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경실련 2020년 3,4월호]
[가라! UP자! 시리즈] ① 부동산편
무주택자 위한 국회의원 어디 없소
장성현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간사
분양가상한제와 반값 아파트 공급은 경실련이 주장하는 집값 안정 정책이다. 경실련은 위 두 법이 제대로 시행된다면, 집값 안정에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하나같이 시행되지 않고 있다. 정부가 시행령 개정을 통해 어깃장을 놓기도 했지만, 국회의원의 반대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어떤 국회의원이 어떤 이유로 집값안정 정책을 반대하는지 살펴보자.
1. 분양가상한제 폐지
우리나라는 세계 유일의 선분양제 국가다. 수억 원의 아파트를 짓지도 않고 판다. 분양가상한제는 건설사의 분양가 폭리를 막기 위한 제도다. 정부가 분양가를 관리·감독해 적정한 분양가가 책정되게끔 유도한다. 역사는 길다. 1977년 도입됐다. 도입 당시에는 토지비와 건축비를 포함하여 분양가가 평당 55만원을 넘지 못하도록 엄격히 규제했다. 이후 1988년에 택지비 심의는 폐지하고 건축비만 심의하는 원가연동제로 변경됐다. 그러나 여전히 건축비를 평당 104만 원으로 규제했다. 정부의 철저한 분양가 규제로 당시 분당, 일산 등 신도시 뿐 아니라 개포, 가락과 같은 서울 강남에서도 저렴한 주택이 공급돼 서민들의 내 집 마련과 집값 안정에 기여했다.
하지만 외환위기가 찾아왔고 김대중 정부는 규제완화를 통한 경기부양 정책 일환으로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했다. 분양가 자율화가 시행되자 집값도 크게 상승했다. 특히 참여정부 때 집값이 요동쳤다. 강남에 있는 은마아파트의 예를 보면 알 수 있다. 은마아파트는 2002년 3억 수준이었다. 하지만 참여정부 말기인 2007년에는 10억대까지 치솟았다. 그러자 참여정부는 부랴부랴 2007년 4월 여야합의를 통해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부활시켰다. 여기에 더해 일부 분양원가 공개도 제도화했다. 분양가상한제 시행 이후 서울 강남에는 묻지마 고분양이 사라졌고, 풍선효과로 강북의 왕십리 뉴타운, 가재울 뉴타운 등에서 미분양이 속출하며 집값도 하향 안정화됐다.
하지만 집값하락에 따른 건설경기 침체를 핑계로 미래통합당(당시 새누리당) 의원들은 지속적으로 분양가상한제 폐지를 시도했다. 결국 민주당 의원들조차 폐지에 동참했고, 2014년 12월 28일 분양가상한제 의무화는 폐지됐다. 폐지 당시 정부는 완전폐지가 아니라고 했다. 주택가격 및 분양가격이 상승할 기미를 보이면 언제라도 분양가상한제를 도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분양가상한제는 한 번도 시행되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집값이 폭등하자 국토부는 2019년 말 상한제 시행 의지를 밝혔다. 재건축 아파트에 대해서는 6개월 유예기간을 부여했다. 하지만 또 다시 코로나 사태를 이유로 유예기간을 연장했다.
분양가상한제 저지를 위한 미래통합당의 노력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미래통합당은 2019년 9월 분양가상한제를 아예 폐지하자는 법안을 내놨다. 미래통합당 박성중 의원이 대표발의했다. ▲김성태 의원 ▲이혜훈 의원 ▲이종구 의원 ▲홍문표 의원 ▲박덕흠 의원 ▲김승희 의원 ▲이명수 의원 ▲정태옥 의원이 공동발의했다. 지난 1월에는 미래통합당 총선 희망공약이라며 분양가상한제 폐지와 공시가격 인상 중단을 발표했다.
일부 국회의원이 분양가상한제 폐지에 목숨을 거는 이유는 간단하다. 주택분양사업은 건설사가 가장 안정적으로 가장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사업이다. 사업마다 다르지만 이것저것 다 떼도 분양가의 40%는 순익으로 남는다. 이런 노다지 사업에 제동이 걸리니 건설사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대하고, 이들을 대변하는 국회의원은 분양가상한제 폐지 법안과 같은 걸 내놓는다. 이런 국회의원의 눈에 집값 폭등으로 인한 서민의 고통이 보일 리 만무하다.
2. 반값아파트 폐지
현재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은 9억이다. 강남아파트 평당 분양가는 5,000만 원이다. 위례, 마곡지구 등 공기업이 공공택지에서 공급하는 공공주택조차 평당 2,000만 원 수준이다. 25평 기준 분양가는 5억 원이나 된다. 정부는 생애 처음으로 주택을 구입하는 사람들을 위해 호당 2~3억 이내의 대출(디딤돌 주택담보대출 등)을 해주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무주택자는 정부의 대출지원을 최대한으로 받더라도 내 집 마련이 불가능하다. 가령 신혼부부가 2억 원의 정부 대출을 받는다고 치자, 그러면 나머지 3억의 현금이 필요한데, 이런 현금을 갖고 있는 신혼부부가 얼마나 될까. 상황이 이러니 정부가 아무리 무주택자들을 위한 공공주택 공급을 늘린다고 광고를 연실해대도, 정말로 어려운 처지에 있는 서민이 할 수 있는 거라곤 눈뜨고 구경하는 것밖에 없다.
1억대로 강남에 내집마련이 가능했던 시절이 있었다. 일명 토지임대 건물분양 아파트다. 토지임대 건물분양 아파트는 ‘토지는 국가가 소유하고, 건물만 소비자에게 분양하되 최대 80년까지 거주할 수 있는 주택’이다. 싱가폴, 스웨덴 등 선진외국에서 쓰이는 보편적 주택공급방식이다.
토지를 공공이 보유하기 때문에 지가상승에 따른 개발이익 환수가 가능하고, 지대 상승에 따른 공공자산 증가는 덤이다. 다 떠나서 반값아파트가 공급되면 무주택 서민은 싼 가격에 내집마련을 할 수 있다. 지금처럼 바가지분양이 횡횡하는 시기에 국가가 나서 서 값싼 주택을 대량으로 공급하면 어떻게 될까?
우리나라에서는 노무현 정부 시절 토지임대 건물분양 아파트, 일명 반값아파트가 최초 공급됐다. 2007년 참여정부는 국민 땅을 강제 수용해 개발한 군포부곡지구에 토지임대 건물분양 아파트 804가구를 공급했다. 하지만 건물 분양가가 주변 시세수준으로 책정됐고, 국민은 외면했다. 결국 분양아파트로 전환됐다. 정부 관료는 시행 전부터 공기업 부채 증가, 건설업계 피해 등을 들먹거렸다. 반값아파트로 포장만 했을 뿐, 토지임대 건문분양 정책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국민을 우롱한 것이다.
이후 홍준표 의원이 관련법을 입법화하면서 토지임대 건물분양 아파트 논의가 재점화 됐다. 원래 반값아파트는 한나라당의 당론이었다. 홍준표 의원이 2008년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공급을 위한 특별법을 발의했고 2009년 본회의를 통과 2011년부터 시행됐다. 이명박 정부는 특별법에 따라 강남서초 보금자리지구에 평당 550만원의 건물분양 아파트 760가구를 공급했다. 공급가격은 24평 기준 건물값 1억 4,000만원, 토지임대료 월 32만원으로 토지임대기간은 80년이었다. 당시 반값아파트는 11.5대 1의 높은 청약경쟁률을 보였다.
반값아파트는 서초 보금자리 공급을 끝으로 중단됐다. 국회는 ▲공기업 재정부담 ▲택지확보 어려움 ▲수요자 비선호 등 건설업계 주장을 그대로 내세워 특별법을 폐지시켰다. 2015년 12월 김성태(미래통합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을 주택법에 포함시키는 등의 주택법 전면개정안’이 본회에서 통과됐고, 이에 따라 토지임대 분양주택 특별법이 폐지됐다.
결과적으로 당시 한나라당(현 미래통합당)이 입법화한 정책을, 법 제정 6년만에 스스로 폐지시켰다. 만일 토지임대부 특별법이 폐지되지 않았더라면, 서울에서도 1억 원대에 내집마련이 가능했을 것이다. 서초 보금자리처럼 좋은 입지에 저렴한 주택의 지속적으로 공급됐더라면 주변 집값은 안정되고, 토지를 보유하고 있는 공공(국민연기금 등)의 자산도 증가될 수 있었다.
당시 특별법 폐지를 주도한 의원 중 20대 현역의원은 ▲김성태 의원(대표발의) ▲강석호 의원 ▲박덕흠 의원 ▲이완영 의원 ▲이장우 의원 ▲함진규 의원(이하 공동발의) 등 미래통합당 의원이다. 이중 김성태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했고, 이완영 의원은 불법정치자금 수수로 의원직을 상실했다. 하지만 나머지 의원들은 21대 출마를 엿보고 있다. 서민을 위한 1억대 아파트법을 없앤 의원들, 그들이 또 다시 국회에 들어간다면 누구를 위한 입법 활동을 할 것인지는 불 보듯 뻔하다.
* 참고자료
– [경실련 총선기획②] 1억대 건물분양 아파트가 사라졌다
– [경실련 총선기획③] 분양가상한제 폐지법안 발의 의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