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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개정증보판] 민주노총 여성위원회의 마녀사냥과 책임 회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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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개정증보판] 민주노총 여성위원회의 마녀사냥과 책임 회피

익명 (미확인) | 화, 2017/08/29- 14:37

노동자연대는 오랜 세월 여성차별을 반대해 왔을 뿐 아니라 민주노총 투쟁을 지지해 온 좌파 노동단체로, 현 민주노총 집행부를 배출한 선본의 일원이었다. 또한 지난해 10월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의 초동발의 단체이자, 그 운동을 위한 연합체의 공동상황실장 · 집회기획팀장을 맡아 헌신한 단체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렇게 오랜 활동 속에서 검증된 단체와의 연대를 파기(비록 한 부문위원회 차원이라 해도)할 정도라면 강령과 사회적 기반이 민주노총과 화해 불가능하게 다른 것으로 드러나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화해 불가능성에 대해 노동운동 내에서 충분히 공론화되는 과정이 있었어야 했을 것이다.

그래서 노동자연대는 김수* 여성국장(이하 김 국장)과 여성위가 하고 있는 ‘노동자연대와의 연대 중단’ 캠페인의 근거와 동기가 왜 부당한지 밝히고, 상황을 바로잡고자 한다.

그 전에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다. 5월 24일 민주노총 중집 회의에 제출된 여성위회의 보고와 6월 5일 가맹 산하조직들에 공지된 여성위회의 보고는 분명 5월 16일에 열린 같은 회의에 대한 보고인데도 내용이 다르다. 중집 회의 보고에는 “연대사업 중단 결정”이라는 말이 없고, 그 대신 이렇게 돼 있다. “노동자연대와의 연대사업을 고려해야 한다고 여겨짐. 이에 절차를 거쳐 본 책자에 대한 진의를 파악하는 과정을 거쳐 대응하고자 함.”

이 과정의 진상이 규명돼야 한다. 그것은 마치 중집이 여성위의 ‘연대 사업 중단’ 결정을 승인한 듯한 착각을 가맹 산하조직들이 하도록 만든 것이므로 그 경위와 의도가 반드시 규명돼야 할 것이다.(김 국장이 해명하지 않음으로써 이 점은 여전히 규명되지 않고 있다. 8월 10일 중집에서야 여성위 연대 중단 결정 보고가 접수됐다. 즉, 여성위의 최초 연대 중단 결정이 있은 지 3개월이 지나 중집 보고를 거쳐 여성위 입장이 민주노총 웹사이트에 공개된 것이다.)

여성위의 연대 중단 결정은 무슨 근거로?

여성위가 내세운 연대 파기의 근거는 과연 합당한가? 여성위가 심지어 ‘연대 중단’까지 결정한 근거는 기껏해야 노동자연대가 펴낸 소책자 《‘피해자 중심주의’와 ‘성폭력 2차가해’ 논쟁, 어떻게 볼 것인가?》의 일부분에 대한 정치적 이견이었다. 심지어 김 국장은 단지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로 ‘소책자 전량 회수 · 폐기’와 ‘공개 사과문 게시’를 노동자연대에 요구하겠다는 계획까지 상임집행위원회에 제출했었다고 한다.(그러나 책 전량 폐기 요구가 너무 터무니없는 요구라는 제기를 받아서인지 8월 16일 공개된 입장문에서는 빠졌다.)

만약 허위사실이 있다면 마땅히 수정돼야 한다. 그러나 확인 결과, 이 소책자에 허위사실은 없었다.(이에 대해선 뒤에서 다시 다룰 것이다.) 백번 양보해 설사 허위사실이 있다손 쳐도 같은 노동단체인 노동자연대와 논쟁을 하면 되는 일이다. 노동조합 민주주의를 존중하는 노조 간부라면 이렇게 권위주의적으로 행동해서는 안 된다.

여성위는 소책자의 두 부분을 연대 파기의 근거로 삼았다. 그중 핵심은 강아무 전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장의 강간혐의 사건(2015년)에 대한 서술이었다.[1] 이 소책자의 필자(최미진 〈노동자 연대〉 신문 기자)는 피해호소인의 주장과 요구만 가지고 면밀한 진상조사를 대체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 논지를 전개하는 맥락에서 강아무 전 울산지역본부장 사건을 사례로 들었다. 특히 김 국장의 관여로 사과문이 작성되는 과정에서, 강아무가 강간만큼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음에도 일방적으로 피해호소인의 요구에 따라 강간 인정이 포함된 사과문이 게시된 사례를 들었다. 그리고 결국 이 사과문의 강간 ‘인정’ 부분이 강아무의 양심에 반한 것이라는 많은 증거가 재판에 제출됐음을 지적했다.(논의의 왜곡을 미리 막기 위해 덧붙이자면, 노동자연대는 강아무와 아무런 친분이 없으므로 우리의 주장은 그를 감싸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럴 만한 이해관계가 노동자연대에겐 없다.)

이에 대해 여성위는 이렇게 주장한다. “성폭력 사건이 재판정에서 피해자에게 유리하게 진행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임에도 [노동자연대는] 이러한 상황을 간과하고 사법부의 무죄 판결만으로 가피해를 가르는 오류를 드러[냈다.]” 그리고 “민주노총 진상조사위원회가 가피해 당사자의 동의와 구체적인 진술을 바탕으로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자연대가] 자신들의 논리를 정당화하기 위해 조사과정 전체를 무력화 시키는 태도[를 드러냈다.]” 이는 “민주노총 진상조사위의 활동과 중집의 결정을 무력화시키는 태도[로],” “명백한 ‘2차가해’[다.]” 따라서 노동자연대와의 연대를 중단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민주노총의 조사과정을 무력화시킬” 어떤 의도도 없다. 그저 “피해자 중심주의”나 “2차가해” 같은 도그마적이고 분열주의적인 노선 때문에 노동자 계급이 불필요하게 분열되는 일이 중단돼야 한다는 미래 지향적 관점에서 시시비비를 따진 것뿐이다.

그리고 우리는 아무 합당한 근거도 없는, 또한 불필요한 주장을 한 것이 아니다. 강아무 전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장 사건의 의미와 파장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 사건은 ‘민주노총의 오른팔’이라 불리는 금속벨트의 핵심 도시 울산의 지역본부장이 연루된 강간혐의 사건이라는 점에서 결코 사소하게 취급될 수 없는 문제다. 그 일로 민주노총 공식 사과문이 발표됐고 당시 울산지역본부장 · 수석부본부장 · 사무처장이 총사퇴 했다. 위선적이게도 〈조선일보〉 등 우파 언론들은 “도마에 오른 노동계 도덕성” 운운하며 민주노총을 흠집내는 데 그 사건을 이용했다. 이처럼 그 사건의 의미와 파장이 매우 컸으므로, 노동자연대는 그 사건의 처리와 관련해 어떤 의문점이 남는다면 자유롭게 토론해야 한다고 봤다.

이 사건의 피해 호소 여성(이하 H로 지칭)은 강아무 본부장과 사귀는 동안 “성폭력”과 “언어폭력”을 당했다고 SNS에 호소했다. 이 사실을 인지한 김 국장 등 민주노총 중앙기구의 개입으로 H의 요구에 따른 사과문이 작성되고 징계도 결정됐다. 앞서 언급됐듯이, 사과문의 내용과 징계의 근거에는 단지 “언어폭력”뿐 아니라, “[H의] 의사에 반하여 성관계를 한 것”(즉, 강간)도 포함돼 있었다.

그런데 이런 민주노총 내부 진상조사 결과와 판단이 법원의 무죄 판결로 뒤집히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1심 재판부: 울산지방법원 제11형사부 판사 신민수 · 정우철 · 목명균). 최근 2심에서도 1심과 다른 판결이 나오지 않아 원심이 확정됐다(2심 재판부: 부산고등법원 제2형사부 판사 호제훈 · 추경준 · 이성).

이 사건이 “공동체” 내부 해결에서 그치지 않고 법정으로 가게 된 과정이 해당 사건에 대한 법원 ‘증거목록’을 통해 일부 드러났다.

법원 ‘증거목록’을 보면 “수사 착수 경위 – 피해자의 제보로 수사 착수 함”이라고 적혀 있다. 수사기관이 “피해자”의 제보를 바탕으로 이를 인지해 사건 수사를 진행하였다는 것이다.(수사기관이 이 사건을 인지하고 기소하게 된 구체적 과정에 대해서는 풀리지 않는 의문점들이 있다.) 한편, 이때 강아무가 고용된 현대차 사측도 강간 혐의를 빌미로 그를 해고하려 했다. 사측은 여성차별에 눈곱만큼도 관심 없으면서 이 사건을 노동운동을 흠집내 약화시킬 기회로 이용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여성위는 노동자연대가 민주노총 내부 규정에 따른 판단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이를 근거로 연대 중단을 결정했다. 그런데 “공동체가 함께 극복해야 할 사안”을 수사기관으로 가져간 것은 H 자신이라는 얘기다. 그러자 강간혐의로 해고 위협까지 받게 된 강아무가 법정에서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려 했던 것이다.

즉, 노동자연대는 H 자신이 사건을 수사기관으로 가져간 뒤에 진행된 일을 사후적으로 살펴보며 반성폭력운동에 주는 교훈을 이끌어내고자 했을 뿐이다. 따라서 여성위가 이 사실을 누락한 채, 노동자연대에게 ‘내부 규정에 따라 일단락된 사안을 사법부 판결을 들어 부정하려 하느냐’고 비난하는 것은 사안의 본질을 비트는 부당한 비판이다.

재판에서 강아무는 자신의 애초 주장, 즉 성관계는 합의에 따른 것이었고 연인관계였던 H가 결별 후 배신감에 말을 바꾼 것이라는 점을 수많은 증거를 들어 입증했다.

특히, 민주노총이 게시한 강아무의 사과문에 포함된 강간 인정이 압박에 의한 것이었다는 점이 무죄 판결의 중요한 근거가 됐다.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로 김 국장과 강아무 사이에 오간 문자메시지들이 법정에 제출됐고, 김 국장과 무엇보다 정영* 전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 여성위원장이 직접 법정에서 증언을 해야 했다.

물론 민주노총의 판단 기준은 사법부의 판단 기준과 다르다는 주장이 있음을 우리는 안다. 또한 성폭력 재판이 피해호소 여성에게 불리하게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익히 잘 알고 있다.

여성국장이 진술을 강요했다는 의혹

그러나 진술 강요 의혹은 다른 문제이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강아무의 ‘자술’이 심리적 강압에 의한 것이었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수사기관에 의한 협박과 강요로 양심의 자유가 난도질 당하는 비민주적 행태에 반감을 가진 한국 노동자 계급에게 양심에 반하는 진술 강요 문제는 매우 심각한 사안이다.

진술 강요를 의심케 하는 증거들이 재판에서 나왔다(인용문 가운데 굵은 글씨 부분은 우리의 강조).

재판부는 강아무가 “사과문 작성 과정에서 줄곧 이 사건 범행[강간]을 인정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판단”했다. 판단의 근거는 김 국장 자신의 진술이었다. “[여성국장] 김수*은 이 법정에서 ‘피고인은 사과문 작성 과정에서 저에게 피해자를 강간한 것이 아니라고 계속 주장하였다’라고 진술하였다.”(판결문)

강아무가 강간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음은 민주노총의 사건 처리 보고서(《공동체내 성폭력 바로 보기 – 민주노총내 데이트 폭력 사건 처리 과정과 결과에 관한 보고서》)에도 나와 있다. 그는 김경* 당시 민주노총 여성담당부위원장 및 김 국장과의 면담에서 “강제로 성관계를 한 점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았[다.]” (물론 강아무는 “불평등한 관계에 의한 성폭력이었음을 인지”하게 됐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이때 강아무가 말하는 “성폭력”은 강간이나 성추행을 뜻하는 게 아니라, 여성을 상처주거나 불쾌하게 하는 언행 일체를 가리키는 확장된 개념이었다.)

강제성을 결코 인정하지 않았는데도 왜 강아무는 “[H의] 의사에 반하게 성관계를 한 것”이라는 사과문 게시에 동의했을까?

이 사건은 원래 H가 민주노총 여성위원회에 제소한 건이 아니다(민주노총 사건 처리 보고서). 김 국장이 SNS에서 H의 주장을 인지 조사하면서 시작된 사건이다.

처음에 H는 제소를 통한 정식 절차와 진상조사위 구성을 원치 않았다.(그래서 민주노총 사건 처리 보고서에는 “진상조사위”가 아니라 “민주노총 대책회의”가 등장한다.) H는 강아무가 진실된 사과를 하면 그의 행동을 너그럽게 보아넘기고, 그러지 않으면 엄격한 진상 조사를 받게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강아무가 강간을 인정하지 않자, 나중에야 자신이 원하는 내용의 사과문을 작성하지 않으면 정식 절차를 밟겠다고 압박한다. 이 과정은 민주노총 사건 처리 보고서와 판결문에 고스란히 나와 있다.

“[H는] 자신이 원하는 내용의 사과가 진행되지 않을 시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을 통한 사건 조사를 요구”하겠다고 했다(민주노총 사건 처리 보고서).

“민주노총 홈페이지에 게시된 위 사과문 작성과정에 직접 관여한 민주노총 여성국장 김수*은 이 법정에서 ‘피해자[H]는 피고인이 자신의 요구를 받아들여서 진심으로 사과하면 더 이상 이 문제를 거론하지 않고 덮어버리겠다고 하였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였다.”(판결문)

여기에 결정적으로 민주노총 김 국장이 압박에 가세한다. 김 국장이 강아무와 사과문 내용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주고받은 문자메시지가 진술 압박의 증거로 제출됐다. 강아무의 변호인이 법정에서 김 국장을 신문했다. “피고인[강아무]이 피해자[H]의 요구 중 일부[강간 혐의]를 거부하자 증인[김 국장]이 피해자[H]의 요구를 받아들이라는 취지의 문자를 보내[지 않았느냐].” 그러자 김 국장은 강아무가 H의 강간 인정 요구를 “거부”했지만, 자신이 “피해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사과를 해라” 하고 요구했음을 인정했다.

이 사실을 정영* 당시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 여성위원장도 법정에서 증언했다. 정영* 당시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 여성위원장은 민주노총 산하 조직의 여성위원장으로서, 이런 종류의 사건을 다루는 기구의 책임자였다. 그는 또한 1998~2000년 현대자동차 식당 여성 노동자 투쟁(이른바 ‘밥꽃양’ 투쟁)의 주역이었고, 2016년 민주노총 3 · 8 세계여성의날 집회에서 “성평등 모범 조합원상”을 받았다. “[현대차]지부 여성실장을 역임하며 피해자 입장에서 성희롱, 성폭력 사건에 적극 대응하고 조합원 성평등 교육사업을 실시한 공로로” 상을 받았다(〈금속노동자〉 기사). 정영*의 증언 내용을 재판부는 이렇게 요약하고 있다.

“정영*은 이 법정에서 ‘민주노총 여성위원회에서 피해자가 원하는 대로 빨리 사과문이 나가야 이 사건이 빨리 정리가 된다고 하였기 때문에 당시 피해자가 원하는 대로 사과문이 게시되었다’, ‘피고인은 사과문 중 인정하지 않는 부분이 있었지만, 본부장이라는 공인의 직책에 있는 자로서 빨리 사건을 마무리해야 하였기 때문에 민주노총의 요구에 따라서 인정하지 않는 부분이 사과문에 그대로 적시되었다’라는 취지로 피고인[강아무]의 위 주장[자신이 인정하지 않는 부분이 있었지만 H의 요구대로 사과문을 작성함]에 부합하는 진술을 하였다.”(판결문)

이에 더해 강아무 전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장은 법정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장의 직위에 있던 자신이 20대 여성인 피해자와 불륜관계를 맺었다는 사실이 밝혀져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그 직위에서 물러나는 상황에서 조속히 피해자와의 문제를 수습하기 위하여 위 사과문 내용 중 자신이 인정하지 않는 부분이 있었지만, 피해자가 요구하는 대로 위와 같은 사과문을 작성한 것이다.”(판결문)

재판부는 위와 같은 증거들을 종합해, 이 사실들이 양심에 반한 진술 강요의 근거가 된다고 판단했다. 강아무가 불이익을 우려해 동의하지 않는 사과문을 게시하게 됐고, 따라서 그가 작성한 사과문의 내용이 곧 강간의 증거가 될 수는 없다고 판결한 것이다.

결국 강아무는 민주노총 조사 과정에서 강간 혐의를 계속 부인했는데도 결국 H와 김 국장의 요구에 따라 사과문을 쓰게 된 것이고, 이 점을 법원이 인정한 것이다.

토론과 논쟁으로 처리할 일에 행정 권한을 개입시키지 말라

민주노총 대책회의의 강아무 사건 조사 과정은 “피해자 중심주의”에 따라 피해호소인의 주장과 요구대로 진행됐다. 이는 가해지목인 측의 충분한 소명이나 증거 제출 자체를 어렵게 (그리고 불필요하게) 만드는 조건이었다.

따라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피해자 중심주의”와 그 방호벽 구실을 해 온 성폭력 “2차가해” 개념에 대해서도 돌아본다면 앞으로의 교훈을 도출하는 데 더 효과적일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우리는 이런 건설적 · 생산적 · 미래 지향적 토론을 원했을 뿐인데, 여성국장이 방어적으로, 불필요한 행정 공세를 하려 하고 있는 게 안타깝다.

노동단체들끼리라면 얼마든지 열어 놓고 토론해 볼 수 있어야 한다. 이는 건강한 양식을 가진 민주노총 조합원이라면 마땅히 동의할 수 있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견해의 일반적인 일치를 연대의 조건으로 내세운다면 연대를 약화시키고 분열주의를 강화한다는 커다란 문제점을 낳을 수밖에 없다. 여성 노동권, 성폭력 · 성추행 · 성희롱 등에 맞서 함께 싸우면서도 정치적 이견에 대해서는 토론하고 논쟁할 수 있어야 한다. 공동의 적에 맞서 다른 노동단체들과 함께 싸우면서, 이견에 대해 얼마든지 우호적으로 토론할 수 있어야 운동이 성장 · 발전할 것이다.

하지만 마땅히 기대되는 바와 정반대로, 김 국장과 여성위는 민주노총 중집의 권위를 등에 업고 이견을 입막음하고 토론을 억누르는 잘못된 길을 선택하고 있다. 노동자연대의 주장이 “[강아무 사건에 대한] 민주노총 진상조사위의 활동과 중집의 결정을 무력화시키는 태도”라는 권위주의적 성격 규정이 이 점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또한 진술 강요에 대한 합리적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도 이런 제기 자체를 ‘성폭력 2차가해’라고 매도하고 있다.

김 국장은 중집 뒤에 숨으려 해선 안 된다. 중집에 사건 처리 결과를 보고한 담당자는 김 국장 자신이었을 것이다. 따라서 김 국장은 중집의 권위를 빌어 이견을 찍어누르려 하지 말고 강아무 사건에서 과연 진술 강요가 있었는지 밝히고, 만약 없었다면 재판에서 제출된 증거보다 더 확실한 증거를 제출하면 될 일이다.

설사 중집의 결정사항이라 해도 절대 도전받아선 안 되는 성역은 아닐 것이다. 물론 노동운동의 대의와 조합원들의 이해관계에 충실한 결정이라면 마땅히 지켜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례처럼 부당한 조사 과정에 의한 오판 가능성에 대해 합리적 의문이 제기된 경우에는 오히려 재평가 토론이 보장돼야 한다. 이는 노동조합 민주주의의 매우 작은 한 부분이다.

위 논의를 종합해 보면, 결국 노동자연대에 대한 여성위의 연대 파기의 본질은 강아무 사건 처리에 대한 김 국장 등 책임자들의 오류가 드러나는 것을 막으려는 것이자, 진실을 요구하는 노동자연대를 마녀사냥해 엉뚱하게 책임전가 하려는 것이라고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 본질을 흐리려고 여러 지엽적 쟁점을 끌어들이거나, 명백한 증거와 사실조차 외면하거나, 조합원들이 정확한 내막을 잘 모른다는 점을 이용해 기만하려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노동자연대를 연대체에서 추방하려다 실패한 김 국장의 황당한 시도

김 국장은 이 문제와 아무런 관련성이 없는 연대체인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3시 스탑 공동행동’에서 노동자연대를 추방하려고 했다.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해 모인 연대체에서, 그간 이 목적에 헌신해 온 노동자연대를 자신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추방하려 했던 것이다. 이 억지스러운 시도는 양식 있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빈축을 샀다. 많은 노동자들이 이 황당한 시도에 반대하는 서명에 동참했다.(관련 기사: ‘폭우 속에 민주노총 조합원 5백여 명이 서명하다’) 노동자연대 추방 여부 결정 투표는 소속 단체들이 전혀 참여하지 않아 최종 무산됐다.(관련 기사: ‘3시 스탑 공동행동 ― 투표가 무산됐으므로 노동자연대 추방 안건은 폐기돼야 한다’) 그런데 추방 시도가 좌절되자, 김 국장은 아예 연대체를 해소하자고 한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 과제에서 성별임금격차 해소는 거론조차 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연대체의 본 목적과 취지에 맞게 제대로 운영해 나가는 게 필요한 시점에 자신의 이해관계를 우선하며 연대체를 해소하려는 것은 매우 무책임한 태도이다.(관련 기사: ‘‘3시 스탑 공동행동’ 해소 제안에 대한 노동자연대의 입장’)

민주노총 여성위의 8.16 입장문에 새롭게 추가된 왜곡

8월 16일에 공개된 여성위 입장문에는 명분 없는 결정을 정당화하려고 새로운 왜곡이 추가됐다. 가령, 여성위가 지난 2년간 3.8여성노동자대회와 관련해 연대 조직 구성을 못한 것이 노동자연대 때문인 양 서술했다. 민주노총(여성위)이 노동자연대 때문에 연대 조직을 만들지 못했다는 게 말이나 될 법한가. 어처구니없는 책임 전가다. 그리고 노동자연대와는 아무 관계가 없는 한 대학 동아리 엠티에서 벌어진 6년 전 사건을 갑자기 끄집어 내, 노동자연대에 대한 편견을 부추기고자 했다. 지난 6년 동안 민주노총 여성위가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던 일이 왜 전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장 사건 처리에 이견을 제시하자 연대 파기 결정의 한 이유가 된단 말인가?

노동자연대가 “가[해자]피해자 모두에게 2차 가해를 했다”는 궤변도 서슴지 않는다. “가해자”에 대한 “2차가해”라니, 억지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더욱이 민주노총 규정에 따르더라도, “2차가해”는 “피해자에게 부당한 피해를 주는 모든 행위”다. “가해자”를 느닷없이 “피해자”로 둔갑시키는 것은 강아무 전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장에 진술 강요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처지에서 할 말은 아닌 듯하다. 김 국장은 이 의혹에 대해 침묵하지 말고 진실을 말해야 할 것이다.

민주노총 간부는 조합원 의식을 공개적으로 폄하해선 안 된다

김 국장이 민주노총 노동자들의 성 의식을 업신여기는 편견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는 점도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5월 15일 김 국장은 한국여성민우회가 주최한 ‘2017 공동체 내 성폭력을 직면하고 다시 사는 법 — ‘2차가해’와 ‘피해자중심주의’’에 토론자로 참가해 발제했는데, 무려 3백 명이 넘는 젊은 청중이 모인 이 자리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성 의식에 대한 편견을 드러내는 주장을 했다. 여성국장은 반(反)성폭력 운동진영과 민주노총의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고 주장했다.(“반성폭력 운동진영” 대신 “연구자들” 또는 “여성주의자들”이라고 표현한 구절도 있다.)[2] 민주노총에선 아직 “2차가해”의 문제점을 논할 수준이 안 되고 오히려 그런 개념이라도 있어야 성폭력에 대한 감수성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노총 노동자들을 반성폭력 운동의 외부에 있다거나, 여성운동의 논의를 이해하고 토론할 능력이 없는 존재처럼 여기는 것은 잘못이다. 사실 민주노총 노동자들은 비교적 진보적인(불균등하지만 평균적으로 보면) 의식을 갖고 있는 집단이다. 민주노총 노동자들은 이미 1990년대 말에 부르주아 야당에 의존해선 안 된다는 자각(노동운동의 정치세력화)을 하고 진보정당을 만든 주역이다. 무엇보다 투쟁 경험과 투쟁 능력 면에서 다른 어느 사회집단보다 두드러진다. 우리가 지금 누리는 민주적 권리는 1987년 6~9월 노동자 대투쟁 이후 성장한 노동자 조직들에 결정적으로 빚진 것이다. 민주노총 노동자들은 또한 박근혜 정부에 맞서 완강한 저항을 한 사회세력이었고, 박근혜 퇴진 운동의 초기 국면에서 견인차 구실을 했다. 퇴진 운동 직전부터 시작된 철도노조를 비롯한 공공운수 노동자들의 파업이 한 구실, 그리고 퇴진운동의 규모가 급성장하는 결정적 발판이 된 것이 전국노동자대회와 11 · 30 하루파업이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성차별 문제에서는 어떤가? 여성 노동자들의 저임금, 비정규직 차별, 직장 내 성희롱 문제, 취약한 ‘모성보호’ 등 차별적 조건에 맞서 조직하고 가장 완강하게 저항해 온 사회집단이 바로 민주노총 노동자들이다. 이런 투쟁들은 대부분 한 성별만의 투쟁이기보다는 여성과 남성 노동자들 간의 연대로 나타난다. 특히, 여성 노동자들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여성 노동자들의 쟁점을 다루는 것이 노동조합 활동에서도 점점 더 중요한 부분이 되고 있다. 이렇게 함께 조직하고 투쟁하는 과정에서 여성에 대한 보수적 편견이 도전받을 기회도 많아진다. 실제로 민주노총 노동자들의 성 인식은 사회의 평균적 인식에 비해 높은 편이다. 적어도 민주노총의 전통 있는 주요 노조 내에서는 여성 차별이 자연스럽고 정당하다는 식의 노골적인 성차별 관념이나 성폭력 · 성추행 · 성희롱 등을 정당화하는 정치문화는 찾아보기 어렵다. 물론 조합원들의 의식이 불균등하고 가사노동 분담 등의 문제에서는 미흡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특별히 민주노총의 “시간”만이 지체되고 있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

조직노동자들에게 반감을 가진 일부 사람들은 2008년 민주노총 김** 성폭력 사건 등을 예로 들며 이것이 민주노총 노동자 일반의 성 인지도 결여를 보여 주는 것처럼 과잉 일반화를 한다. 그러나 민주노총 조합원 대부분은 성폭력을 저지르지 않을 뿐 아니라, 김** 사건 당시에도 성폭력을 저지른 가해자를 옹호하거나 사건을 축소하려고 한 일부 간부들의 태도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었다. 따라서 김** 사건을 두고 “민주노총 성폭력 사건”이라고 완전히 부정확하게 부르면서 그 일이 민주노총의 집단적 특성을 보여 주는 양 주장하는 것은 괜한 편견 부추기기일 뿐이다. 사실, 김 국장이 자신의 이중 잣대를 정당화하며 든 유일한 사례는 ‘코리아연대’의 사례였다. 그러나 재판에서까지 성폭력 유죄 판결을 받은 이 사건의 가해자들과 가해자를 옹호하는 코리아연대 지도부를 민주노총 조직들은 옹호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도 왜 민주노총 노동자들이 후진적인 집단으로 매도되는 것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오히려 노동조건 개선이나 사회 변화를 위한 집단적인 투쟁에서 노동자들의 불필요한 분열을 초래할 수 있는 말과 개념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민주노총의 상근자로서 소속 조합원들에 대한 부당한 편견을 바로잡아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민주노총 조합원 의식에 대한 편견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발제를 한 김 국장은 민주노총 조합원들에게 사과해야 한다.

맺으며 ― 노동자 계급 투쟁의 전진을 위해

노동자연대는 우리 단체만을 위해 이런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노동자연대가 진정 우려하는 것은 김 국장과 여성위의 마녀사냥이 노동자 운동에 끼칠 해악이다. 정치적 견해 차이를 이유로 특정 단체를 속죄양 삼고 배척하는 일이 저지되지 않고 무사통과된다면 노동운동 내에서 민주적이고 건강한 토론 문화는 사라지고 쓰디쓴 반목과 분열만 낳을 것이다. 게다가 김 국장과 여성위의 마녀사냥 시도는 김 국장의 진술 강요 의혹이 진실인 것으로 드러날까 봐 자신의 과오를 덮기 위한 책임 전가의 성격이 있으므로 더더욱 묵과돼선 안 될 것이다.

만에 하나, 명백한 반박 증거들이 제기됐음에도 진술 강요 의혹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그냥 넘어간다면, 앞으로도 그런 비인권적 관행이 되풀이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애먼 활동가들이 억울한 누명을 쓸 수도 있다. 누명은 한 사람(과 그 가족)의 인생을 파괴하는 일일 수 있다. 진술 강요 의혹 조사는 무엇보다 우리 사회의 민주화를 위해 투쟁해 온 민주노총의 공신력과 명예를 위해서 필요한 일이다.

진정한 성 해방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진술 강요 의혹은 조사돼야 한다. 혼외연애에 대한 일부 조합원들과 일부 대중의 보수적 편견이 강아무가 부당한 강요를 받아들이게 된 데 영향을 미친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성과 남성들이 혼외연애를 했다는 이유로 ‘비윤리적’(‘불륜’)이라고 매도돼선 안 된다. 이것은 노동자들을 분열시키고, 보수 우파의 가정가치관을 강화해 오히려 성차별적 인식을 부추길 뿐이다. 심지어 극도로 보수적인 헌재도 ‘간통법’을 폐지했다.

토론 사항:

  • 여성위원회의 ‘노동자연대와의 연대 중단’ 결정
  • 6차 여성위 회의 결정사항의 보고 과정 진상
  • 강아무 전 울산지역본부장에 대한 자술 강요 의혹
  • 여성국장의 민주노총 조합원 성의식 폄하 발언

[1] 나머지 하나는 올해 3월 민주노총 여성위 주최의 토론회 발제를 사실과 다르게 인용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지엽말단적 쟁점이긴 하나 그럼에도 오해를 막기 위해 사실을 밝히고자 한다. 소책자에 서술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최근 민주노총 내에서도 “성폭력이라는 언어가 주는 위협[으로] … 낙인 효과가 크다는 점” 때문에 “성폭력” 행위를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여기서 따옴표 친 부분은 《민주노총 성평등 조직문화 확대를 위한 대토론회 자료집》(2017년 3월 3일)에 수록된 김 국장의 발제문 중 ‘우리에게 더 많은 언어가 필요하다’는 항목에 나온 내용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인용한 것이다. 글의 맥락도 왜곡하지 않았다. 이 사실은 민주노총 웹사이트 자료실에 공개돼 있는 위 자료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날 토론회에 최종진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을 비롯해 70여 명이 참가했으므로 필자의 인용이 왜곡인지 아닌지는 참가자들에게도 확인해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2] ‘2017 공동체 내 성폭력을 직면하고 다시 사는 법 — ‘2차가해’와 ‘피해자중심주의’’ 토론회 자료집 79쪽.

  • 이 논란의 계기가 된 노동자연대 소책자 《‘피해자 중심주의’와 ‘성폭력 2차가해’ 논쟁, 어떻게 볼 것인가?》(노동자연대)는 개정·증보해 단행본 《성폭력 2차가해와 피해자 중심주의 논쟁》(최미진 지음, 책갈피, 120쪽, 5,500원)으로 새롭게 나왔습니다.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 《성폭력 2차가해와 피해자 중심주의 논쟁》(최미진 지음, 책갈피, 120쪽, 5,500원)의 전문은 온라인으로도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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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와 통제를 위한 국정원의 그릇된 헌신

- 국정원의 해킹프로그램 구입 및 불법감청시도에 대한 규탄성명 -

최근 다수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국정원이 5163부대라는 이름으로 최소한 2012년부터 최근까지, 이탈리아 ‘해킹팀(Hacking Team)’으로부터 인터넷 감시프로그램 ‘RCS(Remote Control System)’을 구입하여 운영하였음을 추측케 하는 단서들이 다수 발견되었다. 유출된 ‘해킹팀’ 의 직원들이 주고받은 이메일의 내용에 따르면, 국정원이 국내에서 유통되는 특정 스마트폰에 대한 해킹 방법을 요청하고, 국내에서 주로 사용되는 모바일 메신져 및 백신 관련 해킹에 대하여 문의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대해 국정원의 고위관계자는 국정원에서 해당 프로그램을 구입한 것은 사실이나, 이는 대북·해외 정보전을 위한 것이라고 변명하였다. 그러나 해킹의 대상이 국내에서 일반적으로 쓰이는 스마트폰 모델과 모바일 메신져 및 백신에 집중된 경향을 살펴볼 때, 국정원의 감청대상은 우리 국민이었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지난 10년간 국정원이 밝힌 휴대전화 감청 건수는 ‘0건’으로, 그동안 국정원은 공식적으로 휴대전화 감청사실을 부인해왔다. 최근에는 휴대전화 감청의 기술적·절차적 어려움을 호소하며 통신사업자들의 휴대전화 감청시설 구비를 의무화하는 법 개정안을 추진하기도 했다. 위 의혹들이 사실이라면, 국정원이 2005년 안기부 X-파일 사건에 이어, 다시 한 번 국민들을 속이고 국민들을 감시하려 하였음이 밝혀진 것이다.

헌법은 통신의 비밀을 국민의 기본권으로 규정하고 있고,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은 감청가능 범죄의 특정, 수사의 보충성, 영장에 준하는 법원의 허가서 발부 등 매우 엄격한 요건 아래에서만 감청을 허용하고 있다. 이는 감청으로 인한 기본권의 침해를 최소화하고 요건을 지키지 않는 감청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법자의 결단이다. 국정원의 이번 감시프로그램 구입 및 해킹 문의는 국가기관으로서 국정원이 가져야 할 투명성, 신뢰성, 정치중립성을 다시 한 번 의심하게 하는 중대한 사안이다.

이번 사태는 국민이 피땀으로 쌓아올린 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도전이며, 통제받지 않는 정보기관이 얼마나 위험한 지를 다시 한 번 우리에게 일깨워 준다. 국정원은 정보활동의 밀행성을 이유로 각종 정보공개에 소극적이며, 특히 예산은 편성부터 결산에 이르기까지 대부분 공개되지 않는다. 국정원의 대선개입·경력판사 면접 의혹, 간첩조작 사건 등은 국정원의 비밀주의가 어떻게 절차적 민주주의를 흔들고 있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감시당하는 사회에서는 누구도 진의(眞意)를 입 밖으로 꺼내려 하지 않는다. 핸드폰을 훔쳐보는 것은 국민의 입을 막기 위한 더 큰 그림의 예고편에 불과할 것이다. 모임은 우선 이번 사태에 대하여 국회가 국정원의 불법사찰 여부에 대하여 사실관계를 명백하게 밝히고, 이에 따라 불법 감청을 막을 수 있는 법적 제도적 보완을 서둘러 해줄 것을 요구한다. 국정원이 자신의 오점을 끝까지 숨기고 호도하려 한다면 더 이상 한 나라의 정보기관으로서 존재해야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불법을 저지르면서까지 국정원이 보호하고자 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특정 정치세력에 대한 맹목적인 헌신은 결국 국정원의 존립기반인 국민들의 신뢰를 잃는 지름길임을 국정원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2015년 7월 14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 장 한 택 근

화, 2015/07/14-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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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보험료는 올리고 의료보장은 삭감하는 건강보험 재정긴축 중단해야 -

 

정부가 오늘(15일) 국무회의에서 건강보험 보장을 줄여 입원료를 인상하는 내용의 건강보험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입원일 수에 상관없이 전체 입원료의 20%였던 본인부담률이 내년 7월부터는 입원한 지 16일부터 30일까지는 25%, 31일 이후에는 30%로 인상된다.

건강보험 재정이 남아도는 상황에서 입원료를 인상하겠다는 올해 초 정부 계획에 수많은 국민들이 분노하고 반대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이를 끝내 강행했다.

우리는 건강보험 흑자 와중에도 이 정부가 계속해 추진하는 의료복지축소를 규탄하며 오히려 건강보험 흑자를 당장 국민에게 쓸 것을 요구한다.

 

첫째, 입원료 인상은 의료비에 허덕이는 환자들을 더 옥죄는 것이며, 장기입원의 책임을 환자들의 ‘도덕적 문제’로 떠넘기는 매우 질 나쁜 정책이다.

한국은 10가구 중 한 가구가 ‘재난적 의료비’로 고통을 받는 나라다. 그리고 중산층도 의료비 때문에 빈곤의 늪으로 전락할 수 있는 나라다. 그런데 가장 필수적 보장의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입원료의 보장을 줄이겠다는 정책은 정부가 국민의 생명을 돌보지 않겠다는 선언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러한 정책이 국민들의 도덕적 해이로 인한 장기입원을 줄이기 위해서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장기입원은 환자들의 도덕 문제 때문이 아니라 민간 병원들의 일부가 수익성을 위해 장기입원을 부추기기 때문이다. 게다가 열악한 한국의 여타 복지제도 때문에 아픈 노인들이 건강보험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존재한다. 정부는 마치 국민들을 복지제도를 악용할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는 행위에 대해 즉각 사과해야 한다.

 

둘째, 정부는 의료비 인상이 아닌, 건강보험 17조원을 이용해 의료비를 전면 해결해야 한다.

국민들이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해 쌓인 건강보험 흑자가 올해까지 17조원에 이르렀다. 정부 예측에 따르더라도 2021년까지는 흑자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건강보험료를 6년이나 더 적립하겠다는 계획도 심각한 문제다.) 국민들이 낸 천문학적인 보험료가 정부 곳간에 쌓여있는 것이다.

건강보험료 흑자 중 3조원만 써도 한 해 모든 국민의 입원료 본인부담금을 없앨 수 있는 돈이 있다. 그 해 걷어 그 해 쓰는 것이 원칙인 건강보험의 원리대로 당장 흑자를 이용해 국민들의 입원료를 해결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런데 정부는 내년 이후 건강보험료 국고 지원을 줄이거나 없애고 재벌병원과 의료기기‧제약회사에 이 돈을 퍼주려고 이 돈을 적립하고만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정부는 보장은 줄이면서도 건강보험료는 매년 꼬박꼬박 올리는 것이다. 오늘 개정된 건강보험법 시행령을 통해서도 건강보험료가 또다시 0.9% 인상되었다.

 

정부는 국민들의 부담은 갈수록 늘리면서 복지는 갈수록 줄이는 정책을 펴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4일 발표한 ‘2060년 장기재정전망’에서도 국민들이 너무 적게 내고 복지를 많이 누리고 있다면서 이를 해결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무슨 터무니없는 소리인가? 사실은 대다수 국민들은 OECD 평균에 가까운 부담을 하는 반면 정부와 기업의 부담은 턱없이 적다는 것이다.

게다가 정부는 이러한 기만적 정책들을 더 강하게 밀어붙이고자, 이러한 계획들을 추진하는 기획재정부에 보건복지부를 포함한 모든 부서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통과시키려 한다.

 

보건의료인들은 곳간에 의료비를 쌓아두고 국민들에게 내 놓지 않는 것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빼앗는 범죄와 다름없다고 판단한다. 우리는 당장 의료복지 축소를 멈추고 건강보험 흑자를 사용해 의료비를 보장하라는 국민의 목소리를 정부가 더 이상 외면하지 말 것을 경고한다. <끝>

 

 

2015. 12. 15.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화, 2015/12/15-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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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24일) 믿기 어려운 일이 일어났다.

인천 남동구청장 장석현은 5급이상 관리자와 청원경찰을 동원해 공무원노조 남동구지부 사무실을 침탈하고 사무실 문을 용접해 출입을 봉쇄하려 했다. 이러한 만행이 백주대낮에 인천광역시 남동구청 안에서 버젓이 벌어진 것이다.

남동구청장 장석현은 취임 후 1년 동안 공무원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사무실 폐쇄 협박 등 노조 탄압을 자행해 왔다. 노조사무실 강제 침탈과 용접 시도는 그 막장을 보여준다.

장석현은 ‘독선행정’, ‘불통행정’으로 악명이 높다. 자칭 ‘성공한 기업가’라는 인식에서 남동구청을 마치 사기업 다루듯 해 불만을 사왔다.

노동자들에 대한 태도도 별반 다르지 않다. ‘공무원이 너무 많다’, ‘구조조정 해야 한다’, ‘경영이 방만하다’며 공무원들의 노동조건을 지속적으로 공격해 왔다.

출퇴근 지문 인식과 근무복 착용 강요 등 과도한 노동통제, 청사 내 여성사무관 전원 동장 발령 등 반여성적 정책, 부족 인원 미충원과 과도한 업무 이관에 따른 노동조건 후퇴 등 그의 악행을 일일이 열거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다.

이 때문에 공무원 노동자들은 ‘숨조차 쉴 수 없을 정도’라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장석현에게는 그의 악행에 사사건건 맞서는 공무원노조가 눈엣가시였을 것이다.

그동안 공무원노조 남동구지부는 노조 사무실 폐쇄 협박에 굴하지 않고 사무실 사수 농성, 1인 시위, 항의 집회를 여는 등 저항을 확대해 왔다.

오늘 노조 사무실 침탈은 이에 대한 명백한 보복이며, 투쟁의 구심을 없애려는 시도다.

남동구청에서 고통받는 것은 비단 공무원 노동자들만이 아니다. 장석현은 남동구청 소속 공무직노동자와 남동구도시관리공단 노동자들에 대해서도 구조조정을 시도하고 호시탐탐 노동조건을 공격해 왔다.

이에 맞서 공무원노조 남동구지부, 공공운수노조 남동구도시관리공단지부, 공공기관지부 등의 노동자들은 장석현에 맞서 함께 연대해 왔다. 노동자들의 단결 투쟁이야말로 장석현의 악행을 멈출 수 있는 힘이다.

남동구지부 노조 사무실 강제 철거 시도가 다른 구청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공무원 노동자들의 단결과 연대도 중요하다.

노동자연대 인천지회는 장석현 남동구청장의 노조 사무실 강제 철거 시도를 강력히 규탄한다.

또한 이에 맞서 굳건하게 싸우는 공무원노조 남동구지부 동지들의 투쟁을 지지하며 언제, 어디서든 함께할 것이다.

2015년 7월 24일
노동자연대 인천지회

금, 2015/07/24-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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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건강보험 개인 의료/질병 정보 유출 행위는 국민의 사생활 보호 권리 침해다.

-환자와 보건의료인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국민건강보험에 대한 불신을 초래할 건강보험 빅데이타 산업계 제공을 중단하라-

 

 

보건복지부,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9월부터 ‘(가칭)건강보험 빅데이터 활용 협의체’를 출범하고, 데이터 분석‧처리가 가능한 빅데이터 분석센터 총 16개소를 본격 운영한다고 밝혔다. 이는 건강보험 빅데이터 활용이라는 명목으로 국민의 개인 의료/질병 정보를 돈벌이 수단으로 삼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본격화한 것이다. 정부가 건강보험 개인 의료/질병 정보를 돈벌이 수단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은 어제 오늘이 아니다. 그 결과 2015년 12월부터 ‘국가중점개방 데이터 공개’라는 명목으로 국민 개인의 진료내역, 약품처방, 건강검진 내역을 공개해 누구나 일정한 절차만 거치면 다운받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그 결과 2016년 7월까지 794명이 이 자료를 다운받아 사용했다. 향후 협의체의 활동이 본격화되면 이러한 개인 의료/질병 정보의 탈법적 활용이 보다 본격화될 수 있다는 점에 사태의 심각성이 있다.

 

이러한 정부의 건강보험 개인 의료/질병 정보 제공 행위는 현행 법 위반 소지가 있다. 현행 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르면 개인의 의료/질병 정보와 같은 ‘민감 정보’는 개인에게 별도의 동의를 얻거나 다른 법률에 명시적 근거가 없으면 목적 외 사용이나 제3자 제공이 금지돼 있다. 그런데 정부와 공단, 심평원은 환자들이 병원에 가서 진료 받은 정보를 환자 개개인에게 어떠한 동의도 받지 않고 제3자에게, 그것도 영리기업이나 상업적 목적으로 활용하려는 개인에 제공하고 있다. 이것은 명백한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행위이다. 정부가 기업의 이익을 위해 현행법까지 어겨가며 국민의 소중하고 민감한 의료/질병 정보를 내어 주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현재 제공되고 있는 정보가 건강보험 사업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수집‧취득한 정보를 ‘비식별 처리’한 것이기 때문에 개인정보 보호법상 개인 정보가 아니고 그러기에 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는 개인정보 보호법을 제멋대로 해석한 것일 뿐 법 취지에 어긋난다. 현행 개인정보 보호법상 “개인정보”란 “살아 있는 개인에 관한 정보로서 성명, 주민등록번호 및 영상 등을 통하여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해당 정보만으로는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더라도 다른 정보와 쉽게 결합하여 알아볼 수 있는 것을 포함한다)를 말한다.”고 정의돼 있다. 단서 조항에 명시되어 있는 바, 해당 정보만으로는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더라도 다른 정보와 쉽게 결합하여 알아볼 수 있는 정보는 개인정보 보호법상 개인정보이고 당연히 개인정보 보호법의 법 적용 대상이다. 현재 제공되고 있는 정보는 개인별로 ‘코호트’도 구축할 수 있는 형태의 데이터이므로, 당연히 개인 데이터이다. 주민등록번호, 나이, 이름 등을 기술적으로 알아볼 수 없게 처리했다고 하여도 이러한 개인 데이터는 여러 가지 다른 자료를 조합하면 얼마든지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형태로 재조합할 수 있다. SNS에 공개된 몇 가지 자료만으로도 개인의 ‘신상털이’가 쉽게 가능한 사회에서 정부의 기술적인 ‘비식별 조치’가 안전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억지다.

 

한국은 의료/질병 정보 보호 측면에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나라이다. 한국처럼 국민 모두에게 주민등록번호라는 고유식별정보가 존재하고, 대량의 데이터 유출 사고로 인해 개인 정보 데이터를 어떠한 형태로든 쉽게 얻을 수 있는 사회에서 건강보험 데이터의 공개는 매우 심각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한국은 전국민이 건강보험에 가입되어 있고, 개인의 진료정보, 약물사용 자료, 건강검진 자료 등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대규모로 집적되어 있는 나라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는 건강보험 적용 및 이용을 위한 행정적 목적으로 이러한 의료/건강 정보 외에도 개인의 소득, 주소, 직장 등 방대한 양의 개인정보가 집적되어 있다. 이러한 조건에서는 공개된 건강보험 데이터와 다른 개인정보 데이터를 융합, 재가공하여 얼마든지 개인 의료/질병 정보를 알아낼 수 있다.

 

개인의 의료/질병 정보는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조차 숨기고 싶은 사생활의 영역이다. 민감정보 중에 민감정보인 것이다. 이러한 민감정보가 공개된 건강보험 데이터와 다른 데이터와의 조합으로 손쉽게 공개된다면 그 피해는 심각하고 돌이킬 수 없게 된다. 민간보험회사가 다른 자료와 건강보험 데이터를 융합하여 재가공하여 특정 개인의 질병력을 알게 된다면 특정 개인의 보험 가업을 거부하거나 보험료를 올려 받을 근거로 악용될 수 있다. 성매개 감염병 치료에 대한 정보, 정신질환 치료에 대한 정보, 여성의 임신, 낙태 경험 등에 대한 정보가 재가공되어 공개됨으로써 가족이나 직장 동료 등에게 알려지면, 그로 인한 개인의 피해는 막대할 수 있다. 특히 이러한 의료/질병 정보일수록 사회적 낙인이나 배제 효과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정보 노출로 개인이 고용상의 불이익이나 집단적 왕따, 사회적 평판의 저하를 당할 수 있다는 점에서 치명적이다. 최악의 경우 이러한 정보가 이러한 정보 취득을 이유로 협박 등을 행하는 범죄 혹은 사기에 이용될 수도 있다.

 

환자의 동의 없이 건강보험공단이나 심평원에 의해 제공된 정보로 상업적 이득을 취하는 업체나 개인이 많아질 것이라는 점도 문제다. 이는 개인에게 권리가 있는 의료/질병 정보를 개인의 동의 없이 활용한다는 점에서 강탈이고 도둑질이다.

 

개인 질병/건강 정보 보안에 대한 신뢰 붕괴는 의료 시스템 전반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는 큰 사회 문제다. 진료 과정에서 환자와 의사간 솔직한 정보 교환은 효과적 의료를 위한 기본 전제다. 환자는 내가 내밀한 얘기를 해도 이 정보가 노출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에 의사에게 많은 정보를 털어놓는다. 그런데 이러한 정보가 건강보험공단으로 이전되었다가 건강보험공단이 민간보험회사나 개인에게조차 제공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어떻게 될까? 의사-환자간의 신뢰 관계가 무너지고 진료실 안에서 진실한 정보를 얻기 힘들어질 수 있다. 이는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의료 시스템의 총체적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환자와 보건의료인이 진료 과정에서 수집된 환자의 의료/질병 정보를 건강보험공단 및 심평원에 제공한 이유는 단지 건강보험 행정을 위한 것이다. 이 목적만을 위해서 환자의 개인 정보를 활용하고 정보 보안과 프라이버시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전제가 깔려있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건강보험공단과 심평원은 지난 시기 환자 정보 보안과 프라이버시 보호와 관련하여 신뢰나 믿음을 주지 못했다. 조직 내부에서 환자 정보 유출 사고나 범죄가 빈발했다. 외부 해킹으로부터 안전한지 여부도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국민들은 건강보험공단이나 심평원이 자신의 의료/질병 정보를 제대로 관리하고 있는지 의심스러운 눈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단과 심평원이 나서서 환자 개인 정보를 기업과 개인에게 내주겠다고 하니, 이는 공보험인 국민건강보험 행정에 대한 총체적 신뢰 붕괴로 이어질 수도 있다.

 

보건의료기본법 제13조에 따라 “모든 국민은 보건의료와 관련하여 자신의 신체상·건강상의 비밀과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받지 아니할” 권리가 있다. 의료인은 의료법 제19조에 의해 환자 정보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 현행법을 넘어 환자 비밀 보호 의무는 전세계 의료인의 가장 기본적인 직업윤리이다. 이에 우리 보건의료인들은 환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의료인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환자의 동의 없이 건강보험 데이터를 제3자에게 제공하는 정부와 공단, 심평원의 행위를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막을 것이다. 행정부 가이드라인에 대한 가처분 소송을 포함한 행정소송 등 법적인 조치를 강구하는 것은 물론이고, 개인정보 보호법상 보장된 국민의 권리인 “개인정보의 처리에 관한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 ‘개인정보의 처리 정지, 정정·삭제 및 파기를 요구할 권리’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정부의 탈법 행위에 맞서자는 국민 행동도 호소할 예정이다. 공단과 심평원이 개인 및 기업에게 제공하고 있는 건강보험 데이터에 내 의료/질병 정보가 포함되어 있는지 알려달라고 요청하는 동시에, 내 의료/질병 정보는 공개되는 건강보험 빅데이터 자료에서 삭제해달라고 요청하는 옵트아웃(OPT OUT)캠페인 등 광범위한 국민 행동을 기획하여 실천할 것이다.

 

 

2016. 9. 8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kfhr_기자회견문_건강보험빅데이터20160908(최종)

목, 2016/09/08-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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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명]
스타케미칼 차광호를 석방하라

스타케미칼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높이 45m의 공장 굴뚝에서 408일간 농성을 벌여온 차광호 조합원이 금속노조와 사측과의 합의에 따라 어제(8일) 저녁 농성을 해제하고 굴뚝에서 내려왔다. 그런데 경찰은 차광호 조합원을 지정병원에서 30분간 건강검진만 실시한 후 곧바로 유치장에 입감시켰다. 현재 검찰은 그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이러한 수사기관의 조치가 매우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차광호 조합원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병원에서의 정밀진단과 심신의 치료이다. 이는 목숨을 건 고공농성을 지켜보았던 가족과 동료들이 간절히 요구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고, 사정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상식적으로 충분히 수긍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도 경찰이 차광호 조합원에 대해 체포영장을 집행하고 검찰이 구속수사를 하겠다고 하는 것은 절대적인 요양이 필요한 환자를 잡아다가 가두어두고 수사를 하겠다는 것으로서 매우 반인권적인 처사이다.

이 사건 조사가 급박한 것도 아니다. 알려진 바와 같이 이번 노사합의에는 회사가 관련 형사사건의 고소를 취하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농성은 1년 이상 계속되어온 상태였고, 보도자료, 언론기사 등을 통하여 차광호 조합원의 주장과 입장, 사실관계 등은 거의 모두 공개되어 있다. 경찰이 408일간의 고공농성을 끝낸 당일 차광호 조합원을 체포하여 조사할 이유가 전혀 없다.

우리 형사소송법은 불구속수사가 원칙이고 구속을 위해서는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의 사유가 있어야 한다. 이 건의 경우 408일간 공장 굴뚝을 점거한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라서 애당초 인멸할 증거란 것이 없다. 또 전체 해고 근로자들을 위하여 사측과 협상을 요구해왔고, 마침내 사측과 협상으로 농성을 끝낸 마당에 그가 도주할 이유는 전혀 없다.

고공농성 노동자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는 이전에도 기각되었다. 2011년 한진중공업 김진숙 지도위원, 지난 3월 쌍용자동차 해고자 김정욱·이창근, 지난 4월의 통신 비정규직노동자들에 대해 청구된 구속영장이 모두 기각됐다. 이런 사례들만을 놓고 보더라도 차광호 조합원에 대한 체포와 구금이 무리한 수사임을 분명히 알 수 있다.

우리는 경찰과 검찰이 차광호 조합원을 즉각 석방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최소한 인간의 얼굴을 한 법의 집행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경찰과 검찰이 끝내 차광호 조합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면, 그것은 스스로 법의 정신을 훼손하고 최소한의 균형 감각도 상실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극한투쟁으로 심신이 지쳐 있는 노동자를 또 다시 구금하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한 법집행이다. 경찰과 검찰이 현명한 조처를 행할 것을 기대한다.

2015. 7. 9.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위원장 강 문 대

목, 2015/07/09-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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