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장관의 신용불량정보 열람 범위 과도하다
보건복지부의 「사회보장급여법 시행령」 개정안 반대 의견서 제출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2017년7월11일, 보건복지부가 입법예고한 「사회보장급여의 이용 제공 및 수급권자 발굴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하 사회보장급여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했습니다.
사회보장급여법은 2014년 송파세모녀 사건 이후 복지사각지대에 있는 빈곤층을 발굴하고 지원하기 위해 제정된 법입니다. 그런데 올해 3월 사회보장급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보건복지부장관이 정보 보유 주체의 동의를 받지 않고도 신용불량정보를 열람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사회보장급여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는데, 보건복지부 장관이 열람할 수 있는 신용불량정보의 범위를 100만원 이상에서 3,000만원 이하로 설정했습니다. 저소득층이 생활고로 인한 소액 연체가 신용불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추측만으로 개인의 민감정보를 처리하는 것은 심각한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으며, 정보 열람 가능 범위가 지나치게 넓으므로 정보를 처리하는 기관의 권한이 남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미 현행 사회보장급여법은 23종의 개인정보를 수집·처리하여 대상자 발굴을 하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제도 시행 이후 한국사회보장정보원이 3차에 걸쳐 발굴한 대상자는 총 21만 명에 달했음에도 불구하고, 복지서비스 지원을 받은 사람은 17.9%에 불과합니다. 게다가 발굴대상자 중 61.0%는 과거에 공적 복지혜택을 받다가 탈락되거나 지원이 중단된 사람들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결국 정부는 발굴 대상을 늘려도 지원할 수 있는 대상은 극히 일부일 뿐이며, 복지 사각지대를 발생시키는 원인이 애초에 잘못 설계된 제도의 문제라는 것을 스스로 확인한 셈입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절대빈곤율은 2008년 이후 8~9% 선에서 머물고 있으며, 기초생활수급자의 비율은 2~3%에 불과합니다. 현행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수급권자를 포괄하지 못하며 광범위한 사각지대를 방치하고 있으며, 특히 부양의무자기준이 수급권자를 수급에서 탈락시키거나 수급신청 자체를 가로막는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도상의 근본적인 문제를 개선하지 않고 보건복지부가 수집·처리하는 개인정보를 늘리는 것은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올바른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정보 보유주체의 동의를 거치지 않고도 신용불량정보를 처리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심각한 인권침해에 해당하므로, 최소한 당사자의 의사를 확인하는 절차를 마련해야 합니다. 또한 보건복지부가 시행령 개정을 통해 열람 가능 정보의 범위를 광범위하게 설정한 것은 과도하며, 정보 처리에 관한 권한이 남용될 우려가 높습니다. 정부는 복지 사각지대에 처한 취약계층을 발굴하고 적절한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다면, 부양의무자기준을 폐지해 기초생활수급을 가로막는 제도적인 장벽을 해소하는 방안을 먼저 추진해야 합니다.
「사회보장급여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참여연대 의견서 [원문보기/다운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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