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밭임야는 강제수용, 재벌 땅은 시세매입?
부동산공유제 강조한 박원순시장이 재벌 비업무용토지도 강제수용하라
최근 서울시가 대한항공이 소유한 송현동부지를 공원화할 계획이며, 부지매입은 “감정평가를 통해 매입가를 시세대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부지면적은 3만 6642㎡이며, 부지가격은 2020년 1월 공시지가 기준 3,300억원(891만원/㎡)이다. 송현동부지는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에 위치하여 역사학적으로도 중요한 부지임에도 불구하고 1945년 해방 이후 미국대사관 직원숙소로 수십년간 활용되어 왔다. 이후 미대사관 직원숙소가 이전되며 국방부는 삼성에게 1997년 1,400억원에 매각했고, 개발이 지연되며 2008년 삼성은 다시 대한항공에 2,900억원에 매각했다. 따라서 정부의 잘못된 행정으로 재벌법인에게 넘어간 땅을 서울시가 찾아와 서울시민에게 돌려주겠다는 취지는 바람직하다.
그러나 바람직한 취지에도 불구하고 시세 수준의 높은 매입가로 사들이겠다는 것은 서울시민의 혈세를 낭비하고 재벌에게 특혜를 준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대한항공은 부지 주변에 경복궁 등 문화재와 학교 등이 위치하고, 1종 일반주거지역임에도 불구하고 관광호텔 건립 등 무리한 개발을 추진하려고 하면서 서울시민의 비난을 자초했고, 관광호텔 건립은 2015년 서울시민의 반대로 무산됐다. 그런데도 여전히 부지개발 가능성을 열어놓고 경쟁입찰로 토지를 매각하여 막대한 시세차액을 챙기겠다는 입장이다. 대한항공이 본연의 업무와도 상관없는 송현동 부지를 소유하고 있다면 이는 응당 비업무용토지로 간주해야 한다. 과거 노태우 정부에서도 재벌의 부동산투기를 근절하기 위해 재벌보유 비업무용토지에 대해 전수조사 후 강제매각, 중과세 조치를 취해왔다. 그러나 재벌규제 완화조치로 지금은 재벌이 10년넘게 비업무용 토지를 보유, 방치하고 있어도 공시지가 수준의 보유세만 부과하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특혜를 누리고 있다.
보유세 특혜에 막대한 시세차액까지 가져가려 하는 재벌에게 서울시가 시세수준으로 매입하겠다는 것은 서울시민의 혈세로 재벌의 불로소득을 보장해주겠다는 것과 다름없으며 박원순 시장이 강조해온 부동산공유제와도 어긋난다. 더군다나 서울시와 정부는 수십년간 주거안정 등 국민의 복지를 위해 농민의 땅은 공시지가로 강제수용, 개발해왔고 국토부는 3기 신도시도 강제수용하고 있다. 따라서 국민을 위해서라면 재벌땅도 예외없이 강제수용해서 공공개발을 해야 마땅하다. 대한항공이 사들인 매입가는 2,900억원이고, 현재 공시지가는 3,300억원으로 공시지가로 매입해도 대한항공은 400억원의 시세차액을 가져갈 수 있다. 재벌들이 업무와도 상관없이 대규모 토지를 사들이고 판매하는 투기적 거래로 막대한 시세차액을 챙기는 부동산투기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 재벌의 불로소득을 차단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부동산공유제이다.
따라서 서울시는 재벌이 소유한 송현동부지를 시세가 아닌 공시지가로 사들여 서울시민의 자산으로 활용해야 한다. 서울시장의 개발계획수립 및 변경, 강제수용 등의 권한은 오로지 서울시민을 위해 부여된 특권임을 잊지 말아야 하며, 재벌이라고 예외를 두어서도 안된다. 박원순시장이 강조해온 부동산 공유제도가 송현동부지에서 시행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