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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 글: 고리오영감(오노레 드 발자크:민음사)를 읽고

금, 2015/10/23- 12:48 익명 (미확인) 에 의해 제출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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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 글을 써주기로 한 동문이 건강상의 문제로 어렵게 되어 이 글로 대신합니다.

우리 동네에는 ‘작심삼일’이라는 책 만남 모임이 있어요. 모임이름은 ‘작심삼일’이지만

10년이 넘게 유지되고 있는 모임이랍니다.

책 만남을 통해 만남이 주는 충돌이 일어나고 충돌은 변화를 주리라는 믿음으로 매월 한번씩 만나 토론하고 있어요.

지난주부터 프랑스 작가의 글 읽기가 시작 되었는데요 총5회에 걸쳐 고리오 영감(오노레 드 발자크), 고도를 기다리며((사무엘 베케트), 성(프란츠 카프카),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파트릭 모디아노), 토니오 크뢰거(토마스 만)을 2월까지 진행하기로 했어요.

그 중 첫 번째 책(고리오 영감-민음사)을 내용을 중심으로 짧게 소개하려 합니다.


고리오 영감은 나폴레옹의 시대가 끝나고 왕정복고의 시기인 1819년 11월말부터 1820년 2월21일 고리오 영감의 장례식이 진행된 약 3개월에 걸친 파리에서 살고 있는 고리오, 라스티냐크, 보트랭이란 세 인물을 중심으로 쓰여진 <인간 희극>의 한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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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느강을 따라 귀족들이 사는 포부르 생 제르맹, 신흥 브루조아들의 근거지인 쇼세 당탱, 서민의 주거진인 포부르 생 마르소 등 당시 파리의 환경을 영화의 첫 장면에 파리 전역, 동네, 하숙집, 각 방으로 줌인 하듯이 잘 나타나있어요.

‘이 가구들은 얼마나 낡아터졌고 썩었는지, 흔들거리며 벌레 먹었는지, 한쪽 다리가 병신이고 쓸모없어 거의 빈사 상태에 빠져 있는지를 설명하려면 상세한 묘사가 필요하다. 그러자면 이야기 줄거리가 너무 늦게 나타나서 성질 급한 독자들은 작가를 용서하지 않을 터이다. 바닥에 깔린 붉은 타일은 닳고 덧칠해서 울툭불툭했다. 끝으로, 그곳에는 시적인 데라곤 전혀 없는 가난이 있다. 더 이를 데 없는 궁핍하고 넝마 같은 가난이 도사리고 있다. 그 가난은 진흙이 묻지 않았다 해도 얼룩이 지고, 구멍이나 누더기가 없더라도 곧 썩어 넘어질 지경이다’로 표현되고 있답니다.


발자크는 라스티냐크를 통해 장애물이나 위험을 계산하지 않는 청년들의 긍정성을 표현하고 있어요. ‘청년들은 장애물이나 위험을 계산하지 않는다. 그들은 오로지 상상력 놀이를 하면서 자신들의 삶을 시적인 것으로 만들어서 아름답게 꾸미고 모든 것에서 성공만을 본다 라고 쓰고 있답니다. 발자크는 청년들이 만나는 사람을 통해 사회를 알아가고 타락이냐 대결이냐를 고민하는 것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축축한 황혼이 신경을 자극했다. 그는 무덤을 바라보았다. 그는 청춘 시절에 흘려야 할 마지막 눈물을 그곳에 묻었다. 이 눈물은 순결한 마음의 성스러운 감동에서 흘러나왔다. 그가 떨어뜨렸던 땅으로부터 하늘까지 튀어오르는 것 같은 눈물이었다. 그는 팔짱을 끼고 구름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으젠의 이런 모습을 보고 크리스토프마저 가버렸다. 혼자 남은 라스티냐크는 묘지 꼭대기를 향해 몇 걸음 옮겼다. 그리고 센 강의 두 기슭을 따라서 꾸불꾸불 누워있는, 등불들이 빛나기 시작하는 파리를 내려다보았다. 그의 두 눈은 방돔광장의 기둥과 앵발리드의 둥근 지붕 사이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그가 들어가고 싶었던 아름다운 사교계가 있었다. 그는 벌들이 윙윙거리는 벌집에서 꿀을 미리 빨아먹은 것 같은 시선을 던지면서 우렁차게 말했다. 이제부터 파리와 나와의 대결이야!’


이 소설에는 인형극에 속하지 않으려면 인형극이 펼쳐지는 안쪽까지 들어가야 하며, 벽지 구멍을 통하여 구경하는 것으로 만족하면 안 된다는 세계관을 가진 보트랭이란 인물이 있습니다. 보트랭은 라스티냐크에게 영향을 주는데요 그의 세계관은 보트랭이 라스티냐크에게 하는 다음과 같은 말에 잘 나타납니다. ‘성실한 인간은 모든 사람의 적이 되어 버렸네’, ‘내가 자네한테 해줘야 할 충고가 있다면 자네 의견이나 얘기에 너무 고집 부리지 말라는 것일세. 다른 사람들이 자네가 고집을 꺾길 바란다면 팔아버리게. 자기 견해를 절대로 바꾸지 않는다고 자랑하는 사람이란 항상 외곬에 빠진 사람이고, 자신이 절대로 실수하지 않으리라고 믿는 바보일세. 원칙이란 결코 없네. 단지 사건들만 존재한다네. 법률이란 없네. 오로지 상황만이 있을 뿐이지. 뛰어난 사람은 사건과 상황에 순응해서 조종하는 법이야’, ‘이런 종류의 거래 때문에 현대에 주장하는 도덕의 느슨함에 인간들은 빠지게 마련이야. 현대에는 다른 어떤 시대와 비교해도 마음이 강직한 사람이 드물다. 더구나 악에는 절대 몸을 굽히지 않거나 직선으로부터 벗어나도 죄악이라고 생각하는 아름다운 영혼을 가진 사람들을 찾아보기 힘든 것이다.’


마지막으로 ‘네 인생, 바로 내 인생은 내 두 딸에게 달려 있소’라고 말하는 고리오 영감입니다. 그는 말기 귀족사회, 신흥 부르조아가 탄생하는 시대의 신흥 부르조아였는데요 ‘고리오는 여전히 제면업자였다. 장사가 자신의 생명 그 자체라고 여겼던 그가 장사를 계속 하는 것을 그의 딸들과 사위들은 언짢아했다. 오 년 동안에 걸친 그들의 간청 끝에 마침내 그는 상점의 주식과 마지막 몇 해 동안의 이익금을 가지고 물러나는데 동의했다’고 쓰여있습니다. 즉 그는 성공한 자본가에서 딸들을 통한 신분 상승을 위해 그의 인생은 쓸쓸한 죽음을 맞이합니다. 고리오 영감의 정념에 대하여 보트랭은 라스티냐크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합니다. ‘자네는 파리를 이해하기엔 아직 너무 젊네. 우리가 <정열의 사나이들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앞으로 알게 될 걸세.(...) 그런 사람들은 한 생각에 빠지면 끝까지 버티지. 어떤 특정한 우물에서 떠온 특정한 물만 마시려들거든. 대개 썩은 물이지. 하지만 그 물을 마시려고 부인과 자식들을 팔고, 자기 연혼까지도 악마에게 팔아버리지. 어떤 사람들에게 이 우물이란 도박, 증권시장, 그림, 곤충수집, 음악이 될 수도 있지.’ 

다음 작심삼일은 11월19일 7시30분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입니다. 우리 동네 놀러오세요^^


                                                                                               정선임(83/화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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