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국회 정무위는
재벌은행소유 가능케 하는 은산분리 완화법안 절대 통과시켜서는 안된다
– 대주주 자격요건 시행령 위임은 국회 입법권을 포기하는 것 –
– 정책 논리의 부재와 모순, 경제적 효과도 제시 못하는 졸속 법안 –
– 현행법에 따른다던 대통령과 금융위원회는 국민들에게 사과해야 –
경실련은 어제(17일) 국회 더불어 민주당과 정무위원회 의원들에게 ‘인터넷전문은행 은산분리 완화 중단 촉구 의견서’를 제출하였다.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을 주축으로,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이 함께 인터넷전문은행 은산분리 완화를 위한 특례법 통과가 8월 국회에서 불발되자, 9월 정기국회에서 통과를 위해 법안합의를 졸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오늘 정무위 법안심사소위를 개최를 시작으로 20일 본회의에서 타 법안과 일괄 처리 한다는 것이다. 원내교섭단체 3당은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시행령에서 대상(대주주 자격 요건)을 규정하도록 위임토록한 상황에서 법안을 통과시킨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로 17일 개최된 더불어 민주당 정책의총에서도 여러 의원들이 법안 통과에 반대하였다. 결국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보유지분 요건도 34%로 늘리고, 언제든 변경 가능한 시행령에 위임한다는 것은 향후 재벌과 대기업 산업자본이 들어 올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에 불과하다. 이에 경실련은 국회 더불어민주당과 정무위원회가 잘 못된 판단으로 은행을 재벌들의 먹잇감으로 주고, 금융리스크까지 가중시키는 우를 범하지 않을 것을 강력하게 촉구하는 의견서를 제출하였다.
은산분리 완화 시 금융리스크, 사금고화, 지배력 강화에 악용될 우려
은산분리는 산업자본의 과도한 금융자본 소유를 막아, 금융건전성을 지키고, 대주주의 사금고화와 지배력에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하였다. 최초 1961년 원칙이 도입되었고, 2002년에 와서는 비금융주력자의 소유한도를 4% 까지만 허용, 이후 2009년 이명박 정부에서 비금융주력자 지분 9%까지 완화하였다가, 2014년 박근혜 정부에서 다시 4%로 강화되었다. 박근혜 정부에서 강화된 이유는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결합 폐해가 종합적으로 나타난 2013년 동양그룹 사태 때문이었다. 동양그룹에 은행이 있었다면 금융위기도 초래할 수 있을 정도로 그 피해는 상당했을 것이다. 삼성그룹의 경우를 보면, 삼성생명이 고객의 돈으로 삼성전자 주식을 과도하게 보유해 총수일가의 지배력을 강화시키고 있다. 은행이 있을 경우, 더 많은 자금들이 총수일가의 지배력 강화에 악용될 개연성이 크다.
출범 때부터 자본건전성 규제 및 인가특혜와 과도한 영업범위로 금융리스크 발생 우려
인터넷전문은행은 영업범위의 경우 일반은행과 같이 고유업무(예·적금 수입, 자금대출, 내외국환 등), 겸영업무(신용카드업, 보험대리점, 파생상품 매매중개업 등), 부수업무(채무보증, 어음인수, 보호예수 등)를 가능하도록 했다. 그럼에도 자본건전성 규제는 일반은행에서 적용하는 바젤Ⅲ가 아닌, 바젤Ⅰ을 일정기간 적용하도 해줬다. K뱅크의 경우 대주주 적격성 심사, 재무건전성 기준 등에 특혜를 받은 것으로 보도되었다. 결국 박근혜 정부에서 졸속적으로 진행된 인터넷전문은행은 많은 리스크를 안고 출범하였다.
정책의 모순, 논리의 부재, 경제적 효과 불분명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8년 2분기 가계신용(잠점)을 보면, 6월 말 기준 1493조2000억원이나 되었다. 정부는 가계부채 문제로 인해 총량관리는 물론, 9.13대책에서도 나타났듯이, 담배대출 등도 규제하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은 대출 확대를 유도하고 있어, 정책의 모순이 발생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출범한 이후 지난 2분기까지 6조8100억원의 대출잔액이 발생했고, K뱅크는 1조1300억원 수준이었다. 은산분리 완화의 이유로 K뱅크 자본확충 문제를 언급하고 있지만, 카카오뱅크의 경우 은산분리 원칙하에서도 자본확충에 성공했고, 오는 4분기 손익분기점을 돌파한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아울러 기업공개(IPO)까지 예정하고 있어, 자본확충을 위해 은산분리를 완화해야한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없다.
경제적 효과 역시 미미하거나, 불분명하다. 은행업 자체가 ICT기술의 발전으로 고용이 감소되는 추세이고, 무점포를 추구하는 인터넷 은행의 특성상 고용효과는 없다. 아울러 핀테크산업발전과 인터넷전문은행은 관련이 없다. 영업행태 역시 출범 목표였던 저신용자의 중금리대출 활성화가 아닌, 대출의 96% 정도가 고신용자였음이 드러났다.
대통령의 공약파기, 금융위원회의 거짓말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공약집에서 ‘인터넷전문은행 등 각 업권에서 현행법상 자격요건을 갖춘 후보가 자료롭게 진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하였다. 은행법에 따른다는 것이었다. 금융위원회 역시 2017년 9월 25일 경실련의 인터넷전문은행 관련 공개질의 답변에서 “은산분리의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방안을 고민한다.”고 했으나, 지금은 은산분리를 허물려고 하고 있다.
공식적 의견수렴도 없이, 삼성 등 재벌과 대기업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가능케해
국회에서는 교섭단체 3당을 중심으로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을 논의하면서, 어떻게든 통과시키기 위해서 대주주 자격요건을 둘러싼 논의를 지속해왔다. 이제는 재벌의 참여를 가능케 할 수 있도록 대주주 자격요건을 시행령에 위임하는 법률안에 합의하였다. 결국 재벌과 대기업 산업자본으로 확대되어 가는 법안을 합의한 것이다. 그것도 반대하는 국민들 및 시민사회, 야당 의원들과의 공식적인 토론의 자리도 만들지 않고, 졸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나아가 국회의 입법권을 포기하고, 시행령을 통해 대상을 규정하겠다는 것은 스스로의 권한을 포기한 것에 불과하다.
기존 전문가 다수가 은산분리 완화 시 ‘사금고화 전락’, ‘금융자본 부실’ 우려
2015년 박근혜 정부의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시 경실련이 경제, 경영, 법학 전문가 8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은산분리 완화 시 전문가의 63.49%가 ‘사금고화 전락 우려’, 30.13%가 ‘과도한 은행지분 보유로 인한 금융자본 부실’이 발생한다며, 부적정함을 언급했다.
결국 더불어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국회가 이렇게 은산분리 완화에 사력을 다하는 이유는 케이뱅크 부실인가를 감추기 위해서이거나, 재벌 및 대기업 산업자본에게 은행의 문을 열어주려는 의도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이에 경실련은 이상과 같은 문제점을 포함하여, 국회에 다음과 같이 의견을 제출하였다. ① 은산분리 원칙 훼손하는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반대 ② 인터넷전문은행도 시중은행과 동일한 건전성 규제 적용 ③ K뱅크 부실인가 문제 등에 대해 철저한 재조사 ④ 금융감독체계의 개편 등이다.
경실련은 더불어민주당과 국회 정무위원들에게 혁신성장을 가장한 은산분리 완화를 중단할 것을 다시 한 번 강력히 촉구한다. 정부와 여당이 계속해서 은산분리 완화를 추진할 경우, 국민들의 거센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그리고 잘 못된 법안 통과를 주도하고, 졸속적으로 추진했던 국회의원들에 대해서도 국민들의 지속적인 감시와 비판이 있을 것이다.
#별첨 : 경실련 ‘국회 더불어민주당 및 정무위 인터넷전문은행 은산분리 완화 중단 촉구 의견서’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