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방지 추가대책도 미흡, 추가적인 개선 필요해

전세사기 피해가 커지는 상황에서 정부는 오늘(2/2) 작년 9월 발표한 ‘전세사기 피해 방지방안’의 추가 대책인 ‘전세사기 예방 및 피해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반환보증 전세가율 개선, △시세 부풀리기 차단 및 등록임대사업자 의무임대보증 강화, △안심전세앱을 통한 전세사기 피해 자가 진단 정보 제공 강화, △공인중개사 전세사기 예방 책임 강화 등 전세사기 피해 예방, 피해지원, 전세사기 단속 및 처벌 강화 등이 종합적으로 검토되었고, 필요한 조치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 대책은 여전히 불법적인 전세사기에 한정되어 있으며, 이마저도 미흡한 점이 적지 않다. 전세사기와 같은 불법행위에 한정하지 말고 깡통 전세 피해 예방과 피해 지원 등에 정부 정책의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주택금융연구원이 향후 2년간 주택가격이 10∼20% 하락할 경우 올해 하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전세계약 8건 중 1건은 깡통전세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고 추정하는 등 위험성이 크게 고조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전세사기, 깡통전세로 인한 피해자들이 양산되지 않도록 피해 예방 및 방지 대책을 강구하는 한편 보다 실효성 있는 피해구제 방안 마련이 요구된다. 

반환보증 전세가율 더 낮추고 공인중개사 설명의무 더 강화해야
전세대출·보증보험 가입 불가 시, 임차인 계약해제·해지권 필요해

정부는 무자본 갭투자를 근절하기 위해 주택 매매가격 대비 100%까지 보증해주던 것을 90%까지 하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주택 매매시세와 경매 낙찰가 등을 고려해볼 때, 전세가율 90%까지 보증을 해도 그 수준에서는 임차인이 보증금을 다 돌려받기 어려울 수 있어 보증한도가 너무 높다. 따라서 전세가율이 높은 임대차에 대한 보증가입은 제공하되,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향후 주택가격의 70% 금액 범위내에서만 보증하도록 보증한도를 축소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보증보험과 전세대출 한도를 낮출 수 있을 뿐 아니라 임차인이 과도하게 높은 수준에서 보증금을 설정하지 않도록 유도할 수 있다.

전세사기 예방을 위해서는 공인중개사의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의무를 보다 더 강화해야 한다. 공인중개사가 △주택 가격 정보, △보증금의 전세가율, △법원의 동종 주택에 관한 경매 매각가율 정보 등을 제시함으로써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떼이지 않는 수준의 전월세 가격 정보를 충분하게 제공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공인중개사에게 임대인에 대한 필수 정보 요청을 의무화하여, 임대인이 정당한 사유없이 거절하면 중개를 중단하고, 그 사유를 임차인에게 설명토록 해야 한다. 정부가 이번 대책에서도 전세사기 피해 관련 자가 진단 정보를 제공하는 만큼, 공인중개사가 이런 내용을 파악하고 임차인에게 설명할 의무를 부과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분양대행업 등에 대한 규제와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현재 분양대행업은 자유업으로 아무런 제한이 없어 전세사기 뿐만 아니라 분양사기, 과장 광고 등 각종 불법과 탈법의 온상이 되고 있다. 따라서 분양대행업 등 부동산 시장에 존재하는 각종 영업 업종 자체를 공정한 시장 규제에 따르도록 하여 부동산 거래질서 교란행위를 규제할 수 있도록 법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 또한, 국토교통부와 지자체가 공인중개사와 분양대행사의 불법행위를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담당 공무원에게 불법행위에 대해 수사할 수 있도록 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

등록임대사업자의 임대보증 의무에 대한 감독 강화는 당연한 조치다. 하지만 전세사기와 깡통전세 피해를 보다 확실하게 예방하기 위해서는 임차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전세반환보증보험 또는 전세대출보증이 거절되는 경우, 임차인은 이를 사유로 임대인에게 손해배상이나 위약금을 지불하지 않고 임대차계약을 해제하거나 해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이를 통해 계약금 등 보증금 명목으로 납부한 돈을 전액 반환받을 수 있어야 한다. 등록임대사업자 제도를 악용한 전세사기로 인해 세입자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음에도 정부가 관련 제도 개선보다 아파트 임대사업자 부활 등 세제 혜택 강화 방안을 먼저 발표한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또 임대사업자의 보증가입을 의무화했음에도 이에 대한 관리·감독 행정을 소홀히 했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임대주택 등록 의무화가 우선되어야 한다. 

최근 발생하는 전세사기 중 일부는 전세계약 후 임대인이 보증금 반환 능력이 없는 바지임대인에게 주택을 양도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보증금 반환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주택이 양도되었을 때, 임차인이 계약 승계를 거절하고 임대차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먼저 주택임대차 계약에서 임대인이 주택 매매계약을 제3자와 체결할 경우 즉시 임차인에게 계약 체결  및 소유권 이전에 관한 사항, 임대인에 관한 정보 등을 고지하도록 법개정을 해야 한다. 아울러 임차인이 주택 소유권이 양도된 사실을 확인하고 임대차 계약의 승계를 거절할 경우 주택을 양도한 임대인을 상대로 계약 해지를 할 수 있도록 법에 명문화하고(해지권을 인정한 대법원 판례로 대법원 2002. 9. 4., 선고, 2001다64615 판결이 있음), 계약 해지시 주택을 양도한 임대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반환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주택 임대인이 임차인 몰래 주택을 변제 능력 없는 임대인에게 양도하고 보증금 반환 책임에서 빠져나가는 일이 없도록 제도 개선을 해야 한다.

집값 하락으로 깡통전세 비상등이 켜졌고 주택임대차 보증금 미반환 문제는 2023년 내내 계속될 전망이다. 따라서 전세사기를 뿌리 뽑고 피해자를 두텁게 보호하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더 광범위하고 심각한 피해가 예상되는 깡통전세 피해 예방과 지원대책 마련 등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 깡통전세 피해 규모를 추정하여 피해자들이 고통의 나락으로 빠지지 않도록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 마련이 절실하다. 아울러 오늘부터 열리는 임시국회에서는 전세사기와 깡통전세 예방을 위한 법안을 신속히 논의해 처리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재차 강조하지만 전세사기 단속과 처벌강화 등 사법적인 대응도 필요하나 이는 사후 조치로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는 없다. 수년간 계속되어 온 전세사기와 깡통전세를 근절하려면 세입자의 권리와 안전망 강화 및 촘촘한 관리·감독을 위해 정부와 국회가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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