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경실련 2021년 3,4월호 – 시사포커스(1)]
LH 사태로 본 농지 문제
오세형 경제정책국 팀장
지난 3월 2일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의 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한 공개와 관련 언론보도가 있었다. 2018년 4월부터 2020년 6월까지 LH 임직원과 그 가족들이 사들인 토지는 총 10필지(2만 3,028㎡, 약 7,000평)로, 매입비용이 약 100억 원에 달했고 이 중 58억 원 넘게 지역 농협 등에서 대출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해당 토지의 98.6%가 농지였다고 한다. 이러한 투기는 정책 입안·실행 관련자의 내부정보 이용, 이해충돌 등도 심각한 문제이지만, 투기의 대상이 결국 ‘농지’였다는 점도 매우 중요하다.
경실련 농업개혁위원회는 작년부터 농지 정의 실현을 핵심과제로 삼아 행정부 고위공직자와 입법부 국회의원의 농지 소유 등을 조사하여 발표하고 농지법 개정 토론회 등을 개최하면서 꾸준히 농지 문제를 제기하여왔다. 그것은 농지에 관한 경자유전의 원칙이 무너지고 있음을 밝히고자 했던 것이고, 이번 LH 사태 역시 농업인이 아닌 자의 농지 소유가 매우 광범위하고 쉽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명확하게 보여준 것이다.
헌법 제121조 제1항은 국가는 농지에 관하여 경자유전의 원칙이 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농지의 소작제도는 금지된다고 하고 있다. 그래서 농지법 제6조 제1항은 농지는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거나 이용할 자가 아니면 소유하지 못한다고 하고 규정하고 있다. 비농민의 농지 소유가 금지되어야 함에도 그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지 못한 것이다. 많은 예외조항으로 농지 소유가 가능하게 되어 있는 것을 바로잡아야 한다. 농민에게 농업인에게만 농지를 소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농지를 소유하기 위해선 농지취득자격증명이 필요하고 해당 증명을 발급 받기 위해서는 농업경영계획서 등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농민의 농지 소유가 가능했던 것은 그러한 최소한의 절차마저 제 기능을 다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향후 영농계획서 등을 엄격하게 심사하고, 계속적인 현장조사를 통해 비농민의 농지 소유와 이용을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
농업회사법인의 농지 매입과 매도로 얻는 시세차익 등의 문제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허술한 법률과 제도를 악용하여 농업회사법인이 사실상 농지투기회사가 된 것이다. 정부는 목적 외 사업을 운영하고 있거나, 실제 운영이 거의 없는 농업법인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기초로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여 해산 등을 실시해야 한다. 국회는 완화되어 있는 농업회사법인 설립요건도 강화하여 본래 취지의 농업경영과 농산물의 출하·유통·가공·수출 및 농어촌 관광휴양사업을 성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비농업인의 출자비율이나 조합원 요건에 비농업인을 최소화하여, 농업경영체 육성 취지에 맞게 법률과 제도를 고쳐야 한다.
다시 한 번 밝히지만, 이번 땅 투기 문제의 또 다른 핵심은 허술한 농지취득 및 농지관리이다. 정부는 LH 투기 사건 관련 합동조사를 하면서 다른 공공사업에서의 농지 관련 매매 부분도 조사하여 투기 의혹을 밝혀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농지의 소유 및 이용실태를 정기적으로 조사하여, 상시적으로 투명하게 공개하는 ‘농지통합정보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농지관리기구’를 설치하여야 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공직자 부동산투기 신고센터를 개소했다. 많은 제보로 투기 문제가 제대로 밝혀져 더 투명하고 깨끗한 공직사회가 되길 기대해 본다. 더 늦기 전에 농업계의 해묵은 숙제인 농지 소유와 이용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을 찾도록 정부와 국회가 의지를 갖고 강력하게 해결해 나가길 바라본다. 끝으로 한 문장을 더한다면, “농지는 농민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