이러한 원칙 이 따라 예시를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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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2023년과 2024년에는 지급대상을 1인 중위 소득의 100%에 해당하는 2,000만 원 이하 근로 계층으로 납세신고 실적이 있는 자에 한정하여 최대 1인당 월 50만 원(연 600만 원)을 지급한다. 이때 급여액은 기준소득에서 본인 소득을 차감한 금액에 급여감액률 30%를 적용하여 결정된다. 따라서 지급 금액은 0원에서 600만원 사이가 될 것이다. 2025년과 2026년에는 지급대상을 납세 신고 실적이 있는 3,000만 원 이하 근로계층으로 역시 최대 1인당 월 50만 원(연 600만 원)을 지급한다. 한편 국세청 2020년 국세포털 자료를 기준으로 근로소득공제 폐지 이후 증세 효과를 추정하면 약 17조 8,890억 원이며, 근로소득세액 공제 폐지 이후 증세 효과는 약 7조 1,960억 원이다. 여기에 근로장려금 4조 3,920억 원과 자녀장려금 6,380억 원을 합산하고 2021년에 구직촉진수당 9,372억 원을 합산하면 약 31조 원이 마련된다.
근로참여소득 보장제는 역진적인 근로소득공제와 근로소득 세액공제 폐지를 통한 소득세 증가분으로 시장임금의 부족을 보충하는 사회적 임금을 제공함으로써 일자리의 지속과 소득보장이라는 두 가지 목적을 하나의 제도적 틀 내에서 통합적으로 해결하려는 제도적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위에 소개된 안심소득과 다른 점은 개인단위의 NIT라 는 점이며, 경제관료들의 NIT와 다른 점은 전국민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개인단위 지급이기 때문에 가구단위 지급이 안고 있는 여러 문제점들을 우회할 수 있고, 전국민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정책 리스크를 낮출 수 있다. 게다가 기왕 실시하고 있는 실업부조를 대체하고 유사 기능을 하는 제도의 정리를 통해 확보된 예산으로 재원을 마련하기 때문에 추가재원이 대폭 줄어든다. 그러나 이 방안의 결점은 소득분기점 이상의 소득자들로부터 저항과 반발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들의 근로소득 공제와 세액공제를 즉각 폐지하는 대신 1/2수준으로 하향조정하거나, 이들이 수급자격을 획득할 때까지 근로소득 공제와 세액 공제를 유지하고 대신 다른 재원을 사용하는 방법 등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결론
NIT는 일정 소득수준 이하일 때에만 급여를 받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근로를 유인하기 위해 소득이 늘어날수록 급여액의 감소폭이 줄어드는 감액 구조로 설계되는 것이 일반적인 방식이다. 따라서 소득수준을 고려하지 않고 아무런 조건없이 균등한 소득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의 ‘이념형’과는 차이가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어느 수준의 소득에 자격을 부여하느냐, 급여감소율을 어느 정도로 설정 하느냐 등의 제도설계에 따라 기본소득의 이념형에 ‘가까워질’ 수도 있다. 전통적인 자산조사 프로그램과 달리 NIT 제도는 저소득층과 빈자들만을 위한 제도라고 할 수없다. 왜냐하면 무조건적 기본소득에 비해 ‘부자 배제적’인 특성은 있지만, 공공부조처럼 ‘빈자 선별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치적, 재정적 차원에서 상대적으로 이점이 많다. 먼저 이 제도는 재정이 덜 소요되며, 근로 인센티브를 강화시킬 수 있고, 급여대상의 제한과 차등급여로 인하여 진보뿐 아니라 보수주의, 자유주의 진영으로부터도 지지를 견인해낼 수 있다. 최근 국내에서 전개되고 있는 기본소득/NIT 논쟁이 이 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사실 기본소득이든 NIT이든 국가적 차원의 사례가 전혀 없기 때문에 어느 것이 우월한지 확인할 수있는 방법은 없다. 두 가지 모두 시행에 수반되는 비용이 만만치 않고 파급효과가 매우 크다는 점에서 부분적 실행이 안전할수 있을 것이다. 가령 기본소득의 경우 중대원칙인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되, 매우 낮은 수준(연 50~100만 원)에서 시작하거나, NIT의 경우 전국민 대상 보다는 저소득 근로자 등 특정집단을 대상으로 시작하는 것이다. 우리 현실에 적합한 기본소득형 소득보장 방 안을 찾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연구와 정교한 실험이 필요하다는 차원에서 서울시의 NIT 실험의 기획은 정치적, 정책적, 재정적으로 의미가 깊고 한국사회의 기본소득 논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비록 제도적 허점을 내장하고 있고 앞으로 실험 추진과정에서 여러 가지가 하향조정될 것 같은 느낌은 들지만 서울시가 보수진영 내부의 비판을 감수하며 NIT 도입을 고민하고 있다는 자체가 놀라운 것이 사실이다. 내년 대통령선거를 감안한다면 당분간 기본소득과 NIT, 그리고 다양한 보편적 사회수당들 간 선의의 정책 경합과 논쟁은 계속될 것 같다. 어떤 제도가 국민들의 선택을 받을지 알 수 없지만 한국이 보편적 복지국 가의 길을 가는 데 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참고문헌
김낙회 외(2021). 『경제정책 어젠다 2022』. 21세기북스. 박기성ᆞ변양규(2017). “안심소득제의 효과”. 노동경제논집 40(3): 57-77.
윤희숙(2020). 『혁신아젠다포럼 발표집』. 미래통합당 경제혁신위원회 주최 혁신아젠다포럼 (2020. 8. 20).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
은민수(2021). “포스트코로나 불완전 근로층을 위한 근로참여소득 보장제”. 한국사회복지정책 학회 발표문(2021. 6. 11.)
은민수(2020). “기본소득과 유사 정책들 비교”. 경기연구원 (편). 『모두의 경제적 자유를 위한 기본소득』. 다할미디어.
판 파레이스 & 반더보흐트(2018). 『21세기 기본소득』. 흐름 출판.
은민수. “안심소득은 안심할만한가”(한겨레, 2021. 5. 31) 오건호. “서울시 소득보장의 새로운 지향, 안심소득”(복지이슈. 2021. 6. 1)
문진영. “안심소득이 안심되지 않는 이유”(경향신문. 2021.6. 3)
이우진. “안심소득과 기본소득, 오해와 진실”(경향신문. 2021. 6. 2)
보편적 기본서비스는 기본소득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김보영 영남대학교 교수
보건의료, 교육, 돌봄, 교통, 통신, 주거 등 인간생활에 필수적인 서비스를 모두에게 보장하자는 보편적 기본서비스(Universal Basic Service, UBS)는 아직 보편적 기본소득(Universal Basic Income, UBI)처럼 익숙한 주제는 아니다. 모두에게 개인을 단위로 무조건적이고 주기적으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의 아이디어는 이제 주요 대선후보 공약으로 등장할 정도로 논의가 확산되었지만 기본서비스를 이야기하는 사람은 아직 많지 않다.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와 함께 가끔 언급되는 정도일 뿐이다.
기본서비스는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niversity College London, UCL)의 세계번영연구소 (Institute for Global Prosperity, IGP)에서 “미래를 위한 사회적 번영: 보편적 기본서비스 제안” (Portes, Reed, and Percy, 2017)이라는 제목으로 2017년 보고서를 펴내면서 공개적으로 제기되었다고 할 수 있다. IGP는 이어 2019년 기본소득에 대한 두번째 보고서 “보편적 기본서비스: 이론과 실제–문헌연구”(Coote, Kasliwal, and Percy, 2019) 를 발표했고, 우리나라는 ‘복지국가의 정치경제학’ (고프, 1990)으로 잘 알려진 이안 고프(Gough, 2021, 2019)와 신경제재단(New Economics Foundation)의 안나 쿠트(Coote, 2021) 등이 이끄는 논의가 소개되고 있는 수준이다.
어떤 맥락에서 기본서비스는 기본소득과 한 쌍을 이루는 대안으로 논의되기도 한다. 기본소득의 경우 의료, 교육 등 공공서비스마저 모두 기본소득 으로 대체하자는 완전한 자유주의적 주장도 존재 하지만, 소득보장의 대안으로 주장하는 측에서는 기본소득이 사회서비스를 대체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할 뿐 아니라, 오히려 사회서비스의 동반확대를 주장하고 있다(서정희, 2017). 보편적 기본서비스를 주장하면서도 이 역시 기본소득과 마찬가지로 빈곤과 불평등을 감소시키면서 모두를 위한 삶의 질을 증진시키는 방안이라고 주장한다(Coote, Kasliwal, and Percy, 2019). 보편적 기본 서비스와 보편적 기본소득 모두 화폐적 가치는 적지만 인간사회의 번영과 지속가능성의 기초가 되는 작은 활동들의 사회적 가치를 보장하려는, 복지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대안이라는 것이다(Portes, Reed, and Percy, 2017).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기본서비스가 더 나은 대안으로 언급되기도 한다. 고프는 상품화된 서비 스와 기본소득의 결합보다는 보편적인 기본서비스가 더 나은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주장하면서 작 은 규모라도 상당한 조세를 동원해야 하는 기본 소득은 개인의 소득에만 집중해 공공의 집합적인 공급과 소비까지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Gough, 2019). 반면 기본서비스는 상대적으로 적은 재정적 수요를 통해 인간의 공통적인 욕구에 직접적으로 대응함으로써 더욱 효과적이고 윤리적 이며 경제적으로도 우수하고, 연대성과 지속가능 성이 더욱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기본서비스는 기본소득의 대안으로서 논의가될수있을것인가?아니면기본소득이올바 른방향을위한보완적논의에더욱적합할까?여 기에서는 그동안에 제기된 기본서비스의 개념과 논 의를 살펴보면서 그 가능성을 탐색해보고자 한다.
보편적 기본서비스란 무엇인가?
보편적 기본서비스는 글자 그대로 세 가지 핵심적 인 개념의 조합이라고 할 수 있다(Coote, Kasliwal, and Percy, 2019). ‘보편적’이고 ‘기본’ 적인 ‘서비스’로 구분해 본다면 먼저 ‘서비스’는 공익을 위해 집합적으로 이루어지는 활동을 의미한 다. 이는 현금 뿐 아니라 물질적인 현물(good)과 도 구분되는 것으로, 서비스의 생산과 소비가 분리 되지 않고 동시에 일어나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기본’이라는 것은 필수적이고 충분한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러한 집합적인 활동이 사람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정도를 의미한다. 그리고 보편적이라는 것은 지불능력이 아니라 욕구에 의한 서비스의 수급자격을 가지게 되는 것을 말한다.
여기에서 지불능력이 아니라 욕구에 의해 수급자격을 가지게 된다는 것은 기본서비스가 기본소득 과 다른 점 중 하나이다. 욕구에 대한 판단은 서비스마다 다를 수 있다. 전문적 판정, 거주지역, 연령, 개인의 신청 등 다양한 방식과 이의 조합도 가능하다. 그리고 지불능력에 의해 거부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반드시 모든 서비스가 모두에게 무료여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Coote, 2021). 어떤 서비스는 사용 시점에서 무료여야 하는 것이 중요할 수도 있고, 누구에게나 무료로 제공하는 것보다 수급조건을 선별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때로는 낮은 수준의 요금을 부여하고, 소득에 따라 감면 이나 면제를 해야 할 수도 있다.
여기에서 쟁점이 될 수 있는 사항은 어디까지가 보편적으로 보장이 되어야 할 ‘기본’서비스인가 하는 문제이다. 이것은 한편으로 의료, 교육, 주거와 같 은 기본서비스의 영역과 관련된 문제이기도 하고, 충족되어야 할 ‘충분성’이 어느 정도까지를 말하는 것인가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다. 우선 고프 (Gough, 2019)는 욕구가 충족되지 않는 경우 객관적 종류의 심각한 위해로 이어질 수 있는 욕구의 보편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이것은 불안이나 불행 같은 주관적 감정이 아니라 어떠한 종류의 사회적 생활에 효과적인 참여의 보편 조건이 되는 기능적인 ‘기본 욕구(basic need)’와 이를 위해 필요한 ‘중간 욕구(intermediate needs)’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중간 욕구들은 식수, 영양, 거처, 교육, 보건의료, 아동기의 안전, 핵심적이고 기초적인 관 계, 신체적이고 물리적인 안전 등 지속가능한 개발 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와 같은 국제적 규범으로도 표현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욕구는 일정 수준의 충족이 있다. 참여와 건강, 자율성을 위한 공급의 필요성은 일정 수준 이상에서는 감소하고 안정되는 지점이 있다. 기본 욕구가 충족되는 수준의 칼로리, 주거 공간, 아동기 안전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러한 욕구들은 서로 대체 불가하다. 가령 영양결핍이 더 많은 교육으로 충족될 수없는 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충족으로 인한 위해를 막기 위해서는 한두가지 욕구를 별도로 다루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욕구의 패키지가 충족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본서비스 논의에서는 각각의 서비스 영역에 독특한 성격을 가지고 있고, 각각의 목적을 위해서 특정한 설계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 지만 삶의 보장 측면에서는 각각의 서비스가 서로 를 지지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전체는 부분보다 큰 의미를 갖는다고 설명한다(Coote, Kasliwal, and Percy, 2019). 그래서 서비스 영역 전체에 있어 일정한 수준으로 안전과 기회, 사회참여를 보장할 수있는 민주주의의 질과 정치적 약속이 요구되는 것이다. 그래서 공유된 욕구에 대한 집합적 책임의 원칙 아래 인간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서 보편적인 욕구의 묶음이 충족되어야 함을 주장한다(Coote, 2021).
기본서비스의 영역과 방향
기본서비스를 최초로 제기한 IGP의 보고서에서는 기본서비스의 영역으로 보건의료, 교육, 민주주의와 사법서비스, 더불어 주거(shelter), 음식, 교통, 정보를 기본서비스 영역으로 제시하였다. 이러한 영역은 안전과 기회, 참여를 보장하기 위해 모든 시민들에게 무상으로 보장되어야 하는 영역을 꼽은 것이다. 이미 영국의 경우 국가건강서비스 (National Health Service)를 통해 무상의료를 실현하고 있고, 무상 공공교육체계를 가지고 있으며 대부분 발달된 민주주의 국가가 그렇듯 민주주의와 사법체계는 무상으로 제공되고 있기 때문에 주거, 음식, 교통, 정보를 새롭게 제안했던 셈이다 (Portes, Reed, and Percy, 2017). 2019년 IGP 보고서에서는 공유된 욕구와 집합적 책임을 원칙으로 하되 물질적 서비스보다는 모든 시민들에게 보장되어야 할 활동에 더 초점을 맞추어 아동돌봄 과 노인, 장애인 등 성인돌봄을 포함시켰다 (Coote, Kasliwal, and Percy, 2019).
구체적인 정책 제안으로 들어가면 각 영역마다 그 내용과 수준은 다르다(Coote, Kasliwal, and Percy, 2019; Portes, Reed, and Percy, 2017). 음식의 경우 무상급식과 식사배달(meals on wheels) 서비스의 확대를, 주거의 경우 임대료와 지방세 부과가 없는 사회주택(social housing) 공급 확대를 제안했다. 교통의 경우 기존의 노인에게만 적용하던 버스 무임승차 혜택을 모두에게 확대하여 모든 주민들에게 직장과 교육, 의료와 사회참여에 대한 접근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통해서 사람들은 보다 많이 걷게 되어 더 건강해질 뿐만이 아니라 자동차 사용을 줄여 지속가능한 환경에도 기여하고 노인들에게는 고립을 감소시키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보의 경우에는 전화, 인터넷, TV 수신료 등을 포함하여 디지털 포용을 지향하고 역시 직업 기회와 다른 서비스에 대한 접근, 사회참여를 촉진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아동기의 교육과 안전, 유급 노동에 대한 접근은 기본적인 인간의 욕구에 해당하고 아동돌봄은 이를 위한 기본서비스 영역으로 포함되었다(Coote, 2021). 아동돌봄을 통해 부모는 일하러 나갈 수 있고, 양질의 아동돌봄은 향후 건강을 향상시키고, 위험한 환경에 빠질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성인들은 노쇠나 장애로 인하여 돌봄을 필요로 할 수 있고 이는 건강과 자율성, 사회참여를 위해서 필수적이기 때문에 역시 기본서비스의 영역으로 포함된다(Coote, Kasliwal, and Percy, 2019). 현재 영국에서는 지방정부에서 욕구에 따른 돌봄을 제공하지만 자산을 기준으로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등 제한이 있고 재정 감축으로 인해서 돌봄의 질이 떨어지는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그래서 보편적으로 접근가능하고 양질의 돌봄을 위해 더 많은 공적 투자와 인력에 대한 교육ᆞ훈련, 적정한 급여 등을 제안하고 있다.
이러한 보편적 서비스는 사실 전후 복지국가의 가치로 다시 돌아갈 것을 주장하는 것이기도 하다 (Coote, 2021). 그때 구축되었던 무상의료와 무상교육의 경험을 확장하여 그동안 민영화와 작은 국가, 소비자주의와 자유시장 경제가 공공서비스에 적용되고 욕구와 문제를 개개인들에게 해결하 도록 하여 주거든, 돌봄이든, 교통이든 이윤의 영역으로 전락해왔던 것을 다시 복원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래서 보편적 기본서비스를 통하여 필수적인 영역에서 만큼은 소비주의적 자본주의를 벗어나서 사회적 시민권을 회복하고 핵심적인 인간 욕구에 대한 집합적인 책임을 복권하고자 하는 것 이다(Gough, 2019).
하지만 그것이 국가중심의 상명하복 모델로 돌아가자는 것을 주장하지는 않는다. 보편적인 욕구 를 집합적으로 대응한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개인의 바람과 선호를 배재할 수있는 위험도 있고, 공 무원이나 전문가에 의해서 일방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기본서비스는 시민참여와 탈중앙화된 실천을 지향한다(Gough, 2019). 기본적으로 기본서비스는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에 의해서 운영되지만 권한은 일선으로 분권화되어야 하고, 공익적 의무를 가진 다양한 조직에 의해서 전달될 수 있지만 주민과 서비스 이용자는 서비스 계획과 전달과정에 유의미하게 참여할 수 있고, 전문가와 다른 서비스 종사자와 함께 동반자적 관계에서 일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Coote, 2021).
기본서비스의 특징과 효과 – 기본소득에 비교우위?
기본서비스는 형평성(equity), 효율성(efficiency), 연대성(solidarity),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등 4가지 차원에서 이해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Coote, 2021; Coote, Kasliwal, and Percy, 2019; Gough, 2019). 기본서비스는 고소득층보다는 저소득층에게 더 큰 가치를 갖는다는 점에서 형평성을, 시장 실패와 규모의 경제를 통한 효율성을, 공유된 이해와 목적에 집합적으로 대응함으로써 연대성을, 공적으로 서비스를 보다 환경친화적인 방법으로 조직함으로써 지속가능성이 확보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본서비스의 특징과 효과는 기본소득 과 대비되어 제시되고 있다.
형평성에 있어서 기본서비스는 가장 기본적으로 사회임금(social wage)을 제공해 소득 불평등을 완화시키는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삶에 필수적인 서비스를 무상 또는 일부 비용부담만으로 제공해 개인 소득에서 소진될 수 있는 부분을 보충해주는 효과를 갖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소득보전 효과 는 상당한 재분배 효과 또한 만들어내고 있다. <그림 1-1>에서 OECD 국가들의 현물급여(서비스)가 가처분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소득 5분 위의 최하위 1분위에서는 76%에 달하는 반면, 최상위 5분위에서는 20%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따라서 기본서비스는 현금이전을 직접적인 재분배 없이도 보편적인 서비스만을 통해서 상당한 재분배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Coote,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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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점은 기본소득의 경우 무조건적이고 보편적으로 현금급여를 지급함으로 인해서 그 자체로 는 재분배 효과가 제한적인 면과 대조시키고 있다 (Portes, Reed, and Percy, 2017). 따라서 기본 소득은 그 자체로 재분배 효과를 가진다기보다는 강력한 누진적 조세제도와 결합될 때만 재분배 효과가 나타날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Gough, 2019). 또한 부가적으로 기본소득은 무조건성을 통해서 현금급여와 근로조건의 연결성을 제거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는데, 이는 반대로 장애(disability)나 근로무능력(incapacity) 조건의 현금급여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위험성을 지적 하기도 한다. 기본소득이 직접적으로 이러한 급여에 배치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무조건성의 원칙은 근로조건으로 제약받는 급여를 없애기도 하지만 마찬가지로 근로능력 제한을 조건으로 제공되던 급여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효율성의 측면에서는 기본서비스가 공적으로 제공됨으로써 민영화 등으로 시장에 의존했던 방식 보다 거래비용을 낮추고, 경쟁으로 인한 중복투자가 방지되는 등 더욱 효율적으로 제공될 수있다고 보고 있다(Coote, Kasliwal, and Percy, 2019). 또한 통신과 같은 분야에서는 네트워크 비용 때문에 공적으로 제공될 경우 규모의 경제효과 역시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Gough, 2019). 게다가 작은 규모의 기본소득도 무조건적 인 보편성으로 인해 총재정소요가 상당한 규모가 되는 것에 비하여 기본서비스를 위한 비용은 매우 적은 비용으로 상당한 수준으로 생계비용을 낮출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물론 기존 서비스 체계가 어느 정도 발달되어 있는가에 따라 추가 재정소요의 차이가 있겠지만 전형적인 OECD 국가를 기준으로 GDP 대비 4~5% 정도의 지출이면 가능하다고 추정하고 있다(Coote, 2020). 재정적으로 감당 가능한 기본소득은 부적합하고, 적합한 수준의 기본소득은 감당할 수 없다고 비판받기도 하는 기본소득에 비하면 지극히 감당 가능한 수준에서 실현 가능한 대안이라는 것이다.
또한 기본서비스는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는 위험과 문제에 대해서 자원의 공유와 공동의 행동으로 대응하고자 하는 집합적 정책과 실천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연대성 역시 높일수 있다고 주장한다(Coote, Kasliwal, and Percy, 2019). 연대성이 상호간 지원을 촉진시키는 상호간의 공감과 책임감 이라고 한다면 공동의 목적을 위한 집합적 행동을 수반하는 기본서비스는 이러한 연대성을 서로 알지 못하는 사회 구성원들에게까지 확장시킨다는 것이다.
또한 기본서비스는 공적으로 제공해 소비를 부추기는 시장방식보다 훨씬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기본서비스는 일정한 수준의 충족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한계가 없는 욕망의 충족을 지향하는 시장적 방식과 다르게 자원이 제한 된다는 것이다. 또한 집합적 행동을 통해 자원 과 위험을 공유하면서 민주적 방식으로 공급이 통 제되기 때문에 시장적 방식보다도 더욱 환경친화적 방식으로 지구적 한계 안에서 서비스가 이루어 질 수있게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Coote, 2021). 고프는 더 나아가 기본서비스가 전체적인 경제를 성장 중심에서 지구적 한계 안에서의 인간 복리 중심으로 전환하는데 핵심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Gough, 2019).
기본서비스는 더 나은 대안이 될 수 있을까?
그렇다면 기본서비스는 살펴본 주장과 같이 기본 소득보다 더 나은 대안이 될수 있을 것인가? 그런데 이 질문보다 먼저 물을 수밖에 없는 것은 기본 서비스라는 담론이 기본소득만큼 매력적으로 다가올수 있는가에 대해서 따져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래도 기본소득이 이를 지지하던 지지하지 않던 간에 주요한 사회적인 담론으로 성장할수 있었던 배경에는 모든 개인에게 무조건적이고 정기적인 현금급여라는 방법면에서 상당히 단순하면서도 근로조건의 문제나 사각지대 문제와 같은 그동안 소득보장의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것 같은 설득력을 보여줬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기본서비스의 경우 이의 주창자들도 인정하듯이 각 서비스 영역마다 그 성격과 맥락이 너무 다르다. 쉽게 이야기해서 똑같이 모든 국민을 위한 무상서비스를 주장한다고 하더라도 음식, 교통, 주거, 통신, 의료, 교육, 돌봄 등 각 영역마다 일괄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모습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일괄적인 무상서비스를 주장하기보 다는 지불능력으로 배제되지 않을 정도의 부담도 할 수 있다고 한발 물러선다. 하지만 욕구 기준으로 접근이 가능해야 하는데 그 욕구에 대한 판단도 일괄적이지 못하다. 음식, 주거, 통신과 같이 누구나 다 욕구를 가지고 있다고 간주할 수있는 것도 있고, 의료나 돌봄처럼 별도의 욕구실사가 필요한 영역도 있다.
그러다 보니 기본서비스론자들인 인간의 보편적인 기본 욕구를 위한 기본서비스가 포괄적으로 보장 되어야 한다고 하지만 그것이 어떤 모습일지는 간단치 않다. 이 논의가 영국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에 무상의료와 무상교육이 그래도 정착되어있는 편이어서 잘 언급되지 않지만 가령 우리나라의 경우 그 하나하나가 이상적 수준의 과제다. 무상의료는 물론이고, 고교까지 거의 무상교육이 된다고 하더라도 우리나라 사람 아무도 상당한 수준의 사적교육부담이 사라질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 반면 교통과 통신은 영국은 무료서비스가 더 의미가 있겠지만 이미 다른 나라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대중교통 요금체계와 인터넷 연결이 잘 되어 있는 우리나라는 그 의미가 다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기본서비스는 기본서비스론자들이 설명하고 있는 의미나 강점과는 달리 기본소득처럼 한 번에 와닿는 지점이 아직 적은 편이다. 하지만 이러한 평가가 아직 섣부를 수밖에 없는 것은 아직 기본서비스에 대한 논의는 시작단계이기 때문이다. 따져보면 기본서비스에서 주장하는 공공주도 의 공급이나 보편적 접근권의 경우 이미 우리나라 에서도 사회서비스의 공공성이나 무상의료 운동과 같이 부분적으로는 논의가 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다만 아직 기본소득처럼 ‘기본서비스’라는 하나의 아젠다 아래 총괄적인 대안으로 인식될 수 있는 논리가 부족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서구나 우리나라나 그동안 상당 부분의 ‘기본’서비스를 감당해왔던 가족의 의미가 바뀌고 있고, 여성에게 전가되었던 부당한 부담이 사회적으로 공유되어야 하는 과제를 가지고 있으며, 의 료기술 발달과 고령화에 따라 이와 관련된 사회적 욕구는 지속적이고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여전히 기본서비스가 가지는 사회적 대안으로서 의미는 간과하기 어렵다. 다만 세계적으로나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나 이것이 사회서비스라는 전반적인 영역을 아우르면서도 간단명료하게 사람들에게 공감을 받을 수 있는, 그러한 논의로 성장 될 수 있도록 축적되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는 것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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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 고프(Ian Gough). 1990. 『복지국가의 정치경제학』 김 연명 역. 한울아카데미. (1979. The Political Economy of the Welfare State. Macmillan)
Coote, A., P. Kasliwal, and A. Percy. 2019. Universal Basic Services: Theory and practice - A literature review. London: Institute for Global Prosperity.
Coote, A. 2021. Universal basic services and sustainable consumption. Sustainability Science, Practice and Policy 17(1), 32-46.
Gough I. 2021. Move the debate from Universal Basic Income to Universal Basic Services. UNESCO Inclusive Policy Lab. 2021년 7월 1일 인출. https:// en.unesco.org/inclusivepolicylab/analytics/move- debate-universal-basic-income-universal-basic- services
Gough, I. (2019) Universal Basic Services: a theoretical and moral framework. Political Quarterly, 90 (3). 534–542.
Portes, J. P., H. Reed, and A. Percy, 2017, Social prosperity for the future: A proposal for Universal Basic Services, Institute for Global Prosper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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