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가짜 공론화!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 해체하라!

 

정부가 고준위핵폐기물 관리정책을 재검토하겠다며,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를 출범(5/29)시킨지 벌써 4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정부는 월성 핵발전소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고 포화문제를 언급하며 시급히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공론화’가 진행되어야 함을 강조했지만, 정작 지난 4개월 동안 진행된 것은 거의 없다.

그런 상황에서 <재검토위원회>는 12월말까지 주요 의제에 대한 공론화를 완료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4개월 동안 별다른 공론화 과정을 추진하지 않다가 이제 와서 3개월 안에 공론화를 완료하겠다는 ‘앞뒤가 뒤바뀐 계획’ 앞에 정말 재검토위원회가 제대로 된 의견 수렴과 공론화를 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산자부의 재검토위원회 발족식 자료에 의하면 2018년 5월부터 11월까지 핵발전소지역 주민, 시민사회학계, 원자력계 등으로 구성된 <재검토준비단>에서 논의한 결과를 바탕으로 출범한 것이 재검토위원회이다. 준비단에서 주요 쟁점 사안이었던 재검토의 순서와 의제에 대해서 ‘영구처분·중간저장 시설 확보’ 등 중장기 계획이 ‘먼저’ 결정된 이후 ‘임시저장시설(맥스터) 확충’ 논의를 진행해야한다고 합의했다. 재검토준비단의 논의결과를 받아 공론화를 진행해야 할 재검토준비위원회는 4개월 허송하더니 재검토준비단의 결정사항을 무시한 채, 1주일 차이를 두고 중장기계획과 임시저장 계획을 함께 논의하자는 ‘꼼수’를 펼치고 있다. 이는 재검토위원회의 공론화 계획이 지역주민들의 의견 수렴보다는 ‘임시저장시설(맥스터) 건설’에 방점을 찍고 있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그동안 지역주민과 시민사회단체들은 재검토위원회 구성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계속 말해왔다. 주요 이해당사자를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구성된 재검토위원회는 이 문제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질뿐더러, 정부의 일방적인 계획 추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재검토위원회가 발표한 재검토 실행계획은 이러한 우려를 현실로 만든 것이다.

우리는 이처럼 진행되는 공론화 과정으로는 지역주민을 포함한 국민의 제대로 된 뜻을 담을 수 없다고 본다. 시간에 쫓겨 의제를 뒤섞어 추진되는 공론화는 정부가 원하는 답을 도출하기 위한 ‘형식적 절차’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도 재검토위원회는 지역주민과 시민사회단체들에게 재검토위원회 하위 분과에 대한 전문가 참여와 이해당사자 협의체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이는 근본적인 문제를 그대로 둔 채 재검토위원회가 명분을 쌓기 위해 지역주민과 시민사회단체를 들러리로 세우려는 것이다. 우리는 재검토위원회의 잘못된 방식과 제안에 대해 반대한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재검토위원회를 바로 잡지 않는다면 지역주민과 국민의 뜻을 제대로 들을 수 없다. 제대로 된 공론화를 위해 현재 운영되고 있는 재검토위원회를 해체하고 원점에서부터 재검토위원회 구성을 다시 진행할 것을 요구한다.

그 원점은 사용후핵연료 실상과 실태를 국민에 투명하게 밝히는 일부터 일 것이다.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영구처리방법과 영구처리장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임시처리장과 중간처리장을 짓는 것은 위험을 계속적으로 키우는 것이다. 일본도 후쿠시마 사태이전에는 핵발전소에서 세계최고의 안전을 자랑했다. 그러나 그런 장담은 한 번의 자연재해 앞에서 아무런 대책이 되지 못했고, 이번 하기비스 태풍에는 제염작업을 하고서 주변에 쌓아둔 방사성오염물질이 떠내려가고, 바다에 방류하겠다고 하던 핵발전소오염수도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 없는 참혹한 상태다. 재검토위원회의 출발점은 이런 핵발전소의 위험한 현실을 반영한 탈원전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후쿠시마 핵발전소사고와 핵발전소오염수 방류문제로 온 국민과 언론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핵발전소이 없는 것처럼 우리 핵발전소문제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더 늦기 전에 위험사회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만이 아니라 지구상에 원전이 있는 한 방사능의 위험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우리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부터 배웠지 않는가? 방사능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나 생명과 공존의 안전한 세상은 우리의 선택과 행동에 달려있다. 그래서 우리는 지구상에 핵발전소가 없는 그날까지 핵발전과 싸울 수밖에 없다.

 

2019. 10. 17

핵없는사회를위한충북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