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1.14. 국회의원회관 제6간담회실에서 “산업기술보호와 알권리 – 개정된 산업기술보호법의 의미와 문제점” 토론회가 열렸다. 이 토론회에서는 박경신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오픈넷 이사가 “헌법상 국민의 알 권리에 근거한 산업기술보호법 제9조의2의 문제점”을 주제로 토론에 참여했다.

토론문

박경신(오픈넷 이사,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보공개청구법 제9조(비공개
대상 정보)
 ① 공공기관이 보유ㆍ관리하는 정보는
공개 대상이 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정보는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다.

1. 다른 법률 또는 법률에서 위임한 명령(국회규칙ㆍ대법원규칙ㆍ헌법재판소규칙ㆍ중앙선거관리위원회규칙ㆍ대통령령 및 조례로 한정한다)에 따라
비밀이나 비공개 사항으로 규정된 정보

산업기술보호법 제9조의2(국가핵심기술의 정보 비공개) ①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2조에
따른 공공기관 및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관은 국가핵심기술에 관한
정보를 공개해서는 아니 된다
. 다만, 국가의 안전보장 및 국민경제의
발전에 악영향을 줄 우려가 없는 경우에는 공개할 수 있다.

② 제1항 단서에 따라 국가핵심기술에 관한 정보를 공개하려는 경우에는 정보공개의 신청을 받은 날부터 20일 이내에 서면 또는 전자문서로 이해관계인의 의견을 듣고 산업통상자원부장관 및 관계 부처의 장의 동의를 받은 후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산업기술보호법 제9조(국가핵심기술의
지정ㆍ변경 및 해제 등)
 ①산업통상자원부장관은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되어야 할 대상기술(이하 이 조에서 “지정대상기술”이라 한다)을 선정하거나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으로부터 그 소관의 지정대상기술을 선정ㆍ통보받은
경우에는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할 수 있다. 이 경우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이 선정한 지정대상기술이
다른 중앙행정기관의 장의 소관인 경우에는 위원회 심의 전에 해당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협의를 거쳐야 한다.   2008. 2. 29., 2013. 3. 23., 2015. 1. 28.>

②산업통상자원부장관
및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지정대상기술을 선정함에 있어서 해당기술이 국가안보 및 국민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 관련 제품의 국내외 시장점유율, 해당
분야의 연구동향 및 기술 확산과의 조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필요최소한의 범위 안에서 선정하여야 한다.   2015. 1. 28.>

산업기술보호법 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2. “국가핵심기술”이라 함은
국내외 시장에서 차지하는 기술적ㆍ경제적 가치가 높거나 관련 산업의 성장잠재력이 높아 해외로 유출될 경우에 국가의 안전보장 및 국민경제의 발전에
중대한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기술로서 제9조의 규정에 따라 지정된 것을 말한다.

위의 법조항들대로라면 산자부가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한 정보는 정보공개청구에서 제외된다. 산자부의 행정행위에 따라 국민의 알권리의 범위가 획정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 대해 헌법적인 문제는 없을까?

I. 국민의 알권리는 헌법적 권리이며 이를 제한하는 모든 법률은 위헌법률심사 대상이다.

알권리가 별도의 입법 없이도 다른 기본권처럼 헌법적으로 보장되는 것이라면 타 법령에 의해 비공개지정이 되어 기본권유보가 발생하더라도 그 유보는 헌법 제37조 제2항의 규범통제를 받아야 할 것이다.

알권리가 헌법적 권리가 아니라거나 입법을 통해서만 보장되는 어떤 권리라면 정보공개청구법(또는 법령)이 알권리의 보호범위를 한정지을 것이다. 즉 정보공개청구법이 ‘타 법령이 비공개로 지정한 정보에 대해서는 공개의무가 없다’는 제9조제1조제1항은 그 자체로 절대적이 된다.

우리 헌법은 알권리에 대하여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으나, 헌법재판소 초기 결정인 임야대장 및 토지조사부의 열람불복사건(헌재 1989.9.4. 88헌마22)에서 알권리를 헌법상의 기본권으로 인정하였다.

우리나라는 헌법 제21조에 언론출판의 자유 즉 표현의 자유를 규정하고 있는데, 이 자유는 전통적으로는 사상 또는 의견의 자유로운 표명(발표의 자유)과 그것을 전파할 자유(전달의 자유)를 의미하는 것으로서, 개인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유지하고 행복을 추구하며 국민주권을 실현하는데 필수불가결한 것으로 오늘날 민주국가에서 국민이 갖는 가장 중요한 기본권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사상 또는 의견의 자유로운 표명은 자유로운 의사의 형성을 전제로 하는데, 자유로운 의사의 형성은 충분한 정보에의 접근이 보장됨으로써 비로소 가능한 것이며, 다른 한편으로 자유로운 표명은 자유로운 수용 또는 접수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정보에의 접근․수집․처리의 자유 즉 ‘알권리’는 표현의 자유에 당연히 포함되는 것으로 보아야 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인권에 관한 세계선언 제19조는 ‘모든 사람은 모든 수단에 의하여 국경을 초월하여 정보와 사상을 탐구하거나 입수 또는 전달할 자유를 갖는다’라고 하여 소위 ‘알권리’를 명시하고 있는 것이다. . .그 이외에도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주권을 실현하는 핵심이 되는 기본권이라는 점에서 국민주권주의(제1조), 각 개인의 지식의 연마, 인격의 도야에는 가급적 많은 정보에 접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제10조) 및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제34조 제1항)와 관련이 있다 할 것이다.

위의 서술을 보면 헌법재판소는 알권리를 ‘자유권적 요소’로 즉 소극적으로 방해를 받지 아니하고 정보를 수령할 수 있는 자유권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다음과 같은 서술로서 ‘알권리’를 ‘청구권적 요소’를 포함하는 이중적인 내용의 기본권으로 파악하고 있다.

‘알 권리’의 생성기반을 살펴볼 때 이 권리의 핵심은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정보에 대한 국민의 알권리 즉, 국민의 정부에 대한 일반적 정보공개를 구할 권리(청구권적 기본권)라고 할 것이며, 또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천명하고 있는 헌법 전문과 제1조 및 제4조의 해석상 당연한 것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알권리’의 법적 성질을 위와 같이 해석한다고 하더라도 헌법 규정만으로 이를 실현할 수 있는가 구체적인 법률의 제정이 없이는 불가능한 것인가에 대하여서는 다시 견해가 갈릴 수 있지만, 본건 서류에 대한 열람․복사 민원의 처리는 법률의 제정이 없더라도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 할 것이고, 또 비록 공문서 공개의 원칙보다는 공문서의 관리․통제에 중점을 두고 만들어진 규정이기는 하지만 ‘정부공문서 규정’ 제36조 제2항이 미흡하나마 공문서의 공개를 규정하고 있는 터이므로 이 규정을 근거로 해서 국민의 알권리를 곧바로 실현시키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이 헌법재판소가 위 결정을 내림에
있어서 법률, 명령 또는 규칙의 형태로 입법자의 결단 또는 최소한 민주적 정당성을 갖춘 기구에 의한 결단이
필요했는지를 애매하게 남겨두었기 때문에, 알권리의 청구권으로서의 본질에 대하여, ‘정보공개청구권이 헌법상 권리이기는 하나 추상적 권리에 불과하여 법률에 의한 구체화를
통해서만 구체적 권리로 된다’는 견해, ‘정보공개청구권으로써의 알권리를 실정법상 권리로 보아야 한다는 입장으로 이를 구체화하는
입법이 결여된 경우에도 사법적 실현이 가능하다’는 견해가 있다.[1]

김창조는 헌법재판소의 다음과 같은 판시에 주목하며 알권리가 청구권이라 할지라도 입법 없이도 보장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자유로운 의사의 형성은 정보에의 접근이 충분히 보장됨으로써 비로소 가능한 것이며, 그러한 의미에서 정보에의 접근․수집․처리의 자유,즉 ‘알권리’는 표현의 자유와 표리일체의 관계에 있으며 자유권적 성질과 청구권적 성질을 공유하는 것이다.자유권적 성질은 일반적으로 정보에 접근하고 수집․처리함에 있어 국가권력의 방해를 받지 아니한다는 것을 말하며, 청구권적 성질은 의사형성이나 여론형성에 필요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수집하고 수집을 방해하는 것에 대해 방해제거를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바, 이는 정보수집권 또는 정보공개청구권으로 나타난다. 나아가 현대사회가 고도의 정보사회로 이행해 감에 따라 ‘알권리’는 한편으로 생활권적 성질까지도 획득해 나가고 있다(헌재 1991. 5. 13. 90헌마133).

즉 알권리의 복합적 성격을 인정하면서 즉 알권리는 표현의 자유와 표리일체의 관계에 있으며 자유권적 성질과 청구권적 성질을 공유한다고 하면서 알권리의 실현은 법률이 제정되어 있지 않더라도 헌법 제21조에 의해 직접 보장될 수 있다고 하여 구체적 권리로써 파악하고 있다.[2]

최인호 역시 “정보공개법이 제정되기 이전부터 개별적 정보공개청구권을 헌법에 근거하여 인정해 온 우리나라의 헌법재판소의 입장과 달리, 미국의 연방대법원은 . . .알권리의 직접적 효력을 일관되게 부인해 온 것이 큰 차이점이다. 다시 말해 정보자유법이 제정된 이유는 알권리를 구체화하기 보다는 사법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알권리를 창설하기 위함이었다.”라고 하면 우리나라는 입법이 없더라도 알권리가 보장되어온 체제임을 간접적으로 언급하였다.[3]

이에 따라 김창조는 다음과 같이 논리를 전개하며 입법적인 개선책까지 제시한다.

비밀과 관련된 대법원 헌법재판소의 판결들(각주19: 헌재 1997.1.16., 92헌바6,
26; 93헌바34, 35, 36 (병합); 대판 1996.10.11., 94누7171 (기업의 비업무용
부동산 보유실태에 관한 감사원의 감사보고서의 내용이 ‘직무상 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사례)) 을 참조하고, 비공개사유에 대한 법원판결들이
비공개사유를 제한적으로 해석하는 것 등을 고려할 때 제1호 상의 비밀에 해당하여 정보가 비공개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형식적으로 비밀지정이 된 것 만으로는 부족하고, 해당정보를 실질적으로 외부에 공개하지 않을 필요성과
상당성이 충족되어져 소위 에 해당하여야 한다.
(각주21: 현행 정보공개법은 형식비를 전제로 비공개여부의 판단기준을 제시하고 있으나
전술한 바와 같이 대법원판례가 실질비를 전제로 공무원법상 비밀엄수의무의 준수여부를 판단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향후 법개정시에는 실질비의 기준을 명문으로 비공개사유로 규정함이 타당할 것이다).[4]

실제로 토지조사부 결정으로 돌아가면 헌법재판소는
다음과 같이 논증한다.

‘알권리’도 헌법유보(제21조 제4항)와 일반적 법률유보(제37조 제2항)에 의하여 제한될 수 있음은 물론이며, ‘알권리’는 아무에게도 달리 보호되고 있는 법익을 침해하는 권리를 부여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하여 여러가지 특별법에 알권리를 제한하는 규정을 두고 있으나, 그 제한은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지 않은 범위내에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할 것이다.

아울러 국가안보, 질서유지, 공공복리 등 개념이 넓은 기준에서 일보 전진하여 구체적 기준을 정립해야 할 것이며, 제한에서 오는 이익과 ‘알권리’침해라는 해악을 비교․형량하여 그 제한의 한계를 설정하여야 할 것이다.

알권리에 대한 제한의 정도는 청구인에게 이해관계가 있고 공익에 장해가 되지 않는다면 널리 인정해야 할 것으로 생각하며, 적어도 직접의 이해관계가 있는 자에 대하여서는 의무적으로 공개하여야 한다는 점에 대하여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으로 사료된다. 

밑줄친 부분의 서술은 정보공개청구법이 없이도 알권리가 국민들에게 보장하였음을 천명한 것이다. 그렇다면, 정보공개청구법이 제정된 이후라고 할지라도 입법자의 비밀지정이 – 그것이 법률로 되든 명령으로 되든 법령이 비공개대상을 특정하는 형식으로 되든 법령이 비공개대상의 기준과 유형 만을 추상적으로 정하는 형식으로 되든 – 헌법적으로 타당한가에 대해서는 별도의 심사를 필요로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산업기술보호법은 국가핵심기술을 정보공개청구의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는데 이는 헌법적으로 타당한가? 국가핵심기술이란 무엇인가? National Critical Technology라는 개념은 1970-80년대 미국 연방정부가 독일과 일본에 산업적 경쟁력을 추월당한 것에 대해 위협을 느끼고 산업적 이익이 국가적 이익도 담지하고 있다고 보아 각 정부부서가 국내에서 우선적으로 지원하고 유치할 산업을 선별하도록 하기 위해 리스트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5] 우리나라의 산업기술보호법도 국가핵심기술로의 선정은 외국기업과의 인수합병 또는 외국에의 라이선스 등을 통해 기술이 외국에서 ‘수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었지[6] 국민에 대하여 일종의 비밀정보를 창설한다거나 ‘정보의 흐름’을 차단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물론 국가핵심기술뿐만 아니라 산업기술 일반[7]에 대한 ‘정보의 유출’을 통제하려는 조항도 산업기술보호법에 있기는 하지만 이는 산업체가 스스로 정보보호를 하지 않는 경우에 대비하여 보완적으로 정보보호를 하려고 했던 것이기 때문에 부정경쟁방지및영업비밀보호법에 비하여 느슨한 편이다.[8] 이를테면 ‘절취, 기망, 협박’을 요건으로 하는 유출행위만이 처벌대상이 된다. 국민의 알권리를 통제하려는 법률이 아니었다.

물론 연구자들이나 관련 산자부 공무원들의 유출행위를 처벌하는 조항도 있었지만 이는 국민에 대한 정보공개 범위를 한정하려거나 국민의 알권리를 제한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국가핵심기술을 스스로 잘 관리해 산업적 경쟁력을 잃지 말라는 취지였다. 이것은 마치 공무상 비밀누설죄를 “정보공개법 . . . 소정의 비공개사항을 규정하는 법률로 볼 경우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정보는 모두 비공개대상정보에 해당되게 되어 정보공개청구권이 인정될 여지가 없게 될 것”[9]이기 때문에 정보공개법 상 비공개사항으로 볼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번에 2019년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이 일사천리로 통과된 것은 이 부분에 대한 오해 즉 이들 산업기술유출금지 조항들이 산업기술 전체를 일종의 ‘비밀’로 지정한 것으로 간주하여 산업기술에 대한 정보 전체가 정보공개청구법 상의 공개의무에서 면제된 것으로 착각한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산업기술에 대한 정보도 정보공개청구로부터 면제될 수는 있고 이를 위해 정보공개청구법은 공공기관이 보유하는 정보에 영업비밀이 포함되어 있을 경우를 다룬 조항을 별도로 두고 있다.[10] 그 외 정보공개청구로부터의 면제는 정보공개청구법을 따라야 한다.

국가핵심기술에 관한 정보의 내용이 이렇다면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는 ‘국가핵심기술에 관한 정보’를 공공기관이 관리 및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정보공개청구로부터 면제되는 것은 과도하다. 예를 들어, 반도체공장의 위치도 국가핵심기술에 관한 정 보이므로 정보공개청구로부터 면제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II. 법률이 비공개의 범위를 공무원에 위임할 수 있을까?

백보를 양보하여 국가핵심기술에 관한 정보를 국민의 알권리로부터 면제하는 것이 헌법적 균형을 깨뜨리지 않는다고 가정하더라도 또 다른 문제가 있다. ‘국가핵심기술’을 누가 정의하는가의 문제이다.

산업기술보호법 제9조2의 또다른 특성은 다른 법률과 달리 스스로 비공개대상을 명시하지 않고 산자부장관이 비공개대상을 정하도록 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국가정보원법 제6조 “국가정보원의 조직ㆍ소재지 및 정원은 국가안전보장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그 내용을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다”라고 하며 국가정보원법 제12조는 국가정보원의 세출예산의 요구는 그 관ㆍ항을 국가정보원비와 정보비로 하여 총액으로 하고, 그 산출내역과 예산안의 첨부서류는 제출하지 아니할 수 있으며(제2항), 국가정보원의 예산 중 미리 기획하거나 예견할 수 없는 비밀활동비는 총액으로 다른 기관의 예산에 계상할 수 있다(제3항)고 규정하는 한편, 국가정보원은 국회정보위원회에 국가정보원의 모든 예산에 관하여 실질심사에 필요한 세부자료를 제출하여야 한다(제4항)고 규정하면서도, 국회정보위원회는 국가정보원의 예산심의를 비공개로 하고, 국회정보위원회의 위원은 국가정보원의 예산내역을 공개하거나 누설하여서는 아니 된다(제5항)고 규정하고 있다. 이들 정보에 대해서는 정보공개청구로부터의 면제가 인정되었다.[11] 산업기술보호법은 국가정보원법과 달리 행정기관 스스로 비공개 여부를 정할 수 있다.

이렇게 법률이 스스로 비공개대상을 명시하거나 법률에 위임한 명령이 비공개대상을 명시한 경우가 아니라 법률이나 명령이 다시 이를 행정기관에 위임하는 경우의 헌법적 문제는 명약관화하다.[12] 행정기관들이 자의적으로 비밀이나 비공개로 지정하는 것들도 모두 정보공개의무로부터 면제된다면 어떻게 될까? 정보공개청구법의 의미가 없어질 것이다. 실제로 정당한 기밀성이 있어서 비밀지정이 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행정기관장들의 평판을 보호하기 위해서 비밀지정이 이루어질 위험이 매우 높다. 결국 권력에 대한 국민의 감시라는 대의명분은 정보공개청구법의 의의는 소멸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의 정보공개청구법은 우리나라 정보공개청구법 제9조1항1호에 대응되는 조항에서 ‘다른 법률에 의해 비공개로 특정[될 것]’을 요구함은 물론 (A) 그 법이 비공개 여부에 대한 재량을 허용하지 않거나 (B) 비공개되는 정보의 기준과 종류를 특정한 경우’에만 정보공개의무가 면제된다고 규정하고 있다.[13] 특히 2009년 이후에 시행된 법에 대해서는 정보공개청구법 조항을 명시할 경우에만 정보공개청구법 상 면제효과를 획득하도록 한정하고 있다.[14] 즉 비공개 여부에 대해 재량이 없을 정도로 특정 정보를 직접적으로 비공개지정하거나 그에 준하는 수준의 특정된 기준을 요구하는 것이다. 산업기술보호법은 국민의 알권리에 대한 아무런 제한 조건 없이 산자부 장관이 국가핵심기술을 정할 수 있어 문제인 것이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국회가 모든 분야에 대해 전문성이 없을 수 있다는 이유로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 정보공개청구법과 달리 법률이 아니라 법률이 위임한 명령[15]도 면제효과를 갖도록 하고 있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아닌 행정부가 제정하는 명령에 의해서 국민의 알권리를 재단하는 법제의 위헌성에 더하여 산업기술보호법처럼 행정기관의 장에게 국민의 알권리를 재단할 권한을 주는 것은 기본권법정주의 측면에서 훨씬 더 큰 헌법적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국방 외교 등의 정보는 법률이나 명령으로 일일이 비공개여부를 정하기 어렵지만 통제의 필요는 훨씬 더 클 수 있다. 이를 위해 정보공개청구법도 별도의 조항을 두고 있다.[16] 하지만 이 조항은 실체적으로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라는 요건을 두고 있다. 산업기술보호법처럼 행정기관의 장이 알권리에 대한 아무런 고려없이 알권리의 보호범위를 재단하는 사례와는 다르다.

III.  알권리의 범위가 공무원에게 유보된 사례: 보안업무규정

현 법체제상 행정기관의 장이 비공개정보를 지정할 수 있는 것으로 인정되는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국가정보원법 제3조 제2항에서 위임한 대통령령인 보안업무규정 제4조[17]에 따라 공공기관장이 비밀지정을 할 수 있다. 미국 정보공개청구법은 위에서 설시했듯이 ‘타법령 비공개 지정’에 의한 면제는 법률에 의해서만 가능하지만 국방 외교와 관련되어서는 행정명령(executive order)에 의해 비공개지정이 가능하고[18] 비공개지정 자체는 각 연방정부기관에 의해 행하여진다.[19]

우리나라의 경우 산업기술보호법은 다음의 문제들이 있다. 첫째 국방 외교와 같이 긴밀한 영역이 아닌 영역에서 행정기관의 장이 국민의 알 권리의 범위를 재단할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이는 헌법이 정한 기본권을 국회가 재단할 수 있는가를 넘어서는 훨씬 더 중차대한 문제이다. 물론 보안업무규정 하의 비밀지정은 법원에 의해 해당 조항이 내재하고 있는 요건 즉 ‘국가안전보장에 해를 끼칠 우려’에 대한 실체적 심사를 거친 바 있으며[20] 산업기술보호법 하의 국가핵심기술에 대해서도 법원이 후속적으로 실체적 심사를 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가핵심기술 지정이라는 고도의 산업적, 기술적, 경제적 판단을 넘어서야만 국민의 알권리 만족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은 너무나 강한 위축효과를 발생시킨다. 영업비밀에 대한 공개면제조항으로 해당 법익이 충분히 보호됨을 고려하면 침해최소의 원칙을 위반한다.  둘째, 미국의 비밀지정에 대한 행정명령 내에는 비밀지정해제 신청을 할 수 있게 하는 조항을 두어[21] 국민의 알권리가 보호되도록 하였다. 이는 전 세계 500여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천명한 2013년 국가안보와 알권리에 대한 츠와네 원칙 (The Global Principles on National Security and the Right to Information Declared in Tshwane, South Africa)의 11조-14조가 요구하는 바이기도 한다. 산업기술보호법에는 산자부의 지정결정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산업기술보호법 제9조의2 2항에 따라 정보를 보유한 공공기관이 신청을 할 수는 있으나 이는 공개에 대한 것이지 국가핵심기술 지정에 대한 것이 아니라서 공개가 이루어질 때마다 매번 다시 신청을 해야 한다.[22] 이는 단순히 편의의 문제가 아니다. 지정권자인 산자부의 결정에는 국민의 알권리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는 상황에서 공공기관은 산자부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국방외교상의 비밀지정은 그 자체가 국민의 알권리와 국가안보 사이의 긴장 속에서 이뤄지지만 산업기술보호법상의 비밀지정은 산업적 필요(산업기술보호법은 “국가안보”라는 표현을 쓰고 있지만 여기서의 국가안보가 보안업무규정상의 “국가안보”와 질적으로 다를 것으로 보인다)에 따라 이루어지기 때문에 산업적 필요에 대한 확신을 가진 지정권자의 결정을 뒤집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여겨진다. 결국 국민의 기본권이 자의적 행정권에 의해 재단되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1]
최인호, “미국 정보공개법상 공개거부사유로서의 사생활보호”, 공법연구 제36집 제4호 2008년 6월, 한국공법학회, 547-548쪽; 정하명, “정보공개제도에서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논의의 발전” 공법연구 제42집 제3호 2014년 2월, 한국공법학회, 35쪽; 김창조 보고서, 24쪽

[2]
김창조 보고서, 24쪽

[3]
최인호, 547-548

[4]
김창조, “정보공개법상 비공개사유”, 경북대학교 법학논고, 25권, 115-141 (2006), 121쪽

[5] Identifying
Critical Technologies in the United States: a Review of the Federal Effort,
Journal of
Forecasting
J. Forecast. 22, 113-128
(2003)


[6] 11조(국가핵심기술의 수출 등) ①국가로부터 연구개발비를 지원받아
개발한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대상기관이 해당국가핵심기술을 외국기업 등에 매각 또는 이전 등의 방법으로 수출(이하 “국가핵심기술의 수출”이라 한다)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11조의2(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하는 대상기관의 해외인수ㆍ합병등) ① 국가로부터 연구개발비를 지원받아 개발한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대상기관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해외 인수ㆍ합병, 합작투자 등 외국인투자(이하 “해외인수ㆍ합병등”이라 한다)를 진행하려는 경우에는 산업통상자원부장관에게 미리 신고하여야 한다.   3. 23.>

[7] 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1. “산업기술”이라 함은 제품 또는 용역의 개발ㆍ생산ㆍ보급 및 사용에 필요한 제반 방법 내지 기술상의 정보 중에서 행정기관의 장(해당 업무가 위임 또는 위탁된 경우에는 그 위임 또는 위탁받은 기관이나 법인ㆍ단체의 장을 말한다)이 산업경쟁력 제고나 유출방지 등을 위하여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이나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서 위임한 명령(대통령령ㆍ총리령ㆍ부령에 한정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에 따라 지정ㆍ고시ㆍ공고ㆍ인증하는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기술을 말한다.

가. 제9조에 따라 고시된 국가핵심기술

나. 「산업발전법」 제5조에 따라 고시된 첨단기술의 범위에 속하는 기술

다. 「산업기술혁신 촉진법」 제15조의2에 따라 인증된 신기술

라. 「전력기술관리법」 제6조의2에 따라 지정ㆍ고시된 새로운 전력기술

마. 「환경기술 및 환경산업 지원법」 제7조에 따라 인증된 신기술

바. 「건설기술 진흥법」 제14조에 따라 지정ㆍ고시된 새로운 건설기술

사. 「보건의료기술 진흥법」 제8조에 따라 인증된 보건신기술

아. 「뿌리산업 진흥과 첨단화에 관한 법률」 제14조에 따라 지정된 핵심 뿌리기술

자. 그 밖의 법률 또는 해당 법률에서 위임한 명령에 따라 지정ㆍ고시ㆍ공고ㆍ인증하는
기술 중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이 관보에 고시하는 기술

[8] 14조(산업기술의
유출 및 침해행위 금지)
 누구든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1.
절취ㆍ기망ㆍ협박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대상기관의 산업기술을 취득하는 행위 또는 그 취득한 산업기술을 사용하거나 공개(비밀을 유지하면서 특정인에게 알리는 것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하는 행위

2. 제34조의 규정 또는 대상기관과의 계약 등에 따라 산업기술에 대한 비밀유지의무가 있는 자가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그 대상기관에게 손해를 가할 목적으로 유출하거나 그 유출한 산업기술을 사용 또는 공개하거나 제3자가 사용하게 하는 행위

34조(비밀유지의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거나 해당하였던 자는
그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거나 도용하여서는 아니 된다.   2008. 2. 29., 2011. 7. 25., 2013. 3. 23., 2015. 1. 28.>

1. 대상기관의 임ㆍ직원(교수ㆍ연구원ㆍ학생을 포함한다)

2. 제9조의 규정에 따라 국가핵심기술의 지정ㆍ변경 및 해제 업무를 수행하는 자 또는 제16조에 따라 국가핵심기술의 보호ㆍ관리 등에 관한 지원 업무를 수행하는 자

[9]
서울고등법원 선고 2001. 9. 6, 2000누15073 (대법원 선고 2004. 3. 18, 2001두8254에서 확정) (보안관찰 통계자료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한 사건)

[10] 9조(비공개 대상 정보) ① 공공기관이 보유ㆍ관리하는 정보는 공개
대상이 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정보는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다. 7. 법인ㆍ단체 또는 개인(이하 “법인등”이라 한다)의 경영상ㆍ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법인등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
다만, 다음 각 목에 열거한 정보는 제외한다.

가. 사업활동에 의하여 발생하는 위해(危害)로부터 사람의 생명ㆍ신체 또는 건강을 보호하기 위하여 공개할 필요가 있는 정보

나. 위법ㆍ부당한 사업활동으로부터 국민의 재산 또는 생활을 보호하기 위하여 공개할
필요가 있는 정보

[11] 대법원 2010. 12. 23 선고, 2010두14800

[12] 박경신, 정보공개청구법 “타 법령 비공개지정”에 따른 비공개사유에 대한
헌법적 검토,
법제연구 제49호, 2015년

[13]
The Freedom of Information Act, 5 U.S.C. §
552,  (b) This section does not apply to
matters that are–. . .(3) specifically
exempted from disclosure by statute (other than section 552b of this title),
provided that such statute (A) (i)requires that the matters be withheld from
the public in such a manner as to leave no discretion on the issue, or (ii)
establishes particular criteria for withholding or refers to particular types
of matters to be withheld; and (B) . . .  

[14] (B) if enacted
after the date of enactment of the OPEN FOIA Act of 2009, specifically cites to
this paragraph.

[15] 법률의 위임이 있었는가에 대해서는 우리 법원은 매우 엄격한 잣대를 대고 있다. 서울고등법원
선고
2001. 9. 6, 2000누15073
(
대법원 선고 2004.
3. 18, 2001두8254에서
확정) (
보안관찰 통계자료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한 사건); 대법원
판결 2004. 9. 23, 2003두1370.
같은 취지의 판결: 대판
2006. 5. 25, 2006두3049.;
대법원 판결 2006두11910

[16] 9조(비공개 대상 정보) ① 공공기관이 보유ㆍ관리하는 정보는 공개
대상이 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정보는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다. 2. 국가안전보장ㆍ국방ㆍ통일ㆍ외교관계
등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

[17]
보안업무규정 제4조(비밀의 구분) 비밀은 그 중요성과 가치의 정도에 따라 다음 각 호와 같이 구분한다.

1. Ⅰ급비밀: 누설될 경우 대한민국과 외교관계가 단절되고
전쟁을 일으키며, 국가의 방위계획·정보활동 및 국가방위에 반드시 필요한 과학과 기술의 개발을 위태롭게 하는 등의 우려가 있는 비밀

2. Ⅱ급비밀: 누설될 경우 국가안전보장에 막대한 지장을
끼칠 우려가 있는 비밀

3. Ⅲ급비밀: 누설될 경우 국가안전보장에 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비밀

[18] The
Freedom of Information Act, 5 U.S.C. § 552, (b) This section does not apply to
matters that are— (1)(A) specifically authorized under
criteria established by an Executive order to be kept secret in the interest of national
defense or foreign policy and (B) are in fact properly classified pursuant to
such Executive order;

[19] Executive Order 13526
(President Barrack Obama)

[20]
국가정보원법 제6조 “국가정보원의 조직ㆍ소재지 및 정원은 국가안전보장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그 내용을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다”

[21] Executive Order 13526 (President Barrack
Obama) Sec. 1.8.Classification Challenges. (a) Authorized holders of information who, in
good faith, believe that its classification status is improper are encouraged
and expected to challenge the classification status of the information in
accordance with agency procedures established under paragraph (b) of this section.

(b) In
accordance with implementing directives issued pursuant to this order, an
agency head or senior agency official shall establish procedures under which
authorized holders of information, including authorized holders outside the classifying
agency, are encouraged and expected to challenge the classification of
information that they believe is improperly classified or unclassified. These
procedures shall ensure that: (1) individuals are not subject to retribution
for bringing such actions; (2) an opportunity is provided for review by an
impartial official or panel; and (3) individuals are advised of their right to
appeal agency decisions to the Interagency Security Classification Appeals
Panel (Panel) established by section 5.3 of this order. (c)
Documents required to be submitted for prepublication review or other
administrative process pursuant to an approved nondisclosure agreement are not
covered by this section.

[22] 제9조의2(국가핵심기술의 정보 비공개) ①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2조에 따른 공공기관 및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관은 국가핵심기술에 관한 정보를 공개해서는 아니 된다. 다만, 국가의 안전보장 및 국민경제의 발전에 악영향을 줄 우려가 없는 경우에는 공개할 수 있다. ② 제1항 단서에 따라 국가핵심기술에 관한 정보를 공개하려는 경우에는 정보공개의 신청을 받은 날부터 20일 이내에 서면 또는 전자문서로 이해관계인의 의견을 듣고 산업통상자원부장관 및 관계 부처의 장의 동의를 받은 후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