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거북, 생명의 여행

바다거북, 생명의 여행 | 바람그림책 59

스즈키 마모루 글, 그림, 김소연 옮김, 곽승국 감수 / 천개의 바람 / 2017년 7월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지만

바다거북은 기나긴 여행을 해서

맨 처음 알에서 나온 모래사장으로 돌아왔어요.

새로운 생명을 낳기 위해서……”

새둥지를 연구해 둥지연구가로 불리는 스즈키 마모루가 오랜 시간 바다거북의 생태를 깊이 있게 관찰하고 탐구한 뒤에 만들어 낸 그림책이다.

한여름 밤, 바닷가 모래사장에 등딱지 길이 1미터, 몸무게 100킬로그램이 넘는 바다거북이 나타났다. 구덩이를 파 100개 쯤 되는 알을 낳은 바다거북은 모래를 덮은 뒤 곧장 바다로 돌아간다. 알에서 60여일 만에 깨어난 아기 바다거북은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아도 밝은 빛을 따라 바다를 향해 나아간다. 새와 꽃게 등 천적을 만나기도 하지만 5센티미터의 작은 몸으로 캘리포니아 바다를 향해 2년간의 멀고도 험난한 여행을 시작한다. 바다 속에서는 해파리로 보이는 비닐, 오징어로 착각하고 잡아먹는 패트병, 그물, 배의 스크루 같은 것들이 바다거북의 천적보다 훨씬 더 위협적이다. 운 좋게 20년 정도 산 바다거북은 자신이 태어난 곳을 향해 다시 1만 킬로미터가 넘는 바다여행을 시작한다.

알 낳는 모습, 알에서 깨어 바다로 가는 과정 등 바다거북의 성장 과정을 만화처럼 처리한 면 분할과 간략한 문장에서 시간의 흐름과 생동감, 긴장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다 자란 바다거북의 모습이 두 면을 가득 채웠을 때 비로소 독자는 가슴을 쓸어내린다.

특별한 천적이 없는 바다거북은 해양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지만 점차 개체수가 줄어가는 멸종 위기 동물이다. 무분별하게 채집, 포획되고 있고, 산란지 및 서식지가 환경오염으로 파괴되고, 사람들이 버린 플라스틱이나 비닐이 바다거북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광활한 자연환경 속에서 생명을 지키고 이어가기 위한 바다거북의 노력이 어린이에게 자연스럽게 전해지는 감동 있는 책이다.

이양미
어린이도서연구회 회원

* 함께 읽으면 좋은 책

– <생명을 품은 바다 이야기 : 생각을 더하는 그림책 1> 키아라 카르미나티 지음, 김현주 옮김, 루치아 스쿠데리 그림 / 책속물고기 / 2015년 8월

– <내 이름은 플라스틱 : 함께 사는 환경 동화4> 정명숙 지음, 이경국 그림 / 아주좋은날 / 2017년 1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