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 미세먼지 기준은?
장재연(아주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
WHO의 미세먼지 기준 제대로 알고 쓰고 있을까?
미세먼지와 관련해서 가장 권위 있는 기준으로 자주 거론되는 것은 세계보건기구(WHO)의 가이드라인일 것이다. “WHO 기준을 넘었다”, 그래서 “건강에 해로운 수준이다"라는 식이다.
전문가를 자처하는 사람들조차 WHO 기준이 무엇이며 어떤 근거로 만들어진 것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엉뚱한 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은 듯하다.
[caption id="attachment_195714" align="aligncenter" width="500"] 세계보건기구 공기질 가이드라인(WHO Air Quality Guideline)[/caption]
WHO 미세먼지 기준의 핵심은 PM 2.5 연평균 기준이다.
세계보건기구는 아래와 같이 미세먼지와 관련해서 PM 2.5 와 PM 10 각각에 대해 장기(연평균), 그리고 단기(24시간 평균)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네 개의 수치 중에서 핵심은 PM 2.5 연평균 10 ㎍/m 3 다. 뒤에 설명하겠지만 나머지 세 개의 가이드라인은 이 수치에서 파생된 것이다.
[caption id="attachment_195715" align="aligncenter" width="640"] 세계보건기구 미세먼지 가이드라인[/caption]
지금까지 대기 중 미세먼지 농도 측정망은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대부분 PM 10 을 측정한 자료다. 따라서 미세먼지 역학 연구 역시 다수가 PM 10 을 노출 지표로 사용한 것이고, PM 2.5 를 사용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훨씬 양이 적다.
그렇지만 건강 영향과의 정량적인 인과 관계는 PM 2.5 가 더 높기 때문에, 세계보건기구는 PM 2.5 연구들을 미세먼지의 연평균 가이드라인을 설정하는 핵심적인 근거로 사용했다.
세계보건기구가 PM 2.5 의 연평균 권고기준을 10 ㎍/m 3 으로 정한 이유는 이 수치가 대규모 인구 집단을 대상으로 실시한 유명한 미세먼지 역학 연구들에서 건강영향이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것으로 확인된 농도의 최저값이기 때문이다.
미세먼지는 낮을수록 좋지만 이보다 더 낮은 농도는 인위적인 오염이 없는 자연 배경 농도와 비슷해지고, 건강 영향을 확인한 역학 연구의 근거도 부족하다.
[caption id="attachment_195716" align="aligncenter" width="650"] 대표적인 PM 2.5 대규모 역학 연구 결과(Pope 등, 2002)[/caption]
WHO의 PM 10 기준 은 항상 PM 2.5 의 두 배의 값이다.
세계보건기구는 PM 10 의 연평균 가이드라인은 단순하게 PM 2.5 의 두 배인 20 ㎍/m 3 으로 정했다. 세계 여러 나라의 미세먼지 측정값들을 분석해보니, 개발 도상 국가 도시들의 경우에는 평균적으로 PM 10 에서 PM 2.5 가 차지하는 비율이 절반 정도였다. 반면에 선진국의 경우에는 50에서 80퍼센트였다.
세계보건기구는 복잡성을 줄이기 위해 PM 2.5 가 PM10의 절반(0.5)인 것으로 하고 이 비율을 가이드라인을 작성하는데 일률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caption id="attachment_195719" align="aligncenter" width="650"] PM 2.5 는 PM 10 의 일부다[/caption]
WHO 하루 평균 기준은 연평균 기준을 달성했을 때의 값이다.
연평균 가이드라인의 경우와 달리, 세계보건기구는 별도의 역학 연구를 토대로 24시간 평균 가이드라인을 정하는 방법을 사용하지 않았다. 대신 연평균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한 값이 달성됐을 경우, 통계적으로 가장 오염이 높은(99%에 해당) 날의 예상 농도를 24시간 평균 가이드라인으로 정했다.
미세먼지 오염도는 연중 일정한 수치를 보이는 것이 아니라 기상 조건에 따라 크게 변동한다. PM 10 의 연평균 값이 20 ㎍/m 3 인 경우 연중 50 ㎍/m 3 을 넘는 날이 3일 발생한다는(99%에 해당하는 값) 경험적인 통계 분포에 의해, 이 값을 24시간 평균 권고기준으로 정한 것이다.
따라서 세계보건기구의 24시간 평균 가이드라인은 1년 365일 중에서 이 농도를 초과하는 날이 3일 이내여야 한다는 의미다. 물론 같은 평균값을 갖더라도 변동 폭이 큰 도시는 50 ㎍/m 3 을 넘는 날이 훨씬 여러 번이 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그런 지역은 자체 특성을 감안해서 각자의 일평균 기준을 정하도록 권하고 있다.
[caption id="attachment_195720" align="aligncenter" width="550"] 분포도[/caption]
WHO PM 2.5 기준 은 항상 PM 10 의 절반의 값이다.
세계보건기구는 연평균 가이드라인과는 반대로 24시간 평균 가이드라인은 PM10의 50 ㎍/m 3 을 먼저 정하고 나서 그 값의 절반인 25 ㎍/m 3 를 PM 2.5 기준으로 정했다.
앞에서 설명한 대로 대부분의 역학 연구가 PM 10 을 근거로 한 것임인데도 불구하고 장기 가이드라인은 PM 2.5 연구를 중시했지만, 단기 가이드라인은 워낙 연구결과가 크게 부족하기 때문에 PM 10 연구를 기준으로 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정리하자면 세계보건기구는 PM2.5의 연평균 가이드라인을 10 ㎍/m 3 으로 결정하고 이에 따라 PM 10 연평균 가이드라인은 자동적으로 20 ㎍/m 3 으로 정했다. 이것이 달성됐을 경우의 연중 99%에 해당하는 값으로 믿어지는 50 ㎍/m 3 이 PM 10 의 24시간 평균 가이드라인으로 정해지고, 이에 따라 PM 2.5 의 24시간 평균 가이드라인은 절반 값이 25 ㎍/m 3 으로 결정된 것이다.
[caption id="attachment_195717" align="aligncenter" width="650"] ⓒ장재연[/caption]
WHO P M 2.5 연평균 기준을 달성하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WHO의 미세먼지 기준이라는 것은 여러 수치를 제시했지만, 실제로는 모두 PM 2.5 의 연평균 값을 10 ㎍/m 3 이 되도록 하라는 의미가 된다.
PM 2.5 연평균 농도가 10 ㎍/m 3 을 달성하면 곧 PM 10 은 20 ㎍/m 3 을 달성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PM 10 의 일평균값이 50 ㎍/m 3 을 넘는 날이 3일 이하가 되면서 동시에 PM 2.5 의 일평균값이 25 ㎍/m 3 을 넘는 날이 3일 이하가 된다는 것이 WHO 기준 설정의 논리적 근거이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의 가이드라인은 그보다 농도가 높은 장소나 시간은 바로 건강에 무척 위험한 것인 양 국민을 겁주고, 건강에 해로우니 마스크를 쓰고 공기청정기를 돌리게끔 유도하라는 권고기준 아니다. 그런 권고는 세계보건기구 간행물, 홍보물, 보도자료 등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WHO 미세먼지 기준의 설정 이유와 달성 방법
세계보건기구가 미세먼지 가이드라인을 통해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그들도 계속해서 밝히고 있듯이, 최종적으로 자기들 가이드라인을 달성할 때까지 단계적으로 미세먼지 오염 수준을 낮추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라는 것이다.
구체적 방법으로는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에너지 효율을 향상시키며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투자하라는 것이다.
재활용을 늘리고 쓰레기를 줄여서 소각을 줄이라는 것이다.
청정 기술을 개발해서 가정의 취사 연료와 난방 및 조명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를 줄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미세먼지만이 아니라 온실가스 발생도 줄여서 기후변화 대책으로도 좋고, 기타 화석연료 연소나 쓰레기 소각을 통해 배출되는 수많은 유해물질로 인한 환경오염도 줄일 수 있어 사람들 건강보호에도 좋기 마련이다.
[장재연의 미세먼지 이야기 시리즈 다시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