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경실련 2021년 3,4월호]

농지를 농민에게 돌려주자

윤순철 사무총장

3월 24일 국회는 비농업인이 상속 등의 사유로 농지를 소유할 경우, 이를 농업 경영에 사용하도록 의무화하는 농지법 일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지난 1년간 경실련은 전농과 한농연 등 농민단체들과 함께 “가짜 농부를 찾아라” 연속 기자회견을 통해 공직자,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 단체장과 의원들의 농지 소유 실태를 공개하면서 농지가 투기의 대상이 되도록 방치한 정부를 비판했다. 여기에 더해 참여연대와 민변이 LH공사 직원들이 광명과 시흥의 신도시 개발지역의 농지 투기를 폭로하면서 국민적 공분을 사게 되었고 농지를 농민에게 돌려주는 조그마한 진전을 이루게 되었다. 농지는 농업에만 사용하고 투기의 대상이 되어선 안 된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원칙을 지키지 않은 정부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농지는 농작물을 재배하는 데에 사용되는 땅이다. ‘농지의 보전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은 농지의 개념을 “법적지목 여하에 불구하고 실제의 토지 현상이 농경지 또는 다년생식물 재배지(과수원·뽕나무·종묘·인삼·약초밭 등)로 이용되는 토지와 그 개량시설의 부지”로 정하고 있다.

또한 헌법 제121조는 농지의 이용에 대해 “국가는 농지에 관하여 경자유전의 원칙이 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농지의 소작제도는 금지된다. 불가피한 사정으로 발생하는 농지의 임대차와 위탁경영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인정된다”고 정하고 있다. 즉, 가짜농민의 투기적 농지 소유를 방지하기 위하여 농업인과 농업법인만이 농지를 소유할 수 있도록 자격을 정한 것이다.

농지법은 농지에 관한 기본이념, 국가와 국민의 의무를 밝히고 있다. 농지에 관한 기본 이념은 “농지는 국민에게 식량을 공급하고 국토 환경을 보전하는 데에 필요한 기반이며 농지는 농업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소유·이용되어야 하며, 투기 대상이 되어서는 아니 된다.”(제3조) 농지에 대한 국가의 의무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농지에 관한 기본 이념이 구현되도록 농지에 관한 시책을 수립하고 시행하여야 하고 필요한 규제와 조정을 통하여 농지를 보전하고 합리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제4조) 그리고 농지에 대한 국민의 의무는 “모든 국민은 농지에 관한 기본 이념을 존중하여야 하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시행하는 농지에 관한 시책에 협력”(제5조)을 규정하고 있다. 즉, 농지는 식량 공급과 국토 환경 보전의 기반으로 공공복리에 적합하게 사용되고 투기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되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농지의 기본 이념에 맞게 농지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고, 국민은 농지에 관한 기본이념을 따라야 한다고 정한 것이다.

이런 엄한 규정이 있음에도 이번 LH공사 직원들이 사들인 땅이 농지였듯이 농지가 야금야금 가짜 농부들의 먹잇감으로 전락한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1994년 농지법 제정 이후, 헌법이 정한 경자유전의 원칙이 훼손되는 ‘비농업인의 농지 소유 확대’, ‘농지에 대한 재산권 행사의 제한 해소’, ‘투기가 가능토록 한 형식적인 농지취득절차’ 등으로 법이 개정돼 왔기 때문이다. 그 결과, 국회의원은 25.3%, 고위공직자의 경우 38.6%가 농지를 소유하고 있었다. 3월 24일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국회의원 재산공개를 보면 국회의원 300명 중 57명이 본인 명의의 농지를 소유하고 있었고, 가족 명의의 농지 소유자까지 확대하면 1/3인 101명이었다. 고위공무원들도 절반이 토지를 소유하고 있었다.

투기의 대상이 된 농지를 농민에게 돌려줘 본래의 기능을 하도록 해야 한다. 어떻게 가능할까? 경실련이 농지법 개정의 방향을 밝혔는데 투기 방지를 위한 농지취득 관련 규정의 강화, 비농업인의 농지 소유 예외 규정 축소, 식량안보·국토보전의 보루인 농지를 농지답게 하기 위한 규정을 강화 방안을 소개한다.

첫째는 농지취득 규정의 강화이다. 상속·이농·1천 제곱미터 미만으로 주말·체험 영농을 위한 농지를 취득하거나 계속 소유할 경우 농업경영계획서를 작성할 필요가 없었는데 예외 없이 농업경영계획서 제출하는 것이다. 둘째는 비농업인의 농지취득 시 일정기간 자경을 의무화하고 농지 전용을 제한하는 것이다. 셋째는 폐지된 통작거리 제한을 복원하고, 투기목적으로 농지를 취득한 후 바로 매매하거나 농지를 세분화하여 매도하는 것을 막기 위해 농지취득 시 일정기간 매매 금지와 소위 농지 ‘쪼개기 금지’가 필요하다. 넷째는 현재 주말·체험 영농을 목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1천 제곱미터 미만 농지의 면밀한 실태조사를 통해 농업 경영에 이용하지 않을 경우 처분명령을 내리고, 1만 제곱미터 이하의 상속농지 역시 농업 경영에 이용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 다섯째는 농업회사법인의 출자자 중 비농업인의 비율을 50% 미만으로 축소하고, 법인의 대표자 및 업무집행사원들을 농업인이 많이 참여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여섯째는 안정적인 식량자급률 확보 및 국토보전을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농지의 보전 및 이용 계획 수립하는 것은 물론 농지 소유와 이용에 대한 지역별 농지심의기구 설치, 농업에 이용하지 않는 농지 소유자의 처벌 및 처분조치 강화가 필요하다. 일곱째는 업무별로 분리되어 운영하고 있는 농지정보 관리의 일원화와 지자체 시·구·읍·면 단위 농지 전담 인력 확보 그리고 농지관리 현황에 대한 기간별 보고 의무화 등의 조치들 병행하여 시행되어야 할 것이다.

정부와 국회는 농지에 대한 투기를 근절하고 경자유전의 원칙에 따라 오롯이 생산수단으로써 소유하고 이용하는 방향 즉, 투기의 대상이 된 농지를 농민에게 돌려드리고, 식량안보 및 국토보전을 위한 본래의 기능을 회복하도록 제도화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