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살뜰 지방재정 ②
부산진구, 공시지가 바로 잡아 대기업에 재산세 10억 원 추가 징수
잘못된 비교표준지 선정 탓 롯데백화점 부지 공시지가 축소 밝혀내
나라살림연구소 서호성 책임연구위원
이상하다. 기초지방자치단체가 공시지가를 바로잡아 대기업을 상대로 2019년 한해에만 10억 원의 재산세를 더 걷었는데도 기사가 몇 개 없다. 이런 ‘미담’은 널리 알려져 지방자치단체가 앞 다퉈 벤치마킹해야 할 텐데…. 할 수 없이 “공공재정의 혁신을 연구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나라살림연구소가 나선다.
부산시 부산진구는 지난해 롯데백화점을 상대로 자칫 누락될 뻔한 10억 원의 재산세를 더 걷어 들였고, 앞으로도 해마다 10억 원 + α의 재산세를 걷을 수 있게 됐다. 롯데백화점 부지의 공시지가가 인근지에 비교하여 현저히 낮은 점을 수상하게 여긴 세무1과와 부산진구의회가 협업해 롯데백화점 부지의 공시지가를 바로잡은 결과다. 원인은 롯데백화점 부지의 공시지가를 결정하는 비교표준지를 잘못 선정했기 때문.
부산시 부산진구 롯데백화점 공시지가 조정으로 인한 세입 증대 결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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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공시지가 상향 조정 |
16,560천원/㎡ → 23,410천원/㎡ |
재산세(건축물)등 76백만원 증가 |
2,119백만원 → 2,195백만원 |
재산세(토지분)등 928백만원 증가 |
2,464백만원 → 3,392백만원 |
역사는 우연일까? 애초 부산진구는 롯데백화점을 상대로 세금을 더 걷을 의도가 1도 없었다. 오히려 최근 몇 년 들어 공시지가 상승폭이 높아서 롯데백화점을 비롯, 부산진구의 재산세 납부자들의 민원이 폭증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컸다.
하지만 상승한 공시지가로 인한 지방세 세수 증대폭이 얼마나 될까 검토하던 중, 부산진구의 가장 중심지에 위치해 부지이용 상황이나 특성이 매우 양호한 롯데백화점 부지 개별공시지가가 인근지보다 낮은 사실을 발견했다. 롯데백화점 부지의 비교표준지 공시지가가 인근 표준지 공시지가 상승률보다 매우 낮았던 것.
개별공시지가는 지방세, 종합부동산세 등 조세는 물론 각종 부담금 및 건강보험료, 국민연금,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기준, 현역입영제외 기준, 학자금 대부 기준 등 60여종의 각종 정책 수행에 활용되는 매우 중요한 자료. 과소평가된 개별공시지가는 조세 누락 및 정책 수행에 큰 지장을 초래한다. 표준지공시지가는 국토교통부가 정하지만 이를 참고해 정하는 개별공시지가 권한은 지방자치단체에 있다.
롯데백화점 및 호텔 부지를 중심으로 인근 60필지에 대한 표준지가격 전수확인 결과, 롯데백화점 및 호텔부지의 비교표준지 가격은 8.3% 상승에 불과한 반면, 인근 표준지가격은 30%∼100% 상승했고, 당연히 롯데백화점 전년도 개별공시지가 또한 인근지보다 매우 낮게 공시된 것을 확인했다.
또 ‘2019년 적용 개별공시지가 조사·산정지침’에는 “조사대상 토지와 동일용도 지역 안에 있는 유사가격권의 표준지 중에서 조사대상 토지와 토지이용상황이 동일한 표준지를 선정 한다”고 돼 있으나 롯데백화점 부지와 비교표준지는 위치도 멀리 떨어져있는데다 지침 상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세무 1과장은 구청장에게 롯데백화점 부지에 대한 조세누락 등 문제점과 비교 표준지 교체 추진을 보고하고, 자신이 ‘부산진구 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 당연직 위원인 만큼 위원회 개최 시 이러한 사실을 밝혀 공시지가를 바로잡기로 했다. ‘부산진구 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 위원인 구의원 2명에게도 사실을 미리 알렸다.
하지만 이상한 일이 또 벌어졌다. 해당부서인 토지정보과가 롯데백화점 부지의 비교표준지 교체에 거세게 반대한 것. 2019년 5월14일 열린 ‘부산진구 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 심의회에서 세무1과가 롯데백화점 부지 공시지가 잘못 산정된 여러 근거자료를 제시했음에도, 감정평가사 위원들이 롯데백화점 대변인처럼 각종 지식을 앞세운 반대주장을 이어나간 끝에 표결을 하게 되었고, 세무 1과장, 구의원 2인의 찬성에도 불구하고 잘못을 바로잡는 안건이 부결됐다.
부결 사실이 알려지자 이번에는 부산진구의회가 발끈하고 나섰다. 구의회에서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부산진구 부동산가격심의회 및 개별공시지가 산정 과정과 해당토지의 비교표준지 선정과정 등을 조사하겠다고 예고하는 한편 결정·공시된 개별공시지가에 대해 구의회 차원에서 이의신청을 접수했다. 구청도 ‘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 심의위원 5명을 재위촉했다.
이런 노력으로 롯데백화점 개별공시지가는 16,560천원/㎡에서 23,410천원/㎡으로 상향 조정돼 매년 재산세 등 1,004백만원 + α 및 부동산 교부세를 추가 확보하게 됐다.
부산진구는 각 지방자치단체 세무부서에게 ▲모든 국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소유의 부지, ▲공공기관의 부지에서 매각된 부지, ▲대형유통시설 부지, ▲학교부지, ▲금융기관 소유부지 등의 개별공시지가 산정의 적정여부를 확인하여 인근부지와 균형성, 객관성, 공정성이 현저히 결여되었다면 이의 신청 등 조정을 통하여 지방세입 확충을 할 것을 당부했다.
한편 지난 2월 발표된 2020년 표준지공시지가 변동률은 전국 6.33%로, 작년(9.42%) 대비 3.09%p 하락했지만 최근 10년간 평균 변동률(4.68%) 대비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서울 7.89%, 광주 7.60%, 대구 6.80% 등 순으로 상승하였으며, 울산이 1.76%로 전국에서 가장 낮게 상승했다.
연도별 표준지공시지가 전국 변동률 현황(단위 : %)
구 분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변동률 |
1.98 |
3.14 |
2.70 |
3.64 |
4.14 |
4.47 |
4.94 |
6.02 |
9.42 |
6.33 |
국토교통부 보도자료
시도별 표준지공시지가 변동률(단위 : %)
구분 |
전국 |
서울 |
부산 |
대구 |
인천 |
광주 |
대전 |
울산 |
세종 |
`19년 |
9.42 |
13.87 |
10.26 |
8.55 |
4.37 |
10.71 |
4.52 |
5.40 |
7.32 |
`20년 |
6.33 |
7.89 |
6.20 |
6.80 |
4.27 |
7.60 |
5.33 |
1.76 |
5.05 |
구분 |
경기 |
강원 |
충북 |
충남 |
전북 |
전남 |
경북 |
경남 |
제주 |
`19년 |
5.91 |
5.79 |
4.75 |
3.79 |
4.45 |
6.28 |
6.84 |
4.76 |
9.74 |
`20년 |
5.79 |
4.39 |
3.78 |
2.88 |
4.06 |
5.49 |
4.84 |
2.38 |
4.44 |
국토교통부 보도자료
이와 관련성이 깊은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재산세 관련 변동 상황을 살펴보면, 2013년 8조5,645억 원이던 지자체 재산세는 2018년 11조7,955억 원으로 해마다 6~8%의 높은 신장률을 보였다. 하지만 전체 지방세에서 재산세가 차지하는 비율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어 부산진구의 사례처럼 공시지가가 제대로 산정돼 지방세가 제대로 걷히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재산세 등 지방세 부과징수 현황(단위 : 백만원, %)
출처 : 지방재정 365
전국 지방자치단체 재산세 등 세수 신장률 변화 현황(단위 : 백만원, %)
출처 : 지방재정 365
전국 지방자치단체 재산세 등 도시군세 비율 변화 현황(단위 : 백만원, %)
출처 : 지방재정 3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