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말에 민동산우회 산행 일정을 주도하며 멋진 해설을 곁들여 주던 조 민재(사학, 87) 동문에게서 ‘앞으로 산행을 분담해서 책임지고 진행했으면 좋겠다’고 하며 이번 산행은 내가 책임지고 진행해 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몇 년 전 산우회에서 팔당역-예봉산-적갑산-운길산 산행을 하려다 예봉산만 갔었던 것이 생각났다. 두 물 머리의 멋진 풍경을 병풍처럼 둘러싼 산중의 하나인 예봉산이 이른 봄의 가벼운 산행에 알맞을 것 같아 산우회 카톡에 공지를 했는데 반응이 없다. 그나마 간다던 장정미 동문(영문, 82)이 대상포진이 발현해서, 오세제 민동 회장님은 부좌현 선배님 출범식에 가야해서, 이건호 동문은 제사로, 임정태 동문은 수술한 부위가 조심스러워 그리고 조민재 동문은 집안 일로 산행에 참석하지 못한다고 한다. 이 번 산행은 조촐한 산행이 될 것 같아 소수정예로 예전에 못했던 팔당역-예봉산-적갑산-운길산-운길산역으로 봄바람 타고 두 물 머리의 수려한 풍경을 가슴에 담는 산행을 하자고 비 내리는 토요일 오후에 다시 공지하니 황종규(경영, 85) 후배에게서 ‘형 비가 오는데 내일 산에 가려고요?’하고 전화가 온다. 일기 예보로는 ‘내일 날씨가 맑다’고 하고는 만일 내일 땅이 질어 산행하기 어려우면 북한강 자전거 길을 따라 걸어서 다산유적지를 둘러보고 오자고 하고 전화를 끊었는데 김종기(86, 경영) 후배가 참석한다고 카톡에 올라온다. 반가운 마음으로 ‘환영 합니다’라는 인사를 카톡에 올렸다.
3월6일 일요일 아침에 일어나니 하늘이 맑다. 네이버 지도에 집에서 팔당역까지는 약 2시간이 걸린다고 해서 시간에 맞춰 집에서 나왔는데 팔당역에 도착 하니 9시30분이다. 예전에는 사람도 별로 없고 가게도 포장마차 몇 개 밖에 없었는데 사람들로 북적이고 식당도 엄청나게 늘었다. 밖으로 나와 둘러보는데 높이 683m의 예봉산은 수림이 울창하여 조선시대 때는 인근과 서울에 땔감을 대주던 연료공급지였다고 한다. 팔당역 앞 예봉산-다산길 안내 판에는 종주(운길산역-수종사-운길산-새재고개-적갑산-예봉산-팔당역)코스가 8시간쯤 소요된다고 표시되어 있다. 10시 경에 도착한 김종기 동문과 황종규 동문과 오늘 일정을 상의하다가 예봉산 정상에 올라가서 결정하기로 하고 등산을 시작하였다. 봄비가 내린 뒤라 그런지 상큼한 공기에 숲의 생동감이 더해져 입가에는 저절로 미소가 지어 지고 봄비로 폭신해진 땅은 걷기에 좋다. 예봉산을 올라가는 도중에 보이는 봄기운이 완연한 두 물 머리의 풍경은 몇 번을 보아도 감탄이 절로난다. 조금은 가파른 산길을 따라 예봉산 정상에 오르니 흐르는 땀을 시원한 봄바람이 씻어준다. 북적이는 산객들이 정상석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아 인증 사진을 찍는 것은 잠시 미루고 주변을 둘러보는데 운길산이 한 눈에 들어온다. 마치 예봉산 적갑산 운길산이 조안리를 품에 안은 듯한 형상이다. 주저하는 황종규 동문을 설득해 적갑산에 가서 점심을 먹기로 하고 가는데 적갑산 부근에서 행글라이더를 타는 사람들을 만났다. 임도를 따라 차로 장비를 가지고 올라와 여기서 하강하는 듯하다. 이 부근에 상승 기류가 있는지 행글라이더는 산보다 훨씬 높이 올라가 있다. 적갑산에 산 아래에서 사온 김밥과 김종기 동문이 싸온 오곡밥을 먹으며 막걸리 한 잔 하는데 그 맛이 향긋하다. 군데군데 질퍽한 길을 몇 곳 지나 새재고개에 도착하니 황종규 동문이 힘에 겨운지 먼저 하산해서 운길산역에서 기다리겠다고 한다. 새재고개에서 운길산을 조금 오르다 하산 길로 황종규 동문을 먼저 내려 보내고 김종기 동문과 둘이 운길산으로 향했다. 조금은 가파르고 험해진 길을 따라 봉우리를 오르내리는데 예봉산에서 한 눈에 보이던 운길산은 계속되는 봉우리 뒤에 숨어있다. 오르고 또 올라 ‘구름이 가다가 산에 걸려 멈춘다’는 운길산에 도착하니 2시30분인데 온 몸이 땀으로 범벅이다. ‘바람을 쏘이면서 휘파람 불며 하늘 땅 둘러보니 유유하다’는 정약용의 싯구를 보며 주위를 둘러보니 봄기운이 완연하다. 먼저 내려간 황종규 동문과 통화하니 운길산역에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황종규 동문에게서 가져온 막걸리로 김종기 동문과 운길산 정상에서 축배를 한 잔하니 산으로부터 받은 기운이 온 몸에 찌릿하게 감돈다. 그제서야 김종기 동문이 ‘오늘이 어머니 생신’이라고 한다. 사진 몇 장 찍고 서둘러 내려오다 수종사와 운길산역 방향 갈림길에서 김종기 동문은 바로 하산하고 나는 수종사에 들렸다 하산하기로 하고 아쉬운 마음으로 헤어졌다. 오랜만에 들린 수종사는 많은 변화가 있는 듯 해 보이는데 정겨운 모습으로 여전히 제자리를 지키며 두 물 머리의 멋진 풍경을 담고 있다. 운길산역에서 기다리는 황종규 동문 생각에 뛰다시피 내려왔는데 김종기 동문이 급하게 뛰어 가더란다. 운길산역부근의 포장마차에서 순대와 돼지껍데기로 회포를 풀며 막걸리 몇 잔 하는데 인심 좋은 주인아주머니가 순대 한 접시를 덤으로 준다. 조촐한 봄길 산행을 마무리 하며 서울행 전철에 올랐다.
최원호 씀(83/물리)
<4월 정기산행 공지>
안녕하세요? 이번 산행은 산행이라기보다는 서울 동작구의 역사를 찾아가는 산책과 답사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먼저 국립현충원에서는 조선 중종의 후비이자 선조의 할머니인 창빈안씨의 묘자리가 어찌하여 한국전쟁 이후 국군묘지 - 현충원이라는 이름으로 자리잡게 되었는가를 살펴볼 예정입니다. 이곳은 말씀드린 대로 동작역사문화연구소의 김학규 선생님과 함께 합니다. 여기서 점심 도시락을 먹고나서 서달산~용양봉저정~사육신공원까지 걸은 후 요즘 말 많은 노량진수산시장에서 뒷풀이를 하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용양봉저정은 정조임금이 수원 화성에 행차시 첫날 동작나루를 건너와 점심을 먹던 곳입니다. 또한 500년 내력의 노량진 사육신 공원이 오늘날 어찌하여 사칠신을 모신 곳으로 둔갑하였는지, 그 어처구니없는 스토리도 알아보겠습니다. 자녀분과 함께라면 더욱 좋을 이번 일정에 아무쪼록 많은 참여 부탁드리겠습니다.
* 모이는 시간 : 2016년 4월 3일(일) 오전 10시
* 모이는 곳 : 동작역 8번출구 바깥쪽
(지하철 4호선, 9호선)
* 개인 준비물 : 점심 도시락 등등
* 참고 사항 : 김학규 저, ‘낭만과 전설의 동작구’
책자를 참가 가구수만큼 가져갈
예정이오이니, 구입해주세요.
정가는 1만원입니다.^^
* 상세 일정
10:00 - 현충원
12:30 - 점심식사
13:20 - 호국지장사
14:10 - 서달산 달마사
15:00 - 용양봉저정
15:40 - 사육신공원
16:30 - 뒷풀이(수산시장 or 노량진)
연락:조민재(010-6243-3634)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