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감찰․‘셀프’ 수사로는 검찰개혁 불가능

‘현관비리’ 대책 없는 검찰방안, 법조비리 근절할 수 없어

공수처․검사장직선제 도입 등 검찰의 독점적 권한 개혁 시급

어제(8/31) 대검 검찰개혁추진단(단장 김주현 차장)은 법조비리단속 전담반 설립, 특임검사식 감찰시스템 도입, 선임서 미제출 변론 시 검사의 신고 의무 부과 등 ‘법조 비리 근절 및 내부 청렴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소장 :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의 독점적 권한을 개혁하는 근본적 방안은 외면한 채 땜질식 셀프개혁안으로는 전․현직 검사들의 부패비리를 근절할 수 없다고 판단하며, 국회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도입과 법무부와 청와대의 탈검찰화 등 검찰개혁 방안을 논의할 것을 촉구한다.

 

발표된 검찰의 법조 비리 근절 및 내부 청렴 강화 방안은 홍만표, 진경준 등 전․현직 검사장이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와 비판이 높아지자 마련된 검찰의 뒤늦은 자구책이다. 그러나 홍만표와 진경준에 대한 검찰의 미진한 수사와 재판을 보면 검찰이 법조비리를 근절하고 내부 청렴을 높이려는 의지가 있는지 확인되지 않는다. 또한 검찰은 선임서 미제출 변론 시 검사의 신고 의무 부과, 변론 관리대장 비치․기록, 변호사의 검찰청 출입등록 등을 법조비리 근절 방안으로 내놓았지만, 정작 검찰은 홍만표의 ‘몰래변론’ 62건을 대한변협에 제출하지 않아 홍만표에 대한 변호사 징계 착수를 사실상 방해한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실정이 이러한데 선임서 미제출 변론을 신고하지 않은 검사에 대해 징계를 부과하겠다는 검찰의 개혁방안을 신뢰하고 변화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무엇보다 홍만표 사건의 핵심은 전-현관 간 청탁이었다. 홍 변호사의 ‘현관 로비’가 집중된 시기에 서울중앙지검의 지휘라인에 있었던 박성재 전서울지검장, 당시 3차장검사이던 최윤수 국가정보원 2차장 등에 대한 수사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은 채 기소해 결국 검찰 수사가 변죽만 울렸다는 비판을 받았다. 진행 중인 홍만표 재판과정에서도 ‘여전히’ 민정수석인 우병우 로비의혹까지 제기되고 있어 검찰의 수사가 과연 충분했는지 의구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검찰 내부에 대한 수사에는 손도 대지 않았으며, 이번 법조비리 근절 대책에도 ‘현관 비리’를 막기 위한 알맹이는 쏙 빼버린 것이다.

 

이번 검찰개혁의 다른 한 축은 검찰 간부 비위 전담 특별감찰단 신설, 특임검사 형식의 감찰시스템 도입 등이다. 승진 대상 간부 중 재산증가 폭이 크거나 주식을 과다하게 보유한 사람 등에 대해서는 재산형성과정을 자체적으로 심층 심사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진경준 사태가 지금과 같이 대형 법조비리로 이르게 된 이유는 진경준 검사장의 불법 행위를 감지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의혹이 제기됐을 때 그 심각성을 간과하고 ‘제식구 감싸기’로 나섰기 때문이다. 즉 검찰의 셀프감찰, 셀프수사로는 더 이상 ‘제 살 도려내기’를 할 수 없는 검찰이 문제인 것이다. 검찰은 홍만표, 진경준, 우병우 관련 검찰수사와 재판과정에 제대로 임하는 것이 검찰 개혁의 첫 단추임을 명심해야 한다.

 

검찰은 이번 방안이 완성된 것은 아니라는 단서를 붙였지만 더 이상 면피용으로 내놓는 셀프개혁으로는 검찰이 직면한 국민의 분노와 불신을 불식시킬 수 없다. 검찰을 둘러싼 비리, 부정부패는 결국 검찰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독점하고 국민이 아닌 정치권력에 종속되기 때문에 파생하는 문제들이다. 결국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도입, 검사장 주민직선제 도입 등 검찰의 권한을 쪼개고 나누고 시민의 감시 하에 있을 수 있도록 국회가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검찰개혁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