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ption id="attachment_195217" align="aligncenter" width="1024"] 굳게 닫혔던 세종보의 수문이 개방된 지 일 년이 지나자 상류와 하류에 크고 작은 모래톱이 만들어졌습니다. ⓒ환경운동연합[/caption]
지난 10월 20일 환경운동연합의 회원님과 함께 금강에 다녀왔습니다. 맑고 청명한 가을 날씨와 빨갛고 노란 단풍으로 발걸음이 설렜습니다. 4대강 사업으로 금강에는 세종보, 공주보, 백제보 등 3개의 보가 들어섰습니다. 금강에서는 지난해 대통령의 수문개방 지시에 따라 보의 수문을 개방하고 그 영향에 대한 모니터링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환경운동연합의 답사는 가장 상류에 있는 세종보에서 시작됐습니다. 굳게 닫혔던 세종보의 수문이 개방된 지 일 년이 된 상태로 상류와 하류에 크고 작은 모래톱이 만들어졌습니다. 보드랍고 포근한 모래톱은 왜가리, 백로, 고라니, 삵, 수달 등 동식물의 편안한 휴식처가 되고 있습니다. 강의 왼쪽에는 두툼하게 모래톱이 드러나고 그 위로 진한 초록을 발하는 풀들이 빼곡합니다. 상대적으로 바닥이 낮은 강의 오른쪽으로 물길이 자리 잡으면서 빠르게 강물이 쏟아져 콸콸 흐르는 소리가 요란합니다. 수력발전소 위쪽으로는 아직 씻겨 내려가지 못한 펄이 쌓여있지만 그 위로 펄의 양분을 먹고자라는 풀이 빼곡하게 자라 초록색 카펫을 깔아놓은 것 같습니다.
오늘 금강에 처음 와보셨다는 한 회원님은 “서울 한강에 익숙해서 모래가 있고 물소리가 나는 강이 새롭게 느껴집니다.”라며, “흐르는 강이 더 자연스럽고 아름답네요.”하고 감탄합니다.
[caption id="attachment_195221" align="aligncenter" width="1024"] 공산성에서 바라 본 금강. 공주북부시내와 금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공산성은 4대강사업 공사 중에 과도한 준설로 성벽이 무너져 내린 아픔이 있는 곳입니다. 최근 공산성의 하류에 놓인 공주보의 수문을 개방하자 그 아픔을 위로하듯 작은 모래톱들이 뽀얗게 얼굴을 내밀고 있습니다.ⓒ환경운동연합[/caption]
오후에는 사적 제12호 공산성을 찾았습니다. 공주북부시내와 금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이곳은 4대강사업 공사 중에 과도한 준설로 성벽이 무너져 내린 아픔이 있는 곳입니다. 최근 공산성의 하류에 놓인 공주보의 수문을 개방하자 그 아픔을 위로하듯 작은 모래톱들이 뽀얗게 얼굴을 내밀고 있습니다. 오늘 답사의 안내를 자처한 대전환경운동연합의 이경호 사무처장은 “과거에는 이곳 강의 절반이 모래로 덮여 있어 바지를 걷고 강을 건너기도 했었지요.”하며 회상합니다. 이어 “공주보 수문을 개방하고 잠겼던 모래톱이 서서히 드러나니 생명들이 찾아오기 시작했습니다. 저기 보이는 조그만 모래톱에 여덟 쌍의 물떼새 부부가 자리를 잡고 알을 낳은 것을 보았습니다.”라고 말합니다. “수문이 더 오랫동안 개방되고 보 구조물마저 철거되면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회복할 것”이라며 희망을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공산성 꼭대기에 부는 바람이 설렙니다.
[caption id="attachment_195213" align="aligncenter" width="1024"] 공주보 하류, 금강과 유구천이 만나는 합수지역에는 유구천에서 흘러 내려온 강모래가 쌓여 모래융단을 이뤘습니다. ⓒ환경운동연합[/caption]
다음으로 발걸음을 옮긴 곳은 공주보 하류에서 금강과 유구천이 만나는 합수지역입니다. 유구천에서 흘러 내려온 강모래가 합수부에 쌓여 모래융단을 이뤘습니다. 누구는 신발을 벗고 모래를 걷기도, 누구는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도, 어린이들은 옷이 젖는 줄도 모르고 물장구에 한창입니다. 또 한쪽에서는 나뭇잎 배를 만드는 강의가 열렸습니다.
“이것 보세요. 꼬마조개에요.”
물장구를 치던 어린이가 소리칩니다. 맑은 물에서만 산다는 재첩입니다. 유구천 합수부에서는 재첩과 말조개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말조개가 모래톱에 남긴 꼬불꼬불한 조개길을 따라가 봅니다. 부지런히 돌아다닌 수달의 발자국도 성큼성큼 왜가리의 발자국도 볼 수 있습니다. 금강 안에 얼마나 많은 조개와 곤충과 동물이 있는지 우리의 눈으로 모두 가늠하기는 어렵겠지요. 그러나 물속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생명들이 수영을 하고 모래를 걸러 먹으며 우리 강을 건강하게 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습니다. 이경호 처장은 말합니다. “4대강사업은 강의 깊이를 획일화하면서 깊은 강만의 생태계로 만들었습니다. 수심이 깊은 강, 낮은 강, 직선인 강, 구불구불한 강 등 강의 다양성을 회복해야 그 생명들도 다양해지고 강이 건강해지겠지요.”하고 말입니다.
[caption id="attachment_195222" align="aligncenter" width="1024"] 오늘 여정에 함께 한 이는 "오늘 실제로 와 보니 강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네요. 4대강사업 이후 강에 대한 상상력을 잃어버린 것 같아요. 4대강이 앞으로 어떻게 회복될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그 해답을 얻은 것 같아요.”라고 말합니다. ⓒ환경운동연합[/caption]
앞으로 금강은 어떤 미래를 맞게 될까요? 정부는 4대강 사업으로 건설된 16개 보 가운데 금강과 영산강의 수문을 전면 개방하여 모니터링을 하고 12월 모니터링이 끝나면 최종 보의 존치 문제를 결정하겠다고 합니다. 오늘 본 세종보와 공주보 그리고 백제보도 유지, 수문개방, 철거 등으로 그 운명이 나뉘겠지요. 오늘 회원님과 함께 4대강 자연성 회복의 가능성을 금강에서 보았습니다. 동행한 한 회원은 오늘 답사를 회고하며 “오늘 실제로 와 보니 강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네요. 4대강사업 이후 강에 대한 상상력을 잃어버린 것 같아요. 4대강이 앞으로 어떻게 회복될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그 해답을 얻은 것 같아요.”라고 말합니다. 앞으로도 거침없이 흐르는 아름다운 금강이 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문의 : 물순환 담당 02-735-70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