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연) 원내대표가 조세개혁에 대한 밑그림을 제시했다. 부유세 개념의 순자산세 도입을 통한 자산세 강화와, 소득세와 법인세 강화가 그것이다. 세금과 복지에 대해서 새정연이 지향하는 방향은 "중(中)부담-중(中)복지"다. OECD 평균보다 6%포인트 낮은 조세부담률(한국의 2012년 조세부담률은 18.7%이고 OECD 평균은 24.7%)을 높여야 복지도 늘릴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중에서 처음 제안한 순자산세는, 부동산과 금융자산의 합에서 부채를 뺀 나머지를 순자산으로 간주하여 순자산 10억 원 이상일 경우 1%, 50억 원 이상일 경우 2%의 세금을 부과하는 세금을 말한다. 

 

토마 피케티가 '글로벌' 자산세를 제안한 이유 생각해야

 

증세의 필요성에 충분히 동의한다. 그러나 다른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순자산세를 도입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 성격이 전혀 다른 두 자산(부동산과 금융자산)을 한데 묶는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부동산, 특히 토지는 금융자산과 달리 비이동성이라는 특징이 있다. 즉, 세금을 부과한다고 해서 다른 장소 혹은 다른 나라로 자산을 옮길 수 없다는 것이다. 이렇기 때문에 토지에 세금을 부과하면 토지소유자가 직접 세금을 부담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토지세는 전가도 안 된다. 반면에 금융자산은 이동성이 강하기 때문에 세금 부과에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부동산에 대한 세금은 과감해야 하지만, 금융자산에 대한 조세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우리는 이 지점에서 토마 피케티가 자신의 책 <21세기 자본>에서 그냥 자산세가 아니라 '글로벌' 자산세를 제안한 까닭을 생각해보아야 한다. 그가 글로벌 자산세를 제안한 이유는 일국(一國)에서만 자산세를 중과하면 자산이 해외로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자산세 강화에 성공하려면 국제공조가 필수라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금융 불안정을 억제할 목적으로 국제 금융거래에 부과하는 토빈세도 국제공조가 이루어지지 않아서 실행하기 어려운데, 글로벌 자산세는 이보다 훨씬 강력한 국제공조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이런 사정을 피케티 자신도 잘 아는 까닭에 글로벌 자본세를 "유토피아적인 이상"(p. 618)이라고 솔직하게 고백한 것이다. 그러나 토지세 중과는 국제공조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증세의 최우선 대상은 부동산 보유세

 

경제학 교과서가 공통적으로 말하는 가장 좋은 세금은 토지에 부과하는 토지보유세이다. 왜냐하면 토지세는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정의로운 수단일 뿐만 아니라, 과세대상인 토지의 공급이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경제왜곡을 초래하지 않고, 오히려 투기를 차단하는 역할까지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 새정연은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를 토지세 중심으로 개편하여 강화하는 것을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더구나 2011년 현재 OECD국가의 GDP 대비 보유세 비중이 1.09%인데 한국의 보유세 비중은 0.79%에 그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아래에서는 보유세 강화의 세 가지 개편 방향을 제시한다. 

 

먼저는 용도별 차등과세 폐지를 통해서 보유세를 강화할 수 있다. 현행 보유세는 용도별로 차등과세하고 있다. 주거용보다 비주거용을 우대하고 있고, 비주거용에서 상가ㆍ빌딩의 부속 토지는 ‘별도’로 분리하여 우대하고 있으며, 농지 등에는 저율로 분리과세하고 있다. 용도별 차등과세는 그렇지 않아도 복잡한 과세체계를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그러므로 용도별 차등과세 폐지는 보유세 강화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과세체계의 간소화 차원에서라도 추진되어야 한다. 한편 용도별 차등과세를 폐지하기 위해서는 과세표준을 사용가치인 지대(land rent)로 변경할 필요가 있다. 전ㆍ답ㆍ과수원과 같은 농지의 지대, 즉 농지의 사용가치는 매우 낮지만 교환가치인 지가는 매우 높은데, 지가를 과세표준으로 삼게 되면 농지 소유자의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저율의 분리과세를 적용하고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보유세의 비과세ㆍ감면 대상의 대폭 축소를 통한 보유세 강화

 

두 번째는 보유세의 비과세ㆍ감면 대상을 대폭 축소하는 것으로 보유세를 강화할 수 있다. 우리나라 보유세의 비과세ㆍ감면 대상은 범위와 액수 면에서 과다하다. 2013년 재산세 비과세ㆍ감면 상황을 보면, 건수는 1841만7845건이고 해당 세액은 4조 7080억 원으로서 비과세ㆍ감면 비율(비과세ㆍ감면세액/부과세액)은 무려 35.5%나 된다(행정자치부. 2014. <지방세정연감>). 비과세ㆍ감면은 일종의 차별적 과세이고 과세기반의 협소화를 초래한다. 이렇게 비과세ㆍ감면만 대폭 축소해도 보유세는 OECD 평균에 도달한다.

 

마지막으로는 부동산 보유세는 토지에는 무겁게 건물에는 가볍게 부과하는 방향에서 강화해야 한다. 왜냐하면 앞서 말했듯이 토지에 부과하는 보유세는 토지의 효율적 사용을 촉진하는 동시에 투기를 더욱 차단할 수 있게 되는데 반해, 건물분 보유세는 건물의 신축ㆍ개축ㆍ증축과 같은 생산 활동에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증세에도 순서가 있고 방법이 있다!

 

조세부담률을 높이려는 새정연의 정책 방향에 충분히 공감하고 동의한다. 그러나 증세에도 순서가 있고 방법이 있다. 증세의 최우선적 대상은 부동산(토지)이다. OECD국가들과 비교해 봐도 그렇고, 경제학적 논리로 따져 봐도 마찬가지이며, 정의의 관점에서 살펴봐도 결론은 같다. 

 

그러므로 성격이 전혀 다른, 그래서 세금을 부과했을 때 완전히 다른 결과를 초래하는 부동산과 금융자산을 합산해서 과세하는 순자산세는 재고되어야 한다. 요컨대 부동산과 금융자산에 대한 과세는 완전히 분리해서 접근해야 하되, 부동산, 정확히 말해서 토지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접근하고 금융자산에 대한 세금은 신중해야 한다.

 

<출처 : 2015년 6월 10일자 프레시안(http://goo.gl/Ynx1hq)>

 

남 기 업 / 토지정의시민연대 운영위원, 토지+자유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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