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경실련 2020년 5,6월호 – 당신과 나를 이어줄 ㅊㅊㅊ]

코로나19 이후 동네책방과 책

 

조진석 나와우리+책방이음 대표

 
코로나19의 확산세가 멈출 줄 모른다. 2월엔 3월이 되면 나아질 것이라 여겼다. 3월이 되니 4월엔 어렵겠다 싶었다. 이젠 코로나19 재난문자가 거의 매일 울린다. 마스크를 쓰고 비대면이 상식인 상황에서 동네책방을 찾는 발걸음은 2월보다 3월, 3월보다 4월에 더욱 더 줄었다. 실제 설문조사를 해보니 많은 동네가게처럼, 동네책방도 평균 50% 이상 매출 감소가 몇 달째 이어졌다.

이 만큼 수입이 줄면 한 달 벌어서 한 달을 사는 동네책방으로선 임대료를 못 내거나 월급을 줄 수 없다. 벌써 문 닫은 동네책방의 소식이 들려온다. 앞으로도 불행한 소식은 이어질 것이다. 혹은 소리 소문없이 문 닫는 곳도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 워낙 크기가 작기 때문에, 문 여는 소리도 문 닫는 소리도 세상에 잘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임대료와 임금 지원이 긴급하게 필요한 상황이다. 전례가 없는 것이기에, 중앙 정부도 지방 정부도 손사래를 친다. 코로나19가 예기치 못한 상황을 만들었다면, 지원도 비상시국에 맞춰서 해야하지 않을까. 우물쭈물하는 사이 때를 놓치면, 얼마나 많은 동네책방이 쓰러지고 내상을 깊게 입을지 모른다. 반대로 온라인서점으로 주문은 이어지고, 도서 구매는 더욱 더 쏠릴 것이다.

책방이음은 2월부터 온라인거래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예치금 제도도 손질했다. 또 온라인 책모임을 만들었다. 3월 첫 주부터 소설 『살아야겠다』를 함께 읽기 시작했다. 정해진 분량만큼 읽고 단톡방에서 매주 한 번씩 느낌을 나누는 방식이었다. 참여자들의 열의로 무사히 완독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분량을 읽고 이야기 나누는 방식은 오프라인에 더욱 적합한 방법이었다.

4월엔 『인수공통- 모든 전염병의 열쇠』를 매주 1장씩 읽고, 금요일 저녁까지 짧은 요약과 느낌을 적어서 올리기로 했다. 그런데 첫 주부터 금요일 야근인 멤버가 있었고, 누군가는 약속을 잘 지켜서 올리는데 다른 사람은 지키지 못하는 부분을 어떻게 할 것인지 대처해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그래서 일요일까지 올리는 것으로 바꾸었지만, 이 또한 일상에 쫓겨서 지키지 못한 사람이 발생했다. 소수인원이었기에, 두어 차례 약속이 어그러지면서 더 이상 모임을 지속하기 어려워져버렸다.

5월부터 『인간다움의 순간들』을 온라인 독서모임에 신청한 180명과 한 달 동안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르네상스부터 낭만주의까지 미술가 33명의 삶과 작품을, 작가 한 명당 5쪽 남짓 분량으로 총 33장으로 구성되어있다. 집중해서 읽으면 10분 정도면 한 장을 완독할 수 있다. 서양미술사의 주요 작가와 작품을 소개하고 소장처까지 안내해주며, 저자의 필력 덕분에 글 읽는 재미도 한층 더하는 책이기에, 술술 잘 읽힌다. 온라인 플랫폼 에, 매일 읽은 것을 글로 쓰거나 사진으로 남기는 방식으로 인증한다. 오프라인이라면 180명이 매일 모이고 읽은 것을 서로가 확인하는 방법이 쉽지 않았겠지만, 온라인이기에 수월하게 할 수 있었다. 다만, 주말과 휴일없이 30일 동안 인증해야 하는 부담은 가볍지 않았다.

또 5월 『압록강은 휴전선 너머 흐른다』를 읽는 온라인 모임을 만들었다. 이번엔 온라인 플랫폼 를 사용해서, 주말과 휴일에는 인증을 쉴 수 있고, 매일 읽은 부분을 사진으로 남기고 짧은 감상을 남기는 방식을 택했다.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남북 교류와 만남에는 예측하지 못한 장벽과 변수가 언제든 나타날 수 있다. 성과가 곧바로 드러날 수 없는 긴 여정일 수도 있다. 그래서 이 사회가 휴전선만을 바라보며 희망과 멈춤(단절)을 반복한다면, 나는 거기에 반문하고 싶다. 다양한 길을 찾아서 꾸준한 걸음을 유지하는 것이 오히려 효과적일 수도 있다고 말이다. 남북을 평화의 길로 잇는 방식은 군사 경계선인 휴전선에만 있지 않음을, 압록강(두만강)과 단둥 그리고 그곳에 사는 네 집단의 삶에도 존재하는 것임을 밝히려고 노력했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레비-스트로스의 『슬픈 열대』 완독 모임은, 온라인 플랫폼 를 통해서 5월 중순부터 시작했다. ‘과열되고, 동적인 사회’인 문명의 역사가 악의 기원이 되어서, 신비스러운 조화의 구조를 지녔던 원시적 과거에 사는 열대 원주민 사회가 우리의 눈앞에서 파괴되고 소멸되는 현실을 슬프게 바라볼 수밖에 없는 비감을 저자는 가슴 아프게 썼다. 765페이지에 달하는, 하드 커버, 사상서의 무게에 주저했던 마음이 삶과 사상을 섬세하게 묘사한 글을 읽으면서 점점 가벼워졌다. 오히려 2주에 한 번씩 발제하는 방식을 택하기보다, 이틀에 한 번씩 한 장씩 총 40장을 읽은 단상을 남기면 더욱 재미나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슬픈 후회를 뒤늦게 해 본다. 대면을 못한다고 어찌 독서를 못하겠는가. 책 읽는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으로, 힘들지만 행복한 시간이 흐르고 있다.


[당신과 나를 이어줄 ㅊㅊㅊ]은 책방이음의 조진석 대표가 추천하는 책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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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서울 종로구 혜화동에 문을 열었으며, 우리 사회를 밝게 만드는데 수익금을 써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