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미국중심의 단극체제가 종말을 고하는 과정에서, 이웃 국가들간의 지역체제구축, 주요 강국들을 중심으로 하는 다극적 국제질서의 부상 그리고 유엔을 축으로 하는 다자적 국제규범의 합의 등이 미래의 국제지정학적 흐름으로 형성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당분간 다른백년은 주기적이고 중점적으로 상기와 관련된 주제들의 해외시각을 소개하고자 한다.


올해 G20의 15차 정례회의가 11월21-22일 사우디 리야드에서 열릴 예정이며 세 가지의 의제, ‘시민자치권의 강화‘, ‘지구를 구하는 길’ 그리고 ‘미래를 향한 역할분담’이 주요 의제들로 상정될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당연히 이중 어느 것도 소홀히 다룰 수 없는 주제들이다. (편집자 주. 그러나 회의는 수사적인 성명과 백신의 공정한 배분이라는 합의 이외에는 아무런 성과 없이 막을 내렸다).

아시아 금융위기의 파장으로 1999년 창설된 G20는 세계경제를 논의하는 최상급 국제포럼으로 위상을 높여 왔다. 뒤이어 발생한 2008년의 세계적 금융위기에 대응하고자 G20의 역할은 19개의 경제권과 유럽연합의 정상들이 참여하는 모임으로 격상되었으며, 금융과 통상, 보건과 기후에 대한 국제적 협력을 하는데 초점을 맞추어 왔고, 이란핵문제와 시리아내전과 같은 개별국가의 안보문제에 대한 대책도 협의되어 왔다.

현재의 상황에서, 한편에서는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주요 현안을 협의하는 자연스런 포럼으로 G20의 역할을 증대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G20의 합법성과 효력 그리고 회원국가의 구성에 대하여 비판을 받고 있다.

G20의 합법성에 대한 비판은 G20에서 직-간접적으로 배제되어 있는 국가군에서 제기하고 있는데 유럽연합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노르웨이가 대표적이다. 스페인과 폴란드의 불참 역시 문제가 되고 있고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국가가 하나도 없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G20의 현재 구성을 옹호하는 입장에서는 이미 전세계 GDP의 85%, 그리고 인구와 무역에서의 비중이 75%에 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일부에서는 G20역할의 효과에 의문을 던지며, 수적으로 많은 국가들이 참여하지만 각자의 정치적 경제적 이해와 관심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회합을 통해 실행할 수 있는 내용을 산출하기보다는, 형식적이고 의례적인 용어로 외교적 수사로 모임을 마감하기가 일쑤라는 지적이다. 너무나 자주 의례적인 최소의 공분모 수준에서 합의를 만들어 내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트럼프 미국대통령이 다수의 회원국가들 정상과 전혀 다른 입장을 취하면서 기후변화, 통상, 난민과 이민자 등 주요현안에 대해 실제적인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합법성과 실효성에 연관된 또 하나의 비판은 회원국의 구성에 관한 것이다. 개별국가의 안보와 경제적 이해와 정치적 위상을 수렴하기에는, 현재 구성 국가들의 정치적 지향이 서로 다르다는 점에서 현재의 구성에 대하여 회의懷疑를 갖게 한다.

지난 11월 3일 미국의 차기 대통령으로 조 바이든이 당선되면서 미국의 동맹을 자처하는 회원국가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들 회원국들은 그간 트럼프가 ‘미국우선’의 일방주의를 강요하고 다자적 원칙을 부정하는 바람에 곤혹과 당혹감에 처해 있었다.

미국연방 상원의 외교위원장을 포함하여 36년간의 상원의원직과 8년간의 부통령직이라는 경력을 지닌 바이든이 당선되면서, 많은 회원국가들은 미국이 다자주의 원칙과 국제기구로 복귀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기대는 자연스러운 것으로 선거과정에서 트럼프가 탈퇴하였던 파리기후협약과 세계보건기구에 바이든이 신속한 복귀를 약속하였기 때문이다.

바이든은 여러 번에 걸쳐서 자신이 취임을 하는 대로 미국과 뜻을 같이하는 민주적인 국가들의 정상들과 회의를 개최하여 국제사회에 메시지를 전달하겠다고 공언하였다. 현재로 가능한 회합의 구성국가군은 2014년 아틀란틱 정상회의에 참석하였던 D-10+로 호주, 캐나다, 독일, 이탈리아, 일본, 한국, 영국과 유럽연합, 인도, 인도네시아, 폴란드, 스페인 등이다.

현재는 미국과 중국 그리고 미국과 러시아 간의 긴장과 대립이 증폭되면서, G20의 위상이 줄어들고 있는 형국이다. 아니면 순수한 정치의제를 배제하고 지구적인 현안인 기후위기와 자연재난과 구조 팬데믹 등에 대한 국제적인 협조라는 주제로 초점을 집중해 갈수 있을 것이다.

G20가 출범이래 형성된 위상을 지켜내며 합의된 약속을 이행하려면, 상기의 3가지 도전적인 주제 즉, 합법성과 실효적 역할 그리고 회원국 구성에 대하여 심각한 재활력의 계기가 요구된다. 이번 회합은 미국의 현직 대통령은 레임덕에 빠져 있고, 개최국인 사우디는 인권정책에 있어 국제사회로부터 맹렬한 비난에 처해 있어,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침체와 기후변화에 대응하여 유의미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이다 (회의는 수사적인 성명과 백신의 공정한 배분이라는 합의 이외에는 아무런 성과 없이 막을 내렸다).

내년에는 이탈리아가 G20의 주최국이다. 차기 회합까지 미국의 새로운 행정부가 다자주의의 원칙에 복귀하고 코로나-팬데믹과 경제침체로부터 국제사회가 빠져 나오길 기대하면서, 출범이래 지난 수 십년 간 국제사회가 기대하던 G20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기를 바란다.

 

출처 : EastAsisForum in ANU on 2020-11-20.

Glen S Fukushima

워싱턴에 거주하는 통상 전문가. 중국 및 일본과 통상협상팀의 부대표로 활약했으며, 일본에 있는 미상공회의소 의장을 역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