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수사'의 가능성으로 죄수를 압박한 기자, 그 뒤 검사https://www.peoplepower21.org/files/attach/images/37219/267/812/001/55a8... style="width:800px;height:419px;" />

 

'검찰 수사'를 빌미로 제보를 강요한 혐의를 받아 재판에 넘겨진 채널A 이모 전 기자에게 1심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취재윤리는 위반했지만 강요미수죄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인데요. 검찰의 추가 수사를 운운하고 검찰과의 통화내용을 대리인에게 들려준 사실은 있지만 구체적인 해악을 고지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검사와 기자는 통화는 했지만 유착하지 않았다, 기자는 검사와의 통화를 이용해 감옥에 있는 이를 압박했지만 강요미수죄에 해당하진 않는다는 이야기는 어떻게 이해되어야 할까요? 이모 기자에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을 국민대 윤동호 교수가 비평했습니다.

 

광장에 나온 판결 : 198번째 이야기

 

'검찰 수사'를 빌미로 제보를 강요한 채널A 기자에 대한 1심 무죄 판결 비평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1단독 홍창우 판사

2020고단5321  

 

윤동호 교수https://www.peoplepower21.org/files/attach/images/37219/267/812/001/6a3a... style="width:150px;height:175px;" />

윤동호 교수 / 국민대학교 법과대학 

 

형사절차는 진실을 밝히고 그 진실이 범죄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절차이다. 이 진실을 실체적 진실이라고 부른다. 밝혀져야 하고, 처벌을 받아야 하는 진실임을 강조한 것이다. 형사절차는 수사, 기소, 재판의 순서로 이루어지고, 재판은 1심과 2심을 거쳐 대법원까지 진행될 수 있다. 형사절차에서 밝혀진 진실은 절차적 진실이라고 부른다. 실체적 진실에 견준 표현이다.

 

실체적 진실과 절차적 진실이 불일치할 수 있다.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어렵기 어렵기 때문이다. 과거의 일이고 인간의 인식능력과 기억력에는 한계가 있다. 바라보는 입장이나 관점에 따라 진실을 다르게 본다. 심지어 의도적으로 진실을 숨기거나 조작한다. 진실을 밝히기도 어렵지만, 밝혀진 진실이 범죄에 해당하는지 판단도 쉽지 않다. 이는 사람의 행위에 대한 유무죄를 판단하는 것인데, 행위의 상황과 의도에 따라 그 행위가 다양한 의미를 가질 수 있고, 이를 처벌하는 형법규정이 매우 다양하며 해석관점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

 

사건 내용에 관한 아래 서술은 언론 보도 등을 참고해 작성한 것이다.

 

교도소에서 출소할 날만 손꼽아 기다리는 죄수(罪囚)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추가 기소‘라고 한다. 검사가 다른 건으로 수사를 개시할지 모른다는 걱정은 죄수에게 공포에 가깝다고 한다. 출소를 1년 3개월 앞둔 평범한 죄수가 있었다. 경제인이었다. 그 죄수는 수감 중에 갑자기 검찰의 조사를 받으러 다녀야 했다. 버티다 검찰 조사실에서 만난 지인의 ’추가 기소로 어려워질 수 있다‘란 말에 무너졌다. ‘정치인에게 불법정치자금을 제공했다’고 진술한다. 그 지인은 이른바 ’법조 브로커‘였다. 그 후 법정에서 이를 번복했으나 소용이 없었고, 오히려 그 죄수는 위증죄로 처벌을 받아야했다. 1심은 법정 증언에 무게를 두고 그 정치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검찰 진술에 무게를 두고 유죄를 선고했다. 지인의 말은 ’솔직하게 말하면 선처해주지 않겠느냐‘ 정도에 불과하다고 봤다. 대법원은 2심을 지지했다. 정치인의 정치자금법위반사실이 절차적 진실로 확정된 것이다.

 

기자가 ‘추가 수사’의 가능성을 언급하며 죄수를 압박한 사건이 벌어졌다. 그도 경제인으로 활동하다 징역 12년의 옥살이 중인 죄수였다. 그는 다른 죄로 1심에서 징역 2년 6월을 선고받고 항소하여 2심 재판이 진행 중이었다. 기자가 그에게 편지를 보낸다. 코로나19가 시작된 지난 해 초 5차례에 걸쳐. 취재를 해보니 또 다른 사건으로 검찰 수사가 이루어져서 수형기간이 많이 늘어날 수 있고, 심지어 아내도 처벌될 수 있다. 이 사건에 연루되었다고 의심되는 여권의 유력인사의 비리정보를 제공해라. 그러면 자신과 친분이 있는 검사에게 선처를 부탁하겠다.

 

죄수는 두 차례의 편지를 받은 후 구치소로 접견 온 변호사와 의논한다. 변호사의 지인을 죄수의 대리인 자격으로 기자와 만나보도록 한다. 그 대리인은 기자와 세 차례 만나는 동안 기자가 원하는 정보를 죄수가 가진 것처럼 말하면서 기자가 검사와 어떤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에 죄수가 선처를 받을 수 있도록 할 수 있는지 명확히 하려고 한다. 기자는 당시 검찰총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검사임을 암시하면서 그와 통화한 내용이 담긴 녹음파일을 들려주고, 녹취록은 보여준다.

 

기자는 원하는 정보를 얻는데 실패한다. 대리인이 다른 방송사에 제보하여 ‘검언유착’ 사건으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후 고발된 기자는 강요미수 혐의로 구속되고, 같은 혐의로 기소된다. 기자와 통화를 나눈 검사는 기소되지 않고, 이 검사의 휴대폰 유심 수색압수과정에서 이에 참여한 검사와 몸싸움이 벌어져서 오히려 기자를 기소한 검사가 특가법의 이른바 독직폭행(형사공무원의 피의자 등 폭행치상) 혐의로 기소된다.

 

형법의 강요죄는 폭행이나 협박으로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는 범죄이다. 협박은 사람이 공포심을 가질만한 정도의 해악을 고지하는 것을 말한다. 해악을 고지하는 주체와 해악을 실현하는 주체가 다를 경우에는 전자가 후자의 행위를 사실상 지배하거나 후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것으로 믿게 하는 명시적․묵시적 언동이 있어야 한다.

 

1심 법원은 기자에게 무죄를 선고한다. 기자의 행위는 취재윤리 위반에 해당하나, 강요미수죄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해악을 고지하는 주체는 기자이지만 해악을 실현하는 주체는 검사로서, 기자의 행위는 협박에 해당하지 않는다.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 있다니, 비리정보를 제공하라, 그럼 언론보도로 공론화하면서 검찰에 선처를 부탁하겠다’고 기자가 말한 것을 두고, ‘비리정보를 제고하라, 그렇지 않으면 내가 아는 검사를 통해서 무거운 처벌을 받게 하겠다’라고 볼 수는 없다. 기자가 검사와 통화한 녹음파일과 녹취록을 제시하여 검찰과 연결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대리인의 요구에 따른 것이다. 이를 두고 기자와 검사의 구체적인 유착 가능성을 의심할 만한 언동으로 볼 수는 없다. 죄수가 느낀 불안감과 공포심은 기자의 행위로 인한 것이 아니라 종전 검찰 수사 경험에 근거한 주관적인 판단에 불과하다.

 

2019년 조국 전 법무부장관 수사에서 드러났듯이 한국 사회에서 검사와 기자는 상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까운 사이다. 죄수에게 기자의 행위는 공포심을 느낄만한 정도의 해악의 고지로 볼 수 있다. 2020년 나온 사법연감에 따르면 2019년에 구속사건(24,351건) 중 1심에서 무죄가 나온 사건(142건)은 0.5%에 불과하다. 기자의 행위에 대한 1심 법원의 판단이 잘못일 수 있다. 강요미수가 실체적 진실일 수 있다. 1심이 무죄라고 본 절차적 진실이 2심에서 바뀔 수 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최근 판결 중 사회 변화의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거나 국민의 법 감정과 괴리된 판결, 기본권과 인권보호에 기여하지 못한 판결, 또는 그와 반대로 인권수호기관으로서 위상을 정립하는데 기여한 판결을 소재로 [https://www.peoplepower21.org/Judiciary/1476842" target="_blank" rel="nofollow">판결비평-광장에 나온 판결]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로 법률가 층에만 국한되는 판결비평을 시민사회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어 다양한 의견을 나눔으로써 법원의 판결이 더욱더 발전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