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습지의 터줏대감이 되어가는 흰뺨검둥오리

– 김완병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학예연구사(조류학 박사)

 

오리과 조류는 전 세계적으로 159종이 분포하며 크게 오리류, 기러기류, 고니류 등 3종류로구분한다. 우리나라에서 기록된 오리과의 조류는 절멸된 것으로 추정되는 원앙사촌을 포함하여 46종이며 제주도에는 오리류 27종, 고니류 3종, 기러기류 7종 등 모두 38종이 관찰기록되었다.

오리류는 대부분 겨울철새로 북쪽의 시베리아에서 번식한 다음 보통 9-10월경에 남쪽으로 이동하여 이듬해 2-3월까지 월동한다. 둥지는 초습지의 땅위 또는 나무구멍에 만들며 새끼는 암수가 함께 돌보지만 작은 오리들은 암컷만이 돌보기도 한다. 제주에는 먹이자원인 낟알이나 수초가 부족하기 때문에 큰고니를 비롯하여 고니, 개리, 흑기러기, 큰기러기, 쇠기러기 등의 고니류와 기러기류는 큰 무리보다는 소수가 찾아오는 경향이 높다. 제주에서 관찰되는 종은 주로 오리류로서 수십에서 수백수천마리의 무리를 이루며 해안조간대, 저수지 등의 습지를 선호한다. 보통 월동지의 선택인자로는 하천, 강, 저수지, 호수, 논, 바다와 같이 물이 존재하는 환경이어야 하며 그 외 먹이자원의 풍부도, 천적과 같은 위험요인의 존재, 갈대와 은신처의 유무 등을 들 수 있다. 제주에서는 갈대군락과 수자원이 확보되어 있는 구좌읍 하도리 철새도래지를 비롯하여 성산포 철새도래지, 용수리 저수지, 해안조간대 등이 대표적인 월동지이다.

오리과의 조류는 대부분 물가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먹이활동을 하는 경향이 있지만 같은 서식지 내에서도 종에 따라 먹이자원의 종류, 섭식 위치, 섭식 방법 등이 다르다. 오리의 부리 생김새는 먹이 식성에 따라 차이가 있으며 식물성을 선호하는 수면성 오리들은 부리가 넓적하고 편평한데 반하여 잠수성 오리들은 부리가 뾰족하여 물고기를 잡는데 유리하다. 흰뺨검둥오리는 청둥오리, 홍머리오리 등과 함께 물 위에서 파래, 물풀, 수서곤충, 플랑크톤 등을 먹으며 일부 농경지에서 식물의 종자, 유채싹, 당근, 낟알 등을 먹기도 한다.

(흰뺨검둥오리)

 

일반적으로 오리류는 암수의 깃털색이 분명하게 구분되는데 흰뺨검둥오리는 암수가 거의 비슷하다. 흰뺨검둥오리는 주로 아시아권에 분포하는 종으로 인도에서 일본 사할린까지 서식한다. 지역에 따라 일 년 내내 머물기도하고 일부는 이동하기도 한다. 중국 북부, 러시아 아무르, 일본 사할린에서 번식하는 집단은 겨울에 남쪽으로 내려오며 인도, 중국과 일본 남부 등의 온대성 및 아열대 지역에서는 텃새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중복되는데 개체수로 보면 겨울에 내려오는 무리가 더 많으며 번식하는 무리와 함께 생활한다. 제주에서도 매년 2,000-3000마리씩 관찰되는데 대부분 겨울철새들이다. 보통 9월부터 내려오기 시작하여 이듬해 4-5월까지 있다가 떠난다. 6월 이후 관찰되는 개체들은 이곳에서 터를 잡고 있다고 보면 된다. 이들은 번식지인 시베리아로 날아가지 않고 이곳에서 번식해버린, 이른바 텃새화된 개체들이다.

우리나라에서 텃새화된 오리는 흰뺨검둥오리를 비롯하여 원앙, 청둥오리, 비오리 등이며 이중 제주에서는 흰뺨검둥오리만이 야생에서 번식하고 있다. 하도리 철새도래지를 비롯하여 성산포 갈대밭, 한경면 용수리 저수지와 와도, 조천읍 대섬리, 1100고지 습지 또는 그 외 마을 연못이나 중산간 작은 습지에서 번식하며 7-8월에는 새끼들을 데리고 물가로 나와 헤엄치는 모습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먹이는 주로 식물성을 즐겨먹으며 물풀, 해초류, 풀씨, 간혹 물달팽이와 수서곤충류도 먹는다.

주로 내륙의 물가에서 먹이를 찾지만 제주에서는 해안가에서도 많이 보인다. 하도리 철새도래지에 가면 흰뺨검둥오리가 머리가 물속으로 향하고 꼬리는 하늘로 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바로 먹이를 찾는 것이다. 비오리, 흰죽지, 댕기흰죽지,흰줄박이오리처럼 잠수를 하지 않고 헤엄치면서 먹이를 찾는데 물속에 잠겨 있는 파래류를 좋아한다. 이른 아침이나 밤에는 주변의 농경지로 먹이사냥을 떠나며 철새도래지 주변의 유채밭은 피해가 심각할 정도이다. 한경면 용수저수지에서 월동하는 무리들은 주변의 논밭을 비롯하여 차귀도 해상, 두모리와 금등리 해안조간대까지 날아가 먹이를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