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가 ‘표절 정책자료집’을 만든 것으로 확인된 20대 국회의원 25명 가운데 14명의 의원이 정책자료집 베끼기 행태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고 시정을 약속하거나 제도 개선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5명의 의원은 베낀 정책자료집을 발간하고 그 비용으로 받아간 국회예산을 반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뉴스타파는 지난 두 달 동안 19대와 20대 국회의원들이 낸 정책자료집 2,500여 권을 대상으로 그 내용과 발간비용을 분석했다. 1차 조사 결과, 20대 의원 25명이 출처와 인용 표기 없이 다른 기관의 자료를 베껴 정책자료집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뉴스타파는 이들 25명의 의원들을 대상으로 관련 질의서를 이메일과 문자메시지로 보내고, 편지봉투에 담아 전달하기도 했다. 취재진은 또 각 의원실을 찾아가 해명을 요청했다. 특히 베낀 정책자료집 발간 비용으로 타낸 국회 예산을 반납할 의향은 없는지 물었다.
※ 뉴스타파가 의원들에게 보낸 이메일 질의서 전문 보기
초기에는 답변 자체를 거부하는 등 해명을 듣기가 쉽지 않았지만, 취재가 진행될수록 의원들의 태도가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지난 9월 20일부터 하나 둘씩 답변이 왔다.
정책자료집 베끼기의 잘못을 인정하거나 시정을 약속하고, 제도 개선을 수용하고 검토하겠다는 의원이 나왔다. 지금까지 14명이다. 강석호, 강효상, 김관영, 김민기, 김학용, 박덕흠, 설훈, 여상규, 유성엽, 유의동, 이현재, 장정숙, 주승용, 황영철 의원 등이다.
국회의원 14명, 정책자료집 베끼기 잘못 인정 , 제도개선 약속
이들 의원들은 취재진에 이메일로 답변을 보내거나 인터뷰를 통해 출처를 표기하지 않고 다른 자료를 베껴 정책자료집을 만든 행위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고 시정을 약속했다. 또 정책자료집 작성과 발간, 예산 집행 과정과 관련된 제도 개선도 검토하겠다고 밝혀왔다.
바른정당 황영철 의원은 “충분히 지적되고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도 인정이 된다. 앞으로 이런 부분에 대해 더 신경을 써야되는구나 생각이 든다”며 시정을 약속했다.
자유한국당 여상규 의원은 의원실 보좌관을 통해 “우리가 잘못했기에 (저작권을 침해받은) 저자들이 보상을 요구하면 해 드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음에는 더욱 세심하게 정책자료집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국민의당 김관영 의원도 보좌관을 통해 “지적재산권에 대한 보호에 대해서 충분히 더 고민하고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게끔 조치를 취하겠다”고 전해왔다.
국민의당 주승용 의원은 뉴스타파와의 인터뷰를 통해 “발행하는 측(의원실)의 책임도 있기에 출처 부분을 명확히 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정책자료집 발간 관련 제도개선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적극 동참하겠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김학용 의원은 이메일 답변을 통해 “참고문헌에는 명시했으나 인용 부분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은 점은 사실이며, 논문 수준으로 인용표기를 하는 것은 의원실의 제한된 시간과 인력으로는 어려움이 있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제대로 된 글쓰기 윤리가 국회에서도 지켜져야 한다는 문제 의식에 공감하고 개선 방안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설훈 의원 역시 뉴스타파와의 전화 통화에서 “너무 미안하다, 원 저자를 만나 사과하겠다. 다시는 이렇게 하지 않도록 고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장정숙 의원은 “굉장히 중대한 실수라고 인정하고 국민들에게 죄송하다”며 공식 사과문도 발표하겠다고 밝혔고, 자유한국당 박덕흠 의원도 “지적해줘 고맙다”며 잘못을 인정하고 시정하겠다고 밝혔다.
국회의원 5명 “예산 반납하겠다” 밝혀
잘못을 인정하면서 베낀 정책자료집에 들어간 예산을 반납하겠다는 뜻을 표명한 의원도 있었다, 현재까지 5명이다.
바른정당 유의동 의원은 이메일 답변서에서 “표절이 문제인 것은 사실이다.”, “어떤 이유든 최종적인 책임은 저에게 있다.”면서 “담당하는 기관의 판단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당 유성엽 의원은 이메일 답변에서 “진심으로 송구”하고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벌어졌음에 책임을 통감한다. 누군가의 피와 땀으로 이루어진 연구성과물을 그대로 가져다 쓰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라며, “정확한 추계가 완료대는대로 즉시 관련 비용을 반납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김민기 의원 역시 “소방방재청에서 제공받은 자료라는 점을 표기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실수이고 잘못이다. 정책자료집 발간 비용은 책자 인쇄를 위해 인쇄비만 지출되었음을 확인했다. 국회사무처와 협의하여 취할 수 있는 합리적인 조치를 취하겠다”며 예산을 반납하겠다는 뜻을 전해왔다.
자유한국당 이현재 의원은 보좌관을 통해 잘못을 인정하고, 관련 예산을 반납하겠다고 밝혀왔고, 같은 당 강효상 의원도 보좌관을 통해 관련 예산의 반납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의원들은 불쾌한 반응을 보이며 답변을 거부하기도 헸다. 자유한국당 안상수 의원과 김태흠 의원이 대표적이다.
또 자유한국당 함진규 의원은 “처음 본다, 나는 모르는 일이다”라며 답변을 회피했고, 같은 당 조경태 의원은 정책자료집은 논문이 아니기에 표절 여부를 따지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영석 의원은 정책자료집 베끼기와 관련해 저작권법 위반 여부에 대해 정부의 유권해석을 받은 뒤 취재진에게 해명하겠다고 했지만 한 달이 다 되도록 답변하지 않고 있다.
자유한국당 김재경 의원 등은 정책자료집을 문제삼을 경우 의정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주장도 했다. 그러나 김 의원은 이후 취재진에게 보낸 이메일 답변을 통해 “국회 차원에서 정책자료집 제도 개선 논의가 이뤄진다면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자유한국당 이채익 의원의 경우 출처를 표기하지 않고 다른 자료를 베껴 정책자료집을 만든 이유가 무엇인지 여러 차례 의원실을 찾아 해명을 요청했지만 “당 차원에서 답변을 할 것”이라는 반응 이외엔 지금까지 아무런 답변도 얻지 못했다.
취재 최윤원 박중석
촬영 김남범, 오준식
편집 윤석민
CG 정동우
그래픽 하난희
자료조사 김도희, 정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