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몸짓_태극권(독문학과 81/이건호)
느릿함 속의 빠름
부드러움 속의 강함
무술이자 건강법,
바로 태극권이다.
전국 태극권 대회 모습 (2011년)
훌륭한 몸짓,
태극권.
인류의 자산으로 중국 전통무술에서 유래했다.
송나라 말기 장삼봉이 만들었다고 한다. 음양사상을 인체 몸짓에 정교하게 담았다.
얕게는 건강을, 깊게는 정신수양으로 나아가게 한다.
처음에는 동작을 배우는 재미에 빠져든다. 하면 할수록 몸짓을 통한 마음안정, 마음을 통한 몸의 조절력을 기르게 된다.
태극권은 주역의 태극, 팔괘에 의해 理(자연의 道理)와 氣(마음)와 象(마음) 3가지로 형성된 것이다. 자연 변화의 모든 규칙이 이 테두리 속에서 이루어진다. 따라서 이 3가지를 잘 터득하면 태극권의 모든 것을 알게 된다고 한다.
태극권은 자연스러움과 부드러움으로 몸속에 고른 기운을 갖추게 한다.
따라서 나이든 사람, 여성, 아픈 사람, 몸치인 사람들도 충분히 배울 수가 있다.
물론 강함을 추구하는 자에게는 더욱 좋다.
무술이자 건강법인 태극권의 의학적 효과를 보자.
1.신경계에 미치는 효과
정신이 안정되고 자율신경의 조절작용을 통해 신경통, 위장병, 고혈압을 예방 및 개선한다.
2.순환, 호흡기계에 미치는 효과
원활한 혈액순환을 통해 신진대사를 고르게 한다.
혈액 속의 노폐물의 몸 밖 배설을 통해 동맥경화, 고혈압 등을 예방 및 개선한다.
3.소화기계에 미치는 효과
정신 안정을 통해 소화기 운동을 활성화시킨다. 따라서 위무력증, 변비, 설사 등에 효과가 좋다.
4.신진대사에 미치는 효과
전신 혈액순환을 좋게 하여 혈관 내 콜레스테롤 축적을 방지해하기 때문에 동맥경화, 고혈압 등을 예방하거나 개선시킨다.
5.근골격계에 미치는 효과
부드러운 동작을 통해 뭉친 근육을 풀어주며, 관절을 튼튼하게 해준다.
대만 국제 쿵푸대회 참가 (1990년/ 하단 왼쪽에서 두 번째 사진)
나는 태극권이라는 몸짓 다루기법을 통해 자연과 세상을 다시 보게 되었다.
道와 革命의 통일
젊은 혈기의 20~30대 초반까지의 화두였다.
최루탄과 화염병이 난무하던 시기,
최전방으로 급작스런 강제징집이후 파업 투쟁의 노동현장.
과연 투쟁을 통한 휴머니즘의 실현은 마음의 평화까지 이룰 수 있을까?
그래서 주간에는 공장에서, 밤에는 쿵후 도장, 단전호흡 수련장에서 땀을 흘렸다.
30대 초반,
완전히 망가졌던 육신과 나락 속에 빠진 마음을 붙들게 한 것은
다름 아닌 태극권이었다.
본디 강함을 추구했던지라, 파괴적인 무술을 쫓아다녔다.
때론 계룡산으로, 때론 공장 뒷산에서 숱하게 땀 흘리던 나날.
태릉 선수촌에서 벌어진 격투기 시합에서 이기기도 했다.
하지만 영양실조에 가까운 몸 상태였을 때는 어이없이 깨지기도 했다.
태극권의 참 묘미는 깊은 이완에 있다.
이 때는 순간의 마음으로 몸을 세밀하게 통제할 수 있다.
미국 코넬대 의대 post-doc 시절,
뇌졸중 연구를 위해 가운데 손가락 한토막 크기의
마우스(생쥐) 뇌실험을 한 적이 있다.
머리카락 비슷한 두께의 뇌혈관 속에 그 보다 얇은 철심을
끼워 놓는 실험이다. 생쥐의 뇌에서 피가 솟구치기 때문에 제대로 뇌혈관을 볼 수가 없다.
이런 악조건에서 좌우로 구부러진 뇌혈관을 더듬어서 정해진 위치에 철심을 넣어야 한다.
그래서 그런지 이 실험법은 난해하기로 이름이 나있다.
뇌혈관에서 피가 나오기 직전인 0.1 초 사이에 철심을 제 위치에 넣으려면
정말로 미세한 힘을 사용해야 한다.
보통 생쥐 100~200마리를 희생시켜야 기술을 익힐 수 있다.
이러한 실험기술을 익히는데 태극권 이완법을 크게 도움받았다.
첨단 science에 동양 전통 수련법을 사용한 것이다.
전국 태극권 대회 우승 (2011년)
이제 내 나이 50대 중반.
반쯤 민머리에 어느덧 주름도 하나 둘 자리 잡고 있다.
호주머니는 비었지만 마음은 넉넉해진 듯하다, 조금은.
한 때는 철학과 종교에, 한 때는 과학에 매료되었다.
눈 속에 피어난 노란 민들레를 보며 음미를 해본다.
이른바, 내가 생각하는 과학명상이다.
질긴 생명력의 원천에 담긴 과학적 원리를 음미해보는 것이다.
지금은 예술과 인문학에 빠져있다.
잠깐 배웠던 발레는 중년 사내의 가슴에 불을 질렀다.
아~ 이렇게 아름다운 몸짓이 발레였던가.
곡선과 직선의 절묘한 조합, 회전과 도약의 앙상블.
재즈댄스의 리드미컬한 웨이브는 내 몸속 신명을 끄집어낸다.
하지만 이 모든 감성의 원천은 태극권 수련에서 축적된 공력인 듯하다.
마음을 통한 몸짓의 쉼 없는 도야는 세상을 부드러운 안목을 다시 보게 만든다.
부드러운 호흡은 마음을 편하게 하기 때문이다.
이런 마음은 사물을 깊이 있게 음미하게 한다.
그래서 그럴까?
약초산행에서 꽃이나 잎의 색깔을 볼 때마다 가슴이 울렁거린다.
과학자에서 순간 시인이 된 듯하다.
자연 속의 율려가 내 마음을 타고 들어오는 것 같다.
나와 세상을 관조할 수 있게 하는 몸수련,
마음 건강, 몸건강도 챙기게 되는 훌륭한 건강법,
태극권.
어때요? 같이 한번 푹 빠져 보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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