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름 '재명'은 있을 재(在)에 밝을 명(明)을 씁니다. 그러나 나의 생은 그 이름에 재물 재(財)를 쓰는 게 더 어울리지 않나 싶었을 만큼 나를 셈에 밝은 사람으로 자라도록 이끌었습니다. 나는 돈 계산이 빠릅니다. 돈의 귀중함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입니다. 안동 산골짜기에 살던 꼬마 시절부터 우리집에서는 돈 구경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과자와 빵, 음료수 같은 간식을 사먹을 생각은 당연히 하지도 못했지요. 소풍날 사이다 한 병씩 사간 게 전부였을 겁니다. 다른 애들은 소풍간다고 빵 사고 과자 사고 음료수 샀지마는 나는 100원 가지고 셋이 나눠 가져야 했다. 나는 40원, 재옥·재문이는 30원씩. 사이다 한 병 사면 딱 맞는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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