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조가 넘는 유휴자본이 투자처를 찾지 못해 예치된 상태로 대기하고 있고, 실제로 경제현장에 투입되는 노동인구가 줄어드는 시대로 진입했다. 성장을 이루는 3대 요소 중 두 가지가 기능정지가 된 셈이다.

남는 한 가지는 ‘총요소생산성’ 뿐이며, 쉽게 설명하면 혁신요소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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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http://article.joins.com/news/blognews/article.asp?listid=13184061)

생산성향상, 경영과 조직혁신 등 다양한 분야를 거론할 수 있지만 그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과학기술의 발전일 것이다. 근세이후 인류사의 산업혁명을 주도해 온 것이 과학기술 분야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서양에 패배한 이유

제1차 및 제2차 산업혁명은 계기적인 발명과 축적된 자본의 결합으로 생산이 중심축을 이루며 주도해 왔다면, 제3차와 제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지식’으로 한사람의 개별적 발명이 아니라 해당 시대에 축적된 과학기술 지식과 인문 사회적 관계가 결합되어 함께 공유하고 소비되어 진화하는 네트워크의 방식으로 미래의 발전을 추구해 가고 있다.

지식기반중심의 정보사회는 협력과 공유를 기반으로 하는 다다익선(多多益善)적 성격을 지니면서, 제1-2차 산업혁명기의 제로섬 성격인 개별적 자본의 수익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의 시장경제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사회경제적 질서를 요구한다. 동시에 과학기술의 진보는 정치시스템과 사회담론의 변화를 동반한다.

서울대에서 기술정책대학원을 책임지고 계셨던 김태유 교수의 이야기를 인용하여 본다.

명나라 초기의 중국 국력은 같은 시기 유럽전체의 규모보다 몇배 이상 큰 것으로 평가가 된다고 한다. 이 시절 정화라는 인물이 이끌었던 명의 선단은 아래의 비교에서 보듯이 규모가 참으로 엄청나서 몇 세대 뒤에 신대륙 발견에 나섰던 콜럼부스의 모선규모는 정화선단의 한 구석에 매여있는 조그만 구조선 크기에 지나지 않았다. 실제로 정화선단은 콜럼부스에 수십 년 앞서 희망봉을 거쳐서 아메리카에 상륙하고 전세계를 자유롭게 향해하고 다녔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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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강성하고 번영했던 중국이 4-500 년 뒤인 19세기 중반 유럽의 귀퉁이에 달려있던 영국에게 아편전쟁으로 패하고 온 세계에 조롱거리가 되었다.

이러한 역전의 현상의 배경에는 중국은 변함없이 봉건관료체제에 머물러 실업과 기술을 천시하고, 태어나 정부관리가 되는 것을 최고의 덕목으로 받아 들었던 반면에, 유럽사회는 증기기관 발명 등으로 산업혁명이 촉발되고 과학자와 사업가가 가장 존경받는 사회가 되었기 때문이다.

기술경제학자들은 전자의 중국사회를 관료적 제도 등으로 산업발전이 지체되고 있는 생산력의 체감사회라고 하고, 후자의 동태적 유럽사회를 과학기술중심의 생산력 체증사회라고 명명한다고 한다.

과학기술을 대접하는 중국, 홀대하는 한국

20세기의 불행했던 역사를 가졌던 중국이 등소평 이후 현대화하면서 중앙당의 상무위원 대부분이 이공계 출신으로 구성되어, 실용과 과학기술을 최우선 국가과제로 내세우면서 무섭도록 빠른 성장을 이루고 있다.

후진타오 주석시절, 중국의 국가전략적 구호가 ‘과학적 사회관’이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지금도 수십만의 중국 젊은 청년들이 새로운 기술개발과 창업의 기회를 잡기 위하여 밤낮으로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마치 16세기 포르투갈이 선두가 되어 새로운 신세계를 찾아 미지의 바다와 위험한 풍랑 속으로 뛰어 들었듯이, 중국의 젊은 세대들이 새로운 모험인 창업의 세계로 몰입해 가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미래 역시 과학기술을 실질적으로 중시하고 젊은 세대들 중심으로 혁신적인 모험기업을 끊임없이 창업하는 분위기와 여건이 조성되는가 여부에 달려 있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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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나라 정화의 선단은 멀리 아프리카 연안까지 뻗어나갔다. 그러나 이러한 진취적인 도전과 개척정신이 사그러들면서 국운도 약해졌다. 사진은 정화 선단의 항로(왼쪽)와 그들이 탔던 배의 모습.

그런데 불행하게도 우리사회는 IMF 위기를 맞이한 이후 진취적이고 모험적인 시도와 노력이 급격히 쇠락하고, 편하게 안주할 수 있는 일자리만 찾아가려는 경향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한번의 시험과 과정으로 일생을 보장 받을 수 있는 기회에 줄을 서고 인맥과 지연에 기대려는 악습이 재연되고 있다. 일류대학만 들어가면 검증과정도 없이 대기업의 채용과정에서 우선적으로 선택받고, 의사 등 국가자격고시에 합격하면 일생이 보장되고, 공무원시험 등 일단 합격만 하면 평생을 안심할 수 있는 분야에 인재들이 몰리는 심각한 쏠림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복지부재 등 사회안전망의 결핍으로 불안감이 일상화가 된 것이 근본 문제이지만, 전투병 없이 군수지원 부대로만 전쟁을 치르고자 하는 꼴이다.

대단히 위험하고 불길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IMF 위기를 겪은 이후 나타난 자기방어의 기제라고 치부하기에는 이러한 현상이 한국사회의 미래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본다.

성장의 동력은 점차 상실되고 위에 언급한 명.청 시대의 중국처럼 생산력체감과 발전지체상태로 진입하는 것이 아닌가 심히 우려되는 지경이다.

창업과 미래의 도전에 앞장서는 젊은 세대를 지원하고, 창업에 실패하는 것이 오히려 소중한 경험으로 작동하여 재기가 가능하도록 배려하는 패자부활의 시스템 구축이 절실한 시점이다.

한국경제의 미래, 우수한 이공계에 달렸다. 

공부하기 어려운 이공계를 피하려는 현상은 국민소득 2만 불을 넘긴 선진국가들에게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하여 미국, 일본, 유럽 등의 강국들은 국가적 차원에서 우수한 자원들을 이공계에 우선적으로 배치하기 위하여 특별한 조치와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관료적 안이한 사고에서 벗어나, 진취적이고 실질적인 것을 우선하는 사회기풍을 진작해야 하며, 합리적이고 과학기술적인 사고를 일상 속에서 보편화하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어떤 분들은 우리나라가 이공계에 편중된 대학진학률이 높아서 문제라고 지적한다. 한편에서는 일리가 있는 지적이지만 문제의 초점을 잘못 이야기 한 것이다.

문민정부시절 무분별하게 대학설립을 양산한 실책의 단편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받아들이지만, 반대로 미래사회에 먹거리를 제공할 주요 산업분야에서는 양질의 전문기술직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학기술계의 핵심적인 문제는 머리수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지식과 경험을 모아 협력할 수 있는 생태적 조건과 함께 연구 역량을 지닌 인력의 질적인 수준에 있는 것이다.

1960-70년에는 대단히 우수한 인력들이 산업역군의 소명과 청사진을 품고 공과대학과 자연대학으로 몰려갔다. 40년이 지난 지금, 한국은 철강, 조선, 자동차, 가전, 반도체, IT 등 많은 산업분야에서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경쟁할 수 있는 밑받침에는 바로 60-70년에 이공계로 몰려간 우수한 인재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2017년 현재는 우수한 대부분의 인재들은 사법고시 및 기타 국가자격고사에 매달려 있거나, 다시 말하면 관료적으로 일생이 보장된 직업에 안주하는 것을 선호하거나, 의약계열 등 사회적 지위와 보수가 일정수준으로 확보가능한 직종에 모두가 몰려가면서, 이공계에 진학하는 것을 경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어렵게 진학하여 훌륭하게 공부해낸 우수한 이공계 인력마저도 척박한 국내 현실 때문에 외국으로 발길을 돌려 타국에서 평생의 터전을 잡는 현실이다.

이공계에 우수한 인력을 유도하고 육성하여 산업계와 연구 분야에 적절하게 배치하는 문제는 한국사회 미래와 직결되는 사활적 문제로 받아들여야 한다.

위에서 언급했지만 한국경제는 이미 자본과 단순한 노동 등 양적 요소로는 더 이상 추가적인 발전이 불가능한 단계에 와 있다.

기술혁신, 생산혁신, 경영혁신과 함께 새로운 기술도입 등 총요소생산성을 끌어 올려야만 새로운 부가가치의 창출이 가능하고 양질의 일자리가 마련되며,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복지체계 구축의 재원 마련이 용이하다.

총요소생산성의 향상에는 우수한 이공계 인적 자원이 알파이며 오메가 역할을 한다.

이공계 부흥을 위한 아이디어들

우선 고등학교를 포함한 중등교육부터 재검토해야 한다. 보편적 민주시민을 위한 일반교육이 초중등 교육의 중심축이어야 한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지만, 한편에서는 과학영재들을 일찍 발굴하여 교육시키는 탁월성 과정에 대한 별도의 배려를 고려해야 한다.

예컨대, 과학고의 이과과목에는 박사급 고급인력을 교사로 배치하고 해당교사들에게 강력한 인센티브를 부여하면서 재학습과 신분보장을 위한 별도의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해 볼 수 있다.

이미 정부에서도 시행을 검토한다고 발표했지만 고교과정에서 인문계와 이공계의 구분을 폐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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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http://www.etnews.com/20160225000403)

과학은 현대의 일상생활에서 일상적으로 깊이 적용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상식과 이해가 없이는 정상적인 활동이 어렵다. 과학과목의 적정한 교육을 뒷받침하기 위해서 모든 국가자격시험에는 반드시 고교수준의 과학지식을 묻는 항목이 채택되어야 한다.

21세기 과학기술중심의 지식사회 속에 정부내 책임분야에 종사하려는 지도자들이라면 과학지식은 반드시 지녀야 할 필수과목이다. 초중등 학생시절부터 과학과 기술의 중요성을 절감할 수 있는 학과과정을 도입하고, 과학기술에 관한 국민적 아젠다를 선정하고, 언론매체를 통해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한층 홍보해야 한다.

공무원의 일반직을 축소하고 기술직을 대폭 충원하는 한편 (공무원의 일반직 대비 기술직 비율이 한국은 8:2인 반면에 일본은 5:5 중국은 4:6임 ), 5급 이상 서기관직 자리는 반드시 복수직화하여 현재 20% 수준인 이공계출신이 50%이상 진출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최근 들어 개방직 공무원 제도를 도입하여 외부 전문인 영입제도를 도입하였으나, 내용적으로는 기존 공무원 조직인 예컨대 특허청 출신 등 내부인사의 재순환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있다.

또한 과학 분야의 능력을 갖춘 여성인력이 관련 분야의 책임있는 공직자리에 젠더에 대한 편견이 없이 진출할 수 있도록 섬세한 배려와 혜택을 부여해야 한다.

외환위기 당시 기업 및 정부기관- 출연기관이 개발비용 축소를 핑계로 연구개발 분야에 종사하는 이공계인력을 우선적으로 구조 조정하여 실업자로 전락시킨 전례가 이공계 기피현상을 심화시켰다.

최근 인생 이모작이라는 개념이 유행하지만 이공계 전문인력에게는 너무나 절실한 주제이다. 연구직 종사자들은 신기술대두, 기존기술의 고도화 등으로 업무부하가 과중하고 다른 일반직에 비해 40세도 안된 나이에 일찍 전업해야 하는 부담이 크다.

연구개발직에 종사하는 인력들이 일찍 전업을 해야 하는 현실을 인정하여 전업을 위한 충당전입계정 방식으로 추가적인 소득공제를 인정해야 한다.

이들에게는 재충전과 재교육의 기회를 주어야 하며, 일정기간 이상을 종사한 자격자들에게는 국가가 책임지고 MBA등 경영자와 관리자가 될 수 있는 소정의 교육과정을 무료로 개설하여 연구직 활동을 종료하는 시점에서 정부기관 및 일반기업체의 관리 및 영업 책임자로 일할 수 있는 기회와 문을 대폭 열어주어야 한다.

이외에도 떨어진 사기를 충전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포상제도, 직무발명 등 인센티브제, 특허권에 대한 개인별 인정, 연구연가 등이 연구되고 도입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출중한 과학기술인들이 만들어 내는 성과는 해당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함께 공유하고 즐기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과학기술 진흥…. 간섭은 최소화, “국가는 단지 거들뿐!”

한국은 R&D 투자투입 규모에서 GDP의 4.0%를 넘어서서 세계 최상위권을 차지하는 주도국가의 하나가 되었다. 하지만 통계적 수치만으로는 구체적 내용의 파악에 한계가 있다. 또한 양적 투입은 반드시 질적인 전환과 내적인 네트워크형성을 통해 새로운 환경과 생태적 조건으로 이어져야 한다.

일단 통계상으로만 정량적인 R&D 투입분야에서는 최상위권을 형성했지만 정성적인 결과로서 성과 분야에서는 20위권을 훨씬 벗어나 있다. 통계 수치적 결함과 더불어 정책의 실제적 진행과정 및 평가 측면에 큰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잘못 선정되고 집행되는 과학기술분야의 예산은 오히려 한국과학기술계의 소신있는 연구와 개발의 분위기를 해치고, 오히려 해당부처와 관료들의 눈치를 보면서 할당된 예산배정을 위해 줄을 서는 잘못된 관행을 키울 수 있는 위험성이 다분하다.

황우석 사태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연구자가 예산을 쫓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정부예산이 훌륭한 연구자와 과제를 찾아다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정책의 투명성과 예산집행 과정에 개방적 민주절차가 확립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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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방의 시대에서 창조의 시대로 전환하면서 정부는 관료적 지시적 정책선정과 집행을 피하고, 구조화된 다양성을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정책과 예산집행을 유도해야 하며, 물이 바다로 모이듯이 개별단위 활발한 지식의 창발성이 자연스럽게 통합되고 매개되며 종합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시민사회의 가버넌스 역할을 과감히 도입하여 전문가 집단과 과학기술단체들과 합동으로 예산 집행에 앞서 충분한 사전 탐색하고 기획하고 목표를 선정해야 한다.

정부 부처가 일상적으로 관여하는 것은 오히려 지식생태계에 해로울 수 있음을 항상 유념하고 주의해야 할 것이다. 당연히 집행된 예산에 대해서는 사후 냉정하고 객관적인 그러나 모험적이고 창조성을 중시하는 평가가 따라야 할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

연구 및 지식순환의 효율화는 지식생태계의 적응력을 향상시키는 선결조건이다. 연구성과와 획득된 지식이 특정영역에 고여 있지 않고 지식생태계 전체에 걸쳐 원활하게 흘러 다니게 해야 한다.

산학연 각 연구기관들의 연구기반강화 및 상호협력촉진과 동시에 해외 연구기관들과의 활발한 교류확대 및 교류내실화를 통해서 국내 연구역량의 자생성을 증진하고 해외지식을 흡수하는 능력을 강화해야할 것 이다.

ICT, BT, NT 신소재 분야 등 유망분야를 선정하고 집중하되, 이후 발전은 필히 융합기술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다학제적 연구와 성과를 함께 공유하는 연구활동을 권장해야할 것이다. 다양한 영역과 요소들의 상호 작용과 비선형적 역동성을 통하여 새로운 창조의 시대로 나가야 하며, 혁신 인재들을 통하여 역발상, 새로운 발상, 다양한 역할, 융합 등을 이루어 가야 한다.

한편에서는 황우석과 옥시사태와 같은 일을 겪으면서 과학기술인들의 윤리성(integrity)에 대한 반성을 요구한다.

여기서 우리는 연구자 개개인의 윤리적 실천의 문제는 물론이고, 과학기술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고 무엇을 향한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답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과학기술은 도구로써 인간의 본성과 필요와 서로 균형을 이루어야 유용한 것이며, 종전의 하이테크 추구방향에서 인간의 모습을 갖춘 휴먼테크, 스마트테크로 전환하여 한국사회가 가지고 있는 과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는 순기능적 역할을 해야 한다.

예건데 양극화와 빈민복지문제에 과학기술이 어떻게 적용되고 도움을 줄 수 있는지, 국민건강에 과학이 어떻게 기여 할 수 있는지, 수입 쇠고기와 GMO 논쟁에 우리식 판단기준을 어떻게 세울 것인지, 인공지능과 로봇의 확산적용 과정에서 윤리적 문제는 없는지 등을 고민을 해야 한다.

단순한 하드웨어 중심의 공급확대만이 해결책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필요와 요구에 맞추어 방법적 개선, 수요의 관리, 최적관리방안모색, 대안기술개발을 이루어 내야 한다.

이러한 사회적 역할과 연성적 경로를 통하여 과학기술이 우리들의 생활에 따뜻하게 다가 와야 할 것이다.

정부, 대학, 민간의 협력체제 구축해야

한국사회의 연구역량과 기술혁신이 이루어지는 분야는 크게 정부출연기관, 대학교, 그리고 민간기업체로 나누어 볼 수 있으며, 민간 기업분야는 다시 재벌을 중심으로 한 대기업군과 독자적인 개발능력을 일부 보유한 중견기업, 그리고 개발자원이 너무 미약한 중소기업 등으로 다시 세분류를 할 수 있다.

섣부른 대학 내 벤처기업제도 도입은 일부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대학의 중요한 연구풍토와 학습 분위기를 헤쳤다는 평가도 있다. 우수한 졸업생들을 담당교수가 운영하는 학내 벤쳐에 묶어두어 국가적 시각에서 보면 인적 자원의 배분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민간기업분야에서는 산업화기술에 역량을 집중하되 대학과 출연기관은 기초연구를 소홀히 해서는 안되며, 정부는 이러한 기초연구지원에 옹색해서는 안된다.

재벌기업들은 몇 개의 기업군에 편중되어 있긴 하지만 이미 자체 연구개발투자액이 정부예산을 몇 배로 상회할 만큼 성장하여 독자적으로 필요한 자본과 인적자원을 시장에서 공급받아 독자적인 개발, 가치 및 시장조사 그리고 산업화를 진행할 능력이 충분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 영역에서의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은 직접적인 예산을 지원하는 것보다, 기술혁신과 사업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데 방해가 되는 장애요인을 줄여주고, 이를 활성화하는 동기를 부여하되, 대기업군이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의 영역을 침탈하고 위축시키지 않도록 공정거래질서의 기능을 강화하고, 혹 국민경제에 부담과 해를 끼치지 않도록 감독해야 할 것이다.

동시에 대학연구와 출연연구기관의 성과물 중 대기업군에 적합한 내용을 사업화할 수 있는 매개통로와 지원체계를 유지해야 할 것이다.

위에서 언급하였듯이 2017년 기준 약 70조 수준인 R&D 투자액 중에 3/4을 민간기업들, 특히 대기업들이 차지할 정도로 이들은 스스로 독자적인 기술개발 능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되므로, 19조원 수준에 불과한 정부의 과학기술 관련예산을 대기업에 투입되는 것을 제도적으로 제한하고, 가능한 많은 예산을 중소기업과 창업과정의 벤처에 집중하여 지원해야 할 것이다.

재벌기업에 정부의 R&D 예산을 지원하는 것은 정부 관리들의 퇴직 후 자리보장을 위한 사전 담합 행위로 명백한 정경유착이라고 볼 수 있다.

현실적으로 벤처와 중소기업의 경우 개발에 필요한 인적자원, 자금 경험 등이 매우 부족한 어려움을 가지고 있으므로, 중소기업청, 중소기업진흥공단 등이 중심이 되어 가능한 기술신용제도들을 총동원하여 적극적인 자세와 방식으로 지원해야 한다.

기술 혁신중소기업 살리기…’창업 기술투자은행’ 만들자  

여기에는 두 가지의 큰 난점이 존재한다. 

첫째는 담보력이 부족한 혁신중소기업들에게 어떤 기준으로 필요한 개발자금을 지원할 것인지를 분명하게 해야 한다.

과거의 경험으로 보면 기술신용보증기금 이나 많은 정책자금들이 사실상은 정부나 의회실력자들 그리고 조직의 상부 인사들에 의해 원칙없이 편의적이고 특혜적으로 악용되어 왔다.

따라서 지원 기준에는 사적인 관계나 임의적 판단이 개입되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감독을 해 나가야 할 것이다. 정치적 압력을 배제해야 하며, 책임자들의 임의적 판단에 의한 지시도 거부할 수 있는 내부 평가와 외부적 통제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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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는 필요한 재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운용할 것인가에 관한 문제다.

미래 지향적이며 적극적이고 재능있는 혁신적인 기업들을 발굴해서 지원한다 해도 기술개발투자의 속성상 많은 지원금들은 회수가 불가능할 것이다. 실제로 중소기업진흥공단 등이 적정한 평가과정을 통하여 중소기업을 지원했다 하여도 매년 기술신용보증기금은 많은 액수의 손실을 발생시키고 있고, 정부에서 대위변제방식으로 보전해 주고 있는 실상이다. 기술혁신 지원을 보다 실효적으로 성공시키고 사업화에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지원 및 투자방식의 과감한 전환과 기술가치 평가와 진단 제도를 확실하게 도입해야 한다.

새로운 기술의 사업화에 필요한 재정지원을 위하여 기존의 금융지원방식을 넘어선 가칭 ‘창업 기술투자은행’을 만들어야 한다.

기존의 수동적으로 움직여온 기업은행, 기술신용보증기금 등의 조직과 역할을 통폐합시켜서 보다 적극적인 투자은행으로 다시 태어나게 해서, 민간에 넘쳐나는 유휴자본을 미래의 먹거리인 혁신과 창업에 투입되도록 유도하는 금융의 창구를 열어야 한다.

구미의 투자은행과 같이 회사의 지분을 직접 취득하는 출자형식을 도입하여 회사의 운영과 결과에 직접 개입하고 책임지는 역할을 맡아, 실력을 갖추지 못한 무능한 경영자는 당연히 퇴출시키는 반면, 능력있고 헌신적인 벤처와 중소기업가들이 보호받고 적극적으로 지원받아 성공할 수 있는 풍토를 만들어 가야 한다.

기술가치 평가제도를 보다 강화하여 기술시장이 제대로 활발하게 작동하도록 할 것이다.

기존에는 정부기관이나, 금융기관의 조직단위에서만 주로 이루어져 왔던 가치평가 기능을 민간단위로 이양하여 활성화시켜야 한다.

정부와 금융조직의 평가기능은 대단히 보수적이고 자기보호적인 성격을 지닐 수밖에 없다. 이를 대치하여 민간기술시장의 활성화를 통하여 기술가치 평가전문가들을 육성해봄직 하다.

실명평가제 및 지속적인 경영책임 진단제를 도입하여 질낮은 평가와 오류적 진단을 반복할 경우 시장에서 스스로 퇴출되도록 유도하고, 성공적인 평가와 진단이 이루어져 사업화에 성공한 경우 이들 평가전문가들에게도 옵션을 부여하는 등 강력한 인센티브를 적용하는 방식을 연구해야 한다.

지역의 핵심적 연구기관인 대학교와 지역 기업체간의 산학협동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정부의 과학기술관련 예산지원과 동시에 교육부도 함께 측면지원에 동참할 수 있는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

지방의 균형발전에는 지방대학역량, 특히 거점대학을 중심으로 한 산업클러스터형성이 대단히 중요한 주제이다. 그러나 정부의 획일적이고 탁상공론적으로 이루어졌던 참여정부식 균형발전계획은 백해무익할 뿐이다.

이미 경험한 것처럼 재정과 양적 요소만 투입하면 오히려 부동산투기를 부추길 위험이 있다. 과학기술과 지역균형발전의 문제는 한그릇에 담기에는 서로 다른 영역의 주제이다.

지역균형 발전의 시각에서 지역대학교들과 산학협동 문제를 접근한다하더라도 연구역량과 성과물이 산업화되는 과정은 물이 흐르듯이 자생적이어야 하며, 내부의 동태적 역량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

정부는 물이 잘 흐를 수 있도록 주변의 조건과 환경을 마련하는 역할을 해야지, 직접 개입하여 물의 흐름을 방해하거나 억지로 유도해서는 지역의 내생적 창발적 역량이 지속될 수는 없다. 지역에 대한 배려와 지원과 동시에 지역역량에 대한 평가와 자생적 실천적 프로그램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케네디의 ‘아폴로 계획’ 에서 배우자!

국가적 단위로 과학기술과 산업의 연계 전략을 추진하는 경우 케네디시절 아폴로계획으로 미국 온 국민의 관심과 지지를 집중시켜 달착륙에 성공한 사례를 경험으로 살펴볼만 하다.

예컨대 “기후와 에너지 프로젝트”를 구상하여 우리사회를 짓누르는 원전과 기력발전 중심의 전력산업을 재편하고, 획기적으로 탄소가스 배출을 줄임으로써 환경문제를 해결하고, 역발상의 전환을 통하여 새로운 성장 동력의 계기로 삼아서 과감한 연구투자를 통해 대체적 에너지 개발, 에너지 효율제고, 다양한 생태순환 기술도입 등을 실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프로젝트 계획은 일개 부처단위에서 추진하고 감당하기에는 너무 벅차며 다른 부처와 이해 및 영역간 갈등으로 실현되기 어렵다. 반드시 대통령 직속기관이 직접 개입하는 방식을 취해야만 소귀의 성과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4대강 공사, 경인운하, 의정부 등 몇 개 도시의 경전철에서 경험하고 있듯이, 정부가 추진하는 대형 프로젝트의 경우에 엄청난 예산낭비와 많은 문제점들을 노출해 왔다. 타당성 검토라는 용역을 의뢰받은 관련 연구기관들이 짜 맞추어 제공한 왜곡되고 과장된 비양심적인 보고서가 문제의 발단이다.

정부부처의 권력자들이 자신의 의도에 맞추어 엉터리 공사를 강행하고자 정부의 재정지원에 의존하는 연구기관들을 동원하여 조작된 허구의 정당성을 만들어 온 셈이다.

이러한 문제들을 보완하고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정책연구기관들을 정부의 영향에서 독립시킬 재정적 지원방안이 강구되어야 하며, 정책결정자 집단이 과학적 마인드를 가져야 할 뿐만 아니라 정책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공개와 토론 및 합의의 공론의 장이 요구되며 이러한 과정 속에서 이해관계를 지닌 해당 시민들도 과학적 마인드로 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아래와 같은 요건들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과학자를 비롯한 외부전문가와 정부 일반시민간의 정보공유, 자유로운 의사소통 공간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제도의 도입, 예건데, 시민패널이 참여한 정책분석, 시민배심원제도, 공론조사 및 옴부즈맨의 적극적 활용을 고려할 것이다. 이러한 제도가 활성화되면 주요 정책의 의사결정과정의 민주성과 과학적 투명성이 크게 높아질 것입니다. 덴마크의 ‘시민과학회의’가 좋은 예가 될 것이다.

둘째, 정부정책의 실명제와 품질인증제도가 도입되어야 한다.

정책형성 과정부터 성과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과학적 기법으로 모니터링하고 문제점을 피드-백하는 시스템을 도입하여 정책형성단계부터 과학적 지식과 정보의 활용 그리고 결론부의 문제점에 대한 동태적 환류를 통하여 의사결정과정의 과학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하여 정책 결정과정에 실명제를 도입하고, 과정의 단계마다 ISO규정에 준하는 품질인증의 규범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셋째, 통계인프라 구축과 적극적 활용해야 한다.

과학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사실부터 확인하고 분석하는 것을 출발점을 삼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 조작되지 않은 과학적이고 신뢰할 수 통계자료가 반드시 확보되어야 하며, 통계인프라에 과감한 투자를 통하여 얻어진 신뢰할 수 있는 자료에 기초하여, 국가단위 및 각 지방단위의 정책들이 수립되고 추진되고 평가 되여야 할 것이다.

나라의 미래, 과학기술에 달려 있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의 정부를 거치면서 과학기술기본법이 제정되고 정보과학기술보좌관제가 도입되었으며, 과학기술부장관이 부총리로 격상되는 등 조직적인 뒷받침이 이루어진 바 있다.

또한 국가혁신체계(NIS-Nation Innovation System)를 확립하고 혁신본부를 중심으로 하여 정부예산의 4%수준을 혁신 및 R&D 분야에 투자하는 등 양적인 요소투입에서 큰 진전을 이루어 왔지만, 사기꾼 이명박과 황당무계한 박근혜의 정권시대를 거치면서 부처이름도 미래창조과학부로 바뀌며 축소되고 존재감도 없어진 느낌이다.

오히려 거짓말로 포장된 녹색성장이라는 미명하에 어처구니없이 진행된 4대강 사업 등 각종 토목공사와 실질적 내용도 없이 창조경제라는 구호 밑에서 온갖 이권과 부정부패의 온상이 꽈리를 틀면서 과학기술계의 역량과 미래성장의 동력이 잠식되어 갔다.

20081026-32
(사진 출처: http://moneymetric.tistory.com/)

과학기술의 진흥 여부에 한국사회의 미래가 달려 있는 만큼, 과학기술부처를 다시 격상시키고 대통령직속으로 가칭 ‘미래전략연구팀’을 편제하는 것도 고려하여야 한다. 대통령은 주기적으로 미래전략연구팀과 회의를 통하여 위에서 언급한 기후협약과 에너지 등 지속가능에 관련된 주제들에 더하여 과학기술의 진흥을 핵심적으로 주관해야 한다.

이제 외형적 포장과 구호를 거부하고 실질적 내용을 담아내는 것이 중요한 일이다. 무엇보다도 과학기술의 중요성에 대한 국민적 인식을 크게 제고하고, 젊은 세대로 하여금 새로운 기술로 창업의 모험에 과감히 도전할 수 있는 환경과 조건을 조성하고, 전문가와 시민사회의 적극적 참여를 통하여 과학기술분야의 가버넌스를 강화하며, 대중매체와 이벤트를 활용하여 대중화 생활화를 이루어야 한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속에 우수하고 창의적 인재를 과학기술계로 유인해서 세계적 수준으로 육성하고, 이렇게 육성된 과학기술인들이 신나게 연구하고 개발할 수 있는 생태적 환경을 조성하고, 그 성과가 한국사회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되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문제점을 끊임없이 고쳐나가야 한다.

새로운 기술시대가 도래하는 현시점에 민주적이며 개방적인 방식을 통한 과학기술의 융성과 발전을 이루는 일, 그리고 그 성과를 온 국민이 함께 공유하는 정치적 사회적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은 미래한국의 생명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